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문제 해결을 개인이나 기업의 선의에 맡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 경제적으로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그동안 사회적 가치 측정의 걸림돌이었던 높은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1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의 첫 'Ecosystem Leadership Exchange(ELE)'에서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SEWF는 2008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사회적 기업 분야 글로벌 네트워크다. 사회적 기업가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투자자, 지원기관 등이 참여해 각국의 사회적 기업 정책과 금융·시장 발전 경험을 공유한다. SEWF가 올해 처음 마련한 ELE의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됐다. 15개국 19개 기관 관계자들이 12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정책과 금융·시장 구조 등을 살펴본다. ◇ 최태원 “AI로 사회적 가치 측정 비용 낮춘다" 최 회장은 이날 기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 예산 투입과 홍보에 집중돼 실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해야 기업과 자본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특히 AI 발전을 사회적 가치 확산의 새로운 계기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정밀한 가치 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 비용은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SK가 추진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도 이 같은 구상의 실험이었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자는 SPC 개념을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해 성과에 비례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최 회장은 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새로운 방법“으로 규정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WEF도 '임팩트 경제' 제시…“측정 넘어 시장 만들어야"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구상은 사회적 기업 지원을 넘어 시장과 금융 시스템을 바꾸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WEF 슈왑재단과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지난 8일 'The Impact Economy: Turning Disclosure into Demand' 보고서를 공동 발간했다. 보고서는 사회적·환경적 성과가 시장과 금융 시스템을 통해 측정되고 인정받으며 경제적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임팩트 경제(Impact Economy)'로 정의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과 공시가 확대됐음에도 실제 자금 유입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적 성과의 혜택과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른 점, 사회적 성과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 장기적인 사회성과와 기업의 단기 의사결정 사이의 차이 등을 꼽았다. 최 회장도 보고서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시장 실패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투자와 조달, 금융 등 실제 경제적 의사결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SEWF 역시 이번 서울 행사를 계기로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분석한 공동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완성된 성공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living laboratory)'로 평가했다. 게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는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정부와 민간, 비영리조직이 각자의 정책과 기술, 방법론을 투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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