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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 체계를 피해자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창립 70주년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전망의 역할과 과제', '신흥 자본시장의 성장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논의를 벌였다. 첫 번째 주제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전망 강화'였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며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 사례를 모델로 한 '한국형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 도입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향후 정책 과제로 주목받도록 했다. 좌장을 맡은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모두 현 투자자 보호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단순한 사후 보상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피해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의 제도 개선 흐름을 소개하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사전 규제, 분쟁조정제도 정비, 불공정거래 과징금 신설 등 많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피해자 구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과징금과 벌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돼 피해자 보상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페어펀드를 도입해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이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조속히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소송 절차 없이 불법 이익 환수 자금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보다 실효성이 큰 제도다. 미국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불공정 거래를 적시에 적발, 비교적 신속한 제재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징수한다. 김 연구위원은 “제재 수입이 피해자 보상으로 이어지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크게 제고될 것"이라며 “이제는 피해자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각국 사례를 공유하며 조언을 더했다. 헤멘트 샤르마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 법무국 부실장은 “투자자 신뢰 회복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SIPC는 설립 이후 약 77만 명 투자자에게 1426억 달러를 회수·분배했고, 자격 있는 고객의 99%가 전액 보상을 받았다"며 “리먼 브러더스와 메이도프 사건에서도 신속한 자산 반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적으로 강력한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새로운 위험, 특히 디지털 자산과 초대형 금융사 리스크에 대비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기우라 노부히코 일본 주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자 보호는 공시와 신뢰 확보가 핵심"이라며 “사전 규제와 사후 분쟁조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암호자산 투자 피해가 늘어나면서 제도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이며, 한국도 고위험 상품 판매 시 교육·설명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아무리 내부적으로 법을 만들고 보호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 부드-라자 영국 BNY 글로벌 규제전략 총괄은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 재산 분리 보관, 투명성 강화, 업계 자율규범인 머니마켓 코드 도입 등으로 신뢰 회복을 추진해 왔다"며 “유럽연합에서 시작된 미피드(MIFID) II, SFTR 규제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 투자자 신뢰가 굳건해진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신흥국 경제 발전에서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제도적 신뢰, 투자 채널 다양화, 유동성 공급이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의 기업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르지오 슈머클러 세계은행 거시경제·성장 연구 책임자는 '저소득 국가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그는 “기업들은 뉴욕과 런던 같은 국제 금융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가 더 나은 국가들이 더 많은 자본시장 성장을 경험했다"고 분석하며, 제도적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멜리스 에크만 타보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경영이사는 중부·동유럽 시장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많은 중부 및 동유럽 국가의 금융 시장에 대한 법적·제도적 프레임워크는 선진국과 매우 유사한 발전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동성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매 저축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 상품보다 주로 은행 예금 형태로 남아있다"며 연금 기금과 자산운용 수단 같은 투자 채널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잔 올슨 아시아개발은행(ADB) 동남아 민간금융기관 부문장은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언급하며, 신흥국 금융발전이 특정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탄 국가들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금융시장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제적 지원과 제도 개선의 병행을 주문했다.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의 역할을 소개하며 “투자자 예치금을 보호한다"는 점을 첫 번째 기능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분리예치제도 아래에서 투자자의 증권거래 예치금을 증권사 자체 자금과 혼합하지 않고 에 예치된다"고 설명했다. 또 ▲위기 시 유동성 공급 ▲환매조건부매매와 대차거래 중개 ▲직원 주식 소유제 등 금융서비스 제공을 주요 기능으로 짚었다. 정 연구위원은 “자금 조달 스트레스가 고조되는 시기에 증권사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에서 이 수행한 시장 안정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외화스왑 라이선스를 획득한 이유도 해외 증권 투자 확대와 외화 예치금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각 사장은 개회사에서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에 발맞춰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증권업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금융 시대에 자본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투자자 재산 보호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외환 스왑 라이선스와 관련해 “자본 시장의 글로벌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 조달과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증권금융의 글로벌화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 회사로서 안정적 자기자본 유지 등 건전성을 탄탄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시장안정 기능 지속 확충, 생산적 금융 동참, 인프라 기관으로서의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당부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국내외 금융당국, 세계은행, 규제당국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은 국내 유일한 증권금융 전담 회사다. 주식 등을 담보로 기업과 금융투자회사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이 자본시장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창립 첫해 1956년 700만원에서 2015년 8조2000억원을 거쳐 올해 상반기 31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9-30 17:49 최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