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에너지 위기’ 벌써 끝?…국제유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06/rcv.YNA.20260623.PRU20260623345201009_T1.jpg)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제유가가 이란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60일간의 후속 협상에 합의한 이후 원유 수송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합의 이전부터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됐던 이번 에너지 위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원유 재고가 크게 줄어든 데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어 추가 유가 하락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4% 가까이 급락한 브렌트유가 이날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배럴당 72.48달러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종가와 같은 수준으로, 전쟁 이후 상승분을 사실상 모두 반납한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69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전쟁 이후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밑돌았다. 중동산 원유 시장은 이달 중순부터 공급 과잉을 의미하는 콘탱고 구조로 전환됐으며, 브렌트유 역시 전날 콘탱고로 바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콘탱고는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보다 낮은 상황으로, 공급이 과잉될 조짐을 보일 때 나타난다. ◇ 호르무즈 재개방에 공급 '봇물'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걸프 해역에 묶여 있던 원유가 시장에 다시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자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는 전날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후 최소 20척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고, 이들 선박이 실은 원유는 3500만배럴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선박은 이란산 원유를 싣지 않았으며 대부분 아시아를 최종 목적지로 하고 있다. 케이플러는 이들 유조선이 이르면 오는 8월 목적지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이란 원유 제재 유예와 오만의 안전 통항 지원, 레바논 내 교전 완화 등도 공급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케이플러는 6월 들어 이란산 원유 약 21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합동해상정보센터(JMIC)는 전날 발표한 최신 공고문에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 이행으로 전반적인 위험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위협 수준을 '완만'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JMIC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이 등급을 '심각'으로 분류한 바 있다. ◇ 美·이란 합의 전부터 공급 과잉 조짐 주목할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 재개방되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이미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트레이더들은 블룸버그에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전부터 일부 핵심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략비축유 방출이 이어진 데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급감했고, 페르시아만에서는 위치정보를 끈 이른바 '깜깜이 운항'을 통한 원유 공급도 늘어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동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전쟁 기간 위치정보를 끈 상태에서 원유 공급을 빠르게 확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UAE의 원유 수출이 이달 초 기준 전쟁 이전의 약 85%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추산했다. 깜깜이 운항에 참여했던 한 트레이더도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전부터 “석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거래를 줄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시장에서 이미 공급 부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더해지자 구매자들이 원유 판매 제안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앙골라산 원유다. 통상 중국이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앙골라산 원유는 현재 글로벌 현물 가격 기준인 '데이티드 브렌트' 대비 배럴당 최대 10달러 가까운 할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할인이다. 심지어 일부 중국 원유업체들은 원유 화물을 시장에 되팔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분석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의 준 고 수석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정유사들은 이미 8월까지 필요한 원유를 대부분 확보한 상태"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가로 풀린 원유가 시장의 공급 과잉을 더욱 키우고 있지만, 중국은 추가 수요를 늘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븐 글로벌 원자재 공동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는 내일 인도받는 원유보다 오늘 원유를 사는 것이 더 싸다"며 “이는 아시아 지역의 중동산 원유 수요가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매우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급 과잉 전망 부활…남은 변수는? 이 같은 유가 하락으로 이란전쟁 이전부터 제기됐던 공급 과잉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전쟁 이후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평가했던 IEA는 내년 글로벌 원유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과잉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전날 JP모건은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 3분기와 4분기 브렌트유 평균가격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86달러, 8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중대한 갈등 완화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면서 브렌트유가 향후 6~12개월에 걸쳐 배럴당 60~65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원유 재고가 크게 줄어든 만큼 이를 다시 채우려는 수요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전체 원유 재고는 현재 198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최종 합의안에 포함될 경우 이를 거부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란에 그런 권한을 허용한다면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허용해야 한다. 그것은 판도를 바꾸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항하려는 선박은 반드시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지침을 위반하는 선박은 필요한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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