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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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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아니면 탈퇴”…이라크 압박에 OPEC ‘초비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가 내년에 적용될 자국의 원유 생산 쿼터를 대폭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OPEC을 탈퇴한 데 이어 이라크마저 이탈할 경우 중동 산유국 카르텔의 결속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라크가 향후 원유 생산 목표를 산정할 때 하루 600만배럴을 기준선으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에 적용되는 9월과 10월 원유 생산 상한선은 하루 443만1000배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라크의 지속 가능한 전체 원유 생산능력을 하루 490만배럴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 6월 생산 할당량이 대폭 상향되지 않을 경우 OPEC 탈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UAE 역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생산 할당량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OPEC이 이라크의 할당량 확대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라크가 실제로 탈퇴할 경우 지난 5월 UAE의 이탈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산유국 카르텔 체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라크는 1960년 OPEC을 창설한 5개 산유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여기에 또 다른 OPEC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마저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OPEC 결속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국 석유 매장량 일부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통제권을 갖는 내용의 대규모 석유 합의를 추진하면서 OPEC 잔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의 이런 계획은 OPEC과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내년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생산 능력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알려졌다. 현재 OPEC+는 외부 컨설팅 업체에 각 회원국이 물리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원유 생산량을 평가하도록 맡긴 상태다. 각국의 실제 생산능력을 토대로 향후 생산 쿼터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관련 검토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오는 11월 말 열리는 OPEC+ 장관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글로벌 원유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 전쟁으로 차질을 빚었던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이 다시 공급과잉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심 모하메드 쿠다이르 이라크 석유장관은 지난 5월 이란과의 분쟁이 종료되면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0만배럴로 늘리기 위해 OPEC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도 오는 2030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1000만배럴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달 언급했다. 한편, OPEC은 잇따른 탈퇴로 현재 회원국이 11개국으로 줄었다. 2016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19년 카타르, 2020년 에콰도르, 2024년 앙골라, 지난 5월 UAE가 OPEC을 떠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무력화” 트럼프의 오판?…중동 확전에 ‘유가 120달러’ 경고 [이슈+]

미국과 이란이 보복과 맞보복의 악순환을 이어가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마저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공격해 7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 및 전력 시설도 타격 목표에 포함됐다. 후티 반군의 이번 공격은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같은 날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로 미 군함을 두 차례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이란은 계속해서 미국 해군 함정을 공격하려 하고 있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거나 시도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9일 성명을 통해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있는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기지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요르단 정부의 설명은 달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요르단군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20발 가운데 18발을 방공망으로 요격했으며 나머지 2발은 거주지역에서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 해군 구축함 2척에도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또 자국 유조선을 향한 미군의 공격에 책임을 물어 쿠웨이트와 바레인 항구에 있는 유조선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 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이란 유조선 등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복과 맞보복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對)이란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대규모 군사작전을 줄이는 대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에 무게를 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대이란 경제압박으로 인해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란은 여전히 주변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연쇄 공격이 군사작전에서 지속적인 경제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던 미국의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은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호르무즈 해협에만 머물지 않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석유시설과 홍해까지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최대 배럴당 99.68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서만 60%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해당 전망을 재확인했다. 단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 총괄은 이날 CNBC 방송에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원유 수출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정체되고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상승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분명히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공격 범위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겨루는 '치킨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의지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며, 양측이 상호 봉쇄와 경제적 압박을 통해 상대방을 먼저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화 환율 140엔까지 간다”는데…엔캐리 청산은 없다? [머니+]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엔화 강세)하면서 2024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50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거처럼 대규모 엔캐리 청산이 촉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투자자들이 촉각을 더욱 기울이고 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 7월 말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치솟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동개입 이후 지난달 초 157엔선까지 내려왔다. 이후 한동안 다시 160엔 부근까지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재차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153엔대를 나타내고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강한 미국 고용지표 등 달러 강세 요인에도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행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다카타 하지메 정책위원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 0.5%포인트가 될지 0.75%포인트가 될지는 말할 수 없지만, 계속 강조해왔듯 환경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다음 회의에서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서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동개입으로 촉발된 엔화 강세가 이제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 효과를 넘어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엔화 가치를 지지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엔/달러 환율이 핵심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55엔 아래로 내려서면서 기술적 측면에서도 엔화 강세에 추가적인 탄력이 붙고 있다. ◇“150엔도 깨진다"…투자자들, 엔화 추가 강세 베팅 이를 반영하듯 일부 투자자들은 엔화 환율이 올해 말까지 150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일(현지시간)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엔/달러 옵션은 오는 11월 만기의 행사가격 142.86엔 풋옵션이었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풋옵션 전체 거래량은 콜옵션의 3배를 넘어섰다. 엔/달러 풋옵션은 달러화가 엔화 대비 약세를 나타낼수록 옵션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다. 씨티그룹의 제리 미니어 주요 10개국(G10) 외환 트레이딩 글로벌 총괄은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통화시장의 잠재적인 체제 변화 가능성에 반응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50엔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겨냥한 옵션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의 그레이엄 스몰쇼 선임 외환 현물 트레이더도 “155엔선이 무너진 이후 매크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옵션을 통한 엔/달러 하락 베팅 수요가 훨씬 강해졌다"며 “현재 시장의 시각은 150~152엔을 목표로 하는 쪽에 매우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엔화 강세 흐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SMU)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람들이 '재무장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꿈꿔왔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비대칭적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이제 시장의 판을 쥔 쪽은 나"라며 “우리가 일본 엔화에 개입할 때 나는 일본이 무엇을 할지, 일본은행이 무엇을 할지, 일본 정책당국자들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당히 좋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나를 상대로 베팅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환율 급락에도 “엔캐리 청산 재연 가능성 낮아" 엔/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2024년 8월 발생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의 예상 밖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자 엔/달러 환율은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세를 증폭시키면서 그해 8월 5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당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에는 당시와 같은 대규모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엔화 강세만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제임스 로드 글로벌 외환·신흥시장 전략 총괄이 이끄는 전략팀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끌어올리는 추가적인 촉매가 없다면 최근의 엔화 강세를 캐리 트레이드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캐리 트레이드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엔화 움직임보다 글로벌 환율 변동성, 세계 경제성장 전망, 글로벌 증시 흐름, 신흥국별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조달 구조가 과거보다 다변화됐다는 점도 엔화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엔화는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저금리 조달 통화였지만 최근 투자자들은 유로화와 스위스프랑 등 다른 저금리 통화까지 활용해 고금리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경우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펙트라 마켓츠의 브렌트 도넬리는 일본 당국이 원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엔화 가치가 통제된 속도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달러 환율의 장기적인 상단이 대략 155~160엔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하면서도 환율이 145엔 아래로 지나치게 빠르게 떨어지는 상황 역시 일본 당국이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도넬리는 “일본 당국은 아베노믹스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려는 것이지,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날려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판은 내가 쥔다”…베선트, 日 엔화 놓고 시장과 맞붙나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의 엔화 강세 흐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SMU)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람들이 '재무장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꿈꿔왔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비대칭적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무장관이라는 지위상 시장의 방향을 판단할 때 다른 투자자들이 갖기 어려운 정책 관련 정보와 통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이제 시장의 판을 쥔 쪽은 나"라며 “우리가 일본 엔화에 개입할 때 나는 일본이 무엇을 할지, 일본은행이 무엇을 할지, 일본 정책당국자들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당히 좋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나를 상대로 베팅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은 이달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는 장중 달러당 152.89엔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9일에는 달러당 153.50엔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 4% 가까이 상승해 주요 10개국(G10)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동개입으로 촉발된 엔화 강세가 이제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 효과를 넘어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엔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엔화 환율이 핵심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55엔 아래로 내려서면서 기술적 측면에서도 엔화 강세에 추가적인 탄력이 붙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다음 주요 기술적 지지선으로 152엔선이 거론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작고 시끄러운 개” 조롱하더니…캐나다, 美에 보복관세 시행 [이슈+]

미국산 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보복 관세가 공식 발효되면서 양국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8일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0시1분(한국시간 8일 오후 1시1분)부터 276억캐나다달러(200억달러· 26조원)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50%의 보복 관세가 부과됐다. 지난달 21일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다음인 22일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도 같은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최고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고, 해당 조치가 이날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 협상 결렬 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를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캐나다와의 무역 충돌을 두고 “독일 셰퍼드를 키운 적이 있는데 놀이터에서 닥스훈트 한 마리가 계속 그 개를 괴롭히곤 했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작고 시끄럽게 짖는 개는 계속 짖어댔고, 한동안 110파운드(약 50kg)짜리 독일 셰퍼드는 닥스훈트를 무시하고 있었다"며 “그러다 어느 날 결국 참을 만큼 참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또 “캐나다는 훌륭한 무역 합의를 체결할 기회를 받았지만 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캐나다 경제에 나쁘더라도 국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와 싸우는 편을 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캐나다 달러 사이의 불균형은 용납할 수 없다"며 “수년 동안 그래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전날에는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를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미국에서 봄바디어를 더 이상 팔지 말라. 그들의 제품은 좋지 않다"며 “그들 매출의 5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그들은 미국 구매자들과 기업, 공항, 미국의 서비스에 기대 먹고산다"고 밝혔다. 봄바디어는 캐나다의 기업·개인용 제트기 제조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가 판매한 약 5100대의 항공기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서 운항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미국 지도에서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가 하면, 캐나다를 미국 영토처럼 표시한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캐나다의 보복 관세 발효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보복 조치를 강행할 경우 추가 관세를 비롯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뿐 아니라 일부 품목의 수입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협상이 결렬된 이후 캐나다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고 자동차 부품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조치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이를 위한 공식 절차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실제로 대응에 나설 경우 보복의 악순환이 현실화하면서 양국 무역 갈등이 한층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양국 모두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준비됐을 때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캐나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내용의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양국 간 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협상 재개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캐나다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선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양국 모두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정부에서 무역과 대미 관계를 담당했던 고문인 브라이언 클로우는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이번 무역전쟁에 따른 비용을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높여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분명한 유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햇다. 이어 “캐나다가 무역전쟁을 원하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며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왜 트럼프 편 드나”…이란, 한국·캐나다 상대로 ‘이간질’ [이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을 지지한 캐나다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정치·경제적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힘을 싣자, 이란이 '왜 미국 편에 서느냐'는 취지로 압박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 이어 캐나다를 상대로도 미국과의 갈등을 부각하며 동맹 내부의 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주권과 독립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캐나다 전체를 미국의 일부로 묘사한 바로 그날, 캐나다의 외무·재무 장관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이웃 국가를 또다시 달래는 길을 선택했다"며 “이번에는 우리 지역의 상황에 관한 모든 상황을 왜곡한 성명을 통해 이란을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란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압박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노력에 대한 지원과, 미국 주도의 '경제적 왕따 작전'에 따라 발표된 조치를 포함한 대이란 제재의 지속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가이 대변인은 “캐나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 있었고 안전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캐나다는 미국의 군사적 공격과 불법적이고 개입주의적인 행동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국제법'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항행의 자유가 정말 문제라면, 미국의 불성실함을 직접 경험했고 미국의 서명은 '연필로 쓰인 것'과 같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캐나다가 왜 미국의 적대 행위와 봉쇄, 경제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대신 지지하는 길을 택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협상은 지난달 결렬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당시 미국의 요구가 지나쳤다며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고, 너무 적은 것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무역협상 결렬 이후 미국은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이에 맞서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바가이 대변인은 “이는 외교도 아니고 책임 있는 국가 운영도 아니다"며 “전략적 혼란과 협박에 대한 굴복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선택은 캐나다 자신조차 미국의 괴롭힘과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이미지까지 거론하며 캐나다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미지에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쿠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 미국 영토로 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들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왔고, 덴마크의 반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주장도 거듭해왔다. 이란은 캐나다뿐 아니라 한국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바가이 대변인은 전날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비롯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한글로 작성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권과 책임을 가진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해 위대한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침략 행위와 끔찍한 범죄의 공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가이 대변인이 한글로 올린 엑스 게시물에는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성 문구가 담긴 이미지도 함께 게시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오일쇼크 다시 오나”…美·이란 ‘중대 국면’, 국제유가 어디까지 [이슈+]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향해 성큼 다가가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경우 유가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까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 오른 배럴당 97.3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4월 말 기록한 배럴당 126달러 수준의 고점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이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에 다시 강한 상승 압력이 가해지는 모양새다. 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하면서 중동 갈등이 재차 격화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이란은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미국도 이란 군사시설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밖에 새로운 해상 통제구역을 선포하겠다고 예고했고, 미국은 해군력을 동원한 이란 봉쇄와 원유 수송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마찰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이 미 함정을 공격하면 우리는 그들의 유조선을 파괴하고 침몰시킬 것"이라며 “이란의 유조선 선단은 무방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이날 엑스를 통해 “우리 자산을 공격하면 당신들도 공격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이를 증명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 더욱 고조됐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을 공습했고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자잔 정유시설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원자재 운송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10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하루 평균 10척에 그쳤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현재 하루 약 700만배럴의 원유와 정제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쟁 이전 하루 약 2000만배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 해상정보업체 마리스크는 미국과 이란이 최근 유조선과 군함을 서로 공격하면서 양국 간 전쟁이 중대한 격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마리스크는 “상업용 유조선이 이제 상호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군사적 대치와 상업 해운 사이에 존재했던 기존의 경계가 크게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트레이드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수석 시장분석가는 “이번 상황은 중대한 긴장 고조로 보이며 긴장 수위가 다시 한 단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동 지역에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더욱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 스트루이벤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해상 운송 차질이 더욱 광범위해지고 심화할 위험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어 “원유 가격에도 상당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지정학적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글로벌 천연가스와 정제유 상품을 매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공급 충격은 원유 시장보다 이들 시장에서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해상 운송 차질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85달러와 80달러로 5달러씩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우리의 유가 전망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상당히 상방 쪽으로 기울어 있다"며 국제유가가 기본 전망보다 훨씬 더 크게 오를 가능성도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위험한 선택에 대가가”…이란, 한글로 ‘호르무즈 파병’ 경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군 병력과 자산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란이 한국을 향해 군사작전에 참여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특히 한글로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까지 게시하며 한국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작성한 게시물을 올려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며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스스로 방어하고 있으며 여성과 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울러 “주권과 책임을 가진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하여 위대한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침략 행위와 끔찍한 범죄의 공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바가이 대변인은 게시물과 함께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한글 문구가 적힌 이미지도 게재했다.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참여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미협상 등 한미 현안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미국과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면서도 투입 군사자산 후보군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파병 문제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미측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파병 준비 실무부처인 국방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파병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며 진척이 있음을 암시했지만, 다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내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다시 일어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군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하면서 중동 갈등이 다시 격화했다. 이란은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 군사 시설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밖에 새로운 해상 통제구역을 선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해군력을 동원한 이란 봉쇄와 원유 수송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전쟁 종식을 위한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이란전과 관련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기억해 둘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가 남아돈다”…재생에너지 모범국 스페인의 역설 [이슈+]

스페인이 유럽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모범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투자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겪으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력망 확충과 함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가 청정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유럽연합(EU) 전체 평균인 약 50%, 전 세계 평균인 약 3분의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 덕분에 스페인의 전기요금도 크게 낮아졌다. 현재 전력 가격은 최근 중동 분쟁이 발생하기 전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페인이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연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스페인은 풍력과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에너지 프로젝트를 건설할 수 있는 넓은 유휴부지를 갖추고 있다. 수력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저수지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청정에너지의 경제성까지 크게 개선되면서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배 이상 늘었다. 호안 그로이자드 스페인 생태계전환부 에너지 담당 장관은 “스페인의 전력 구성은 어느 때보다 탈탄소화됐고 비용 경쟁력 역시 높아졌다"며 “과거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5개국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가정과 산업 모두에서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 너무 많이 만든 전기…가격 마이너스·투자 위축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전력이 남아도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 일렉트리카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스페인 태양광 발전량은 281.2기가와트시(GWh)로 하루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스페인 태양광 발전량은 744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7.5% 급증했다. 지난 15년간 태양광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붐으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피크 시간대 전력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스페인에서 전력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간은 총 681시간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소비자에게는 혜택이지만 발전사업자와 투자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력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나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발전소는 생산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태양광 발전단지의 자산가치는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부 개발업체는 아예 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최근 몇 달간 스페인에서 최소 4개의 태양광 프로젝트 또는 관련 기업이 매물로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파트리시오 알바레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전력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신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신호 자체가 왜곡된다"며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 전력 넘쳐도 정전은 발생…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역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맞춰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은 지난해 4월 이베리아반도 전역을 덮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다.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5000만명 이상이 거의 반나절 동안 전력 공급을 받지 못했고 전자결제 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상점과 기업들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정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여러 예비 조사 결과에서는 당시 스페인 남부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발생한 급격한 전력 주파수 변동을 전력망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정황이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빠르게 늘어난 것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투자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스페인의 전력망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으로, 재생에너지 규모 대비 전력망 투자 비율은 EU 회원국과 영국 가운데 가장 낮다. 기존 전력망의 여유 용량도 부족해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물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까지 전력망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의 스페인 에너지 부문을 이끄는 마르타 산체스 파트너는 전력망 부족은 투자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망에 136억유로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압 송전망 용량을 대폭 늘리고 현재 중단된 약 70억유로 규모의 산업 프로젝트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체스는 “전력망 용량 부족은 전력 수요 증가를 막는다"며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추가 재생에너지 보급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 해법은 ESS…스페인, 2030년 목표의 2%도 못 채워 이 같은 전력 공급 과잉과 변동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는 대규모 ESS가 꼽힌다. ESS는 낮 시간대 넘쳐나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밤에 다시 전력망으로 공급할 수 있다. 날씨 변화 등으로 발전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저장된 전기를 즉시 방출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현재는 원전과 가스발전소가 이런 역할을 주로 담당하지만, ESS는 별도의 가동 준비시간 없이 즉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ESS 보급 속도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BNEF에 따르면 스페인의 2025년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 용량은 약 400메가와트(MW)에 그쳤다. 스페인이 2030년까지 확보하려는 목표치 22.5기가와트(GW)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BNEF는 2026년 스페인의 배터리 설치 용량이 3배 이상 늘어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보조금을 포함한 각종 프로그램에 약 20억유로를 투입했고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했다. 그러나 규제 장벽이 해소되더라도 기술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알바레스 애널리스트는 하루 2~4시간 동안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배터리는 비용 측면에서 가스발전과 경쟁할 수 있지만 장기간 전력을 저장하는 기술은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기술 역시 그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9천피 찍고 폭락했는데”…골드만삭스, 이번엔 믿어도 될까 [머니+]

코스피가 1만2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최근 조정 장세에도 한국 증시에 대한 강세론을 고수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티모시 모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총괄은 지난 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1만2000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 총괄은 “우리는 여전히 이 목표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예상하는 기업들의 실적 달성이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이번 실적 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스피 1만2000이라는 목표치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7.5배를 적용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의 선행 PER은 약 5.3배로, 최근 7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골드만삭스의 이익 전망치를 실제로 달성할 경우 코스피 1만2000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34% 급등한 6910.78에 개장했다. 현재 지수 수준과 비교하면 약 74%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의 해당 목표치는 코스피가 9000선을 향해가던 지난 6월 3일 제시됐다. 당시에도 월가에서 가장 낙관적인 전망 중 하나로 평가됐다. 이후 코스피는 같은 달 19일 9400선에 육박했지만 다음 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뒤 7월 말까지 한 달 넘게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주주환원책까지 내놓았지만, 주가는 여전히 고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모 총괄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메모리와 저장용 반도체의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격 상승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내년에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내년 자본지출은 1조2000억달러(약 16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8000억달러(약 1060조원)에서 크게 상향된 수준이다. 모 총괄은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대해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계속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메모리 산업에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투자는 컴퓨팅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며, 컴퓨팅은 메모리를 매우 많이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이 약 3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2027년에는 이익 증가율이 약 3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 총괄은 기업 이익 증가세가 결국 둔화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익 증가율 둔화 자체가 새로운 악재는 아니라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반발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향후 수년간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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