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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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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②] 한국 넘어 ‘세계의 삼성’으로…인맥·현장·타협의 리더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반열에서 평가할 만한 경영인이다. 그가 이끄는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동시에 반도체·스마트폰·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공급망을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투자와 경영 판단은 한 기업의 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수출과 고용, 협력업체 생태계는 물론 국가 경제와 기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지가 국내 오너 경영인 가운데 이 회장을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다. 1편에서는 취임 4년간 삼성전자의 실적과 투자 성과를 재무자료로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장 중심의 업무 방식, 조직문화 변화를 통해 국제적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짚었다. ◇ 글로벌 기업인을 연결하는 삼성의 얼굴 이 회장의 가장 뚜렷한 강점은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를 비롯해 아마존·퀄컴 등 글로벌 기술기업 경영진과 지속해서 교류해 왔다. 2022년에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안정적인 공급과 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UV 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급업체가 제한돼 있어 최고경영진 간 협력이 중요하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한 뒤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메타와 아마존은 AI·클라우드 고객이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 상대다. 퀄컴 역시 모바일 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삼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반도체 장비와 AI 가속기, 파운드리 수주는 실무진의 가격 협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망이 흔들리거나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는 최고경영진 사이의 신뢰와 장기적인 협력관계가 중요해진다. 이 회장이 각국 정상과 기업인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리 올림픽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를 활용해 주요 기업 경영진과 교류하고 삼성의 사업 기회를 넓혀 왔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국제적 인맥을 삼성의 무형자산으로 평가한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이오처럼 고객과 공급망이 세계에 분산된 사업에서는 총수의 대외 네트워크 자체가 위기 대응과 사업 협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취임식 대신 협력사…명절마다 해외 현장으로 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강한 메시지를 반복하기보다 사업 현장과 파트너를 직접 챙기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했을 때도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를 두지 않았다.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는 광주의 중소 협력업체를 찾았다. 삼성만의 기술과 생산능력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협력업체를 포함한 제조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겼다. 명절 연휴에는 해외 사업장을 찾는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 멕시코,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건설·전자·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해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사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투자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고객 협력, 장기적인 사업 방향에는 직접 관여하는 형태다. 재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이를 '조용한 현장형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화려한 선언보다 현장에서 기술과 고객, 공급망을 확인하고 관계를 쌓는 데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정책 결정자들과 소통하면서도 국내에서는 협력사와 임직원 현장을 찾는 행보가 함께 나타난다. ◇ 무노조 경영 폐기…대립에서 교섭으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에서도 이 회장 체제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 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고 노동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노조와의 임금교섭이 제도화됐고 임금과 성과급, 복리후생을 둘러싼 협상도 정례화됐다. 노조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과거에서 벗어나 대화와 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임금 인상과 함께 주식 보상 방안까지 마련하며 임직원과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강한 노조와도 협상하고 보상 방식을 유연하게 바꾼 점을 이 회장 체제의 변화로 본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에서는 2024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발생했고 성과급 산정과 임금 인상, 보상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 일부 노조가 이 회장 자택 인근까지 찾아가 직접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선언에 비해 노사갈등을 조기에 조정하고 투명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를 제도화한 것은 변화지만 이를 신뢰받는 노사관계로 정착시키는 일은 아직 진행 중이다. ◇ HBM 대응 지연…네트워크를 성과로 바꿔야 글로벌 네트워크가 곧바로 사업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고객 인증에서 경쟁사보다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생산능력, 세계적인 고객망을 갖췄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초기 판단과 투자 시점이 충분히 빨랐는지는 논란이 남는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과의 관계도 최종적으로는 제품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 가격 경쟁력을 통해 평가받는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4와 차세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인증과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잃어버린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해야 글로벌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연결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세계 주요 기업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대규모 장기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오너십을 갖췄다. 현장을 중시하고 대립보다 대화와 타협을 택하는 업무 방식도 이전 삼성 경영진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한국의 삼성'을 넘어 '세계의 삼성'을 대표하는 국제적 경영인의 반열에 올라설 기반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글로벌 인맥과 대규모 투자를 HBM·파운드리 등 핵심 사업의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고, 노사 간 대화를 임직원이 체감하는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HD현대중공업 임단협 최종 타결…5개월 노사갈등 종료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약 5개월간 이어진 노사갈등이 마무리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전날 실시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7724명 가운데 4253명(55.06%)이 찬성했다. 전체 조합원은 8193명으로 투표율은 94.28%였다. 합의안에는 호봉승급분 5만5000원을 포함한 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등 일시금 1150만원 및 약정임금 200%, 복지포인트 30만원, 성과급 지급 등이 담겼다. 노사는 이를 모두 합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4136만원의 지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 이후 달랐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도 HD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년퇴직 위로휴가 등 일부 복리후생과 근로조건은 두 회사 가운데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한다. 퇴직금은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직전 4개월 중 조합원이 선택한 연속 3개월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조선산업의 자동화·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 특별협약도 체결한다.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회사가 노조에 사전 설명하고 노사공동협의체에서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지난 6월2일 상견례 이후 147일 만에 교섭을 마쳤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임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고정급 확대를, 회사는 격려금 등 변동급 중심의 보상을 각각 요구하면서 이견을 보여왔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총 11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마련한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김동하 노조 지부장이 울산조선소 내 25m 높이 크레인에서 닷새간 고공농성을 벌였고, 노조 미포위원회 위원장도 2주간 단식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사는 첫 합의안보다 호봉승급분의 비중을 높이고 일시금을 70만원 추가한 2차 합의안을 지난 23일 마련했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에 따른 보상 기반을 다지고 통합 이후 단체협약을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화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①] 107조 이익으로 돌아온 삼성…취임 4년 ‘초격차’ 재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반도체 불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논란에 시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아직 사업 부문별 확정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용 제품 수요 증가, HBM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취임 4년을 맞은 이 회장의 경영 성적표도 달라졌다. 그동안 제기됐던 '투자는 많은데 성과가 늦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반도체 불황기에 유지한 대규모 투자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공시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의 취임 전후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한다. 동종업계 및 시장 평균과 비교해 업황 영향을 통제하고, 관련 교수와 전문가의 해설로 숫자의 의미와 한계를 보완한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27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지만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따라서 회장 취임만을 기준으로 성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이 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와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삼성전자 연결재무제표다. ◇ 불황기에 멈추지 않은 투자가 반등 기반으로 이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반도체 불황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2023년 53조1000억원, 2024년 53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투자액은 각각 48조4000억원과 46조3000억원이었다. 연구개발비도 2024년 약 35조원, 2025년 37조7000억원으로 잇달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투자를 줄이기보다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차세대 패키징에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에는 투자 효율을 둘러싼 비판이 컸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대응이 늦었고, 파운드리에서도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2023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까지 감소했고, DS부문은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HBM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서는 HBM4 판매를 확대하고 주요 고객사에 차세대 HBM4E 샘플을 공급했다. 올해 2분기 메모리사업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HBM4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도 미국 고객사 수주와 HBM용 베이스다이 수요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 '많이 투자한 삼성'에서 '투자 성과 내는 삼성'으로 재무제표의 장기 비교만 보면 이 회장 체제의 수익성은 아직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2017~2019년 연평균 매출은 23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6조8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 매출은 297조8000억원으로 2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40.9% 감소했다. 다만 이 비교에는 2023년의 극심한 메모리 불황이 포함돼 있고, 2026년 실적 반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과거 3개년과 최근 3개년 평균만으로 현재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 회복 속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17~2019년의 연평균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불황기에 집행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가 HBM4와 서버용 메모리 매출로 전환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전장 등으로 사업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반도체 불황기에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가 손실을 완충했고, 반도체가 회복되자 그룹 전체 이익이 빠르게 증가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실적 방어와 회복 양쪽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취임 4년 성과는 '회복', 다음 평가는 '지속성'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이사회는 승진 배경으로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과 HBM 대응 지연이라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개발을 이어가면서 2026년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등했다.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숫자로 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실적의 지속성이다. 올해 이익 증가에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업황 효과도 포함돼 있다. 오는 29일 공개되는 확정 실적에서 HBM과 파운드리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HBM4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 대형 고객사 확보가 이어져야 이번 실적을 구조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높은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다음 성적표를 좌우한다. 재무제표로 본 취임 4년의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투자를 지속했고, 그 성과가 역대 최대 실적으로 나타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초기의 HBM 대응 지연은 한계로 남지만, 2026년의 실적 반등은 이 회장 체제의 투자 전략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근거가 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 ‘철의 도시’에 문화 입힌다…포항 이어 광양에 새 랜드마크

포스코가 철강 생산 거점인 포항과 광양에 철을 소재로 한 문화·관광 공간을 잇달아 조성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확대하고 있다. 포항 '스페이스워크'가 누적 관람객 4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광양에는 365m 길이의 체험형 조형물 '파노라마 워크'가 들어섰다. 26일 포스코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일 광양 구봉산 정상에 광양시와 공동으로 조성한 '파노라마 워크'를 공개했다. 파노라마 워크는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구봉산의 역사적 의미를 불꽃 형상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문화공간이다. 총 트랙 길이 365m, 폭 13~21m, 높이 27m 규모로 조성됐다. 관람객이 일곱 차례 회전하는 구조를 따라 직접 걸으며 광양만과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스코의 고내식 스테인리스 소재가 적용됐으며 미누엘 몬테세린과 아이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설계에 참여했다. 포스코와 광양시는 2022년 구봉산 명소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설계 과정에서는 자문위원단과 시민위원회,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지역 의견을 수렴했다. ◇ 포항 '스페이스워크' 400만명 찾았다 포스코의 철을 활용한 지역 문화공간 조성은 포항에서 먼저 본격화됐다. 포스코는 2021년 3월 포항제철소 인근에 복합문화공간 'Park1538'을 공개했다. 철의 용융점인 1538℃에서 이름을 딴 공간으로 포스코역사관과 홍보관, 수변공원, 명예의 전당 등을 갖췄다. 같은 해 11월에는 포항 환호공원에 높이 25m, 총길이 333m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를 완공해 포항시에 기부했다. 독일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설계에 참여한 스페이스워크에서는 트랙을 걸으며 포항제철소와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202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올해 누적 관람객 400만명을 넘어섰다. ◇ 'Park1538'도 광양으로…산업도시에 문화 더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광양에도 'Park1538 광양'을 개관했다. 광양의 '빛 광(光)'에서 착안해 건물 내·외관을 '빛의 물결' 형태로 설계하고 포스코의 고내식 강재 포스맥(PosMAC) 등을 적용했다. 올해 7월에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 'A 디자인 어워드' 건축 부문 플래티넘상을 받았다. 홍보관과 교육관, 포스코미술관 광양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미술관 광양에서는 다음 달 28일까지 파노라마 워크 준공을 기념한 '파노라마 워크 : THE INFINITE LIGHT' 전시가 진행된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도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로비에는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의 미디어아트 '철이철철'을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포스코미술관에서는 신진 작가 전시 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포항과 광양 등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관광 인프라 조성과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철강·조선 호황에 임단협 ‘진통’…“무기한 파업·재투표·고공농성”

철강·조선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서로 다른 갈림길에 섰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26일부터 일부 조합원의 퇴근 후 돌발업무 대응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하며 무기한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파업과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27일 두 번째 잠정합의안 표결을 앞둔 반면, 한화오션에서는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퇴근 이후 긴급·비계획 업무에 대응하지 않는 방식의 쟁의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별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오후 7시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은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오전 현재 노조가 예고한 업무 대응 제한의 실제 이행 여부와 생산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퇴근 이후 발생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 조치인 만큼 현장 영향은 이날 오후 이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앞서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업무 대응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사측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노사 간 추가 교섭 일정은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고로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연속 공정 사업장이다. 노조의 조치가 장기화하거나 참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설비 정비와 긴급 복구 등 비정기 업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필수 유지업무와 근무조별 참여 범위에 따라 생산 차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교섭 타결의 마지막 문턱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두 번째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23일 열린 26차 교섭에서 1차 합의안 부결 이후 21일 만에 새 합의안을 마련했다. 2차 합의안에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등 일시금 1150만원 및 200%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점 등이 담겼다. 1차 합의안보다 일시금이 늘고 호봉승급분과 일부 복지 조건이 보완됐다. 노조는 합의안의 1인당 총인상 효과를 약 4136만원으로 추산했다. 노조는 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따라 부분파업과 고공농성을 중단했다. 27일 투표가 가결되면 올해 교섭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다시 부결될 경우 조선업 호황에 걸맞은 고정급 확대를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일시금 중심으로 보상하려는 회사 사이의 간극이 재확인되면서 파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오션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이다. 한화오션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와 하청노동자 등 5명은 임단협 타결과 원청 직접교섭 등을 요구하며 거제사업장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하청노동자 6명이 농성을 시작했으나 이 가운데 2명은 이달 8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후 정규직 노조 간부가 별도의 고공농성에 합류했다. 정규직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 배분 등을 놓고 회사와 대립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도 회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 취하와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법률상 쟁점을 사법 절차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세 사업장의 갈등은 철강·조선업의 실적과 수주 개선이 현장 노동자에 대한 보상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포스코는 파업 실행 여부, HD현대중공업은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 한화오션은 원·하청 교섭 문제로 쟁점이 서로 다르다. 당장의 분수령은 27일 HD현대중공업 조합원 투표다. 포스코에서는 26일 퇴근 이후 실제 업무 대응 제한 범위와 회사의 비상근무 체계, 한화오션에서는 정규직 임단협 재개 여부와 원청교섭 관련 소송의 향방이 후속 기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이재용 빠진 국감…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검증 ‘미완’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들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주요 검증 과제를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의 기반시설 구축비용은 처음 공개됐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건설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양사도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에 관한 답변은 밝히지 않고 있다. 23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종합국정감사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체계,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산업부는 전력·용수·폐수 등 1단계 기반시설 구축에 5조4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추계를 처음 제출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과 도로망, 정주여건 조성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과 사업 관리체계에 대한 질의는 이어졌지만 기업들이 실제 어느 시점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 투자 의지는 확인…실행 일정은 여전히 미공개 정부는 지난 6월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는 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반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업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해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호남의 생산시설을 병행 건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여건이 허락하면 공사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경영진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투자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호남 신규 팹의 구체적인 착공 시점과 연도별 투자 집행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남 신규 팹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 공개 시점 등을 확인했으나 양사 모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사업 추진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시장 수요와 기술 변화, 장비 조달 및 기반시설 구축 상황에 따라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별 실행 일정이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남는다. ◇ 용인과 호남 병행 투자…자금·인력 배분도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 신규 팹 건설까지 병행할 경우 기업들은 투자 재원뿐 아니라 첨단 생산장비와 전문인력 확보 일정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팹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장비 도입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투자 집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정부의 산업단지 조성 일정과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호남 클러스터의 경우 군공항 이전과 전력·용수 공급 등 선행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기업별 투자 일정과 이를 연계한 구체적인 공정표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 총수 출석 무산…기업 투자계획 직접 확인 못 해 이번 국감에서 야당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두 총수의 출석은 무산됐다. 국감에서는 산업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부의 준비 상황과 기반시설 구축계획을 검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투자 집행계획을 기업 측으로부터 직접 확인할 기회는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기업 총수의 출석이 투자계획 검증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사업 책임 임원의 설명이나 기업의 공식 자료 제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직접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실제 투자 일정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계획과 단계별 투자 집행 일정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홀딩스, 핵융합 소재 개발 나선다…핵융합연과 공급망 구축

포스코홀딩스가 철강·특수소재 기술을 미래 핵융합에너지 분야로 확장한다. 한국형 혁신핵융합로에 필요한 내열·저방사화·극저온 소재 개발부터 핵심광물 공급망, 핵융합 장치 설계·건설까지 협력에 나선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최근 대전 본원에서 포스코홀딩스와 '핵융합에너지 기술개발 및 국내 핵융합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한국형 혁신핵융합로를 비롯한 미래 핵융합 장치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개발·평가하고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융합로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기술뿐 아니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플라즈마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견디기 위해 텅스텐 등 내열 소재가 사용되고, 중성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저방사화 철강이 필요하다. 초전도자석 주변에는 극저온에서도 강도와 인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강이 요구된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이 보유한 철강·특수소재 및 핵심광물 분야 역량을 활용해 핵융합로에 필요한 소재와 공급망 구축에 협력할 계획이다. 양측의 협력 범위는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핵융합에너지 기술 및 핵융합 장치 개발 △핵융합용 철강재·특수소재·핵심광물 개발 및 평가 △소재 공급망 구축 △핵융합 장치와 관련 설비 설계·엔지니어링·건설 △사업화 및 투자 기회 발굴 △기술·산업 정보와 전문인력 교류 등을 추진한다. 특히 한국형 혁신핵융합로 개발 과정에서 포스코그룹이 보유한 소재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과제를 발굴할 방침이다. 핵융합연은 향후 연구기관 중심의 기술개발에서 산업계가 소재·부품·설계·건설 등에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소재·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포스코홀딩스와 소재·공급망 분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①] 5조 적자 휴대폰 접은 결단…LG ‘선택과 집중’의 성적표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무엇을 새로 시작했느냐'보다 '무엇을 그만뒀느냐'에 있다. LG전자는 26년간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을 2021년 종료했다. 연료전지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LG화학은 편광판과 수처리필터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도 LCD 생산을 줄이며 OLED 중심으로 구조를 바꿨다. 이러한 선택은 구 회장이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다만 적자사업을 정리한 사실과 그룹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됐는지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LG전자에서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은 취임 전보다 낮아졌다. 본지는 공시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구 회장 취임 전후 LG 핵심 계열사의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분석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특정 연도의 변동을 줄이기 위해 취임 전인 2015~2017년과 코로나19·공급망 혼란 이후인 2023~2025년의 3개년 평균을 비교했다. LG는 2021년 LX그룹 계열분리와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거쳤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사업 범위 변경과 내부거래에 따른 왜곡이 발생한다. 이번 편은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대표 계열사의 연결재무제표를 각각 분석했다. LG화학 수치에는 연결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 LG전자 매출 50% 늘고 영업이익은 91% 증가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의 재무 성과는 개선됐다. LG전자의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57조8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은 약 86조4000억원으로 4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1조6700억원에서 3조1800억원으로 91.1% 늘었다.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2.88%에서 3.69%로 0.80%포인트 높아졌다. 외형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컸다는 점에서 사업구조 개선 효과가 확인된다. 다만 현대차처럼 이익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은 아니다. 2025년 LG전자는 역대 최대인 89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전년보다 27.5% 감소했다. TV를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적자와 물류비·마케팅비 부담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LG전자 실적 개선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한 결정은 휴대전화 사업 철수다. LG전자 모바일사업은 2015년 2분기 이후 20개 분기 넘게 적자를 이어갔고 누적 영업손실은 약 5조원에 달했다. 사업을 유지하는 동안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가 계속 투입됐지만 시장점유율을 되찾지 못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뒤 2021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매각이 아니라 종료를 선택해 브랜드와 특허 등 핵심 자산은 남기고 인력은 다른 사업부에 재배치했다. 장기간 누적된 손실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스마트폰 철수 이후 LG전자는 생활가전과 냉난방공조, 구독서비스, 전장과 웹OS 플랫폼 등으로 자원을 돌렸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과 구독서비스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했고 전장사업은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휴대전화 사업을 더 일찍 정리했다면 누적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다만 구 회장 취임 후에도 회생 가능성을 검토한 뒤 3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전 경영진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디스플레이·화학은 취임 전보다 수익성 악화 LG전자만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자와 함께 LG의 양대 축을 이루는 화학·디스플레이 부문의 수익성은 취임 전보다 낮아졌다. LG디스플레이의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2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6.53%였다. 2023~2025년에는 연평균 매출이 약 24조6000억원으로 10.8% 감소했고 연평균 85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개년 합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3.46%다. 2023년 2조5100억원, 2024년 561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지만 취임 전의 이익 규모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LCD 공급과잉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는 디스플레이업계 전체에 나타난 외부 변수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고 OLED 중심으로 전환한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대규모 OLED 투자가 장기간 손실과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 시기와 속도가 적절했는지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LG화학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22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5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0.13%였다. 2023~2025년 연평균 매출은 약 49조9000억원으로 12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5300억원으로 32.0%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06%로 7.07%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수치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연결 자회사로 포함돼 있어 취임 전 LG화학과 사업구조가 동일하지 않다. 그럼에도 배터리사업의 급성장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는 사실은 외형 확대만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불황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2025년 매출 45조9300억원과 영업이익 1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 수준이다. 기초소재 호황의 혜택을 받았던 취임 전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배터리와 첨단소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도 기존 수익성을 대체할 이익원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 '잘 버린 경영'은 확인…남은 사업의 경쟁력은 엇갈려 구 회장 체제에서 확인되는 가장 분명한 성과는 부진 사업을 계속 끌고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대전화와 태양광처럼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추가 손실을 차단했고, 인력과 자본을 가전·전장·배터리·AI에 집중했다.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취임 전보다 증가한 것은 이러한 사업 재편의 성과를 보여준다. 휴대전화 사업 철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냉난방공조와 구독, 전장 등 새로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할 여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전체가 더 높은 수익성을 갖게 됐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흑자 전환에도 취임 전보다 수익성이 크게 낮고, LG화학은 배터리 연결 효과로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화장품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과거의 높은 수익성을 잃었다. 업황 효과도 분리해 봐야 한다. 중국발 공급과잉은 국내 디스플레이·석유화학업계에 공통적으로 작용했고 전기차 수요 둔화도 글로벌 배터리업체 전체가 겪은 문제다. 반대로 코로나19 시기 가전 수요와 물류비 정상화는 LG전자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본 구 회장의 첫 번째 성적표는 '적자사업 정리는 성공, 핵심 사업 수익성 회복은 혼재'로 정리된다. 구조적 손실을 끊어낸 판단력은 확인됐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키운 배터리·전장·AI가 투입한 자본만큼 이익을 내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공급만 하는 도시가스사에 재생열 의무?”…산업부·기후부·업계 엇갈려

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재생열 공급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난방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도시가스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통상부는 연료만 공급하는 사업자에게 열 공급 의무를 지우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가 본격화할 경우 '누구에게 재생열 공급 의무를 지울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시가스업계도 현행안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재생열 공급인증서 구매 비용 등이 도시가스 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며 열을 직접 생산·공급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열 생산 안 해도 의무 대상…과징금까지 김주영 의원 등 11명이 지난 6월 5일 발의한 「열에너지 관리 및 탈탄소화 촉진법안」 제27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열공급사업자뿐 아니라 '열관련 연료공급자'에게도 연간 열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열로 공급하도록 규정했다. 도시가스사업자도 열관련 연료공급자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의무 대상 규모와 공급 비율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이행 방법은 자체 설비를 통한 공급뿐 아니라 열구매계약, 무탄소연료 혼입, 재생열 공급인증 실적 구매·제출 등으로 열어뒀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족분에 해당 연도 기준가격의 150%를 곱한 금액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최초 적용 연도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대 3년 동안 과징금 부과를 유예하는 규정도 담겼다. ◇ 기후부 “도시가스도 탈탄소 동참해야" vs 산업부 “열 안 만드는데 열 공급 의무 모순" 기후부는 도시가스사업자도 난방 부문 탈탄소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주택·건물 난방에서 도시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연료공급자를 통해서도 탈탄소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도 도시가스 보급률이 약 84.2%에 달하는 만큼 도시가스사업자 역시 사회적 책무를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기후부 의견이 담겼다. 청정연료 혼입뿐 아니라 투자와 실적 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후부는 구체적인 의무 부과 방식과 이행 수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판단은 다르다. 산업부는 도시가스사업자가 열을 직접 생산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열 생산자에게 연료를 공급하는 사업자인 만큼 재생열 '공급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는 도시가스사업자가 열을 직접 생산·공급할 수 없는데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연료공급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무탄소연료 혼입 등의 이행수단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관련 비용이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될 경우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보다는 이를 이용해 실제 열을 생산하는 발전소나 열 생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기후부와의 핵심적인 입장 차이 역시 탈탄소화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누구에게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에 있다고 밝혔다. 양 부처는 현재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다. ◇ 도시가스 업계 “인증서 비용 결국 요금에 반영" 한국도시가스협회 역시 산업부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16일 본지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직접적인 재생열 공급 의무를 부과하기보다 열을 실제 생산·공급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의무체계를 설계하도록 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적으로 재생열을 생산하기 어려운 도시가스사업자는 재생열 공급인증 실적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지역난방 부문의 비용 상승이 전기·열 요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협회는 현재로서는 제도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요금 인상 폭을 산정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 법안 쟁점 '누가 얼마나 책임지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의무 대상뿐 아니라 의무량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할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검토보고서 역시 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연료공급자를 의무 대상에 포함하면서 기준을 '연간 열공급량'으로 설정할 경우 도시가스사업자의 의무량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법안 외에도 위성곤 의원안 등 열에너지 관련 법안 4건이 함께 회부돼 있어 병합 심사가 예상된다. 향후 심사에서는 난방 부문의 탈탄소화 필요성뿐 아니라 열 생산자와 연료공급자 사이의 책임 배분, 소비자 요금 부담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윤정 인턴기자

장원테크, 성형부터 도장·클린룸까지…EV 부품 ‘일관생산’ 강화

장원테크가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경량금속 성형부터 정밀가공, 표면처리·도장, 검사와 클린룸 포장까지 연결하는 일관생산 체계를 앞세워 자동차·전기차(EV) 부품 사업 확대에 나선다. 장원테크는 경량금속 성형 기술과 정밀가공·표면처리 역량을 결합해 자동차 내·외장재와 전장부품, EV 관련 부품으로 사업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자동차 부품은 형상과 치수뿐 아니라 표면 품질과 내구성, 청정도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장원테크는 개별 공정을 외부에 분산하기보다 성형부터 출하 전 검사까지 연결해 공정별 품질 편차를 줄이고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장원테크는 마그네슘 칙소몰딩을 비롯한 경량금속 성형 기술에 정밀가공과 표면처리·도장 공정을 결합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도장은 외관뿐 아니라 도막의 균일성과 밀착성, 내구성 등이 제품 품질을 좌우한다. 회사는 성형·가공 단계부터 후속 표면처리와 도장까지 연계해 공정 간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종 검사와 포장 과정에는 클린룸도 활용한다. 청정도가 요구되는 부품에 외부 이물질이나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줄여 생산 단계에서 확보한 품질을 출하 단계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다. 장원테크는 이 같은 일관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 내·외장 부품뿐 아니라 정밀도와 품질 안정성 요구가 높은 전장·EV 부품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차량 중량이 증가하는 만큼 경량화가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주요 과제로 꼽힌다. 장원테크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 경량금속 성형 기술을 자동차 부품 사업 확대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승구 장원테크 대표는 “장원테크의 경쟁력은 성형부터 정밀가공, 표면처리·도장, 클린룸까지 전 공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며 “공정 간 시너지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EV 부품 분야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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