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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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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줄 테니 돈 내라”…트럼프 ‘20%’ 통행료 가능할까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서 통행료를 받겠다고 선언하자 실현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개방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 선박, 그리고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의 항해를 막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다른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공정성 차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보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를 보상받을 것"이라며 “관련 절차와 체계 구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해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형태로 징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국제법적 정당성과 현실성 모두에서 적지 않은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해양전략센터(CMS)의 존 맥카운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도 먼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미군의 보호) 이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만으로는 통행료 산정 방식이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해상 봉쇄 비용을 선박들이 나눠 부담한다는 의미인지, 미 해군이 상선을 호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20%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운송되는 화물 가치의 20%를 부과한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어떤 방식이든 실제 부과되는 비용이 너무 높아 결국 이를 부담하려는 주체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맥카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화주들이 운송회사에 지급하는 운송비는 화물 가치의 2~3%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수준은 기존보다 약 10배에 달해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보험사들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주가 트럼프 행정부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한 보험 인수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료 구상은 국제법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이 인정되는 국제수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의 수로가 특정 국가의 영해에 속하더라도 연안국의 주권보다 '통과 통항권'이 우선한다. 선박이 통과를 목적으로 중단없이 신속하게 항해하는 것을 방해할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협약은 단순히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도선사 안내나 구조, 기뢰 제거 등 특정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되기 전부터 공해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국제관습법도 존재했다. 미국 역시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려 할 때마다 이러한 국제법과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붕괴되고 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오히려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 해군대학의 제임스 크라스카 국제해양법 교수는 이란이 과거 부과했던 비용은 사실상 통행료였으며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선박들을 호위해 통과시켜 줄 테니 원하는 선박은 비용을 내고 호송에 참여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크라스카 교수는 화주들이 비용을 지불해 미국의 호위를 받을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 통행 자체를 조건으로 강제 요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달라 국제법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날강도가 따로 없네”…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20%’ 통행료 얼마길래 [이슈+]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란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어 사태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수호자"…모든 화물에 20% 통행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개방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 선박, 그리고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의 항해를 막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달 중순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해제했던 대이란 해상 봉쇄를 복원해 이란의 자금줄을 다시 한번 옥죄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공정성 차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보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를 보상받을 것"이라며 “관련 절차와 체계 구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80달러 수준을 기준으로, 20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슈퍼탱커(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약 3200만달러(약 476억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부과했던 최대 약 200만달러(약 30억원) 수준의 통행료보다 16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이전 하루 1500만배럴 이상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그 가치는 최소 12억달러(약 1조 788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통행료'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하루 약 2억4000만달러(약 3570억원)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운업계 관계자 10여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비용 부과 방안에 대해 사전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한 선장은 “고속도로에서 강도를 만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 해상 봉쇄 재개·사흘 연속 야간 공습…압박 높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초강수는 사실상 무너진 종전 MOU 체제 아래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체결한 종전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미국도 대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하자 MOU는 사실상 붕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내고 미 동부시간 기준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또 “미 동부시간 13일 오후 4시 45분(한국시간 14일 오전 5시 45분) 군 통수권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사흘 연속 야간 공습을 시작했다"며 “이번 공습은 이란군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고한 민간인과 상업용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이란 공습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쇼'에 출연해 “오늘 밤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공격할 것이며 내일도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 “해협 지켜준 대가 받아야"…동맹국에 비용 전가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또 다른 배경에는 방어 비용을 다른 국가들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쟁 이후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던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해협의 안전을 유지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동안 다른 나라들만 막대한 돈을 벌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해협을 지켜왔다. 앞으로는 수호하는 대가를 받을 것이며, 그것도 엄청난 돈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해협을 지키는 만큼 최소한 비용은 상환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수로인 만큼 어느 나라도 통행료나 별도 요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 20%의 통행료를 요구하면서 기존 원칙을 스스로 뒤집고 호르무즈 해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홀리 대그리스 선임연구원은 “적어도 수사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전략을 그대로 되돌려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란이 그렇게 쉽게 호르무즈 해협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란 “우리가 영원한 수호자"…유조선 공격으로 맞대응 이란 정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과 체결한 합의가 “의심할 여지 없이 심각한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며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하는 동안에는 더 이상 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14일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는 주체는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란은 언제나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며 “20%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미국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은 미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에도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공격해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선박들에 불법 항로를 이용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침략자와 협력할 경우 선박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연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위기까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공격한 선박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자국 유조선 2척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 브렌트유, 이틀만에 10% 넘게 뛰어…“상황 더 악화될 것" 한편,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격화로 폭등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3일 9.6% 급등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14일 장중에도 배럴당 85.64달러까지 치솟으며 최대 2.8% 추가 상승했다. BMO캐피탈마켓의 이언 린전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황이 글로벌 시장의 가격 움직임을 좌우하면서 에너지 부문이 다시 시장의 중심에 섰다"며 “현재로서는 긴장이 완화되기 전에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SK하이닉스, 모두가 탐내는 돈나무”…블룸버그의 진단 [이슈+]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한국은 물론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높였지만, 그만큼 막중한 책임도 함께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모두 SK하이닉스에 쏠린 상황에서 향후 투자 결정이 글로벌 AI 투자 붐의 향방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SK하이닉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앞으로 더 많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며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외국 기업 기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렌은 “투자자들의 열광은 SK하이닉스가 AI 시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며 “이제 관건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상충하는 요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D램 업체이자 엔비디아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세계 최대 공급업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와 내년 3000억달러가 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렌은 “이제 모두가 이 '돈나무'를 흔들고 싶어 한다"며 “그 시작은 SK하이닉스를 국가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진보 정부에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대도약'을 내걸고 총 1350조원 규모 이상의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산업화가 덜 된 남서부 지역에 4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렌은 “이 지역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며 “정부는 편리하게 생산능력을 국부와 동일시하고 있다. 이는 작년 겨우 1% 성장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역시 이 파이의 한 조각을 원한다"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해왔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마도 이러한 정치적 압박을 의식한 듯 기존 350억달러보다 '훨씬,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 안에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쟁사들 역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크론도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린다고 반드시 주주 환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렌은 지적했다. 향후 5년 내 대규모 공급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현재의 수급 균형을 뒤엎고 잠재적 불황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렌은 “SK하이닉스는 현재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짧게는 2년 만에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최 회장에게는 답해야 할 수백만 명의 소액 투자자들이 있다. 특히 평등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개인들은 상승장 속에서 외국 기관들의 매물들을 받아냈고 지난달 5월 등장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매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몇 주 동안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자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미국 투자자를 향해 “파티에 뒤늦게 합류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도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국 중산층의 자산이 실질적으로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렌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이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중심 무대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위험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성공이 워낙 압도적인 탓에 구조적인 성장 동력이 부족한 한국 경제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며 “정부는 국가 부흥을 위해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계는 주가 상승과 노후 자금 마련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이처럼 서로 다른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며, 앞으로의 투자 결정은 글로벌 AI 투자 붐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15.37% 내린 18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낙폭은 역대 최대다. 이에 시가총액은 1314조9358억원으로 줄어들며 시총 1조달러 클럽에서 이탈했다. 삼성전자 역시 10.70% 내린 25만4500원을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의 급락으로 코스피는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거래를 마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SK하이닉스 ADR 대박났다며”…월가가 바라본 ‘코스피 패닉셀’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으로 코스피가 두 달여 만에 7000선 아래로 밀려났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 장세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을 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12포인트(7.21%) 내린 6936.8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63.91포인트(0.85%) 하락한 7412.0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6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6861.40까지 밀리며 전장 대비 8.22% 하락했고, 오후 1시 28분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2000년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이 13번째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코스피 급락은 반도체 투톱이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8.6% 떨어지며 26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12.34% 급락하며 200만원선을 내줬다. 생산능력 확대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급락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첫날 13% 넘게 급등한 것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65억달러를 조달하며 외국 기업 기준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페트라자산운용의 이찬형 대표는 “ADR 상장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 성공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며 “이날 주가 약세는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는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 현상과 차익실현 매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유안타증권의 다니엘 유 글로벌 전략가는 CNBC 방송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사실상 추가 주식 발행에 해당되기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시장은 이를 국내 SK하이닉스 주가의 조정 기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조적인 AI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는 만큼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6~12개월 동안 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최고리서치책임자(CRO)도 최근 아시아 AI 관련주의 약세를 산업 전망 악화가 아닌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으로 해석했다. 울 CRO는 “하락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에 따른 것으로 본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큰 폭으로 상승한 한국과 대만의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왔기 때문에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매도세는 AI 하드웨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식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AI 투자 대상이 반도체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계속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주가 과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RM 리서치의 니코 로스티 애널리스트는 현재 SK하이닉스 주가가 “매우 심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주 정도 추가 하락은 가능하지만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반등하면 ADR 역시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매수하기에 좋은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레오웰스의 알렉세이 미로넨코 글로벌 투자솔루션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을 배당 확대가 아니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동시에 고객사들은 필요한 메모리와 컴퓨팅 자원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메모리 수요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는 반면 공급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4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8%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매출 비중이 높아 시장 평균보다 ASP(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이란 또 폭격…‘국제유가 100달러’ 현실화하나 [이슈+]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을 이어가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일주일 새 네 번째 대(對)이란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지난달 발효된 종전 양해각서(MOU) 체제가 사실상 흔들리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향해 치솟은 반면 국제 금값은 온스당 4000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 기준 12일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지나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계속 약화시키기 위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며 “군 통수권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이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이번 공습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팀 호킨스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미군 항공기가 이란의 순항미사일과 공격용 드론을 요격했다고 CNN에 말했다. 이번 공습은 최근 일주일 사이 네 번째이자 이틀 연속 이뤄진 대이란 군사작전이다. 지난달 발효된 종전 MOU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란 남부 지역에 공습을 단행했고, 지난 11일에는 이란의 키프로스 국적 컨테이너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 내 군사 목표물 약 140곳을 타격했다. 이란도 이에 대응해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위치한 미군 주요 시설을 겨냥해 맞대응했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전날 해상 원유 시추 시설이 드론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미국의 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의) 야만적인 공격은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서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지난 수개월간의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가 됐다"고 비난했다.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시사해왔지만 최근 들어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다며 “우리는 지난밤 이란을 강하게 폭격했다. 그들은 매우 사악하고 병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이란이 자신에 대한 암살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1000발의 미사일을 퍼붓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측 종전 협상을 주도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전날 “일방적인 합의의 시대는 끝났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말했다. 현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보복 공방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주 5% 넘게 오른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39분 기준 전장보다 3.95% 급등한 배럴당 79.01달러를 기록 중이다. 종전 MOU 발효 이후 원유 공급이 빠르게 늘자 브렌트유는 이달초 배럴당 70.14달러까지 떨어져 전쟁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지만 최근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다시 반영되는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무력 충돌 격화로 올해 글로벌 원유 재고를 재확충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MST 마퀴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연구 책임자는 최근 무력 충돌이 “전면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공습이 계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위축된 상태가 이어지면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쿠웨이트의 원유 시추시설에 대한 이번 공격은 수주 만에 처음으로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겨냥한 사례"라며 “분쟁이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하락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이날 장중 온스당 4060달러 부근까지 최대 1.4% 하락했다. 금값은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20% 넘게 떨어졌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24%까지 올라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4.58%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헤베 첸 밴티지마켓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이미 취약한 금 시장에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졌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이 의미 있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높은 국제유가와 국채금리 상승, 달러 강세가 금값을 계속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역대급 저평가”라는데…월가가 코스피 망설이는 이유 [머니+]

한국 코스피 지수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올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밸류에이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612.40포인트(7.57%) 내린 7475.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063.84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난 10일까지 3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주 낙폭이 가장 컸다. 그럼에도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80%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35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대만 자취안지수(TAIEX)의 PER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재가 새로운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결국 끝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강세론자들은 이번 코스피 랠리가 기존 상승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통상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면서 주가가 상승하지만, 이번에는 기업들의 실적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올해 들어 약 170%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폭이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도 17개월 연속 상향 조정되며 9년여 만에 가장 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상장 첫날 13% 넘게 급등한 것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AI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전통적인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인도수에즈 웰스의 프란시스 탄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지금이 좋은 매수 기회인지는 투자자의 기존 포트폴리오에 달려 있다"며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종목 비중이 크지 않다면 AI 테마와 연계된 성장성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는 좋은 진입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며 앞으로도 강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코스피의 낮은 PER만으로 저평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투자전략가는 “한국 증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에 나설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분기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투자 지출을 계속 확대하겠지만 동시에 비용 최적화를 강조하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는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이 수요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교보생명 감민상 액티브주식운용 총괄은 “한국 증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폭발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경기 순환성 등을 이유로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를 피할 것을 권장했다. 여기에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부상, 향후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도 반도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특성을 고려하면 PER보다 다른 지표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올해 처음으로 2배를 넘어섰다. 단순히 PER만 보고 저평가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임팩트풀 파트너스의 키스 보르톨루치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을 기준으로 보면 더 이상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은 아니다"라며 “향후 6개월 정도는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000발 퍼붓겠다”더니…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이란에 3차 공습 [이슈+]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지난달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이 대(對)이란 추가 공습을 단행하자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상 안전을 위협하기 위해 선박의 항해 시스템을 끈 선박 1척을 공격해 운항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여러 선박이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했으며, 승인된 항로로 이동하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그리고 미국의 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봉쇄하겠다며 모든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혁명수비대는 “이란에 대한 어떠한 공격 행위도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중동 지역의 새로운 적 기지들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직후 이란에 대한 이번 주 세 번째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통해 “11일 오후 7시 15분(미 동부시간) 이란에 대한 세 번째 공습을 시작했다"며 이번 작전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키프로스 국적 컨테이너선 'MV GFS 갤럭시'를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선원 1명이 실종됐고 선내 화재와 기관실이 크게 파손돼 해당 선박이 더 이상 항해를 이어갈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이전 상선 공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이후에도 MOU를 준수할 기회를 다시 부여받았지만 또다시 이를 저버렸다"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통항하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이 군 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매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이제 그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남부 해안 여러 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이번 공습에 대응해 중동 내 미국 목표물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바레인에 공습 경고가 울렸으며 아랍에미리트(UAE)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방공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도하에서도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그리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전쟁 종식을 위한 후속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불투명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시사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강경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후속 협상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최근 체결된 합의의 핵심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휴전 없이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부했다. 여기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오만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미국 측 고위급 협상 대표는 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서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항로가 선박 운항에 개방돼 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일 이란이 자신에 대한 암살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1000발의 미사일을 퍼붓겠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종전 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충돌을 이어왔다. 미국은 지난 8일에도 이틀간 이란 남부를 공습했으며, 이란은 이에 대응해 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한편, 그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복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엑스를 통해 “이 보복은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우리의 확실하고도 부인할 수 없는 의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40조는 시작일 뿐”…월가가 SK하이닉스에 돈 쏟은 이유 [이슈+]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흥행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이 수십 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온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이날 나스닥에서 공모가(149달러) 대비 13.1% 오른 168.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공모가는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의 3거래일 평균 주가에 약 2.7%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장중에는 177달러까지 치솟으며 강한 투자 수요를 입증했다. 이번 ADR 상장 규모는 총 265억달러(약 40조원)로,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스페이스X(857억달러)에 이어 미국 시장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 반도체 생상능력 증설…'호황 불황 사이클' 일축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의 상장은 AI가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끝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베팅"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을 통해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과거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이후 공격적인 증설을 자제했던 메모리 업계의 기존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시설 외에도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등 여건이 갖춰진다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AI 솔루션 회사인 'AI 컴퍼니'(가칭)도 미국에 설립했다. 최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SK그룹이 이미 미국에 3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나의 계획은 350억달러보다 훨씬, 훨씬 더 큰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SK하이닉스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추가 발행할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우선 신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뒤 장기적으로 더 큰 상승 잠재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 공급부족, 2030년 이후에도 지속" SK하이닉스의 상장 흥행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I 열풍은 기존 D램은 물론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까지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반도체주가 가파른 상승세 이후 조정을 받고 있음에도 AI 수혜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J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총괄은 “수요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과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최 회장 역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공급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이 실현될 때까지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그때까지는 엄청난 양의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은 더 이상 경기순환 산업이 아니다"라며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경기 침체기에도 생산량과 가격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도 블룸버그TV에서 “우리는 항상 경기 순환적인 산업이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고객사들은 장기 공급 계약을 먼저 요청하고 있다"며 “그들은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30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AI투자 늘리는 빅테크…“거품 꺼진다" 경고도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AI 모델 개발을 위해 수천억달러를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약 350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추가로 조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투자가 2027년에는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4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막대한 투자에도 AI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이 같은 이유로 향후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르네상스캐피탈의 매트 케네디 선임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이어진 강한 상승세와 최근의 변동성을 함께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산업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 등은 AI 거품이 결국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AI 개발업체들조차 자사의 AI 모델과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더 팔아라” vs “매수하라”…엔화 놓고 월가·日정부 정면승부? [머니+]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198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엔화 약세) 가운데 월가에서는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20여년 만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을 앞세워 엔화 방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원화가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월가와 일본 정부의 힘겨루기가 원/달러 환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스튜어트 젠킨스 전략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주요 10개국(G10)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매력도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으로 얻는 전략이다. 조달 통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클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환차손 위험이 확대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주요 선진국 간 금리 차이가 이례적으로 확대된 동시에 외환시장 변동성은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를 웃돌고 있다. 반면 독일은 3% 미만, 일본은 1.4%, 스위스는 약 0.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 간 금리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진 상태다. JP모건체이스가 집계하는 외환시장 변동성 지수도 현재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젠킨스 전략가는 “G10 국가들의 금리가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되고 금리 차이에 따른 실제 변동성이 낮아진 데다 앞으로도 통화정책 변화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환경이 캐리 트레이드의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10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는 올해 들어 약 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채권과 금, 비트코인 수익률을 웃돌지만 증시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장기적으로 엔화를 가장 유망한 캐리 트레이드 조달 통화로 꼽았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거시경제 환경에 변화가 없는 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바클레이스는 현재 외환시장의 안정세가 글로벌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체 모델 분석 결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의 예상 밖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며 이른바 '8·5 블랙먼데이'를 촉발했고 코스피도 하루 만에 8.77%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의 자국내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계는 물론 GPIF를 비롯한 연기금들이 일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PIF는 운용자산이 293조6000억엔(약 272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다. 일본은 현재 1조2000억달러(약 180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투자국이며 일본 자금 약 5조달러(약 7512조원)가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돼 있다. 시장에서는 GPIF가 해외 자산 비중을 줄이고 일본 국채와 주식 등 국내 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실화할 경우 일본 국채에 매수세가 몰려 엔화 매도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관련 발언이 전해진 직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2.4엔에서 161.3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날 2.9%대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날 11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최근 몇 달 동안 외환시장에서는 GPIF가 자금을 일본으로 되돌리는 것이 엔화를 지지할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GPIF가 보유한 막대한 해외 자산이 엔화로 환전될 경우 엔화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이와증권의 쓰보이 유고 수석전략가도 “운용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GPIF의 자산 배분 변경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은 일본 국채와 엔화, 주식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트리플 랠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합의 끝났다”고 선언한 트럼프…美·이란 MOU ‘새판짜기’ 수순? [이슈+]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지난달 18일 발효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폐기하지 않아 MOU 체제는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미국 관계자는 최근 양국간의 군사 충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 실무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여전히 이란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상선을 공격했다며 이틀 연속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커졌던 전면전 우려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종전 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협정을 공식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 금지 등 일부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이번 주 급등했지만 지난 4월 기록했던 고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MOU가 내세웠던 핵심 목표가 사실상 모두 좌초됐다는 점이다. MOU는 모든 적대행위 중단과 대이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했지만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이행되지 못했다. 양국이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이란 비핵화 문제 역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고, 미국이 이란 원유 재제를 다시 부과하자 MOU를 통해 약속된 후속 종전 협상의 개최 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프로그램 디렉터는 “MOU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면서도 “양측 모두 전면전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설팅 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 역시 “현재 내용 그대로라면 이번 MOU는 사실상 죽은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기존 MOU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합의를 토대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톰 워릭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도 이번 MOU가 협상의 기반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를 촉발했고, 지난 2주 동안 두 차례나 무력 총돌로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갈등의 핵심은 5항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항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오만과 협력해 향후 해협의 운영·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협상 당시 양측은 일단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수용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양국의 해석은 크게 엇갈렸다. IRGC는 해당 조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독점적 통제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를 취소하고 이란을 겨냥한 공습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양국은 MOU 제5항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이날 북동부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매장식을 열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신을 안장했다. 이로써 이달 4일 시작돼 테헤란을 필두로 이란 주요 도시와 이라크 내 시아파 성지를 도는 방식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엿새 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 첫날이던 올해 2월 28일 수도 테헤란의 관저에서 이스라엘 표적 공습을 받아 일가족 12명과 함께 숨졌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장례식을 끝내는 매장식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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