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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전원·에코나우, 미래세대 기후행동 교육 확산 협력

한국환경보전원과 에코나우가 미래세대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고 생활 속 기후행동 실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에서 사단법인 에코나우와 '미래세대 기후행동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미래세대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과 에너지 문해력을 높이고 청소년들이 생활 속 기후행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 기관은 협약에 따라 △기후행동 관련 교육 콘텐츠 및 정보 공유 △청소년 대상 기후행동 캠페인 운영 지원 △생활 속 실천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홍보 △사업 추진 결과 및 우수사례 공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에코나우와 함께 청소년 대상 실천 중심 환경교육을 확대하고, 생활 속 기후행동 문화가 학교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경미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은 “청소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청소년들이 생활 속 기후행동을 직접 실천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교육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미래세대의 올바른 인식과 실천적 행동에서 시작된다"며 “대한민국 환경교육의 허브인 국가환경교육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환경교육과 캠페인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전국 곳곳 천둥·번개 동반 강한 소나기

오는 25일 오후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내려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5일 수도권 등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북부, 경상권 등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예상된다. 비는 돌풍과 천둥·번개, 우박도 함께 올 수 있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서해5도 5∼40㎜, 대전·세종·충남 내륙·충북 5∼40㎜, 전북 5∼40㎜, 대구·경북(북부 제외) 5∼40㎜, 전남 북부 5∼30㎜, 울산·경남 내륙 5∼30㎜이다. 강원 내륙·산지와 경북 북부는 다음 날 새벽까지 최대 60㎜의 강우가 이어지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5∼20℃(도), 최고기온은 21∼28도로 평년(17∼20도, 24∼28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불확실한 천연가스 수요전망, 에너지 안보 ‘시한폭탄’ 된다”

천연가스는 주요 발전원이다. 국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가스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이다. 빠른 시간에 터빈을 가동시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반대로 재빨리 중단도 할 수 있다. 이 장점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조화를 갖는다. 갑자기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아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중단되면, 재빨리 가스발전을 가동시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치명적 단점이 생겼다.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스 성분인 메탄(CH₄)은 석탄이나 석유보다 배출량은 적지만 그래도 연소 시 탄소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 시대에 사라져야 할 에너지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천연가스는 이러한 장점과 단점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 애매한 취급을 받고 있다. 이 정부는 재생에너지 대규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가스발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시에 퇴출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천연가스에 대한 이 정부의 모호한 취급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4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산업 인사이트에 기고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LNG 수급 안정의 조건' 글을 통해 국내 천연가스(LNG)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이 에너지 안보를 흔들 수 있는 핵심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메워주는 대표적인 계통 유연성 자원이다. 또한 AI 산업 활성화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공급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가스발전의 부담은 예측치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만약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천연가스 감축 효과만을 기계적으로 전제해 천연가스 수요를 과소 추정할 경우, 실제 수급 현장에서 심각한 천연가스 부족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천연가스 조달 구조상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은 곧장 장기 공급계약 체결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변동성이 극심한 글로벌 현물 시장(Spot Market)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국내 물가와 산업 경쟁력 전반에 심각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지면 LNG 구매처는 과잉 계약에 따른 재고 부담을 극도로 경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을 보장받는 10~20년 단위의 장기 공급계약 맺기를 주저하게 되고, 부족한 물량을 단기 현물시장에서 조달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위험성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극명하게 드러났고, 이번 미국과 이란 간의 중동 전쟁에서 또 드러났다. 2022년에 현물가격은 10배가 뛰었고, 올해는 2배가 뛰었다. 이 교수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 조달 전략의 다변화와 더불어 국내 전력·에너지 정책 간의 정합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유가 연동제가 주를 이루는 기존 장기계약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산 LNG 등 헨리허브(Henry Hub) 기반의 허브연동 물량을 적절히 확보함으로써 고유가 충격을 분산하는 가격 헤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천연가스수급계획의 정합성이 필요하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수립 중인 12차 전기본에는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 가스발전이 담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16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수립하는 산업통상부는 기후부의 기조를 그대로 반영할지를 놓고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가스발전을 단순한 감축 대상이 아닌 계통 안정화를 위한 필수 보완 자원으로 재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장기계약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비축 역량을 키우고 저장 인프라를 조기에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천연가스로 CO₂를 고부가 원료 전환…가스公·전남대, 공정기술 개발

가스공사가 전남대 나경수 교수 연구팀과 함께 천연가스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고부가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핵심 통합 공정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24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화학과 나경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3년부터 진행해 온 '천연가스를 활용한 이산화탄소의 흡수 및 열화학적 촉매 전환 통합 공정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핵심 촉매 기술과 공정 최적화 성과를 확보했다. 기존의 이산화탄소 수소화 반응은 별도의 수소 기체 공급이 필수적이었으나, 나 교수 연구팀은 수소 기체가 없는 조건에서도 천연가스(메탄)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화학 시장에서 수요가 매우 높은 아세트산, 메탄올, 아세트알데하이드, 아세톤 등 함산소 탄소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 공정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팀이 이번 공정을 통해 합성한 화합물들은 현대 산업 전반에서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 핵심 원료들이다. 메탄올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기초 유기화학 물질로, 친환경 선박 연료 및 플라스틱, 접착제 등의 원료로 쓰여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가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섬유 및 포장재(PET)의 필수 원료인 아세트산과 반도체·전자재료 세정제 및 섬유 수지 제조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아세톤 역시 각각 수십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고가치 자원이다. 의약품과 향료, 유기화합물 합성의 중간체로 쓰이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또한 정밀화학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소재다. 연구팀은 이번 과제를 통해 금속산화물 및 금속탄산염에 기반한 이산화탄소·탄화수소 전환 '이중기능성 촉매' 3종 이상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아울러 촉매의 물리·화학적 특성 제어와 순환형 반응 제어 기술, 추가 반응물 주입 기술 등을 융합해 원하는 화합물의 생성 선택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까지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공정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량적 데이터 확보도 마쳤다. 공간 속도, 온도, 압력 등 다양한 공정 변수에 따른 반응 결과를 체계화했으며, 반응 후 추출 공정을 대폭 개선하여 화합물의 회수율을 높이고 전체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완성했다. 이는 향후 대량 생산 공정으로의 스케일업(Scale-up)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이번 성과는 가스공사가 나 교수 연구팀에 외부연구용역을 맡겨 이뤄졌다. 과제명은 '천연가스를 활용한 이산화탄소의 흡수 및 열화학적 촉매 전환 통합 공정 기술 개발'이며, 연구기간은 2023년 11월 1일부터 2025년 10월 31일까지 총 24개월이다. 가스공사 측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학술적·기술적 지식은 이산화탄소와 천연가스 전환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 공정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실험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효율을 더욱 개선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탈석탄·재생에너지 중심추 ‘진주’”…경남도, 통합발전사 본사 유치 총력

발전 5사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합발전사 본사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 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남동발전이 위치한 경남 진주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입지적 이점, 산업 생태계 연계성, 경제성, 그리고 정주여건 등 모든 면에서 당위성이 앞선다는 평가다. 경남 진주는 발전 5사 본사 소재지 중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어 현장 관리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곳이다. 하동, 삼천포, 고성, 함안, 여수 등 주요 발전소와 1시간 생활권에 위치해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한국전기연구원(KERI)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너지·전력 기업 및 기관들이 경남에 집적해 있어 긴밀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지정되는 '하이브리드 수소에너지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국가 R&D 사업을 추진할 강력한 동력도 확보한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전환' 정책 측면에서도 진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대 해상풍력 및 태양광 재생에너지 집적지인 전남권과 긴밀히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는 2030년 삼천포와 하동 화력발전소 폐지가 예정되어 있어 '탈석탄 폐지 시범사업'의 선도지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불안과 지역 소멸 위험을 극복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할 상징적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경제성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진주 존치론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전남 나주와 충남 내포 등 타 지자체에 신규 청사를 건립할 경우 2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과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국고 낭비와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반면 진주는 현재의 남동발전 본사 청사와 우수한 인력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 새로운 역할 연구용역' 중간보고에서도 단일 법인 체제 통합 시 기존 본사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전 기관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주여건 만족도에서도 진주혁신도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진주는 2020년과 2024년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에서 각각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정주율이 69.3%에 달할 정도로 주거·교육·교통·의료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으며, KTX 진주역과 사천공항 등 광역 교통 접근성도 매우 우수하다. 경남도 관계자는 “통합발전사는 단순한 기관 통합을 넘어 에너지 전환 시대 국가 전력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조직"이라며, “입지 효율성, 기존 인프라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 재생에너지 전략 거점으로서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남 진주가 최적지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충남, 전남, 세종 등도 유치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객관적인 지표와 당위성에서 앞선 경남도가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서면서 진주가 통합발전사 본사 입지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산을 푸르게 만든 것은 식목일이 아니라 석탄이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산림국가다. 오늘날의 울창한 산림은 흔히 식목일이나 산림녹화 정책의 성과로 설명되지만, 에너지 전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정용 연료의 대부분은 땔나무였으나, 태백 탄전 개발과 연탄 보급 확대에 따라 난방 연료가 나무에서 석탄으로 전환되었다. 산림이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림 사업뿐 아니라, 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널리 보급되면서 산림 훼손 압력이 감소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에너지 전환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지난 20년간 탄소배출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발전 연료의 변화였다. 셰일혁명을 통해 공급된 저렴한 천연가스가 석탄 발전을 대체했고, 동시에 여러 주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을 추진했다. 정책과 시장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는 탄소중립이 단일한 해법만으로 달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환경단체들은 천연가스 역시 화석연료라는 한계를 지적했고, 반면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의 현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기술, 정책 수단이 상호 경쟁하고 조정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험은 탄소 감축이 이상적인 해법보다는 현실적인 선택과 점진적인 변화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사례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태양광·배터리 생산국이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흐름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일찍 인식하고,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청정에너지 산업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역할은 단순히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태양광 발전 비용이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중국의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국제사회가 정책을 통해 시장을 형성했다면, 중국은 제조 역량을 통해 기술 보급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환경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을 추진해 온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산업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의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비용이 유럽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탈탄소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탄소중립의 성공이 목표 선언 자체보다 실현 가능한 이행 경로를 마련하는 데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탄소중립은 환경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자 에너지정책이다. 그러나 국내 논의는 여전히 감축 목표나 특정 기술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탄소중립이 새로운 성장 기회보다는 비용과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중국, 유럽의 경험은 공통적으로 탄소중립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 기술, 공급망, 에너지 안보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전략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탄소를 얼마나 감축하느냐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산업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지방정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단순한 감축 사업의 나열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 체계와 연계된 발전 전략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역의 여건과 비용 부담, 산업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환 경로가 요구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균형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발전한다. 탄소중립 역시 이상과 현실, 환경과 산업, 규제와 성장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지속 가능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한다. bienns@ekn.kr

“25조 美 원전 공급망 시장 열렸다”...K-원전, 대미투자 기회 선점해야

미국 정부가 자국 원전 공급망 재건을 위해 175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대규모 금융 지원에 나서면서 한국 에너지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연계해 원전·전력망·가스 인프라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지배금융(EDF)은 지난 23일(미국시간)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10기 건설에 필요한 장기 납기 기자재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미국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공급망 재건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넘어 미국 내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국가 전략 사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지난 18일 시행된 대미투자특별법과 맞물려 이번 발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에 합의했으며, 정부는 이를 집행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와 투자기금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원전이 대미 투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분야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원전은 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적고, 한국 기업들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AP1000 원전 핵심 주기기를 제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창원 공장의 대형 단조 설비와 원전 제작 역량은 미국이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단순한 투자 의무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 도약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 시장에는 엄청난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에너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사실상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송전망, 가스망, 원전, ESS, 재생에너지 등 대부분의 투자 대상이 에너지 분야와 연결돼 있다"며 "어차피 우리가 부담하게 될 투자라면 한국 기업들이 실제 사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도 최근 대미 투자 확대를 계기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 역시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현재의 원전 경쟁력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활용해 미국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 자금이 아니라 실제 공급망과 제조 역량"이라며 "한국이 원전 기자재와 전력기기, 가스 인프라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대미 투자 자금을 사업 기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DOE 발표가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미국 원전 르네상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단순 수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물 흐름 막히니 녹조 창궐”… 낙동강, 세계 녹조 연구의 ‘거대 실험실’ 됐다

지난 17~18일 경남 창원에서는 칠서정수장이 수돗물을 공급하는 성산·의창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집중적으로 접수됐다. 이는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상수원을 취수하는 낙동강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창원시 수돗물에서도 남세균이 만든 냄새 유발 물질 '지오스민'이 검출된 탓이다. 지오스민은 인체에 독성은 없지만 흙·곰팡이 냄새 등 악취를 풍긴다. 이처럼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이 세계에서 녹조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가 아닌 강에서 발생하는 녹조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는 얘기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생태계나 우수한 수질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토목공사 이후 녹조가 어떻게 발생하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잘못된 개발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낙동강은 오늘날 세계 녹조 연구의 중심 무대가 됐고, 과학 연구 결과가 축적될수록 결론은 하나로 모이고 있다. 낙동강 녹조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보 건설로 인한 물 흐름의 정체라는 것이다. ◇하천 녹조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찾는 이유 최근 국제 학술지 '워터 리서치 (Water Research)'에는 독특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연구진은 1975년 이후 50년 동안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4000편 이상의 논문을 찾아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천 녹조 모델링 연구 162편을 선정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수리모형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하천 녹조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162편 가운데 한국 강과 관련된 내용이 26%(42편)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유럽이 25%, 미국이 21%, 중국이 12%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의 강을 다룬 논문의 상당수는 낙동강에 관한 논문(29편, 전체 162편의 18%)이었다. 사실상 낙동강이 녹조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강이 됐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형 보가 연속적으로 설치된 이후 강의 흐름과 녹조 발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장기간 관측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환경학자들에게 낙동강은 거대한 자연 실험실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장기간 모니터링 자료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진이 꼽은 녹조 핵심 변수는 '체류시간' USGS 연구진이 검토한 162편의 논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녹조 발생 요인은 영양염류와 수온, 유량, 유속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하천에서 물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를 뜻하는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변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USGS 연구진은 논문에서 “유속 감소와 체류시간 증가가 녹조 예측 모델의 핵심 변수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은 낙동강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체류시간이 크게 증가한 대표 사례로,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연구 현장이 됐다. 강물이 빠르게 흐르면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은 충분히 증식하기 전에 떠내려간다. 그러나 물이 정체되면 남세균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강이 강처럼 흐를 때보다 호수처럼 고여 있을 때 녹조가 훨씬 잘 발생한다는 의미다. ◇낙동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09년부터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는 8개의 대형 보가 설치됐다. 그 결과 강의 흐름은 크게 느려졌다. 실제로 연세대 박준홍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 주요 구간의 유속은 보 건설 이후 과거보다 최대 8배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녹조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유속이 감소할수록 남세균이 증가하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이 논문은 보 건설로 인한 유속 감소가 녹조 증가에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할 경우 유속이 회복되면서 녹조 발생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에 발표된 서울시립대 연구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유량 조절하천을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수온이 남세균 발생의 핵심 변수이며, 특히 체류시간이 녹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는 낙동강 8개 보 구간에서 보 설치 이후 유해 남세균 녹조 발생 기간이 점차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강의 흐름을 바꾸는 수리학적 조건이 녹조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 결과도 같은 방향 최근의 인공지능 모델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사용한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결론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물이 느려질수록 녹조가 늘어난다. 물이 오래 머물수록 녹조가 심해진다. 보가 만들어낸 정체 수역은 남세균 번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의미 있는 점은 최근의 연구들이 한국 내부 논쟁이 아닌,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구진이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유속이 핵심 변수로 나타났고, 낙동강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실증 연구 역시 보 건설 이후 유속 감소와 녹조 증가의 관계를 확인했다.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환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강의 흐름을 늦추는 구조물이 녹조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점점 더 강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낙동강을 연구하는 슬픈 이유 낙동강은 이제 세계 녹조 연구의 대표 사례가 됐다. 미국의 환경과학자들, 유럽의 수생태학자들, 중국과 호주의 모델링 전문가들이 모두 낙동강 연구를 인용한다. 낙동강이 가장 건강한 강이어서가 아니다. 대규모 하천을 인위적으로 느리게 만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동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아픈 강'인 셈이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축적된 국내외 연구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강이 흐르지 못하면 녹조는 늘어난다. 세계 연구자들이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오랜 시간 축적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얻어낸 교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단독] 햇빛소득마을 ‘표준 사업비’ 만든다…주민 부담 낮추고 가이드라인 제시

정부가 '햇빛소득마을' 사업 확대를 위해 태양광 발전사업의 사업비 산정에 나선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마을과 시공업체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주민들의 사업 참여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제시하는 사업비가 향후 중소규모 태양광 사업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적용할 태양광 발전사업 표준비용을 추산 중에 있다. 에너지공단은 협회와 재생에너지종합서비스기업(RESCO),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활용해 적정 사업비 범위를 산정하고 있다. 이는 햇빛소득마을을 추진하는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 사업의 적정 설치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1000개 마을 신청을 목표로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주도로 최대 1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해당 기준 이하에서 표준 사업비가 마련될 전망이다. 현재 1MW급 태양광 발전사업의 사업비는 약 16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부는 항목별 적정 비용과 총 사업비 범위를 제시해 주민들이 사업성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초기 투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 지원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기후부와 공단은 기존 지원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햇빛소득마을 사업비의 최대 85%를 금융 지원하는 한편, 상환 구조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에는 5년 거치 10년 상환 방식이 기본이었지만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1년 거치 19년 상환'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주민들이 초기 부담 없이 발전 수익으로 장기간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자기자본 부담도 낮아질 전망이다. 전체 사업비의 15% 수준인 자기자본은 정부·지방정부 보조금과 각종 수계기금 등을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지원 방식도 대폭 변경된다. 당초에는 마을별 ESS 설치를 검토했으나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전망 연계형 ESS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10% 수준이던 마을 부담금을 사실상 없애고 정부 40%, 지방정부 30%, 가상발전소(VPP) 사업자 30%가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 배전망 ESS를 통해 5~6개 마을의 태양광 설비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된다. 기존 마을 단위 ESS가 1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설비와 연계됐다면, 배전망 ESS는 약 5.7MW 수준의 태양광 설비를 통합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배전망 ESS를 통해 계통 접속 여력을 넓혀 햇빛소득마을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표준 사업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이 정부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사업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RESCO 등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사업비를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표준 사업비는 주민들에게는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겠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가격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자들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데스크칼럼] ‘깜깜이 사후정산’ 깬 정유업계, 신뢰 회복의 첫발 뗐다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국내 석유 시장에서는 어김없이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주유소 판매 가격이 치솟으면 소비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왜 올릴 때는 번개처럼 빠르고, 내릴 때는 거북이처럼 굼뜨냐"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가 내놓는 해명은 늘 비슷하다. 국제 제품 가격의 변동성, 환율, 그리고 유통 시차 때문이라는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수식과 설명은 정작 매일 기름을 넣는 소비자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은 가격의 절대적인 높고 낮음이 아니다. 그 가격이 도대체 어떤 경로와 기준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소비자 눈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 즉 '과정의 불투명성'에 있다. 시장은 가격의 등락은 견딜 수 있어도, 설명되지 않는 등락에는 참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SK에너지가 발표한 주 단위 공급가격 사전 확정과 사후정산 폐지 조치는 정유업계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로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거래는 제품을 먼저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시장 시세를 반영해 뒤늦게 값을 매기는 '사후정산' 구조가 관행처럼 유지돼 왔다. 국제유가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는 하나, 유가 급등기에 주유소가 미래의 정산 리스크를 소비자 가격에 선반영해 가격을 빠르게 올리는 빌미로 지목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정유사 공급가격 사전 확정이라는 새로운 체계에서는 주유소들이 매입 가격을 미리 알고 판매가를 세울 수 있게 된다. 가격 결정 과정 자체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한결 읽기 쉬워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값을 직접 깎아주는 단기적 처방을 넘어, 값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를 투명하게 여는 본질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정유사·주유소 간 체결된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로서, 약속을 이행하려는 선제적 결단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다. 원유라는 하나의 원자재에서 휘발유, 경유 등 여러 제품이 동시에 쏟아지는 정유 공정 특성상, 품목별 원가를 칼로 자르듯 완벽하게 공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전한 원가 공개가 차단되어 있다면,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가격이 정해지는 규칙과 절차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바로 그 최선의 첫 단추를 꿴 셈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세계 5위권의 정제 역량을 바탕으로 평시에는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위기시에는 국내 에너지 공급망을 사수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영세 운수 사업자를 위한 경유 리터당 50원 한시 할인이나, 중동산 원유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겠다는 도입선 다변화 계획 역시 민생 안정과 에너지 안보라는 책임감의 발로일 것이다. 번번이 불거지는 기름값 논란 앞에서 그동안 정유업계는 해명과 방어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거래 구조 자체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은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뚜렷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설명할 수 있는 가격'만이 소비자의 납득을 이끌어내고 정유업계를 향한 고질적인 색안경을 벗길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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