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 아니면 적”…이란 못 꺾은 트럼프, 중국과 ‘경제전쟁’ 벌이나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08/rcv.YNA.20260803.PRU20260803146701009_T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들의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며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경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최대 자금줄 역할을 하는 중국과의 '경제 전쟁'으로까지 번질지 관심이 쏠린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공조된 경제적 고립 작전이 될 것"이라며 “당신들은 우리 편이거나 우리에 맞서는 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동맹과 전 세계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경제 압박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해 내놓았던 발언을 연상시킨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특히 양자택일식 선택을 요구하는 표현은 미국이 이후 중동에서 약 20년에 걸쳐 벌인 이른바 '영원한 전쟁'의 시작을 상징하는 문구로 꼽힌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로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월 20일 대국민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예고하면서 “이는 미국만의 싸움이 아니며 지금 위태로운 것은 미국의 자유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든 국가가 우리와 함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자금줄을 광범위하게 차단해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호르무즈 해협과 핵 프로그램 문제에서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느 국가를 상대로도 지금껏 취해진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을 발표한다"며 “자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 공항 또는 정부기관이 이란에 어떠한 형태로든 생명줄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모든 국가는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中 압박할 수 있나…시진핑 방미 앞두고 최대 시험대 미국의 이란 경제 고립 전략에서 최대 시험대는 이란산 원유 수출의 약 90%를 사들이는 중국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산 원유를 거래해온 중국의 독립계 '티팟 정유사'와 관련 기업 일부를 제재해왔다. 다만 이란과 중국 간 원유 거래에 자금을 대는 중국 대형은행들에 대해서는 제재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제재 범위가 확대될 경우 내달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미는 약 10년 만이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이 불안한 무역 휴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적 보복에 나설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경제적 보복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희토류 수출 제한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자 백악관은 중국과의 관세전쟁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 담당 부회장은 블룸버그TV에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지금보다 어떻게 이란의 자금줄을 더 옥죌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 케네디 애널리스트는 “백악관이 중국과의 관계보다 새로운 경제전쟁을 우선순위에 둘 준비가 돼 있느냐가 문제"라며 “그렇게 한다면 심각한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中 다음은 UAE·튀르키예·인도 미국이 예고한 대이란 경제 고립 작전에서 중국 이외의 국가들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전체 교역 규모를 기준으로 이란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이란에 해외 상품과 외화를 공급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다. 다만 UAE는 이란이 자국 영토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최근 이란과의 모든 경제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튀르키예도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중국에 이어 이란산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 역시 이란에 상품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다. 특히 식품과 의약품 등 상당한 물량이 인도에서 이란으로 공급되고 있다. UAE와 이라크에 위치한 환전소도 이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란이 원유를 판매한 뒤 대금을 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이들 환전소가 중국 위안화 등으로 받은 대금을 이란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통화로 환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이란 “원유 수출 사실상 중단"…그래도 굴복시킬 수 있나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판매를 차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이미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우리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 나서더라도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여전히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오히려 이번 초강경 경제 압박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부국장은 “미국은 제재 회피에 전문성을 갖춘 이란과 같은 국가를 상대로 빈틈없는 제재 체제를 집행할 역량이 없다"며 “경제 제재의 성과는 수개월에 걸쳐 나타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애널리스트 역시 미국의 이번 새로운 위협 자체가 “미국의 선택지가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 경제가 입는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94달러선으로, 이번 주에만 약 6% 상승했다. 결국 오는 24일 공개될 미국의 구체적인 제재 내용과 실제 집행 강도가 경제 고립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제재 자문사 클래리티 컴플라이언스 컨설팅의 클레어 오닐 맥클레스키 공동창업자는 “현시점에서 광범위한 공개 위협만으로는 다른 국가들의 행동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3국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정확히 어디까지 제재할 의지가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실제 외국 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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