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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 먹거리 전략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반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는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확산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GM은 스타트업 피크에너지와 협력해 차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ESS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설립된 피크에너지의 경영진에는 테슬라와 록히드마틴, 노스볼트 출신 인력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커트 켈티 GM 배터리·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이날 블로그에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대규모 전력 저장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며 “나트륨이온 기반 ESS는 별도의 능동 냉각 시스템 없이도 운영될 수 있어 시스템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M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냉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초기 투자비와 유지비가 모두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켈티 부사장은 “피크에너지는 이미 해당 배터리 기술이 비용 절감과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GM은 이번 협력을 통해 개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2028년 이후 상용화할 계획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고정형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전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핵심 원재료인 나트륨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아동 노동 논란이 제기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공급망 리스크가 낮고 화재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GM은 기존 배터리 사업을 활용한 ESS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용 저장장치로 재활용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GM의 이번 발표는 경쟁사 포드가 ESS 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포드 주가는 지난달 44% 상승해 2009년 4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포드의 에너지 사업이 AI 데이터센터 확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포드의 에너지 사업 가치가 최대 1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포드가 하이퍼스케일러들과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전기차 업체들의 ESS 사업 성과도 이미 일부 입증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5%를 차지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ESS가 새로운 유망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미국의 전력망용 ESS 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기가와트시(G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GM은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승부를 걸고 있다. 켈티 부사장은 “포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포드는 기존 시설을 전환하는 방식이지만 가장 적합한 배터리 화학 조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GM과 포드의 전략 전환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GM은 당초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약 17만대에 그쳤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와 전력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현대차는 배터리보다 로봇 등을 중심으로 하는 피지컬 AI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정보의 이해와 생성에 그친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과 차량, 공장 설비 등 실제 물리적 기기가 AI를 기반으로 스스로 인지·판단·행동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피지컬 AI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완성차 업체를 단순 자동차 제조기업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포드의 주가 상승률이 경쟁사들을 크게 웃도는 점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100% 넘게 상승했고 포드 역시 33% 가까이 올랐다. 반면 GM의 상승률은 3% 수준에 그쳤고 스텔란티스와 도요타는 각각 38%, 18% 하락했다. 카로바르캐피털의 하리스 쿠르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ESS와 자율주행, 인프라, 심지어 로봇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일부는 사업 전략 차원이지만, 시장이 자동차 업체들에게 '더 이상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 머물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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