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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터 실증, 연료수급까지 SMR 토털 패키지 지원책 마련해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 통과 이후 차세대 SMR에 대한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관련 기업들이 모색했다. 선진원자로산업기술연구조합과 한국연구재단,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차세대 SMR 생태계 구축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과 구혁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건설·조선·기자재·엔지니어링 등 SMR 공급망 기업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차세대 SMR 미래도약선언식과 공동선언문 서명식이 진행됐다. 선언문에는 △차세대 SMR 핵심 기술 개발 적기 달성 △실증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참여·지원 △혁신적·선제적 안전 규제·글로벌 표준화 체계 민·관 공동 대응 △공급망 구축과 인력·기업 육성 협력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 차관은 “SMR은 연구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SMR 건설 역량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SMR이 먼저 조성되기 시작하면 인력을 뺏길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는 '속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송치영 선진원자로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이번 컨퍼런스는 SMR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현장과 의견을 나누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차세대 SMR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핵심 기술의 적기 개발 및 실증, 안전 규제 체계 혁신, 공급망 구축을 집중 지원하고, 나아가 차세대 SMR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책·기술·산업 세션과 패널 토의를 통해 기업·정부·연구기관·수요산업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실증, 인허가, 시장, 금융에 걸친 전 주기와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영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 직무대행은 “시장이 완벽히 개화하지 않은 비경수형 원자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발과 실증, 핵연료 수급까지 '토털 패키지' 형태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은 민관 합작으로 개발 단계가 진행 중이지만, 제조기술 개발 투자 이후 실증 단계로 넘어가면 상당부분이 민간 참여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순엽 법무법인(유한) 광장 국제업무대표는 “미국 SMR 시장은 겉으로는 민간기업 투자가 중심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개발 주도는 미국 정부가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 제도를 통해 이끄는 모습"이라며 “실증 전까지 최대 80%가량 지원하는 등의 형태로 가는 만큼 한국도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기 포스코이앤씨 상무는 “고로에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철강 생산 뿐만 아니라 부생가스를 통해 생산해온 전력과 열을 SMR로 전환하게 된다"며 “해당 부분까지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인정해 탄소배출권을 부여해주고, 원전수소(핑크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해서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산업 지원 뿐만 아니라 차세대 SMR에 필요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공동의 목소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인구 원자력안전위원회 SMR규제연구추진단장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도 산업계를 대표하는 주관 기관이 규제 관련 대응 논리를 세우고 방법론을 개발한 뒤 여러 기관들이 모여 검토하는 작업을 거친다"며 “EU는 산업계에서 요구가 나오면 당장 경쟁하는 지점이 있더라도 우선 힘을 합쳐 공동의 의견을 내야 한다고 공식 문서에 적시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국도 원전 산업계가 어떤 혁신을 원하는지, 이를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은 뭔지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졸속 통폐합, 지방이전 반대”…10월 9일 공공기관 노조 총집합

오는 10월 9일 양대노총 산하 공공기관 노조가 집단 행동에 나선다.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다. 특히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노조는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부실 재무 구조부터 정상화한 뒤 통합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양대노총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은 오는 10월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이전 방침과 관련해 노동조합과의 추가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나친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공공기관 기능개혁안은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현장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며 “세부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역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대노총은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도 촉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일방적인 '총인건비 지침' 통제에서 벗어나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임금 및 보수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집회에는 통합 대상 기관으로 지정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노조도 참여한다. 정부는 두 기관의 통합한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출범시켜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및 비축 체계를 일원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종합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두 공사 노조는 일단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부채는 41조 원(부채 비율 345%), 미수금은 14조 원에 달해 재무 부실이 심각한 상태다. 석유공사 역시 상반기 기준 자산 19조 4000억 원, 부채 21조 9000억 원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2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양 노조는 뚜렷한 수익성 개선책 없이 두 기관을 통합할 경우 부채 규모만 확대돼 시너지 효과는커녕 재무 상태만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정경제부는 석유공사의 부채와 부실 자산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 관리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연결재무제표상 부실 자산이 연계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인수·청산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석유공사의 해외 사업 부실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정부 정책 이행 과정에서 누적된 측면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추가 출자나 요금 현실화 확답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노조도 공공기관의 일원으로서, 정부 통합정책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발표대로라면 시너지 효과는 전혀 없고, 통합기관만 부실화될 게 뻔하기 때문에 일단 반대하는 것"이라며 “통합 당사자가 납득할만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 금융기관들이 소속된 금융노조도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이전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에도 '2026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 및 교섭파행 규탄 결의대회'에서 “농협은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이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과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각 금융기관이 수행하는 역할과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이전 추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차량 넘어 AI 전력·산업원료로…수소경제, 국가 차원 재설계 시급

수소를 수소차 등 개별 산업에 한정하지 않고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산업 원료, 에너지저장까지 아우르는 국가 에너지·산업 전략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산업계의 탈탄소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소의 역할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책과 시장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제2회 수소경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소연합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너지 대전환 시대, 국가전략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에너지 위기가 국가 위기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현 AI 시대는 에너지 전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류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소 전주기 가치사슬과 북극항로 협력, 한일 협력과 한미 전략투자 등 에너지를 산업·외교 전략과 연계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수소의 역할을 특정 용도의 연료에서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넓히는 데 맞춰졌다. 수소는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인 동시에 철강·화학·반도체 등에 투입되는 산업 원료다. 수전해와 탄소포집·저장(CCS), 액화플랜트 등 생산·인프라 산업과도 연결된다. 기조강연 이후 이어진 분과토론은 △총론 △생산 △메가프로젝트·AI 데이터센터 △저장·유통 △모빌리티·활용 △지자체 등 6개 분야로 진행됐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의 역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연료전지와 수소터빈 등을 활용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센터나 공장 인근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방식이다. 청정수소발전시장(CHPS)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 규모와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터빈과 연료전지, LNG-수소 혼소 등 다양한 발전기술의 시장 진입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소 생산에서는 높은 청정수소 생산비와 불확실한 수요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국내 생산기반 육성과 해외 도입의 역할을 나누는 한편 수소 생산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국내 생산플랜트 투자 활성화,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수소를 저장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제주와 호남권 등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반복되는 만큼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한 뒤 필요할 때 활용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장기적인 탈탄소 전략과 수소 인프라 투자를 연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소 모빌리티는 승용차 보급 확대보다 버스·트럭·지게차 등 수소 사용량과 운행거리가 많은 상용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를 통해 충전소 가동률과 운영 경제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정부의 재정 지원 역시 실제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 단위 수소 사업에 대해서는 실증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소도시와 각종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참고할 정책 로드맵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별 산업 및 실제 수요를 결합한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각 분야 논의를 관통한 화두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과 시장 제도가 제때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투자가 좌초되고 후속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생산·저장·유통·발전·모빌리티·지역사업 등의 논의를 정책제안서로 정리해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지정학 위기가 부른 ‘탄소 폭탄’…국내 산업계 감축 압박 커진다

미국-이란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등으로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지정학 위기로 석유·가스 공급망이 마비될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중대한 문제도 함께 터진다. 바로 석유와 가스를 땅에서 뽑아내고 운송하는 '업스트림(Upstream, 상류)'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업스트림 배출(채굴, 정제, 수송)은 연료 전과정(Life-cycle) 온실가스 배출량의 15~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에너지 원자재 자체가 더 '더러워진' 상태로 수입된다면, 이를 가져다 쓰는 제조업(미드스트림, 중류)과 최종 소비(다운스트림, 하류) 단계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혹독한 탈탄소 노력을 기울여야만 기후 목표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업스트림 탄소 폭탄'의 실체 중국 인민대학과 칭화대 등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정학적 분쟁이 지속돼 전 세계 석유·가스 수송 경로가 봉쇄되는 고위험 상황이 될 경우 2050년까지 업스트림 단계에서만 누적 18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업스트림의 탄소 배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저탄소 유전의 매장과 고탄소 대체 자원 개발이다. 중동 유전은 추출 과정의 에너지 효율이 높고 플래어링(가스 태우기) 비율이 낮아 탄소 배출 강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전쟁 등으로 중동 공급망이 막히면 저비용·저탄소 자원인 석유 72억 톤과 천연가스 3조 3000억 ㎥가 땅속에 묶이게(Stranded) 된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캐나다 오일샌드, 아프리카 심해 가스, 미주 해상 유전 등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 강도가 높고 생산 비용이 비싼 대체 자원이 무더기로 개발된다. 두 번째 이유는 수송 거리의 연장이다. 안전한 우회 수송 경로를 찾다 보니 해상 수송 거리가 길어져 수송 부문에서만 약 1억 2,70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된다.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전 세계 잔여 탄소 예산(1700억 톤) 중 약 1.1%가 순식간에 소모된다. 이는 시멘트나 철강 같은 대표적 감축 난이도 높은 산업군 전체에 남은 탄소 예산과 맞먹는 비중이다. ◇“원자재가 더러워졌다"… 제조·다운스트림 감축 부담의 가중 원유와 천연가스는 플라스틱·화학제품·철강·전력 등 모든 산업 제조 공정의 핵심 원자재이자 연료다. 업스트림에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 전체 산업에 들어오는 수입 원자재의 '내재 탄소 발자국(Embedded Carbon)'이 커진다는 뜻이다. 내재 탄소발자국이 큰 원유와 가스를 기초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는 국내 석유화학, 철강, 제조업체들은 제품 전과정평가(LCA)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 3) 배출량 관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공급망 상류에서 탄소발자국이 크면, 철강·화학 등 감축이 어려운 제조업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축 여유 공간(Flexibility)이 크게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제조 기업들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자체 공정 효율화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가혹한 감축 압박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공급망 위기 시기에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나 전기를 쓰고 기름을 소비할 때,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수입국들이 단순 수입선 전환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대체, 산업 전력화, 소비 감축 정책을 적극 시행할 경우, 고위험 상황 대비 69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전체 감축량 69억 톤 중 수송·공급망 효율화(26억 톤)보다 재생에너지 전환 및 소비 절감(43억 톤)이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국내 산업계와 정부에 주는 명확한 인사이트 논문에서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동 분쟁 발생 시 석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67%에서 50%로, 가스는 64%에서 42%로 급감하면서 가장 큰 수급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족분은 미국산 LNG나 러시아산 원유 등 타 지역 물량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아프리카 등지에서 들어오는 대체 물량은 운임 상승(약 30% 증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 배출 강도를 안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반도체·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원가 상승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 규제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안기게 된다. CBAM의 경우 수입 원자재의 업스트림 배출량이 높으면 최종 수출 제품의 탄소 함유량이 높게 산정이 되고,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수출할 때 탄소 국경세 추가 납부나 검증·인증 비용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이 적극적 수요 감축을 추진하면 석유 안보 수준(자급률)은 49%, 가스 안보 수준은 25%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나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수입선 우회'가 임시 방편일 뿐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이나 타 지역으로 공급선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 물량을 확보하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고탄소 원자재 도입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해결책은 다운스트림(공장 및 소비) 전력화·효율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공장 가동에 쓰이는 화석연료 유틸리티를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여 화석연료 소비 자체를 신속히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탄소 배출 강도(CI) 기반의 수입 평가를 도입할 것을 연구진은 제안했다. 대체 석유·가스 물량을 계약할 때 단순 가격뿐만 아니라 유전별 탄소 배출 강도와 메탄 관리 수준을 평가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원을 우선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AI 전력 폭증에 LNG발전 ‘몸값’ 상승… 가스公 도입량 늘릴까

국내 천연가스 수요 전망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폐지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절반 가까이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하는 계획이 유지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촉발할 전력 수요 급증 전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발전사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도 더 많은 LNG 물량 확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2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2036년까지 30년의 설계수명 연한이 도래하는 27기(13.6GW)를 LNG 발전소로 동시 대체하는 내용이 제10·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이어 12차 계획(2027~2040년)에도 담길 예정이다. 이 중 8기는 신규 전력 및 열 수요를 고려해 새로운 곳으로 재배치한다. 하동 5·6호기와 태안 5·6호기 등 4기는 LNG 발전소로 대체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쪽으로 이동하고, 영흥 1·2호기와 당진 5·6호기는 각각 수도권과 호남권에 2기씩 배치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LNG 역시 석탄만큼은 아니지만 탄소 배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석탄화력 폐지분을 LNG가 아닌 재생에너지 등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전력 수급과 계통망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LNG 수요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 발표된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LNG 수급관리수요는 올해 4726만 톤에서 2038년 4767만 톤으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발전용 수급관리수요는 올해 2406만 톤에서 2038년 1951만 톤으로 연평균 1.7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급관리수요는 기준수요와 달리 수요·공급 측면의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전망치로, 장기도입 LNG 물량 계약 검토 과정에 활용된다. 참고로 발전용 기준수요는 올해 2235만 톤에서 2038년 1284만 톤으로 연평균 4.51% 감소가 예상됐다. 그러나 향후 실제 천연가스 수급관리수요는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천연가스 수요 변동분은 12차 전기본 확정 결과를 반영해 수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해당 수치가 기존 전망치에 추가 포함되면 발전용 가스 수요 전망치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기후부는 12차 전기본 5차 토론회에서 상향된 경제성장률 전망과 3대 메가프로젝트 1차 계획을 반영해 2040년 전력수요를 재전망한 바 있다. 그 결과 기준안(경제성장률 기준 시나리오)과 상향안(경제성장률 낙관 시나리오) 모두 지난 4월 내놓은 계획보다 약 26GW 증가했다. 이는 발전용량 1.4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18~19기를 건설해야 하는 수준이다. 원전 건설 기간이 10~15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의 전력 수요 증가분은 건설 기간이 3년가량으로 비교적 짧은 LNG 발전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추가 LNG 수요가 반영될 경우 한국가스공사의 LNG 도입 물량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LNG 도입량은 약 4668만 톤으로 최근 5년간 4400만~4700만 톤 사이를 유지했다. 이 가운데 공공·민간 발전기업 등의 직수입 비중은 2021년 19%에서 지난해 26%까지 확대되었으며, 상대적으로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LNG 물량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 LNG 수출기업 셰니에르(Cheniere)사로부터 연간 330만 톤 규모의 10년 장기 계약 물량을 확보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영국 BP와 2028년부터 10년간 연간 70만 톤의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LNG 자원 탐사·생산 사업에 다시 힘이 실릴지도 관심사다. 현재 가스공사가 지분을 투자해 상업 생산 중인 프로젝트는 △호주 북동부 글래드스톤 LNG(2015년 9월) △호주 북서부 프렐류드 해상 부유식 액화플랜트(FLNG, 2019년 6월) △모잠비크 코랄 사우스 FLNG(2022년 11월) △캐나다 서부 키티맷 LNG 프로젝트(2025년 6월) 등이 있다. 대미(對美) 투자 협상 의제로 오른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성이 다소 낮게 평가되고 2분기 말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345%에 달해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저리 융자 등 유인 조건이 제시될 경우 재무 부담이 경감되는 만큼, LNG 물량 확보 차원에서 전격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한전 사장의 역할과 자질

2023년 9월 20일, 정치인 출신 김동철 전 의원은 제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비장한 취임사를 발표했다. 직전 해인 2022년 한전은 역대 최대인 3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경영상황에서 '전력 비전문가'였던 그는 글로벌 무한경쟁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며 KT와 포스코, 이탈리아 전력회사 ENEL을 소개했다. 독점 공기업에서 출발해 민영화와 시장개방, 사업구조 개편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회사들이다. 약 100일 뒤인 2024년 1월 2일,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또 이 세 회사를 한전의 롤 모델로 들었다. “ENEL처럼 완전히 달라지겠다, 공기업 틀을 벗어나겠다"는 발언이 민영화로 해석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한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사장 역시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사례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물러섰다. ENEL은 과거 이탈리아의 국영 전력회사로서 시장을 독점했지만, 1999년 전력시장 개방 이후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세계적인 전력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한전의 변화를 말하면서 정작 변화의 핵심인 전력시장 구조와 한전의 역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정부와 노동조합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개혁 동력도 약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전은 2021년 1월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내린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2024년까지 모두 여덟 차례 요금을 올렸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의 인상은 산업용에만 집중됐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이다. 한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일부 대형 우량 수요자들은 한전을 떠나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 이탈'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전에게 유리한 고객은 떠나고 나머지 고객의 부담은 더 커지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도 마찬가지다. 비수도권 요금을 낮추면서 그만큼 수도권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한전의 요금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의 비용을 한전 전기요금에 얹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의 정치요금화가 더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메가트렌드로 세계 전력산업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력시장은 한 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중심에 한전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과 간헐성, 변동성을 갖는다. 이를 늘리려면 발전량이 넘칠 때는 싸게 쓰고 부족할 때는 비싸게 쓰는 시간대별 가격신호가 필요하다. 저장장치와 수요반응, 분산자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연한 시장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한전이 판매를 독점하는 틀에 묶여 있다. AI, IoT와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전력산업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예측하고 수많은 분산자원을 연결하며 소비자가 가격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수용되기 어렵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이나 전력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전기에 관한 한 순백(純白)한 상태에서 사장에 취임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존 전력산업의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는 두 번이나 ENEL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씌워졌을 때 물러설 것이 아니라 왜 ENEL이 변했는지, 세계 전력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산업용만 반복해서 올릴 것이 아니라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을 포함해 용도별 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이 오히려 전기요금의 정치화를 끊어냈어야 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김 사장이 전력산업 비전문가였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한전과 전력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의 반응에 민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차기 한전 사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무 감각이나 정치권과의 관계가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전환, 전력시장 개혁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 한전을 ENEL처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면서도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장기적 목표를 설계하고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정책과 실무에 정통한 전력 전문가가 한전 사장이 되어야 한다. bienns@ekn.kr

[내일 날씨] 전국 대체로 맑음…낮 최고 30도·큰 일교차 주의

오는 22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강원 동해안과 산지, 경상권 동해안,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21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12~20℃(도), 낮 최고기온은 24~30도로 예보됐다. 아침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어 출근길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낮과 밤의 기온 차도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환절기 큰 일교차로 인한 건강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특별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지만 한국인 실종자 구조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현재 한국인 9명은 네팔 라수와지역의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실종됐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정부는 지난 2일 44명 규모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고, 6일 조현 외교부 장관도 네팔 정부에 철저한 수색을 직접 요청했다. 이어 11일 KDRT 2진도 파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실종자 수색 과정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 1진은 현장에 들어가 네팔 당국과 합동 수색을 했지만 실종자를 찾는 직접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2진은 수색 인력을 8명으로 16일 헬기와 차량으로 해발 2000미터의 람체 지역에 이동해 발전소 주변 산비탈을 드론으로 살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문제는 험준한 지형, 드론 운용 한계 그리고 네팔군의 통제하에 있는 안전 통제 및 신원 확인 지연 등이다. 네팔 당국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이번 사태의 대응 방식을 수색 구조에서 재건과 복구로 전환하겠다고 각국에 통보했다. 수색에 투입된 상당수 군 병력과 헬기 등도 철수했다. 다만 실종자들이 소속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체 수색 활동은 계속되며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소통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긴급구조대 2진 철수 뒤에도 정부 합동 대응팀을 남겨 실종자 9명의 소재 확인과 가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정부 대응의 핵심은 하나다. “한국인 9명을 찾을 때까지 국가가 책임진다"이다. 최근에도 터널 안에서 생존자가 발견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 생존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이유로 수색 강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 기업 대응팀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육상 수색 8개팀, 총 91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 주변 산악지대 등을 수색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확보한 세르파를 중심으로 육상 수색팀을 더 늘려 계속 수색 활동을 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더 늦기전에 많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최대한 수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색 작업을 최대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대응팀이 계속 수색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 네팔 정부를 설득해 줘야 한다. 네팔 대홍수는 단순한 기업의 산업 재해 대응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국가의 지원 아래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우리 국민이 대규모 자연재해로 실종된 사건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힘든 것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정부가 정기 브리핑을 통해 오늘 수색한 지역, 투입된 인력, 사용한 장비, 생존 신호 탐지 여부, 터널 내부 상황과 네팔 정부와 협의 사항 등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물론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전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홍수에 따른 실종 사건과 다르다. 터널이라는 공간에 갇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가능성을 전제로 구조 작전을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 네팔 사태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지원했다"는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구조했다"는 결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긴급구조대 임무 교대 과정에서 수색과 구조가 중단되지 않도록 네팔 정부, 기업, 현지 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하면서 특히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지에서 직접 교대하는 방안도 검토 하도록 했고, 가족의 뜻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게 조치하라는 당부도 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츰 잊혀 가는 네팔 대홍수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네팔 사태는 9명의 한국인을 구하는 문제를 넘어 앞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에 진출할 때 해외 재난으로부터 국민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국가적 선례가 될 것이다. 부디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미국 원전 1기당 20조원 꼴… 신한울 3·4호기 사업비의 3.4배”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검토 중인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사업비를 단순 환산하면 원전 1기당 20조원을 넘어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신한울 3·4호기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투입되는 원전 사업인 만큼 실제 한국 측 부담액과 투자수익률, 자금 회수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원전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비 등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논의되는 대형 원전 8기의 사업비는 총 1200억달러 수준이다. 환율을 달러당 1380원으로 적용하면 약 165조6000억원으로, 1기당 약 20조7000억원이다. 이는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신한울 3·4호기의 총사업비는 약 12조원으로 1기당 6조원 수준이다. 미국 원전의 단순 환산 사업비가 약 3.45배 많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두코바니 사업은 APR1000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설계·구매·건설·시운전과 핵연료 공급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약 26조원으로 알려졌다. 1기당 약 13조원으로 계산하면 미국 원전은 이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다만 1200억달러를 국내외 원전 건설비와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한미 간 협상에서 거론되는 1200억달러가 원전 8기의 EPC 비용 전체를 의미하는지,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 및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사업비인지 등 구체적인 투자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미국 원전의 규모와 노형,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협상 중이라는 입장이다. 구 의원은 이에 따라 정부가 한국의 실제 부담 규모와 예상 수익률, 투자금 회수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8기의 노형 구성도 국내 원전업계의 실익을 좌우할 변수다. 현재 미국 측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국형 APR1400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P1000 비중이 커질 경우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구 의원 측 주장이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을 확보해 미국과 제3국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 의원은 “미국 측이 제안한 1200억달러가 실제 원전 8기의 EPC 건설비 전액인지, 한국의 지분투자와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한도인지에 따라 경제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협의 과정과 투자 조건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전체 투자액 2000억달러와 연간 투자한도 200억달러를 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큐셀·포스코, 영농형태양광 보급 손잡았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포스코가 농촌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을 함께 개발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에 힘을 보탠다. 한화큐셀과 포스코는 지난 17일 국내 영농형태양광 활성화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에서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솔루션으로, 태양광 모듈의 배치, 각도 등을 최적화해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일조량을 공급하면서도 남는 태양빛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 패키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모으기 위한 협력체 '신토불이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고, 국내 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금융·기자재·시공·전력 판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은 고효율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충북 진천공장에서 제조해 보급하고, 안정적인 시공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발전소 완공 후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기업과 전력구매계약(PPA)를 중개하거나, 실시간 입찰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등 전력 판매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토지 부식에 강하고 국내 영농 환경에 특화된 하부 구조물 자재를 공급한다. 나아가 농작물과 농지를 보호하고 영농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물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영농형태양광 구조물의 표준을 확립할 계획이다. 한화큐셀과 포스코가 영농형태양광 시장을 함께 공략한 이유는 각자의 제조 역량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농업인들이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주저하게 한 걸림돌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내는 경사진 산지 비중이 높아 일반 태양광보다 농지를 활용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좀 더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이전에는 기존 농지법에 따라 영농형태양광 설비도 설치 8년 만에 철거해야 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허가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이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늘어 수익성 확보 기반이 마련됐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영농형태양광사업법)'이 지난 6월 제정·공포됐기 때문이다. 일반 농업인이나 협동조합이 영농형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경작 중인 농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비 설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44.2GW를 보급하기 위한 4대 정책입지 중 하나로 영농형태양광을 포함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한화큐셀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포스코와 함께 건전한 영농형태양광 시장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홍삼수 포스코 냉연도금마케팅실장은 “포스코는 오랜 소재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영농 환경에 적합한 구조물 솔루션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화큐셀과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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