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면파업으로 최고조에 이른 산업계 노사 갈등이 이번 주 막판 교섭과 추가 파업의 갈림길에 섰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전면파업에 이어 24일 재교섭 후 결렬 시 25일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에서는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 2000여명이 반도체 부문과의 보상 격차에 반발해 거리로 나왔다. 포스코 노동조합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 9월 부분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자동차에서 전자·철강으로 노동 갈등이 확산하면서 주요 수출기업의 생산과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21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8시간 전면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노조가 정상 근무시간 전체에 걸쳐 파업한 것은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울산·전주·아산공장의 오전·오후 근무조가 모두 출근하지 않으면서 국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자동차업종 공동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노사는 지난달 8일 제15차 교섭 이후 41일 만인 이달 18일 제16차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도 핵심 쟁점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를 조합원에게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미국 관세와 미래차 투자 부담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은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살펴야 하고 해고자 복직은 법원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10년 만의 전면파업 사흘 만인 24일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는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17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교섭 재개에 따라 이날 예정했던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유보했다. 다만 파업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조는 25일에도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실행 여부는 이날 교섭 결과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다. 임금·성과급과 상여금 50% 인상, 정년 연장, 해고 조합원 복직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견해차도 여전히 크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누적 파업시간은 조합원 기준 60시간, 오전·오후 근무조를 합산한 생산라인 가동 중단시간은 120시간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누적 생산 차질이 5만대를 넘어섰고 매출 차질도 2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이는 시간당 생산량과 차량 평균 판매가격 등을 적용한 업계 계산으로 회사가 확정한 손실액은 아니다. 24일 교섭에서 회사가 진전된 제시안을 내놓지 못하면 25일 부분파업과 추가 쟁의 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완성차 생산 중단은 부품업계에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완성차 조립공장과 수천개 협력업체가 정해진 생산계획에 따라 연결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하면 납품 물량과 근무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반기 신차 생산과 수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에서는 DS(디바이스솔루션)와 DX 부문 간 성과보상 격차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DX 직원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21일 서울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보상체계 개편과 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여했다. 회사 측은 1800명, 노조 측은 4500명이 모인 것으로 각각 집계했다. 참석자들은 서초사옥 인근을 행진하며 DX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인력 감축 우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촉구했다. 동행노조는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는 공통 성과재원 조성, 기본급 인상률의 전사 동일 적용을 요구했다. DX 호황기에 벌어들인 자금이 반도체 투자 등 전사 경쟁력 강화에 활용된 만큼 반도체 호황기의 성과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평균 임금 6.2% 인상과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임금협약을 확정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에 영업이익과 연동한 특별성과급이 도입되면서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보상 격차가 지나치다는 반발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 재원을 관리해왔으며 특정 부문의 이익을 다른 부문의 보상에 사용하는 것은 기존 성과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X 부문의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행노조는 경영진이 구체적인 보상·고용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추가 집회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교섭대표노조가 DX 조합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는 절차도 검토하고 있다. DS 직원이 중심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금교섭에서 동행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동행노조에는 DX 요구를 별도로 관철하려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 부문 간 보상 문제를 넘어 노조 간 갈등과 DS·DX 분리교섭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동행노조의 집회는 생산이나 업무를 집단적으로 중단하는 파업과는 구분된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연차와 회사 휴무제도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집회에 따른 공식적인 생산·업무 차질도 확인되지 않았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의 갈림길에 섰다. 포스코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포스코노조는 앞서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투표 조합원의 92.2%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중노위 조정이 중지된 뒤에는 조합원들에게 쟁의대책위원회 지침을 내리고 9월 부분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파업 날짜와 참여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노사 모두 추가 교섭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철강 시황 악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고로를 24시간 가동하는 철강업 특성상 실제 파업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파업 방식과 참여 범위에 따라 자동차·조선·건설 등 철강 수요 산업에도 관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계도 쟁의 수순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며 25일부터 2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 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노조연대도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상 요구가 자동차·철강·조선 등으로 확산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납품과 기업의 투자 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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