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물가 비상인데…트럼프 “전쟁 별것 아니다”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09/rcv.YNA.20260707.PAP20260707289501009_T1.jpg)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가 약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동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가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반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정반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은 보복과 맞보복을 계속 이어가면서 정작 유가 하락의 전제인 종전은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다. ◇ WTI 한 주간 10% 급등…美·이란 보복의 악순환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배럴당 91.48달러를 기록해 지난 한 주간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종전 양해각서(MOU)가 무산된 이후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던 지난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도 이 기간 7% 넘게 올랐다. 유가가 다시 오른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하면서 중동 갈등이 다시 격화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 군사 시설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5일(현지시간)에도 성명을 내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역 순찰 중이던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미군이 이란 원유 수송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IRGC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선박 2척을 공격하면 우리는 3척을 타격해 더 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송 선단을 추가로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이란 해군은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의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다른 해역의 미국 관련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앞서 미군이 이란 유조선들을 타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 주요 기관들 국제유가 전망 줄상향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주요 기관들은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3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86달러로 높였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역시 단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더욱 격화할 경우 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증권사 파이퍼 샌들러도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지난 7월 제시했던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10달러 상향했다. 특히 중동 전쟁을 끝낼 외교적·군사적 진전이 전혀 없다며 현재 상황을 '교착상태'로 평가하고 “4분기 배럴당 90달러 전망마저 실제 가격을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지펀드들도 유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동안 브렌트유 선물·옵션 순매수 포지션을 3만7837계약 늘린 26만1435계약까지 확대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서도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 美 “이란 충돌 사소한 일…전쟁 끝나면 유가 40달러" 그러나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시장과 정반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일 공개된 스티브 배넌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국 이란과의 충돌을 지나가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유가는 내려갈 것"이라며 “이후 원유시장은 상당한 공급과잉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원유가 워낙 많기 때문에 유가가 50달러, 어쩌면 40달러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연일 보복과 맞보복을 이어가면서 종전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장의 긴장감과는 온도차가 큰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을 전쟁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점에 대한 설명을 취재진에 요구받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고, 나 또한 군사적 충돌이라고 부른다"며 “우리에게는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간헐적으로 공격하고 있을 뿐"이라며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미군 희생자 규모를 언급해 현재 상황을 전면전과 구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고유가가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의식해 전쟁의 심각성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원유보다 더 오른 디젤…물가·국채금리까지 압박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에 석유제품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충격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물가와 채권시장,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유 가격 상승과 함께 디젤 등 연료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뛰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국채금리를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까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젤은 경제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국채금리가 이렇게 높은 이유 중 하나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실제로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5.8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의 디젤 재고가 빠르게 감소한 상황에서 주요 농업지역이 수확과 파종 시기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젤은 트랙터와 수확기 등 농기계에 사용되는 핵심 연료다. 겨울철을 앞두고 디젤과 같은 계열의 석유제품인 난방유 선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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