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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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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조선 3사 첫 임협 타결…성과급 ‘영업이익 10%’ 연동

삼성중공업 노사가 국내 대형 조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기본급을 5.2% 인상하고 격려금 700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영업이익의 10%에 연동하기로 했다. 23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실시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58.78%가 찬성해 합의안이 가결됐다. 전체 유권자 3880명 가운데 3567명이 투표해 91.9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찬성은 2097명, 반대는 1467명이었다. 합의안에는 베이스업 4.5%와 정기승급분 0.7%를 합쳐 기본급을 총 5.2%, 월 13만1786원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금 타결 격려금 200만원과 노사화합 격려금 300만원, 미래 경쟁력 강화 격려금 200만원 등 총 7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한다. 성과급 산정 방식도 바뀐다. 노사는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를 기준으로 산정하던 OPI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하기로 했다. 새 기준은 올해 실적에 적용돼 내년 초 지급되는 성과급부터 반영된다. 정년퇴직자의 계약직 재고용 기간은 기존 1년에서 '1+1년'으로 연장한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생산직 50명을 신규 채용하고 주택대부금 한도 확대와 장기근속 휴가 연장 등에도 합의했다. 협력사 노동자에게 지급할 성과급은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 30일 상견례를 시작한 뒤 20차례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 노동자협의회는 기본급 9.3%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조건 없는 정년 연장, 생산직 신규 채용 등을 요구했다. 회사가 지난 17일 내놓은 첫 제시안은 노동자협의회에서 반려됐고, 21일 열린 교섭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중단됐다. 노사는 이튿날 협상을 재개해 21차 교섭에서 세 번째 제시안을 토대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번 타결로 삼성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보다 먼저 올해 임금협상을 끝냈다. 조선업 호황기의 성과배분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노사가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기준에 합의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기본급 11만원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 및 기본급 200%, 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화오션 노사도 기본급 인상 폭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며 부분·전면파업을 벌여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와 실적이 개선되면서 임금 인상뿐 아니라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 연동 방식이 다른 조선사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가위, 기업을 읽다 ②] 고향에서 시작해 재벌로…창업주들의 첫 사업 따라가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도 고향이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도,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공장도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수십·수백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들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방의 상점과 직물공장, 자동차수리업 등 작은 사업과 만난다. 추석을 맞아 창업주들의 고향과 첫 사업을 따라가 보면 한국 재계가 성장한 또 다른 지도가 드러난다. ◇ 의령에서 대구로…삼성은 '상회'에서 출발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그가 1938년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가 오늘날 삼성그룹 역사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당시 삼성상회는 청과물과 건어물 등을 취급하고 이를 중국 등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했다. 이후 제당·섬유 등 제조업으로 사업을 넓혔고 1960년대 후반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오늘날 삼성 하면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먼저 떠올리지만 출발점은 지역 농산물 등을 취급하던 상사였던 것이다. 삼성상회가 1938년 설립됐다는 점은 기업사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 통천 청년 정주영, 서울에서 현대를 만들다 현대의 역사는 이동의 역사에 가깝다. 정주영 창업주는 지금의 북한 지역인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여러 차례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쌀가게 등에서 일한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고 자동차수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세우고 1947년 현대토건을 설립하면서 '현대'라는 이름의 기업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건설에서 자동차, 조선으로 이어진 현대의 성장 과정은 창업 초기부터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바꿔온 과정이기도 했다. ◇ 포목과 화장품, 직물과 화약…첫 사업은 지금과 달랐다 LG 역시 처음부터 전자기업은 아니었다. 구인회 창업주는 경남 지역에서 포목상을 운영했고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웠다.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서 출발해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하면서 전자산업으로 진출했다. 현재 LG화학과 LG전자로 이어지는 두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SK의 출발에는 직물이 있다. 최종건 창업주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 공장을 1953년 인수·복구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반도체·통신·에너지 중심 SK그룹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한화 역시 현재의 방산·조선·우주기업 이미지와 출발점 사이에 변화가 있다. 김종희 창업주는 1952년 한국화약을 설립했고 산업용 화약 국산화를 추진했다. 1957년에는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 GS의 고향도 경남…57년 동업 끝에 독립 그룹으로 GS는 조금 다른 경로를 걸었다. GS의 뿌리는 허만정 창업주와 구인회 LG 창업회장이 함께 시작한 구·허 양가의 동업 역사와 맞닿아 있다. 두 집안의 동업은 창업 1세대에서 시작해 3대에 걸쳐 57년간 이어졌다. 이후 2004년 ㈜LG에서 에너지·유통 부문을 분할해 GS홀딩스가 출범했고,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승인을 거쳐 GS가 독립 그룹으로 새 출발했다. 오늘날 GS가 에너지·유통·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것도 이 계열분리의 결과다. GS칼텍스와 GS리테일, GS건설 등이 GS에 편입됐고 이후 발전·종합상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GS 역시 공식적으로 LG와의 오랜 동업과 분리를 그룹 역사의 출발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 고향보다 기회를 따라 움직였다 창업주들의 경로에는 공통점도 보인다. 고향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지금의 그룹을 그대로 키운 경우보다 사업 기회를 찾아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업종을 바꾼 사례가 많다. 이병철은 의령에서 대구로, 정주영은 통천에서 서울로 움직였다. 첫 사업 역시 현재 그룹의 대표사업과 일치하지 않는다. 상회가 반도체 기업으로, 자동차수리업과 건설업이 세계적인 자동차·조선 산업으로, 포목과 화학제품 사업이 전자·배터리 기업으로, 직물회사가 반도체·통신 그룹으로 변했다. 추석 귀성길을 반대로 따라가 보면 오늘날 한국 재계의 산업지도 뒤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이동경로가 나타나는 이유다. 한 경제사 연구자는 “1세대 기업가들에게 고향은 가족·친족과 초기 자본,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기반이었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시장과 자본이 모이는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창업주들의 이동은 개인의 성공담인 동시에 해방과 전쟁,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경제의 중심이 이동한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사업과 현재 그룹의 주력사업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당시 기업가들이 시장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업종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가위, 기업을 읽다 ①] 원래 줄 돈인데 왜 ‘상생’일까…명절마다 수조원 먼저 주는 대기업

추석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일제히 돈을 풀고 있다.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한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들이 협력사에 새로 지원하는 돈은 아니다. 제품과 부품을 납품받고 어차피 지급해야 할 대금을 평소보다 며칠 먼저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명절마다 '상생경영'의 대표 사례로 납품대금 조기지급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롯데·포스코·HD현대 등 조사에 응한 20개 그룹이 올해 추석을 앞두고 조기 지급하는 하도급·납품대금은 총 9조6000억원이다. 일부 기업은 정상 지급일보다 최대 23일 먼저 돈을 지급한다. ◇ 현대차 2.3조·삼성 1.3조…왜 명절 전에 주나 규모가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6000여개 협력사에 2조2562억원을 최대 23일 앞당겨 지급한다. 삼성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13개 관계사가 1조300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 지난해 추석보다 약 1100억원 늘었다. 롯데는 27개 계열사가 1만2000여개 파트너사에 9495억원을 평균 8일 앞당겨 지급하고 LG그룹 8개 계열사는 6000억원을 최대 13일 먼저 지급한다. 포스코그룹도 4368억원을 최대 13일 앞당긴다. 명절에는 중소 협력사의 현금 수요가 평소보다 커진다. 직원 상여금과 임금뿐 아니라 원자재 대금 등 각종 결제가 연휴를 전후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지급일을 며칠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협력사 입장에서는 단기 운전자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원래 줄 돈' 넘어서는 상생은 조기지급만 놓고 보면 한계도 분명하다. 새로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시점을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SK·LG·롯데·포스코·HD현대·GS·KT·두산·현대백화점 등은 상생결제와 동반성장펀드, 상생협력자금 등을 병행하고 있다. LG의 경우 7개 계열사가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 및 직접대출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삼성은 지역 농가와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명절 장터를 운영하고 포스코는 전통시장 선결제에 나선다. 한화는 지역 농식품 중소기업 판로지원과 지역 어르신 AI 교육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남은 문제는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 2·3차 협력사다. 현대차그룹 등은 1차 협력사에도 2·3차 협력사 대금을 일찍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 상생 효과를 평가하려면 9조6000억원이라는 총액뿐 아니라 돈이 공급망 아래까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경협 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올해 기업들의 지원이 단순한 물품 제공에서 금융·복지·판로·디지털 역량 강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명절에는 임금과 상여금, 원자재 대금 등 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납품대금을 며칠 먼저 받는 것만으로도 중소 협력사의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는 이런 효과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S 구자은의 AI 승부] AI데이터센터 전력 팔고, 공장에는 로봇 투입

AI 데이터센터가 늘수록 필요한 것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을 끌어오고 서버에 안정적으로 나눠줄 케이블·변압기·배전설비도 필요하다.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은 인공지능(AI) 시장에 전력 인프라를 공급하는 동시에, 로봇을 자사 제조공장에 적용하며 폭팔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설비와 전선 수요가 늘면서 LS그룹의 시장 가치는 1년 새 세배 가까이 늘어났다. LS그룹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 20조7400억원에서 올해 9월 57조8000억원으로 178.8% 증가했다. 대기업집단 상장사 시총 순위도 14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시총 급등에는 전력 인프라 사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만큼, 실제 수주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속도가 주목된다. 구자은 회장은 최근 경기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LS 퓨처데이'에서 사무실과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서비스에도 AI를 더해 고객이 체감할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AI 기반 케이블 제조 마이스터', 'AI 데이터센터용 고신뢰 전력보호 플랫폼' 등 19개 과제가 발표됐다. 올해 행사의 주제도 'AI 탐색을 넘어 사업 성과 창출'이었다. ◇ 북미 AI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규모 사업 수주...노후 전력망 교체·반도체 공장 투자 지속 현재 수주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 전력설비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북미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설비를 공급하는 2309억원 규모 계약을 공시했다. 지난 6월 맺은 1064억원 계약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금액이 증액된 건이다. 두 금액을 별도 계약으로 합산해서는 안 된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까지다. LS일렉트릭은 블룸에너지와도 약 486억원 규모의 배전설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와이오밍주 데이터센터 사업에 저압 배전반 등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회사는 유타주와 텍사스주 생산거점을 활용해 북미 고객의 납기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제품이 기존 전력설비 사업의 고객과 공급처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계열사에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가온전선은 미국 자회사 LSCUS를 통해 현지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2000억원 규모의 버스덕트를 2027년까지 순차 공급하기로 했다. 버스덕트는 건물 내부에서 대용량 전력을 분배하는 설비다. LS전선은 별도로 건축·전력설비·냉각 분야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데이터센터의 외부 전력망부터 내부 배전·통신망까지 묶어 제안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가온전선의 버스덕트 계약은 확정 수주인 반면, LS전선의 공동사업 협약은 향후 고객 확보가 필요한 단계다. 실적에도 전력설비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5770억원, 영업이익은 17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2%, 64.4% 증가했다. 분기 신규 수주는 약 2조1000억원, 수주잔고는 약 7조원이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배전설비와 초고압 변압기를 성장 동력으로 설명했다. 다만 노후 전력망 교체와 반도체 공장 투자도 실적에 기여한 만큼, 전체 증가분을 AI 데이터센터 효과로 돌릴 수는 없다. ◇ 제조 현장에 AI 로봇 본격 도입해 생산성·효율 증대 LS는 다음 전력 공급 방식도 개발 중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 7월 LG유플러스와 800V 직류 전원 인프라를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실증·표준화하기로 했다. 전력을 서버 가까이까지 직류로 공급해 변환 손실과 설비 규모를 줄이려는 구상이다. 양사의 협력은 기술검증 단계로, 상용 공급 계약이나 매출로 잡힌 사업은 아니다. LG와 LS가 각각의 AI 사업을 키우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기술에서는 협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제조 현장에서는 AI가 설비 관리와 비용 절감에 쓰인다. LS일렉트릭은 22일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4족 보행로봇 '스팟' 두 대를 정식 투입했다고 밝혔다. 로봇은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건조 설비의 열 누설을 살피고 펌프·모터의 발열과 소음 데이터를 수집한다. 앞서 자회사 LS사우타와는 수도권 데이터센터에서 AI 공조제어 시스템을 실증해 해당 실증 시설의 소비전력을 24.6%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를 다른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의 예상 절감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구 회장이 내건 '사업 성과'는 분야별로 다른 숫자로 확인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설비는 확보한 수주가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가 핵심이다. 제조 AI는 불량률, 설비 정지시간, 전력 사용량을 얼마나 줄였는지 입증해야 한다. LS가 공개한 계약과 실증 사례는 두 방향의 출발점을 보여주지만, 그룹 전체의 AI 투자수익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HL만도, 사망사고 유족과 합의…정몽원 회장 조문 예정

HL만도가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유족과 합의했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회사는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2일 고 김승모씨 중대재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유족과 HL만도는 전날부터 밤샘 협상을 벌여 이날 합의안을 도출했다. 대책위가 밝힌 합의 내용에는 정 회장의 조문을 포함한 경영진 사과, 노조가 참여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불법파견 수사 협조, 유족 배·보상이 담겼다. 정 회장의 조문은 예정된 사항으로, 실제 이행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7월 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설비 점검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졌다. 유족은 사고 경위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다. 장례는 이날 오후 6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HL만도는 앞서 외부 전문기관의 정기 안전진단과 노조가 참여하는 현장 위험 점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족과의 합의와 별개로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불법파견 관련 수사는 계속된다. 정 회장은 유족 측이 고발한 대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G 구광모의 AI 승부] 엑사원, ‘제조·금융 분야’ 수익사업 시험대

삼성과 SK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앞세워 AI 투자 경쟁의 주목을 받는 사이, LG그룹도 인공지능(AI)사업을 넓히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중심으로 전자·화학·배터리·통신 등 계열사의 제조와 서비스 현장에 AI를 적용해 왔다. LG의 다음 과제는 현장에서 검증한 기술을 외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LG를 시작으로 LS·GS까지, 범LG가(家) 그룹들이 AI를 각자의 주력 사업에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추진해 온 AI 전략은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과 외부 고객 사업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LG AI연구원은 제조 공정에 적용한 예측·검사 기술을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금융 분야에서는 엑사원 기반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룹 내부의 업무 개선을 넘어 AI 자체가 얼마나 매출을 낼 수 있는지가 다음 과제다. LG AI연구원은 지난 14일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제조·과학·금융 분야에 특화한 엑사원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공정 데이터로 제품 상태와 품질을 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 제품 외관이 바뀌어도 재학습 없이 검사를 수행하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 등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은 연구원과 함께 변화하는 공정 조건에 대응하는 AI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원은 설립 이후 배터리 수명 예측과 불량품 선별, 생산·자재 관리 등 산업 현장의 과제 100건 이상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연구원이 집계한 과제 수로, 매출액이나 비용 절감액을 뜻하지는 않는다. 계열사별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LG AI연구원은 LG전자·LG에너지솔루션과 제품 수요 및 원자재 가격 예측 모델을 개발해 업무에 적용했다. LG화학과는 소재 설계·실험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AX 스쿼드'를 통해 제조·개발·인사 영역에서 190여 건의 과제를 자동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열사의 모든 AI 적용 사례가 엑사원을 활용한 것은 아니다. 외부 사업에서는 금융 분야가 한발 앞서 있다. LG AI연구원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미국 증시 예측 AI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난 7월에는 코스콤과 한국 시장 대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엑사원 BI'는 한국과 미국 상장 종목 8000개의 예측 점수와 분석 내용을 제공한다. 이달에는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용 AI 공동 개발 업무협약도 맺었다. 코스콤과의 사업 계약, 국민연금과의 공동 개발 협약은 진행 단계가 서로 다르다. 제조 AI의 외부 공급은 확대 단계다. LG AI연구원은 계열사에서 적용한 엑사원 태뷸러를 제약·의료·에너지 등으로 넓히고, LG CNS와 LG유플러스 등과도 사업화를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엑사원과 자사 AI 에이전트 기술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를 외부 고객에게 선보였다. 연구원은 산업 현장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강조하지만, 엑사원 사업의 외부 매출액과 수익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AI 전환은 최고경영자와 사업책임자가 직접 이끌어야 한다며 빠른 실행을 주문했다. LG는 이제 계열사에서 확인한 성과를 외부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상품으로 확장해야 한다. 금융 서비스의 고객 확대와 제조 AI의 공급 계약, 그리고 공개 가능한 매출 성과가 '엑사원 수익화'를 판단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AI, 사회문제 해결•성장 도구로 활용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사회문제 해결과 새로운 성장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속에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만큼 기업과 정부, 금융권이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 성장은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 사회적 비용 자체를 낮추는 것이 건강한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AI와 사회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 사회적 성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가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발언은 AI를 기업의 생산성 향상 수단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돌봄과 장애인 고용, 청년 일자리, 지역소멸 등 정부와 시장이 쉽게 풀지 못한 문제에 AI를 적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문제를 넘어 해결로'다. 전시장은 협력, 혁신·환경, 지역, 사회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으며 기업과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등이 300여개 부스를 운영한다. 주최 측은 22일까지 약 1만5000명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은 AI를 활용한 돌봄과 인재 육성, 지역문제 해결 사례를 소개했다. SK텔레콤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금융사고 탐지, 취약계층 돌봄 등 AI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업과 정부, 금융기관, 재단, 사회적경제 조직 관계자 약 150명이 참여한 '리더스 서밋'에서는 '자본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가'를 주제로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투자 구조와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의는 일회성 캠페인이나 기부를 넘어 기업의 기술·사업 역량과 민간 자본이 사회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협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행사는 22일까지 이어진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파업 중단했지만 협상도 멈춰…포스코·HD현대중 추석 전 타결 ‘불투명’

철강과 조선업계의 부분파업이 일단 멈췄지만 임금협상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전 7시 닷새간의 부분파업을 끝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18일 예정된 파업을 마쳤다. 두 회사 모두 파업 기간 대규모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사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과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등을 대상으로 120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8일부터는 포항 1열연공장과 광양 3열연공장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회사는 가용 인력을 투입해 제철소 가동에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 규모를 놓고는 노조가 대상 조합원의 평균 참여율을 92%로 추산한 반면, 회사는 확대 이후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100명대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교섭 재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15일 협상을 중단한 뒤 파업 기간 추가 교섭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22일 오전 7시까지 회사 제안을 기다릴 방침이다. 진전이 없으면 노조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새 집행부가 선출되는 10월 2일까지 파업과 교섭을 모두 중지한다. 그 경우 추석 전 타결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양측의 제시안도 벌어져 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등을 요구한다. 회사가 제시한 안은 기본급 2%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교섭 중단이 더 분명해졌다. 노조는 집중 교섭에도 진전이 없자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16∼18일 하루 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회사가 임금 인상 규모를 높인 추가안을 내놓아야 교섭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파업 참가로 인한 중대한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쟁점은 조선업 호황의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최근 제시안은 월 기본급 11만원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200%, 상품권 50만원 지급이다. 노조는 일시적인 격려금보다 기본급 등 고정급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고정급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실적에 따른 변동급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가 추석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두 사업장의 다음 분기점은 다르다. 포스코는 22일 오전까지 교섭 제안이 나오는지, HD현대중공업은 회사가 노조를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들일 추가안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파업으로 공장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협상 공백이 길어지면 추석 이후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파업이 끝났어도 임금과 성과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그대로다. 포스코는 새 집행부 선출로 교섭 공백이 길어질 수 있고, HD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추가 제시안이 나와야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구자은 LS 회장 “AI 시대, 변화의 속도를 누구보다 먼저 즐겨야”

LS그룹이 AI 기술을 통한 실질적인 사업 성과 창출을 선언하며 그룹 차원의 혁신 성과 공유에 나섰다. LS그룹은 18일 안양 LS타워에서 'AI into Business Impact(AI 탐색을 넘어 사업 성과 창출)'를 주제로 '제5회 LS Future Day(퓨처데이)'를 개최했다. 2022년 구자은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LS 퓨처데이는 신사업 아이디어와 R&D, 업무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그룹의 대표 연례행사다. 올해는 구자은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C-Level 임원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적된 기술 역량을 실제 사업에 적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기반 케이블 제조 마이스터', 'AI 데이터센터용 고신뢰 전력보호 플랫폼' 등 19개 신사업·혁신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특히 참가자들은 AI 코딩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시제품(MVP)으로 구현하고 고객 경험 시나리오 영상까지 AI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임직원은 'LS Futurist'로 선발되어 내년 중국 주요 산업도시 탐방 및 현지 기업 벤치마킹 기회를 얻게 된다. 구자은 회장은 격려사에서 “어제의 공상과학이 오늘의 현실이 되고,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이면 평범한 기술이 되는 시대"라며 “변화의 속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속도를 누구보다 먼저 즐기는 LS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실과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더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에 열린 'LS 퓨처포럼'에서는 윤송이 PVP 대표, 윤성로 서울대 교수, 김장현 BCG 파트너,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등이 연사로 나서 리더십, 사업·재무 전략, 피지컬 AI 시대 제조업의 미래 등 다양한 세션을 통해 산업 현장의 AI 적용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한편, LS 퓨처데이는 지난 5년간 배터리, 차세대 전력 솔루션, AI 분야에서 500개 이상의 미래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왔다. 실제로 LS일렉트릭의 '태양광발전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 제품으로 출시된 바 있으며, LS엠트론의 북미 맞춤형 소형 트랙터 개발 등 7개 과제가 현재 사업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LS그룹은 앞으로도 혁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AI 시너지를 넓혀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9년 1차 팹 완공’ 삼성·SK 호남 반도체, 공정률 0%·남은 시간은 3년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해온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팹 건설만 놓고 보면 공정률은 사실상 0%다. 후보지 선정과 조사·설계, 전력·용수 공급계획, 기업과 정부·한국전력 간 협약 등 사전 준비까지 사업 진척으로 최대한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전체 사업 진행률은 5~10%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만큼 연내 물리적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초기 팹을 완공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부터 팹 건설, 전력망 구축까지 대부분의 물리적 공정이 앞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한전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내건 '속도전'을 뒷받침할 전력망 재원 확보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팹 공정은 0%…준비까지 후하게 쳐도 '초기 단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LH가 개발사업 조사·설계와 인허가 등을 준비하는 단계다. LH 전자조달시스템에도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LH가 제시한 산단 조성공사 면적은 약 820만㎡, 추정 공사비는 4455억원이며 예상 공사기간만 46개월이다. 이마저 반도체 생산시설과 외부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제외한 산단 조성공사 기준이다. LH는 전체 산단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팹 부지를 먼저 착공하기 위해 설계·조사·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공정률은 사실상 0%다. 아직 팹 토목·건축공사나 클린룸 구축, 장비 반입 등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지 선정과 기업의 투자계획, 정부·LH의 조사·설계, 전력·용수 계획, 삼성·SK와 한전의 전력공급 협약 등 착공 전 준비까지 사업 진행과정으로 최대한 후하게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가 대략 5~10% 수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정부나 LH가 발표한 공식 공정률이 아니라 전체 사업단계를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한 분석적 수치다. 즉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는 '물리적 공정 0%, 사전 준비까지 포함하면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산단 조성뿐 아니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팹 건축, 클린룸 조성, 제조장비 반입·설치, 시운전을 거쳐 실제 양산까지 이어져야 한다. ◇ 2029년 3GW 공급 목표…전력망도 동시에 달려야 정부의 시간표는 빠듯하다. 정부와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6GW 이상으로 예상되는 최종 전력수요 가운데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산단으로 연결되는 공급선로를 만들고 산단 내 변전소 1개를 우선 구축한다. 이후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확보해 누적 6GW 이상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한다. 산단과 팹만 빨리 지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지조성·팹 건설과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라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일반적인 순차 방식 대신 조사·설계·인허가를 병행하고 팹 부지를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개월이 예상되는 전체 산단 조성을 마친 뒤 팹을 짓는 방식으로는 2029년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 전력망 건설비 분담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호남 산단 1단계 전력공급 설비 비용을 한전과 기업 등이 전력사용량에 따라 분담하고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K, 25조 선납 거절…'속도전' 재원은 어디서 이런 가운데 전력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한전이 마련했던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 하나가 최근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의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에 우선 투자하고 잔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내부 검토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남은 자금조달 방법은 한전 채권 발행 혹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다. 채권의 경우 국회가 2022년 발행한도를 최대 5배로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양사의 거절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철회나 전력공급 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도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K의 호남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변화는 없다. 다만 한전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던 카드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는 전력망 건설 속도의 변수가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비용도 약 115억원이다. 한전은 기존처럼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정부 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납 거절이 곧바로 전력망 공사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9년 3GW 공급을 위해서는 산단 조성과 팹 건설뿐 아니라 송·변전망까지 동시에 앞당겨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계획의 구체화 여부도 향후 시간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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