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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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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다시 160엔?”…‘매파 연준’에 日銀 초비상 [이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등(엔화 약세)하자 18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긴축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은 3.75~4.00%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통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까지 연준이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엔/달러 환율도 즉각 반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FOMC 직후 달러당 155엔 수준에서 최고 156.42엔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5엔을 단숨에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달 들어 이어졌던 엔화 강세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60엔에 육박했지만 일본은행이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한때 153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신호를 내놓으면서 엔화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미일 금리차가 상당 기간 큰 폭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25%로 올렸고 지난해 1월에는 0.5%, 12월에는 0.75%로 추가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과 3월, 4월 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지난 6월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로 올렸다. 지난 7월에는 다시 동결했지만 이달 17~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최근 10개월 동안 세 차례 금리를 올리게 되는 것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긴축 속도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년 3월과 2분기에 기준금리를 각각 1.5%, 1.75%까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엔/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한 것은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가 연준을 따라잡지 못해 미일 금리차가 상당 기간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긴축 속도와 폭에 대해 얼마나 매파적인 신호를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ACCM의 글렌 인 리서치 디렉터는 “일본은 금리 인상과 함께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아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단기간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까지 치솟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린토 수석 금리 및 외환 전략가는 이번 회의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될 경우 엔/달러 환율의 다음 상승 목표를 158엔으로 제시했다. 이어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경우 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엔화 약세가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에 접근할 경우 일본과 미국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가능성이 재차 부각될 수 있어서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 7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 동안 외환시장 개입에 사상 최대인 15조4000억엔(약 986억달러)을 투입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후 강한 엔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이 엔화 약세에 다시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본 점도 엔화 매도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엔화 약세 베팅 규모를 크게 줄인 상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지난 8일까지 한 주 동안 엔화 약세 베팅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다음 금리 인상은 10월?”…美연준, 긴축 사이클 재가동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물가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남아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 여부'에서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이후 3년여 만으로, 12명의 투표권자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에 따르면 전망을 제출한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은 올해 안에 적어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일부 위원들은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역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FOMC 회의가 열리는 10월 기준금리가 4.00~4.25%로 0.25%p 추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52%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4.25~4.50% 이상 수준에 머무를 확률은 79%에 달한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치기보다 추가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이 무게를 두기 시작한 셈이다. 추가 인상론의 핵심 근거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3.6에서 3.7%로 상향됐으며,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는 시점도 기존 예상보다 1년 늦은 2029년으로 밀렸다. 특히 연준은 이번 FOMC 성명에서 높은 물가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던 '공급 충격'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국제유가와 관세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견조한 소비와 고용,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 등 미국 경제 내부의 수요까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시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라며 “최근 지표는 기저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견해는 위원회 내에서도 폭넓게 공유됐고, 이에 따라 완화의 일부를 제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파적인 발언"이라며 “연준 의장이 현재 정책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마침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다"며 “이제 논쟁의 초점은 추가 인상 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몇 차례 더 올릴지로 옮겨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어 “만장일치 결정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비둘기파 위원들까지 인상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의미"라며 “이번 한 차례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일단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추가 긴축 전망에 힘을 싣는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를 보면 연준은 일단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여러 차례 인상했다"며 다만 “연속된 회의에서 계속 올릴지, 중간에 동결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준이 그동안 금리를 한 차례만 인상한 전례는 드물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7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같은 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후 금리를 동결했다. 이듬해인 1998년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연준은 결국 그해 가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증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B매크로의 루이지 부티글리오네 최고경영자(CEO)는 “공급과 수요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채권과 주식이 이러한 역풍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남아 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4%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하고, 근원 PCE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지만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휴대전화 가격 급등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만한 지표의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캐나다 데려가면 가만 안 둔다”…트럼프, 유럽에 초강수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를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미국에 대한 적대적 행위로 판단할 경우 유럽에 대규모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EU의 캐나다 준회원국 제안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유럽에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많은 품목에 대해 유럽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이 나쁜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한다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좋은 의도라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제안 자체에 대해서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캐나다는 끔찍한 무역 상대국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며 양측 관계를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국 정상이 EU 집행위원장의 연례 정책연설에 초청된 것은 카니 총리가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오랜 동맹국이자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서 이미 격화하고 있는 무역전쟁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양국 간 무역협상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 정부도 이에 맞서 비슷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각서를 통해 연방정부 조달 계약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한하도록 지시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백악관은 캐나다 정부가 '바이 캐나디안'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캐나다 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EU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캐나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방향의 교역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 등 동서 방향으로 무역을 다변화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EU 준회원국 구상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캐나다가 EU의 '준회원국'이 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위와 권한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최종 합의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새롭게 거론한 대유럽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를 실제로 시행할 경우 어떤 법적 권한을 근거로 삼을지도 불확실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리 1%로” 트럼프…‘매파 워시’에 건넨 한마디는 [이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만큼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은 3.75~4.00%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미국 상단 기준 1.00%p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해 현재 3.00%로 운용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나타났다. 19명의 FOMC 위원 중 16명은 올해 말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6명에 그쳤다. 또 8명의 위원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추가로 0.25%p 더 높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워시 의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성장과 고용이 비교적 탄탄해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오늘의 정책 조치는 위원회의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보다 적시에 복귀하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다.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 및 신용 여건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에 보다 부합하도록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며 “오늘의 조치는 우리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며 물가 안정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특히 워시 의장이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고 언급한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파적인 발언"이라며 “연준 의장이 현재 정책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TD증권의 오스카 무뇨스 수석 매크로 전략가도 “연준은 현재 분명히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금리를 올렸고 추가 인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노동시장을 포함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역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오늘의 확고하고 만장일치인 결정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는 1%이거나 그보다 낮아야 한다"며 “우리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모든 나라, 즉 대부분의 국가와 교역을 중단한다면 최소 연간 1조500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떠받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의 금리를 낮춰라. 그것도 빨리 낮춰라"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케빈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과 통화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통화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면서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같은 쪽에 투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워시 의장에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서 “그에게 충분한 표가 없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에게는 적대적인 이사회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분간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동시에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시 의장은 앞으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이에서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리 왜 올렸나가 핵심”…증시 운명 가를 ‘워시의 입’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기가 실리고 있지만, 연준이 예상 밖으로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된다. 이어 30분 뒤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연다. 연준은 2025년 마지막 세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물가 지표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92% 반영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약 77%에 육박한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도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HSBC, 도이체방크 등은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오는 12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 “연준 금리 동결은 역대급 서프라이즈"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이처럼 높은 확률로 기정사실화했을 때 연준은 예외 없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를 감안하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1994년 이후 정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나타난 가장 큰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스 코헨 외환 전략가는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90%까지 반영한 상황에서 연준이 이 단계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키우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국채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AP통신에 “역설적으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 나중에 장기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선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로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그 충격이 증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금리 올려도 끝 아니다…시선은 '추가 인상'으로 문제는 연준이 예상대로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FOMC에서 공개되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올리고 멈추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통상 연준은 경제와 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을 택한다. 실제로 한 차례 인상에 그친 전례는 드물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7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같은 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후 금리를 동결했다. 이듬해인 1998년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연준은 결국 그해 가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와 관련해 루네이트의 시저 마스리 투자리서치 총괄은 “시장은 금리 동결이나 비둘기파적인 금리 인상에 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워시, 이번엔 기자회견서 불안 잠재울까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블룸버그는 “기자들은 FOMC의 정책 결정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이번 한 차례 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왜 금리를 올렸느냐"에 대한 설명이라고 짚었다. 소통 축소 방침을 내세운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이 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향후 채권시장과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 FOMC 결과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17일 새벽 발표되는 만큼 당일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7% 오른 6717.97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날까지 나흘간 코스피가 6% 급락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는 2.01%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4.08% 급등하는 등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달러 버리면 100% 관세”…트럼프 발끈한 ‘브릭스 탈달러’, 현실 가능성은 [이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는 데 뜻을 모았지만, 실제로 탈(脫)달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에서 “브릭스는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 연계성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재로 달러화 거래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브릭스 내부에 독자적인 결제·청산·예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재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해 “소수 통화에 집중돼 있어 정치적 충격에 취약하다"며 달러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결제 통화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화의 지배력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비중은 각각 29%, 17%였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이언트 크리슈나 선임연구원은 CNBC에 “브릭스는 달러가 세계적으로 제공하는 본질적인 유동성과 신뢰를 대체하는 데 필요한 통합된 제도적·금융적·거시경제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그동안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를 활용한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가 달러화에서 벗어나려 할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4년 11월 당시 “이들 국가가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강력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100% 관세에 직면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브릭스의 탈달러 구상을 실제로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많지 않다고 CNBC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브릭스 공동통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회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결제와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대신 선언문에는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PTF)가 현재 진행 중인 논의를 바탕으로 회원국 간 국경 간 결제를 보다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길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리마 바타차리야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무역의 약 90%를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변화는 브릭스 차원의 조율된 정책이라기보다 2022년 이후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가속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브릭스 통화가 자국 밖에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이 때문에 수출업자들이 해당 통화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글로벌 원자재 거래에서는 달러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장 편리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브릭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점도 탈달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타차리야 총괄은 “인도와 중국의 경쟁 관계야말로 브릭스 내부 결속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인도 모두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직접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갈수록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쌓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양국 간 무역액은 사상 최대인 1511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 역시 사상 최대인 1121억60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종전 기록인 992억1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인도와 미국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액은 지난해 약 2390억달러에 달했다. 인도는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584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서비스 교역에서도 4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 달러화 사용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슈나 비마바라푸 아시아태평양(APA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자본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루피화 사용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릭스 회원국들은 서로 매우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며 “결국 현재로서는 브릭스가 주도하는 어떠한 대안도 달러가 가진 유동성과 시장의 깊이, 신뢰성, 글로벌 수용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변화는 사기” 트럼프의 역주행?…美 탄소감축 10년 늦어진다 [이슈+]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약 10년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기존 및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에 탄소포집·저장(CCS) 등 특정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도록 의무화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폐지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는 2039년 이후에도 가동할 계획인 기존 석탄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2년까지 최대 9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발전소들은 CCS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환경 규제는 잇따라 철회되고 있다. EPA는 앞서 냉장·냉방 장비에 사용되는 초강력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연기하고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폐지했다. 탄소배출 규제의 핵심 법적 근거 역할을 해왔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위해성 판정'도 뒤집었다. 여기에 EPA는 이번 G20 회의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중대한 대기오염원으로 규정한 연방정부의 기존 판단을 폐기하는 새로운 규정도 제안했다. 청정대기법에 따라 발전소에 별도로 적용돼온 위해성 판단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PA 측은 “이 제안이 확정될 경우 향후 EPA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향후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크게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EPA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번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폐지로 오는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억3300만t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약 5억8800만t으로 집계됐다. 이번 규제 폐지 하나로 한국의 연간 배출량에 육박하는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당적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이노베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철회를 모두 고려하면 미국의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정책이 유지됐을 때보다 약 10억t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기존 석탄·가스발전소뿐 아니라 향후 건설될 발전소에 대한 탄소 규제 폐지 효과도 반영됐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2040년까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정책이 유지됐다면 2030년에 도달될 배출량이 2040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탄소 감축 시계가 10년가량 뒤로 밀리는 셈이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모델링·분석 담당 로비 오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유지됐다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몇 년간 가파르게 감소하는 경로에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모든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출량 자체는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감소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우리가 가야 할 수준에도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 폐지로 미국의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기존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CCS 설치 역시 사실상 강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로펌 브레이스웰의 스콧 시걸 파트너는 “CCS 의무를 폐지한다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불확실한 의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힘입어 2년 넘게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의 탈석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도 1% 줄었다. 석유 소비 감소가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REA는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도 최근 자국의 석유 소비가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당초 15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6~2030년 중 석유와 석탄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급진 좌파 민주당이 퍼뜨리는 AI 사기극은 얼마 전 '극심한 더위로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했던 지구온난화 사기극을 떠올리게 한다"며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주장했다.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속도를 늦추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을 반박하면서, AI 위험에 대한 경고가 지구온난화 경고처럼 과장됐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연준 금리 올린다”…증시 ‘2018년 악몽’ 재현될까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배런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미국 주식 및 퀀트전략 총괄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올해 연말 목표치를 기존 7100에서 74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날 종가인 7619.98보다 약 2.9% 낮다. 수브라마니안 총괄은 특히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금융 여건이 이미 빠듯한 상황에서 차입비용을 추가로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시장의 “고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브라마니안 총괄은 또한 증시가 “조정을 받을 시점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S&P500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조정은 지난 3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통상 한 해에 약 세 차례의 5% 조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시는 이례적으로 조정 없이 상승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추적하는 약세장 신호 가운데 이미 50%가 나타났다고도 덧붙였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딘 커넛 최고경영자(CEO)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P500 지수가 8~10%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12월에는 추가적인 2차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이익률을 압박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에 변동성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넛 CEO는 또 현재 증시 상황이 과거 2018년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S&P500지수는 9월 고점을 찍은 뒤 10월과 12월 각각 6.94%, 9.18% 하락했다. 2018년 9월 장중 최고점과 12월 최저점을 비교하면 낙폭은 약 20%에 달한다. 연준은 2018년 당시 9월과 12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상한 바 있다. 커넛 CEO는 이 같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현재 증시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p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92%로 반영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약 80%에 육박한다. 반대로 연준의 긴축에도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월가 강세론자들은 기업 실적이 여전히 탄탄한 만큼 금리 부담만으로 현재의 증시 랠리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주식은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는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8000으로 유지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이후 3개월 동안 S&P500은 평균 약 2% 하락했지만, 첫 인상 이후 1년 전체로 보면 9% 넘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긴축이 증시에 미치는 중기적 영향은 긴축이 기업 이익 증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기업 이익은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주식전략가 역시 최근 금리 상승을 반드시 증시에 부정적인 신호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8000으로 제시했다. 윌슨은 “높은 금리는 여전히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강한 성장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위험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함께 기간 프리미엄도 억제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중기적으로 우량주가 여전히 유효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탈바켄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CEO는 “예외적인 기업 이익 성장"을 이유로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7400에서 8500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이날 종가 대비 약 12%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퍼브스 CEO는 현재 기업 이익 증가세에 대해 “예외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광범위하다"고 진단하면서 “완만한 주가수익비율(PER)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S&P500은 충분히 8500선까지 갈 수 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5% 찍는다고 했지?”…美10년물 금리 예측한 족집게의 경고 [머니+]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선 가운데, 이를 일찌감치 예측했던 시장 베테랑이 국채 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놨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뱅크의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인 스티븐 배로우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올해 말 전망치를 5.2%로 높이고, 2027년 1분기에는 5.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배로우 총괄은 “나의 구조적인 시각은 우리가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고금리 장기화' 체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 이유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지나치게 웃돌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리가 이미 5% 가까이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오는 12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는 2027년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로우 총괄은 “연준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동 지역의 전쟁을 거론하며 “내가 보기에는 모든 신호가 여전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로우 총괄의 이 같은 전망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실제 5%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21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22%를 나타냈다. 전날 장중 한때 5%를 넘어선 뒤 다시 밀렸지만 이날 오전부터 재차 상승하며 5%선을 회복한 것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금리가 잠시 5%를 웃돈 것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40년 넘게 전략가로 활동해온 배로우 총괄은 이미 지난 2월 올해 안에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연준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4%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지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46% 수준이었던 지난 5월에도 배로우 총괄은 5% 전망을 고수했었지만 이같은 시각은 시장 컨센서스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배로우 총괄은 당시 “(5% 전망은) 이란 전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 것"이라며 “연준은 아마도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 또한 재정 측면에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금리 상승을 촉발하기는 했지만, 그의 5% 전망의 근본적인 배경은 전쟁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자리 잡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설명이다. 배로우 총괄은 글로벌 공급망 압박과 기후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이민 규제 강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제한 등을 장기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배로우 총괄은 과거에도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짚은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2021년에도 미 국채 가격 하락을 전망했고, 최근 수년 동안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움직임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다만 일본 엔화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약세를 이어간 점은 그의 전망에서 빗나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인류 위해 멈추자?”…AI 속도조절론 외치지만 속내는 ‘동상이몽’ [이슈+]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면서 글로벌 AI 업계에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AI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주도권 다툼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AI 기업들은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기술적 우위와 기업가치를 지켜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발 속도를 늦추면 중국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속도조절론을 기술 패권을 고착화하려는 전략으로 의심하고, 유럽은 AI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인 개발 중단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국제 공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누구를 위한 속도조절인가'를 놓고 안전과 패권, 산업적 이해관계가 뒤엉킨 동상이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트럼프 “AI가 인류 파괴?…지구온난화보다 더 터무니없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려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하며 온갖 나쁜 일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은 사기"라며 “이는 러시아 스캔들이나 지구온난화 사기극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장치 또는 '가드레일'은 강하고 똑똑한,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대통령"이라며 “미국에는 그런 대통령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속도조절론을 처음 공개적으로 촉발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아모데이가 이제 와서 “완벽한 작은 천사인 척하고 있다"고 비꼬면서, 자신의 행정부가 이미 AI 업계의 “나쁘거나 잠재적으로 나쁜 일"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인 서밋'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예고 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다. 황 CEO가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연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로봇이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AI가 세계를 장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신중하게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산업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속도조절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반박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AI는 단순한 기술산업을 넘어 자신의 경제 성과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는 기업 설비투자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AI 열풍은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AI 속도조절 논란의 여파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3.36%, 브로드컴은 4.77%, AMD는 4.40%, 인텔은 5.59% 각각 하락했다. 크리스 암스트롱 베렌버그 전략가는 “이미 시장에 상당한 불안감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주요 AI 기업들마저 '잠깐,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기류 변화가 AI 관련주를 현재보다 10~15%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호황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AI 속도조절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반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 트럼프와 등 돌린 실리콘밸리…美 의회도 “규제 필요" 앞서 아모데이 CEO는 지난 12일 공개한 3800단어 분량의 글에서 최첨단 AI가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며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 관계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xAI CEO 등 주요 AI 업계 인사들도 아모데이의 문제의식에 동조했다. 치열한 기술 경쟁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이들이 AI 안전 문제에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날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적용할 행동강령을 공개했다. 행동강령에 따르면 MS의 AI 모델은 인간이 승인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해야 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목표를 설정하거나 부여된 권한을 넘어 행동해서는 안 된다. MS는 법학·윤리학·철학 전문가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께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개발·배포되는 차세대 AI 모델의 기본 규범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대와 달리 A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초당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튠 상원 원내대표와 테드 크루즈 상원 상무위원장,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은 AI 업계에 재앙적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초지능 AI' 개발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는 AI 시스템을 강제로 중단할 수 있는 이른바 '킬 스위치'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AI 산업에 일정한 안전장치를 도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작업과 초당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AI를 다시 상자 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지만 AI가 어떻게 개발되고 사용될지는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소수 기술기업들이 만드는 자발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속도 늦추자"면서 중국은 막아라…미중 패권경쟁으로 번지나 AI 속도조절론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안전 문제가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아모데이는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보다 “가능한 한 큰" AI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더욱 제한하고, 미국 AI 모델의 결과물을 활용해 중국 업체들이 경쟁 모델을 훈련하는 이른바 '증류'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위험 때문에 속도를 늦추자고 하면서도 미국의 기술적 우위는 최대한 유지하고 중국의 추격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에 반발하는 이유에도 중국이 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병든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뻐하는 유일한 곳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움직임이 결국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만 추격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도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대립과 악의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글로벌 AI 거버넌스 과정을 방해할 뿐 누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AI 발전은 인류 전체의 공동 복지와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도 최근 사설에서 아모데이의 주장에 대해 “안전 위험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주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을 겨냥한 '냉전식 각본'"이라고 비판했다. 알리바바 AI 모델 큐원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인 저스틴 린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속도를 내려고 하는데 당신들이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한다고? 맙소사"라며 “당신들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마치 누구의 허락이라도 필요한 척하지 말라"고 비꼬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속도조절 요구와 별개로 독자적인 AI 개발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AI를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뒤집을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AI 업체들의 모델 성능은 미국 최상위권 모델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베이징은 AI를 워싱턴과의 기술적 균형을 다시 짤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자발적으로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등이라면 2등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AI 업계 내부에서는 AI가 통제를 벗어날 위험보다 경쟁사들의 모델 개선 속도를 따라잡고 가능하면 추월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中도 “AI 통제 상실" 경계…유럽은 “혼자 멈출 순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최근 AI 안전 규제를 강화하며 '통제 상실'을 공식적인 위험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14일 '인공지능 보안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3.0'를 공개하고 AI 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의 예상과 통제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AI가 사이버 공격을 더욱 확장시키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 속도 자체를 늦추기보다는 감독과 통제를 강화한 채 추격전을 계속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안전 위험을 놓고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럽 역시 AI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 중단에는 선을 긋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독일 디지털부는 “AI 개발 중단은 유럽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며 디지털 주권 강화를 위해 AI 개발과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효과적인 AI 통제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는 AI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핵확산금지 협정과 유사한 국제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마 레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AI 혁신 발전에 찬성한다"면서도 “기업들이 EU 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 “속도 늦추자면서 성장은 계속"…월가도 의심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의 속도조절론을 순수한 이타심과 인류의 안전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자사 사업 성장이나 지출 계획을 축소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 두 기업이 실제로 AI 개발 경쟁을 어느 정도까지 늦출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자은행 UBS의 울리케 호프만 부르카르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첨단 모델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는 요구가 업계 전반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선두 AI 연구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관련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AI 업계가 일제히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 배경에 수익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AI 안전을 이유로 상장 시기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속도조절 논쟁이 불거지기 전부터 기대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상장 연기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경고를 “과장과 허풍"이라며 “실제로 통제하기 어려운 성장 둔화를 가리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반면 속도조절론을 주도한 앤트로픽은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이르면 오는 10월 중순부터 IPO 투자자 마케팅을 시작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전 상장을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아울러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소수 집단이 주도하는 규제가 법제화할 경우 새로운 AI 기업의 진입을 막는 식의 '규제 포획'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 연구 인력을 이미 갖춘 선두기업일수록 강화된 규제 비용을 감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AI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죄수의 딜레마'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모든 기업과 국가가 함께 속도를 늦추면 AI를 이해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만 먼저 멈추면 경쟁자에게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어서다. 결국 인류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선두 AI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AI 속도조절론'의 의미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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