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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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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만 대박?”…4600조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에 숨겨진 위험 [이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합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구상하는 초거대 기업의 탄생이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또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각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언급했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됐으며 머스크는 이해충돌 당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논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를 합병하는 데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양사 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에 달하며 테슬라까지 합치면 양사의 기업가치는 총 3조5000억달러(약 4630조원)에 육박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합병이 이뤄지게 된다. 양사의 합병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이 오는 12월 3일 예정된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 이전에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의 합병 논의가 최근 몇 주 사이 시작됐으며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합병 협상을 위한 자문을 받기 위해 투자은행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합병이 투자자들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다. ◇ 머스크는 지배력 강화…주주들은 새로운 '위험 부담' 머스크는 AI와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테슬라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따라서 양사의 합병은 별도로 운영되던 기업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머스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서는 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에 모두 투자한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설립자는 “머스크가 합병을 원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가능한 한 빨리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며 “그는 콘퍼런스콜에서 합병이 좋은 생각이라고 세 차례나 언급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합병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경영상의 이점도 적지 않다. 현재 머스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은 여러 기업에 걸쳐 있어 투자와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각각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합병이 성사되면 자금과 인력, 기술을 하나의 경영체계 아래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주주들 역시 새로운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슬라 주주들은 스페이스X의 AI·스타링크·스타십 사업에, 스페이스X 주주들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롯 사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 기회도 새로 얻을 전망이다. 현재 양사는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 테라팹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브스 요크빌아이브스 파트너 겸 선임 전무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모두에 이번 합병은 고민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주주들도 양사의 결합을 원할 것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다각화가 반드시 투자 위험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로이터는 기술적 위험은 물론 규제와 사업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불확실성까지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일부 사업의 위험 요인은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조차 없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가령 테슬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했던 주주들이 합병 이후에는 우주개발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합병은 AI, 로봇, 전기차, 우주개발 등 머스크가 이끄는 모든 사업을 하나의 종목에 담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야심 찬 하나의 바구니에 지나치게 많은 달걀을 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美·中 지정학적 충돌 우려…성장성 문제도 여전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도 합병에 따른 중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 항공우주국(NASA) 등에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계약업체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로이터는 이러한 사업 구조가 결합될 경우 미국 규제당국과 국가안보 관련 기관은 물론 중국 정부의 심사까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파운더ETFs의 마이클 모너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페이스X가 미국의 핵심 방산 계약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공식적으로 분리하거나 사업 운영과 정보 교류에 엄격한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된 거대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부담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모두 AI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날 스페이스X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14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7억9100만 달러, 당기순이익은 44억4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직전분기 대비 대폭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AI 사업 매출이 7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30% 폭증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1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급증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4분기에만 350억~4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2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스타십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 등은 모두 막대한 비용과 높은 기술적 난도를 수반하는 사업이라고 짚었다. 이어 양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이러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사업의 위험을 하나의 기업 안에 모으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합병을 둘러싼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향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싱가포르 UOB케이히안의 케네스 고 이사는 “이번 합병은 머스크가 구상하는 세계의 미래상을 그려내기 위한 거대한 캔버스와 같다"면서도 “합병이 성사되면 테슬라 주주들은 로켓과 위성, AI 사업까지 보유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러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도 양사의 합병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에서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머스크는 합병이 성사되려면 투표에 참여한 테슬라 주주들의 단순 과반수가 아니라 전체 발행주식의 50%에 해당하는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들에게 합병의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머스크의 이해충돌 가능성과 의결권 구조, 자금 배분을 둘러싼 문제가 불가피하게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거품만 걱정했는데”…美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이슈+]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거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화하면서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주택시장의 부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매매계약은 체결됐지만 거래가 최종 완료되지 않은 주택을 집계하는 9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66.0으로 전월 대비 7.3% 급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전월 대비 0.4%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11.3% 하락했다. 여기에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민간주택 착공 건수는 계절조정 연율 기준으로 전월 대비 5.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0.4%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이를 크게 넘어섰다. 주택 건축허가 건수 역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2% 증가였지만 실제로는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84만5000건에 그쳐 지난 8월보다 4% 줄었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잠정주택판매지수뿐만 아니라 주택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도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한 상태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다. NAR의 로런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9월 주택시장 여건이 악화했다"며 “고용 증가와 소득 상승이 주택 구매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주택 구매 여력은 모기지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경제 데이터베이스(FRED)에 따르면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인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7%를 넘어섰고, 지난 8일에는 7.4%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는 2023년 10월 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까지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연준은 지난달 약 3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75~4.0%로 끌어올렸다.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주택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2027년에는 최근 모기지 금리의 반등으로 다시 부각된 주택 구매 여력 악화 문제가 점점 더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택시장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주택 거래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근 금리 상승세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기존주택 판매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95% 이상은 현행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특히 전체 대출자의 65%는 현재 시장금리보다 최소 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새롭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 머무르면서 거래가 위축되는 이른바 '록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개 분기 동안 미국의 주거용 투자가 각각 2.5%, 4%,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시장은 주택 구매 여력 악화로 상승이 제한되는 동시에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으로 추가 하락도 억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2027년에는 주택 구매 여력 악화에 따른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시장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연준에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연준은 주택시장 침체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9월 주요 물가 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인상할 가능성을 76.1%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87%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4.5~4.75%에 이를 확률은 29.1%로 가장 높다.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FWDBONDS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정책 방향을 180도 전환해 신규 주택의 구매 비용을 낮추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은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라며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지만 주택시장은 이미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연준의 실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모기지 금리가 이미 연준의 단기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훨씬 많이 상승한 만큼 이제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까지 거래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인 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우려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거의 확실히" AI 거품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AI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매우 불균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앤트로픽과 오픈AI에 지불하는 비용을 언급하면서 AI 도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실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주택시장 등 금리에 민감한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AI 투자마저 둔화할 경우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한층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만 유독 왜 이러나”…‘엘리스 쇼크’에 다시 번진 AI 공포 [머니+]

이틀 연속 반등하며 바닥을 다진 듯했던 한국 증시가 20일 다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국내 AI 데이터센터 기업 엘리스그룹이 상장 첫날 30% 넘게 폭락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욱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73% 급락한 5552.7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0.60% 내린 5733.57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5493.24(-4.76%)까지 밀렸다. 이로써 코스피는 지난 6월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4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날도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장 대비 2.98%, 4.23% 내린 21만1500원, 122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두드러졌다. 실제로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는 일제히 1%대 하락률을 보였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 역시 전장 대비 1.2% 내린 260.82을 나타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AI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11% 상승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61% 오르며 9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 초반 8% 가까이 급등했던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4%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장중 한때 3.7%까지 올랐지만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한 것이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7.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136%를 기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막대한 외부 자금에 의존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AI 인프라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간밤 미국 기술주에서 나타난 안도 랠리가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있으며 국채금리 상승과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에너지 가격이 주요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자산의 호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주가 폭락에 AI 공포가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엘리스그룹은 공모가 대비 약 32% 급락한 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한국 증시에서 이뤄진 대규모 IPO 가운데 역대 최악의 상장 첫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2022년 상장 첫날 주가가 30.5% 급락한 더블유씨피다. 앞서 엘리스그룹은 공모가를 희망 범위 최상단인 9만5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약 2011억원이며, 상장 전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400대 1에 달했고, 청약증거금으로만 약 10조300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엘리스그룹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거센 매도세에 직면했다. 이날 시초가도 7만5700원에 형성되자 장 초반부터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 상승 후 상한가) 기대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AI 산업에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이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는 AI 트레이드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짚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AI 관련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 제동이 잇따라 걸리고 있다. 호주의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 그리드는 최근 시드니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계획대로 상장이 성사됐다면 호주에서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수 있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에어트렁크도 싱가포르에서 추진하던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영국 AI 인프라 기업 엔스케일 역시 IPO를 앞두고 목표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SB에너지도 상장 일정을 미뤘다. 나고미캐피털의 무라마쓰 가즈유키 투자운용 총괄은 “엘리스그룹의 주가 급락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중동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특히 퍼머스가 IPO를 철회한 직후라는 점에서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엘리스그룹의 끔찍한 상장 첫날 성적표는 이날 아시아 시장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트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앨버트 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엘리스그룹의 상장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심리는 매우 큰 변동성을 보여왔으며 실제 기업의 펀더멘털과 괴리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엘리스그룹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부터 기업의 AI 전환(AX)을 돕는 소프트웨어까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0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32억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김도준 지안자산운용 대표는 엘리스그룹의 재무구조가 코어위브와 다르고 특별히 위험한 기업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수익성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어위브는 빙산의 일각?”…AI 투자 광풍에 ‘숨겨진 부채’ 경고 [이슈+]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AI 관련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형 기술기업들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막대한 부채까지 떠안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AI 관련 부채성 채무를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는 최근 엔비디아가 투자한 미국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를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코어위브는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확보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차입에 의존하면서 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 회사의 부채 규모는 약 500억달러에 달하며 최근 일부 회사채 수익률은 15~16% 수준까지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신용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조달 위험이 코어위브를 비롯한 일부 AI 인프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의 마크 하비브 디지털 인프라 부문 총괄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채가 더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부채가 보고되지 않았다면 하이퍼스케일러의 공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또한 이러한 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에 대해 우리가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해당 채무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비브 총괄은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소규모 AI 기업에 자금을 보증하는 이른바 '상호 연결된 금융 구조'에 대해서 지적했다. 이들이 직접 차입한 금액 외에도 향후 부담해야 할 잠재먹 채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오라클, 메타플랫폼, 스페이스X 등 미국의 6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와 기타 AI 관련 설비투자에 7조달러(약 9000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잉여현금흐름도 적어도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비브 총괄은 최근 AI 관련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당장 주요 기술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S&P 글로벌은 지난 7월 과도한 AI 투자 지출과 불확실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강등한 바 있다. 하비브 총괄은 최근 AI 인프라 관련 채권의 매도세가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신용등급보다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신용등급을 변경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S&P의 신용등급은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AI 투자 규모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면 이러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비브 총괄은 “그러한 상황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AI 기업들의 투자가 추가로 늘어나거나 기업 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져 매출 증가세에 대한 전망이 악화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용등급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AI 투자에서 기대했던 수익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을 꼽았다. 이처럼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채 위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실제로 높아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432bp(1bp=0.01%포인트)로 상승해 2022년 11월 초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 400bp를 돌파한 이후 일주일 만에 30bp 넘게 상승한 것이다.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배경에는 AI 분야에 대한 투자와 미국 대형 보안업체 얼라이드 유니버설 인수 가능성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어위브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샤론 첸 신용분석가는 소프트뱅크의 2027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최소 60억달러(약 8조원)의 현금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AI 투자까지 이어질 경우 자금조달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월 기록한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한 상태다. 이날에는 장중 6% 넘게 하락했다. 결국 코어위브의 자금조달 불안이 부각된 이후 AI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막대한 투자 규모와 매출 성장 가능성에 집중했던 시장의 관심이 이제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 AI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패색 짙어진 트럼프…한국 앞세운 중간선거 승부수 통할까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공화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민심이 악화한 가운데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마저 경합주로 떠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대만의 대규모 투자 및 구매 계획을 앞세워 표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각종 지원을 약속하며 중간선거 표심 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현재 알래스카에서는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현역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메리 펠톨라 후보가 맞붙고 있다. 알래스카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려는 공화당의 핵심 방어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한 한국과 대만의 투자 및 구매 계획부터 농촌 지역의 광대역 인터넷망 구축과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수백만달러 지원까지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최근 알래스카주 와실라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연방 대기오염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던 자동차 정비업체 운영자 2명을 즉석에서 사면하기도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사실상 확정된 사업인 것처럼 홍보하면서 사업이 실현되면 가구당 에너지 비용을 1400달러 절감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며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려 놓은 입증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제 성공적인 무역 협상 덕분에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한 역사적인 규모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에 54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과도 800억달러 규모의 LNG 장기 구매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알래스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이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낸 각종 약속이 실제 표심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대만 정부가 투자 및 구매 계약의 확정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다 알래스카에서도 LNG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주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 전략가 스콧 켄달은 “파이프라 건설은 모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지만 주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1980년대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파이프라인 건설을 약속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어 “중요한 사안이며 사람들이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누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왔으며 주민 약 80%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막대한 건설 비용 탓에 수십 년 동안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투자 약속 역시 그동안 실현되지 못한 수많은 개발 공약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뿐 아니라 미국 전체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다른 약속들도 실현되지 않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국민 1인당 5000달러 지급 약속을 비롯해 이란과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반복적인 확언, 각종 물가가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는 약속 등이 포함된다. 공화당의 한 베테랑 홍보 전략가는 “많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그저 또 다른 정치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그의 약속 대부분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실제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당시 합의가 이뤄졌고 전쟁이 신속히 끝날 것이며 휘발유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상당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에 투표하면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극도로 공허하게 들린다"며 “심지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핵심 지지층조차 이를 제대로 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면서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1%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등록 유권자의 47%가 민주당을 선택했다. 공화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양당의 격차는 12%포인트로 이번 선거 주기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2주 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4%, 공화당이 37%로 격차가 7%포인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68%에 달했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37%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제 운영을 더 잘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도 민주당이 40%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33%)을 앞섰다. 로이터는 이번 조사 결과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탈환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중 한 곳이라도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미국 성인 167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등록 유권자는 1279명으로, 표본오차는 전체 응답자 기준 ±2%포인트, 등록 유권자 기준 ±3%포인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해외선 차질 잇따르는데”…1조 ‘AI IPO 대어’ 통할까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데이터센터 기업 엘리스그룹이 코스닥 시장 입성을 앞두자 주요 외신이 이를 주목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는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엘리스그룹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2011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 주식은 222만2000주, 공모가는 9만500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 규모의 IPO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는 약 10조3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400대 1을 웃돌았다. 엘리스그룹은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글로벌 풀스택 AI 인프라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며 “이번 IPO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재무적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엘리스그룹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부터 기업의 AI 전환(AX)을 돕는 소프트웨어까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의 차입 비용 상승과 AI 인프라 시장의 치열한 경쟁, 천문학적인 투자에 따른 장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AI 관련주들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의 IPO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엘리스그룹의 상장은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퍼머스 그리드가 IPO 계획을 철회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다. 또 다른 AI 인프라 기업 엔스케일 역시 IPO 과정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가치 평가 목표를 놓고 투자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엔스케일은 IPO를 통해 약 3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 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160억~190억달러 수준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기대하는 가치와 투자자들이 실제로 인정하려는 가치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들의 IPO가 잇따라 난항을 겪는 것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투자에 따른 수익성을 더욱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랙와틀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조셉 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퍼머스는 앞으로 사업 계획이 거의 완벽하게 실행된다는 가정 아래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에 매우 높은 기업가치를 요구했다"며 “현 단계에서 시장은 그러한 기대만 믿고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 매도세를 더욱 부추긴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주식과 채권 가격 폭락이다. 네오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않고도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 한 주간 25% 폭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코어위브의 경쟁력이 날마다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15일 코어위브 주가가 6% 상승했지만 다음 날 12% 추락했다. 코어위브가 지난 6월 연 9.675%의 수익률로 발행한 채권은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15%까지 치솟았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채무 상환 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하는 만큼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성적표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MSCI가 이렇게 무서웠나”…쑥대밭 된 인도네시아 증시 [이슈+]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주가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주식·채권·통화 가치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이날 장중 5% 넘게 폭락하며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JCI는 11.6% 폭락하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틀에 걸친 폭락으로 인도네시아 증시의 올해 하락률은 43%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이날부터 개별 종목 거래 제한을 강화해 올해 말까지 하루 최대 하락폭을 15%에서 7%로 축소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충격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1만8040루피아까지 올라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인 1만8190루피아에 근접했다. 인도네시아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16일 7.169%에서 이날 7.4%까지 상승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 주요 주가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인도네시아 증시의 투자 적격성과 관련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기존 신흥시장(EM) 지위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지난 16일 발표한 바 있다. 앞서 MSCI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를 신흥시장보다 한 단계 낮은 프런티어시장(FM)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이번에는 두 단계에 걸친 강등 조치를 한꺼번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1989년부터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약 37년 만에 신흥시장 지위를 잃고 글로벌 주요 투자지수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현재 독립시장으로 분류된 국가에는 레바논과 짐바브웨 등이 포함돼 있다. 과거 아르헨티나는 2021년 자본 통제를 이유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됐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인 미래에셋 세쿠리타스의 룰리 아리아 위스누브로토 리서치 총괄은 “MSCI의 이번 발표는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MSCI는 내년 4월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같은 해 6월에 인도네시아의 증시 지위를 최종 결정을 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면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는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되는 경우와 달리, 독립시장으로 재분류되면 프런티어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상쇄 매수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MSCI 주요 지수에서 완전히 제외되면 해당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금 약 56억달러(약 7조 4500억원)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패시브 자금 유출 규모를 48억달러(약 6조 3900억원)로 예상했으며, UBS는 액티브 투자자들이 추가로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UBS의 전망치를 단순 합산하면 잠재적인 자금 유출 규모가 200억달러(약 26조 64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8억8000만달러(약 6조 5000억원)를 순매도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최소 16년 만에 최대 규모의 연간 외국인 자금 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번 MSCI의 강등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이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발전용 석탄과 팜유, 니켈 수출국이자 구리와 커피의 주요 공급국이다. 그러나 원유 순수입국인 만큼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로 이미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지수 퇴출로 외국인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하면 기업 투자와 정부 재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여건을 둘러싼 우려는 이미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올해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MSCI의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드라자드 하리 위보워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차관은 “MSCI가 높은 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MSCI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뉴버거버먼에서 신흥시장 주식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후안 토레스는 “인도네시아의 시장 행태와 구조가 정말 짐바브웨와 동급인가"라며 “주주에 대한 대우가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많은 신흥시장보다 정말 나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국채 죽었다”더니…AI 흔들리자 되살아난 안전자산 [머니+]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이어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한 주간 14.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미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5.5% 급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나스닥100지수가 한 주 동안 이같은 규모로 동반 하락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에도 전장 대비 3.9bp 내린 5.061%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채가 AI 산업을 둘러싼 우려 속에 전통적인 안전자산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국채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견조한 경제성장,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차입 등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안전자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미 국채금리는 지난 3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린 것도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AI 산업의 성장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다시 미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I 투자 둔화가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 압력 완화로 이어질 경우 국채 가격의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말보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애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국채의 사망설은 크게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줄리어스베어의 아폰소 보르헤스 채권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AI가 주도하는 경기 침체는 전통적인 수요 감소 충격에 훨씬 가까울 것이며,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기 미국 국채가 다시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위험회피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르헤스 전략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시기에 미국 10년물 국채가 일관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줄어들면 회사채 발행에 따른 국채시장의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초대형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적격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약 1조7000억달러(약 226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9% 증가한 규모다. 나티시스의 존 브릭스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투자자들이 AI 관련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신규 회사채를 매입하려는 관심도 줄어들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 확대가 국채 투자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줄어들면서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I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미국 국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동안 국채 가격의 추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미 국채 가격이 상승한 배경 중 하나로 상품거래자문업자(CTA)로 불리는 추세 추종형 투자자들의 국채 선물 매도 포지션 청산을 꼽았다. 이들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국채 가격의 추가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확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국채 매수세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기존 국채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7.3%로 반영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전문가 전망치(3.6%)를 웃돌자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한때 약 50%까지 반영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빠르게 낮아졌다. 여기에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통화정책이나 경제 전망에 관한 발언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최근 미 국채 가격의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데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고, 2027년에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탠다드뱅크의 스티븐 배로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은 최근 미국 국채 가격의 상승을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잘못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과 투자자들이 국채보다 주식 보유를 확대하는 구조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거품일까 아닐까”…월가가 경고한 ‘1경원대 위험’ [이슈+]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거품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거품기와 달리 주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에서는 뚜렷한 과열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투자심리 역시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지 않아 AI 투자 열풍이 아직 거품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AI 거품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무엇이 이를 터뜨릴 방아쇠가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레이 달리오와 마이클 노보그라츠를 비롯해 월가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거품 국면에 근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주요 언론에서 '닷컴버블'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나스닥100 지수가 5.55% 급락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거품 상태에 놓였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00년 미국 증시가 정점을 찍기 한 달 전 S&P500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술주의 평균 선행 PER은 약 65배에 달했다. 반면 현재 시총 상위 5개 기술주의 평균 선행 PER은 약 23배에 불과하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이자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주가가 15% 상승했음에도 선행 PER은 23배에서 15배로 하락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역시 주가가 세 배로 급등했지만 선행 PER은 5배를 밑돌고 있다. 투자심리 역시 거품 국면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서 극단적인 낙관론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 이란 전쟁 등으로 투자자들이 여러 차례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스닥100지수는 여러 차례 하락을 겪었으며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기술적 조정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오크트리 캐피털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막스 공동 회장은 “거품은 대중적인 열광과 광풍으로 변하고 일부 사람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는 반면,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다고 느끼며 후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품은 비이성적 과열이며 무모함"이라며 “위험에 대한 무감각이라는 표현도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막스 회장은 현재 시장 상황을 이러한 기준에 대입했을 때 아직 명확한 거품 국면에 진입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닷컴버블 붕괴 직전 시장의 정점을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포모(FOMO)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 거품기와의 비교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이 위험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 “문제는 주가가 아니라 실적"…숨겨진 또 다른 위험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서 과거 거품 붕괴 직전과 유사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식과 채권 발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주가 상승 모멘텀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이유에서다. 동일한 업종에 속한 종목들 사이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증시 상승세가 소수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 역시 우려 요인이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식 시장전략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들의 차입 확대가 PER 하락을 정당화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오루크 전략가는 또 “우리는 벤더 파이낸싱(공급업체 금융)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구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에서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순환적 거래'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전통적인 PER만으로는 AI 거품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롭 알메이다 MFS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내가 보기에 현재 시장의 문제는 주가(P)가 아니라 이익(E)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이익 자체에 거품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의 높은 이익 수준이 지속되지 못하고 감소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주가의 고평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부 하락론자들은 '실러 PER'과 같은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일부 투자자들이 실러 PER을 주요 위험 지표로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러 PER은 최근 10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기업 이익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의 이름을 딴 지표다. 현재 실러 PER은 약 41배로, 1999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4배에 근접한 상태다. 이는 현재의 실적 호황이 지속되지 못할 경우 미국 증시의 고평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니컬러스 콜라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 창업자는 실러 PER을 두고 “현재 시장에서 회자되는 가장 섬뜩한 밸류에이션 차트"라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에서 소수 초대형 기업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시가총액 상위 3개 기업인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에 달한다. 반면 1999년 10월에는 상위 약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쳐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재 미국 증시가 극소수 초대형 기술주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 “진짜 위기는 신용시장에서"…AI 투자 계속돼도 위험 문제는 AI 관련주에 실제로 거품이 형성돼 있다면 무엇이 이를 터뜨릴 뇌관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면서 일부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다. 코어위브 주가는 올해 1월부터 5월 초까지 약 두 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지난주 급락하면서 연초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앞으로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이놀즈 스트래티지의 브라이언 레이놀즈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러한 신용시장의 불안이 증시 상승 사이클을 끝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상승 사이클을 끝내는 것은 신용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신용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직면할 때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AI 인프라 투자가 계획대로 계속되더라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WSJ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중단되는 것보다 현재 속도로 계속되는 상황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스테인 판 니우어버그 교수는 2032년까지 AI 분야에 총 9조달러(약 1경 2000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투자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일시적인 설비투자 특수에 따른 이익을 넘어 AI 기술 자체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AI 기술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들이 막대한 개발 및 운영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9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 상당 부분이 낭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WSJ은 과거 철도와 인터넷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관련 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했지만 과도한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술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기업들의 이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늦게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악셀 루돌프 IG그룹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시장이 AI 수요와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열풍이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는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전닉스보다 더 위험하다”…AI 거품 경고에 소부장株 ‘초비상’ [머니+]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의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낙폭은 약 16%에 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지난 한 주간 5.5%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에도 새로운 위험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AI 산업의 호황을 뒷받침해 온 대규모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역시 궁극적으로는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소부장 업체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개별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자 일정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피낭시에르 드 레시키에의 케빈 넷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자금조달 압박은 핵심 컴퓨팅 생태계보다 그 하위 단계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에 더 큰 도전 과제"라며 “기본적으로 실제 반도체에서 멀어질수록 투자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아시아 AI 하드웨어 관련주 바스켓은 지난주 11% 급락하며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를 넘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온 소부장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제조업체이자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대만 난야플라스틱은 사상 최고치 대비 12% 하락했다. 같은 지수에서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일주일 만에 14% 급락했다. 국내 소부장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역시 이달 고점 대비, 지난 6월 역대 최고가 대비 각각 약 30%, 48% 폭락했다. GAM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자금조달 비용은 AI 호황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언방케르프리베의 링 베이선 전무이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아시아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반도체 소부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자금조달 압박이 실제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주문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AI 관련주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쿤잘 갈라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 총괄은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주 매도세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라 총괄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TSM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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