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 mediapark@ekn.kr
“성장률 1.1% 날아간다”…유럽 경제 덮친 폭염의 ‘5대 충격’ [이슈+]

올 여름 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으로 막대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5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동시에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저수지와 강이 바짝 마르면서다. 15일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EU 집행위원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1%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예상 성장분의 대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올여름 유럽에서 나타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일시적인 이상기후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올여름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이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엘니뇨 여파로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과 탄소 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크게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라인강 수위 사상 최저…유럽 물류대동맥 마른다 유럽 내륙 물류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라인강은 최근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화물선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독일 내륙까지 이어지는 라인강 주변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자동차업체 다임러, 석유기업 셸, 철강기업 티센크루프 등의 주요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인강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인 독일 카우프의 항행 가능 수심은 전날 7cm까지 떨어져 1880년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선박들은 좌초를 피하기 위해 화물 적재량을 줄이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철도와 도로 운송만으로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일부 공장들은 생산량까지 줄였다. 운임도 급등했다.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를스루에까지 디젤을 운송하는 비용은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라인강 수위는 통상 여름철 낮아지지만 일반적으로 계절적 최저점은 이보다 더 늦게 나타난다. 코메르츠방크는 라인강 수위가 9월 중순까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독일의 3분기 GDP 성장률을 약 0.35%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 폭염에 곡물 생산도 직격탄…佛 옥수수 46년 만에 최악 고온과 가뭄은 농작물과 가축에도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농민들은 이란 전쟁으로 비료와 연료 가격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폭염 피해까지 떠안게 됐다. 영국 싱크탱크 ECIU는 지난 6월 발생한 폭염만으로 유럽 곡물 농가들이 약 20억유로(약 3조 27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농민협회는 올해 EU의 전체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과거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20여년 만에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이다. EU 최대 농업 생산국인 프랑스의 경우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1980년 이후 가장 부진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곡물 공급망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유럽의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곡물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과 호주에서도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압박받고 있으며 엘니뇨 여파로 세계 다른 지역의 농작물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격이 격화하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 저수지까지 말랐다…수력발전 감소에 겨울 전기료 비상 올여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유럽의 수력발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력발전은 유럽 전체 전력 공급의 약 6%를 담당했다. 유럽의 수력발전용 저수지는 지난겨울 적설량 부족으로 이미 수위가 낮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유럽의 강수량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3분의 1 이상 적었다. 영국과 유럽 대륙에 수력발전 전력을 공급하는 노르웨이 남부의 저수량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알프스 지역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의 저수량이 이맘때의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수력발전 업체들은 발전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유럽송전망운영자협회(ENTSO-E)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유수식 수력발전소 발전량은 최근 최소 10년 동안 같은 달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수력발전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올겨울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가뜩이나 이란 전쟁 여파로 가스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유럽의 전력 가격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강물 뜨거워지자 원전도 멈췄다…해파리까지 덮친 프랑스 폭염과 가뭄은 원자력발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강물이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끌어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원전에서 사용한 뜨거운 냉각수를 강으로 다시 방류하는 것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도 원전 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업체 ICIS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6~7월 폭염으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전 발전 손실을 기록했다. 프랑스 원전은 서유럽 전력망의 핵심 역할을 하며 주변 국가에도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프랑스 원전들은 해파리 개체 수 급증이라는 악재에도 직면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해파리 개체 수가 급증할 수 있는데, 해안 원전이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해파리가 냉각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최근 대량의 해파리가 유입되면서 북부 그라블린 원전의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이 제한돼 약 3.2기가와트(GW)의 발전용량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에서도 다뉴브강의 기록적인 수위 하락으로 전력망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잇따랐다. 루마니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는 체르나보다 원전은 가뭄으로 인한 냉각수 부족으로 최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전력의 약 40%를 공급하는 팍스 원전에서도 원자로 4기 중 3기가 가동을 멈췄다. ◇ '불쏘시개'로 변한 유럽…산불 피해도 눈덩이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EU에서 산불로 불탄 면적은 5500㎢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DBRS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만으로도 100억~150억유로(약 16조~ 24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산불로 인한 피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보험으로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자연재해 보상제도에는 가뭄과 홍수는 포함돼 있지만 산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보험중개업체 마시의 타이슨 비커리 유럽지역 총괄은 지난해 스페인에서 산불로 발생한 약 50억유로의 경제적 손실 가운데 보험으로 보상된 규모는 5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하고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길고 빈번하며 강력해지면서 보험업계도 보험료 상승과 보험 손실 확대라는 새로운 재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개미들 다시 야수의 심장?…미장은 반도체 3배, 국장은 빚투

최근 증시 반등을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다시 뭉칫돈이 들어가고 국내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2~13일(조회일 기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를 총 6억6285만달러(약 93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2일 하루에만 5억4446만달러를 사들였고 13일에도 1억1839만달러를 추가 매수했다. 이달 초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SOXL을 하루에만 6억6439만달러어치 순매도하는 등 11일까지 총 16억3893만달러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다시 투입하며 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반도체주가 상승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크게 확대되는 고위험 상품이다. 반도체 업황 고점론이 확산하면서 지난달 29일 1만447.49까지 떨어졌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3일 1만2456.00까지 올라 저점 대비 약 19% 반등했다. 이에 SOXL 가격도 91.99달러(7월 29일)에서 지난 13일까지 58% 가량 치솟았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도 SOXL에 압도적으로 집중됐다. 지난 12~13일 SOXL 순매수액은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알파벳(6209만달러)의 10배를 훌쩍 넘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3월까지 SOXL을 순매수하다 4~5월에는 매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6월 4087만달러를 순매수하며 다시 방향을 틀었고, 지난달에는 무려 37억8586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는 순매도로 시작했지만 최근 이틀간 다시 매집하면서 1~13일 누적 순매도 규모는 9억7608만달러까지 줄었다. 서학 개미들의 SOXL 평가금액은 지난 12일 기준 65억5903만달러에 달했다. 테슬라(191억5557만달러), 엔비디아(182억9608만달러), 알파벳(84억2701만달러)에 이어 미국 주식 보유액 4위다. 지난 4월 말 10위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6계단 뛰어올랐다. 미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1억5670만달러(약 1조6344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6월 6억3296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선 이후 3개월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순매수액 46억6862만달러와 비교하면 매수 강도는 낮아졌다. 이달 순매수 상위 종목은 아마존이 1억936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스페이스X(1억7591만달러), 알파벳(1억363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위험자산 선호 회복 조짐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투자자예탁금은 전장보다 919억원 증가한 100조683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이 다시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3거래일 만이다. 최근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회복하는 등 증시가 반등하면서 대기자금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빚투' 지표인 신용융자거래 잔액도 30조9262억원으로 7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순식간에 25% 폭등”…코스피 7000 찍자 나온 경고 [머니+]

코스피 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2% 오른 6977.94로 거래를 종료했다. 지수는 2.68% 오른 6995.67로 출발, 한때 7010.86(2.90%)까지 오르며 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번 주 5거래일 내내 상승해 11.49%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주까지 이어진 7주 연속 하락세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주간 상승 폭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던 지난 5월 첫째 주(13.63%) 이후 가장 크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이번 주 상승으로 코스피는 다시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저점 5593.56과 비교하면 현재 코스피는 25% 가까이 오른 상태다. 통상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국내 반도체 '투톱'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모두 15% 넘게 치솟았다. 지난달 저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2.6%, SK하이닉스는 24.4% 급등했다. 지난달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인공지능(AI) 랠리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셋매니지먼트원의 아사오카 히토시 수석 전략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자금이 하드웨어 분야로 흘러가고 있고, 이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매우 강력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다시 '기업의 실적 자체를 들여다보자'는 관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CNBC에 따르면 KB증권의 피터 김 글로벌 투자전략 총괄은 “AI 랠리와 지속적인 실적 호조는 증시 매도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았다"며 “시장이 펀더멘털을 되찾으면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나 실적에 대한 의문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요인과 자금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일(현지시간) 7798.99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7.4%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55.6%), 1달전(41.9%)보다 높은 수치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증시 반등을 이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완화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데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쿼트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시장의 낙관론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장 랠리의 이유가 미국의 7월 물가 상승세 둔화라면 낙관론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삭소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도 “이번 랠리는 명확한 위험자산 선호 국면이라기보다 여전히 뉴스 헤드라인에 따라 움직이는 랠리"라며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연준에 대한 우려를 빠르게 되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정인 피보나치 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상황을 완전히 새로운 강세장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강제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반등과 함께 실질적인 시장 안정성의 회복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이처럼 가파른 반등 이후에는 일정 기간의 조정이 오히려 건전하다"며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시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여전히 소수 반도체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가 지수 반등을 이끌었지만 반대로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흔들릴 경우 코스피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리서치 총괄은 “현시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사실상 'AI 하드웨어 트레이드'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전망 하향이나 연준의 긴축 우려 등 현재의 AI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요인이 나타나면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AI 하드웨어 투자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높은 변동성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무기한 봉쇄” 외친 美…정작 비축유는 ‘40일치’ [이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하자 글로벌 원유시장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석유 재고가 언제 바닥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이미 대규모 비축유를 방출한 상황에서 추가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예상보다 짧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지난 3월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약 3억배럴을 방출했다. 현재 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는 정부 비축유와 민간 상업용 재고를 합쳐 약 15억배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메워야 하는 실질적인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분을 하루 약 500만배럴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재 IEA 회원국들의 원유 재고는 약 300일 동안 공급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15억배럴은 비상시에 모두 동원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 IEA는 정유업체들이 운영 목적으로 보유한 원유 등 민간 상업용 재고의 방출을 명령할 수 없다. 이를 제외하면 각국 정부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비축유는 약 9억배럴로 줄어든다. 하루 500만배럴의 공급 부족분을 정부 비축유만으로 메운다고 가정하면 약 180일, 즉 6개월이면 바닥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 美 SPR 3억배럴도 깨졌다…실제 가용량은 더 적어 IEA 회원국의 정부 비축유 가운데 약 3분의 1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최신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미국의 전략비축유(SPR·상업용 제외) 재고는 약 2억9870만배럴로 198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약 4억1500만배럴에 달했던 미국의 SPR 재고가 IEA 공동 방출 계획 등에 따라 3억배럴 아래로 감소한 것이다. 미국은 IEA 공동 방출 과정에서 총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비축유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5월 SPR 관련 기반시설이 빠르게 노후화하고 있으며 비축유 가운데 약 4분의 1은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래피던에너지는 이를 토대로 미국 SPR 가운데 1억배럴 이상을 사실상 방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SPR 물량이 약 2억배럴에 불과하다면 하루 500만배럴로 추산되는 현재 글로벌 공급 부족분을 불과 40일 동안만 충당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 “추가 방출도 쉽지 않다"…日·韓 비축유 11% 감소 IEA는 석유 수급 차질이 더욱 심화할 경우 추가로 비축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에너지애스펙츠의 크리스티안 에겔란드는 “많은 국가의 비축유가 이미 제한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IEA가 새로운 방출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도 “원유 재고가 줄어들면서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약화됐다"며 “원유시장이 급격한 가격 상승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비축 여력도 줄고 있다. 로이터가 분석한 결과 일본과 한국의 비축유는 지난 3월 각각 3억3490만배럴, 1억360만배럴에서 지난 5월 2억9540만배럴, 9160만배럴로 각각 약 11% 감소했다. ◇ 호르무즈 통행 급감하는데…美 “봉쇄 무기한 가능" 이런 가운데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급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8척으로 집계됐으며 다음 날에는 5척으로 줄었다. 최근 10일 평균인 약 12척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전쟁 발발 전에는 하루 130~140척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오히려 경제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미 해군은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함정을 교대로 투입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더 많은 발표가 나올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며 “한 국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역사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조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을 향해 군사 공격을 확대하고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는 방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외에서 보다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 조직을 재편했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중동 지역의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중동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오만만과 홍해 일대에서 선박 공격이 잇따르고 있으며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안 그래도 역대급 폭염인데”…AI 열풍에 더 뜨거워지는 지구? [이슈+]

'슈퍼 엘니뇨'로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소비와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AI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주요 기업들은 탄소 저감과 배출량 공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영리 기구단체 버클리어스는 올해가 2024년을 넘어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6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가능성은 12%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자 한 달 만에 크게 높아졌다. 내년에는 올해의 신기록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최고기온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버클리어스의 로버트 로드 수석과학자는 “앞으로 1년 정도 사이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의 엘니뇨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뒤에나 예상할 법한 기상 조건을 앞당겨 보여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서부·남부 아프리카와 호주, 인도 등에 가뭄을 일으키는 반면 미국 남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을 늘릴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하거나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는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엘니뇨의 강도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수온 편차가 2도 이상일 때 '슈퍼 엘니뇨'로 분류되는데 현재 전망대로라면 수온이 평년보다 4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5~2016년 발생한 슈퍼 엘니뇨의 경우 수온 상승폭이 2.4도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2016년 우리나라도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1도 높은 13.6도로 나타나 역대 최고 더운 해로 기록됐다.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이달 초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48개 주의 7월 평균 기온이 화씨 76.89도(섭씨 24.94도)로 1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이례적인 폭염에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겨울인 남반구의 남극에서는 극심한 추위가 나타나고 있다. 로드는 “남극은 매우,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특정 연도의 기온 순위만으로 장기적인 기후변화 추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인 데다 엘니뇨가 특정 기간의 기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그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 AI 열풍과 트럼프의 재집권…멀어지는 탄소중립 이런 상황에서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온난화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모델 챗GPT와 클로드 개발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등은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지만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고 탄소중립 목표나 지속가능성 보고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빅오일(석유공룡)들도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다만 빅테크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AI 산업의 급성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후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ESG 투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채택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20년대 초반 절정에 달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기후변화를 중대한 금융 리스크로 규정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들에 탄소 배출량과 기후 리스크를 공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본격적으로 약화됐다. SEC는 기후 관련 공시 규정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공화당 정치인들도 미국 전역에서 ESG를 공격했다.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금융 연합에서 줄줄이 이탈했다. 테슬라가 2010년 상장 당시 환경 문제와 저탄소 전환을 적극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는 환경 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ESG 또는 환경 관련 펀드에는 2021년 약 485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82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다만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SB253) 시행으로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업하는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기업은 오는 11월부터 스코프1(직접배출)·2(간접배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량에 대한 공시 의무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MS와 아마존 등 다른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어 관련 배출량이 스코프3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역시 단계적인 시행이 완료되는 2029년에는 이들 기업에 전체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다. ◇ 가스발전까지 끌어오는 AI…탄소 배출량은 깜깜이 문제는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이오아니스 이오아누 부교수는 “이들 기업은 반드시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잠재적인 환경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까지 늘어나고 있다. 스페이스XAI가 미국 멤피스 지역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콜로서스'는 가스터빈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앤트로픽도 수십억달러를 지불하고 해당 시설의 컴퓨팅 자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환경단체 EIP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새롭게 건설되는 가스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조만간 호주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훈련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이나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를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아직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PMG의 모라 호지 지속가능성 총괄은 “아직 이러한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표준화된 방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6월 AI 업계를 향해 “이제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할 때"라며 “AI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지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국 7월 CPI 발표, 3.4%↑…나스닥 선물 상승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대비 3.4%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4%)와 동일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1%로 집계, 전망치(0.1%)와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7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전월 대비 각각 2.5%, 0.2% 오르면서 전문가 예상치(2.5%·0.2%)와 부합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 상승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이번 7월 CPI는 앞서 공개된 7월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이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000명 감소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한 차례 누그러진 상황이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9월에 예정돼 있다. 한편, 7월 CPI 발표 직후 뉴욕증시 선물은 상승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 한국시간 오후 9시 31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2%, S&P 500 선물은 0.26%, 나스닥100 선물은 0.68% 상승 중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성전자 8% 오른 이유…“큰손 삼전닉스 담는다” [머니+]

지난달 폭락장을 겪었던 코스피가 연속 상승하면서 증시 반등이 마침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운용자산 570조원 규모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입어 반도체주가 급등했다. 다만 테마섹이 이미 2년여 전부터 두 회사에 투자해왔다고 밝히면서 이번 상승을 단순히 국부펀드의 투자소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8% 오른 6579.04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특히 이날에는 테마섹이 내부 인력을 통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직접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주가 급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68% 오른 25만5500원, SK하이닉스는 5.54% 상승한 15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한때 8% 넘게 급등했다. 코스피 역시 장중 최대 5.1%까지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테마섹은 블룸버그의 질의에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시점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자문을 구한 사실이 없다"며 두 회사에 대한 투자를 이미 2년여 전에 처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테마섹의 투자 소식이 국내 증시 반등에 미친 영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하석근 유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테마섹의 투자가 실제로 확인될 경우 “한국의 AI·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코스피 반등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헤지펀드 페트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앨버트 용 파트너는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신뢰 신호"라면서도 “이를 판도를 바꿀 만한 요인이나 코스피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함에도 기술적으로 과매도 상태에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급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크게 낮아졌다. 현재 두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4.2배와 3.6배 수준이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선행 PER이 21배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이에 지난달 급락 이후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자산운용에서 96억달러 규모의 신흥시장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모니카 슈레스타 매니저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 대해 “매력적인 수준에서 매수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상승 사이클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슈레스타는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3분기 중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주주환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쇼트’ 버리, 엔비디아 공매도 늘렸다…AI發 ‘글로벌 금융위기’ 베팅 [이슈+]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월가와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회사채와 주식 발행, 자체 현금을 쏟아부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AI 인프라 자체를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만들어 월가의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AI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증권화까지 거론되자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에 대한 공매도 베팅을 확대했다. 12일 CNB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 글로벌 금융사 6곳과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5000억달러(약 700조원) 이상의 제3자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6개 금융사가 5000억달러의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험사와 연기금 등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엔비디아 고객사의 AI 인프라 구축에 대출·투자 형태로 공급하는 금융 플랫폼 역할을 맡는 구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AI 인프라가 하나의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은 PC나 휴대전화와 같은 것이 아니다"며 “이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다. 생산적이고 수명이 길며 대체 가능하고 유연하다"고 말했다. AI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빅테크들의 자금조달 방식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이번 구상의 배경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전 세계 AI 관련 지출이 2030년 말까지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새로운 AI 모델 개발, AI 에이전트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총 1500억달러가 훨씬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인텔 역시 최근 150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발표한 뒤 이를 20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는 AI 인프라를 단순한 설비가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자산으로 취급해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담보로 한 자산 기반 파이낸싱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며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것들은 실제 자산이고 실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데마르 슐레자크 KKR 디지털 인프라 책임자는 “이를 하나의 수익원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증권화하거나 사실상 위험을 분할해 해당 구조의 어느 단계에서든 참여하기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각각의 대출에 대해 담보격인 AI 인프라의 잔존가치를 최대 25% 보증하기로 했다. 이러한 구조가 적용되면 그동안 자체 신용등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는 설명했다. 대신 돈을 빌리는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지정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사용해야 한다. 황 CEO는 차입 기업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다른 기업이 해당 시스템을 인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입 기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AI 인프라를 다른 사업자가 넘겨받아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해 담보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CNBC는 “월가가 실물자산을 증권화하는 데 본격적으로 열광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언급했다. 당시 금융회사들은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의 주택담보대출을 하나로 묶어 증권화한 뒤 주택시장 호황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을 전제로 만들어진 금융상품들은 모기지 연체와 채무불이행이 증가하자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버리가 최근 AI 관련주 공매도에 나서기 시작한 점도 주목된다. 버리는 지난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산의 내용연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하면 이익이 부풀려진다"며 “이는 현대에 가장 흔한 회계 부정 수법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빅테크들이 AI 반도체를 비롯한 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를 실제보다 길게 책정해 감가상각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AI 시스템을 '수명이 긴 자산'으로 보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금융을 일으키려는 엔비디아와 월가의 구상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AI 인프라가 예상보다 빠르게 노후화하거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투자매체 스톡트윗츠에 따르면 버리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서브스택을 통해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5년 미국 주택시장과 비교하면서 “도매 전력을 투자 가능한 금융상품으로 만들려 했던 엔론의 시도와도 닮은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엔론은 이후 대규모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2001년 파산했다. 버리는 이어 “내가 보유한 3대 공매도 포지션의 규모를 확대했다"며 행사가격이 100달러 초반대인 2026년 12월과 2027년 6월 만기 엔비디아 풋옵션을 추가로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팔란티어, 오라클, 캐터필러,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공매도 포지션도 늘렸다. 월가에서도 이같은 AI 투자에 일정 수준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CNBC는 전했다. 짐 젤터 아폴로글로벌 회장은 “과잉도 있을 것이고 후퇴도 있을 것"이라고 했고 솔로몬 CEO 역시 “승자가 되는 대기업들이 있고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는 대기업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1970년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시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황 CEO는 버리가 제기한 AI 인프라 감가상각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쿠다(CUDA·엔비디아 소프트웨어 플랫폼)를 통해 AI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사용 수명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CNBC는 엔비디아가 과거 발표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엔비디아는 약 11개월 전 오픈AI와 총 1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투자는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 대신 엔비디아는 올해 초 오픈AI가 마감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조달 라운드에 300억달러를 출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작년에 오더니 또?”…해파리 떼 유입으로 다시 멈춘 프랑스 원전

해파리 떼의 대량 출몰로 프랑스 북부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대량의 해파리가 유입되면서 그라블린 원전의 원자로 2기(3·4호기)가 전날 가동이 자동 중단됐다고 밝혔다. EDF는 또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호 가동도 중단했고 1호기의 출력도 50%로 낮췄다. 그라블린과 같은 해안가 원전은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해파리를 비롯한 해양 생물이 빨려 들어가 펌프나 필터를 막을 수 있다. EDF의 이번 조치로 약 3.2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 용량이 전력망에서 빠졌다. 각각 900메가와트(MW) 규모인 원자로 6기로 구성된 그라블린 원전은 총 5.4GW의 발전 용량을 갖춘 서유럽 최대 규모 원전이다. 특히 프랑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앞으로 며칠 동안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원전 가동 차질까지 겹치면서 전력 공급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대규모 발전 용량이 동시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DF는 이미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다른 원전에서도 대규모 출력 제한에 직면한 상태다. 폭염으로 강물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에 어려움이 커진 데다 냉각에 사용한 물을 다시 강으로 방류할 경우 수온 상승으로 주변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파리 떼로 영향을 받은 원자로 4기 가운데 2기는 오는 12일 밤까지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나머지 2기는 이번 주말까지 가동 중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 원자로의 발전 용량은 총 1.8GW에 달한다. 그라블린 원전은 지난해에도 대량의 해파리 떼가 냉각수 유입 펌프를 막으면서 가동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원자로 4기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나머지 2기도 유지·보수 작업으로 이미 가동을 멈춘 상태여서 원전 전체의 전력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유럽에서 잇따른 폭염이 이어지자 프랑스 연안의 해수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아지면서 해파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대만에 밀린 코스피”…삼전닉스, 주가 띄울 ‘반격 카드’는? [머니+]

지난달 급락 이후 한국과 대만 증시가 나란히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은 대만으로 기울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 기술기업들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전망과 낮은 변동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정점 논란마저 불거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를 다시 끌어올릴 새로운 촉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대만 증시에서 6주 연속 이어졌던 순매도 행진을 끝내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대만 주식 순매수 규모는 1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대만 가권지수(TAIEX)는 이달 들어 약 5% 상승했다. AI 붐의 또 다른 수혜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가 이달 들어 4% 넘게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62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지수도 이달 들어 약 0.5% 하락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 증시는 최근 대만에 '아시아 증시 상승률 1위' 자리를 내줬다. 강세장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은 111%로 대만 가권지수(64%)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현재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은 약 55.7%로 가권지수(56.7%)를 밑돌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AI 관련주에 다시 진입할 경우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산업 구성이 다변화된 시장을 선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韓 추월한 대만 실적 전망…레버리지 ETF도 발목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대만 증시가 한국처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레버리지 투자 의존도가 낮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산업 구조의 차이도 대만 증시의 상대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통적으로 업황의 주기적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대만은 파운드리부터 각종 부품까지 기술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폭넓은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그랜섬 메이요 반 오터루의 워런 치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만 기업들에 대해 “기업들의 퀄리티가 매우, 매우 높다"며 “대만 증시 역시 당연히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시장은 분명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든 것, 사실상 모든 부품이 대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서도 최근 대만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기준 대만 가권지수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9.5%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 기업의 이익 전망치 상향폭은 7.4%였다. 대만 기업의 이익 전망치 상향폭이 한국을 앞선 것은 약 1년 만에 처음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프랭크 벤짐라 주식 전략가는 대만 기술주 시장의 중심에는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실적의 경기 순환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의 헤베 첸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는 훨씬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을 안고 거래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펀더멘털에 의미 있는 악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의 기대가 조금만 흔들리면 주가가 과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달 급락장이 진정된 지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만큼, 최근 흐름만으로 한국과 대만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한국 증시는 급락을 거치면서 저평가 매력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최근 변동성도 다소 완화된 가운데 코스피는 대만 증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버딘 아시안인컴펀드의 아이작 통 수석 투자 디렉터는 “대만 증시는 한국만큼 조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삼전닉스 반전 카드는 주주환원" 이런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가 주가의 다음 상승 촉매이자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3분기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뒤이어 주주환원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는 전날 4.1% 급등한 데 이어 이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4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6.05% 급등한 25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텐캡인베스트먼트의 준베이 류 공동창업자는 “최근 주가 랠리와 메모리 업황 정점에 대한 논의를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지지하고 기관투자자들을 메모리 반도체주로 더 끌어들일 수 있다"며 “앞으로 자사주 매입과 특별배당이 메모리 업체들의 정례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주환원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반도체주의 고질적인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실제로 하락하지 않더라도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일반 D램 계약가격이 2026년 2분기 전 분기 대비 58~63% 상승한 뒤 3분기 서버용 D램 가격 상승률이 13~1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사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주는 이 같은 국면에서 약세를 보여왔다. 기업들의 실제 실적이 정점을 찍기 전에 주식시장이 향후 실적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선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각각 약 50%, 32% 하락한 상태다. 양사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주가는 이미 향후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아르케비움 캐피탈의 막상스 비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메모리 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주주환원이 다음 주요 촉매가 될 수 있다"며 “사이클 초기에는 현물가격 상승과 마진 확대에 주가가 반응하지만 이러한 실적 전망치 상향이 투자자 포지션과 밸류에이션에 충분히 반영되고 나면 추가적인 어닝 서프라이즈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투자자들은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자신들에게 돌려주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