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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정면으로 부정한 가운데 그의 경고가 이번에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버리의 공매도 베팅이 항상 적중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번 경고만큼은 예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버리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서브스택을 통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다. 그는 주당 1051.87달러에 마이크론을 공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리는 “마이크론만큼 경기순환적인 기업은 없다"며 “업황이 좋을 때는 주가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업황이 나빠질 때는 필요 이상으로 급락한다"고 지적했다. 렌은 주가 흐름만 보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여전히 변동성이 심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이 급증하고 업황 전망이 밝아질 때는 미래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낮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상승세를 추격하는 이른바 '모멘텀 트레이딩'이 나타난다. 반면 분위기가 악화되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은 곧바로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미래 실적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자산가치 지표를 적용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마이크론의 지난달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났다. 마이크론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5일 주가가 15.74% 급등했지만 이후 지난 2일까지 20% 가까이 하락한 975.56달러를 기록했다. 그 결과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PER은 6월 말 약 11배에서 최근 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렌은 “투자자들이 메타와 애플의 메모리 수요 둔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3대 메모리 업체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큰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고점 대비 주가가 최대 25% 하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렌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복잡한 수요공급 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버리가 AI 투자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버리는 지난달 30일 “오늘날 반도체주 랠리의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며 “나는 그것이 오히려 끝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제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때 버리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등 주요 반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관련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6%에 달하며 전국적으로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투자 규모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만큼 반도체 업계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렌은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PC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의 공급난도 이르면 내년에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이 수요를 빠르게 따라잡기 시작하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최소 295억위안(약 6조 64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202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CXMT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웨이퍼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은 2028년까지 글로벌 D램 웨이퍼 순증설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한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여기에 애플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CXMT의 메모리칩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중국산 메모리 칩 구매를 승인해달라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CXMT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렌은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산이자 국가 부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한국과 중국 정부의 정책적 야망만으로도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과점 체제는 견고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글로벌 D램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사실상 이들 3개 업체가 전량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렌은 “애널리스트들은 기록적인 실적과 장기 공급계약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주가가 이처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정치적 결정 하나로 공급과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을 과연 슈퍼사이클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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