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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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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1만피 갈까”…코스피, 반등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머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우려로 전날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AI 관련 투자 쏠림 현상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반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9.84%, SK하이닉스는 0.98%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만간 9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91조원으로 늘어나며 1839조원의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거래일 만에 다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반등은 전날 코스피가 AI 투자 과열 우려로 10% 가까이 폭락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베 첸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기술주 랠리에서 처음으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AI 투자 스토리와 올해 한국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세 모두 앞으로는 뉴스에 더욱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흐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30분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마리자 베트마네 주식 리서치 총괄은 “단기적으로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결국 마이크론 실적"이라며 “기술주 랠리가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마이크론이 강력한 실적과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더라도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날 코스피 급락에 대해 “지속적인 상승으로 누적된 피로감"이라며 “추세적 하락 보다는 일시적 숨 고르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와 주변 AI 관련 종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들 제품이 계속해서 핵심 병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제시했다. 이어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1만500,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6500까지 가능하겠다고 봤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별도 기사에서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최근의 시장 움직임이 대규모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 자체는 유효하지만 과도하게 누적된 투자 포지션, 레버리지 ETF 확대, 옵션 헤지 거래, 반도체 업종의 급등세가 맞물리자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바비 몰라비 파트너는 “액티브 펀드든 패시브 펀드든, 헤지펀드든 퀀트 전략이든, 기관이든 개인이든 사실상 모두가 매일 AI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상승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매도 국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몰라비 파트너는 이어 현재 시장이 5% 수준의 급등락에 익숙했져 있었던 닷컴버블 말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10% 하락이 발생했을 때"라며 “그 이후에도 시장을 지지할 바닥이 존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레버리지 ETF를 최대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현재 글로벌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는 약 2000억달러에 달한다. 기초지수가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달러 규모의 리밸런싱 거래가 같은 방향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기술주와 모멘텀 전략이 전체 레버리지 ETF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어 관련 종목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들은 목표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약 60억달러(약 9조 288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두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약 14%에 해당한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나란히 12% 넘게 급락했다. 레베카 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는 “전날 시장 하락은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때문이 아니었다"며 “레버리지 ETF들이 일일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하루 5% 움직일 경우 약 47억달러(약 7조 2756억원) 규모의 ETF 리밸런싱 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평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의 약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땡큐 코리아?”…‘반도체·AI’ 불장에 골드만삭스 함박웃음 [머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골드만삭스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아시아 반도체 및 AI 인프라 관련 종목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면서 거래와 파이낸싱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주식 트레이딩 부문의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의 53억달러(약 8조 1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인 47억7000만달러(약 7조34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3개 분기 연속 업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재 시장은 두려움보다 탐욕이 더 큰 순간에 있다"며 강세장에 따른 수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골드만삭스의 주식 트레이딩 부문이 아시아 지역의 거래 활동 급증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 규모와 파이낸싱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이는 AI 투자 열풍에 베팅하려는 헤지펀드들의 강한 투자 수요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AI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아시아 주요 증시는 2분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증시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급락했지만 미국과 이란의 휴전, AI 산업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4월 이후 빠르게 반등했다. 한국 코스피는 4월에만 30% 급등하며 사상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에 그치지 않고 5월에 7천피, 8천피를 잇따라 돌파했고 이달엔 9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역대 최고 종가인 지난 22일(9114.55)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상승률은 80%에 달했다. 코스피 상승의 중심에는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두 종목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이번 분기에 각각 최대 41%, 50% 상승하며 AI 랠리에 동참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역시 골드만삭스 주식 트레이딩 부문에 호재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IPO에서 대표 주관사 역할을 맡았다. IPO 성과는 주로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도 트레이딩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페이스X 상장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골드만삭스가 공모주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배정 불가를 통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트레이딩 부문 실적을 중요한 수익성 지표 중 하나로 평가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날 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하면서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가 이번 분기에 두 가지 추가 이정표도 달성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했고, 투자은행 부문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1조달러 규모의 거래를 자문했다. 이는 업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1조달러를 달성한 기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력 수요 감당 못해”…‘원전 르네상스’ 뛰어든 美·日·EU, 한국은?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에너지 안보 강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원자력이 다시 핵심 전력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진 점도 원전 확대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 미국, 27조원 투입해 신규 원전 10기 추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23일(현지시간) 대형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회사들에 총 175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지원은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모델인 1.1기가와트(GW)급 AP1000 원자로 10기 건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력회사 7곳이 사업 참여 의향서(LOI)를 이미 제출한 상태다. 미 정부는 이 가운데 5개 프로젝트를 선정할 계획이며, 선정된 사업에는 원자로 2기씩 건설할 수 있는 자금이 지원된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지원을 통해 2030년까지 원자로 10기 모두가 착공에 들어가고, 이르면 2035년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원전 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을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성장의 핵심 전력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의 약 4배인 40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대형 상용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미 정부 추산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비중은 2028년까지 세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AP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이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향후 10년 동안 미국 전체 전력 수요가 최대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사업을 “차세대 미국 원전 르네상스"를 촉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대형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댄 섬너 웨스팅하우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미국이 AI와 첨단 제조업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이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도 탈원전 후퇴…최대 14기 교체 추진 일본 역시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기조를 강화했던 일본은 최근 전력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교체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원자력 정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부 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2040년까지 최대 5기의 원전을 재건축하고 이후 2050년대까지 9기를 추가해 총 14기를 새로 짓는 방안이 담겼다. 경제산업성은 2040년대까지 원전 설비용량 2.2~5.5GW를 확보하기 위해 2~5기의 신규 원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50년대에는 총 설비용량을 12.7~16GW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최대 14기의 원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중동 정세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유럽도 원전 회귀…투자 열풍 확산 유럽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원전이 핵심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럽 원전 산업의 인수합병(M&A)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엔릿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로펌 화이트앤드케이스는 지난해 유럽 원전 산업의 M&A는 총 25건으로, 2024년의 17건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7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M&A도 작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화이트앤드케이스의 핵융합·원전 프로젝트 금융 전문 변호사인 시메나 바스케스-메이냥은 “유럽 원전 산업에 대한 M&A와 지분 투자 매력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는 과거 원전 금지 정책을 되돌리려 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격적인 원전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국도 원전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규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에너지원이었던 원자력이 이제는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원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원자력실태프로그램(PINC) 최종안에 따르면 2050년까지 대형 원전의 순 발전용량을 109GW로 확대하기 위해 총 2410억유로(약 421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2050억유로(약 358조원)는 신규 원전 건설에, 360억유로(약 62조원)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PINC는 또 2050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 설비용량이 17~53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열린 원자력 서밋에서 유라톰(Euratom) 연구·훈련 프로그램에 3억3000만유로(약 5700억원)를 투입하고, SMR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2억유로(약 3500억원) 규모의 보증기금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 한국도 신규 원전 건설 절차 본격화 한국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초기 신규 원전 건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전력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지을 데가 없다"면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은 지어서 가동하는데 최소 15년이 걸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신규 원전을 건설할지 논의하는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이 여론조사에서 계획대로 원전을 짓자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확정했고 지난 17일에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의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선정했다. SMR 후보지로는 부산 기장군이 결정됐다. 작년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7년과 2038년 도입을 목표로 1.4GW(기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계획이 반영됐다. 0.7GW급 소형모듈원자로(SMR)를 2035∼2036년 도입을 목표로 건설하는 계획도 담겼다. 다만 이번 발표는 후보지 선정 단계인 만큼 실제 원전 건설까지는 환경영향평가와 건설 허가, 주민 협의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패닉셀 나온다”…‘코스피 대참사’의 섬뜩한 경고 [머니+]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한국 증시가 최근 들어 크게 흔들리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하는 일이 잦아지자 투매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0.34% 하락한 9083.54로 출발한 뒤 장 초반 반등을 시도했지만 이후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오전 11시 40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후 2시 33분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1691억원, 4조5490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8조5913억원 순매수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47%, 12.31% 급락했다. 이 밖에 SK스퀘어(-7.01%), 삼성전기(-10.68%), 현대차(-12.05%), 삼성생명(-5.66%), LG에너지솔루션(-6.10%), 삼성물산(-12.50%), HD현대중공업(-7.5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상승 마감한 종목은 신한지주(+0.21%), KT(+0.19%), 삼양식품(+0.19%)뿐이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고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아마존(-4.75%), 엔비디아(-0.97%), 마이크로소프트(-3.18%), 메타(-2.32%) 등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이스X 주가 역시 16% 급락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였지만 낙폭은 한국 증시가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는 3.55%, 대만 가권지수는 1.34% 각각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코스피 급락과 관련해 “최근 랠리가 과도했다는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며 “이번 하락은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온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증시에 '쏠림'을 심화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초단타 매매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해당 ETF 도입을 후회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장기간 모멘텀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진 이후 한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심리 변화에 점점 더 민감해졌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활용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은 유동성과 파생상품 포지션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어 최근 한국 증시가 과열 신호를 여러 차례 보여왔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2% 이상 상승했으며 연초 이후 상승률이 350%에 육박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4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진자산운용 하석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급등 이후 시장이 과매수 상태에 진입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 이번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며 “높은 수준의 개인투자자 레버리지와 신용융자 잔액이 하락폭을 더욱 키우면서 시장이 부정적인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투매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서 증시를 분석하는 P에퀴티리서치는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코스피의 움직임이 다소 불안하다"며 “상승하는 날도 많지만 하락하는 날 역시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P에퀴티리서치는 코스피가 5월 15일 -6.1%, 5월 19일 -3.3%, 6월 5일 -5.5%, 6월 8일 -8.3%, 6월 10일 -4.5% 하락한 데 이어 이날 7.4%(장중 기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가 크게 하락한 여섯 차례 가운데 네 차례는 낙폭이 5%를 넘어섰다"며 “평균 하락률은 5.8%로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를 건강한 조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지수가 2주마다 2~3일씩 평균 5.8% 하락하는 상황을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언젠가 한국 시장 참여자들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패닉셀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제금값 6000달러 간다더니”…매파 연준에 강세론 ‘흔들’ [머니+]

국제 금값이 한때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연내 온스당 6000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왔지만 최근 들어 월가의 낙관론이 빠르게 식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드러내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상하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금 가격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BofA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오는 9월, 10월,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IB들 중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BofA 보고서는 “6월 경제전망요약(SEP)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하지만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3.8%로 직전 3.4%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연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워시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물가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의회가 부여한 책무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미 기준금리가 올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의 불확실성도 언급됐다. 도이체방크는 “매파적일 경우 연준이 7월 금리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둘기파적일 경우 최근 에너지 가격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의 시급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 맥쿼리 등 다른 IB들도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미 기준금리가 올 연말 현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을 13.3%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금리가 최소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은 통상 금값에 악재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실제로 국제 금값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온스당 5247.90달러에서 이날 4207.70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20% 하락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는 다시 연준의 긴축 전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500달러를 돌파했고, 당시 BofA는 연말 금값이 6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IB들은 잇달아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기존 5400달러에서 49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BofA 역시 지난주 보고서에서 기존에 제시했던 금값 6000달러 전망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인정했다. BofA는 “금 가격이 6000달러에 도달하려면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그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이날 금 가격 전망치를 최대 22% 낮췄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쉬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30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4분기 전망치는 온스당 4800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17% 하향 조정됐다. 쉬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 전망과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가 금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만약 연준이 3~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금 가격은 38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 투자정보 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올헤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5243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5708달러대비 하향 조정됐지만 다른 IB들에 비해 높다. JP모건은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재정악화, 지정학적 갈등, 미 정책 불확실성 등이 금값을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BofA와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나아가 2028년 3월과 6월 금리가 0.25%포인트씩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매도자들이 장악했다”…‘시총 증발’ 스페이스X 주가 어디로 [머니+]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주가가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조짐이 나타난 데다 월가에서도 부정적인 투자 의견이 속속 등장하자 주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전장 대비 16.4% 급락한 154.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종가 수준이다. 지난 16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225.64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31.5% 하락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누적 하락률은 23%에 달한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6000억달러(약 922조원) 이상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는 “매도자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며 “전 세계에서 이 주식을 사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샀다"고 말했다. ◇ 상장 직후 광풍…이제는 숨고르기? 스페이스X는 75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IPO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상장 후 불과 며칠 만에 시가총액이 한때 세계 4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설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 발행 주식의 4.2%에 불과했던 점이 주가 급등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수직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급락은 스페이스X가 첫 회사채 발행을 통해 최소 2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상황이다. 이날 주가 히락으로 스페이스X 시총은 하루에만 4008억달러(약 616조원) 증발했는데 이는 뉴욕증시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이라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전했다. 여기에 23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대만 TSMC가 상승세를 보이자 스페이스X를 제치고 시총 세계 6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인 135달러 대비 약 15%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라운드힐 파이낸셜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주목하는 기준은 공모가인 135달러"라며 “주가가 여전히 그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이번 하락은 급등세를 소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고 최근 말했다. ◇ “이미 성장성 반영됐다"…'보유 의견' 등장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주가 전망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키뱅크 캐피탈 마켓의 마이클 레쇼크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 의견을 '업종 비중(sector weight)'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보유(Hold)' 의견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장기 성장 가치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현 시점에서 위험 대비 보상도 균형 잡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레쇼크 애널리스트는 또 스페이스X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2027년 매출 전망치 기준 약 29배 수준의 주가매출비율(PSR)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우주산업과 통신, AI 업종 내 대부분의 경쟁사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CFRA 역시 최근 스페이스X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도 다소 식어가는 모습이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첫 5거래일 동안 총 4억500만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그니피센트7(M7) 전체 종목에 대한 순매수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주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채권시장은 여전히 낙관…“75%만 성공해도 하이퍼스케일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채권시장은 여전히 스페이스X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스페이스X에 투자적격등급인 'Baa1'을 부여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약 10년 전 처음 받았던 등급과 동일하다. 피치와 S&P도 각각 BBB+, BBB 등급을 매겼다. 신평사들이 투기등급보다 몇 단계 높은 투자적격등급을 잇따라 부여한 배경에는 스페이스X의 독보적인 강점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시장 지배적인 우주 발사 사업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현금흐름, 그리고 AI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글로벌 멀티섹터 신용 및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머스크가 자신이 추진하는 계획의 75%만 성공시켜도 스페이스X는 향후 신용등급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아레테 리서치의 앤드루 빌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스페이스X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401달러를 제시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장기 성장 잠재력이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2030년에는 연매출이 20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더 세게 때린다” 경고에도…美·이란 첫 후속협상 마무리 [이슈+]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첫 후속 협상에서 갈등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양측은 향후 60일 내 최종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및 레바논 관련 분쟁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1차 고위급 회담이 22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중재를 맡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을 통해 “회담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미국과 이란은 이번 주에도 실무급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재국들에 따르면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는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레바논 내 군사행동 중단이 유지되도록 미국·이란·레바논이 참여하는 '갈등완화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성명은 또 미국과 이란이 MOU 이행 방안에 대한 정치적 감독을 담당할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이 위원회가 향후 60일 이내 최종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에 참석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가 레바논 전쟁 종식을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끌어냈다"며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허용되고 봉쇄가 해제됐으며, 동결 자산 일부가 풀리고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 및 개발 계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 14일 MOU 체결 이후 처음 열린 고위급 협상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한때 취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이 마주 앉은 것이다. 그러나 협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레바논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대리세력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이란을 다시 공격할 것이며, 이번에는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란 지도부를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가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대표단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협상은 한때 파행 위기에 몰렸다. 일부 이란 매체는 대표단이 협상장을 떠났다고 보도했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1차 후속 협상은 약 18시간 만에 종료됐고, 시장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 한때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지만 오후 2시 30분 78.41달러대로 전장 대비 2.05% 하락 전환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이 장기간 이어질 협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와 경제 제재 완화 등 민감한 사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인 데다, 이스라엘이라는 핵심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협상 내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레바논 전쟁 중단 여부가 미국과 이란 협상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며 “최종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지지가 협상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해야만 잠정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MOU 협상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향후에도 흔들릴 수 있지만 지정학적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페퍼스톤그룹의 딜린 우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재반영할 정도로 취약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밴티지 글로벌의 헤베 첸 수석 전략가는 “미국과 이란이 마련한 로드맵은 아직 잠정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원유 가격 리스크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며 성장주와 기술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여는 디딤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년 가까이 동결됐는데”…美 곳곳서 ‘최저임금 인상안’ 부결되는 이유 [이슈+]

미국 오클라호마 주(州)에서 유권자들이 20년 가까이 동결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주민투표안을 부결시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료품과 주거비 등 생활비가 급등한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은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과 소상공인 부담 확대를 더 큰 위험 요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이번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CNBC에 따르면 지난 16일 실시된 주민투표안인 '오클라호마 주(州) 질문 832호(SQ 832)'가 찬성 44.62%, 반대 55.38%로 최종 부결됐다. 오클라호마시티와 털사 등 주요 도시권에서는 찬성표가 과반을 넘었지만 소규모 사업체와 농업 종사자가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SQ 832는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내년부터 즉시 12달러로 인상하고, 2029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두 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시간제 근로자와 일부 학생 및 미성년 근로자, 농업 종사자, 가사 노동자, 신문 배달원, 사료 판매점 직원 등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담겼다. ◇ 2009년 이후 동결된 최저임금…그럼에도 '인플레 우려' 더 컸다 오클라호마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20개 주 가운데 하나다.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로 동결돼 있으며, 나머지 주는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왔다. 2009년 이후 미국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오클라호마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생활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레슬리 오스번 오클라호마 노동위원장은 최근 지역매체 뉴스9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이후 식료품 가격과 휘발유 가격, 그리고 다른 모든 비용이 얼마나 올랐는지 생각해보라"며 “시간당 7.25달러로는 직장까지 갈 기름값을 내고 아파트 임대료를 부담하며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엄청난 부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존엄성"이라며 “나는 SQ 832의 단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SQ 832에 강하게 반대해온 인사들은 이번 결과를 환영했다. 반대론자들은 최저임금의 전면적인 인상이 고용 감소를 초래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CNBC는 전했다. 오클라호마 상공회의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채드 워밍턴은 성명을 통해 “오클라호마 주민들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회를 창출하면서도 생활비 부담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오클라호마 지역매체 저널레코드는 칼럼을 통해 “SQ 832 지지자들은 인상안이 기업들의 인건비를 연간 7억8300만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며 “인건비가 연 7억8300만달러 늘어나면 상품과 서비스 비용을 7억8300만달러 상승하도록 투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한때 '불패'였던 최저임금 인상 주민투표 최저임금 인상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를 받아온 정책이었다. CNBC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주 단위 최저임금 인상 주민투표는 총 25건이었고 모두 가결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미주리주와 네브래스카주, 플로리다주에서도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 인상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최근 들어 약해지고 있다고 CNBC는 짚었다. 실제로 2024년에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최저임금 추가 인상 주민투표안이 잇따라 부결됐다. 미국 선거 전문 데이터베이스 발로피디아는 이 결과를 두고 “1996년 이후 첫 부결 사례"라고 전했다. CNBC는 “오클라호마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잇따라 부결되는 현상은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앞두고도 주목받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3일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1만320원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 월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을 제시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전날 공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경제적 재앙” 한마디에…이란 협상력만 키웠나 [이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 직후부터 흔들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MOU 체결 배경으로 '세계 경제 붕괴'를 언급한 점이 오히려 미국의 핵심 약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7일 종전 MOU에 각각 서명하며 양국 간 합의를 공식 발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라며 “이 상황이 계속됐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MOU는 지난 4월 체결된 휴전을 추가로 60일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휴전 적용 범위에는 레바논도 포함됐으며, 양측은 이 기간 동안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최종 종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전면 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대이란 제재 및 동결자산 일부 해제,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 투자기금 조성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 레바논 변수에 흔들리는 종전 MOU 그러나 MOU 발효 직후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9일 스위스에서 첫 실무 협상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여기에 이란은 레바논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MOU 내용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양국은 후속 협상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 미국 대표단은 이미 스위스에 도착했고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스위스로 향했다. 밴스 부통령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틀 정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도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스위스 외무부가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과 레바논 충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모두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합의가 파기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MOU는 이란에 유리"…美 압박카드 약해졌나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재앙' 발언이 후속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협상이 불발될 경우 군사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란이 좋아하지 않을 일들을 할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매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추가 군사작전에 나설 경우 시장에 다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란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강경책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 미 메릴랜드대학교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6%는 이번 전쟁이 미국 국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부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란에 유리한 조건의 MOU를 받아들이게 만든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 케네디 경제안보 담당 책임자는 “14개 조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합의는 핵 문제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MOU 조항을 분석한 결과 14개 조항 가운데 10개는 이란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고, 미국에 유리한 조항은 단 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3개는 중립적인 조항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란의 가장 큰 양보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는 2015년 핵합의(JCPOA) 당시 이미 약속했던 내용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MOU 체결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이 해협은 이란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개방돼 있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아드 말레키 선임연구원은 MOU 제3조에 포함된 '연장 가능' 조항을 언급하며 “협상이 장기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이란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압박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필요한 시점에 경제적 지렛대를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MOU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상당한 만큼 이란 역시 협상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다니엘 샤피로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해협 폐쇄를 발표했지만, 그것이 단순한 수사적 발언을 넘어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이란은 협상단을 스위스로 보내고 있다. 이는 그들이 이번 MOU를 통해 약속받은 혜택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합의 없으면 다시 폭격”…시험대 오른 美·이란 후속협상 [이슈+]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지만 최종 평화합의 도출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커지고 있다. 레바논에서 무력 충돌이 재발하며 후속 협상이 지연된 데다, 주요 쟁점인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운영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 여파로 이날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한 종전 MOU 제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레바논 휴전을 종전 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워온 이란으로서는 이스라엘의 공세를 사실상 MOU 위반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도 자국 군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극악무도한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군에 “전면적인 공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BC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이날 오전 9시(미 동부시간 기준)를 기점으로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상대방이 휴전을 준수할 경우 이에 동참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자신이 중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할 수 있다"며“그들은 나를 매우 존중한다. 내가 말하는 대로 한다"고 답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은 그를 조금 제정신으로 유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레바논 변수에 꼬인 종전 협상 그럼에도 후속 협상이 무산된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계속 주둔하며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고 있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북부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한 남부 레바논의 안보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아직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란이 좋아하지 않을 일들을 할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매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하면 갑자기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가 매우 빠르게 흘러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수십억 달러짜리 선박을 소유한 사람들은 상공을 날아다니는 미사일이나 바다 곳곳에 설치된 기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이란 군사공격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며 MOU에 명시된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 중재 인사들은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재러드 쿠슈너는 이미 스위스에 도착했으며,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스위스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 사이 핵심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날 스위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호르무즈·핵협상 난제 여전 다만 후속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최종 합의 도출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MOU는 중요한 돌파구지만 전쟁을 끝내고 이란의 핵 능력을 통제하기 위한 과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자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의무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현재는 무료지만 향후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실상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은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국제 수로는 통행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역내 국가들이 향후 해협의 적절한 안보 체계를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의 명분이자 핵심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란 비핵화 문제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수의 핵 전문가들은 60일이라는 기간이 영구적인 핵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사안 자체가 기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비판하며 1기 행정부 시절 탈퇴했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역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약 2년에 걸쳐 협상을 진행한 끝에 체결됐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투자자문사 퀀텀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슈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운송 정상화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긍정적이며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것을 제외하면 이번 합의는 매우 좋지 않은 거래"라며 “이란은 앞으로 중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결코 핵 개발 야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 역시 이번 합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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