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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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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도 뛰어든 AI 데이터센터…슈나이더일렉트릭이 꺼낸 해법은 ‘전력·냉각’

4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막한 '데이터센터코리아 2026'. 슈나이더 일렉트릭 전시 공간에는 대형 무정전전원장치(UPS)부터 냉각수 분배장치(CDU), AI 데이터센터를 축소해 놓은 모듈형 인프라까지 한자리에 등장했다. 제품은 서로 달랐지만 겨냥하는 문제는 하나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GPU가 고성능·고밀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가 감당해야 할 전력과 열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가 구미에 초기 60MW, 최대 12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SK그룹 역시 AI와 에너지를 미래 성장축으로 설정하면서 관련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GPU 확보를 넘어 이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전력과 냉각, 운영 기술 경쟁으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날 전시에서 'Powering Every Layer of AI Datacenters — From Grid to Chip, Chip to Chiller'를 주제로 전력망에서 서버, 냉각설비까지 연결하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선보였다. ◇ GPU 늘어날수록 전력·발열도 급증 AI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먼저 부각되는 문제는 전력이다. 대규모 GPU를 동시에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뿐 아니라 순간적인 전력 변화와 장애에도 대응해야 한다. GPU 서버의 전력밀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냉각 부담도 커진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이번 전시에서 UPS와 배전설비, 액체냉각 시스템을 함께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모듈형 UPS 'Galaxy VXL'은 eConversion 모드에서 최대 99% 효율을 제공한다. 가동 상태에서 전력 모듈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Live Swap' 기능도 적용해 데이터센터를 멈추지 않고 증설·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 공급 이후에는 '열과의 싸움'이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MCDU-25'도 배치됐다. 냉각수의 유량과 온도를 조절해 고밀도 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는 장비다. 이중 펌프와 이슬점 관리 기능 등을 적용해 액체냉각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는 이날 삼성SDS가 공개한 구미 AI 데이터센터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SDS 역시 고밀도 GPU 영역에 수냉식을 적용하고 일반 서버에는 공냉식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액체냉각이 선택적인 기술을 넘어 고밀도 GPU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삼성·SK AIDC 확대…'GPU 뒤의 시장'도 커진다 국내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 뒤편의 전력·냉각 인프라 시장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의 구미 AI 데이터센터처럼 수십~100MW급 시설이 들어서면 데이터센터 내부 GPU뿐 아니라 외부 전력망과 수전설비, UPS, 비상전원, 냉각설비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에 대응해 고압 배전반 'MCSeT'부터 지능형 배전·모터제어 시스템, UPS, 랙 전력분배, 액체냉각까지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연결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사전 조립식 모듈형 'EcoStruxure Pod Data Center'도 축소 모형으로 공개했다. 전력·냉각·네트워크 인프라를 모듈 형태로 구성해 AI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력관리시스템(EPMS)과 빌딩관리시스템(BMS)을 연계해 전력 품질과 에너지 소비, 설비 상태를 동시에 관리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데이터센터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5일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디지털트윈과 통합 엔지니어링'을 주제로 설계와 운영 단계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발표한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는 "고밀도 AI 환경에서는 전력과 냉각 설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인프라 전반의 성능과 효율을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국내 고객과 파트너가 AI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 베이징센터에 공공기관 22곳 집결…첫 민관협력 ‘K-마루’ 출범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중국 베이징 포스코센터에 국내 공공기관 22곳이 집결한다. 민간기업의 해외 인프라와 정부의 공공서비스를 결합한 첫 민관협력형 해외 공공 플랫폼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중국 베이징 포스코센터에서 '베이징 K-마루'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노재헌 주중한국대사와 이상윤 재정경제부 공공정책국장, 장상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지역본부장, 이원철 포스코차이나 대표법인장 및 입주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K-마루'는 해외 각 지역에 분산된 국내 공공기관의 사무소를 한곳으로 모아 현지 진출기업과 교민에게 통합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 무역·금융·에너지 등 22개 기관 한곳으로 베이징 K-마루에는 무역·투자와 금융, 에너지, 환경, 디지털·기술 등 분야의 공공기관 22곳이 입주한다. 입주가 완료되면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K-마루 가운데 단일 거점 기준 최대 규모가 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베이징 K-마루에서 마케팅과 금융, 기술, 인프라 등 분야의 공공지원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게 된다. 입주기관들도 사무공간을 통합함으로써 행정비용을 줄이고 기관 간 협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정부의 해외 공공기관 거점 통합 정책에 맞춰 베이징 포스코센터에 K-마루 전용공간을 조성했다. 민간기업이 보유한 해외 업무시설을 공공기관 통합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포스코 해외 인프라에 정부 지원기능 결합 베이징 포스코센터가 위치한 왕징 지역에는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교민이 밀집해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기존 업무시설에 한옥의 마루 개념과 비즈니스 공간을 결합해 K-마루 전용공간을 마련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베이징 K-마루를 통해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베이징 포스코센터를 한·중 비즈니스 지원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이징 포스코센터가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교민 사회를 지원하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업무환경과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착공…‘영남 60조 투자’ 첫 삽

삼성SDS가 4273억원을 투입하는 구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7월 삼성이 발표한 영남권 60조원 투자계획 가운데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첫 사업이다. 삼성SDS는 최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약 1만4000평 부지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초기 전력용량 60MW 규모로 건설되며 AI 수요 증가에 따라 최대 120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지난해 8월 말 구미시의 착공 승인을 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8년 말 준공이 목표다. 삼성SDS는 지난 1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4273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하고 경상북도·구미시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 삼성 '영남 60조 투자' 첫 가시화 이번 착공은 삼성이 지난 7월 발표한 약 60조원 규모 영남권 투자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넘어간 첫 사례다. 삼성은 당시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영남을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구미의 휴머노이드 로봇·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울산 전고체 배터리, 부산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거제 고부가가치 선박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구미 데이터센터는 제조·로봇 자동화에 필요한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 역할도 맡는다. 삼성 관계사들이 확대하고 있는 제조 RX(Robotics Transformation) 사업과 연계해 제조현장의 정밀 작업 로봇 학습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 GPU 고발열 잡는다…최대 120MW로 확장 삼성SDS는 구미 데이터센터를 고성능 GPU 서버 운영에 최적화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로 구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GPU 서버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면서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 만큼 전력공급과 냉각 인프라가 핵심이다. 삼성SDS는 대용량 전력 인프라와 주요 설비 이중화, 비상전원 체계를 구축한다. 서버 냉각에는 공냉식(Air Cooling)과 수냉식(Liquid Cooling)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쿨링 기술을 적용한다.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등 상대적으로 발열이 적은 영역에는 공냉식을 사용하고 고밀도 GPU 서버에는 물을 순환시켜 열을 제거하는 수냉식을 적용한다. 향후 차세대 GPU 도입으로 서버의 전력밀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초고전력 랙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자체 GPU부터 외부 고객 코로케이션까지 구미 데이터센터는 삼성SDS의 자체 GPU 인프라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도 활용된다. 고객사가 직접 GPU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사업을 병행하고 다양한 기업에 AI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특정 GPU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도록 데이터센터를 설계해 향후 다양한 AI 시스템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AI의 변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필요하다"며 "구미 AI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조·산업 현장의 AX 혁신을 이끌고 고객에게 최적의 AI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케이엔알시스템, 휴머노이드 하체용 ‘고토크 QDD 액추에이터’ 개발

로봇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의 하체 관절에 적용할 수 있는 고토크 전동식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기존 유압과 하이브리드 방식에 이어 전동식 기술을 확보하면서 2027년까지 로봇용 액추에이터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복합 유성기어를 적용한 고토크 QDD(Quasi-Direct Drive·준직접구동) 액추에이터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 출시와 라인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QDD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출력축 사이에 비교적 낮은 감속비의 기어를 적용하는 구동장치로,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이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직경 110㎜, 높이 83㎜, 무게 1.76㎏으로 정격 토크 121Nm, 순간 최대 토크 308Nm의 성능을 갖췄다. 정격 토크는 액추에이터가 연속적으로 가동할 때 유지할 수 있는 회전력이며 최대 토크는 점프나 고중량 물체 운반, 급가속·급정지 등에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 역구동성과 강성 동시에 확보 휴머노이드가 걷거나 뛰면서 외부 충격에 대응하려면 외부에서 관절에 힘이 가해졌을 때 모터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역구동성(Backdrivability)'이 필요하다. 동시에 로봇 자체와 작업물의 무게를 견디기 위한 높은 강성도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감속비를 낮추면 역구동성을 확보하기 쉽지만 토크 증폭에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감속비를 높이면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합 유성기어(Compound Planetary Gear) 구조에 '양방향 구동 기어(Bi-Lateral Gear Drive·BGD)' 기술을 적용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 유성기어보다 축 방향 두께를 줄이면서 기존 QDD 대비 2~4배 높은 감속비를 구현했다. 감속비를 높이면서도 역구동성을 유지해 휴머노이드 하체에 필요한 힘과 외부 충격 대응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번 제품을 고관절과 무릎, 발목 등 높은 토크가 필요한 휴머노이드 하체 관절을 비롯해 사족보행 로봇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유압·하이브리드 이어 전동식까지 케이엔알시스템은 기존 주력인 유압 액추에이터에 이어 최대 토크 1600Nm급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를 개발했으며 이번에 전동식 QDD 액추에이터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회사는 향후 로봇 플랫폼과 사용 목적에 따라 전동식 액추에이터 제품을 추가하고 2027년까지 유압·하이브리드·전동 방식을 아우르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이번 복합 유성기어형 고토크 QDD 액추에이터 개발로 고출력과 유연한 충격 순응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하지 관절 분야에서 로봇부품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며 "유압부터 하이브리드, 전동식 액추에이터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종합 액추에이터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으로 고중량 작업용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동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라인업을 개발했으며 원전 중수로 해체용 로봇시스템도 개발해 지난 9월 납품을 완료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호반이 지분 앞서도 경영권은 별개…한진칼 ‘최대주주 경쟁’ 세 가지 변수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호반이 조원태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조 회장도 추가 매입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다만 지분율 순위가 바뀌는 것과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별개다. 호반의 정확한 보유량과 투자 목적, 다른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향후 구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지분 순위부터 미확정…조원태 매입도 '계획 단계' 4일 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취득한 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자체 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10일 공시 기준 호반 측 지분율은 20.15%였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6월 말 기준 합산 지분율 20.57%와 비교하면 격차는 0.42%포인트였다. 그러나 호반의 추가 매수 수량과 현재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진칼 역시 최대주주 관련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추가 취득 역시 완료된 거래가 아니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370억5000만원 규모로, 매수 예정 기간은 오는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우선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기준 개인 지분율은 5.75%에서 6.23%로 높아진다. 조 회장은 취득 목적을 책임경영 강화로 밝혔으며, 한진그룹은 호반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준비해 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두 주주의 매입 시기가 맞물렸지만 이를 곧바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맞대응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최대주주와 경영권의 차이…'우호지분'도 고정값 아니다 호반이 최다출자자가 되더라도 한진칼 이사회와 경영진을 곧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서 다른 주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지분 순위보다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결집 정도가 중요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4.90%, 산업은행은 10.58%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을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주주로 분류하지만, 각 기관의 보유 지분을 조 회장 소유분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호주주'라는 시장의 평가와 개별 안건에서의 실제 의결권 행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을 단순 합산해 경영권 방어가 확정됐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사업상 제휴 관계와 투자 목적, 안건별 이해관계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호반의 보유 목적도 관건이다. 호반은 지난 7월 공시에서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밝혔다. 추가 매수와 기업결합 신고만으로 항공업 진출이나 경영 참여를 확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향후 보유 목적 변경이나 이사 후보 추천 등 구체적인 행보가 나오는지가 지분투자와 경영권 경쟁을 구분할 기준이다. ◇ 공정위 심사는 '경영권 인증' 아냐...지배력 판단 여부 변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역시 최대주주 지위를 부여하거나 경영권을 보장하는 절차가 아니다. 주식 취득으로 형성되는 지배관계와 경쟁제한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공정위는 지분율 외에도 주식 분산 정도, 주주 간 관계, 임원 겸임, 거래·자금·제휴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따라서 호반의 지분율이 조 회장 측보다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호반의 추가 취득 내역이 공개되면 조 회장 측과의 정확한 지분 격차도 확인될 전망이다. 조 회장의 매수 예정 기간이 12월 3일부터인 만큼 실제 거래 이행과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지분율뿐 아니라 주주 간 관계와 임원 겸임, 거래·자금·제휴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대차 정의선 만난 부총리…세액공제서 빠진 전기차, 지원 문 다시 열리나

정부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의 국내 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완성 전기차가 빠진 지 석 달 만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산업 지원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투자와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뒷받침할 별도 지원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3일 재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약 20분간 별도로 면담했다. 두 사람은 전기차산업 경쟁력과 국내 생산세액공제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후 열린 업계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지원과 관련해 국회 논의 과정에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자율주행 기술력 제고와 핵심 부품·기술 연구개발 확대 방안을 담은 '전기차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 반도체·배터리는 포함됐는데 완성 전기차는 제외 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국내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국내 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에는 반도체·이차전지·태양광·풍력·핵심소재·인공지능 로봇 부품 등 6개 분야가 포함됐지만 완성 전기차는 제외됐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지원하면서 완성차 생산은 대상에서 뺀 구조다. 전기차업계는 배터리만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완성차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현대차와 부품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도입을 공식 건의했다.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지원 확대와 배터리 리스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자율주행 전담기관 전문인력 확충도 요청했다. 배터리 리스제는 소비자가 차량만 구매하고 고가의 배터리는 금융사 등에서 빌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초기 구매가격을 낮춰 전기차 수요를 늘리는 방안이다. 정부가 생산세액공제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 세제개편안을 보완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지원 대상 확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제율과 적용 기간, 대상 차종뿐 아니라 국내 생산과 고용·투자를 어떻게 연계할지도 정해야 한다. 전기차에 혜택을 추가할 경우 하이브리드차와 미래차 부품업체를 어느 범위까지 포함할지도 쟁점이다. ◇ 현대차 국내 125조 투자와 연계…수요대책도 필요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의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도 건설했다. 현대차가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새로 세운 것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계획만으로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주요국이 구매 보조금과 세제 혜택, 공장 유치 지원을 묶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만큼 국내 정책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더해 실제 생산 단계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지원만 늘리고 내수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전기차 수요를 늘리려면 충전 인프라와 구매 부담, 중고차 잔존가치, 배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함께 해소해야 한다. 업계가 생산세액공제와 함께 배터리 리스제를 건의한 배경이다. 이 부총리는 전기차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다음 격전지"로 규정하고 향후 2∼3년 안에 글로벌 선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달 내놓을 대책에서 생산세액공제를 얼마나 구체화하고, 국내 생산·고용 및 내수 활성화와 연결할지가 전기차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가를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3500억원 투자에 日이 절반 이상 지원…이재용이 요코하마로 간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7주년인 1일 국내 사업장이 아닌 일본 요코하마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을 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3500억원을 투자하는 연구시설이지만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주변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 회장의 일본행은 단순한 해외 현장경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끌어들이는 일본의 투자환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미세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보조금과 소부장 생태계, 기술 검증 속도가 기업의 연구개발 거점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 日 공공자금, 삼성 투자액의 최대 56%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일본 요코하마의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방문해 차세대 패키징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 소부장기업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APL은 지난 9월 공식 개소한 삼성전자의 일본 내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400억엔, 약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웨이퍼 본딩과 유리기판 등 차세대 소재·공정뿐 아니라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패키징 구조를 연구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의 지원 규모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 APL에 최대 200억엔을 지원하고 요코하마시도 25억엔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한도를 모두 적용하면 공공자금은 총 225억엔으로, 삼성전자 전체 투자액의 56.3%에 해당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받는 최종 금액은 투자 집행과 지원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구개발 거점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공장뿐 아니라 연구시설까지 대규모 보조금으로 유치하려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정책이 반영됐다. ◇ 소부장 옆에서 바로 시험…두 달 걸리던 검증 단축 삼성전자가 요코하마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소부장 생태계다. 일본에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이비덴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웨이퍼 절단·연마장비 분야의 디스코 등 첨단 패키징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 약 50곳과 협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PL은 이들 기업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를 현장에서 곧바로 시험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에서 개발한 소재를 한국으로 가져와 화학물질 승인과 수출입 절차를 거쳐 평가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최대 두 달가량 검증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첨단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칩 간 데이터 전송속도뿐 아니라 전력 소비와 발열을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은 '원스톱 솔루션'을 강화하려면 소재·장비업체와의 공동개발 및 검증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경쟁사인 대만 TSMC도 일본의 소부장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TSMC는 2022년 이바라키현 쓰쿠바에 3D 반도체 패키징 연구센터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총사업비 약 370억엔 가운데 약 190억엔을 지원했고, 이비덴·아사히카세이·디스코 등 일본 기업 20여곳이 사업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투자비 절반가량을 지원받아 일본에 패키징 연구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 국내 생산 이전 아닌 한·일 연구 분업 삼성전자의 일본 투자를 국내 패키징 기능의 이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삼성전자는 APL이 국내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징 조직과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며 양측의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천안·온양사업장이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양산을 담당하고, 일본 APL은 소재·장비업체와의 요소기술 공동개발과 사전 검증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도 지난 6월 천안사업장을 찾아 HBM 후공정과 패키징 경쟁력을 점검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투자는 반도체기업의 투자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부지 제공이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만으로는 부족하고, 보조금과 전문인력, 소부장기업의 집적, 신기술을 빠르게 시험할 수 있는 규제·행정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연구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APL을 일본 소부장기업과 삼성의 반도체 역량을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협력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요코하마의 인력과 산·학·연 인프라를 활용해 APL을 연구협력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보여준 첫 번째 경영 판단은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그 자리에 인공지능(AI)과 전장,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집중'이다. 1편에서 살펴본 구 회장 체제의 재무 성적은 계열사마다 달랐다. LG전자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취임 전보다 부진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룹 전체가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 회장의 다음 성적표는 철수로 확보한 자본과 인력을 어디에 배치했고, 그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챗GPT보다 먼저 만든 AI연구원…비용 절감은 시작됐다 LG가 미래 성장 분야로 제시한 'ABC'는 AI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사업 적용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는 AI다. LG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0년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의 멀티모달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을 공개했다. 외부의 범용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룹 자체 AI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구 회장 체제의 장기투자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에는 엑사원을 연구용 모델에서 제조·금융·바이오 등에 적용하는 단계로 옮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설계에 AI를 활용해 약 한 달 걸리던 작업을 8시간으로 줄였다. OLED 제조공정에서는 이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AI 생산체계를 구축해 품질 개선 기간을 평균 3주에서 이틀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산한 비용 개선 효과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를 개발했다. 신약 후보 물질 탐색과 임상 개발에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구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로 규정했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AI 활용을 그룹 차원의 사업모델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다. 다만 내부 비용 절감과 외부 수익 창출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엑사원이 LG 계열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외부 기업의 선택을 받고 반복 매출을 만들어야 독립적인 성장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LG가 생성형 AI 열풍 이전부터 자체 연구역량을 축적한 것은 장기적인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모델의 기술적 우수성보다 제조·바이오·가전에서 얼마나 생산성과 외부 매출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장 매출 11조원…'원LG'가 먼저 돈 번 곳 구 회장 체제에서 수익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미래 사업은 자동차 전장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2025년 매출 11조원을 넘어섰다. 전장 수주잔고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대신 자동차 안의 디스플레이와 통신, 소프트웨어, 전기차 구동장치에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전기차 구동부품을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싱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공급한다. 각 계열사의 제품을 묶어 완성차업체에 통합 솔루션으로 제안하는 것이 '원LG' 전략이다. LG 계열사 경영진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공동 기술행사를 열며 인포테인먼트부터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기아, GM,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닛산 등 8곳과 거래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전장사업이 개별 부품 공급을 넘어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다만 수주잔고가 곧바로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부품은 수주부터 양산과 매출 인식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완성차업체의 가격 인하 요구도 강하다. 구 회장의 투자 성과를 평가하려면 수주 규모뿐 아니라 전장사업의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 투자자본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높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 로봇 두뇌부터 관절·배터리까지…두 번째 '원LG' LG가 전장 다음으로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분야는 피지컬 AI와 로봇이다. LG는 로봇 완제품 한 종류에 승부를 걸기보다 두뇌와 센서, 관절 구동장치, 배터리, 운영시스템을 함께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에는 엔비디아의 칩과 로봇 훈련 플랫폼, 구글의 생성형 AI를 적용해 집 안 상황과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도록 했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수 있는 원통형·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훈련과 운영을 맡는다. 미국 로봇 AI 기업 스킬드AI 등에 투자하고, HD현대로보틱스와는 조선소 품질검사에 휴머노이드를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람의 언어와 주변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두뇌 개발에 참여한다. 가전에서 확보한 생활 데이터와 국내외 공장에서 쌓은 제조 데이터는 LG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계열사별 기술이 실제로 결합된다면 로봇 부품부터 AI와 운영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사업은 투자와 공동개발, 개념검증 단계다. 어느 계열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투자비와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명확해져야 한다. 여러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원L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 냉각·전력·운영 묶은 AIDC…해외 수주로 확장 AI 데이터센터(AIDC)도 계열사 간 결합이 가능한 시장이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서버의 열을 낮추는 냉각설비와 안정적인 전력공급,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운영 시스템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LG는 LG전자의 냉각시스템,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설계·구축·운영 역량,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저장장치를 묶어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납품하는 데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운영까지 참여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사업화도 시작됐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은 인도네시아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 수도권에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00MW 규모의 파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계열사 공동 AIDC 기술행사를 열었다. 전장 분야에서 활용한 공동 영업 방식을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장비·클라우드 기업과 냉각·전력 전문업체가 동시에 경쟁하는 시장이다. 국내 계열사끼리 기술을 묶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반복적으로 확보해야 경쟁력이 입증된다. ◇ 'ABC' 가운데 성적표 나온 것은 전장뿐 구 회장이 추진한 미래 사업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분명한 숫자를 보여준 분야는 전장이다. AI는 계열사의 생산성과 비용 개선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로봇과 AI 데이터센터는 외부 기업과의 협력 및 초기 수주 단계에 진입했다. 바이오는 신약 개발 특성상 투자 회수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역시 LG의 핵심 성장축이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진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회복도 미래 사업에 투입할 자금 여력을 좌우할 변수다. 따라서 계열사별 기술을 모두 나열하는 것보다 실제 매출과 이익,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공통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협약 체결이나 시제품 공개, 투자 발표를 사업 성과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구 회장 체제의 LG는 스마트폰과 태양광에서 철수한 뒤 전장과 AI, 로봇, 데이터센터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전장에서는 계열사 기술을 묶어 고객과 매출을 확보하는 '원LG' 방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장에서 먼저 나타난 성과를 AI와 로봇, 데이터센터에서도 재현하는 것이다. 적자사업을 정리한 '선택'이 구 회장 경영의 첫 번째 성과였다면, 선택한 사업을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집중'이 두 번째 평가 기준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 주요 CEO 유임 ‘안정 속 쇄신’

SK그룹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유임하면서 정승일 SK이노베이션 신임 CEO 등 실무형 경영진을 전진 배치하는 2027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대대적인 CEO 교체보다는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전력 등 미래 사업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담당할 인사를 배치하는 '안정 속 쇄신'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동남아 지역 총괄도 신설해 글로벌 사업 거점을 확대한다. SK그룹은 30일 오전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장단 인사 사항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SK㈜는 장용호 대표이사를 유임했다. 포트폴리오 관리 전문가인 김선혁 SKC 전략부문장은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SK㈜는 그동안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재무구조 안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 정승일 SK이노 CEO로…전력사업 본격화 에너지·화학 사업군에서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했다. SK이노베이션 신임 CEO에는 정승일 사장이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 사장을 역임한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력사업 확대와 종합에너지기업 전환을 주도한다. 정 사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한편 기존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전력사업을 본격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강동수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각자 대표이사와 SK에너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강 사장은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을 높이고 이를 미래 신사업 투자로 연결하는 사업구조 구축에 주력한다. SK지오센트릭 CEO는 김원기 SK엔무브 CIC 사장이 겸직한다. 기유·윤활유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사업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에는 윤병석 SK가스 사장이 내정됐다. 윤 사장은 SK디스커버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SK가스 대표이사에는 송경열 전략본부장이 승진·내정됐다. 송 신임 대표는 사업 밸류체인 고도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 수펙스에도 실무형 리더…동남아 총괄 신설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새로운 경영진을 배치했다. 권영수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과제를 담당한다. 글로벌 사업 조직도 확대한다. SK는 기존 미주·중국·일본에 이어 동남아 지역 총괄을 신설하고 추형욱 사장을 선임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AI와 친환경, 첨단소재 등 주요 사업의 현지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마무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AI·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제적 사업 재편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룹의 질적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S, 협력사 80여곳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AI·지정학 리스크 함께 대응”

LS그룹이 협력사 80여곳과 인공지능(AI) 전환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 LS그룹은 최근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에서 '2026 LS 협력사 CEO 포럼'을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로 5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명노현 ㈜LS 부회장을 비롯해 LS전선, LS일렉트릭, LS MnM, LS엠트론 등 주요 계열사 최고구매책임자(CPO) 30여명과 씨앤에스에너지, 한국컴퓨터, 한미전선 등 협력사 대표 80여명이 참석했다. 명 부회장은 "지난 시간 LS그룹이 일궈온 견고한 성장세는 협력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실질적인 협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AI 기술 혁신은 위기이자 새로운 도전의 기회인 만큼 협력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 AI·글로벌 불확실성 대응 역량 높인다 이번 포럼은 협력사 경영진의 글로벌 경제와 AI·데이터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정세 및 경제 트렌드'를, 임장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리더의 데이터 문해력 및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협력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도 소개됐다. LS 계열사 CPO와 협력사 CEO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동반성장 계획과 협력 방향을 논의하고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공유했다. LS전선 협력사인 한미전선의 이승현 대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AI 전환 등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현안에 대해 경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며 "LS그룹 경영진과 현장의 고민을 나누며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 상생기금·펀드부터 스마트공장까지 지원 LS 주요 계열사는 안전과 기술, 금융 분야에서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S전선은 협력사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누적 2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8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통해 협력사 임직원 복지도 지원한다. 우수 협력사를 육성하는 '에이스(ACE)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LS MnM은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일부 납품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LS그룹은 협력사와 현장 소통을 확대하고 계열사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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