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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쥔 가장 강력한 패이자 'K-방산' 열풍의 주역인 '탄약(방산)'이 오히려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 역설'이다. 최근 불거진 방산 부문 매각설을 통해 경영진이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메기'를 경영권 승계라는 사적 이익을 위한 '현금교환권'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속내가 시장에 노출됐다. 언제든 다시 팔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되면서, 성장 기대감은 커지는데 주가는 뒷걸음질 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 신동(구리 가공)과 방산(탄약) 두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 비중은 신동이 크지만, 이익의 본질은 방산에 있다. 2021년 방산부문 세전이익은 1247억원이었다. 2025년에는 210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동부문 세전이익은 1828억원에서 2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방산이 없으면 은 구리 가격에 흔들리는 평범한 소재 업체다. 의 시계는 최근 급격하게 요동쳤다. 지난 3월, 시장에는 이 방산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지분 38%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22년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한 달 만에 철회했던 물적분할 시도 이후 약 4년 만에 재등장한 분리 카드였다. 하지만 지난 9일, 은 공시를 통해 “탄약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중단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시장은 이 '무산'의 과정에 주목한다. 단순히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된 것이 아니라, 이 가진 지배구조의 치명적 약점이 수면 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류진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류성곤) 씨가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현행 방위사업법상 국내 방산업체의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최대주주가 되는 데 엄격한 법적 제한을 받는다. 즉, 의 본업이자 핵심 수익원인 방산을 물려받을 방법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결국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방산을 매각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리 가공업인 신동 부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승계 시나리오다. 시장은 이번 매각 시도의 배경을 기업 비전보다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읽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에게 방산을 물려줄 수 없는 법적 제약이 매각 검토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주식시장이 이번 매각설을 'Management Risk(매니지먼트 리스크·경영진 리스크)'로 규정하는 이유다. 매각 무산 공시 당일인 지난 9일, 을 바라보는 시장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상향됐고,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하향됐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상환 능력'을 보는 채권시장과 '성장 가치'를 보는 주식시장의 온도 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방산부문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됐고, 확대된 현금창출능력을 토대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어 21일에는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1으로 함께 올랐다. 장기신용등급 AA-는 채권시장에서 우량채로 분류되는 기준선이다. 등급 하나 차이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가능 여부가 달라지고 조달 금리도 낮아진다. 두 신평사의 등급 상향 논리는 같았다. 방산부문이 만들어낸 이익창출력이다. 나신평은 지난해 통상임금 소급 적용, 미국 스포츠탄 관세 부담에 따른 현지 수요 위축 등의 악재에도 연결기준 5.9%의 영업수익성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최근 동남아 중동 등 지역에서 소구경탄 매출이 확대되었으며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규모가 확대됐다"며 “자주포 탱크 등 무기체계 수출 시 대구경탄 매출이 함께 발생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높은 수출 비중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전기동(LME Copper) 가격 변동 영향이 컸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3년 이전 2개년 평균 약 2300억원에서 2024년 이후 2개년 평균 약 3100억원으로 늘었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권혁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방산부문의 안정적인 내수 수요 기반과 해외 수출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통해 신동부문의 실적변동성을 완화하는 등 사업포트폴리오 효과에 기반한 양호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한국기업평가가 A에서 A+로 올렸을 때도 이유는 같았다. 방산이 커질수록 신용등급도 올라갔다. 재무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현재 연결기준 부채비율 88.4%, 차입금의존도 24.9%, 순차입금/EBITDA 1.9배, EBITDA/이자비용 11.5배. 신평사 기준으로 모두 우수한 수준이다. 모두 방산부문 성장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영향이다. 그러나 두 신평사 모두 등급을 올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한신평은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사업구조 개편 및 방산부문 매각 가능성"을 명시하고 “향후 추가적인 의사결정 또는 실행 여부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 및 재무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신평도 방산부문 매각 등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을 등급변동 핵심 모니터링 항목으로 올렸다. AA-를 주면서 동시에 “방산이 빠지면 즉각 재검토"라는 조건을 명확히 단 것이다. 채권시장도 신평사와 같은 계산을 했다. 매각 무산 공시로부터 열흘 뒤인 이달 16일, 이 내놓은 3년물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3300억원이 몰렸다. 모집액의 3.3배다. 투자자들은 통상적인 시장 기준금리보다 낮은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에 돈을 넣었다. 금리가 낮을수록 발행사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투자자 수익률은 낮아진다. 그럼에도 뭉칫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높게 봤다는 신호다. 실제 발행액은 1200억원으로 증액됐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신용등급은 채무 상환을 못하는 부도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고, 신용등급 상승과 기업가치 극대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자에게 방산 유지는 이익창출력 안정, 즉 채무상환 능력 우수를 의미한다. 주식 투자자가 보는 성장 스토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회사가 방산을 팔지 않겠다고 한 날 신평사는 등급을 올렸고, 채권시장에는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달랐다. 성장 기대감은 올라가는데 목표주가는 내려갔다. 경영진은 믿을 수 없고, 성장 의지도 없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은 숫자만 보면 성장성이 나쁘지 않은 기업이다. 삼성증권은 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13% 웃돌 것으로 봤다. 그런데 목표주가는 16만7000원에서 14만원으로 16% 내렸다. 실적이 좋아졌는데 목표주가는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숫자 밖에 있었다. 삼성증권은 의 방산 매각 이슈에 대해 “정황상 어느 정도 매각을 검토했다고 여겨지는 바, 경영진 신뢰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어 매각 가능성을 경영 리스크로 규정하고 방산 사업에 매기던 경쟁사 대비 가치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리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다. 앞으로 벌 돈이 줄어들거나, 그 돈을 시장이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거나다. 이번엔 전자가 아니었다. 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 추정치는 그대로였다. 시장이 그 이익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경영진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내렸고, 그것이 고스란히 목표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 하락이 아니라 신뢰 하락이었다. 현재 PER는 약 12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방산 대표 기업들의 평균인 39배와 비교하면 70% 가까이 싸게 거래되고 있다. 방산 기업인데 방산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 있다. 신평사들은 “2025년 주요 투자가 마무리돼 설비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을 재무안정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전 세계 탄약 수요가 폭증하는 K-방산 호황기에, 경쟁사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은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업을 더 키울 의지가 없다는 신호이거나, 지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니 팔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를 빚 갚을 능력이 좋아진다는 신호로 읽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읽었다. 매각설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30% 이상 빠졌다. 매각 관련 단독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 주가는 종가 기준 13% 급등했다. 그러나 다음 날 보도가 나오자 오히려 15% 급락했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본업 실적 흐름은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방산사업부 매각 이슈 이후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을 믿되, 경영진은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방산 매각 자체가 문제냐는 물음에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문제는 매각이 아니라 가격과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 방산을 정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며 “결국 가지고 있는 자산을 충분히 제값 받고 파느냐가 문제인데, 당초 거론되던 지분 38%에 1조5000억원은 솔직히 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2022년 물적분할과 이번이 다른 이유도 짚었다. “당시에는 방산 신설법인을 비상장으로 두겠다고 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나왔던 것"이라며 “인적분할 후 매각이라면 주주들이 분할신설회사 주식을 직접 들고 있으니 방산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같은 맥락에서 봤다. “미래가치를 잘 포장해서 비싸게 팔면 주주에게 이익"이라며 “방산이니까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지, 일반 제조업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가격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요 테마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타격이 맞지만, 지금 시총이 2조8000억원인데 그 타격을 상쇄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게 받으면 문제가 없다.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돈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숫자가 이 모순을 드러낸다. 한국투자증권은 방산부문의 적정 가치를 4조256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체 시가총액 약 2조8000억원을 1조4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방산만의 가치가 회사 전체보다 크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시장은 그 가치를 주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방산이 커질수록 팔아야 할 이유도 커지고, 팔려고 시도할수록 주가 할인이 깊어지는 구조적 딜레마다. 이번 매각 시도가 드러낸 본질을 시장은 이렇게 짚는다. 경영진이 방산을 '어떻게 키울지'가 아니라 '얼마에 팔지'를 고민했다는 것이 노출됐고, 그 불신이 주가 할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B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시도에서 경영진이 장기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 뼈아프다"며 “기업가치를 높여서 비싸게 팔려는 생각만 했을 뿐, 방산을 어떻게 더 키울지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없는 은 그냥 구리 가공 업체"라며 “지금처럼 주식시장 전체가 오르는 국면에서 주요 테마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 논란과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해 입장을 확인하고자 ▲지배구조 리스크에 따른 가치할인 해소 방안 ▲방산 매각 재추진 가능성의 진위 ▲매각 시 특별 배당 등 주주환원 계획 ▲CAPEX 축소에 따른 향후 성장 전략 ▲오너 3세의 외국 국적에 따른 경영권 제한 규제 대응책 ▲승계 구도와 방산 매각의 상관관계 등 6개 항목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측은 “회사의 입장 및 전달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04-27 14:31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주가가 6일 장 초반 급등세다. 3일 정규장 마감 이후 한화그룹이 탄약부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6분 현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66%(2만원) 오른 11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탄약사업 부문 매각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은 이 방산부문을 인적 분할한 이후 홀딩스가 보유한 방산부문 지분 38%를 매각하는 형태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4-06 09:20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