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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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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 19기’ 성료… 공학 아이디어로 온정 나눠

포스코(대표이사 이희근)의 대표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Beyond)' 19기가 3개월간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7년 창단한 비욘드는 대학생들이 직접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해 국내외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포스코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올해 19기 단원들은 여름방학 집중형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학교육 및 메이커 활동을 기반으로 한 나눔 활동을 전개했다. 5개 조로 구성된 단원들은 전자·회로, 물리·기계, 피지컬 AI 등을 주제로 직접 공학 체험 키트와 학습 콘텐츠를 기획·개발했다. 초음파 센서, 머신러닝, 기계 구조 등 다양한 기술 원리를 실생활 안전 및 과학 개념과 연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교육으로 완성했다. 단원들은 지난 7월 인천 송도 지역아동센터 아동 63명을 대상으로 첫 교육봉사를 진행해 공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다. 이어 8월에는 베트남 남부 푸미(Phu My) 지역을 찾아 초등학생 250명에게 공학 교육을 제공했다. 또한 벽화 그리기와 화단 조성 등 교육 환경 개선 활동을 펼치고, K-POP 댄스 및 전통 부채 만들기 등을 통해 현지 아이들과 양국 문화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베트남 봉사에는 포스코청암재단의 글로벌우수대학장학생인 현지 대학생 7명이 합류해 한국 단원들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비욘드 19기 김상학 단원은 “공학 원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고, 사람과 문화를 잇는 공학의 가치를 경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트남 현지 장학생 단원 역시 “포스코로부터 받은 지원을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고 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욘드를 통해 미래세대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문화 나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일 재계, 공급망·에너지 협력 강화…원유·LNG 서로 융통한다

한국과 일본 경제계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안정에 공동 대응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산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유·석유제품·액화천연가스(LNG)를 서로 융통하는 등 에너지안보 협력에도 힘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는 31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지역에서 열어가는 한일의 미래'를 주제로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형희 SK㈜ 부회장, 신승규 현대자동차 부사장, 최정호 대한항공 영업총괄부사장 등 한국 측 기업인 16명과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을 비롯한 일본 측 기업인 12명이 참석했다. 양국 경제계는 우선 정부 차원의 공급망 협력에 발맞춰 핵심광물 비축 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원유·석유제품·LNG를 상호 융통하는 등 에너지안보 강화에도 협력한다. AI와 반도체 등 미래산업도 주요 협력 분야로 제시됐다. 양국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첨단산업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표준 협력을 확대하고 그린수소 등 미래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협력 범위도 대기업과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역기업·중소기업·연구기관으로 넓힌다.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은 양국 지역 간 교류를 친선 차원을 넘어 기업의 시장 진출과 판로 개척, 기술협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주력산업 중심 교류와 기업 간 B2B 매칭, 청년 및 2세 경영인 네트워크 구축 등도 협력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정태 전주상의 회장은 모바일 주민증을 활용해 김포~하네다 노선의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구상과 스타트업 교류·투자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최 회장도 양국의 강점을 연결하는 '한일 경제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더 큰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주문했다. 이는 최 회장이 전날 센다이에서 제시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30일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에서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청년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제공동체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는 1985년 시작돼 양국 주요 지역상의와 기업인들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정례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 제16회 회장단 회의는 인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한일 경제공동체 만들어야”…산업·에너지선 먼저 움직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산업 협력을 넘어 양국 청년들이 국경을 오가며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연결하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아직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와는 거리가 멀지만 최 회장의 구상과 별개로 산업·에너지 분야에서는 한일 간 기능적 연계가 이미 시작됐다.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정부 간 협력체계가 만들어졌고 LNG에 이어 원유·석유제품까지 스와프가 추진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시장과 노동력이 동시에 줄어드는 만큼 양국 경제를 연결해 시장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특히 “두 나라가 힘을 합해 청년들이 두 나라를 오가면서 일할 수 있게 만들면 더 좋은 일자리와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한 국가에서 쌓은 경력과 자격을 다른 국가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AI와 돌봄로봇 등을 공동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양국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최 회장이 한일 경제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시장을 합치고 AI·반도체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까지 경제공동체의 필요성으로 제시하며 구상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 LNG 넘어 원유까지…에너지 협력 구체화 최 회장의 구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분야는 에너지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원유·석유제품 스와프 및 상호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쪽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상대국이 물량을 융통하고 원유 조달·운송에서도 협력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최대 발전사업자인 JERA는 LNG 수급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이 물량 스와프 등을 통해 수급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민간 LNG 협력에서 시작해 불과 두 달 만에 원유·석유제품까지 정부 간 협력 대상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일 모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해관계도 비교적 명확하다. 중동 등 주요 공급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물량을 서로 융통하고 공동 대응하면 개별 국가가 감당해야 할 조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현재 협력은 LNG와 원유 등 에너지 안보에 집중돼 있다. 원전이나 전력망,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동개발 등 발전산업 자체를 연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 산업도 '공급망 공동대응' 체계 구축 산업 분야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3월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SCPA)'을 체결했다. 공급망 교란 징후가 발견되면 상대국에 통보하고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상대국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자제하고 핵심광물 공동 탐사·투자와 글로벌 시장 정보 공유도 추진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광물의 공급망을 개별 국가가 아닌 양국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간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SK와 일본 NTT의 반도체 기술 협력 논의,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과의 교류 등을 한일 경제협력의 사례로 직접 거론한 바 있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상호 보완할 여지가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 '경제공동체'까진 멀지만 기능적 연계는 진행 중 그렇다고 현재의 움직임을 EU식 경제공동체로 보기는 어렵다. EU는 상품·서비스·자본·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관세와 각종 규범까지 통합했다. 한일 사이에서는 이런 수준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서 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한일 간 진행되는 것은 전면적인 경제통합보다 이해관계가 맞는 분야부터 연결하는 '기능적 연계'에 가깝다. 공급망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LNG와 원유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서로 융통한다. AI·반도체에서는 기업 간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이번에 제안한 청년 취업과 경력·자격의 상호 활용까지 현실화한다면 협력 범위는 상품과 에너지를 넘어 인력 이동으로 넓어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이 당장 EU와 같은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공급망과 에너지처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분야별 협력이 실제 투자와 거래, 인력 이동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한일 경제협력의 수준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그룹, 남부지역 집중호우 피해 복구 성금 20억 원 전달

SK그룹이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거제·통영 등 남부 지역의 빠른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성금 20억 원을 기부했다. SK그룹은 2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성금 20억 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전달된 성금은 수해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 작업과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는 이재민들의 일상 복귀 지원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성금 기탁과 함께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수해 현장에 직접 찾아가 다각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자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하이세이프티(High Safety)' 사업의 일환으로 호우 피해가 집중된 거제 지역 등에 자원봉사자 키트 630개를 긴급 지원했다. 하이세이프티는 재난·재해 발생 시 이재민 구호를 위해 SK하이닉스가 매년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전용 지원 사업이다. 통신 계열사들의 현장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8년부터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이 마련된 거제 옥포초등학교와 옥포종합사회복지관 등 2곳에 스마트폰 무료 충전 부스 및 보조배터리를 설치해 통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타올, 물티슈 등 필수 생필품과 구호 물품도 함께 전달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18일부터 옥포초등학교 임시 주거시설에 와이파이(Wi-Fi)와 IPTV를 신속히 구축해 이재민들이 지내는 동안 소통과 정보 접근에 불편함이 없도록 통신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어려움을 겪고 계신 지역 주민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피해 지역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성금 전달 외에도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복구 지원 활동에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아 임단협 최종 타결…6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 마무리

기아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며 최종 타결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가 전날 실시한 잠정합의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만4710명 중 2만2479명(91%)이 참여했다. 임금협상안은 64.1%, 단체협약안은 63.1%의 찬성률로 각각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월 10만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00%+1270만원, 자사주 47주 지급 등이 담겼다. 올해 최대 생산·판매 목표를 달성하면 복지포인트 50만원도 지급한다. 이에 따라 기아는 2021년 이후 6년 연속 실제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오는 31일 광명 오토랜드에서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현대차도 같은 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현대차 안까지 가결되면 현대차그룹 완성차 양사의 올해 임금교섭이 모두 마무리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HD현대중공업 노조, 내달 2일부터 부분파업…15일 전 조합원 참여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다음 달 2일부터 단계적인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파업 전날 예정된 본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을지가 실제 작업 중단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9월 2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할 쟁의행위 일정을 확정했다. 노조는 우선 다음 달 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 등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이후 10일까지 산하 조직별로 돌아가며 순환파업을 진행하되 3일과 7일에는 정상 조업한다. 15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제 파업이 실행되면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이후 4년 연속 파업을 겪게 된다. 노조는 앞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체 조합원 812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5607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379명이 찬성했다.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66.18%,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5.93%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4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재적 조합원 과반이 쟁의행위에 찬성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 휴가비·축하금 등의 통상임금 산입과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7차례 교섭했지만 임금 인상과 성과배분 방식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선업 호황과 실적 개선을 보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노조와 업황 변동성 및 투자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노조가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에 반영하라고 요구하면서 향후 다른 조선사 교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첫날 파업은 간부와 대의원 중심이고 조선소는 컨베이어 방식의 완성차 공장과 생산구조가 달라 즉각적인 선박 건조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15일 부분파업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공정별 작업 지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노사는 다음 달부터 교섭 횟수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릴 예정이다. 파업 전날인 9월 1일 열리는 제18차 본교섭에서 회사가 구체적인 임금·성과급 제시안을 내놓을지가 첫 파업 실행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 리밸런싱, 매각에서 통합으로…부진 자회사 흡수

SK그룹이 연속으로 핵심 계열사의 자회사 합병을 결정하며 사업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하기로 한 데 이어,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를, SK에코플랜트는 SK에코엔지니어링을 각각 합병하기로 했다. 그동안 비주력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해 재무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업 연관성이 높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한 자회사를 본체에 흡수해 자금과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하는 단계로 넘어간 모습이다. 28일 업계에서는 외형 확대와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을 분리하던 과거 전략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쳐 정유·배터리 사업의 변동성을 LNG·발전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보완했다. 이후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연쇄 합병은 리밸런싱의 무게중심이 자산 매각에서 법인 통폐합과 사업 운영 효율화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 전기차 둔화 직격탄 맞은 SKIET…상장 6년 만에 소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SKIET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의 합병비율은 1대 0.1174540이며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SKIET는 상장 6년 만에 소멸하고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SK이노베이션 주식 0.117454주를 받게 된다. SK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출범한 뒤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을 성장동력으로 삼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북미시장 회복 지연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분리막 사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생산·판매 의사결정을 직접 관리할 방침이다. 조직과 기능 통폐합 등을 통해 연간 약 6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개선을 이루고 합병 후 2년 이내 EBITDA 흑자, 2029년 영업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전기차에 집중된 분리막 수요처를 SK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연계해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독립법인 상태에서는 차입금 상환과 추가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SKIET 소액주주에게 SK이노베이션 신주를 발행하면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의 지분이 일부 희석되는 점은 변수다. SKIET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3500억원을 넘으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다. ◇ 4년 연속 적자 SK어드밴스드…SK가스가 재무 부담 흡수 SK가스는 26일 프로판탈수소화(PDH) 사업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4일이다. SK가스가 실질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1대 0의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돼 기존 주주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다. SK가스가 해외에서 프로판을 조달해 공급하면 SK어드밴스드가 이를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구조다.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돼 있지만 원료 구매와 생산·판매, 자금조달은 서로 다른 법인에서 이뤄져 왔다. SK어드밴스드는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프로필렌 공급 과잉으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1400억원, 순손실은 약 2450억원에 달했고 올해 3월 말 부채비율도 400%를 넘어섰다. 합병 후에는 프로판 가격과 프로필렌 판매가격을 함께 고려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원료 조달부터 제품 판매까지 손익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SK가스의 AA급 신용도를 활용해 SK어드밴스드의 차입금을 차환하면 금융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외부 합작사 지분을 정리한 데 이어 법인까지 흡수하면서 향후 설비 전환이나 감산 등 구조조정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프로필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하면 자회사가 부담하던 화학사업 손실이 SK가스 본체의 별도 실적과 재무구조에 직접 반영된다. 안정적인 LPG·LNG·발전사업의 현금흐름으로 부진한 화학사업을 얼마나 정상화할 수 있는지가 합병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 5년 전 떼어낸 플랜트 다시 품는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도 27일 100%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2021년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사업을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다. 배터리와 바이오, 복합화력·열병합발전, 터미널 등 첨단·에너지 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배터리업계의 투자 축소와 계열사 발주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2월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를 약 3620억원에 매입해 SK에코엔지니어링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고, 한 달 뒤 5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반복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별도 법인을 유지할 실익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병으로 SK에코엔지니어링의 설계 역량과 SK에코플랜트의 시공·사업관리 역량이 하나의 법인에 모인다. 반도체 생산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초기 기획과 설계부터 조달·시공·준공까지 일괄 수행해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그룹 내 반도체·AI 인프라 투자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 자회사 부채 사라지는 것은 아냐…통합 이후 성과가 관건 세 합병은 모두 법인 수를 줄이고 중복 관리비용과 내부거래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별도로 운영하던 이사회와 회계·세무·인사·자금조달 조직을 통합하고 인력과 현금을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직접 배분할 수 있다. 다만 합병만으로 SK그룹 전체의 부채와 손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 실적과 차입금은 이미 모회사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에는 자회사의 사업 위험이 모회사 별도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된다. 이번 연쇄 합병의 성패는 단순한 계열사 수 감축보다 SKIET와 SK어드밴스드의 적자 축소,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AI 인프라 수주 확대 등 실제 사업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장사업을 분리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전략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중복 법인을 없애고 그룹의 자금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정부, 지역요금제 공개 전 기업과 ‘사전 협의’...삼성·SK·GS·한화·포스코 ‘독대’

정부가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하기에 앞서 삼성전자와 SK·GS·한화·포스코 등 주요 그룹 관계자들을 각각 비공개로 만나 제도 영향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본지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삼성전자, SK수펙스추구협의회, ㈜GS, 한화솔루션,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들과 그룹별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여러 그룹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아니며, 기후부가 각 그룹의 사업 구조에 따른 영향과 건의사항을 따로 청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기후부는 지난 26일 전문가 연구와 정부 내부 검토, 산업계·전문가 비공개 간담회 등을 거쳐 지역요금제 설계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적으로 접촉한 그룹 명단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룹사 전체에 제도 시행에 따른 충분한 이익을 약속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주요 그룹사의 비수도권 제조사업장의 전기요금을 낮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력시장 도매가격이 지역별로 달라질 경우 발전 분야 계열사들의 정산가격과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전력 소비와 발전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주요 그룹들은 간담회에서 제도 도입에 따른 그룹별 영향과 건의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비수도권 제조업 전기료 절감…“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대"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발전소와 송전망에서 가까운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낮춰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유도하려는 제도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처럼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은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와 투자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요금 인하는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비수도권 주요 제조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전력 다소비 업종의 원가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광양 등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한 철강업계와 여수·울산·대산 등 비수도권에 공장이 밀집한 석유화학업계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향후 호남 등에 들어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지방 투자에도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지역별 요금제와 함께 연료비조정요금 정상화, 계절·시간대별 요금체계 개선, 탄소 감축 투자에 대한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 전기를 사면서 생산하는 기업들…그룹 내 영향은 엇갈릴 듯 정부와 의견을 교환한 주요 그룹은 대규모 전력 소비자이면서 발전·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거나 자체 전원 확보를 추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국내 최대 전력 소비기업 중 하나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인 전력과 스팀 공급을 위해 LNG 열병합발전 등 자체·인근 전원 확보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 E&S 등을 통해 LNG발전과 집단에너지, 재생에너지 사업을 운영한다. GS그룹은 GS칼텍스 등 산업·에너지 소비 계열사와 GS EPS·GS E&R 등 발전 계열사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화학·소재·방산 제조업과 태양광·발전사업을, 포스코그룹은 포항·광양제철소와 LNG발전·구역전기·재생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영위한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제조사업장은 산업용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지역 발전사업은 도매가격 차등 방식에 따라 정산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영향은 권역 구분과 가격차, 송전망 이용요금, 발전소별 가동률 등에 따라 달라진다. 도매가격이 낮아지더라도 해당 지역 발전소의 급전량과 설비이용률이 높아지면 수익 감소분이 일부 보완될 수 있어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룹사들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도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기존 사업의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SMP 연동 사업과 향후 신규 사업은 가격체계에 따라 수익성과 금융조달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역시 지역별 발전가격과 송전망 이용요금이 확정돼야 입찰가격과 사업성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 ◇ 업계 “투자 계획 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 제공해야“ 정부는 송전거리와 지역별 전력자립도,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할 계획이다. 전국을 복수 권역으로 나누고 발전소가 많거나 수도권에서 먼 지역의 산업용 요금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역별 요금제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망 건설비와 전력손실을 줄이고, 발전소 인근 지역이 부담해 온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소매요금 인하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가 중요하다. 비수도권 기업이 한전에 내는 소매요금만 낮추고 발전사에 지급하는 정산금은 유지하면 차액은 한전이나 정부 재정이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비수도권 발전사의 도매가격도 함께 낮추면 발전사업의 수익성과 신규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장은 물론 발전소와 신규 사업자가 투자 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역 구분과 송전망 이용요금, 가격 산정 기준을 조기에 명확히 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부품사 부분파업에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차질…일부 라인 중단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현대모비스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의 부분파업으로 현대차 생산라인이 다시 차질을 빚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모트라스 노조는 이날 근무조별로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모트라스가 생산하는 자동차 모듈 공급이 줄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대부분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떨어졌고 일부 라인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트라스는 전자장치 등을 결합한 모듈을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한다. 완성차 공장이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을 채택하고 있어 모듈 공급이 끊기면 생산라인도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 노조는 또 다른 현대모비스 생산 자회사인 유니투스와의 공동교섭과 고정급 인상,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27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28일에도 부분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대엘리베이터 특집 ②] ‘메이드 인 코리아’는 왜 사라졌나…중국에 내준 에스컬레이터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대 중 한 대 이상이 설치된 지 15년을 넘겼지만 노후 설비를 제때 고치고 교체하기 위한 국내 제조기반은 이미 10여 년 전 사실상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중국산이다. 안전인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약 6600대 가운데 99%가 중국산으로 추정될 정도다. 완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스컬레이터 한 대에 들어가는 80~100개 안팎의 부품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안전인증 대상 6개 부품 가운데 국산 비율도 33.1%에 그쳤고 제품에 따라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 서울 지하철 1881대, 생산국별 현황도 별도 통계 없어 국내 최대 도시철도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에스컬레이터 현황에서도 현재 시장구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1881대의 제조사와 모델명, 생산국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공사는 호선과 역명, 승강기번호, 설치일 등의 설비 현황은 공개했지만 생산국에 대해서는 별도 취합·가공이 필요한 정보라며 정보부존재 결정을 내렸다. 제조사와 모델은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승강기번호를 개별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중국산 비중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설비의 생산국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시설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어느 국가에서 생산됐고 제조사별 공급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계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은 셈이다. 전국 시장을 보면 중국 의존도는 보다 뚜렷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2019년 이후 설치 제품의 사실상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추정됐다. ◇ 중국산 가격 공세…현대엘리베이터도 결국 생산기지 이전 처음부터 국내 에스컬레이터 제조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국내 승강기 업체들은 과거 국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생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생산능력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산 에스컬레이터 가격이 국산보다 30~40%가량 저렴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이 중요한 공공시장에서 국내 생산업체가 중국의 대규모 생산기지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대형 승강기 업체 가운데 마지막까지 에스컬레이터 생산기반을 유지했던 현대엘리베이터도 결국 국내 생산에서 손을 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에스컬레이터 국내 생산기반을 중국법인으로 이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과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도 이후 중국 생산체계를 활용하게 됐다. 회사는 현재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등의 설치와 유지보수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 에스컬레이터 완제품 생산기반은 사라졌다. 단순히 공장 하나가 없어진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생산물량이 사라지자 관련 부품업체와 숙련 기술인력까지 함께 줄어들면서 국내 공급망 전체가 약화됐다. ◇ 엘리베이터와 달랐던 공공시장…대기업 참여도 제약 에스컬레이터 산업이 쇠퇴한 배경에는 공공조달 구조도 있다. 지하철과 공공시설에서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발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도 엘리베이터와 묶인 사업에서는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수요 자체가 엘리베이터보다 작은 것도 약점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설치 장소의 층고와 길이, 경사도 등에 따라 제품 사양이 달라 대량 표준생산에도 한계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생산시설과 전문인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반면 세계 최대 승강기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는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도 중국 생산 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자체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선택이 됐다. 가격 경쟁에서 시작된 생산기지 이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싶어도 완제품부터 부품, 기술인력까지 공급망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완제품 99%에 부품 90% 이상…문제는 '중국산' 자체가 아니다 중국산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제품의 안전성과 직접 연결할 순 없다. 제조국만으로 에스컬레이터의 품질이나 고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설치연도와 이용량, 유지보수 상태, 부품 교체 주기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특정 국가 제품의 품질보다는 공급망이 한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치 후 20년을 넘긴 에스컬레이터는 당시 7975대에 달했다. 그러나 수입업체나 공단이 충분한 여유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필요한 부품을 즉시 공급하기 어려운 문제가 지적됐다. 승강기안전관리법상 승강기 또는 중요 부품의 제조·수입업자는 유지관리용 부품 제공 요청을 받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해진 기간 안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해외 부품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에서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의 복구에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현상 역시 이러한 공급망 문제와 무관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정보공개청구에서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과 부품 조달기간 등을 별도로 취합한 자료는 제공하지 않아 제조국과 복구기간의 상관관계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 10여년 만에 다시 '한국산' 추진 10여 년간 끊겼던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산기반을 다시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00%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는 국내 중소 승강기 업체들과 함께 2024년 9월 경남 거창에 합작법인 'K-에스컬레이터'를 출범시켰다. 2014년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산을 중단한 지 10년 만이다. 거창은 승강기안전기술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 전문기업들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승강기 산업 집적지다. K-에스컬레이터는 이곳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국내 중소기업들과 부품 공동개발과 국산화를 추진한다. 초기에는 공공입찰 시장과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MOD)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향후 해외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거창군의 투자지원 검토자료에 따르면, 사업 초기 계획은 58억6000만원을 투자해 연간 300대, 월 25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생산액은 21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가격 경쟁에서 밀려 국내 생산을 접었던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에는 직접 대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대신 자회사와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국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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