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손해보험이 국내 최초로 미국 보험사를 인수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 이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성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다시 메리츠화재에 내준 손보업계 2위 탈환에도 박차를 가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그룹 인수를 위해 팁트리·워버그 핀커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금은 16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하며, 규제당국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포테그라는 미국·영국·이탈리아 등에서 △특화보험 △신용·보증보험 △보증을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다수의 대형 대리점을 통해 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DB손보의 미국 공략은 1984년 괌 지점 설립을 필두로 하와이 등 바닷가를 따라 이뤄지는 모양새다. 특히 캘리포니아·뉴욕은 중부 내륙 지역 보다 인구가 많고 소득이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인수하는 포테그라도 대서양에 근접한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조지아를 비롯한 곳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전반적으로 국내 시장의 본업이 좋지 않고 건전성 지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15%포인트(p) 가량 하락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B손보는 주주가치·시장 경쟁력 제고와 국가경제 기여를 목표로 이번 인수에 나섰고,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자체 보유자금으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빚투(빚 내서 투자하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기준 DB손보의 현금성자산(1조6000억원)과 지난 1일 발행한 7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킥스 수준(213%)과 추후 보험계약마진(CSM) 및 순이익 유입 감안시 인수 이후에도 200%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DB손보의 올 연말 킥스 비율 목표는 220%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인수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신규 시장 진입에서는 좋은 회사를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장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테그라의 실적도 옹호론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보험료와 당기순이익은 각각 30억7000만달러(4조4000억원)·1억4000만달러(2000억원) 규모다. 환율 변동 리스크 노출 등을 고려해도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5개년 매출 및 순이익 연평균 성장률(CAGR)은 각각 21%·38%, 10개년 평균 합산비율은 90.4%로 집계되는 등 내실을 유지하면서도 외형 성장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산비율은 순보험비용(보험서비스비용-재보험수익)을 순보험수익(보험수익-재보험서비스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00%를 밑돌면 보험영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포테그라가 DB손보의 100% 자회사로 합류하는 만큼 현재 수준의 실적을 유지하면 DB손보로서는 연결 순이익 2조원대 진입이 가능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예상한 DB손보의 올해 순이익은 1조8000억원이다. 최근 보험사 인수합병(M&A)의 걸림돌로 불리는 인수 후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된다. 포테그라의 지급여력은 RBC 기준 400%가 넘는다. DB손보로서는 추가적인 킥스 비율 하락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낮은 성장성과 다양한 원인에 따른 낮은 수익성에 노출된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을 축소하게 되면서 전체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025-09-30 10:13 나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