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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 mediapark@ekn.kr
“달러 버리면 100% 관세”…트럼프 발끈한 ‘브릭스 탈달러’, 현실 가능성은 [이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는 데 뜻을 모았지만, 실제로 탈(脫)달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에서 “브릭스는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 연계성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재로 달러화 거래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브릭스 내부에 독자적인 결제·청산·예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재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해 “소수 통화에 집중돼 있어 정치적 충격에 취약하다"며 달러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결제 통화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화의 지배력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비중은 각각 29%, 17%였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이언트 크리슈나 선임연구원은 CNBC에 “브릭스는 달러가 세계적으로 제공하는 본질적인 유동성과 신뢰를 대체하는 데 필요한 통합된 제도적·금융적·거시경제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그동안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를 활용한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가 달러화에서 벗어나려 할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4년 11월 당시 “이들 국가가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강력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100% 관세에 직면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브릭스의 탈달러 구상을 실제로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많지 않다고 CNBC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브릭스 공동통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회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결제와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대신 선언문에는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PTF)가 현재 진행 중인 논의를 바탕으로 회원국 간 국경 간 결제를 보다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길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리마 바타차리야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무역의 약 90%를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변화는 브릭스 차원의 조율된 정책이라기보다 2022년 이후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가속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브릭스 통화가 자국 밖에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이 때문에 수출업자들이 해당 통화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글로벌 원자재 거래에서는 달러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장 편리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브릭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점도 탈달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타차리야 총괄은 “인도와 중국의 경쟁 관계야말로 브릭스 내부 결속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인도 모두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직접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갈수록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쌓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양국 간 무역액은 사상 최대인 1511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 역시 사상 최대인 1121억60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종전 기록인 992억1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인도와 미국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액은 지난해 약 2390억달러에 달했다. 인도는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584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서비스 교역에서도 4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 달러화 사용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슈나 비마바라푸 아시아태평양(APA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자본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루피화 사용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릭스 회원국들은 서로 매우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며 “결국 현재로서는 브릭스가 주도하는 어떠한 대안도 달러가 가진 유동성과 시장의 깊이, 신뢰성, 글로벌 수용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변화는 사기” 트럼프의 역주행?…美 탄소감축 10년 늦어진다 [이슈+]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약 10년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기존 및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에 탄소포집·저장(CCS) 등 특정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도록 의무화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폐지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는 2039년 이후에도 가동할 계획인 기존 석탄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2년까지 최대 9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발전소들은 CCS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환경 규제는 잇따라 철회되고 있다. EPA는 앞서 냉장·냉방 장비에 사용되는 초강력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연기하고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폐지했다. 탄소배출 규제의 핵심 법적 근거 역할을 해왔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위해성 판정'도 뒤집었다. 여기에 EPA는 이번 G20 회의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중대한 대기오염원으로 규정한 연방정부의 기존 판단을 폐기하는 새로운 규정도 제안했다. 청정대기법에 따라 발전소에 별도로 적용돼온 위해성 판단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PA 측은 “이 제안이 확정될 경우 향후 EPA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향후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크게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EPA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번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폐지로 오는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억3300만t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약 5억8800만t으로 집계됐다. 이번 규제 폐지 하나로 한국의 연간 배출량에 육박하는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당적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이노베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철회를 모두 고려하면 미국의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정책이 유지됐을 때보다 약 10억t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기존 석탄·가스발전소뿐 아니라 향후 건설될 발전소에 대한 탄소 규제 폐지 효과도 반영됐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2040년까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정책이 유지됐다면 2030년에 도달될 배출량이 2040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탄소 감축 시계가 10년가량 뒤로 밀리는 셈이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모델링·분석 담당 로비 오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유지됐다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몇 년간 가파르게 감소하는 경로에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모든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출량 자체는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감소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우리가 가야 할 수준에도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 폐지로 미국의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기존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CCS 설치 역시 사실상 강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로펌 브레이스웰의 스콧 시걸 파트너는 “CCS 의무를 폐지한다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불확실한 의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힘입어 2년 넘게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의 탈석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도 1% 줄었다. 석유 소비 감소가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REA는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도 최근 자국의 석유 소비가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당초 15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6~2030년 중 석유와 석탄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급진 좌파 민주당이 퍼뜨리는 AI 사기극은 얼마 전 '극심한 더위로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했던 지구온난화 사기극을 떠올리게 한다"며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주장했다.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속도를 늦추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을 반박하면서, AI 위험에 대한 경고가 지구온난화 경고처럼 과장됐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연준 금리 올린다”…증시 ‘2018년 악몽’ 재현될까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배런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미국 주식 및 퀀트전략 총괄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올해 연말 목표치를 기존 7100에서 74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날 종가인 7619.98보다 약 2.9% 낮다. 수브라마니안 총괄은 특히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금융 여건이 이미 빠듯한 상황에서 차입비용을 추가로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시장의 “고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브라마니안 총괄은 또한 증시가 “조정을 받을 시점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S&P500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조정은 지난 3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통상 한 해에 약 세 차례의 5% 조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시는 이례적으로 조정 없이 상승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추적하는 약세장 신호 가운데 이미 50%가 나타났다고도 덧붙였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딘 커넛 최고경영자(CEO)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P500 지수가 8~10%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12월에는 추가적인 2차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이익률을 압박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에 변동성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넛 CEO는 또 현재 증시 상황이 과거 2018년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S&P500지수는 9월 고점을 찍은 뒤 10월과 12월 각각 6.94%, 9.18% 하락했다. 2018년 9월 장중 최고점과 12월 최저점을 비교하면 낙폭은 약 20%에 달한다. 연준은 2018년 당시 9월과 12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상한 바 있다. 커넛 CEO는 이 같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현재 증시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p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92%로 반영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약 80%에 육박한다. 반대로 연준의 긴축에도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월가 강세론자들은 기업 실적이 여전히 탄탄한 만큼 금리 부담만으로 현재의 증시 랠리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주식은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는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8000으로 유지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이후 3개월 동안 S&P500은 평균 약 2% 하락했지만, 첫 인상 이후 1년 전체로 보면 9% 넘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긴축이 증시에 미치는 중기적 영향은 긴축이 기업 이익 증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기업 이익은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주식전략가 역시 최근 금리 상승을 반드시 증시에 부정적인 신호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8000으로 제시했다. 윌슨은 “높은 금리는 여전히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강한 성장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위험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함께 기간 프리미엄도 억제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중기적으로 우량주가 여전히 유효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탈바켄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CEO는 “예외적인 기업 이익 성장"을 이유로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7400에서 8500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이날 종가 대비 약 12%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퍼브스 CEO는 현재 기업 이익 증가세에 대해 “예외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광범위하다"고 진단하면서 “완만한 주가수익비율(PER)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S&P500은 충분히 8500선까지 갈 수 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5% 찍는다고 했지?”…美10년물 금리 예측한 족집게의 경고 [머니+]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선 가운데, 이를 일찌감치 예측했던 시장 베테랑이 국채 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놨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뱅크의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인 스티븐 배로우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올해 말 전망치를 5.2%로 높이고, 2027년 1분기에는 5.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배로우 총괄은 “나의 구조적인 시각은 우리가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고금리 장기화' 체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 이유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지나치게 웃돌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리가 이미 5% 가까이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오는 12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는 2027년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로우 총괄은 “연준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동 지역의 전쟁을 거론하며 “내가 보기에는 모든 신호가 여전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로우 총괄의 이 같은 전망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실제 5%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21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22%를 나타냈다. 전날 장중 한때 5%를 넘어선 뒤 다시 밀렸지만 이날 오전부터 재차 상승하며 5%선을 회복한 것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금리가 잠시 5%를 웃돈 것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40년 넘게 전략가로 활동해온 배로우 총괄은 이미 지난 2월 올해 안에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연준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4%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지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46% 수준이었던 지난 5월에도 배로우 총괄은 5% 전망을 고수했었지만 이같은 시각은 시장 컨센서스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배로우 총괄은 당시 “(5% 전망은) 이란 전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 것"이라며 “연준은 아마도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 또한 재정 측면에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금리 상승을 촉발하기는 했지만, 그의 5% 전망의 근본적인 배경은 전쟁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자리 잡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설명이다. 배로우 총괄은 글로벌 공급망 압박과 기후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이민 규제 강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제한 등을 장기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배로우 총괄은 과거에도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짚은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2021년에도 미 국채 가격 하락을 전망했고, 최근 수년 동안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움직임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다만 일본 엔화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약세를 이어간 점은 그의 전망에서 빗나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인류 위해 멈추자?”…AI 속도조절론 외치지만 속내는 ‘동상이몽’ [이슈+]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면서 글로벌 AI 업계에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AI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주도권 다툼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AI 기업들은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기술적 우위와 기업가치를 지켜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발 속도를 늦추면 중국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속도조절론을 기술 패권을 고착화하려는 전략으로 의심하고, 유럽은 AI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인 개발 중단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국제 공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누구를 위한 속도조절인가'를 놓고 안전과 패권, 산업적 이해관계가 뒤엉킨 동상이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트럼프 “AI가 인류 파괴?…지구온난화보다 더 터무니없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려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하며 온갖 나쁜 일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은 사기"라며 “이는 러시아 스캔들이나 지구온난화 사기극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장치 또는 '가드레일'은 강하고 똑똑한,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대통령"이라며 “미국에는 그런 대통령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속도조절론을 처음 공개적으로 촉발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아모데이가 이제 와서 “완벽한 작은 천사인 척하고 있다"고 비꼬면서, 자신의 행정부가 이미 AI 업계의 “나쁘거나 잠재적으로 나쁜 일"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인 서밋'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예고 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다. 황 CEO가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연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로봇이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AI가 세계를 장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신중하게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산업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속도조절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반박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AI는 단순한 기술산업을 넘어 자신의 경제 성과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는 기업 설비투자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AI 열풍은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AI 속도조절 논란의 여파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3.36%, 브로드컴은 4.77%, AMD는 4.40%, 인텔은 5.59% 각각 하락했다. 크리스 암스트롱 베렌버그 전략가는 “이미 시장에 상당한 불안감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주요 AI 기업들마저 '잠깐,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기류 변화가 AI 관련주를 현재보다 10~15%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호황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AI 속도조절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반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 트럼프와 등 돌린 실리콘밸리…美 의회도 “규제 필요" 앞서 아모데이 CEO는 지난 12일 공개한 3800단어 분량의 글에서 최첨단 AI가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며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 관계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xAI CEO 등 주요 AI 업계 인사들도 아모데이의 문제의식에 동조했다. 치열한 기술 경쟁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이들이 AI 안전 문제에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날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적용할 행동강령을 공개했다. 행동강령에 따르면 MS의 AI 모델은 인간이 승인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해야 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목표를 설정하거나 부여된 권한을 넘어 행동해서는 안 된다. MS는 법학·윤리학·철학 전문가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께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개발·배포되는 차세대 AI 모델의 기본 규범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대와 달리 A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초당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튠 상원 원내대표와 테드 크루즈 상원 상무위원장,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은 AI 업계에 재앙적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초지능 AI' 개발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는 AI 시스템을 강제로 중단할 수 있는 이른바 '킬 스위치'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AI 산업에 일정한 안전장치를 도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작업과 초당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AI를 다시 상자 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지만 AI가 어떻게 개발되고 사용될지는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소수 기술기업들이 만드는 자발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속도 늦추자"면서 중국은 막아라…미중 패권경쟁으로 번지나 AI 속도조절론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안전 문제가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아모데이는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보다 “가능한 한 큰" AI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더욱 제한하고, 미국 AI 모델의 결과물을 활용해 중국 업체들이 경쟁 모델을 훈련하는 이른바 '증류'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위험 때문에 속도를 늦추자고 하면서도 미국의 기술적 우위는 최대한 유지하고 중국의 추격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에 반발하는 이유에도 중국이 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병든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뻐하는 유일한 곳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움직임이 결국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만 추격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도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대립과 악의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글로벌 AI 거버넌스 과정을 방해할 뿐 누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AI 발전은 인류 전체의 공동 복지와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도 최근 사설에서 아모데이의 주장에 대해 “안전 위험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주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을 겨냥한 '냉전식 각본'"이라고 비판했다. 알리바바 AI 모델 큐원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인 저스틴 린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속도를 내려고 하는데 당신들이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한다고? 맙소사"라며 “당신들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마치 누구의 허락이라도 필요한 척하지 말라"고 비꼬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속도조절 요구와 별개로 독자적인 AI 개발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AI를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뒤집을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AI 업체들의 모델 성능은 미국 최상위권 모델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베이징은 AI를 워싱턴과의 기술적 균형을 다시 짤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자발적으로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등이라면 2등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AI 업계 내부에서는 AI가 통제를 벗어날 위험보다 경쟁사들의 모델 개선 속도를 따라잡고 가능하면 추월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中도 “AI 통제 상실" 경계…유럽은 “혼자 멈출 순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최근 AI 안전 규제를 강화하며 '통제 상실'을 공식적인 위험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14일 '인공지능 보안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3.0'를 공개하고 AI 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의 예상과 통제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AI가 사이버 공격을 더욱 확장시키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 속도 자체를 늦추기보다는 감독과 통제를 강화한 채 추격전을 계속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안전 위험을 놓고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럽 역시 AI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 중단에는 선을 긋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독일 디지털부는 “AI 개발 중단은 유럽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며 디지털 주권 강화를 위해 AI 개발과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효과적인 AI 통제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는 AI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핵확산금지 협정과 유사한 국제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마 레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AI 혁신 발전에 찬성한다"면서도 “기업들이 EU 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 “속도 늦추자면서 성장은 계속"…월가도 의심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의 속도조절론을 순수한 이타심과 인류의 안전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자사 사업 성장이나 지출 계획을 축소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 두 기업이 실제로 AI 개발 경쟁을 어느 정도까지 늦출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자은행 UBS의 울리케 호프만 부르카르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첨단 모델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는 요구가 업계 전반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선두 AI 연구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관련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AI 업계가 일제히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 배경에 수익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AI 안전을 이유로 상장 시기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속도조절 논쟁이 불거지기 전부터 기대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상장 연기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경고를 “과장과 허풍"이라며 “실제로 통제하기 어려운 성장 둔화를 가리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반면 속도조절론을 주도한 앤트로픽은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이르면 오는 10월 중순부터 IPO 투자자 마케팅을 시작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전 상장을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아울러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소수 집단이 주도하는 규제가 법제화할 경우 새로운 AI 기업의 진입을 막는 식의 '규제 포획'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 연구 인력을 이미 갖춘 선두기업일수록 강화된 규제 비용을 감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AI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죄수의 딜레마'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모든 기업과 국가가 함께 속도를 늦추면 AI를 이해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만 먼저 멈추면 경쟁자에게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어서다. 결국 인류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선두 AI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AI 속도조절론'의 의미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덮친 ‘AI 속도조절론’…트럼프가 구해줄까 [머니+]

미국 선두 인공지능(AI) 기업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AI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주장이지만 미중 AI 패권 경쟁이 맞물려 있는 만큼 실제 개발 속도가 크게 둔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최근 AI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첨단 AI 모델 개발 경쟁의 속도를 일부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동조했다. 또 최근들어 앤트로픽, 구글 연구원들이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종말을 이끌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며 줄사표를 내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도 AI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기술업계와 정부가 협력해 AI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슨 의장은 AI 기업들을 향해 “여러분의 제품이 안전하도록 보장할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자신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AI 속도조절론이 부상하자 글로벌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1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26% 내린 6684.37에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4.05% 급락해 25만원선을 내줬고, SK하이닉스는 6.35% 폭락했다. 오픈AI 투자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13% 급락했고,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도 6% 넘게 밀렸다. 중국 반도체 기업 CXMT 역시 3.6% 하락했다. AI 개발이 늦어질 경우 차세대 AI 모델 학습과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클라우드 업체에도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버코어ISI의 마크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계획은 기술업계 전체에 매우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며 “두 회사가 연구개발(R&D)과 채용, 설비투자를 대폭 줄인다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루 차나나 삭소뱅크 수석 투자전략가도 로이터통신에 “단기적으로 이러한 경고는 AI와 반도체주에 계속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이들 종목의 밸류에이션에는 강한 수요뿐 아니라 기술 발전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까지 반영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어 “시장 기대치가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는 개발이 조금만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돼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실제로 AI 개발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AI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발전한 나라"라며 “솔직히 나는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승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드레일을 만들 수도 있고 이것저것 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되는 매우 부정적인 세력들이 이를 들고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 AI 기업들은 개발 속도를 늦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딥시크와 Z.AI 등 중국 업체들은 잇따라 새로운 AI 모델을 출시하고 신규 자금 조달에도 나서며 미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AI 기업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가 규제가 되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거나 향후 6개월 동안 AI 모델 사전학습을 중단한다고 밝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행동이 나와야 이번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의 잇따른 경고가 실제 성장 둔화를 가리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나온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경고를 “과장과 허풍"이라며 “실제로 통제하기 어려운 성장 둔화를 가리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유가 곧 떨어진다” 트럼프 장담…중동 외교는 ‘난항’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중동 지역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도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연기된 데다 중동의 양대 핵심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싼 무력 긴장까지 고조되면서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2시 43분 기준 전장 대비 2.22% 오른 배럴당 106.94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선 브렌트유는 지난 한 주에만 8% 넘게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첫 거래일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내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한 점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전날 오후 11시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일(14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역내 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란은 이날 걸프 국가들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관리 방안과 관련해 오만과 마련한 합의안을 다른 국가들에 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란 외무부가 회의 개최를 발표한 이후 바레인이 불참을 선언했고, 후티 예멘 반군의 공세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란 국영매체 파르스통신은 이란 외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오만 회의가 일부 역내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으며, 이 결정은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오만 측과 협의를 거쳐 회의를 개최할 새로운 날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연기 결정은 사우디의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이 최근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나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사우디는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해왔고 이 송유관이 핵심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하루 원유 수송량은 약 50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한다. 총연장도 약 1200㎞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해 활용되던 홍해 항로에서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이 동시에 위협받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해상무역작전국(UKMTO)은 전날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선원들은 결국 배에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측도 자국 연안에서 이란 상선 한 척이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선원 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쟁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동시에 심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직후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거듭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일랜드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전쟁 종료 시점을 묻는 말에 “아주 가까운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중간선거 직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며 종전 이후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믿었더니 비용 폭탄”…이란 전쟁, 아시아 ‘脫 LNG’ 앞당기나 [이슈+]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5분의 1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LNG에 의존해온 국가들이 잇따라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을 경험하자 LNG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결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 구매국들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현물 LNG 구매에 74억달러(약 10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국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장기계약을 통해 비슷한 규모의 LNG를 확보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약 31달러(약 4조원)였다. 전쟁으로 LNG 조달 비용이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공급으로 에너지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장기계약으로 확보했던 물량에도 차질이 발생했고, 결국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으로 내몰렸다는 설명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동북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현재 MMBtu당 20달러 후반대로,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쟁 전 JKM이 10달러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세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LNG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경험한 데 이어 이번 중동 전쟁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면서 LNG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평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LNG는 올해 전까지만 해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화석연료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LNG가 핵심 '가교 연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글로벌 LNG 수요가 6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자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LNG 의존도를 낮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석탄과 원자력, 자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4년간 배터리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면서 일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때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혔던 파키스탄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을 직접 경험한 만큼 앞으로 태양광과 수력발전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NEF(BNEF)의 악샤이 모디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방글라데시도 소비자의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공급이 끊긴 카타르산 LNG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이미 20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베트남과 필리핀의 경우 다시 석탄 사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모디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스 가격 상승에 더해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석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LNG 구매업체 SEFE 마케팅앤트레이딩의 파비안 코르 아시아 담당 수석부사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가격이 현재와 같은 수준에 계속 머문다면 LNG가 다른 대체 연료와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추진돼온 대규모 LNG 관련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등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지난 5년 동안 총 520억달러 규모의 가스화력발전소 47개가 취소 또는 철회됐거나 사업 추진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IEEFA의 샘 레이놀즈 아시아 LNG·가스 부문 연구책임자는 “10년 전 업계 전망을 되돌아보면 LNG 발전이 향후 LNG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원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의 지정학적 분쟁은 LNG 산업에 매우 부정적인 사건"이라며 “하지만 두 번째 지정학적 분쟁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근본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금리 인상해도, 동결해도 난리”…워시, 트럼프 편에 설까 [이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예상보다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이 미 기준금리를 올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정면 충돌할 수 있고, 동결하면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어 이번 FOMC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에게 보장한 통화정책 재량권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신임 연준 의장 취임식 당시 워시 의장에게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하라"며 “그냥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물가 지표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에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6.7%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50%를 밑돌았다. 올 연말까지 금리가 최소 한 차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74%에 육박한다. TD뱅크와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주요 금융사들은 물가 지표가 공개되자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쪽으로 기존 전망을 잇달아 수정했다. ◇ 금리 올리면 트럼프 반발…무역 중단 카드까지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워시 의장이 상당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금리가 대폭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매우 강한 나라"라며 “어떤 공식이 적용되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과의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나는 누구보다도 이런 공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신용을 갖고 있는데도 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2분 안에 끊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일부 국가와의 무역을 중단하는 조치를 실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몇몇 나라에 대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일정한 기간에 걸쳐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전임자의 사례를 봤을 때 워시 의장 역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였던 2018년 2월 취임했지만 불과 5개월 뒤 금리를 올렸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연준은 2018년 상반기에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전 의장을 '투 레이트'(의사 결정이 매번 늦는 자), '중대 실패자' 등으로 칭하며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 동결하면 글로벌 시장 흔들…장기금리 더 뛸 수도 반대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의식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 등은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며 “투자자들은 FOMC의 금리 인상을 원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워시는 시장 참가자들의 눈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준은 대통령의 분노를 사거나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야 하는 사실상 출구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시장 신뢰가 훼손될 경우 향후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워시 의장이 그 배경을 시장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자 글로벌 국채시장에서는 장기채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고, 이후에도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4.97%로 거래를 마치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국채 매도세의 일부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만큼, 연준이 이번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장기채 매도세가 훨씬 더 무질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그레이스 피터스 글로벌 투자전략 총괄은 “10년물 국채금리가 5.0~5.25%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주식시장에서도 소화 불량과 같은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며 “5%라는 수치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금리 인상, 오히려 트럼프에 도움 될 수도"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적 목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패트릭 하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금리 인상이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장기채 금리가 떨어져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커 교수는 “금리를 올리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제대로 나서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행정부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너무 빨라졌다”…올트먼, 오픈AI 2026년 상장 포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인공지능(AI) 안전에 대한 이유로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공개된 미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안전과 관련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고려하면 지금은 기업공개를 하기에 현명하지 못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상장에 대한 압박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AI의 상장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2026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올트먼 CEO는 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안전과 정렬(alignment)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요구되는 것들을 충족해야 하고, 업계와 정부가 어떻게 함께 협력할 수 있을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최대 1조달러 규모의 상장을 내년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6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IPO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8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AI 시스템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 소속 연구자 2명이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를 내놓으면서 AI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거세졌다. 이 같은 경고는 AI 에이전트가 통제를 벗어나 외부 시스템을 해킹한 사례가 발생하고, AI 기술의 위험성을 우려한 안전 연구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AI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최첨단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오픈AI가 단독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는 방안뿐 아니라 다른 주요 AI 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AI 기업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 역시 오픈AI와 다른 주요 AI 기업들이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약 체결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 CEO는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안전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합의를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글에서 “우리는 AI 모델의 성능을 개선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AI 기업들이 보다 신중한 방식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올트먼 CEO은 이후 아모데이 CEO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트먼 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프런티어 AI의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 문제는 최근 몇 주간 오픈AI에서 우리가 논의해온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고 밝혔다. 다만 AI 안전에 대한 우려가 앤트로픽의 IPO 계획까지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이르면 오는 10월 중순부터 IPO 투자자 마케팅을 시작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상장을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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