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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유승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kys@ekn.kr
건설업 사고死, 영국의 6.6배…“맞춤형 전략·문화 개선 필요”

한국 건설업 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산재가 적은 영국과 비교하면 무려 6.6배나 된다.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동향브리핑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사고사망만인율)은 대한민국이 1.59퍼밀리아드(만분율·이하 단위 생략)로, OECD 경제 10대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캐나다(1.08) △프랑스(0.97) △미국(0.96) △이탈리아(0.92) △스페인(0.72) △일본(0.68) △호주(0.34) △독일(0.29) △영국(0.24) 순이었다. 한국의 1.59는 10개국의 건설업 1만명당 사고 사망율의 평균 수치(0.78)의 두 배에 달한다. 수치가 가장 낮은 영국과 비교해서는 6.6배, 최저 기준 2위인 독일에 비해서는 5.4배 높았다. 같은 기간 한국의 산업 전체의 1만명당 산재 사망 비율도 0.39로, OECD 경제 10대국 중 캐나다(0.50)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미국(0.37) △프랑스(0.35) △이탈리아(0.20) △스페인(0.17) △호주(0.14) △일본(0.13) △독일(0.07) △영국(0.04) 순이었다. 10개국의 평균은 0.24로, 한국이 약 1.6배 높았다. 영국과 비교하면 약 9.8배에 달한다. 비율이 낮은 편인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각각 5.5배, 3배 높은 수준이다. 한국을 포함해 10개국 모두 건설업의 평균 사고사망만인율(0.78)이 전체 산업 평균치(0.24)보다 약 3.3배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위험한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국내 건설업의 사고 저감을 위해서는 건설업과 전체 산업 간의 안전 수준 격차를 줄이는 산업 차원의 전략, 국내 전체 산업의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건설업은 옥외 작업, 근로자 고령화, 사업 구조의 복잡성 등 다양한 변수로 위험 요인이 많고 불확실성이 높아 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위험도가 타 산업보다 높은 만큼 안전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안전수준 격차를 줄일 필요도 있다. 또, 국가 차원에서는 일상 속 생활 습관부터 안전을 고려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안전수준이 높은 국가의 사고사망만인율이 낮아서다. 이를 위해 사회 전반에 안전이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도록 하는 범국가적 노력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산업 현장을 포함한 가정·학교를 아우르는 전 생애 주기 안전 문화 혁신을 통해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명목 GDP)은 약 1조7000억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10위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지방건설 활성화 위해 1주택자 혜택 지역 9곳 추가

정부가 서울에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한 채를 구입해도 1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역을 확대했다. 이 같은 다주택자 규제 일부 완화와 매입형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 부활, 세제 혜택 등을 활용해 지방 건설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지방 경기 침체 및 미분양 증가 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서울 1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해도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컨드홈' 제도를 △강릉 △속초 △익산 △경주 △통영 등 9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대부분의 인구감소지역은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평창, 공주, 담양 등 기존에도 세컨드홈 세제 혜택이 적용된 80개 인구감소지역에서는 1주택 특례 적용 기준을 공시가격 4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였다. 취득세 감면 대상 주택 기준도 공시가격 3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했다. 단, 이미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했거나 같은 인구감소지역에서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정부는 매입형 아파트 10년 등록임대 제도를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1년간 한시적으로 부활시킨다. 해당 제도는 다주택자의 투기 및 세금 회피 우려로 2020년 폐지됐으나,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에서는 한시적으로 재도입되는 것이다. 법 개정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내년 12월까지 임대 등록이 가능하며, 임대주택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1년 동안 6년 단기·10년 장기 임대 유형 모두 취득세 중과를 면제받고, 건설·매입형 주택의 경우 취득세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제공되는 세제 혜택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1주택자가 지방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1년 한시적으로 취득세 최대 50% 감면과 취득세 중과 배제도 지원한다. 또,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활성화를 위해 준공 후 매입 주택의 법인 양도소득 추가 과세도 면제한다. 이밖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물량을 기존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한 뒤 내년에 5000가구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매입해 완공 후 건설사에 되파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부는 다각도의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완화를 막기 위해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은 것을 환영하는 한편, 다주택자 규제 추가 완화 등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인구감소지역 임대주택 세제지원을 전체 지방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파트 매입임대등록 한시 복원도 종부세 합산배제가 빠져 관련 법안 논의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표명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 다시 축소…“규제 효과 여전”

6·27 대출 규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지난주 6주만에 반등했지만, 이번 주에 다시 꺾이며 규제 효과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단, 전문가들은 규제 효과가 석 달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8월 2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4%에서 이번 주 0.10%로 오름폭이 줄었다. 수도권도 0.05%에서 0.04%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반면 지방은 -0.03%에서 -0.01%로 낙폭이 다소 완화돼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0.01% 올라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서울 아파트값은 6·27 대출 규제 직전인 6월 넷째 주 0.4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0.40%→0.29%→0.19%→0.16%→0.12%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주 0.14%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재차 급등할 거라는 전조로 보기에는 이르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와 비슷한 흐름이다. 구체적으로, 강남 11개구(0.15%→0.14%)는 전 주 대비 오름폭이 줄었다. △송파구(0.38%→0.31%) △서초구(0.16%→0.16%) △양천구(0.18%→0.13%) △강남구(0.15%→0.13%) 모두 상승률이 둔화됐다. 강북 14개구(0.07%→0.06%)도 마찬가지로 변동 폭이 축소됐다. △성동구(0.33%→0.24%) △용산구(0.22%→0.13%) △광진구(0.24%→0.13%) △마포구(0.14%→0.11%)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동대문구(0.08%→0.08%)는 보합을 유지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및 학군지 등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고 전반적인 매수 문의가 감소하며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0.02%→0.01%)도 전체적인 오름세가 줄었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과천시(0.34%→0.22%), 성남 분당구(0.47%→0.19%), 안양시 동안구(0.26%→0.18%) 모두 전주보다 상승폭이 약해졌다. 인천(-0.02%→-0.04%)은 낙폭이 확대됐다. 지방(-0.03% →-0.01%)은 축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5대 광역시(-0.03%→-0.03%)는 보합세를 이어갔고, 세종(0.09%→0.03%)은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다. 시도별로는 △전북(0.05%) △충북(0.03%) △울산(0.02%) 등은 상승세였고, △대구(-0.07%) △전남(-0.05%) △인천(-0.04%) △대전(-0.03%) △광주(-0.03%)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편,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01% 올라 전주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서울(0.05%→0.05%)과 수도권(0.02%→0.02%)은 변동이 없었고, 지방(0.00%→0.00%)도 보합세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부산도 똘똘한 한 채” 대우건설 써밋 리미티드 남천 흥행

부산에서도 '똘똘한 한 채'는 통했다. 처음으로 3.3㎡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을 돌파한 대우건설 '써밋 리미티드 남천'이 평균 경쟁률 22.6대 1을 기록, 청약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부산 지역은 한동안 고분양가 단지가 외면받는 분위기였지만,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시장이 저가와 초고가로 양극화되며 상위 입지에 들어선 단지가 현금 부자들의 선택을 받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들어서는 '써밋 리미티드 남천' 1순위 청약 720가구 모집에 1만6286명이 몰렸다. 특히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B타입은 24가구 모집에 기타지역 청약자 540명을 제외하고도 7840명이 신청해 326.7대 1이라는 압도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또, 전용 227~243㎡ 규모의 펜트하우스 6가구 중 2가구와 전용 177㎡ 53가구를 제외한 모든 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부산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최고가 하이엔드 아파트가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펜트하우스를 제외할 경우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82㎡(71평)까지 1순위에서 완판된 사례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최근 수도권에서조차 '김포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나 대구 '어나드 범어' 등 고분양가 단지가 시장서 외면받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써밋 리미티드 남천의 흥행 성공은 분양가를 뒷받침할 만한 입지와 상품성이 수요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책임연구원은 “부산 대표 고가 아파트가 수영구와 해운대구에 몰려 있는데, 수영구에서도 남천동은 아파트 한 채 값이 평균 10억원이 넘어 평균 분양가 5000만원 정도는 수용 가능한 범위"라며 “써밋이 하이엔드 브랜드인데다 입지상 일부 세대는 광안대교 조망권도 있어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수요자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산 '노른자위' 지역은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신고가가 나오는 등 아직 열기가 남아 있다. 지난 7월 '해운대 I PARK' 83SA평형(191.6㎡) 72층이 49억2727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여기에 신규 단지 분양 시 주어진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6개월 후 전매 가능 조건이 결합돼 실수요 및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또, 6·27 대출 규제로 심화된 시장 양극화와 '써밋' 브랜드 프리미엄도 맞물리며 흥행에 힘을 보탰다. 앞서 해운대구 재송동 '르엘 리버파크 센텀' 역시 프리미엄 단지를 표방하며 1순위 최고 116.4대 1을 기록했지만, 전용 125㎡ B타입은 43가구 모집에 7명만 신청했다. 또, 671가구가 공급된 전용 154㎡는 425명만 청약하는 등 일부 중대형 타입은 저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써밋 브랜드가 부산에서 성공 경험이 있는 데다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선호도가 높은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최근 롯데에서 공급한 르엘보다 청약이 잘 나온 건 견본주택을 통해 조건이 훨씬 잘 나온 걸 직접 눈으로 보시고 상품 경쟁력이 다르다는 걸 느끼신 영향이라 생각한다"며 “오는 18일부터 부산에 '서면 써밋 더뉴'를 추가 분양 예정으로, 이 단지는 분양가가 좀 더 저렴해서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산에서 인기 있는 입지가 오션뷰가 나오는 해운대와 광안리로, 상위 20% 지역만 시장에서 먹히고 나머지는 분양이 쉽지 않다. 서울 한강벨트만 올라가는 현상과 비슷한 불황의 징조로, 모두가 부산을 탈출할 수는 없으니 부자들이 몰려드는 곳이 이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부자들을 비롯한 돈 있는 사람들이 단타 투자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시장을 보고 산 것으로, 결국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다시금 일어난 것"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희건설 “김건희에 ‘나토 목걸이’ 줬다” 자수

서희건설이 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2022년 나토(NATO) 순방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서희건설을 뇌물공여와 이를 통한 인사 비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브리핑을 열고 “어제 뇌물공여 혐의로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했다"며 “서희건설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김건희 씨가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제품이다. 처음에는 재산 신고 내역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최근에는 뇌물 의혹으로 번졌다. 특검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가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서희건설 직원이 대선 직후 같은 제품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하고 전날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서희건설 측은 “목걸이는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압수수색 하루 전 본사 건물을 폐쇄하고 모종의 작업을 진행해 증거 인멸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위해 서희건설 측이 김건희 씨에게 교부했다가 몇 년 뒤 돌려받아 보관했던 목걸이 실물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했다. 이후 법원 심사에서 목걸이 진품 확보 경위를 설명하고 인척 집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를 증거로 제시, 서희건설의 자수서를 받아냈다. 아울러 특검은 김 여사 측과 관계자들의 일련의 움직임을 수사 방해 및 증거 인멸 행위로 규정하고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오 특검보는 김 여사 측에 “목걸이 진품을 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이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당시 홍콩에서 20년 전 산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압수수색 중 동일 모델의 가품이 인척 집에서 발견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며, 김건희 씨 및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와 증거 인멸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글로벌건설은 ‘탄소 중립’…국내 건설사들, 있는 기술도 사장시킨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국내 건설사의 친환경 기술 발전은 여전히 더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대비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린 데다, 비용 부담과 기술 대응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장 적용도 더디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이산화탄소 포집 등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경우,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등 친환경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건설시장에선 유럽연합(EU)을 선두로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펴내 저탄소 콘크리트·에너지 효율 설계·현지 사회공헌 등 ESG 역량이 향후 해외 수주 경쟁의 핵심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할 녹색기술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뒤처져 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돈 벌기 쉬운' 도시정비사업에만 열을 올릴 뿐 고난도의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소 절감을 위한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모듈러 공법은 기존 대비 30% 이상 비싸 일부 현장에서만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이미 유럽에서는 3차원 건설정보모델링(BIM)이 업무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발히 사용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예컨대 한국에너지공단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등에 반영하기 위해 탄소 절감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에 대한 인증을 시행 중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가 시공법이나 요소기술 등을 개발해 시험성적표 등을 제출하면 심의하는 기술위원회를 상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심사를 신청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개발돼 있는 친환경 시공 기술도 비용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 건설사의 연구개발(R&D) 비용도 타 업계보다 적은 데다,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인력 감소가 주 원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10개 주요 대형 건설사의 매출 대비 R&D 비용은 평균 0.64%로 집계됐다. R&D 비중이 1%를 넘긴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이는 타사보다는 높지만 국내 대기업 평균인 3~4%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술 인력의 고령화도 문제다. 자격 보유자 중 기사 자격 취득자의 20대 비중은 감소했으나 40~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건설 관련 학과의 입학생 및 재적 학생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로, 특히 핵심 학과인 건축설비공학과와 토목공학과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가 국내 건설사의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나, 건설사들의 경기 악화 호소로 정책 시행이 지연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를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올해 6월로 순연한 바 있다. 올해 적용 시에도 최근 건설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5등급 인증 기준보다 다소 낮은 '5등급 수준' 설계로 규제를 완화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친환경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건 결국 비용 문제라 건설사에 경제적 이득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제도를 만들 때 경제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시로 콘크리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도 중요하지만, 흡수 재료를 재활용하는 문제도 있다"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활용 시 탄소세와 비슷하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친환경 전환 공헌도가 있는 업체에 보상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경찰·노동부, ‘감전사고’ 포스코이앤씨 압수수색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최근 발생한 공사 현장 산재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하청업체, 현장 사무실, 감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용부 안양지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장 사고 수사전담팀은 12일 오전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 본사와 하청업체인 LT삼보 서울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4일 광명시 소재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양수기를 점검하다 감전당해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고용부와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전기 누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사고가 발생한 양수기의 시공 및 관리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는 물론 현장의 안전관리 계획서, 유해위험방지 계획서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에는 근로감독관과 경찰 약 70여명이 투입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4월25일에도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李정부 들어 건설사 ‘수난 시대’, 자성 목소리 높아진다

이재명 정부 들어 건설사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산업재해와 정경유착 의혹, 각종 비리 연루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되고 비판을 받는 등 '산업계의 빌런'이 된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외풍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고질적인 병폐에서 비롯된 만큼 자정이 먼저라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 11일 오전 서울 양재동 소재 서희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서희건설 이봉희 회장의 측근이 2022년 3월 9일 대선 직후 같은 모델의 목걸이를 구입한 기록을 확보했으며, 이 것이 이 회장의 사위 박성근 전 검사가 같은 해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서희건설은 본사가 입주한 서울 양재동 서희타워를 주말 동안 전면 폐쇄해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며 건물 폐쇄와 압수수색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희건설은 건설업계 전반의 부패 이미지를 심화시킨 공사비 증액 비리에도 연루된 바 있다. 서희건설 부사장 A씨는 지난달 경기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지주택 사업에서 전직 조합장 B씨에게 13억7500만원의 뒷돈을 건넨 대신 물가 상승분(142억원)보다 243억원 많은 385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관철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내 대표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도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 '정경 유착' 의혹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부산·경남 지역 정치인·언론들은 현대건설이 김용현 전 대통령 경호처장의 요청을 받고 대통령 관저 내 스크린골프장 등을 불법 증축해줬으며, 이를 댓가로 10조원대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을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가 정권이 교체되자 후환을 두려워해 자진 철수했다는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실제 김건희 특검은 경호처가 현대건설에 공사비 대납을 요구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해당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특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또 산업재해 장애인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산재 근절 캠페인의 최대 표적이 되고 있다. 올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폭풍의 눈'이 된 포스코이앤씨가 대표적이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 5일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이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강력한 제재를 지시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재해 문제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는 137명으로 전년 대비 1명 줄었다. 반면 건설업 사망자는 71명(51.8%)으로 오히려 7명(10.9%) 증가하며 건설업 이미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안 그래도 건설업은 입찰 담합, 불법 하도급, 깜깜이 수주, 부실시공, 안전사고, 부정부패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깊은 산업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2020년 조사한 결과 국민의 89%가 건설업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MZ세대 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93%가 응답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정경유착 같은 문제는 인허가 과정에서 매뉴얼대로 딱 부러지게 처리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 친하면 봐주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하는 일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도 “경쟁 입찰이나 최저가 입찰 과정 행태를 보면 지방 건설, 토목, 관급 행사 등에서 분명 담합이 일어나고 있지만 구조와 역사가 너무 깊어 증거를 잡기 어렵고 외부에서 관찰이 쉽지 않아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불공정 관행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는 공공발주기관에 대한 책임 및 처벌 강화 등 제도·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6·27 규제 후 아파트 거래 양극화…9억원 이하·30억 초과 계약 늘어나

6·27 대출 규제로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자 아파트 거래가 양극단화되고 있다. 10억~20억원 대 물량의 거래는 줄어든 반면 9억원 이하 중저가나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물량의 거래 비중은 늘어났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이후 지난 10일까지 43일(6월28∼8월10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유효 거래량은 총 4646건으로, 이 중 9억원 이하 거래가 49.5%(2052건)였다. 이는 대출 규제 직전 43일(5월16일∼6월27일)간 신고된 1만4528건 가운데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37.7%(5473건)였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11.8%포인트(p) 확대된 것이다. 거래량은 통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공히 공공기관이 매입임대사업용으로 매수한 저가의 초소형 아파트와 계약 해제 건을 제외한 뒤 산출, 비교했다. 대출 규제 이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9억원 이하 비중이 커진 것은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로, LTV를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할 때 6억원의 대출 한도가 줄지 않는 집값의 상한이 9억원 선이다.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서 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감소한 것도 저가 위주의 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1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2.8%로 8.1%가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대출 규제 전 23.0%에서 규제 후 26.8%로 3.8%p 커졌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3일간 3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8.6%로 6%p 가량 비중이 축소됐다. 특히 대출 규제 전 23.0%를 차지했던 15억원 초과∼30억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후 15.6%로 7.4%p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이 가격대는 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나 마포·성동구 등 인기지역 중대형 아파트 시세로 일단 이번 대출 규제로 이들 지역의 거래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7월 거래량은 3649건으로 6월(1만9980건) 대비 69.5% 감소했다. 이 가운데 15억∼30억원대 아파트가 많은 성동구는 6월 809건에서 7월 92건으로 88.6%, 마포구는 704건에서 109건으로 84.5% 줄었다. 이에 비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는 6월 177건에서 7월 80건으로 54% 감소했고, 도봉구는 58%(300건→126건), 노원구는 66.1%(856건→290건)가 줄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반면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6%에서 대출 규제 후 6.2%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전보다 절대 거래량은 줄었지만 초고가 아파트 매수가 가능한 현금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70.38㎡는 최근 93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매 약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역주택조합 ‘비리’ 전수 조사…“제도 개선 추진”

내집 마련을 원하는 조합원들을 졸지에 '사기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45년 만에 개편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실태조사와 개선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특별 점검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문제 사례 중재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토지 분쟁의 경우 국가가 직접 개입해 중재하기 어려워 향후 제도 개정 시 사업 시작 전 토지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원 수는 약 26만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사업 표류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토지를 확보한 후 주택을 건설해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10~30% 저렴한 게 장점이다. 문제는 토지 매입 실패, 추가 분담금 요구, 시공사 계약 조건 변경 등 각종 리스크로 인해 성공률이 20% 미만으로 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18개 조합 중 187개 조합(30.2%)에서 총 293건의 민원과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공유된 상태"라며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장별로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지자체와 함께 조합과 시공사 등의 분쟁 원인을 파악하고 중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태조사 및 특별합동점검은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업계는 이르면 9월에서 10월경 대책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문제는 조합 설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비를 먼저 걷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또, '조합'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개발업자·건설사·업무대행사 등이 사업을 주도해 조합원은 사업 구조나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와는 구두 계약이나 양해각서 수준의 협약만 맺고, 건축계획 역시 허가권자와 협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울러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도산해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경우, 다시 증액 요구가 이어지는 등 사업이 계속 꼬이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분담금은 늘어나 각종 분쟁 및 법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잦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실제로 2017년 법 개정 이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일부 조합원은 올해 실시계획이 취소될 예정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지주택 조합 설립 요건 중 하나가 대지 80% 이상의 '사용권'만 확보하면 된다는 점이다. 이는 법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일 뿐, 토지를 실제로 매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토지 소유자가 보상금에 반발하거나 매도를 거부할 경우, 사업 전체가 좌초될 수 있다. 정부도 개별 토지 매매에는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를 실제로 매입한 이후에 조합원을 모집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시공사나 업무대행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업무대행자 등록제 도입과 자격 요건 강화는 물론, 용역업체 및 시공사 선정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 추진위원회의 법제화와 권한 제한과 더불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지역주택조합 분쟁 해결 방안으로 △분쟁조정위원회 도입 △공공택지 입찰 시 우대 기준 마련 △공사비 증액 적정성 기준 도입 △패널티 부과를 통한 갈등 조정 및 재발 방지 체계 마련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은 구조적으로 매우 위험하며 조합원 돈을 떼먹는 악의적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시세 차익을 획득하려는 개인 투자 성격이 강해 구조적 문제를 감안했을 때 사업 확대를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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