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회사)가 2조7000억원을 들여 스위스의 펩타이드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사의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만큼 인수 대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낼 수 있지만, 일부 차입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회사는 스위스 펩타이드 전문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14억6000만스위스프랑(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하고 올해 말까지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흐름, 일부 차입금을 활용하면 인수대금 마련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을 고려하면 외부 차입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기준, 회사는 현금및현금성자산 5204억원과 단기금융상품 1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가진 현유동자산만으로도 인수대금의 60%를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현금흐름도 인수대금을 뒷받침할 수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기준 EBITDA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677억원에 달한다. 현재 영업실적이 유지된다고 보면, 올해 말까지 약 2조원 이상의 현금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부채 비율도 낮은 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회사 부채 비율은 51.4%로, 자본이 부채의 두 배에 달한다. 회사채 재무비율 약정상 부채비율 300% 이하 유지 의무를 고려하면, 회사채 추가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가 앞으로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3200억원 규모다. 오는 9월(1200억원)과 10월(2000억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두 건이 있다. 내년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6000억원 규모 회사채도 있다. 회사는 지난해 신용평가 3사가 일제히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했다. 다만 인천 송도 6~8공장과 제3캠퍼스 등 이미 확정된 조 단위 설비투자와 병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만으로는 부족해 회사채 발행이 유력할 것을 보인다. 규모에 따라 유상증자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자금은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흐름으로 상당 부분 충당 가능할 전망"이라며 “다만 6공장과 송도 제3캠퍼스 투자 등 병행하는 대규모 CAPEX를 감안하면 추가 차입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회사는 차입 부담이 일부 증가하겠지만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인수 후에도 여전히 우수한 재무안정성 지표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회사는 바이오캠퍼스 2단지에 6~8공장을 순차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라 추가적인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자금소요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공개매수대금의 일부를 차입금으로 조달할 예정이지만, 추후 기타 조달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차입조건 혹은 조달 방안이 확정될 경우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M&A를 통해 회사가 검증된 비만약 생산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생산거점을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만·당뇨 중심 펩타이드 위탁생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회사가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않던 영역으로 자체 내재화 대신 검증된 트랙레코드를 즉시 확보하는 전략적 M&A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의 핵심은 펩타이드 모달리티와 글로벌 생산거점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GLP-1 중심의 고성장 시장에 즉시 진입하는 동시에 기존 생산시설과 고객 기반을 승계해 인수 직후 매출 기여가 가능하며, 미국·유럽·인도 거점을 기반으로 공급망 경쟁력도 강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 설립된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의 공정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맡는 전문 CDMO다.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실적을 쌓았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스웨덴, 벨기에, 미국, 프랑스, 인도 등에 생산 거점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국제적인 수요 급증과 치료 적응증 확대에 힘입어, 오는 2035년경 최대 15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7-23 15:21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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