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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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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매각하자”…3000조 굴리는 ‘큰손’의 섬뜩한 제안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2조3000억달러(약 3110조원)에 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국채 비중을 대폭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미 국채를 비롯한 글로벌 국채에서 자금을 옮길 경우, 가뜩이나 매도 압력을 받는 글로벌 채권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은행 투자운용본부(NBIM)는 4일(현지시간) 공개된 서한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국채 비중을 줄일 것을 최근 노르웨이 재무부에 제안했다. NBIM은 현재 전체 펀드 자산의 약 26%를 채권 등 고정수익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5조8600억크로네(약 852조원)에 달한다. 이 중 70%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차지한다. 그러나 NBIM은 이번 서한에서 이 비중을 50%로 낮추고, 줄어든 자금을 회사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 자산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단순 계산하면 채권 포트폴리오의 약 20%포인트에 해당하는 자금이 국채에서 다른 채권 자산으로 이동하게 되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배분 규모가 약 1060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미 국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NBIM이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미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4.1%에서 21.9%로 낮아진다. 유로존 국채 비중도 16.8%에서 14.1%로 줄어드는 반면 일본 국채 비중은 4.6%에서 7.4%로 확대된다. FT는 미 국채의 매각 규모가 800억달러(1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NBIM은 국채 비중을 50%까지 낮추더라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다른 자산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안은 글로벌 국채시장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각국의 막대한 정부부채에 대한 우려로 매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4.82%까지 치솟으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최근 3%선을 넘어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장중 5.92% 안팎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도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채권시장의 '큰손'인 NBIM마저 미 국채 보유 비중을 대폭 줄일 경우 미 국채의 수급 불안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중국, 걸프 국가들을 거론하며 “미 국채를 안정적으로 매입하고 보유해온 투자자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NBIM의 미 국채 비중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미 국채를 사들이고 보유해온 투자자들이 이전만큼 확실한 매수 주체가 아니라는 신호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금이 M7 매수 기회”라는데…‘짐반꿀’ 믿어도 될까 [머니+]

수년간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다 소외된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테슬라·메타, M7)에 다시 매수 기회가 찾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간판 주식 프로그램 '매드 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3일(현지시간) 방송에서 “우리는 매그니피센트7의 복수를 목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매수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기술주가 급등한 반면 과거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M7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해 들어 13% 상승했지만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MS, 테슬라는 이마저 밑돌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들어 주가가 16% 넘게 하락했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20% 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마이크론(+235%), 샌디스크(+555%), 델(+310%) 등 새로운 주도주들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에 크레이머는 “시장의 옛 주도주이자 잊혀진 매그니피센트7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말 싸졌다"며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시장에서 크게 뒤처졌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평가"라고 강조했다. 크레이머는 또 M7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단행한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거두려는 시점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M7 기업들은 수년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이 과정에서 투자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미 구축한 인프라가 실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막대한 투자비보다 수익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레이머는 “만약 나머지 시장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매그니피센트7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M7 가운데 6개 종목의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촉매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광고, 해외 사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는 올해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크레이머는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곧 본격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한 매수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알파벳은 올해 9% 넘게 올랐지만 구글 클라우드 성장과 유튜브, 웨이모 등 핵심 사업 가치를 감안하면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분석이다. 크레이머는 현재 주가가 사업 경쟁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봤다. 메타는 올해 약 7% 하락했지만 180억달러에 합의하면서 더 큰 재무적 위험으로 번질 수 있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레이머는 향후 남는 AI 컴퓨팅 용량을 수익화할 가능성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MS는 올해 약 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애저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더 큰 가시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크레이머는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약 22% 올랐지만 내년 예상 이익 기준 PER이 14배에 불과하다. 크레이머는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주가가 저렴하다며 회사가 더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경우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테슬라는 올해 16% 넘게 하락해 M7 가운데 가장 투기적인 종목으로 평가됐다. 크레이머는 향후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어떤 형태로든 결합할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크레이머의 낙관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크레이머는 '매드 머니'를 20년 넘게 진행하며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았지만, 그가 제시한 투자 전망과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인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의미로 '짐반꿀'(짐 크레이머의 반대로 하면 꿀)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된다. 최근 사례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있다. 크레이머는 지난 3월 31일 나이키의 2026회계연도 3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 발표 직후 엑스에 “나이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좋아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나 나이키 주가가 그 직후 곤두박질치자 크레이머는 자신이 참여하는 CNBC 인베스팅클럽의 '채리터블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에서 처분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크레이머는 메모리 반도체 마이크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달 17일 방송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이번 호황이 끝나기 전에 다시 두 배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달 17일 1011.75달러에서 3일 958.16달러로 5% 가량 하락했다. 이에 크레이머의 전망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인버스 크레이머(Inverse Cramer)' 전략은 실제 금융상품으로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23년 크레이머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투자 의견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인버스 크레이머 트래커 ETF(SJIM)'가 출시된 바 있다. 크레이머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도 포지션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ETF는 흥행 실패로 출시 약 1년 만인 2024년 청산됐지만 투자전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업체 EBC파이낸셜그룹은 올해 1월 '인버스 크레이머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분석을 내놓고 크레이머의 전망과 정반대로 투자하는 전략의 유효성과 한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화 환율 심상찮다”…다시 고개 든 ‘엔캐리 청산’ 공포 [머니+]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지자 엔화 약세를 전제로 구축됐던 투자 포지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청산이 엔화 강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오후 2시 1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38엔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160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일 158엔 수준으로 급락한 데 이어 전날에는 장중 155.3엔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미·일 공동 개입으로 지난달 초 155엔대까지 하락했다가 월말 다시 160엔 부근까지 반등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지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이번 엔화 강세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일본은행의 긴축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다카타 하지메 일본은행 심의위원도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 0.5%포인트가 될지 0.75%포인트가 될지는 말할 수 없지만, 계속 강조해왔듯 환경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를 인상한 뒤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서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일본을 향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7월까지 추가로 약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가격에 반영됐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2024년 이후 연평균 두 차례 수준이었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크게 빨라지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엔화 강세에 '엔캐리 청산' 시작 문제는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떠받쳐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의 예상 밖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자 엔/달러 환율은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세를 증폭시키면서 그해 8월 5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당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엔화 환율이 급락하자 기존 엔화 매도와 엔캐리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에 따르면 전날 이달 만기 달러 대비 엔화 콜옵션 거래량은 풋옵션 거래량의 2.5배를 웃돌았다. 기존 엔화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콜옵션은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노무라 런던지점의 사거 삼브라니 수석 외환옵션 트레이더는 “엔화를 조달해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다른 주요 10개국(G10) 통화보다 엔화를 보유하려는 상당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엔캐리 트레이드의 시대가 사실상 끝났으며,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의 규모도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대체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엔캐리 청산 여파는 엔/달러 시장에만 나타나지 않았다.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대표적인 고금리 통화인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도 전날 엔화 대비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이는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을 매수했던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광범위하게 되돌려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 아직 남은 엔화 숏…추가 청산이 엔화 더 끌어올리나 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은 지난 25일까지 한 주 동안 엔화에 대해 8만1619계약 규모의 순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산운용사들 역시 1만8284계약 규모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린 뒤 추가 긴축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강해질 경우 투자자들이 남아 있는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추가로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만큼 엔화 강세가 또 다른 청산을 부르는 흐름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여전히 남아 있는 대규모 엔화 숏 포지션이 추가로 청산되면서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현재 남아 있는 엔화 약세 베팅 규모가 최대 17조엔(약 1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포지션이 완전히 청산될 경우 이론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42~146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JP모건은 일본은행의 긴축 기대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엔/달러 환율이 155~165엔 범위를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갈빈 치아 신흥 아시아시장 전략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최근 엔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고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일부 엔캐리 포지션이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행이 엔캐리 트레이드에 충격을 주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은 상당히 높다"며 “엔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게 하려면 일본은행이 상당한 수준의 매파적 정책 신호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국채 사주던 일본이”…글로벌 ‘머니무브’ 시작되나 [머니+]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3%선을 돌파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금흐름이 큰 변화를 겪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향했던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시장의 '큰손' 역할에서 물러날 경우 미 국채금리 상승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5bp(1bp=0.01%포인트) 가량 하락한 2.954%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는 지난 1일 장중 3%선을 넘어선 데 이어 전날에는 3.023%까지 치솟았다. 이날 금리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간밤 미 국채금리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2일(현지시간) 장중 4.821%까지 올랐다가 전장보다 0.2bp 내린 4.793%에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도 4.765% 수준으로 추가 하락했다. 그럼에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일본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넘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인 동시에 세계 각국 국채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매수자였던 만큼 일본 자금의 이동 방향이 바뀔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심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보유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일본이 보유한 약 2조4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는 없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엔(약 25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글로벌 채권시장이 급락했던 2022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호주와 영국, 싱가포르의 채권 딜러와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수 수요가 약해지는 흐름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마이클 위드너 글로벌 채권 공동 총괄은 “일본 투자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이 같은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은 아마 25년 정도 엔화 표시 자산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지만 이제 일본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자산을 다시 배분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본 심플렉스자산운용의 치바 도시노부 펀드매니저도 최근 미 국채에 대해 약세 전망으로 돌아선 반면 일본 국채를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물 일본 국채금리가 3%를 넘으면 매수하기가 쉽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빼 일본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일본 국채의 투자 매력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크게 높아진 채권수익률이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년 동안 3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1%포인트 상승해 미·일 국채금리 격차는 100bp 이상 축소됐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미 국채를 매입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실제로 JP모건자산운용이 일본 기업연금 82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채권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한 연기금의 순비중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들 연기금은 높은 환헤지 비용 때문에 해외 채권 보유를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호은행의 나카지마 마사유키 선임 전략가는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환헤지 기준으로 일본 국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서 일본 채권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는 물론 프랑스와 호주 등 주요국 국채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을 대규모로 매도하지 않더라도 신규 매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 글로벌 채권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해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스의 저스틴 오누에쿠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미국 국채와 글로벌 채권을 사들이던 한계 매수자가 갑자기 줄어들게 된다"며 “궁극적으로 일본 채권과 해외 채권 사이의 상대적 가치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 부분이 실제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루 마사히코 수석 채권 전략가는 “핵심은 일본 자금의 대규모 회귀가 아니라 일본이 점차 해외 채권의 한계 매수자 역할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에서 추가적인 채권 수요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하다 하다 호르무즈 해협까지…“여기도 트럼프, 저기도 트럼프”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잇달아 새기며 이른바 '트럼프 브랜딩'을 확산시키고 있다. 집권 2기 들어 멕시코만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잇달아 바꾸고 화폐와 여권, 각종 정부 정책과 시설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반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다시 꺼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제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통제 아래 두고 있으니 그 이름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미국처럼, 그 어느 때보다 더 잘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어감이 꽤 괜찮다"고 호응하며 '트럼프 해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실제 개명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니다. 그냥 한번 던져본 이야기였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트럼프 해협'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데다 집권 2기 이후 주요 지명과 역사적 장소의 명칭 변경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 도중 “이란은 트럼프 해협, 아니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야 한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곧바로 “실례했다. 정말 미안하다. 끔찍한 실수였다"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이스라엘 채널14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다시 '트럼프 해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에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지도부터 돈·여권까지…곳곳에 번지는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개명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보여온 일련의 '브랜딩'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했고, 최근 캐나다와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과정에서는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워싱턴DC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에는 자신의 이름을 추가해 '도널드 J. 트럼프·존 F. 케네디 공연예술기념센터'로 바꾸려 했다. 다만 연방법원이 명칭 변경이 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 현재 트럼프의 이름은 가려진 상태다. 미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팜비치 국제공항은 지난 7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국제공항'으로 공식 개명됐다. 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 역시 기존 'PBI'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셜인 'DJT'로 변경됐으며,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남부 대로'에서 '도널드 J. 트럼프 대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의 국가적 상징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1달러짜리 금빛 동전 판매가 이날 시작됐다. 동전 앞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LIBERTY', 'In God We Trust' 등의 문구가 새겨졌으며 수집용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 법정통화로도 사용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패트리엇 패스포트'를 총 25만 개 한정 발급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정판 여권의 앞표지 안쪽에는 독립선언문을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서명이 담겼다. 현대 미국 여권에 현직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것은 전례가 없다고 야후뉴스는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신규 발행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인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서명이 들어간 첫 100달러 지폐가 6월부터 인쇄되고, 이후 다른 권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정부 정책에도 붙고 있다. 100만달러를 내는 외국인에게 미국 영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는 '트럼프 골드카드', 의약품 가격 비교·판매 정부 플랫폼 '트럼프Rx',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동안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장기 저축계좌인 '트럼프 계좌' 등이 대표적이다. 군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새로운 군함을 '트럼프급'으로 명명하고 '황금 함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자신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이라는 점을 연상시키는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명칭 'F-47'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 국립공원 입장권(패스) 또한 기존 야생동물과 자연 풍경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나란히 배치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일부 이용자들이 스티커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가리는 일이 벌어지자 미 내무부는 스티커 등을 붙여 입장권을 변형할 경우 효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규정까지 마련했다. 야후뉴스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나 얼굴, 이미지를 사용하는 사업과 정책이 이미 10여개를 넘어섰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그의 정치적 유산을 부각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과 합의? 신경 안 쓴다”…트럼프 으름장에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 [머니+]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2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이날 2% 가까이 하락해 일주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99% 내린 6562.72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8% 내린 6625.47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장 막판에 6558.30(-4.06%)까지 밀린 뒤 소폭 반등한 채 이날 거래를 마쳤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모두 4%대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 역시 1~2%대 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 전반이 위축됐다. 아시아 증시 약세 여파로 글로벌 증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MSCI 전세계지수(ACWI)도 약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또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국채금리가 빠르게 치솟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보다 경제적 압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양측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끊겠다며 2차 제재를 강화한 '경제적 왕따 작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로 미군은 7월 말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란을 공습했다. 이에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 2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미군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틀 만에 다시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일련의 공습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공습에 대해 “현재 기뢰가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하려는 이란의 실패한 시도와, 모두 성공적으로 요격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8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패한 국가인 이란이 이번 정당한 공격에 보복한다면 훨씬 더 강력하고 높은 수준의 공격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며 “그 공격이 끝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는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새로운 게시물을 통해 “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합의문에 서명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는 지금 우리의 상황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주장했다. 이란도 불과 몇 시간 만에 보복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군이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이른바 '결정적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요르단과 바레인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고, 쿠웨이트 정부는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체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치솟고 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일 장중 배럴당 96.50달러까지 오르며 다시 100달러선을 향하고 있다. 디젤 가격은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81%까지 치솟아 2023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호주 중앙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50% 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에서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가마자산운용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글로벌 채권금리는 이미 상승하고 있었고 미국과 이란 간 공격 재개와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높은 채권 금리는 아시아 증시에 분명한 역풍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에 민감한 장기 성장주인 기술주가 가장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전쟁·빚 폭탄 한꺼번에”…글로벌 국채시장 ‘패닉’ [이슈+]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불과 2주 만에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정부 부채 확대 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 영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5.27%까지 상승했다. 이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19일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 수준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국채금리 급등은 채권 매도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5.29%까지 올라 미 재무부의 개입 이전 수준을 넘어섰으며 19년 만의 최고치에 다시 근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전날 4.79%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4.81%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종가인 4.65%와 비교하면 15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8%선을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현재 4.4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보다 25bp 높은 3.75~4.00%로 인상할 가능성을 약 68%로 반영하고 있다. ◇ 베선트 '바이백 카드'도 무용지물?…2주 만에 원점 미 재무부의 시장 개입 효과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판테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댄 모어헤드 창립자는 “블러핑이 통하려면 포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누구도 당신이 블러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장기 국채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국채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재개되면서 다시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세계 최대 채권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출 확대와 급증하는 자본투자,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예정에 없던 국채 바이백 확대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금리시장은 의미 있는 수준의 금리 하락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日 10년물 30년 만에 3%…英·獨도 수십 년래 최고 미국발 국채 매도세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3.36%, 3.84%까지 올라 모두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6%까지 상승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썼고, 30년물 금리는 5.85%를 기록해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호주 30년물 국채금리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으며,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주요 7개국(G7) 채권금리도 200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 채권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각각 3.92%, 4.41%까지 올라 수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美 국가부채 40조달러…“일시적 아닌 구조적 문제" 글로벌 국채 매도세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각국의 막대한 국가부채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국가부채를 빠르게 늘려왔으며 현재 연방정부 부채는 40조달러에 달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간 재정적자가 2조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매우 느린 속도로 인상하고 있어 채권 금리가 장기채 중심으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부채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 축소 등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에 나서지 않는 이상 상황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포트폴리오운용 부사장은 “이번 현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특유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글로벌 흐름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핵심 동력은 재정적자 지출과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미 국채 입찰 구조의 변화"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대거 매도함으로써 금리를 끌어올리고 정책 당국에 압박을 가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각국 정부가 국가부채를 줄이거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 한 재정 건전성을 문제 삼아 더 높은 국채금리를 요구하는 채권 자경단의 압박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채 투매 파장…증시·가계·기업까지 덮친다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파장이 채권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채금리는 정부의 차입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등 경제 전반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고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6.7%까지 올라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돌아와 새 국채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 차입 급증과 국채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하고 있다. 이는 현재 영국의 국방비마저 웃도는 규모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은 주식시장 등 다른 금융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다. 통상 국채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현재까지는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에도 본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시장에서 대규모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헤지펀드 역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이번 주 금융시장의 지배적인 화두로 떠올랐다"며 “글로벌 금리 상승은 경제성장이나 기업 실적 전망에 긍정적이지 않다. 채권금리가 통제되지 않은 채 치솟는 상황에서 위험자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국서 낳으면 시민권?”…트럼프, 부모 신분까지 확인한다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의 집행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 지침 초안을 입수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성년 자녀의 여권을 신청하는 부모에게 본인의 미국 시민권이나 이민 신분을 증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서명한 출생시민권 금지 관련 행정명령 2건을 국무부가 실제로 어떻게 집행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지침 초안에는 “국무부는 신청자가 행정명령 적용 대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부모 관련 정보와 부모의 시민권 또는 이민 신분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지난달 서명된 행정명령 중 하나는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것으로 판단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다. 원정 출산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입국이 금지될 수 있으며,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추방될 수 있다. 또 다른 행정명령은 적성국 국민이나 외국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인물, 외국 공관 또는 국제기구에 고용된 외국인의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연방정부 기관에 지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미국령에서 태어난 아기 역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무부 초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미성년 자녀의 여권을 신청하는 모든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는 자신의 시민권이나 이민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여권을 신청할 경우 부모가 자녀와의 친자 관계를 증명하고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여권 신청서에는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인지를 묻는 항목이 있어 해당 여부를 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유효한 미국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외국인은 미국 출입국기록인 I-94 양식이나 영주권 카드 등을 통해 이민 신분을 입증해야 한다. 국무부 지침 초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렇게 제출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아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출생시민권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강경 이민정책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백악관은 임신한 외국인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출산하는 원정 출산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초 재집권에 맞춰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부가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를 확고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여기에는 여권 심사 절차가 이러한 기준을 완전히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내놓은 새로운 행정명령 역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흔적도 안 남긴다” 경고…美·이란 전면전 다시 불붙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도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일련의 공습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방공시설과 레이더 시스템, 해상 전력 및 관련 시설, 기뢰 부설 능력, 통신시설 등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최근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과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공격을 시도한 데 따른 조치"라며 “군 통수권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을 계속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대규모이면서 강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공격에 대해 “현재 기뢰가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하려는 이란의 실패한 시도와 모두 성공적으로 요격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8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한 국가인 이란이 이번 정당한 공격에 보복한다면 훨씬 더 강하고 높은 수준의 공격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조차 가장 큰 공격은 아니다. 가장 큰 공격은 아직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공격이 끝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는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역시 보복 공격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상대로 '결정적인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요르단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충돌 격화는 미국과 이란이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서로를 공격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한 달가량 비교적 잠잠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군사 행동보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미군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라라크섬을 타격했다. 이란이 기뢰를 해협에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작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재까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공습 위협과 새로운 경제 제재 모두 이란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한편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 여파로 급등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4.60%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전장 대비 5.20% 상승한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24일, WTI는 7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상승률은 각각 5.98%, 8.18%에 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부동산 불패 호주도 꺾였는데”…한국 집값은 다를까 [이슈+]

집값이 장기적으로 오르며 부동산 투자 불패 신화가 강했던 호주의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 투자 규제가 맞물리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거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가계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 역시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0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주택을 사는 것은 가장 확실한 투자로 여겨져 왔다"면서도 “이제 이같은 부동산 호황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충격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코탈리티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 주택 가격은 지난 2월 고점 대비 약 7% 하락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시작된 하락세는 전국으로 확산해 호주 주요 도시 외각 지역의 93%에서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전국 주택가격 지수 역시 지난달 0.9% 떨어지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하면 3.6% 낮아졌다. 시드니 집값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4% 하락했다. 거래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탈리티의 분기 추정치에 따르면 호주 주택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5.5%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11.5%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 등에서는 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주택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4주 동안 호주 주요 도시에서의 매물은 1년 전보다 24% 증가했고 최근 5년 평균보다도 8% 많았다. 코탈리티의 팀 로레스 리서치 디렉터는 “시드니가 계속해서 주택시장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평균보다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 호주 최대 주택시장에 더 큰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주택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투자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개인소득에서 공제해주는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내년 7월 시행되며 신규 건설 주택에 한해서만 네거티브 기어링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 양도소득세 50% 감면 혜택도 폐지되고 취득원가를 물가에 연동하는 방식과 최저 30% 세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세제 개편을 앞두고 부동산 투자자들의 셈법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준금리 상승도 주택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35%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금리는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7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3.3%를 웃돌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등은 RBA가 이르면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 구매자들이 통상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지만 RBA에 따르면 호주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5%에도 못 미친다.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월 상환 부담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구조다. 호주 부동산 시장 둔화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호주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최대 20% 감소했다. 한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시장 상황을 두고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수십 년 전보다 훨씬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이미 대형 부실 사례도 나타났다. 호주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배슬라그룹은 33억호주달러(약 3조2400억원)의 부채를 안은 채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가 사모대출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왔던 만큼 시장에서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다른 개발업체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호주 가계자산의 약 6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집값 하락이 단순한 자산가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와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호주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 80.6포인트로 '극도로 비관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도메인의 니콜라 파월 수석 주거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경제 전반에 확신이 없을 때 부동산처럼 가격이 큰 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다른 주요국이 먼저 겪은 부동산 침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사례를 보면 과열된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려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침체를 겪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 위기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주택시장 호황을 누렸던 뉴질랜드 역시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에 빠져 경제성장까지 압박받고 있다. 캐나다도 주택 가격이 약 20% 급락했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난 상당수 무주택자들에게는 여전히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역시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호주의 사례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미국(32%), 일본(36%)은 물론 호주(60%)보다 높다. 특히 한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국장도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당국의 정책 유도 등에 힘입어 잔액 기준 2010년 말 0.5%에서 2016년 말 43.0%, 2023년 말에는 51.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고정금리 비중은 2022년 4분기 34.9% 수준으로, 멕시코(99.6%)·미국(95.3%)·프랑스(93.2%) 등을 밑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내년 2월 추가 인상에 나서 최종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집값 상승기에 불어난 대출을 떠안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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