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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은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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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신뢰 흔든 국토부…부동산원은 속았나 속였나?

2025년 4월 공개된 900쪽 분량의 감사원 특별보고서는 “한국부동산원이 2018년부터 4년 동안 102차례 집값·거래량 지표를 고의로 수정했다"는 내용으로 첫 장을 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급등하던 가격 곡선을 완만하게, 거래 절벽을 보여 주던 그래프는 계절적 요인이라며 눕히도록 한국부동산원에 압박했다. 정부는 이 조정된 수치를 근거로 “부동산 시장 안정세 진입"을 선언하고 대출 규제 완화와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의 토대가 허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02'라는 숫자가 남긴 의문은 두 가지다. 4년간 102번의 조정은 분기별 통계 발표 주기를 고려할 때 사실상 상시 개입을 의미한다는 점, 그리고 내부 전자우편과 문서에서 “△%P만 내리면 된다", “특정 지역 낙폭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구체적 지시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오타가 아니라 정책 목표치에 맞춘 '수치 에디팅'이었음을 시사한다. 법정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부동산원 직원은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부인하며 감사원의 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지만, 감사 실무관들은 내부망을 통해 “객관적 근거로 수정 내역을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조작이냐 표적 감사냐를 둘러싼 논란 속에 핵심 사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통계가 권력의 유혹이 된 사례는 해외에서도 반복됐다. 2000년대 중반 그리스는 국가채무를 축소 보고하다 유로존 재정 위기를 촉발했고, 2016년 중국 일부 지방정부는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생산 지표를 부풀렸다.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임금 통계 편향으로 20년 치 지표를 뒤늦게 수정했다. 모두 단기 성과 연출이 정책과 시장 붕괴로 이어졌고, 독립 감시 장치가 부재했다는 공통점을 남겼다. 국내 제도의 취약점은 작성 주체와 감독 주체가 모두 국토교통부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통계법 제14조는 “작성의 중립성"을 규정하지만 외부 압력에 대한 처벌 조항은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원의 최근 3년 공익신고 보호율이 12%에 불과한 것도 내부고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 방식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야당은 “전 정권 흠집내기용 감사"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반면, 여권은 “통계 신뢰 붕괴는 국가적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지금까지는 실무자 몇 명에게 주의·경고가 내려졌을 뿐 고위선에 대한 수사 통보는 이뤄지지 않아 '꼬리 자르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장은 입법 논의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외부 개입 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허위 통계 유포를 명시적 범죄로 규정한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역시 감사원과 통계청 사이에 독립형 '국가통계감사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 통계 이력 추적제 도입, 내부고발자 지원 펀드 조성, 시민 검증 플랫폼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드러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삭제 문서'가 기록을 지웠다면, 이번 '102차례 숫자 손질'은 수치를 덧칠했다. 목적은 같았다. '성과를 과장하고 리스크를 숨겨라.'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 통계는 세 가지 거짓말 중 가장 악질"이라고 경고했다. 숫자가 조작되는 순간 진실은 침묵하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시장과 국민은 더 큰 대가를 치른다. “나는 네가 전 정부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때 그 수치는 왜 그렇게 조정됐는가." 질문이 선명할수록 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정은경 “지속가능한 의료·복지로 구조 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건의료와 복지정책 전반에 걸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의료·돌봄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지속가능한 보건복지 정책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의료인력, 필수공공의료, 간병과 돌봄, 소득보장 등 전 분야에 걸쳐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의료인력 문제와 공공의료 체계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신설해 과학적 수급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필수공공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의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여 지역 내 필수 공공의료를 총괄하는 기능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인력 수 증대보다 공급 구조 개편과 직종 간 균형 확보가 중요하다"며 “전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련 환경 개선과 유인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서는 “안전성과 환자 편의를 모두 고려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족 간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정 후보자는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그동안 가정에 맡겨졌던 간병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간병·지원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복지 정책의 핵심 방향은 '생애주기별 공공책임 강화'로 요약된다. 그는 “아동수당의 단계적 확대와 기초연금 내실화를 통해 소득보장 체계를 보완하겠다"면서, “청년·중년 고립 문제에 대응하는 맞춤형 대응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복지 신청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의료비 부담 완화 대책도 소개됐다. 정 후보자는 “상병수당 확대를 통해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화하고,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자살 예방 정책과 관련해선 “자살 고위험군 조기 발굴과 시도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발달장애 아동의 조기 발견과 개입을 강화하고, 주간활동서비스·공공일자리 확대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기반의 통합돌봄 체계, 중증장애인에 대한 특화 대응, 가족돌봄 부담 경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초고령사회 전환과 연금개혁 이슈에 대해 “18년 만에 논의되는 연금개혁 특위에 적극 참여하고,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설계하겠다"며 “복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복지 정책 질의와 병행해, 도덕성 검증도 청문회 전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주식 거래 및 농지 실경작 여부, 배우자 경력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질의가 1·2차 질의 모두에서 반복됐고, 여야 의원들은 정책 능력뿐 아니라 청렴성 여부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정은경 후보자 ‘주식·농지 의혹’ 적극 해명…정책 비전도 제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코로나19 유행기 주식거래와 농지 실경작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에 나섰다. 서명옥·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 공세의 선봉에 섰다. 두 의원은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코로나 수혜 주식인 창애에탄올 지분을 코로나 유행기에 추가 매수한 사실을 거론하며 “방역 정보로 이익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나 2016년부터 장기 보유한 주식이며 2020년 이후 한 주도 팔지 않았다"며 부당 이득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해당 회사가 손세정제 사업을 시작한 건 코로나 유행 이후인데 당시에는 알지 못했고, 단기 매매로 시세 차익을 본 사실도 없다"며 “이해충돌 여부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건 송구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과거 보유했던 마스크 제조업체 주식 거래 시점도 도마에 올렸다. 해당 종목은 메르스와 코로나 유행 시기 주가가 급등한 전력이 있는 ㈜에프티이에이(FTEA)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해당 주식은 2018년 초 전량 매도한 것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와는 무관하다"며 “거래 내역과 배당금 자료는 2016년 이후 전체 제출했다. 배우자 명의의 증권 계좌는 키움증권 외에는 없다고 알고 있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확인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 배우자 명의의 강원도 평창 농지 관련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의원은 실경작하지 않고, 지인 명의로 직불금이 수령된 정황을 제시하며 “경자유전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 후보자는 “지인과 30년간 공동으로 농사를 지었고, 주요 작업 시기마다 직접 참여했다"며 “농지 매입 당시에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정식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도 “후보자 가족이 농지를 정상적으로 취득했고 실제로 농사도 지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인의 도움을 받은 공동경작 형태를 '불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정 후보자는 “현지 지인의 도움 없이는 농사가 어렵지만, 우리 가족도 책임 있게 경작에 참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과거 경력과 배우자 취업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안상훈 의원은 “후보자의 대학 동기이자 명지병원 설립자인 이왕준 이사장과의 인연이 있다"며, “후보자 배우자가 공동 창업한 병원에 연봉이 높은 조건으로 취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현재 배우자가 근무 중인 병원은 명지병원과 무관하며, 이왕준 이사장은 이미 병원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가족에게 전달한 일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노인빈곤 해결과 장애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 소득보장과 일자리 확대, 지역 중심의 통합 돌봄체계가 핵심"이라며 “장애인 정책 역시 활동지원 확대와 지역사회 통합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문제에는 “장기근속수당과 근무환경 개선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병 부담과 관련해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통해 가족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중증장애인 특성에 맞춘 간병·지원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세종시, 2026년 국비확보 총력 “한글문화단지·행정수도 완성 관건”...산업은행 세종지점 신설 확정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세종시가 2026년도 정부예산 심의를 앞두고 '한글문화단지' 조성과 국회세종의사당 연계 교통망 등 핵심 국비사업의 반영 전략을 본격 점검했다. 시는 17일 이승원 경제부시장 주재로 '2026년 정부예산 대응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현안사업의 예산 반영 현황과 쟁점사항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립 한글문화단지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 △지방분권 종합타운 △제천 횡단 지하차도 △제2행정지원센터 등 주요 사업의 추진 현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국립 한글문화단지 사업은 세계적인 한글·한국어 학습 수요에 대응하고,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세계화를 선도할 기반시설로 추진되고 있다. 시는 체험형 문화공간과 교육·연구 기능을 갖춘 단지 구상을 통해 내년도 정부예산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지도 96호선 구간 연결, 제천 횡단 지하차도 건설 등 국회세종의사당 접근성 확보를 위한 교통망 확충 사업들이 논의됐다. 시는 국회와 대통령 집무공간의 세종 이전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인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국회 세종의사당 △친환경종합타운 △국가산단 진입도로 △세종지방법원·검찰청 등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재검토를 토대로 예산 확보 시점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도 △운전면허시험장 △국립민속박물관 세종 이전 △유네스코 세계유산 설명센터 등 계속사업의 안정적인 국비 반영을 위한 전략도 점검했다. 이승원 경제부시장은 “2026년도 예산은 세종시가 획기적인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중요한 시기"라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전 부서가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강준현 의원 “정책금융 사각지대 해소 계기…2025년 말 개점 목표"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정책금융의 사각지대였던 세종시에 산업은행이 지점을 설립한다. 행정수도 완성과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결정은 혁신기업과 국책사업이 밀집한 세종시에 실질적인 금융 기반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개설을 마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시을)의 지속적인 요구와 협의 끝에 이뤄졌다. 강 의원은 17일 “산업은행이 세종지점 신설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개설 준비에 돌입했다"며 “세종시 경제 구조에 부합하는 정책금융 공급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해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지만, 오랫동안 국책금융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져 기업 자금조달과 정책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물리적 부재는 혁신산업 유치와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 목적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강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의정활동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세종에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중심의 국책사업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에 걸맞은 금융 인프라는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은 정부가 세종의 성장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상징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세종지점이 개설되면, 지역 기업과 창업기업은 서울이나 대전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정책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 부담 완화는 물론, 세종 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강 의원은 “산업은행 세종지점은 단순한 지점 개소가 아니라, 세종을 행정수도이자 경제도시로 완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앙부처, 공공기관, 혁신기업이 밀집한 도시에 걸맞은 금융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충될 수 있도록 입법과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초소형 엑스레이 병원 밖에서 사용 가능”…40년 만에 규제 완화

엑스레이 촬영이 병원 안과 검진차량에만 국한됐던 시대가 바뀐다. 무게 10kg 이하의 휴대용 장비라면, 일정한 안전 기준을 충족할 경우 병원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기술 발전과 현장 수요에 발맞춰 40여 년 만에 관련 규제를 손봤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부터 무게와 출력 조건을 만족하는 포터블 엑스레이 장비는 의료기관 외부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병원 내부 또는 이동검진차량에 장비를 장착한 경우에만 촬영이 허용됐고, 외부에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차량 고정 장착이 전제되어야 했다. 이처럼 엄격한 규제는 방사선 누출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응급환자 대응이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제약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들어 엑스레이 장비의 소형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디지털 영상 기술도 발달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포터블 장비를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중소벤처기업부, 강원특별자치도와 함께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5년간 실증사업을 운영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개정에서 무게 10kg 이하, 최대 출력 20mAs 이하의 장비에 한해 병원 밖 사용을 허용했다. 다만 모든 장소에서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방사선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이 함께 제시됐다. 장비는 반드시 무게 10kg 이하, 출력 20mAs 이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장비 반경 2m 이내의 방사선량은 주당 2mR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또한 촬영 시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검출기 뒤편에는 납 칸막이나 건물 벽 등 차폐 구조물을 마련해야 한다. 촬영을 수행하는 의료종사자는 납 앞치마 등 방사선 보호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러한 안전 조치를 전제로 차량 장착 의무를 없앴다. 특히 방문 진료, 재난 대응, 요양시설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영상 진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은 의료 현실과 기술 흐름을 반영한 제도 정비로 평가된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규제자유특구에서 출발해 전국 단위 제도로 확장된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2019년 지정된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에서는 수년간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를 활용해 응급 현장 및 외부 촬영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했다. 이 실증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전국 병·의원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을 마련했고 이를 제도화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1986년 규칙 제정 이후 39년 만에 규제 체계를 실질적으로 완화한 조치다.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 실증사업에서는 일부 포터블 장비에 AI 영상 분석과 클라우드 기반 영상 연계 기술이 실제 적용됐다. 향후 이 같은 기술이 확대 적용될 경우, 진단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응급 상황이나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 지역에서 포터블 엑스레이 장비를 활용하면 진단과 초기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진료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전의 394㎜” 세종시 물폭탄에 교통·시설 마비...공주시, 침수·부상 속출에 전 부서 비상 대응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세종시에 시간당 5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도로 붕괴, 정전, 하천 범람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는 17일 오전 6시 홍수경보에 이어 낮 12시 40분 호우주의보를 발령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16일 0시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 세종시 전역에 쏟아진 누적 강수량은 평균 275.1㎜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전의면 394㎜ △전동면 341㎜ △소정면 326㎜ △장군면 300㎜ 등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집중됐다. 현재까지 접수된 주요 피해로는 △주택 침수 △토사유출 △배수로 막힘 △일부 지역 정전 △하천 범람 △소규모 교량 붕괴 등이 포함돼 있으며, 시는 읍면동별 현장 확인 및 응급 복구를 병행하고 있다. 사전 통제된 지역은 총 20곳에 이르며, 둔치주차장 2개소, 하천변 8개소, 도로 2개소, 세월교 7개소, 기타 1개소가 포함됐다. 이 중 실제 도로 통제로 이어진 구간은 11곳이다. 대표적으로 △금남면 부용리 도로 207호(부용교 인근) △조치원읍 조천1교 △전동면 '개미고개'(청송리~청람리) △전의면 읍내리 356-4 일원 △소정면사무소 인근 도로 등이 포함됐다. 기상 악화로 인해 시내버스 14개 노선이 전면 중단됐고, 호출형 교통수단인 두루타(DRT)도 5개 권역 전부가 멈췄다. 우회 운행 중인 노선은 총 5개다. △1003번(오송역반석역)은 중간 정차 없이 운행되며 △71번은 쌍류리쌍류보건소 구간을 생략한다. △801번·991번·1000번 역시 침수 또는 통제 구간을 피해 경로를 변경했다. 시는 재난 문자(SMS) 4회, 전광판(11개소) 및 마을방송(262대)을 통해 호우특보 상황을 실시간 안내하고 있으며, 각 읍면동 직원과 자율방재단을 중심으로 배수구 정비, 산사태 취약지 예찰을 지속 중이다. 세종시는 “당분간 150㎜ 안팎의 추가 강수 가능성이 있다"며 “통제 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대중교통 이용 전 노선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시 유구읍 유구리 일대 마을이 17일 오전 침수되면서 주민 40여 명이 마을회관과 인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정안면에서는 배수로를 정비하던 주민 3명이 토사를 제거하던 중 중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같은 날 오전, 유구천 국재교와 정안천 오인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공주시에 따르면, 전날 16일 오후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공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균 256.6㎜에 달했고, 유구읍(326㎜), 신풍면(307㎜), 정안면(272.5㎜) 등 일부 지역은 300㎜를 초과했다. 시는 16일 오후 3시 30분 호우주의보 발효와 함께 비상1단계를 가동했고, 같은 날 오후 7시 10분 호우경보 격상에 따라 비상2단계로 전환했다. 총 148명의 인력을 투입해 13개 협업반과 읍면동 단위 대응을 가동 중이다. 시는 제민천 산책로, 유구천 수국정원, 정안천생태공원 등 주요 하천변과 차량 통로를 전면 통제하고, 자율방재단과 협력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산사태취약지역 중 중점관리 대상 66곳 인근 주민 330명에게는 별도 문자로 주의를 안내했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17일 아침부터 유구·신풍·사곡 지역을 직접 방문해 침수 우려 도로와 구조물 붕괴 위험 지역을 점검하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 외에도 탄천면 낙뢰로 인한 정전, 신관둔치 주차 차량 이송, 성산4길 옹벽 붕괴 등 주요 현장에 대해 응급 복구를 완료했으며, 추가 피해 발생 시 현장 확인 즉시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세종 여성기업인 150여 명 한자리에...공주, 충남대병원과 진료·응급 연계 구축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16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제4회 세종 여성기업인 대회'에는 업종도 규모도 다른 여성 CEO 150여 명이 모였다. 여성기업지원법에 따라 매년 7월 개최되는 이 행사는, 지역 경제의 주체로 떠오른 여성기업인들의 교류와 연대를 위한 자리다. 올해 행사의 슬로건은 '여성기업, 내일을 여는 희망의 열쇠'. 세종시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지회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다양한 업력을 가진 여성 창업가들과 차세대 여성경제인들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 산업에 기여한 여성기업인 4명이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수상자는 △황옥화 ㈜제일가스 대표이사(세종시장상) △정경순 ㈜헤나프로천사 대표이사(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상) △김은주 ㈜디에스퍼니처 대표이사(대전지방조달청장상) △전성미 ㈜도광 대표이사다. 초청 강연도 이어졌다. 유튜브 '지식한방' 채널을 운영하는 박종훈 대표가 연사로 나서 '세계경제 지각변동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주제로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통찰을 공유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축사를 통해 “세종시의 발전은 여성기업인의 도전과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며 “여러분의 활동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윤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지회장도 “우리 여성기업인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 환자도 신속한 이송·진료…지역 내서도 전문 진료 가능 감염병·만성질환 등 예방 중심 보건서비스 확대 “동네병원-대학병원 연결"…진료 사각지대 해소 기대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시와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역 공공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공식적으로 협력에 나섰다. 공주시는 16일 시청 집현실에서 충남대학교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진료 연계 체계 구축 △응급의료 협력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서비스 확대 등 다방면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과 충남대병원 간의 전문 진료 연계 경로가 보다 명확히 정비되며, 중증 질환자나 긴급 환자 발생 시 의료서비스 이행 속도와 정확성 모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양측은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감염병·만성질환 등 예방 중심의 공공보건사업을 공동 기획해 실질적인 시민 건강 증진 효과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보건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전문 자문도 주요 협력 분야다. 공주시는 향후 지역 보건의료정책 설계 시 충남대병원의 임상 및 보건의료 행정 경험을 자문 형태로 반영해 정책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모두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협약 이후 양 기관은 실무 협의 채널을 구성하고, 과제별 실행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공동 사업을 이행할 예정이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대학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시민들이 지역 안에서 보다 전문화된 진료와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단순한 진료 협력에 그치지 않고, 예방·정책 등 공공의료 전반을 포괄하는 실질적 협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산업지대…정부, ‘RE100 산단’ 설계 착수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전용 산업단지, 일명 'RE100 산단'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TF는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을 국가 핵심과제로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회의는 문신학 산업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됐으며,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RE100 산단은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공단을 말한다. 풍력, 태양광 등 지역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이행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 입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민간 글로벌 캠페인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세계적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으며, 자사 공급망에도 동일한 기준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국가 우선 과제로 공식화했다. RE100 이행이 가능한 산업단지를 국내에 마련하고, 수출 제조업의 투자 유치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RE100 산단 조기 조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프라 구축 △기업 유치를 위한 입지 경쟁력 확보 등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특히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기조를 설정하고, 전기요금 인하 방안, 교육·주거 인프라 조성 등 복합적인 유인 구조를 구축하는 데 TF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TF를 격주 단위로 운영하며, 2025년 연내에 RE100 산단 기본 계획과 관련 특별법 제정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신학 1차관은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수출기업의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며,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조속한 실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2050 탄소중립 앞당긴다…세종, 녹색도시 시동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 배출 없는 교통으로 움직이며, 건물 하나하나가 '제로에너지'를 향해 나아간다. 세종시가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환 실험에 본격 착수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정책의 선도모델이자, 도시 차원의 구조 개편을 동반한 첫 실행 사례다. 정부와 세종시는 16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포럼을 열고, 에너지·교통·건축 등 전 부문에 걸친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날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탄녹위와 공동으로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는 탄녹위가 권역별로 순회 중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권역 릴레이 포럼'의 일환으로, 도시 단위 탄소중립 전략의 모델로 떠오른 세종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석 세종시 환경녹지국장(탄소중립이행책임관)은 “세종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미래도시'를 비전으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기본계획 이행 첫해였던 지난해, 목표치 대비 120.4%의 감축 실적을 거뒀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도시 내 탄소 배출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탄소공간지도, 건물 단위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도, 대중교통 중심 생활권 실현 방안 등 전방위적 탄소중립 수단들이 발표됐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세종시에서 실증 중인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정책 설계 가능성을 설명했다.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확산을 강조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세종시가 자체 도입한 통합 교통요금제 '이응패스'의 성과와 확장 계획이 발표됐다. 조은강 대중교통과장은 “2020년 7.9%였던 대중교통 이용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도심 내 친환경 교통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정인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기술·시민참여의 삼각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은혜 법제연구원 ESG법제팀장, 윤은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정연준 행복청 사무관, 김호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실장 등은 세종시 사례를 토대로 도시형 탄소중립 정책의 확장 가능성과 실현 과제를 짚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후변화 시대, 숲과 정원, 공원과 꽃 같은 단어가 국민 삶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세종시는 녹색성장을 도시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이상기후는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라며 “탄소중립 실현의 최전선인 도시 현장에서 지자체, 시민, 산업계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CJ, 부실 계열사 650억원 우회 지원…‘과징금 65억원’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CJ와 CJ CGV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활용해 부실 계열사인 CJ건설과 시뮬라인에 650억 원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CJ건설은 2010~2014년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며 누적 적자가 980억원에 달했고, 2013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시뮬라인도 같은 기간 동안 78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해 2014년 자본이 완전히 소진됐다. 두 회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했으나, 낮은 신용등급 탓에 투자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CJ와 CGV가 나섰다. 두 회사는 금융회사가 해당 사채를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TRS 계약을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이지만, 실제로는 사채가 부실화될 경우 CJ와 CGV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CJ 내부 문건에도 '미상환 시 대납'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계약이 외형상 투자였으나 실질은 지급보증에 해당한다고 봤다. TRS 계약에는 전환권 행사나 수익 실현 의사가 전혀 없었고, CJ와 CGV는 오로지 부실 계열사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 보강 역할만 수행했다는 판단이다. 이사회에서 '배임' 우려가 제기돼 한 차례 부결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지원 덕에 두 계열사는 정상보다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CJ건설은 31억5587만원, 시뮬라인은 21억2458만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조달 금액은 각각 500억원과 150억원으로, 당시 자본총액의 52%, 417%에 달하는 규모였다. TRS 계약 이후 CJ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순위를 끌어올리며 외부 수주를 늘릴 수 있었고, 시뮬라인은 CGV에 계속 장비를 납품하며 시장 퇴출 위기를 피했다. 공정위는 “경쟁 질서가 인위적으로 왜곡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CJ그룹 계열 4개사에 총 65억4,1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CJ(주)가 15억7700만원, CJ건설이 28억4000만원, CGV와 시뮬라인은 각각 10억6200만원씩을 부담하게 됐다. 공정위는 TRS 계약의 외형이 파생상품 투자이지만 실질은 계열사에 대한 신용보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정상적인 수수료 없이 위험을 떠안은 점을 위법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 사건은 계열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투자처럼 위장한 사례로, 파생상품이라도 특정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지원 수단의 형식이나 명칭을 가리지 않고, 특정 계열사 지원에 악용되는 거래는 실질 기준으로 판단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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