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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으로 왜 고급차 기름값 지원하나”…석유최고가격제 부작용 우려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주 내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을 다량 소비하는 소비자에 유리해 고급차 운전자를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번 주 내로 기름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최고가격제를 빨리 시행하라고 주무부처에 주문하고 있다. 이날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이미 열흘 이상 가격을 올려 받음으로써 취한 일종의 부당이득을 감안해야 한다"며 “실제 생산원가가 오르더라도 곧바로 정해진 최고가격을 상향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 리터당 1692.6원에서 10일 오후 3시 1907.3원으로 12.7%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597.2원에서 1931.9원으로 21% 올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 방식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사재기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될 경우 소비자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해 구매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됐던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는 유인이 생긴다. 최고가격제가 내수 공급을 줄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책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최고가격제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연료 소비가 많은 상업용 차량뿐만 아니라 고급차도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가 외제차나 대형 SUV를 운행하는 소비자한테까지 세금으로 기름값을 지원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제 가격대비 국내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해 놓으면 소비가 줄지 않아 결국 원료 수입 확대로 이어져 외화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가스 수입이 막힌 상황이라서 수급 자체도 쉽지 않다. 2022년 러-우 사태때 전력도매가격(SMP)을 제한하는 가격상한제가 실시되자 전력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가스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전력 도매사업자인 한전이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채를 떠 안게 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물량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입 원유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가격 상한제만으로는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 방식보다는 선별 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하 영업용 차량이나 물류·운송 업종 등 연료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에 한해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 화물차, 농업용 차량 등 특정 업종에 한해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며 “취약 계층과 영업용 차량 중심의 선별 지원 정책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유는 208일 비축하는데, 왜 LNG는 9일밖에 안하냐”는 국회 지적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천연가스 비축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국의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약 9일 수준에 불과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오해이며 단순히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은 최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정부의 단기 대응과 중장기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은 약 9일 수준으로 원유 비축량 208일분에 비해 크게 낮다"며 “일본의 약 3주분, 유럽의 약 5주분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으로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현물 물량 확보 등 조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지적에 다소 오해가 있다고 보고 있다. LNG는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얼린 액체 상태로, 상온에서는 기화돼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가급적 수입을 하자마자 사용해야 한다. 의무 비축일수가 9일인 이유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LNG를 지상 저장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일본은 수입업자에 비축 의무가 없으며, 2월 중순 현재 재고량은 약 200만톤으로, 이는 지난해 일본의 LNG 수입량 약 6600만톤의 11일분이다. 유럽은 지하 동굴에 기체 상태로 가스를 저장하고 있어 상대적을 저장일수가 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법적으로 약 9일 수준의 천연가스 비축 의무가 있지만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천연가스 저장 구조 자체의 특성 때문"이라며 “가스는 기체 상태로 저장하면 증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유처럼 장기간 대량 비축을 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LNG 수급 안보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축 기준을 강화하기 보다는 한쪽의 수입선이 막힐 경우 최대한 빨리 다른 쪽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의 지난해 LNG 수입량 4668만톤 중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물량은 카타르산 700만톤으로 14.9%이다. 호주, 미국, 동남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도입하고 있어 원유보다 중동 사태 충격이 덜하다. 다만 국내 가스 시장의 제도적 구조는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LNG 열량 규제 문제를 두고 업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 교수는 특히 천연가스 열량 규제가 수입 다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마다 생산되는 LNG의 열량은 차이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일정 범위의 열량 기준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부 저열량 가스 도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가스 열량이 기준보다 낮더라도 LPG 등을 혼합해 열량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엄격한 열량 규제가 유지되면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수입선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열량 규제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력시장뿐 아니라 가스 시장에서도 가격 통제 정책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에너지 위기 당시 전력시장에서는 SMP 상한제가 도입된 바 있어, 가스 시장에서도 유사한 가격 통제 정책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일수록 시장 구조와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과 가스 시장 모두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급 투자와 수급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제도 설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화재 위험 없는 ‘바나듐 흐름 배터리’ 차세대 전력망 핵심으로 떠올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일 이호현 제2차관이 에이치투(H2) 사업장을 방문해 비(非)리튬계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기술 수준을 점검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H2는 바나듐 흐름전지 전문 기업이다. 덕분에 바나듐 흐름 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바나듐 배터리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1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나듐 흐름 배터리, 즉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VRFB)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기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와 화재 위험 최소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일까. ◇바나듐 이온의 다양한 산화-환원 상태 VRFB는 전해질 내 바나듐 이온의 가역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지난해 9월 '넥스트 리서치(Next Research)' 저널에 발표된 이란 과학기술대학교(IUST) 기계공학과 연구팀의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양극 전해질의 4가와 5가 바나듐 이온 쌍, 즉 V(IV)/V(V)과 음극 전해질의 2가와 3가 바나늄 이온쌍, 즉 V(II)/V(III)이 각각 다른 산화 상태 사이를 이동하며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가역적으로 변환한다. 노르웨이 연구팀은 지난달 '저널 오브 파워 소스(Journal of Power Sour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VRFB의 작동 원리를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외부 탱크에 저장된 액체 전해질이 펌프에 의해 셀 스택(cell stack, 배터리에서 실제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반응 장치)으로 순환하게 된다. 셀 스택에서는 전해질이 전극과 접촉해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이온 선택성 막(Nafion 등)이 두 전해질의 혼합을 막으면서 특정 이온만 통과시켜 전하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안전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바나듐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안전성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유기 용매 기반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및 열폭주 위험이 상존하지만, 바나듐 기반 전해질은 가혹한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에서도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바나듐 배터리는 물 기반의 비연소성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및 폭발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바나듐 배터리의 수계 전해질은 비열이 매우 높고 에너지 방출이 제한적이어서 리튬 배터리에서 흔히 발생하는 치명적인 시스템 실패 위험이 거의 없다. 수계 전해질의 사용이 전압 범위를 제한하는 측면은 있으나, 화재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보장한다. 여기에다 VRFB는 전력을 담당하는 셀 스택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질 탱크가 분리된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핵심 부품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여 장기간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낮춘다. 과충전 시 가스 발생 등의 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나,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즉각적인 폭발로 이어지지 않고, 적절한 전압 제어 및 관리 전략을 통해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 ◇25~30년 이상 장기 운전도 가능 VRFB는 양극과 음극 모두 동일한 바나듐 원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해질이 섞여도 용량이 영구적으로 손실되는 교차 오염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바나듐 배터리는 장기 수명과 경제적인 확장성 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기후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2만 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을 확보할 수 있어 25~30년 이상 장기 운전이 가능해 리튬 배터리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와 함께 출력(Power)과 에너지 용량(Energy)을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셀 스택의 크기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액 탱크의 크기를 분리할 수 있어 단순히 탱크 용량과 전해액 양만 늘리는 것만으로도 대규모 저장 용량을 매우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부는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바나듐 배터리 등 비(非)리튬계 에너지저장 기술의 빠른 개발과 보급을 지원해 국가 전력망을 보다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현 차관은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이 되기 위해 장주기 ESS 구축이 관건"이라며 “비(非)리튬계 ESS 기술이 우리 전력망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시장 진출의 중요한 실적(트랙레코드)이 될 수 있도록 시범 사업 지원과 기술 개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中 다롄엔 100~400MWh 규모로 운영 중 한편,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VRFB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나듐 흐름 배터리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9월부터 1단계 100~400MWh 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향후 200~800MWh까지 확대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북부 풍력 지역에서는 풍력 발전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흐름 배터리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영국과 호주에서도 장주기 ESS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계속될 경우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천 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중동 위기에 민간발전사까지 긴급 소집…“평소엔 LNG 억제, 위기땐 역할 기대”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민간 발전사까지 포함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장관 주재로 '중동 정세 에너지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 정세가 국내 전력과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전과 발전5사,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 GS EPS,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발전사도 참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회의에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동향, 연료 수급 상황, 전력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회의에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영향과 발전 공기업 및 민간 발전사의 연료 수급 상황, 해외 사업 영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참석해 중동 정세가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 구성을 두고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에는 탄소중립을 위해 LNG 발전 신규 사업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민간 발전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 정책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LNG 발전 확대를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LNG발전을 대상으로 한 용량시장 도입과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개설이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물량 대폭 축소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정부가 다시 민간 발전사들을 불러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LNG 발전을 줄여야 한다며 신규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공급 안정의 핵심 자원으로 언급하는 상황"이라며 “전력시장에 일관된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력 수급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현실적인 전원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의 의도된 전략”

세계 최대 에너지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봉쇄된 가운데, 이는 미국의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협 봉쇄로 동북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중국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일종의 폭탄 파편을 맞은 것이다. 10일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예측한 책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안보 전문가인 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출판한 저서 '에너지 그레이트게임'에서 “미국은 자국에 대한 경제적 피해 없이 중국의 취약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어 “예를 들어 미 의회가 이란 핵 협상을 거부하거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인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보복할 경우, 페르시아만에서 대양으로 통하는 유일한 해상 통로가 막히게 된다"고 예측했다. 안 교수의 예측이 그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얼추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러자 이란 시간으로 6월 21일 새벽 2시 미국은 '한밤의 망치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을 통해 폭격기로 이란의 여러 핵 시설을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찬했지만,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진 못했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으로 반격할 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진 않았다. 그러자 지난달 28일 미국은 직접 이란 인근에 함대를 배치하고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전면 타격하기 시작했다. 첫 날 공습에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핵심 지도자들이 다수 사망했고, 주요 군사시설을 폭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에 무제한 반격을 선언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에까지 무차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가스 물동량의 20~25%가 운송되는 핵심 요충지로, 세계 에너지시장의 대동맥이자 초크포인트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물동량 중에서 원유 및 석유제품의 80%, 그리고 LNG의 90%가 아시아로 향한다. 안 교수는 “이 경우(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중국은 석유 수요를 충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인플레이션 급등, 위안화 가치 폭락 등 경제 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며 “요컨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는 더 이상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 전까지만 해도 석유 소비량이 자체 생산량보다 많아 중동의 석유 수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중반부터 수평시추 및 수압파쇄 기술 개발로 셰일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세계 최대 석유, 가스 수출국이 됐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석유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안 교수는 이 지점이 이란으로 하여금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끔 만드는 시발점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특수부대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본국으로 압송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값싼 원유를 공급하는 한 곳으로 지목된 나라다. 이란과 러시아가 또 다른 중국 공급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 미국의 모든 칼날은 중국을 때리기 위한 하나의 전초전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뭔가를 할 것이다.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에너지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고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중국 경제에 굉장히 큰 타격이 갈 것이다. 지금 이걸 진행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와 동시에 물리적 방법도 쓸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덫을 놓을 것이다. 중국은 그 덫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라고 해도 한국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은 중동으로부터 원유 수입의 70%, 가스 수입의 15%를 의존하고 있는데, 현재 수입이 차단돼 에너지 요금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안 교수는 한국이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선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및 협력을 강화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가장 좋은 전략"이라며 “7광구도 한국, 미국, 일본이 협력으로 공동 개발에 나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유 수입량 중 미국산은 2024년 2151만톤에서 2025년 2232만톤으로 3.7% 늘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LNG 수입량 중 미국산은 2024년 564만톤에서 2025년 438만톤으로 22.2% 줄었지만 올해 1월 수입량은 60.6만톤으로 전년보다 55.2% 증가했다.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겸 에너지안보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 교수는 코넬대 국제관계학 학사, 조지타운대 대학원 외교학 석사, 런던정경대 대학원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윤석열 정부) 등을 역임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1970년 제정 이래 한번도 안 쓴 ‘석유 최고가격제’, 과연 효과 있을까

중동 사태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가 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제도의 선제적 도입 논의만으로도 시장을 압박하면서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실제로 가격이 상한제 이상으로 올라 버릴 경우 손실을 보는 당사자가 발생하는 만큼 손실이 특정업계에 쏠리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유류세 인하 카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선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가 곧 제도를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장관은 “거의 준비를 다 마쳤다.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고, 시행하게 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나와 있는 정부의 권한이다. 석유의 수입 및 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정제업자, 수입업자,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1970년 석유사업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1997년까지는 정부 가격 고시제가 운영됐기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유가 급등 사례가 있었으나, 이 제도는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에서는 상한가격을 얼마로 할지, 어느 유통단계에 적용할지, 기간은 얼마로 할지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상당히 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도 도입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최고가격제 도입에 찬성하다"며 “다만 소매가격에만 제도를 적용하면 주유소업계가 일방적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유사 공급가격에도 동시에 적용이 필요하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인 만큼 추후 정부의 손실보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이익단체인 석유협회 관계자는 “제도는 법에 근거한 고유한 정부의 권한인 만큼 업계는 그 정책에 따를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 제도를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법에도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소통을 통해 세부 내용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덕 한국에너지학회 회장(아주대 화학공학과 교수)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민들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선제적 논의만으로도 불안감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석유 산업용의 경우 수출시장과도 연결돼 있어 산업용은 제외하고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가 소비 시장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국제 가스가격이 크게 올라 발전단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정부는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한전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자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 상한제로 한전 부담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은 막았지만, 급등한 국제 가격이 국내 요금에 거의 반영되지 않아 전력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소비량은 2021년 53만3431GWh에서 2022년 54만7933GWh로 2.7% 늘었다. 전력소비 증가는 연료인 가스 수입 증가로 이어져 결국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전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게 됐다. 박 회장은 “최고가격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중동 사태가 더 길어지면 석유시장뿐만 아니라 가스, 전력 등 모든 에너지 분야에 최고가격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처럼 정부와 업계, 전문가가 함께 대책과 실행방안을 짜는 위원회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정부가 아직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는데, 유류세는 변동 상황에 대비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게 설계돼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지역별 전기요금제 공감대 확대…유권자 63.5% 찬성

지역별 전력자립률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에 대해 유권자 63.5%가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력자립률이 낮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절반 이상 유권자가 지역별 요금제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권자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기후위기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광역시도별 전력 소비 대비 생산 비율이 높은 지역은 요금을 낮추고, 반대로 전력 생산이 적은 지역은 요금을 높이는 방안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63.5%가 찬성했고 18.1%가 반대했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8.4%였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한 찬성 비율은 원전이 밀집한 부산에서 69.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시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에서도 찬성 비율이 59.7%에 달했다. 경기도는 62.8%, 인천은 64.0%로 수도권 주민들도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이 수도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송전망 확충 과정에서 지역 반대가 거센 만큼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송전탑 설치 갈등과 관련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3.5%였다. 반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21.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5%로 집계됐다. 유권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에 따라 투표 대상을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5%는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공약과 관계없이 지지하던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0%였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광역단체장의 에너지 공약 중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선호도는 64.5%로 가장 높았고, 원전은 33.1%, 화석연료는 23.6%로 나타났다. 정부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54.9%가 찬성했고 26.1%가 반대했다. 다만 거주지 인근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반대가 46.7%, 찬성은 38.5%로 나타났다. 정부의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72.2%가 찬성했다. 이는 새로운 광역자치단체장에게 화력발전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길 바라는 여론으로 해석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로컬에너지랩이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와 피앰아이에 의뢰해 이메일로 설문 링크를 발송한 뒤 응답을 듣는 방식으로 지난달 2∼23일 이뤄졌다. 응답률은 3.1%,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0.7%포인트(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에너지 권한 커진 지자체…지방선거, 기후위기 대응 시험대

기후위기 대응이 6월 지방선거의 중심 의제로 떠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법 개정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전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새로운 지자체장이 기후위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전망했다. 9일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이 유권자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선거 기후위기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따라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3.5%는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공약과 관계없이 지지하던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0%였다. 기후정치바람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기후·에너지 관련 이슈가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수도권 외 지역에 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요구와 맞물리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의와 함께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정치바람 여론조사에서도 전기요금 차등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또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본 응답자도 53%에 달했다. 지역에는 주민 기피시설인 발전소와 송전선로만 들어서고 수도권의 전력 공급지로만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송전비용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고, 지역에는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주요 인프라로 보내고 비수도권은 환경오염산업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충남에서는 이해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자원을 끌어오르기 위해 지역과 어떤 협의도 없다. 에너지는 생산지에서 소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법 개정으로 전남·광주특별시 출범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역 권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주요 권한으로는 설비용량 20메가와트(MW)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권을 지자체가 갖게 되는 점이 꼽힌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3MW 이하 설비에 대해서만 발전사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지방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나 육상풍력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경북·대구와 충남·대전 특별법에도 20MW 이하 설비에 대한 허가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전남·광주와 달리 특별법 통과가 지연된 상태다. 전남·광주 특별시 출범에 그치더라도 해당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에 따라 지역별 탄소중립 정책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철 생태도시리빙랩 소장은 “전남·광주 통합은 기후 전환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소장은 “행정통합이 지금은 기후 의제와 무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기후 의제와 매우 밀접한 사안"이라며 “시도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서로 달라 통합이 이뤄질 경우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설치구역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이격거리 조례도 법 개정으로 설정이 어려워졌다. 이격거리란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지자체 조례다. 지자체는 발전사업 허가권 다음 단계인 개발행위 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격거리 조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설치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문화재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제외하고는 이격거리를 일정 거리 이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민이 발전사업에 일부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설비에는 이격거리 적용도 제한된다. 그동안 지자체는 주민 반대를 근거로 이격거리 조례를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주민 반대를 이유로 사업을 막기보다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을 단순히 강조하기보다 지역 복지 사업과 연계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 공약은 단독으로 고립돼 제시되기보다 복지 공약과 연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사례로 '햇빛소득마을'을 소개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이 직접 태양광 발전을 하고 그 수익을 마을 복지 등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위 여론조사는 로컬에너지랩이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와 피앰아이에 의뢰해 이메일로 설문 링크를 발송한 뒤 응답을 듣는 방식으로 지난달 2∼23일 이뤄졌다. 응답률은 3.1%,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0.7%포인트(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 최고가격제 검토, ‘SMP 상한제’ 재도입으로 이어지나

정부가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전력시장에서도 과거 에너지 위기 당시 시행됐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다시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에너지 가격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전력시장에서도 SMP 상한제가 다시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MP 상한제는 전력도매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해 150원대 수준이던 SMP가 250원 이상으로 급증하자 정부는 전력시장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SMP 상한제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어느 정도 완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통제로 전력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SMP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발전사들이 연료비 상승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부 발전사들은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 압박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시장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란 LNG 가격 등 연료비의 변동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기요금의 기본 작동 원리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물가 부담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제한하면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47조8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전력 구입 비용 급증이 한전 재무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전력 가격을 억지로 눌러 놓으면 소비가 줄지 않아 이는 결국 연료를 더 많이 수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외화낭비 및 한전의 적자를 부추기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통제를 반복할 경우 전력시장 구조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 실제로는 상한을 두거나 가격 통제를 하면 제도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면 전력시장 투자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일수록 가격 신호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시장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깜깜이’ 전력망 정보…해상풍력 보급 걸림돌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이 오는 26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내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서는 발전 설비뿐 아니라 전력을 육상으로 전달하는 해저케이블과 송전망 구축 체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최근 공개한 '해상풍력 확대를 위한 해저케이블 제도정비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해저케이블과 전력망 구축이 발전 계획과 충분히 연계되지 않아 향후 발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과 육상 송전선, 변전소 등 전력망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돼야 하지만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 갈등과 환경 문제 등으로 구축 속도가 발전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송전망 협력 구조, 정부 주도 환경평가, 주민 참여 제도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계통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전망 사업자 '초기 참여' 부족…특별법에도 제한적 반영 KEI 이재혁 연구위원 등이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는 국내 제도의 핵심 문제로 송전망 사업자의 참여 시점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늦다는 점을 꼽았다. 독일·영국·일본 등은 해상풍력 부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송전망 사업자가 참여해 계통 용량과 접속 지점 등을 함께 결정하지만, 한국은 전력계통 정보를 정부가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과 전력망 구축이 따로따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발전이 시작되더라도 송전 용량 부족이나 계통 접속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에서는 입지 정보망 작성 단계부터 송전망 사업자가 참여해 접속 가능 지점과 계통 용량을 제공하고, 예비지구 단계에서는 변전소 위치와 공동 접속 설비 계획을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실시계획 단계에서는 발전사업자와 송전망 사업자가 사업 일정과 계통 연계 시점을 조율하고 지연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책임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법법과 시행령안에는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구역을 지정하고 전력망 연계를 요구하는 절차가 포함되기는 했다. 1기가와트(GW)를 초과하는 대규모 발전지구는 송전사업자가 접속 설비를 우선 건설해 계통 연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했다. 해당 비용은 발전사업자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송전망 사업자가 입지 정보망 작성이나 예비지구 단계부터 제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은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아 발전사업과 송전망 구축을 동시에 계획하는 협력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주도 환경평가 제도는 일부 반영 환경성 검토 방식 역시 보고서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분야다. 독일·영국·일본은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해 부지 선정과 사업 추진에 반영한다. 반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기업이 환경성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중심이어서 평가 결과의 공개성과 통합적 검토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예비지구 지정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해양 생태계와 어업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전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월 공개한 특별법 시행령안에는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 환경성과 입지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절차가 포함되면서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환경성과 해양 이용 현황을 함께 검토하는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제안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기후부나 해양수산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로 지정한다.다만 평가 결과의 공개 범위나 환경정보의 통합 관리 체계는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민 참여 확대 규정 도입…협의체 운영은 과제 해상풍력 개발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 협의체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연구에서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정부·전문가·지역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해저케이블 경로와 접속 지점, 송전선로 등을 논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독일과 영국은 전문가 중심 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한 뒤 공론화 절차를 통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정부와 기업, 지역 대표가 참여하는 공공·민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제도에서는 어민이나 송전선로 인근 주민 대표의 참여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구에서는 어업단체와 지역 주민을 포함한 공공·민간 협의체를 단계별로 운영해 해저케이블 상륙 지점과 송전선로 계획을 논의하고, 설치 이후에도 환경 변화와 어업 영향 등을 공동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법 시행령안에는 해상풍력 개발 과정에서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 절차를 운영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 주민 참여 제도는 일정 부분 강화됐다. 다만 해저케이블 경로 선정이나 송전선로 계획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지역 협의체 운영 구조는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해상풍력·수소 연계 등 장기 전략 필요 연구에서는 해상풍력 확대와 함께 전력망과 에너지 산업을 연계하는 장기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저장·운송하는 '파워투엑스(Power-to-X)' 방식이 확대되고 있도, 해저케이블과 수소 인프라를 함께 고려한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해저케이블뿐 아니라 수소 생산시설과 연계한 에너지 운송 체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해상풍력과 전력망, 산업단지를 연계하는 에너지 공간계획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등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해상풍력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발전 설비 확대뿐 아니라 송전망 협력 구조, 환경평가 체계, 주민 참여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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