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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잦아드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다시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이 연일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으면서 가까스로 마련된 MOU 체제가 사실상 무너진 데다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공격 대상이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시설로까지 확대되면서 '보복과 맞보복'의 악순환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19일 오전 7시) 미군은 군 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상업용 선박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하고, 전날 요르단에서 미군 장병들을 공격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신속하게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란의 공격으로 요르단에 주둔한 미군 2명이 숨졌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군 1명은 실종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숨진 미군 장병은 총 16명으로 늘었다. 미국과 이란은 한 달 전 체결된 종전 MOU가 사실상 붕괴한 이후 공격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미국은 최근 7일 연속 이란을 향해 공습을 이어갔다. 이란 역시 요르단과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중동 동맹국과 이들 지역 내 미군 관련 시설 등을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특히 최근 양측이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확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군은 최근 이란 내 철도와 교량, 공항 등 민간 기반시설로 공격 범위를 넓혔고, 이란도 이에 맞서 쿠웨이트 내 발전·담수화 시설 등을 공격했다. 이러한 흐름은 종전 합의 이후 이어져 온 양측의 무력 충돌이 새로운 단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현재의 적대행위 규모는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초기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수준이다.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주요 도시들을 대규모로 폭격했고, 이란은 걸프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 모두 공격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재개된 무력 충돌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국민연설에서 “우리는 이란에서 크게 이기고 있다"며 “여러분은 곧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4일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교량과 발전시설 등 민간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등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군 사망자까지 추가로 발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의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체결된 MOU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MOU를 위반했다며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얼마나 가치와 효력이 없는지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갈등을 더욱 확대해 더 큰 대가와 굴욕을 자초하려 하고 있다"며 “이란 국민과 저항전선이 미국에 결코 잊지 못할 교훈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이란 측 대표를 맡고 있는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이 MOU에 따른 이란의 의무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자 미 국무부는 예측 불가능한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자국민들에게 중동 지역으로 여행하거나 중동을 경유하는 여행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상승률은 17.35%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 3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공중급유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이 유가 상승폭을 키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공중급유기 추가 배치는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조지타운대의 메흐란 캄라바 정치학 교수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최근 공격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일,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길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쪽도 이러한 확전을 원하지 않지만 양측 모두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확전의 악순환에 의존하게 됐다"며 “핵심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과 보복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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