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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사장 재공모…노조 청와대 시위 하루 전 결정

가스공사의 신임 사장 공모가 다시 진행된다. 앞서 가스공사 노조는 5명의 후보들이 모두 자격 미달이라며 청와대 앞 시위를 예고했는데 직전에 재공모가 결정됐다. 19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신임 사장 공모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과 가스공사 출신 고영태·김점수·이승·이창균 씨 등 총 5명의 후보가 산업통상부에 추천됐다. 하지만 산업부는 모두 부적격이라 판단하고 재공모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임 사장 재공모에는 가스공사 노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지난 12월 30일 1차 성명을 통해 5명 후보가 모두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시위도 가질 예정이었다. 가장 유력했던 이인기 후보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을 역임한 유일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며 현 정부와 연을 맺었다. 하지만 가스산업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인기 후보는 전문성에서 심각한 역량 미달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며, 나머지 4명의 내부 출신 후보에 대해서는 “내부인사 출신 사장의 처참한 실패 경험 후 내부 출신 사장을 마냥 반기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내부 출신인 장석효 사장이 취임했으나, 관리 부처인 산업부와 정책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산업부가 그를 비리혐의로 고발하면서 해임됐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일 (5인 후보에 대한) 부적격 사유를 조목조목 짚은 의견서를 작성해 기자회견 후 청와대와 산업부 등 정부부처에 전달할 예정이었다"며 “금일 공사 담당부서로부터 정부가 보낸 사장 후보자 재추천 요청 공문이 접수됐다. 공공기관 운영법 제24조의2에 의거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경영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지부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재공모 결정은 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며 “우리 지부와 조합원이 사장 선임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잇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신임 사장 재공모 결정은 정확히 노조의 요구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청와대와 정부 역시 노조가 요구한 전문성과 대외협력 능력을 모두 겸비한 인물을 찾으려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임 사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현 최연혜 사장의 임기가 길게는 4개월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내일부터 영하 10도 강추위…강풍에 체감온도 ‘뚝’

오는 20일부터 전국 최저기온이 -17℃(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가 시작된다. 1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0일 전국 최저기온은 -17~-2도로 예보됐다.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안팎 낮아지겠다. 서울의 최저기온도 -14도까지 떨어져 출근길에 강한 추위가 예상된다. 전국 최고기온은 -4~6도로, 서울(-3도)·인천(-4도)·세종(-1도) 등 중부 대부분 지역은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지겠으며 전날 내린 비나 눈으로 인한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20일 전국은 대체로 구름이 많겠으나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바이오연료, ‘산업부•국토부•기후부 연계 정책’으로 가야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바이오연료가 수송·발전 부문의 핵심 감축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항공·해운·중장거리 수송 분야는 전기화와 수소 전환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비롯한 바이오연료가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기술적 가능성과 정책 실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바이오연료포럼은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석유관리원, 한양대학교, 산업통상부와 국가 표준 기술력 향상 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연료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SAF 기술 동향부터 기술경제성평가(TEA), 전주기평가(LCA)까지 종합 분석하며 “이제는 기술 논의를 넘어 부처 간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짚은 과제는 산업부의 역할이다. 바이오연료는 '드롭인(drop-in)' 연료 특성상 기존 정유·발전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 표준과 품질·인증 체계가 선결 조건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SAF는 ASTM 기준에 따라 최대 50%까지 기존 항공유와 혼합 사용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원료 범위와 품질 기준, 혼합 한계에 대한 제도적 정합성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산업부가 중심이 돼 SAF·바이오연료에 대한 국가 표준과 시험·인증 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며 “정유사·발전사·항공사의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역할은 보다 명확하다. 항공 부문의 탄소 감축은 자발적 사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 체제를 언급하며, “SAF 혼합 의무화 또는 단계적 사용 목표가 없으면 국내 SAF 시장은 성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은 SAF 혼합 비율을 법·제도로 명시하며 항공사와 연료 공급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향후 급증할 국제선 탄소 상쇄 부담에도 불구하고, SAF 조달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국토부가 항공안전·운항 규정과 연계한 SAF 의무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은 바이오연료 정책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된다. 아무리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과 공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주기평가(LCA)를 기반으로 한 감축 인정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료 생산부터 연료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가 감축 실적(NDC)과 배출권 제도에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AF와 고급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 대비 20~60%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이는 만큼, 기후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정책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바이오연료는 산업·교통·기후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산업부가 공급과 표준을 만들고, 국토부가 수요를 제도화하며, 기후부가 감축 가치를 인정하는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오연료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정책 연계 부족이 문제"라며 “부처 간 역할 분담과 공동 로드맵 수립 없이는 SAF와 바이오연료가 '잠재력만 큰 연료'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李정부의 확연히 달라진 원전 기조…“여론조사는 명분 쌓기용”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한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명분 쌓기용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가 정책 판단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사실상 반원전 성향이던 정부와 여당이 방향 전환에 따른 정치적·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피용 절차'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구심의 배경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갤럽이 별도의 신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총통화 8382명, 응답률 11.9%)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돼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여부가 재논의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조사결과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은 54%, 신규 원전 건설 반대 의견은 25%로 나타났다. 21%는 의견을 유보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기후부 또한 지난주 갤럽에 1500명, 리얼미터에 1500명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신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해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1000명 + 1000명이었으나 1500명 + 1500명으로 바뀌었으며 목표 인원 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조사 기간을 한 주 더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 의뢰 조사 완료 여부와 발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 결과 역시 비슷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갤럽의 여론조사가 사전 조사 성격으로 진행됐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조사가 발표된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에도 전력이 엄청나게 소모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후로 원전 오염수 논란이 있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동안의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1,2차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토론회 역시 김성환 기후부장관이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원전이 필요하다는 결과로 수렴된 바 있다. 기후부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정책 방향을 새로 정하기 위한 판단 자료라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을 바꾸기 위한 조사라기보다, '의견 수렴은 했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원전에 대한 기조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AI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2024년 6325GWh에서 2038년 9514GWh로 50%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전력업계의 분석으로는 AI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12차 전기본에는 더 많은 소비량이 반영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급 안정성과 탄소 배출,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선택된 것이다. 이에 원전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큰 원전 정책을 단기간 설문조사로 다루는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과보다 조사 설계와 절차적 정당성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갈등이 큰 원전 정책을 단기간 여론조사로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신중론도 잇따르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전은 단순한 에너지 선택 문제가 아니라, 전력 수급 안정성·안전·지역 주민의 삶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라며 “이런 정책을 찬반 여론조사로 판단하려는 접근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특히 조사 이전에 질문 설계와 판단 기준, 결과의 정책 반영 방식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여론조사든 공론조사든, 시민이 결과를 받아들이려면 먼저 그 룰에 동의해야 한다"며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어느 정도의 찬성이 나오면 정책 판단으로 삼을 것인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결과만 제시하면 수용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원전 정책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일수록, 조사 결과 자체보다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질문 문항과 정보 제공 방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AI 전력 수요 대응에 필요하다는 설명을 먼저 제시한 뒤 찬반을 묻는다면, 응답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나 사고 위험, 장기적 부담을 강조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질문 설계에 따라 결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일 여론조사 결과를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절차가 공론조사라기보다는 여론청취에 가깝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공론조사는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을 거쳐 판단을 형성하는 숙의 과정이 전제되지만, 이번 조사에는 그러한 구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박태순 소장은 “공론화라는 표현을 쓰려면 숙의 과정이 필수인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여론청취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솔직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의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1,2차 바람직한 에너지믹스토론회 결과와 종합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설 연휴 이전에 공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처럼 장기간·대규모 투자와 위험 관리가 수반되는 정책 사안일수록, 여론조사가 결론을 대신하기보다는 정책 판단의 참고 자료로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본다. 박태순 소장은 “여론조사는 정책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찬반 숫자가 아니라, 그 결과를 정부가 어떻게 해석하고 책임질 것인지"라고 말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신규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서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대응, AI 전력 수요 공급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 시점이 늦춰질수록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질 수 있다"며 “조사 결과가 정책 판단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규 원전 여론조사가 정책 논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절차 논란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지는 결과 그 자체보다 조사 설계와 후속 설명, 그리고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전사업 허가권을 지자체로”…중앙정부, 지역특성 반영 못해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대규모 발전사업 허가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주도 개발이라는 정책 요구가 확대되면서 이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자체에서 허가권을 운영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력망 안정성과 국가 차원의 전력 수급 관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9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내놓은 '광주·전남특별시 행정통합 특별법' 초안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허가권을 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태양광 설비용량 50메가와트(MW) 초과, 풍력 100MW 초과 사업에 대해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발전사업 허가권은 중앙정부(전기위원회)가 갖고 있는데, 초안에 따라 허가권이 통합지자체로 넘어갈 경우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도 같은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주도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발전사업 허가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시·도지사는 3MW 이하(단, 제주도는 모든 용량 풍력발전 사업 허가권 보유) 소규모 발전사업에 대해서만 발전사업 허가권을 갖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사업은 중앙정부에 허가권이 있다. 발전사업 절차는 먼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뒤 지방정부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한국전력에 전력판매계약(PPA)을 신청하고, 전기안전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사업 자체가 중단된다. 전기위원회와 지자체 모두 허가에 앞서 한전으로부터 전력망 여유 용량에 대한 확인을 받고 이를 토대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역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사업허가 과정에서는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어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문제로 기간이 지연되거나 아예 사업이 불가능해지는 일도 다수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위원회에서 사업 허가를 받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후에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개최된 제317차 전기위원회만 보더라도 △평창 유천풍력 발전사업 변경허가 △평창 횡계에코풍력 발전사업 변경허가 △신안 케이에스피1호 태양광 발전사업 변경허가 건이 주민수용성 등의 문제로 심의보류됐다. 지역에서는 중앙정부가 처음부터 사업 허가를 주도하는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주도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지역 에너지 전문가는 “사업 성패는 지자체 개발행위 허가에 달려 있는데 처음부터 발전사업 허가 단계부터 지자체가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주민 수용성 확보와 갈등 조정, 사업 설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처럼 발전 설비와 송전 인프라를 둘러싼 지역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도 허가권 이양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추진보다는 지역 설득을 전제로 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발전사업 허가권 이양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권한이 지자체 중심으로 넘어갈 경우 국가 차원의 전력망 안정성이나 수급 조정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 사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릴 수 있어 사업 준공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무리한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전사업 허가권의 지자체 이양이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 초안에 담긴 것이라서 실제로 이행되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협의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러한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력 당국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남부발전, 재생에너지 현장 안전경영...“정부 정책 적극 이행”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하고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태양광-ESS 연계형 발전단지인 '솔라시도 태양광(태양광 98㎿, ESS 306㎿h)' 현장을 방문해 경영진 현장 경영을 실시했다. 윤상옥 재생에너지 전무는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사업의 운영 현황과 발전 실적, 설비 유지관리 체계, 안전관리 실태 등을 보고받고 주요 발전 설비를 직접 점검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설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안전 최우선' 가치를 기반으로 한 현장 운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SPC 관계자 및 현장 운영 인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재생에너지 정책 환경에 따른 사업 추진 여건과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현장 작업 절차 준수, 위험 요인 사전 점검 등 현장 중심의 선제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윤상옥 전무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친환경 가치 실현과 더불어 현장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지속 가능하다"라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경영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부발전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더불어 '안전 최우선' 국정 기조에 발맞춰,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사업을 포함한 출자회사 및 SPC 사업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와 운영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정기적인 현장 점검과 안전관리 이행 여부 확인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한층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케이엔알시스템, 중부발전과 ‘낙탄 회수 로봇’ 현장실증 성공

화력발전소 저탄장에서 발생하는 낙탄(落彈) 회수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하는 기술이 국내 발전 현장에서 처음으로 실증에 성공했다.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은 한국중부발전과 공동으로 추진한 '다관절 유압로봇 기반 옥내 저탄장 낙탄 회수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 실증까지 마쳤다고 19일 밝혔다 낙탄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과정 중 바닥으로 떨어지는 석탄으로, 방치될 경우 연료 손실은 물론 자연발화에 따른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들은 그동안 인력을 투입해 정기적인 수거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고분진·유해가스가 상존하는 고위험 환경 탓에 산업재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공동개발은 이러한 문제를 로봇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현장 실증은 충남 보령시 신보령발전본부 옥내 저탄장에서 진행됐으며, 실제 발전소 운영 조건과 동일한 환경에서 낙탄 회수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 내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가반하중 400㎏급 다목적 유압 로봇팔 'HydRA-TG'를 적용해 낙탄을 긁어 모으는 '포집' 작업과 컨베이어로 다시 올리는 '상탄' 작업을 분담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불규칙한 저탄장 바닥과 레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이송 플랫폼을 설계했으며, 방진·방수 국제표준 최고 수준인 IP66 등급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이번 개발 과정에서 특허 2건을 출원하며 발전소 현장에 최적화된 양팔 로봇 기반 원천기술을 확보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확보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능과 포집·상탄 작업의 하드웨어 고도화를 위한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2023년 '스마트로봇&드론 챌린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국제발명대회 'IID 2024'에서는 금상과 태국왕립협회 특별상을 받았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이번 현장실증은 발전소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화력과 원전을 아우르는 다양한 발전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로봇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최근 원전 중수로 구조물 해체 실증사업 로봇 플랫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해체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으며, 중부발전을 비롯해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에 로봇과 시험 장비를 공급해온 이력이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세계 전력의 새로운 중심축

2025년은 인류의 에너지 전환 역사에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2025년 올해의 혁신상(Breakthrough of the Year)'에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을 선정한 것은 이를 상징한다. 올해의 혁신상은 사이언스에서 매년 수여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을 인정하는 상으로, 단백질 구조 해석이나 중력파 검출 같은 순수 과학적 발견이 주를 이루던 예년과 달리 산업적·사회경제적 현상을 꼽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2025년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선정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류 문명의 변화, 산업 구조 재편, 전 지구적 정치 질서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5,200GW에 달해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4,800GW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량이 연 264GW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세 배를 넘어선 800GW에 이르렀다. 800GW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중인 핵발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집계한 발전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을 모두 앞질렀다. 이는 전력의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오랜 기간 '미래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불리던 재생에너지가 이제 명실상부한 '주류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화두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전환의 지역별 분열, AI·데이터센터 폭증 수요 대응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축소, 중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조정,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이 맞물리면서 이전처럼 일방적인 '그린 러시'가 아니라 현실적 균형과 경쟁이 지배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또 다른 과제를 던져준다. 이제 각국은 '속도의 경쟁'보다는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후·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산업·기술의 종합적 전략임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5년 1~3분기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2%로, 조사 대상 53개국 중 최하위다. OECD 평균(36.9%)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력의 90% 가까이 여전히 석탄·가스·핵에 의존하는 구조가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탈석탄'을 외치는 선진국들이 석탄 비중을 15% 이하로 낮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OECD 대부분 국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연평균 1.5~5%씩 끌어올린 데 비해 한국은 연평균 0.4~0.8% 수준의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수치로만 봐도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리스크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 3~4GW 수준의 설치 속도를 매년 10GW로 세 배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공공주차장, 공동체·영농형 태양광, 산업단지, 육상·해상풍력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지만, 정책·시장·인허가 구조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특히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의 적정성 논의도 부족해 보인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계통(그리드)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비 확대가 곧바로 전력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제 2025년이 세계의 전환점이었다면, 2026년은 한국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세 축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11.2%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자,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라는 경고음이며, 부끄러운 성적표다. 세계가 이미 전환의 궤도에 올라탄 지금, 한국은 과거의 에너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의 중심축은 이미 바뀌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허용,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에 달렸다

지난 13~14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간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 허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는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도 맞물리면서 언제든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소비자가 일본산 수산물 소비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개인의 위험 인식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사회데이터과학연구소 배영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해양 정책(Marine Policy)' 최근호에 '위험 인식을 넘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후 정부 신뢰가 일본 수산물 구매 의향에 미치는 주도적 영향'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논문에 2024년 2월 22일부터 3월 7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동시에 국내 주요 뉴스 채널 유튜브 댓글 28만3408건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본산 수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원자력(핵) 지식 수준과 정부 신뢰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핵 위험 인식이 낮을수록 구매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계 분석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개인의 방사능 위험 인식보다 구매 의지를 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과학적 위험성 때문에 수산물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는가'를 더욱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튜브 댓글 분석에서도 가장 큰 담론은 과학적 안전 문제를 넘어 정부 정책과 신뢰에 대한 비판이었다. 유튜브 댓글에서 나타난 정부 비판 담론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보다 외교적 관계나 다른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인식, 즉 정부의 '선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반영하고 있었다. 결국 '수산물 안전' 키워드는 과학적 이슈와 정치적 비판을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방사능이라는 추상적이고 과학적인 위험을 '해산물 안전 문제'로 구체화해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고, 이를 정부의 대응과 신뢰도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했다. 이는 식품 안전에 대한 걱정이 단순한 소비자 문제를 넘어, 과학적 논쟁과 정치·사회적 논의를 확산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설문 조사 등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소비 의향이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있었고, 신뢰도가 낮을수록 일본 해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지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정부 신뢰의 세 가지 차원(정보, 유능성, 선의) 중에서도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려는 진정한 의지(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소비자의 구매 의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대중 담론 자체는 매우 정치화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문 조사 분석 결과 개인의 정치적 성향(진보/보수)은 구매 의도 결정 단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산물 구매 거부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는 보편적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임을 시사한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진정성이 있는지를 묻는 '신뢰의 문제'로 변모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은 곧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강력한 거부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원전 인근 지역 거주자와 대졸 이상 응답자 비중이 일반적인 분포보다 높아 일반화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한일 관계의 역사적 적대감이나 반일 미디어 노출 등 외부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정부가 단순히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불안에 공감하고 보호 의지를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일본산 수산물 소비 심리 안정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한편, 지난 13~14일 이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는 후쿠시마현 등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과 식품 안전 문제도 논의됐다. 회담 후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일본 쪽은 식품 안전 또는 식품 무역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우리는 잘 경청했다"며 ““일본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우리는 그것을 경청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일본 측도 회담 이후 외신 인터뷰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근을 위해 양국 간 제대로 의사소통해가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상 공동발표에서는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공해(公海)지역 생물다양성 보호 조약 정식 발효

전 세계 바다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면서도 그동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공해(公海, high seas)'를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국제 조약이 시행됐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공해상의 해양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국가관할권 이외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 협정(BBNJ Agreement)', 일명 '공해 조약'이 지난 17일 전 세계에서 공식 발효됐다. 공해 보호를 위한 최초의 법적 틀 마련 이번 협정은 지난 20여 년간의 논의 끝에 2023년 6월 유엔에서 채택됐다. 이 조약은 지난해 9월 60번째로 모로코가 비준서를 유엔에 기탁하면서 발효가 확정됐고, 비준서 기탁 120일이 지나면서 정식 발효됐다. 한국은 지난해 3월 비준했으며, 현재 중국과 일본, 브라질 등 80여 개이 비준했다. 미국은 조약에 서명은 했으나,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번 조약 발효는 전 지구 표면의 절반에 달하는 공해에 대해 최초로 포괄적인 법적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공해는 개별 국가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해역으로, 그동안 파괴적인 어업 활동, 해양 쓰레기 오염,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어 왔다. 현재 공해 중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받는 지역은 단 1% 미만에 불과하다. BBNJ 협정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MPA)으로 지정하는 '30 by 30' 결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정 비준국들은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의약품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해양 유전자 자원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국가 간에 공유하는 메커니즘도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협정은 심해저 광물 자원 채굴 등 일부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해저기구(ISA) 등 기존 기구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약 발효를 기념하여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3개국에서 해양 보호를 주제로 한 거리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해 보호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특히 해양보호구역을 어떻게 감시하고 규정을 강제할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향후 열릴 당사국 총회(COP)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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