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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산업부
  • jjs@ekn.kr
케이엔알시스템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 중인 산업용 '슈퍼휴머노이드'가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디자인 콘셉트 부문 본상(Winner)을 수상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7일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의 설계 디자인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부문 본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1955년 독일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디자인 시상식으로,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콘셉트 등 3개 부문에서 혁신성과 디자인 완성도를 평가한다. 이 가운데 디자인 콘셉트 부문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과 프로토타입을 대상으로 혁신성은 물론 기술 실현 가능성과 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번 수상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슈퍼휴머노이드가 완성품이 아닌 '설계 비전' 자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규어AI, 유니트리 등 20~100kg급 범용 인간형 로봇 개발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엔알시스템은 최대 600k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산업용 초고하중 이족보행 로봇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는 제철소 용광로 인근 고온 작업장, 붕괴 위험이 있는 터널, 방사선에 노출되는 원전 해체 현장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를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일반 휴머노이드와 달리 사람이 할 수 없는 고위험·고중량 작업을 수행하는 '슈퍼휴머노이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디자인 역시 산업 현장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작업자가 멀리서도 로봇의 위치와 움직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높은 시인성을 확보했으며, 낙하물과 분진,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한 외장 구조를 적용했다. 또한 대형 로봇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안정감 있는 비례와 균형감을 고려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현재 슈퍼휴머노이드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핵심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와 로봇 손, 손가락 제작을 완료해 시험을 앞두고 있으며, 하체는 설계 작업을 마치고 제작 단계에 들어갔다. 회사는 올해 말 시제품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은 향후 싱가포르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전시와 연감(Yearbook) 수록, 온라인 전시 등을 통해 세계 디자인·산업계에 소개될 예정으로, 해외 기업과의 기술 협력과 수출 협상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슈퍼휴머노이드는 단순히 사람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위험하고 가혹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산업용 로봇"이라며 "중공업과 건설, 에너지, 재난 구조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현장에서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을 개발해 산업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를 개발했으며, 올해 초에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해체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 에너지 전문가 영입 본격화...반도체 전력공급 직접해결 추진

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발전업계 인사와 한국전력 전력망 분야 고위급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사업과 전력망 역량을 그룹 내부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산업부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한 뒤 민간 발전업계로 자리를 옮긴 인사를 영입한 데 이어, 한전 전력망 분야를 담당했던 고위급 인사도 전력 관련 조직에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평택캠퍼스 LNG 열병합 발전 추진과 맞물려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발전사업과 전력망 운영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확보해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1기가와트(GW)급 LNG 열병합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당초 민간 발전사업자를 활용하는 방안에서 자가발전 방식으로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시기에 맞춰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은 향후 5년 내에 평택캠퍼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물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반도체 공장 건설과 함께 이를 가동할 전력공급 과제도 떠안게 됐다. 규모와 속도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기존처럼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에만 맡기기보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만큼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발전사업과 전력망을 잘 아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결국 기업 내부의 에너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발전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수행해왔으며, 강릉에코파워 등 민간 발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태양광과 ESS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험도 축적해왔다. 다만 그동안은 그룹 차원의 투자와 건설사업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움직임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삼성 역시 기존의 '전력 구매' 중심에서 '전력 조달'까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움직임과도 닮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아마존 등은 원전과 LNG,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 시대에는 GPU보다 전기가 더 귀한 자원이 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전력 전략도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발전과 송전 분야 전문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전사업은 발전회사, 송전은 한전의 영역이었다면 앞으로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들도 전력 전문가를 직접 확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시대에는 전력 확보 능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재명-삼성 ‘메가 프로젝트’ 훈풍…반도체 당면 과제 평택 전력공급도 ‘청신호’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기조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1기가와트(G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남·충청·영남권을 아우르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이 10년 이상을 내다본 국가 프로젝트라면, 평택캠퍼스 전력 공급은 현재 진행 중인 AI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좌우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AI와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재차 강조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LNG 열병합 발전 사업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의 발전사업 지원 요청에 공개적으로 화답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평택캠퍼스는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뿐 아니라, 향후 평택캠퍼스4공장(P4)과 5공장(P5) 등 추가 투자와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AI 메모리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적기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생산 일정은 물론 향후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8년 1GW급 발전소에서 전력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은 최근 국민보고회에서 “원전 확대 및 PPA(전력구매계약)를 적극 추진하고, 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공개 요청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확인사살 하셨다"며 “정치쇼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반도체 공장의 자체 발전 설비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평택 LNG 열병합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평택 LNG 열병합 사업은 그동안 순탄치 않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 기조와 전력수급기본계획상 LNG 발전 물량 관리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일정에 맞춰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인허가 지연이 가장 큰 변수로 꼽혀왔다. 이번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정부의 인허가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산업 지원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내각 구성 과정에서도 AI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평택 LNG 열병합 사업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평택 LNG 열병합이 단순한 발전사업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력과 공정용 스팀을 동시에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고,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과 계통 제약으로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는 LNG 열병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사업은 삼성전자 한 기업의 발전소 건설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이 처음으로 충돌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 열병합 발전을 적극 허용할 경우 향후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자가발전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호남·충청·영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장기 전략이라면 평택 전력 공급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의 반도체 지원 의지가 실제 정책이라면 가장 시급한 평택 LNG 열병합 사업부터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택 LNG 열병합 발전은 1GW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당초 민간 발전사업자를 선정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발전 형태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발전 방식은 전력 판매사업이 아닌 자체 전력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업 구조가 단순해지고 일부 인허가 절차와 사업 추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시기에 맞춰 전력을 적기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AI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평택 LNG 열병합 발전이 자가발전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향후 첨단 제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모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美 500조에 국내 4755조까지…재계 투자 약속 현실성은

삼성과 SK가 국내 AI·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재계의 투자 여력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구상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향후 투자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 재계가 밝힌 투자 규모는 상당하다. 삼성과 SK는 향후 10년간 반도체와 AI, 로봇 등 차세대 첨단산업에 총 47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400조원, 합계 800조원을 투자해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미 투자도 변수다. 한미 양국이 체결한 35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는 원화로 490조원(환율 1400원 기준) 수준이다. 다만 구조를 뜯어보면 성격이 다르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사업 진척도에 따라 연간 최대 200억 달러(28조원) 한도 내에서 납입되며,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아닌 외환 자산 운용 수익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FDI)와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조선협력투자로 구성된다. 대미 투자 전액이 기업의 설비투자 부담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협력투자 등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은 국내 투자와 별도로 얹어지는 셈이다. 국내 4755조원 투자 계획은 10년 분산 기준 연평균 475조5000억원이다. 투자 기간을 5년으로 압축한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부담은 951조원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기업들의 현금창출력이다. 2025년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도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에만 20조7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단순 합산해도 90조원 안팎이다. 투자 주체가 삼성SDI, 삼성물산,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 전반이지만, 그룹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두 회사가 차지하는 만큼 그룹 단위로 넓혀 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투자 계획만 연평균 475조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영업이익만으로 투자 계획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배당, 연구개발, 인건비, 차입금 상환, 운전자본에 쓰지 않고 모두 설비투자에 투입할 수는 없다"며 “수천조원대 투자 계획은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이행하기 어렵고 금융조달과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그룹의 상황도 부담이 없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성장을 이어갔지만 미국 관세와 인센티브 부담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황 둔화 여파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철강 시황 부진과 중국 공급과잉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투자 발표와 실제 집행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초대형 투자 계획은 국가 산업전략과 기업의 미래 성장 방향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업황과 자금시장, 환율, 인프라 여건에 따라 속도와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다.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투자 재원 마련에 유리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환율도 주요 변수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달러 기준으로 집행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부담은 확대된다. 환율이 1400원일 경우 3500억 달러는 490조원이지만, 1500원으로 오르면 525조원으로 늘어난다. 정부 지원 방식도 쟁점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실제 집행하려면 세액공제와 보조금, 정책금융, 산업단지 인허가, 전력·용수 공급, 송전망 확충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 규모가 커질 경우 정책금융 확대나 국채 발행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호남 지역은 송전선만 연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기저전원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려면 전력 수급 대책부터 현실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려면 전력 수급 대책부터 현실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은 장기 비전 성격이 강한 만큼 단기간에 전액 집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와 정부 지원,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삼성, 2·3차 협력사까지 상생 확대…“AI시대 공급망 경쟁력 강화”

SK와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공급망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시대 재계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공급망 상생'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SK그룹은 2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정거래 협약 및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행사에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SK SUPEX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으며,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과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협력사 지원 범위를 기존 1차 협력사 중심에서 2·3차 협력사까지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SK는 기존에도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급망 전반으로 상생경영을 더욱 확산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최창원 SK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은 "오늘 협약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 협력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상생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대금 지급 조건 개선과 연구개발(R&D), 기술개발 지원 등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경쟁력은 협력사의 성장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도 협력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동반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글로벌 경쟁의 패러다임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기업과 협력사의 상생 협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생은 더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공정위도 상생 문화가 시장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최근 삼성그룹이 발표한 대규모 상생 프로그램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1·2·3차 협력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12개 계열사가 참여했으며 약 670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과 기술, 교육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3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및 ESG 펀드를 활용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지원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SK가 잇따라 상생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산업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미래차, 로봇 등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ESG 경영 요구가 강화되면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생경영이 공정거래 문화 조성과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대기업 혼자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함께 경쟁하는 구조인 만큼 상생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대기업과 협력사의 자율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하고 기술개발과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SK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LG, 포스코, HD현대 등 주요 그룹들도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사 지원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 제조업 경쟁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룹 전반에서 협력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이재명 정부 ‘재계 규제개혁’ 신호탄 될까

정부가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투자 규모보다 그 이후 정부가 내놓을 후속 정책에 쏠리고 있다. 대규모 민간 투자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 인허가 단축, 산업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프로젝트가 이재명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규제개혁 기조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수나 전력, 인력 등 여러 우려에도 정부와 함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배경에는 전기요금 인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AI 반도체 산업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전반에서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한 만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AI 시대에는 투자 규모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 스마트팩토리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를 필요로 한다. 최근 호남 AI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핵심 쟁점은 단순한 입지가 아니라 전력과 송전망, 용수 등 산업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느냐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세제 지원이 기업 투자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전력과 용수, 인허가 속도가 기업 입지를 결정하는 시대"라며 “AI 경쟁은 결국 산업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투자환경 개선에 나설 경우 다른 산업계에서도 규제개혁 요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실증 확대와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미래차 관련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이 향후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는 AI 조선소 구축과 친환경 선박, 미래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인증 절차와 해상풍력 관련 인허가, 해외 기자재 인증 등 각종 규제 개선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포스코그룹은 AI 기반 철강 생산체계 구축과 수소환원제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송전망 확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등이 주요 경영 변수로 꼽힌다. 특히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과 직접전력거래(PPA)허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전망이다. LS그룹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변압기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 사업 확대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이 늘어날수록 전력 인프라 투자가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방산과 우주산업, 태양광 등 미래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인허가와 투자환경 개선 여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재편 규제 완화와 친환경 설비 투자 지원 등이 뒤따라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단순한 투자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AI 산업은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정부의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산업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전력망과 용수, 산업단지 조성, 환경·입지 인허가, 세제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호남 AI 반도체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정부가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만큼 후속 규제개혁과 투자환경 개선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AI 시대에는 세제 혜택은 물론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인허가 속도가 더 중요한 투자 결정 요인이 되고 있다"며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을 별도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케이엔알시스템, 반도체 장비 시장 첫 진출…앰코코리아에 자동화 로봇 공급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반도체 장비 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 사업 확대에 나섰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일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OSAT)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앰코코리아)와 반도체 이송 자동화 로봇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앰코코리아는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전문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 법인이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웨이퍼 제조 이후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공급되는 반도체 이송 자동화 로봇은 기존에 없던 특수 규격 반도체 칩의 최종 검사 공정에 최적화된 자동화 솔루션이다. 양산된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이송해 테스트 장비에 투입하고, 검사가 끝난 칩을 양품과 불량품으로 자동 분류·적재하는 핵심 설비다. 해당 장비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HBM 칩 레벨 테스트'와 패키징을 마친 최종 반도체 제품을 검사하는 '패키지 파이널 테스트' 공정에 적용된다. 특히 HBM 칩 레벨 테스트는 여러 층으로 적층된 메모리와 로직 다이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공정으로, 미세한 위치 오차도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도체 칩을 테스트 장비에 정확하게 이송하는 고정밀 로봇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특수 규격 반도체 칩 이송은 대부분 작업자의 수작업에 의존해 왔으며, 자동화를 위해 직교형 로봇을 적용할 경우 설비 구조가 복잡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축 다관절 로봇을 적용했다. 자유도가 높은 다관절 로봇을 활용해 반도체 설비의 핵심인 디바이스 교체 과정을 단순화하고 공정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유지보수 비용과 장비 운용 교육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이번 계약은 반도체 장비 시장 진출의 시작"이라며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반으로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의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을 상용화한 바 있다. 또한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높인 다목적 유압 로봇팔과 소형 서보밸브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동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초에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해체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는 오는 연말 최대 600㎏의 가반하중을 갖춘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호남 반도체’가 불러온 역대급 전력 청구서…12차 전기본 전면 수정 불가피[이슈+]

정부가 대규모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추가 조성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하반기 초안 공개를 앞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향후 전력정책의 우선순위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발표에 따르면 호남권에 구축하는 메모리 팹 4기 공장의 전력 수요 규모는 6.3GW이며, 2035년까지 울산, 동해, 세종 등 전국 권역별로 구축되는 AI 데이터센터의 총 규모는 18.4GW이다. 두 프로젝트의 전력 수요 규모만 24.7GW이다. 1.4GW급 원전 18기가 필요한 수준이다. 엄청난 전력 수요가 신규로 발생함에 따라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체적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12차 전기본(2026~2040년)의 최대 전력수요 잠정치는 2040년 131.8~138.2GW였다. 여기에는 이번 메가 프로젝트에 따른 전력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보다 거의 25GW를 추가하면 최대 수요는 163GW가 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신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특정 발전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전(SMR), LNG 복합발전, 수소연료전지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전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12차 전기본에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는 물론 신규 원전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전기본 수립에 참여한 바 있는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30일 “최근 에너지 정책 논쟁의 중심은 원전의 필요성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AI·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미래 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갖추고 탄소중립까지 대응하기 위해서는 12차 전기본에도 추가적인 원전 반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NG 발전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40년 석탄발전 폐지와 함께 LNG 발전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청정수소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원구성을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LNG 발전과 LNG 개질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역시 장기적으로는 축소 대상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잇따르면서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이 상업운전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LNG 복합발전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는 계통과 입지, 출력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신규 원전과 SMR도 단기간에 공급이 어렵다"며 “반도체 공장이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당분간은 LNG 발전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더라도 과도기 전원으로서 LNG의 역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 수립을 총괄하고 있는 문양택 기후부 국장도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LNG발전이 불가피함을 언급한 바 있다. 향후 12차 전기본 또한 전력 믹스가 특정 전원 중심으로 단순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전원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시 그는 “10차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LNG 발전 허가는 사실상 한 건도 없었다"며 “정부는 신규 LNG 건설을 사실상 막아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대에 특정 전원 하나만으로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태양광·풍력과 ESS, LNG에 탄소포집(CCS)을 결합한 방식,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전원을 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LNG 없이 전력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쉽지 않다"며 “지금 LNG를 당장 없애자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실상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기후부가 너무 기후 보존에 신경 쓰느라 (전력 공급에) 약간 비협조적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기저전력 확보 문제에서 너무 교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반도체 공장은 전기가 없으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12차 전기본은 국가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 공급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전부터 송전망까지… 美 에너지 시장, 한국 기업에 ‘문 열렸다’

“미국 에너지 시장에 한국 기업들에게 역대급 기회가 열렸습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 포럼 2026'에서는 원전과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서 한미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한국 에너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이번 포럼은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기획했으며,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미래포럼이 후원했다. 행사에는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을 비롯해 한미 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 106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전과 한수원, 발전5사,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LS전선, LG에너지솔루션, 삼성중공업 등 22개 기업이 참여했고, 미국에서는 에너지부(DOE), JP모건, 엑손모빌, GE 베르노바, 넥스트에라, CAISO, EPRI 등 에너지·금융 분야 주요 기관과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크게 △에너지 투자 △송전망·ESS △석유·가스 및 가스발전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는 특히 미국 에너지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많은 참여를 요청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미국 에너지부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동맹국인 한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JP모건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에너지 프로젝트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한화에너지는 미국 내 에너지 투자 확대 계획을 소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송전망과 ESS 시장이 핵심 협력 분야로 부상했다. 미국 에너지부와 캘리포니아 전력계통운영기관(CAISO)은 미국 전역에서 송전망과 ESS 투자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한전은 국내 765kV 초고압 송전망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의지를 밝혔고,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LS전선, LG에너지솔루션은 변압기와 전력기기,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미국 사업 확대 계획을 공유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AI 시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LNG와 가스발전의 역할이 집중 논의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이 미국산 LNG의 최대 고객인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LNG 공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엑손모빌과 GE 베르노바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으며, 한화에너지와 남부발전, 중부발전은 미국 가스발전 및 ESS 사업 확대 계획을 소개했다. 삼성중공업도 FLNG 사업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미국이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에 대응해 원전과 송전망, ESS, LNG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는 시점에 개최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AP1000 원전 공급망 재건을 위해 175억달러 규모 금융 지원에 나서는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김희집 대표는 “미국 시장에는 지금 한국 에너지 기업들에게 역대급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대미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사업 기회와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과 원전, ESS, LNG 등 미국이 앞으로 집중 투자할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미국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미 기업 간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됐다"며 “행사 이후에도 여러 기업들이 공동 투자와 사업 기회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탄·LNG는 ‘비상전원’ 생존하는데… 연료전지는 ‘시한부’ 위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소연료전지 업계가 발전원 가운데 가장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탄과 LNG 발전은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성 측면에서 일정 역할을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연료전지는 정책 지원 축소와 시장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탄발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완전한 퇴출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다고 본다. 동서울변전소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대규모 송전망이 계획대로 구축될 경우 계통 운영 여건이 개선될 수 있고,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확대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특히 강원 지역 신규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발전단가 경쟁력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비상시 전력수급을 위한 예비전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LNG 발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는 당분간 필수 전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규모 첨단산업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가스발전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남부지역에서는 태양광 출력이 많은 시간대에 LNG 발전기 가동이 제한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면서 지역별 격차도 커지고 있다. 반면 연료전지는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는 발전 효율 향상과 경제성 개선이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일반수소발전시장(CHPS) 규모마저 축소되면서 신규 투자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 일반수소발전 입찰 규모를 지난번 1300GWh보다 약 28% 감소한 930GWh로 공고했다. 특히 정부가 청정수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재편하면서 LNG 개질수소와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산업은 상대적으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수소 정책을 재설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료전지 업계에서는 일반수소 시장의 최소 규모 유지와 단계적 산업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최소한의 내수시장이 유지되지 않으면 국내 공급망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료전지 산업은 발전사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시공·유지보수 기업까지 연관 산업이 폭넓게 형성돼 있는 만큼 시장 축소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산업이 전환할 시간도 없이 시장부터 사라지면 기술과 인력도 함께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최소한의 시장을 유지하면서 청정수소 시대로 연착륙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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