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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자사주 42만주 소각 결정…주가 약 6% 상승

삼천리가 주주가치 확대를 위해 약 42만주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주가는 6%가까이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임기 변경 건에 반대의사를 보였다. 삼천리는 20일 여의도 본사에서 '제6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42만8248주(발행주식 총수의 10.6%)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약 565억원 규모이다. 회사 측은 “이번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를 높이고, 잔여 자사주 20만2752주(5%) 또한 임직원 성과 보상 등으로 활용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와 상생하는 경영 기조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5.75% 상승해 15만4400원으로 마감했다. 주총에서는 △2025년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자기주식 보유ㆍ처분 계획 승인 등 총 6건의 안건이 상정되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사내이사로는 유재권 부회장이 재선임되고, 전영택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두 임원 모두 안산 LNG복합발전소인 에스파워 대표를 지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는 김도인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 재선임됐다. 정관 변경 안건으로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 등이 의결됐다. 지분 5.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안건 1호인 제무재표 승인 건과 2-5호인 이사 임기 변경의 건에 반대표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한다는 안건에 반대했다. 2025년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액 5조2755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 당기순이익 1313억원으로 확정됐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3000원으로 확정됐다. 이찬의 부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삼천리가 70년 장수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 덕분"이라고 밝히며 “올해는 70년을 넘어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 임직원의 화합을 기반으로 책임·지속·상생경영을 이루며 기업 가치 제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탈석탄은 생존”…산단 열병합 업계, 연료 전환 지원 촉구

산업단지에 석탄발전으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이 정부에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나 바이오매스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열병합발전협회는 박해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단 열 탈탄소화 실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열병합발전협회는 산업단지에 주로 석탄을 이용해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모인 협회다. 집단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주거지에는 주로 LNG가, 산업단지에는 석탄이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 따르면 집단에너지 설비 중 LNG는 9.6기가와트(GW), 석탄은 1.2GW 규모다. 열에너지는 전기와 달리 장거리 수송이 어려워 산업단지 인근에 중소규모 석탄발전을 설치해 열을 공급하는 구조다. 다만 정부가 2040년까지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산업단지 내 석탄발전도 탄소 배출이 석탄보다 적은 LNG나 목재펠릿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 등으로 연료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구 한국열병합발전협회 회장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라는 과제 아래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시설은 탄소중립이라는 유례 없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유연탄 발전은 글로벌 탄소 규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탈석탄 연료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제도적 불확실성과 연료 전환 사업 인허가 지연, 막대한 투자 비용이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LNG로의 신속한 전환과 바이오매스 수급 안정화 등 제도 개선과 함께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미국·이란 간 전쟁 등으로 LNG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석탄에서 LNG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탄소중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흐름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연료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온실가스 초반에 줄일까, 후반에 줄일까…시민이 정한다

국회 기후특위가 운영하는 공론화위원회가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두고 초기에 집중해 줄일지 아니면 후반에 더 많이 줄일지를 정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기후특위에 제출돼 탄소중립법 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후반 감축 선택지를 포함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공론화 중단과 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340명이 탄소중립법 개정과 관련해 숙의할 의제를 확정했다. 주요 의제는 감축목표의 적정성, 시기별 감축 경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 등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월 초에 기후특위 여야 간사인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공론화 전문가 등 10여 명과 시민대표단 500명으로 출범했다. 이후 시민대표단은 340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특히 시기별 감축 경로에 관한 질문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잘 모르겠음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2030년 40% 감축, 2035년 53~61% 감축이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31~2049년 감축목표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하는 목표는 있으나 중간 목표가 없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위헌 판결 이후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년 NDC를 결정했으나,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계획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기후특위는 탄소중립법에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NDC를 담을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2036년부터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아니면 2049년까지 비슷한 속도로 줄일지, 혹은 2036년보다 2049년으로 갈수록 더 많이 줄일지를 공론화위원회에 묻는다. 탄소중립법은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의 상위법으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제로에너지건축물, 전기차 보급목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탄소감축의 세부 이행계획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시민 대상 질문에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이 포함된 데 대해 공론화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방식은 헌재가 탄소중립법을 위헌이라고 본 취지, 즉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이창훈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또한 국회 기후특위는 진행 중인 공론화를 전면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나중에 감축하는 경로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이미 제출한 감축 목표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정한 이전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위반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해당 경로를 질문 문항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5년 NDC의 최저 목표인 53%가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으로 설정돼 있는데 시민들에게 최저 목표보다 더 후퇴한 나중에 더 감축하는 방식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미래 세대 부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환경단체 반발이 커 충돌이 예상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학습을 위해 기초 자료집을 제작해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론화위원회 공개토론은 KBS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이달 28일과 29일, 다음 달 4일과 5일 등 총 4차례 실시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호르무즈 봉쇄 3주째…앞으로 1주일이 韓경제 위기 ‘갈림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4주 이상 이어지면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붕괴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전쟁이 이미 3주에 접어드는 시점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주일 후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한국경제가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도 비슷한 상황이다. 20일 오스트리아 공급망 인텔리전스 연구소와 비엔나 복잡계 과학 허브정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해협이 닫힐 때: 호르무즈 해협의 무역 의존도와 해운 중단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연구 브리프를 긴급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어떤 구조적 충격을 가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봉쇄가 2주 이내에 그칠 경우에는 글로벌 경제가 일정 수준의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4주를 넘어서는 순간 상황은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4주가 지나는 시점부터는 해운 네트워크의 지연이 누적되고, 시스템 전체가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서는 비선형적 붕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 '4주의 벽'…글로벌 해운이 무너지는 순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요충지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단순히 물동량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물류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TIDES 해운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봉쇄 초기에는 일부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일정 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봉쇄 기간이 4주를 넘어가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선박들이 예정된 기항지를 놓치면서 스케줄 백로그가 형성되고, 지연된 선박들이 항만에 동시에 몰리면서 터미널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혼잡이 발생한다. 이러한 병목 현상은 해당 항로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해상 네트워크로까지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피해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56일간의 봉쇄는 28일 봉쇄보다 단순히 두 배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2~3배 수준의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해운 네트워크가 일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급소: “에너지 + 물류" 이중 의존 한국 경제는 이러한 구조적 충격에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걸프 5개국으로부터 연간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의존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단순한 수입 규모를 넘어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 한국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핵심 에너지 자원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봉쇄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대체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공급 전환 과정에서 가격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해운 물류 차질이 더해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봉쇄가 56일간 지속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평균 선박 인도 지연은 약 3일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 특정 화물의 경우 수주 단위의 지연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지연은 곧바로 산업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한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리스크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 “안전하지만, 비싸진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 가스의 공급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네온·헬륨·아르곤·크립톤·제논과 같은 희귀 가스는 노광과 식각 등 핵심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이 가운데 카타르는 LNG 생산 과정에서 이러한 가스를 부산물로 추출하고 있는데, 걸프 지역 특수 가스 수출의 약 98%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한국 역시 매년 상당 규모의 특수 가스를 이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반도체 산업의 단기적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는 반도체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3~6개월 수준의 전략적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네온 공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 비교적 빠르게 적응한 바 있다. 다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물리적 공급 부족보다는 특수 가스 가격 상승이 먼저 나타나고, 이는 곧 반도체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핵심 리스크는 생산 중단이 아니라 비용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비료와 식량: “당장은 괜찮지만, 다음 해가 문제" 걸프 지역은 비료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요소 수출의 약 31%가 이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료는 일반적으로 파종 몇 달 전에 미리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봉쇄는 당장의 농업 생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 경우 다음 시즌의 비료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농가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주요 영향은 생산 감소가 아니라 가격 상승이다. 농가들은 높은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량을 줄이게 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식량 부족보다는 식품 가격 상승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철강 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다. 글로벌 철강 공급망은 중국·인도·터키 등 다양한 공급원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대체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직접적인 공급 중단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철강 가격 상승과 함께 건설 프로젝트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프라 투자 비용 증가와 건설 일정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진짜 위험: “물건이 아니라 가격이 무너진다" 이 연구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위기의 본질이 물리적 부족이 아니라 가격 메커니즘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이전에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어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며, 결국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궁극적으로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가장 큰 위험은 특정 상품의 부족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가 무너지는 데 있다. 이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제국에 명확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봉쇄가 4주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주 이내의 위기는 관리 가능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시스템적 붕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뿐 아니라 핵심 산업 소재까지 포함한 전략적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특수 가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필수 원자재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셋째,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수입선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물류 경로 자체를 분산하는 구조적 대응을 의미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도시가스協 송재호 회장 재연임…“공기열 히트펌프 대응, 미래 성장동력 확보 총력”

도시가스 업계의 이익단체인 도시가스협회가 17대 회장에 현 송재호(경동도시가스 회장) 회장의 재연임을 의결했다. 협회는 올해 중점 과제로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정책 대응, 도시가스업계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2026년도 제1차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과 수지예산 및 임원선출 건을 확정했다. 올해부터 3년간 협회를 이끄는 17대 회장에는 현 송 회장이 재연임하기로 했다. 송 회장은 2020년 4월 회장으로 처음 선임돼 2023년 3월에 연임했으며, 이번에 재연임하게 됐다. 협회는 올해 중점적으로 진행할 5대 전략방향과 11개의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28개의 세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첫번째 전략인 에너지 정책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연구 및 지원 강화를 위해 열에너지 확대 및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정책에 대응하고, 건물 탈탄소 흐름도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협회 내의 미래혁신위원회 출범 6년을 맞아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관련한 실적을 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두 번째 전략인 도시가스산업의 혁신성장과 사회적 책임 경영 실현을 위해 적정공급비용 계산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안전 제도를 전략적으로 마련하며, 고객서비스 향상, 미공급지역 지원 등에 힘쓰기로 했다. 세 번째 전략인 에너지전환 및 산업환경변화에 따른 미래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현안 별로 소위를 구성해 회원사 요구에 협조하고, 천연가스 직수입 확산 등 리스크에 방어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탄소중립 정책 선제 대응, 합리적 전환 방향 제시, 바이오가스 등 저탄소 기반 마련, 분산형에너지 보급 혹산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래지향적 선진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회원사 지원 및 대외협력 강화에도 힘쓰기로 했다. 송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중동 사태 악화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2026년 국내 도시가스사업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한 히트펌프 보급 확대, 열에너지 보급 정책 등 전전화 가속화와 함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강화되면서 도시가스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도 협회는 산업 전반의 경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활력을 높이는 한편, 변화하는 에너지 정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미래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도시가스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호남 40개 배전선로에 ESS 구축…태양광 추가 접속 숨통

전력망 포화 상태인 호남에 숨통이 트인다. 지역 내 총 40개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해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도록 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전망 ESS 연결 사업에 총 117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태양광은 설비용량 기준 최대 228메가와트(MW)까지 추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와 함께 지난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이 발표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구체화한 사업이다. 사업은 포화 상태로 인해 배전선로 접속이 지연된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연결하기 위해 추진된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낮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배전선로 용량이 설정된다. 하지만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는 발전이 중단돼 배전선로가 유휴 상태가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에 ESS를 활용해 낮 시간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일부 저장하고 저녁과 밤 시간에 이를 방전해 배전망 효율성을 높여 태양광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에너지공단은 사업 참여 조건으로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를 요구했다. VPP는 태양광과 ESS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VPP 사업자는 태양광 최대 5.7MW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ESS는 출력 4MW, 저장용량 20MWh 이상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태양광은 배전선로에 신규로 연결하는 사업이거나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야 한다. 40개 배전선로는 광주·전남이 11곳, 전북이 29곳이다. 해당 선로는 모두 연결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가 5.7MW 이상인 지역이다. VPP 사업자는 이 가운데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 선로를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다만, 배전선로별 허용 가능한 ESS 용량은 서로 다르다. VPP 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50% 이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총 지원 예산은 1171억원이다. ESS 표준단가는 1MWh당 최대 5억8600만원으로, 개별 사업은 최대 117억원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 사업자 선정은 사업비, 설비 안정성과 성능, 국내 ESS 산업 기여도, AI 시스템 활용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진다. 사업 공고는 이달 말부터 5월 말 사이 진행되며, 최종 선정은 6월 중순에 이뤄질 예정이다. 전력거래소는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육지에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ESS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는 전력도매가격(SMP)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높은 시간대에 방전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VPP 사업자는 ESS를 활용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제주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배전망 구축 사업은 ESS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만큼 사업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VPP 사업자는 “사업비와 지원 규모가 매력적으로 설계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전망 인근 ESS 설치 부지 확보와 태양광 사업자(5.7MW 규모)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르포] ‘도심 속 국립공원’ 금정산…부산 랜드마크로 ‘우뚝’

“매번 뒷동산 오르듯 했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됐다니 기분이 새롭네요.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거고, 부산에 하나뿐인 국립공원인데 자연도 보호하고, 앞으로 더 소중히 간직해야할거 같아요." 지난 17일 오랜 감성이 느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만난 부산 탐방객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금정산 초입로에는 '국립공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달 전까지 집에서 나와 산책 겸 오르내렸던 뒷동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그저 새롭고, 믿기지 않는다는 게 부산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금정산은 올해 3월 3일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은 66.859㎢로 부산진구와 동래구, 북구, 금정구. 연제구, 사상구 등 6개 구와 경남 양산시까지 걸쳐 있다. 주택가 인근 곳곳에 산책로가 연결돼 있고, 주변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케이블카도 설치돼 산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상 생활 속에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정산이 대도시와 가까운 접근성과 다양한 자연·문화자원을 동시에 갖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정산에는 수달, 삵, 매, 팔색조, 고리도롱뇽 외에도 가는동자꽃, 자주땅귀개 등 14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 동·식물 다수가 분포하는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삼층석탑과 대웅전, 목조석가 여래삼존좌상과 같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범어사와 조선 후기 왜군 침략에 맞서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 금정산성 등 역사 문화자원과 연계돼 있어 복합 보전 가치가 높다. 생물다양성과 역사·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금정산이 지금에서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송동주 금정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광주에 무등산 국립공원이, 대구에는 팔공산 국립공원이 있는데 왜 우리 부산에만 없냐며 시민들이 하소연했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2019년 6월 부산시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하면서 금정산 국립공원이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지만 금정산 내 농지, 사찰 등 사유지 문제로 일부 주민들과 범어사 측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24년 7월 농지 제외, 사찰 지원 등 조건부 동의로 국립공원 지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국립공원 지정안이 마련되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관할 시·도지사와 중앙행정기관장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고시가 마련됐다. 마침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금정산 내 체계적 자연 보전과 함께 생태관광, 탐방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가족 단위의 전기차 전용 야영장 설치, 국립공원 숲 결혼식 등 다양한 방문객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탐방객 수도 2017년 기준 300만여명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올해 40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연구원 보고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경제적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금정산 국립공원의 이용 및 보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조62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정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금정산 국립공원은 향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금정산에는 주택가 주변에서 오를 수 있는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국립공원 지정 후 인근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탐방객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탐방로의 철저한 안전 관리, 생태계와 자연 보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 공단 측은 지역 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탐방로 관리 차원에서 진입로 수를 축소하는 경우에 기존 주민들이 그 길로 못 다니게 될 수도 있어 자칫 규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정산은 사유지가 전체의 약 69.6%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도심형 국립공원인 북한산의 경우 국유지가 64.7%로 공공 토지 비중이 대비된다. 금정산에서 10년 넘게 매점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는 “이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단속에 여러 가지 규제로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금정산 국립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국립공원 내 사유지 관리와 공원 보전, 지역사회 이용 간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며 “앞으로 자연 보전과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함께 고려한 공원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전국 맑고 포근한 낮…해 지면 기온 ‘뚝’

당분간 전국에 맑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다만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겠다. 19일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 따르면 오는 21일까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고, 일교차가 크겠다. 내륙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고, 호수와 강 주변에는 안개가 낄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인 22일에는 기존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서쪽에서 새로운 고기압이 유입되면서 남북으로 저기압, 동서로 고기압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대체로 구름이 많은 날씨가 이어지겠고 제주도에는 약한 강수 가능성이 있다. 평일인 23일부터25일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24일에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수 있어 최신 예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2일 서울 지역의 최저기온은 1~2도, 최고기온은 14~15도로 예상된다. 남부지역은 일부 지역에서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겠다. 기상청은 낮 기온이 높더라도 일몰 이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만큼, 장시간 야외 활동 시 여벌 외투나 담요를 챙길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면이 녹으면서 등산객들은 낙석 등 해빙기 안전사고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본도 기름값 가격상한제 실시…직접 통제 아닌 간접 개입 방식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도 사실상 기름값 '가격 상한제'에 나섰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고 200엔(약 1876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 상승분을 보조금으로 보전하며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방식의 개입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170엔(약 1594원)대 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정유사에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가격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악화로 일본의 기름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자 내려진 대응이다. 최근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엔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커졌으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70% 수준인데, 일본은 90%에 달한다. 이번 중동 사태로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큰 충격을 받는 구조다. 일본의 가격상한제는 한국의 최고가격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 접근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최고 가격을 특정하는 식이다. 1차 최고 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정해졌으며, 2주마다 국제 가격을 감안해 조정된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가격에 간접 개입한다.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상승 폭을 줄이는 방식이다. 한국 방식은 기름값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만큼 혜택을 본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름 소비가 늘어 석유 수급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해외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또 개입해 해외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 일본 방식은 기름값 상승 폭은 줄겠지만 그래도 계속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름 소비를 줄이는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 간에 차이가 없어 물량 부족 걱정이 없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억제하면 소비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과 한국 모두 유가 급등 국면에서 가격 안정과 시장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정책 논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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