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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 초읽기…민주당 추진

한국전력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한층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에도 한전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 근거가 명시되면서다. 다만 한전은 송배전망을 독점 운영하고 있어 발전사업까지 하게 되면 심판이 선수까지 맡는 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전력망 운영 사업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국회에 따르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 162명이 공동 발의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에는 한전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 제102조 제6항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사업법' 제7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한전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허용 대상은 태양광과 풍력 중 설비용량 20메가와트(MW)를 초과하는 시설로 제한함으로써, 소규모보다는 대형사업 위주로 허용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지난달 전남도와 광주시가 발표한 초안과 비교해 한전의 발전사업 범위를 일부 조정한 것이다. 당시 초안에서는 한전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가하며 설비용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빛고을시민햇빛발전 등 태양광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이 일었다.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까지 나설 경우 협동조합 등 민간 사업자의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기사업법 제7조 제3항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배전사업과 전기판매사업)을 허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이번 특별법안에 발전사업 허용 용량을 조정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용은 아직은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안에만 한정돼 있지만, 행정통합이 진행 중인 대전·충남, 대구·경북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어 에너지 업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간 기업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해당 법안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전에 사업허용 범위를 20MW 초과라고 했지만,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대부분이 20MW를 초과하기 때문에 한전이 공공기관이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 또한 한전은 송배전망 독점사업자란 점에서 발전사업까지 겸하게 되면 심판이 선수까지 하게 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망 점유 경쟁에서 민간보다 한전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이 보유한 전력망을 전력계통운영기구(ISO), 송전망운영사(TSO), 배전망운영사(DSO) 등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논의는 향후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국내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수행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사업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이라면 우려가 완화될 수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경우 분리하라는 주장이 확대될 수 있다. 한편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안의 제102조 제1항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에 관한 허가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다만 100MW를 초과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기후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했다. 기존 중앙정부 중심의 발전사업 허가 체계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이다. 민주당이 행정통합특별법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이 한전의 발전사업 허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달 안에 처리될 수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월 국회 내 행정통합특별법(광주·전남, 대전·충남)과 지방자치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공대 총장도 재공모…기관장 선임 계속 미뤄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에너지 분야 주요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후보 탈락자들을 대거 낙하산으로 앉히려는 시간끌기 작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관장 인선이 지연될 수록 경영 공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한전공대) 총장 선임이 또다시 지연됐다. 한전공대는 지난 6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최종 후보 3인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대학 측은 차기 이사회에서 총장 선임 계획안을 다시 수립할 예정이다. 2023년 말 초대 총장 사퇴 이후 2년 이상 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장 선임이 재차 미뤄지면서 대학 운영 안정성과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 역시 사장 인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사장 후보 재공모를 결정했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통상 인선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선거 이후로 선임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면접 이후 인사 검증 단계에서 절차가 정체된 상태다. 일부 후보의 부적격 사유가 제기되면서 재공모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술 공기업인 한국가스기술공사 역시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일 한전KPS의 이사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전KPS는 1년 넘게 사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전KPS는 지난 1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미 내정이 확정된 신임 사장 인선을 철회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변경을 추진했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후보자를 대상으로 절차를 되돌리는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해당 안건이 의결 보류됐다. 당시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시장형 상장 공기업인 한전KPS의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은 상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2024년 12월 신임 대표이사 내정 사실이 공시된 상황에서 임추위 구성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이사회에서는 지난 회의에서 위법 소지로 보류된 임추위 구성 변경안이 공식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관리·감독 부처의 명확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주요 에너지 기관장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는 계엄·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등 굵직한 정치·행정적 사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의 인사 기조가 정리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 변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초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청와대 수석·실장급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 이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인선 역시 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정치권 인사들의 향후 진로를 고려해 공기업 인선 시점을 조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주요 에너지 공기업 인선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조직 운영 안정성과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서발전-삼성SDI, 글로벌 에너지 사업 협력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과 삼성SDI(사장 최주선)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위치한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tarplus Energy)'에서 삼성SDI와 '글로벌 에너지 발전사업 공동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9일(월)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김용현 사업본부장(전무)을 비롯해 삼성SDI 김헌준 미주법인장(부사장)·김윤재 스타플러스 에너지 법인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대표 발전 공기업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이차전지 제조사가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해외 에너지 발전사업(신재생, 에너지저장장치 등) 공동 개발·투자 △신재생 에너지 연계 및 전력망 안정화 사업 발굴 △삼성SDI 울산 사업장 내 에너지 관리·운영사업(MSP) 사업 추진 등 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동서발전의 풍부한 해외 발전소 운영 경험과 삼성SDI의 고효율·고안전성 이차전지 기술을 결합해, 해외 시장에서의 공동 이익 창출은 물론 국내 산업 현장의 에너지 효율화 모델 구축까지 아우르는 협력 관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에너지공기업의 인프라와 민간기업의 첨단 기술이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실행력 있는 사업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김헌준 삼성SDI 부사장은 “대표적인 발전 분야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신재생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차별화된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앞으로 실무 협의를 강화해 구체적인 사업 실행에 속도를 높이고,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새만금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 오는 2029년 완공 목표

새만금 수상 태양광 1단계 사업이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등 4개 기관이 새만금 수상 태양광 1단계 사업의 2029년 완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9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1단계 사업은 3조원 규모로 약 13.5㎢ 수역에 설비용량 1.2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설비용량으로는 원전 1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내륙으로 15㎞에 달하는 접속선로를 구축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장기간 지연돼왔다. 접속선로 구축 문제는 최근 발전시설 인근에 설치될 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로 연계점을 변경, 구축해야 하는 선로 길이가 2㎞ 수준으로 줄면서 해결됐다. 이런 변화로 약 2000∼3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협약 관계기관은 수상태양광 발전설비와 함께 송‧변전 설비 구축, 계통 연계 등 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사업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기후부와 한전은 전력망 건설 일정과 계통접속 절차를 집중 관리해 새만금 수상태양광이 적기에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협약은 새만금을 글로벌 재생에너지의 거점으로 도약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이번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 전북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재생에너지와 석탄 동시 확대…중국의 전략적 모순

지난해 전력 소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은 석탄·원자력·가스 발전소 확충과 더불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도입하며 새로운 발전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승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외부 시각에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과연 기후 위기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기후·에너지 문제를 산업 전략과 성장 동력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이에 따라 최근 학술 연구와 국제 분석 자료를 종합해서 중국의 속내를 짚어봤다. 결론은 중국의 정책은 '위선'보다는 경제 성장, 에너지 안보, 정치적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고위험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핵심 산업 정책'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산업에 집중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이 부문이 이미 중국 경제 성장의 실질적인 엔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수석 분석가 라우리 밀리비르타와 벨린다 셰이프는 지난 5일 기후변화 분석 전문 매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발표한 분석에서 202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이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부문은 중국 전체 신규 투자의 약 90%를 차지했고, GDP의 약 11.4%에 해당하는 15조4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브라질이나 캐나다의 연간 경제 규모에 필적한다. 카본 브리프에 실린 이 분석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순한 감축 의무 이행이 아니라, 미래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 전략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석탄 발전 증설의 역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석탄 정책은 외부 관찰자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다. 핀란드 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가 공동으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만 161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분석 보고서는 지난 3일 카본 브리프에 게재됐다. 공동 저자인 GEM의 크리스틴 쉬어러는 이를 “석탄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마지막 돌진"이라고 표현했다.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목표와 달리, 지방 정부와 국유 발전 기업들은 향후 기후 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하고, 규제 창이 닫히기 전에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승인받으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의 석탄 증설이 기후 정책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정책 전환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나타나는 방어적 투자 행동임을 시사한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업체와 장기적으로 체결한 경우가 많아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한몫하고 있다. 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이미 싼 값에 구매한 연료의 처리를 가속화하려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화석연료를 멀리는 분위기 속에서 화석연료 가격이 내리면, 발전소는 값싼 연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돼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가 발생하기도 한다. ◇'1+N' 체계의 구조적 한계: 2030과 2060 사이의 간극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배출 정점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1+N' 정책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서 '1'은 국가 차원의 최상위 가이드라인이고, 'N'은 에너지·산업·교통 등 부문별 실행 계획이다. 칭화대학교 공공정책관리학원의 장팡 교수와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켈리 심스 갤러거 교수 등이 지난해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이 체계의 한계를 지적한다. 연구팀은 현재 정책 수준만으로도 2030년 탄소 피크 달성 가능성은 높지만,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감축 강도와 정책 범위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1+N 정책만으로는 2060년에 약 43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여전히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 부문의 메탄 배출, 시멘트·철강 등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非)에너지 배출, 그리고 CCS(탄소 포집·저장) 확대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중앙 정부의 설계와 지방 정부의 실행 사이의 불일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 집중식 계획과 지방의 보호주의가 충돌하면서 재생에너지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산업 공정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1+N' 정책 패키지와 더불어, 국유 기업 및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 정부의 '전시 행정'과 지역 불평등 중앙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의 21세기 중국센터의 웨이라 공은 지난해 12월 '카본 브리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 참여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실질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실행 중심 참여'가 있는 반면, 상급 기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performative participation)'과 형식적 계획 수립에 그치는 '상징적 참여(symbolic participation)'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급 지방 관료들은 저탄소 시범사업을 상급자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승진 기회를 확대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의 기후 정책이 외부에서 과장되거나 불균질하게 보이는 원인 중 하나다. 기후 정책의 또 다른 그림자는 지역 불평등이다. 중국과학원(CAS)의 왕푸는 지난해 12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탈탄소 전략이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와 저장성 같은 동부 연안 지역은 청정기술 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신장과 닝샤 등 서북부 지역은 여전히 에너지 집약적 산업과 오염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경제적 보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환경 부담과 경제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루즈-루즈(lose–lose) 구조', 즉 동반 불이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베이징화학기술대학교의 윈후이민 등은 지난해 8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급격한 전환이 석탄 의존 지역에서 대규모 실업과 좌초자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후 정책은 '위선'이 아니라 '고위험 관리 전략' 종합하면,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진심이냐 위선이냐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보이는 전진과 후퇴, 때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정책 선택은 방향 상실의 결과라기보다, 서로 긴장 관계에 있는 세 가지 국가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에너지 수입 의존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전기차·배터리 등 청정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급격한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실업, 지역 격차, 사회 불안을 관리해야 하는 정치적·사회적 제약도 안고 있다. 이 세 목표는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달성될 수 없다. 에너지 안보와 지역 안정성은 기존 산업에 대한 완충 장치를 요구하는 반면, 청정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빠르고 집중적인 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다. 그 결과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비전과 현장에서의 석탄 유지·유예 정책이 병존하는 '이중 궤도' 형태를 띠게 되며, 이는 외부에서 볼 때 갈지(之)자 행보로 인식된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생존과 경제 패권의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해법은 환경적 일관성보다 경제적 안정성, 정치적 통제 가능성, 사회적 충격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결국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도덕적 위선의 산물이 아니라, 성공할 경우 거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심각한 내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성공과 실패가 중국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트럼프 체제의 미국이 국제 기후정치에서 리더십을 포기하고, 유럽연합도 주춤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중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동계올림픽의 불편한 진실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밀라노는 알프스 산맥을 배후로 둔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이고, 코르티나담페초는 알프스 산악 지역에 위치한 전통적인 겨울 스포츠 도시이다. 코르티나담페초는 1956년에도 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후 분석기관인 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코르티나담페초의 2월 평균기온은 1956년 대회 직후와 비교해 최근 10년 평균이 약 3-4도 상승하였다. 그 결과 1956년에 열린 코르티나담페초의 겨울 올림픽은 자연이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열렸던 반면, 지금은 인공 눈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스포츠로 탈바꿈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코르티나담페초만의 일은 아니다. 겨울 스포츠 장소로 유명한 알프스 산맥은 한때 안정적인 겨울 기후를 자랑하던 지역이었지만 오늘날 알프스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겨울철 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상승했고, 자연 강설량은 줄어들거나 변동성이 커졌다. 눈이 쌓여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고, 영하의 기온이 유지되어야 할 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게 됐다. 이러다 보니 과거와 달리 동계 스포츠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에서 '에너지에 의존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이번 대회를 두고 지속가능성을 표방한 올림픽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순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내린 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 눈과 이를 보조하기 위한 인프라는 단기적 대응일 뿐,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인공 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물과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어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자연설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인공저수지를 만들고 수백 대의 제설기를 설치하여 인공 눈을 공급하였다.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고, 이 비용들은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용들이 더욱 커질 것이고 재정 여력과 적응 능력이 충분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 기후 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인한 소득 격차가 생기며 그로 인해 지역 간 혹은 개인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국제 사회에도 적용된다. 지구온난화의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기후변화 적응 역량과 재원이 부족한 국가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 이것은 기후불평등과 기후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언뜻 논점이 너무 확대된 듯 보이지만, 겨울 스포츠의 작은 변화는 나비효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영향과 피해가 얼마나 빠르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기후위기 속에 치러지는 동계 올림픽의 불편한 진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후변화를 단순히 환경 이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과 문화, 지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사회가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전환을 통해 자연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겨울 스포츠는 여전히 소중하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동계 올림픽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변화한 기후 속에서 비용을 감수하며 겨울을 인공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할 것인지. 모든 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bienns@ekn.co.kr

[기획] 칠곡군, 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불법 간판 난립… ‘흉물 전시장’ 전락 (상)

국립공원 진입로 곳곳 대형·노후 광고물 난립…자연경관 대신 '간판 숲' 폐업 업소 간판까지 수년째 방치…관광객 “국립공원 이미지 훼손" 지적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미정비…칠곡군 경관 관리 부실 논란 ​ 202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은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국가 자연자산이다. 그러나 칠곡군과 군위군 경계에 위치한 한티재 일대는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불법·무질서 광고물이 난립해 관광객 이미지 훼손은 물론 경관 훼손 논란까지 낳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현장 취재를 통해 불법 간판 실태와 관리 책임, 행정 대응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는다. ​ 글싣는순서 1:국립공원 팔공산 맞나…한티재 진입로 불법 간판 난립, 관광객 첫인상 훼손 2:불법 간판 누가 세우고 누가 방치했나…칠곡군 단속 사실상 손 놓아 3:국립공원 품격 훼손 언제까지…칠곡군 관리 책임과 정비 대책 시급 ​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무질서 간판 그대로…칠곡군 “현장 확인 후 조치 검토"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주요 진입로인 칠곡군 동명면 한티재 일대는 무질서하게 설치된 광고물들이 정비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경관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 입구라는 상징적 공간이 각종 간판으로 뒤덮이면서 자연경관 훼손은 물론 관광지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 국립공원 표지석 주변 무질서 간판 다수 확인 8일 오후 찾은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팔공산 한티재 입구 일대 도로 양측에는 음식점, 카페, 농산물 판매장, 숙박시설 등을 알리는 광고 간판들이 다수 설치돼 있었다. 일부 간판은 도로변 경사면과 숲 가장자리, 가드레일 인근에 설치돼 있었으며, 노후화로 인해 녹이 발생하거나 기울어진 상태로 남아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또 영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설의 간판이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장 상황만으로 해당 광고물의 적법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국립공원 진입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광고물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상 확인됐다. ◇관광객 “국립공원 이미지와는 거리감 느껴" 팔공산 한티재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팔공산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행로 가운데 하나로, 많은 방문객이 이용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일부 방문객들은 국립공원 입구 경관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모(43) 씨는“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자연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입구에 간판이 많이 보여 다소 혼잡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방문한 등산객 박모(51) 씨도“국립공원 입구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경관 관리가 조금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관리 중요성 확대 팔공산은 2023년 12월 환경부 고시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지정은 자연경관 보호와 체계적인 관리가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국립공원 및 인접 지역의 경관 관리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물 설치는 일정한 기준과 허가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광고물에 대해서는 정비 또는 철거 등의 행정조치가 가능하다. 다만 광고물의 적법 여부와 관리 책임은 개별 설치 시기, 허가 여부,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인 행정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주민들 “경관 개선 위한 관리 필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경관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명면 남원리 주민 김모(68) 씨는“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입구 주변 환경이 정비되면 지역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진입로 경관이 관광객의 첫인상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정책 관련 전문가 A씨는“국립공원 진입 구간은 상징적 공간인 만큼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관리가 중요하다"며“광고물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과 필요 시 정비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칠곡군 “현장 점검 후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 검토" 이에 대해 칠곡군은 광고물 관리 실태 확인 후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칠곡군 관계자는 “팔공산 한티재 일대 광고물 설치 현황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관련 법령에 따른 허가 여부와 관리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점검 결과 관련 기준에 맞지 않는 광고물이 있을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경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국립공원 품격 유지 위한 지속적 관리 필요성 제기 국립공원은 자연경관 보호와 공공 자산으로서의 가치 유지를 위해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진입로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경관 관리가 국립공원의 상징성과 관광 환경 조성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해당 지역이 국립공원의 위상에 걸맞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광고물 관리 실태 점검과 지속적인 경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EE칼럼]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캐즘(Chasm)현상

우리나라의 한 국책연구기관은 최근 '2026년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기술혁신과제'로 '미래 수요대응 초연결-초지능 에너지시스템 구축'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가 마련한 830억 달러가 넘는 청정전력지원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다. 주 내용을 보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취소하고, 대신 가스, 석탄 및 원전 투자를 늘렸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청정 투자/지원을 줄이는 대신 전통적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역할의 비중을 높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청정전력협회'는 청정전력 증대가 없다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동북부 13개 주의 전력 비용이 최대 3,600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실제 뉴욕 '공공서비스위원회'(Public Service Commission)는 최근 2028년까지 뉴욕시 주민의 평균 가스 및 전기 요금에 대해 연간 최대 615달러 추가 인상(안)을 승인하였다. 이는 전임 뉴욕주(洲) 정부의 비경제적이고 공급 신뢰성이 낮은 신재생-청정전력 의존도 증가 때문이라고 보수 정치권과 관련 학계는 주장 한다. 특히 뉴욕주 소재 원전(Indian Point)를 폐쇄하고, 기상여건에 따라 출력 가변적인 발전사업을 늘리는 바람에 생긴 소비자 전력비 부담 가중을 비난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지난 10여 년 소비자 효용증진과 복지 창출에 주역으로 간주 되어 온 기후대응 관련 대책들이 이제는 소비자에게 오하려 배척받고 있는것 같아 씁쓸함마저 못 내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기존 전력 대책 효율화 방안의 한계에 유의하고, 에너지-기후변화대책이 그 핵심의제(Agenda)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결정된 우리나라의 2035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중 전력부문은 '18년 대비 68.8∼75.3%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문 목표보다 2∼3배나 높게 설정되어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 2월 확정되고, 최근 현 정부가 재확인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 최대수요는 129.3GW이다. 이를 위한 신규 설비로는 대형원전 2기, SMR(소형 모듈원전) 1기, LNG 10.6GW 등 무(無)탄소 발전 비중을 70% 수준으로 잡았다. 이 결과, 2038년 발전설비 비중은 원전 35.6%, 신재생 32.9%, LNG 10.6%, 석탄발전 10.1%로 구성되게 됐다. 이러한 발전설비/원 구성변화는 국내 전기가격의 국제경쟁력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내 전력 가격에 대해 '국제경쟁력이 있지는 않다'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재생에너지 대량생산이 발전단가 절감의 유일한 대책으로 서남해안 재생 발전산업 육성에 국가역량을 모을 것'이라고도 하였다. 하지만 요즈음 갑자기-크게 강조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어서 기존 관념의 전력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기후에너지부 김성환 장관도 '전력망이 다른 나라와 연결돼있지 않은 '섬' 같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안정공급이 쉽지 않아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전력수요 안정충족은 현안 에너지/기후변화 대책의 중점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제해결에 유용한 논리가 '캐즘(Chasm)'이론이다. '캐즘'은 기술혁신과 대중화 사이의 '간극(間隙)'을 의미한다. '초기 기술혁신단계'에서 '대중화-사회적 수용'으로 넘어가며 그 확산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기술혁신 변곡점' 구성 논리가 '캐즘'이론의 핵심이다. 초기 기술시장(혁신자+조기 수용자)과 주류시장 사이에서 시장 정체(停滯)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존 최고/최적 에너지인 전력시장도 시장변화와 기술변화 등 다양한 외부요인 개입으로 시장고도화 정체가 불가피한 것 같다. 전력 '캐즘'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bienns@ekn.co.kr

수소 산업 ‘정책 거점’ 어디로…청정수소 인증 운영 지역 놓고 논쟁 확산

탄소중립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수소경제를 둘러싸고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 거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정책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 산업이 국가 산업구조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인증제 운영 주체와 지역 배치 문제가 향후 수소 정책 방향을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울산시는 최근 시의회 질의 답변을 통해 A 연구기관의 청정수소 인증 조직이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개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핵심 기능이 산업 현장과 떨어진 수도권에서 운영되는 것이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 생산과 수입 과정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행정·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수소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 정책을 연결하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인증제 운영이 산업 현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은 국내 최대 수소 생산·소비 거점으로 산업단지 수요와 항만 물류, 전국 최장 수소 배관망 등 생산·운송·저장·활용이 연계된 공급망을 갖춘 대표적인 수소 산업 도시로 평가된다. 울산시는 특히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 취지와의 정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역 성장 거점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울산시는 “수소경제 정책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본사 소재지인 울산이 아닌 수도권에서 운영되는 것은 공공기관 이전 정책 취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청정수소 인증 조직의 서울 운영과 관련해 관계기관 승인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울산시는 국토교통부 확인 결과 해당 조직이 수도권 잔류를 위한 공식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연구실의 수도권 운영 경위와 관련 자료를 A 연구기관에 요청하고, 향후 울산 이전 가능성을 협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쟁이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넘어 수소 산업 정책 거점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 산업은 생산·유통·활용 전 주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만큼 정책 거점이 산업 투자와 공급망 구축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소 산업이 탄소중립과 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면서 인증제 운영 기관의 역할과 지역 거점이 정책 실행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정부 수소 정책의 권역별 전략과 산업 배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수소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인증제 운영 체계와 지역 기반 구축 문제가 향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 신호등] 일자리 위협 산업로봇…탄소중립 앞당길 수는 있을까

글로벌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지난달 자사의 인공지능(AI) 챗봇이 한 달 동안 230만 건의 고객 상담을 처리하며 정규직 상담원 700명의 업무량을 대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IBM 역시 향후 5년 내 백오피스 인력의 30%를 AI와 자동화로 대체하겠다며 신규 채용 중단을 선언했다. 영국의 BT그룹은 2030년까지 최대 5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육체노동자를 대체하던 자동화의 물결이 이제 전문직 화이트칼라와 숙련 공정까지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합의 없는 도입은 결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이른바 '신(新) 러다이트 운동'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틀라스는 지난달 초 미국 라이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제품 전시회) 2026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과 '피지컬 AI'의 결합은 고용 시장을 뒤흔드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할 결정적 열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이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는 산업로봇이 어떻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지 최근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한국 제조업의 풍경을 바꾸는 로봇: '생존'과 '그린'의 결합 한국은 로봇 강국이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밀집도가 1012대에 달해 2023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도시·지역계획학과 연구팀은 'SSRN'에 공개한 논문에서 “한국의 중소 제조기업(SMMs)들은 인건비 상승,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협동로봇(Cobots) 도입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로봇화는 탄소중립 목표와 결합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5만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탑재한 '반도체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구축했다. 여기서는 실시간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제조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당진 특수강 공장에 태깅 로봇을 도입해 오부착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였다. 포스코는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제철소 용광로 등 위험 설비를 정밀 진단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 대형 사고로 인한 환경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진화 중이다. 한화오션은 조선소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용접 협동 로봇을 대거 투입해 작업 준비 시간을 60% 단축하고 정밀도를 높여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 산업로봇 도입 확대: 온실가스 감축의 강력한 동력 산업로봇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제조의 핵심이다. 중국 쓰촨대학교 경제학부의 왕젠룽 교수팀은 2023년 '사회 속 기술 (Technology in Socie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업로봇의 확산이 기업의 탄소 배출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동난대학교 경제관리대학의 야오웨이지 교수 등은 2024년 3월 '청정 생산 저널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산업로봇 사용량이 1% 증가할 때 탄소 배출량은 약 0.2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브릭스(BRICS)에 속한 40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러한 감축 효과가 로봇이 정밀 제어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막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생산성 향상 효과'와 청정 제조 기술의 발전을 유도하는 '기술 진보 효과'를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과 무역 구조의 고도화 로봇 도입은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도록 도와 간접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국 광업기술대학교 경영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7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을 통한 지능형 제조는 가공·조립 위주의 저부가가치 공정에서 연구개발(R&D)과 설계 중심의 고부가가치 단계로의 이전을 촉진하는 '가치사슬 등반 효과'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 줄어 전체 탄소 배출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샤오싱대학교 경영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데이터 과학 및 관리 (Data Science and Manage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산업로봇의 적용이 수출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 강도(CIE)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켜, 국제 시장의 엄격한 환경 규제를 준수하는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CIE(intensity of CO2 emissions embodied in manufacturing exports)는 제조업 수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집약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출 무역에 포함된 전체 탄소 배출량을 수출을 통해 창출된 총 부가가치로 나눈 비율로 계산한다. 이 지표는 특정 국가나 산업의 수출 제품이 얼마나 탄소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적인 환경 규제 준수나 수출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고숙련 인적 자본: 로봇의 탄소 감축 효과를 완성하는 열쇠 로봇 도입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하는 인적 자본의 고도화가 필수다. 중국 시안교통대학교 경제금융대학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6월 '혁신과 녹색 발전 (Innovation and Green Develop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숙련 노동력이 로봇의 정밀 조작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함으로써 탄소 감축 효과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언급된 고소득 전문직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이 특허 데이터와 직무 데이터를 결합하여 산출한 'AI 노출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의사(일반의 및 전문의),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AI 대체 위험이 높은 직업군은 역설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임금 수준도 높은 전문직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의 핵심 업무인 방대한 전문지식 학습, 문서 및 보고서 작성, 논리적 추론, 규정 및 판례 검색 등의 영역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이 가장 빠르게 능력을 향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노출 직종 내에서도 단순 정보 전달이나 기초 자료 조사 같은 정형적 업무는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기획, 심층 해설, 관계 형성 등 '기계가 하기 어려운 역할'로 이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나 로봇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도구로 부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 유연성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피지컬 AI(산업로봇 등) 시대에 노동 유연성은 기술 도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산업 구조를 저탄소 기반으로 재편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로봇 도입은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노동 요소가 지역이나 산업 간에 자유롭게 흐를 때 더욱 강화된다. 특히 인력 수급이 어려운 지역으로 숙련된 인재가 유연하게 유입될 때 산업로봇의 탄소 감축 기여도는 극대화된다. 로봇은 단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작업을 대체하는 '노동 대체 효과'를 유발한다. 이때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 더 가치 있고 지능화된 직무로 유휴인력이 신속하게 재배치(Reallocation)되면, 산업 전체의 에너지 효율과 노동 생산성이 동시에 향상된다. 피지컬 AI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노동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훈련 체계는 필수적이다. 노동자가 로봇을 도구로 부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 기업은 단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공정의 '청정화'와 녹색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에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는 단순히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능형 제조 기술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탄소중립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에너지 반등 효과'와 정책적 해법 그러나 로봇 도입이 생산 효율을 높여 오히려 생산 규모를 급격히 확대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이른바 '에너지 반등 효과(energy rebound effect)'는 탄소중립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쓰쵠대학교 왕젠룽 교수는 로봇 가동에 필요한 전력이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할 경우 감축 성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반등 효과'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재생 에너지 인프라의 통합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로봇 가동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녹색 기술 혁신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터키 오스팀 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AI 기반 청정 에너지 특허와 로봇 기술이 결합될 때 탄소 감축 효과가 극대화되므로, 정부는 '더러운(Dirty)' 혁신 대신 '녹색 혁신'에 R&D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봇 도입을 통해 얻은 탄소 감축 성과를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탄소 기술을 채택하게 될 전망이다. ◇ESG 경영과 산업로봇의 시너지 효과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는 산업로봇 도입을 가속화하는 비료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충칭 메카트로닉스 직업기술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8월 '사이언티픽 리포츠'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정밀 제조와 폐기물 감소가 가능한 로봇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를 통해 환경적(E)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ESG는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이 초기 투자비가 비싼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금융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로봇은 다시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의 탄소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도와 ESG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인지 역량과 지능형 로봇의 협업이 여는 저탄소 미래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의 산업 현장 투입 추진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로봇과 AI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도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중국 난징항공우주대학교 경제경영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4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AI와 로봇을 통해 경제 구조를 '가볍고 깨끗하게'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로봇 도입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노동자 재교육과 재생 에너지 전환에 재투자함으로써, 일자리 위기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라는 인간 특유의 인지 역량을 로봇의 정밀함과 결합할 때, 비로소 기술은 일자리를 뺏는 기계가 아닌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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