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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원전 건설 논쟁에 “숙의 정치로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문제를 두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난타전을 하더라도 따로 헤어져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게 하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숙의를 거쳐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원전 사업 관련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정부는 원전 2기와 SMR 1기 신규 건설을 지난해 2월 확정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달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두 개 기관을 통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절차를 토대로 조만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최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 그런 거죠"라고 물었고, 이에 김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것 아니냐' '왜 여론조사로 하느냐'며 저한테 항의 문자가 온다"고 언급하며 논란의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최대한 의견 수렴하시고 사실 이게 일종의 이념 의제화돼 가지고 합리적 토론보다는 정치 투쟁 비슷하게 된 경향이 있는데 그걸 최소화하고 충분히 의견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에너지 인사이트] 저유가 장기화에도 환율 급등…한전, 깊어지는 고심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전의 수익성이 확보되는 구조가 형성됐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3일 1482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한 뒤 당국의 개입으로 29일 1434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1월 20일 현재 1477원을 기록 중이다. 발전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낮더라도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전가된다. 다만 국제유가 측면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이 꾸준히 원유를 증산해 배럴당 60달러 초반의 안정적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유가는 2021~2022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급등했다가 점진적으로 안정됐고, 최근에도 큰 변동성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후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저유가 기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LNG 현물가격도 MMBtu당 11달러 초반대를 보이고 있어 일년 전의 13달러 중반대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안정적인 국제유가와 LNG 가격은 한전에 분명 긍정적 요인이다. 국내 전기 도매요금(SMP)은 사실상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도매요금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이는 소매요금 급등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유가 안정 기조를 선호하는 동시에, 자국 내 원유·가스 증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한전에는 반사이익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이 늘어나면 유가 급등 가능성은 낮아지고, 연료비 변동성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가보다 환율 변수의 불확실성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저유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안정돼야 한전의 연료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데, 현재로서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여기에 전력시장 구조 변화도 한전에는 부담 요인이다. 저유가 장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SMP를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꾸준히 인상돼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과 전력 다소비 기업들은 한전의 산업용 요금을 회피하고, 전력도매시장이나 직접구매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전의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정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 안정이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요금 인상 필요성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요금 동결이 장기화될 경우, 재무 구조 개선은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의 총부채는 여전히 200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규모 송전망 투자 확대라는 과제까지 겹쳐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반도체·AI 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송전망 투자는 불가피하지만, 이는 또 다른 재무 부담 요인이다. 결국 한전은 저유가라는 우호적 외부 환경과 환율 급등이라는 불확실성, 그리고 전력시장 구조 변화와 요금 정책 제약이라는 삼중의 압박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가 안정만으로는 한전의 고민을 덜어주기 어렵고, 환율·요금·시장 구조를 함께 바라보는 보다 정교한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 확대, 유연한 발전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10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기만 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가. 답은 명백히 '아니오'다.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태양광은 해가 뜨지 않으면 한 와트도 생산하지 못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거대한 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장을 자처했던 독일에서 '둥켈플라우테'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람이 불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날이 며칠간 지속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결국 독일은 프랑스의 원전과 북유럽의 수력으로 만든 전기를 비싼 값에 수입하는 처지가 됐다. 독일 경제에너지부 부국장이 방한하여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충분하지만 전력망이 부족하여 5,000km를 깔아야 하고 조기 달성이 어려워서 천연가스발전소 10GW와 수소혼소 발전소 2GW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3배이고 산업용은 2배를 넘어선다. 전기요금은 폭등했고, 제조업 경쟁력은 급락했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었던 독일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유연한 발전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변할 때 즉각적으로 출력을 조절해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어서면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ESS는 가장 응동성이 좋은 자원이어서 주파수 안정화에 기여하고 태양광과 연계하면 밤시간을 버텨줄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기후조건이 나쁜 날이 며칠간 지속되면 여전히 재생에너지과 ESS를 엄청난 양으로 설치한다고 해도 그 단독으로는 무용지물이다.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증가시킨 유럽이 지속적인 가격 폭등을 경험하는 것도 기후조건을 완벽하게 상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LNG 발전 역시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유연 발전원이다. 출력 조절이 쉽고 빠르게 가동할 수 있어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데 적합하다. 탄소중립을 가는데 있어서 여전히 허점이 있지만 당분간 충분한 용량을 공급하면서 재생에너지 과다 발생일 때 출력을 낮추고 과소 공급일 때 출력을 급격히 올려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원이다. 특히 제주도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과도하여 출력제약이 일상화되고 있다. 물리적 출력제약을 입찰제도라는 재무적 출력제약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는 엄청난 재무적 손실이다. 재생에너지를 더욱 많이 받기 위해서라도 제주도에 LNG 발전소를 계획대로 건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는 향후 5년간 매년 12GW씩 설비를 늘려야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 목표다. 그러나 설비만 늘린다고 끝이 아니다.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독일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섬나라다. 유럽처럼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부족한 전력을 수입할 수도, 남는 전력을 수출할 수도 없다. 정부가 정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매우 치밀한 전력시스템의 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전, 재생에너지, LNG, ESS 등 모든 카드를 동원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산업의 혈액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 없이는 어떤 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은 제조업이 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강국이다. 전기요금이 중국의 2배를 넘어선 지금, 유연성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이 버티기 어렵다. 2026년은 에너지 대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유기적인 상생 전략, ESS, LNG 수소전환 등의 유연한 전원을 결합한 통합 전략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산업 경쟁력 유지도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되, 유연한 발전원을 함께 확보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을 설계해야 할 때다. 조홍종

김동철 한전 사장 “안전은 타협 불가한 최우선 가치”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가 전사 사업소장을 대상으로 한 안전경영 특별 교육과 현장 중심 안전 소통을 통해 '실천하는 안전문화' 정착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전사 사업소장 등 350명을 대상으로 '안전경영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인사이동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관리 공백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업소장 중심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 특히 한전은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소장의 직급과 직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자료를 활용했으며, 전사 사업소장이 전원 참석해 안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교육 과정은 ▲2026년 안전관리 추진 방향 ▲사업소장의 현장 안전관리 중점 사항 ▲안전 관련 법령 이해 등으로 구성됐다. 한전은 이를 통해 신임 사업소장을 포함한 현장 책임자의 안전관리 역량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교육과 함께 현장 안전관리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발주 공사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한 안전관리 체계를 적용해 작업 전에는 '원포인트 사전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작업 중에는 협력회사까지 포함한 '투트랙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작업 이후에도 현장 상황을 재확인하는 등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전 지역 본부장들과의 대면 안전 소통을 통해 본부별 특성을 반영한 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현장 안전 활동의 제약 요인을 개선해 사업소 단위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동철 사장은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안전 정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소장을 중심으로 현장 최일선까지 안전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달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단 한 건의 중대재해 없는 안전한 한전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한전은 앞으로도 안전보건 관계자별 필수 안전교육을 지정하고 숙련도에 따라 교육 과정을 차별화하는 '안전교육 커리어패스'를 도입하는 등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안전 소통을 지속 확대해 직원들의 안전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원전에 대한 ‘전략적 모순’ 시민 인식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신규 원전 건설에 응답자의 과반수가 찬성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우리 국민이 원자력발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공포와 필요성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2월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한 '원자력 에너지와 RE100(재생에너지 100%) 병존 이슈 및 현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민들은 원자력을 심리적으로는 거부하면서도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전략적 모순'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보고서에 담긴 전국 성인 남녀 18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의 심리는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뉜다. 먼저 감성적인 영역에서 원자력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시민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5점 만점 중 2.84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태양광(3.54점)이나 풍력(3.83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원자력 에너지가 안전한 지에 대해서도 2.91점에 그쳐 척도의 중간점인 3점을 넘지 못하는 등 심리적인 불안감이 여전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공포의 핵심에는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이 사건을 부정적 인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성적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시민들은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느끼면서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3.6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3.69점)이나 에너지 안보(3.51점)를 위해서는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즉, “위험해서 싫지만,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는 모순된 생각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심리 상태를 '대체적 수용' 혹은 '마지못한 수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원자력 에너지 사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후 변화 대처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마지못해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해 많은 시민이 동의(3.39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100%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한계를 시민들이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원자력을 그 보완재로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추진 여부가 재논의되고 있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응답자의 54%는 '건설해야 한다'고 대답해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25%)를 크게 앞질렀다.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층의 71%가 찬성 의견을 밝혔고, 중도·진보층은 50%가 찬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원전과 차세대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바라보는 심리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아다. 전반적으로 차세대 원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평균 10.08점(24점 만점)으로 기존 원전보다 더 낮게 측정돼 아직은 생소하고 부정적인 태도가 강했다. 그러나 세부 분석을 보면 놀라운 반전이 발견되기도 한다. 보통 기존 원전에 대해 남성보다 훨씬 비판적이었던 여성들이, 안전성이 개선된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해서는 오히려 남성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병존 모델(CF100, 무탄소 에너지 100%)'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의견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양측 모두 실용적인 관점에서 두 에너지원의 공존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원자력을 '기저부하 전력원'으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호보완적 병존'을 우리나라의 최적 에너지 믹스로 제시했다. 지난해 2월 확정된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원전 비중을 35.2%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29.2%로 가져가는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믹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첫째, 남부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망 및 송전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약 56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출력 조절이 가능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도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보가 필수적이다. 셋째,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CF100의 국제적 공인과 인증 체계 확립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경제적 보상과 안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국민들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상호보완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 RE100과 CF100의 상보성을 기반으로 우리 산업구조와 지리적 환경 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탄소중립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섣부른 탈원전·탈석탄에 탈났다…독일,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

독일이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에서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에너지 비용 급등이 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9일 발간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제26-1호)'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일부 수정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주요 배경으로 경기침체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지목했다. 독일 경제는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0.9%, 2024년 -0.5%를 기록한 뒤 2025년에는 0.2%에 그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산업계는 경기침체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전환 비용을지목했다. 미국 베이커연구소 역시 독일의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독일의 에너지전환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전력수요는 탈탄소화가 진전되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축소 움직임을 비판했다. 에경연 보고서는 독일 에너지 비용의 급등 원인을 에너지전환 그 자체보다는 전환 과정의 비효율성에서 찾았다. 탈원전과 탈석탄 속도에 비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인프라 확충이 뒤처지면서 그 공백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PNG)로 메우는 구조가 형성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파이프라인가스(PNG) 수입을 대폭 줄이고, 대신 미국 등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렸다. 이로 인해 LNG 가격이 유럽지역은 10배, 아시아 지역은 8배나 폭등했었다. 독일은 석탄과 원전 비중이 2000년대 초반 80%를 넘었으나, 현재는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이 이를 대체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 2024년 기준 58%에 달하지만 가스발전 비중도 15%를 상회하며 꾸준히 확대됐다. 현재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거의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있어 가스 비용 부담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경제 전망 속에 독일 정부는 지난해 들어 재생에너지 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시장 기반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20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발전소 신규 건설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가스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을 두고 유럽집행위원회(EC)가 일부만 승인하면서 독일 정부는 2032년까지 10GW 규모만 입찰로 추진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80%, 2035년 100%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전력수요 증가 폭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경연은 보고서에서 “한국 역시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만큼 독일 사례를 면밀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가스 발전의 역할은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의존은 경계해야 하며 전력망 확충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다양한 보완 수단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공사 사장 재공모…노조 청와대 시위 하루 전 결정

가스공사의 신임 사장 공모가 다시 진행된다. 앞서 가스공사 노조는 5명의 후보들이 모두 자격 미달이라며 청와대 앞 시위를 예고했는데 직전에 재공모가 결정됐다. 19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신임 사장 공모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과 가스공사 출신 고영태·김점수·이승·이창균 씨 등 총 5명의 후보가 산업통상부에 추천됐다. 하지만 산업부는 모두 부적격이라 판단하고 재공모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임 사장 재공모에는 가스공사 노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지난 12월 30일 1차 성명을 통해 5명 후보가 모두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시위도 가질 예정이었다. 가장 유력했던 이인기 후보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을 역임한 유일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며 현 정부와 연을 맺었다. 하지만 가스산업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인기 후보는 전문성에서 심각한 역량 미달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며, 나머지 4명의 내부 출신 후보에 대해서는 “내부인사 출신 사장의 처참한 실패 경험 후 내부 출신 사장을 마냥 반기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내부 출신인 장석효 사장이 취임했으나, 관리 부처인 산업부와 정책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산업부가 그를 비리혐의로 고발하면서 해임됐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일 (5인 후보에 대한) 부적격 사유를 조목조목 짚은 의견서를 작성해 기자회견 후 청와대와 산업부 등 정부부처에 전달할 예정이었다"며 “금일 공사 담당부서로부터 정부가 보낸 사장 후보자 재추천 요청 공문이 접수됐다. 공공기관 운영법 제24조의2에 의거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경영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지부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재공모 결정은 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며 “우리 지부와 조합원이 사장 선임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잇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신임 사장 재공모 결정은 정확히 노조의 요구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청와대와 정부 역시 노조가 요구한 전문성과 대외협력 능력을 모두 겸비한 인물을 찾으려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임 사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현 최연혜 사장의 임기가 길게는 4개월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내일부터 영하 10도 강추위…강풍에 체감온도 ‘뚝’

오는 20일부터 전국 최저기온이 -17℃(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가 시작된다. 1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0일 전국 최저기온은 -17~-2도로 예보됐다.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안팎 낮아지겠다. 서울의 최저기온도 -14도까지 떨어져 출근길에 강한 추위가 예상된다. 전국 최고기온은 -4~6도로, 서울(-3도)·인천(-4도)·세종(-1도) 등 중부 대부분 지역은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지겠으며 전날 내린 비나 눈으로 인한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20일 전국은 대체로 구름이 많겠으나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바이오연료, ‘산업부•국토부•기후부 연계 정책’으로 가야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바이오연료가 수송·발전 부문의 핵심 감축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항공·해운·중장거리 수송 분야는 전기화와 수소 전환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비롯한 바이오연료가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기술적 가능성과 정책 실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바이오연료포럼은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석유관리원, 한양대학교, 산업통상부와 국가 표준 기술력 향상 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연료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SAF 기술 동향부터 기술경제성평가(TEA), 전주기평가(LCA)까지 종합 분석하며 “이제는 기술 논의를 넘어 부처 간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짚은 과제는 산업부의 역할이다. 바이오연료는 '드롭인(drop-in)' 연료 특성상 기존 정유·발전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 표준과 품질·인증 체계가 선결 조건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SAF는 ASTM 기준에 따라 최대 50%까지 기존 항공유와 혼합 사용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원료 범위와 품질 기준, 혼합 한계에 대한 제도적 정합성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산업부가 중심이 돼 SAF·바이오연료에 대한 국가 표준과 시험·인증 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며 “정유사·발전사·항공사의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역할은 보다 명확하다. 항공 부문의 탄소 감축은 자발적 사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 체제를 언급하며, “SAF 혼합 의무화 또는 단계적 사용 목표가 없으면 국내 SAF 시장은 성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은 SAF 혼합 비율을 법·제도로 명시하며 항공사와 연료 공급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향후 급증할 국제선 탄소 상쇄 부담에도 불구하고, SAF 조달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국토부가 항공안전·운항 규정과 연계한 SAF 의무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은 바이오연료 정책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된다. 아무리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과 공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주기평가(LCA)를 기반으로 한 감축 인정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료 생산부터 연료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가 감축 실적(NDC)과 배출권 제도에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AF와 고급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 대비 20~60%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이는 만큼, 기후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정책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바이오연료는 산업·교통·기후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산업부가 공급과 표준을 만들고, 국토부가 수요를 제도화하며, 기후부가 감축 가치를 인정하는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오연료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정책 연계 부족이 문제"라며 “부처 간 역할 분담과 공동 로드맵 수립 없이는 SAF와 바이오연료가 '잠재력만 큰 연료'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李정부의 확연히 달라진 원전 기조…“여론조사는 명분 쌓기용”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한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명분 쌓기용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가 정책 판단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사실상 반원전 성향이던 정부와 여당이 방향 전환에 따른 정치적·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피용 절차'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구심의 배경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갤럽이 별도의 신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총통화 8382명, 응답률 11.9%)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돼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여부가 재논의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조사결과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은 54%, 신규 원전 건설 반대 의견은 25%로 나타났다. 21%는 의견을 유보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기후부 또한 지난주 갤럽에 1500명, 리얼미터에 1500명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신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해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1000명 + 1000명이었으나 1500명 + 1500명으로 바뀌었으며 목표 인원 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조사 기간을 한 주 더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 의뢰 조사 완료 여부와 발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 결과 역시 비슷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갤럽의 여론조사가 사전 조사 성격으로 진행됐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조사가 발표된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에도 전력이 엄청나게 소모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후로 원전 오염수 논란이 있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동안의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1,2차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토론회 역시 김성환 기후부장관이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원전이 필요하다는 결과로 수렴된 바 있다. 기후부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정책 방향을 새로 정하기 위한 판단 자료라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을 바꾸기 위한 조사라기보다, '의견 수렴은 했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원전에 대한 기조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AI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2024년 6325GWh에서 2038년 9514GWh로 50%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전력업계의 분석으로는 AI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12차 전기본에는 더 많은 소비량이 반영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급 안정성과 탄소 배출,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선택된 것이다. 이에 원전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큰 원전 정책을 단기간 설문조사로 다루는 방식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과보다 조사 설계와 절차적 정당성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갈등이 큰 원전 정책을 단기간 여론조사로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신중론도 잇따르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전은 단순한 에너지 선택 문제가 아니라, 전력 수급 안정성·안전·지역 주민의 삶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라며 “이런 정책을 찬반 여론조사로 판단하려는 접근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특히 조사 이전에 질문 설계와 판단 기준, 결과의 정책 반영 방식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여론조사든 공론조사든, 시민이 결과를 받아들이려면 먼저 그 룰에 동의해야 한다"며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어느 정도의 찬성이 나오면 정책 판단으로 삼을 것인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결과만 제시하면 수용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원전 정책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일수록, 조사 결과 자체보다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질문 문항과 정보 제공 방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AI 전력 수요 대응에 필요하다는 설명을 먼저 제시한 뒤 찬반을 묻는다면, 응답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나 사고 위험, 장기적 부담을 강조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질문 설계에 따라 결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일 여론조사 결과를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절차가 공론조사라기보다는 여론청취에 가깝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공론조사는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을 거쳐 판단을 형성하는 숙의 과정이 전제되지만, 이번 조사에는 그러한 구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박태순 소장은 “공론화라는 표현을 쓰려면 숙의 과정이 필수인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여론청취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솔직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의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1,2차 바람직한 에너지믹스토론회 결과와 종합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설 연휴 이전에 공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처럼 장기간·대규모 투자와 위험 관리가 수반되는 정책 사안일수록, 여론조사가 결론을 대신하기보다는 정책 판단의 참고 자료로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본다. 박태순 소장은 “여론조사는 정책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찬반 숫자가 아니라, 그 결과를 정부가 어떻게 해석하고 책임질 것인지"라고 말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신규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서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대응, AI 전력 수요 공급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 시점이 늦춰질수록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질 수 있다"며 “조사 결과가 정책 판단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규 원전 여론조사가 정책 논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절차 논란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지는 결과 그 자체보다 조사 설계와 후속 설명, 그리고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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