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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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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사 통합부터 12차 전기본까지…기후부, 미뤄둔 에너지 정책 잇달아 푼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주요 에너지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하반기 강한 에너지 정책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15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번 주 발전공기업 통합 용역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청정수소발전시장(CHPS)과 LNG 용량시장 재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굵직한 현안들도 연이어 추진하면서 정체됐던 에너지 정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발전 5사 체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으며, 이번 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통합발전사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본사 입지와 조직 개편 범위를 둘러싼 지역 갈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돌연 취소됐던 수소발전 입찰시장도 재개 수순에 들어갔다. 기후부는 최근 행정예고를 통해 올해 일반수소발전시장 930GWh, 청정수소발전시장 500GWh 규모의 입찰시장 개설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청정수소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수소혼소 사업을 준비하던 업계는 여전히 향후 세부 공고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단됐던 LNG 용량시장 역시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LNG 용량시장은 LNG를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나 집단에너지 시설을 선정할 때, 공급 상한을 정하고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 전력 시장 제도이다. 특히 노후 LNG 발전소 대체 및 신규 투자와 직결되는 제도인 만큼 발전업계의 관심이 크다. 다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LNG 발전 감축 기조를 감안할 때 과거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12차 전기본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등 변화한 대내외 환경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핵심 관심사다. AI 반도체 산업 호황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수요 전망 자체가 기존 계획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정부가 추진 중인 2040년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12차 전기본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탄소중립 목표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도 함께 고려할 것을 주문한 점이 계획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여기에 최근 AI 전문가 출신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정부 전반의 정책 무게추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전력 인프라 확충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향후 개각 과정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새로운 국정 방향에 보조를 맞추거나, 필요할 경우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안보 등 산업 경쟁력 이슈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이 이런 변화된 환경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향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이 확정되면 후속 계획들도 본격 추진된다. 장기 송·변전설비계획과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수립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기본이 향후 발전원별 설비 규모와 전력수요 전망을 결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만큼, 후속 송전망과 가스 인프라 투자 방향도 이에 맞춰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개월이 향후 10~15년 국내 에너지정책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 통합, 수소시장, LNG 시장, 전기본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동 전쟁과 AI 전력수요 증가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내 에너지산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격 신호 정상화, 전력감독원 신설 필요”…전력시장 개편 한목소리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에너지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자원경제학회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와 전력시장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력시장 제도개편 방향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날 개회사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우리 전력시장은 아직 그 변화에 걸맞은 시장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분산 전원이 대거 계통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시장제도와 규제체계, 전력망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이 과정은 결국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시장 활성화를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학회장은 이어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가상발전소(VPP), 양수발전 등 새로운 유연성 자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와 사업환경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에너지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장제도를 발굴하고 사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세미나가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조발표에 나선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현행 비용평가발전시장(CBP)이 발전량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 전력시장은 생산·소비·거래를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서비스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에 따라 기존의 단순 발전량 중심 보상 체계만으로는 계통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가격입찰제 도입 등을 포함한 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력시장 감시와 규제 기능을 담당할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제기하며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에도 힘을 실었다. 정구형 전기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가격, 거버넌스, 계통, 기술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신산업이 성장하려면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력시장이 시간·지역·유연성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 체계를 갖추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계통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철 전력거래소 팀장은 전력시장 운영 현황과 신사업 활성화 장애요인을 설명하며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 확대, 분산자원 참여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에너지신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분산화와 양방향성"이라며 과거 중앙집중형 전력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 사용자는 더 이상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을 생산·저장·거래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분산에너지 확대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에너지신사업이라는 용어가 정부 정책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에너지신산업 창출방안'부터"라며 수요관리(DR), 태양광 대여사업, ESS,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서 시작된 신사업이 최근 분산에너지특별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신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시장이 제공하는 가격 신호가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며 “시간·지역·유연성 가치가 시장 가격에 반영돼야 사업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실시간시장, 보조서비스시장, 분산자원 통합시장 등 새로운 시장제도 확대 필요성을 소개하며 “에너지신사업은 단순한 보조정책이 아니라 향후 전력계통 안정성과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가격 신호 정상화와 정책 일관성이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허윤지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시장에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자원 배분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제도가 완전하지 않은 과도기일수록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정책 변화가 반복되면 특정 산업뿐 아니라 신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가격 신호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소비자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신산업이 시장에 진입한 이후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신호와 함께 요금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도 중요한 가치인 만큼 두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규제기관의 독립성은 인사의 독립성, 예산 자율성, 규제 권한의 독립성에서 나온다"며 “향후 전력감독원 논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성관 교수는 “전력감독원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무원식 순환보직이 아닌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인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석 인코어드 부사장도 “에너지신산업은 정권 변화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흔들려 왔다"며 “전력감독원이 만들어진다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장기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자들은 시장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성오 그린에너지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력시장과 금융시장은 다양한 제도 변화에 적응해 왔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 수준으로 확대되는 시대에는 기존 CBP 체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유연성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며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사업자들이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철 전력거래소 팀장은 “전력시장 제도 개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전기요금이 오르느냐', '한전이 동의하느냐'는 것"이라며 “시장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지만 이해관계자 조정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과 전기요금 인센티브 문제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남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성관 교수는 “송전망 건설 회피 편익과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을 활용해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가격 기능 정상화, 정책의 일관성 확보,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누구나 에너지전환의 아름다운 결과를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환 과정에서 어떤 제도와 시장을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격 신호 정상화 논의가 10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실제 제도화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전공기업 통합 돌입…새 본사 입지 ‘나주·내포·부산’ 물망

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벌써부터 본사를 어디로 둘 것인가를 두고 지자체 간의 유치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국회에서 발전 5사 통합에 관한 발전공사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내년 발전사 사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실질적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력 통합발전사 본사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전남 나주와 충남 내포신도시, 부산 북항 등이다. 우선 전남 나주가 거론되는 이유는 한전 본사를 비롯해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 등 전력 유관 기관들이 이미 대거 집적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력 전문 연구 인프라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과 수많은 협력 기업들까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통합발전사 본사가 위치할 경우 에너지 정책 집행과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업무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력산업 관련 핵심 기관이 지나치게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전남권 대학 졸업생들은 지역인재 채용 제도를 통해 한전과 전력공기업에 다수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통합발전사 본사까지 나주에 자리 잡을 경우 전력산업 전반의 인력 공급 구조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통합발전사 본사 입지는 단순한 효율성 논리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더 중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거론되는 곳이 충남 내포신도시이다. 충남은 한국서부발전(태안)과 한국중부발전(보령) 본사가 위치해 있어 발전사가 통합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노조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 국가균형발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 통합발전사 본사를 충청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역시 유력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부산지역에서는 한국남부발전이 위치한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발전사 본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항을 에너지·해양·금융 복합거점으로 육성하려는 부산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부산과 울산, 경남권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는 물론 석탄화력, LNG발전소가 상당수 위치해 있는 점도 고려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결국 통합발전사 본사 입지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산업의 미래 거점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충돌하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발전사 출범이 현실화되면 본사 입지를 둘러싼 경쟁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업무 효율성과 산업 생태계, 지역균형발전, 기존 직원들의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근무지 변경 문제와 노조 동의 절차도 중요한 변수"라며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입지를 결정할 경우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韓 LNG선 호르무즈 극적 통과했지만…다시 ‘전면전 위기’에 남은 24척 발동동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이 2척째 해협을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군사 갈등은 다시 깊어지고 있어 해협이 완전 개방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11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대기 중이던 한국 선박 1척이 해협을 빠져나와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한국인 선원 8명이 승선해 있다. 현재 안전하게 항해 중이며 목적지는 한국이 아닌 제3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선박의 통항은 외국계 용선주가 이란 측과 협의를 진행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 운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원과 선사 보호를 위해 선명과 용선주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LNG 운반선의 통과는 HMM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지 약 20일 만에 이뤄졌다.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유니버설 위너호는 지난 10일 울산항에 입항했으며,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직접 이란 측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내에 남아 있는 한국 관련 선박은 24척으로 줄었다. 현재 해협 인근에 체류 중인 한국인 선원은 외국 선박 승선자를 포함해 총 139명이다. 정부는 남아 있는 선박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이란 및 유관국들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 측에 우리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조속하고 안전한 항행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 개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력 충돌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대이란 공습이 현지시간으로 10일까지 이틀째 진행된 가운데, 폭스뉴스의 트레이 잉스트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 전투기들이 이날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해 토마호크 미사일 49기를 발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군의 공격으로 미군 헬기가 격추 당해 미군이 가까스로 조종사들을 구출한 바 있다. 미군은 즉각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바레인의 미5함대 기지 등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전사 통합 앞두고 ‘남동발전 사장 공모’…숨은 행간은?[이슈분석]

한국남동발전이 차기 사장 공모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발전 5개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올해 국회에서 이른바 '발전공사법' 제정을 마무리한 뒤 내년 발전사 사장들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통합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에 선임되는 남동발전 사장이 초대 통합발전사 사장을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최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강기윤 전 사장이 지난 6·3 지방선거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 정부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 5사(서부·남부·동서·중부·남동)의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별 중복 기능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발전 5사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한전의 발전부문 분할로 인해) 사장만 5명 생긴 것"이라며 “경쟁을 시키니까 인건비를 줄이려고 해서 산업재해가 많이 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후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실질적인 통합 검토에 나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전 5사 노동조합과 발전 5사 통합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의견을 나눴다"며 “여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이달 중에 용역 중간보고 형식으로 통합 방안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도 정혜경 의원(정의당)이 대표발의한 '한국발전공사법안'이 올라와 있다. 발전 5사를 통합해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노동자의 고용 승계 및 전환 보장, 대규모 공적 투자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정부가 한전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해 발전공사법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발전 5사 통합 논의가 구체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임기 3년의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통합 논의가 없었다면 통상적인 후임 사장 선임 절차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가 발전사 통합을 공식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선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발전 5사 가운데 남동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사 사장들은 대부분 내년 9월말이나 10월초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당장 모든 발전사 경영진을 교체하기보다는 법·제도 정비를 먼저 추진한 뒤 기존 사장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전사 통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자산과 부채, 인력, 노사관계, 발전 포트폴리오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남동발전 사장 공모를 단순한 후임 사장 선임이 아니라 향후 통합 발전공기업을 이끌 수장을 뽑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통합이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초 이뤄질 경우, 이번에 선임되는 남동발전 사장은 임기 초반부터 통합 준비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이후 통합 법인 출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초대 사장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21년 9월에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통합돼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재출범했다. 이 때 초대 사장으로 황규연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황 사장은 불과 6개월 전인 3월에 광물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당시에도 통합법인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임명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이 현실화되면 발전사 경영 경험뿐 아니라 조직 통합과 노사 관리, 정부·국회와의 협력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번 남동발전 사장 공모는 단순히 발전사 한 곳의 최고경영자를 뽑는 것을 넘어 미래 통합발전사 수장을 선발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전공기업 통합은 아직 정부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회 입법 과정도 남아 있어 향후 정치권 논의와 노조 반응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 대통령 “에너지 위기 상당기간 지속”…최고가격제, 전기·가스까지 번지나 [이슈]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국내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가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의를 계속 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폭격이 이뤄지고 서로 보복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히 많은 정유 시설, 공항 또는 송유관 같은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휴전에 이른다고 해도 쉽게 복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점을 충분히 감안해 대응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충격을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조정, 공기업 부담 등을 통해 일정 부분 흡수해 왔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정부 최고위층에서 공식화되면서 가격 통제 중심 대응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석유 재고는 매우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오일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재고는 3월 1억2900만 배럴, 4월 1억1700만 배럴 감소했다. 중동 공급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도 확대돼 북해산 기준유가는 4월 한때 배럴당 144달러까지 치솟은 뒤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110달러 안팎으로 반등했다. 또한 5월 말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도 전체 저장 설비 용량 대비 38~39% 수준으로, 이는 최근 5년 동기 대비 평균인 52.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상태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격이 곧바로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IEA는 6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동량이 점진적으로 재개된다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3분기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송유·항만 등 기반시설 복구에 시간이 걸릴 경우 고유가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시장에서는 우선 석유 최고가격제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판매가격을 억제할수록 정유사 손실 보전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선거 국면과 물가 부담을 고려해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하지 못했지만, 전쟁 장기화가 현실화되면 정부와 업계가 떠안아야 할 비용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누르면 당장은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국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손실은 정유사나 정부 재정으로 이전될 뿐"이라며 “고환율까지 겹치면 보전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LNG 현물가격 상승 이후 국내 전력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 이후 상승한 LNG 가격이 6~7월 이후 한국가스공사 도입단가와 발전용 연료비에 본격 반영되면서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육지 기준 월평균 SMP는 kWh당 1월 103.54원에서 2월 108.52원, 3월 110.03원, 4월 118.94원으로 상승했다. 최근 일부 일일 평균 SMP는 120원대 중반을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면 가스발전 가동 증가와 연료비 상승이 맞물려 SMP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SMP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력시장 가격 상한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가격 상한제가 재도입될 경우 민간 발전사들의 LNG 조달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싼 LNG를 사와 발전해도 비용 회수가 불확실하다면 민간 발전사들이 발전량을 줄이거나 물량 확보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집 서울대 특임교수는 “가스 가격 상한제를 하면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싼 LNG를 들여와 발전할 이유가 줄어든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물량을 확보하겠느냐"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재무 부담도 변수다. 민간 직수입 물량이 위축되면 부족분을 가스공사가 떠안아야 하지만, 고가 단기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할 경우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이미 가스공사는 과거 국제 LNG 가격 급등기에 원가 미수금이 크게 늘어난 경험이 있다. 가격 통제와 수급 안정 의무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재무 부담과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김 교수는 “민간이 빠지면 가스공사가 확보해야 할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가스공사가 갑자기 모든 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의 재무 상태도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한전은 전력 구입비가 늘어나는데도 전기요금 인상이 제한되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한전은 2022년 러-우 전쟁 때 이 같은 구조로 인해 206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태다. 이자비용으로만 하루에 약 120억원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금리가 오르게 되면 그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한전이 더 버틸 수 있는 재무 여력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단기 가격 안정 조치와 함께 수요 절감, 전략비축 활용, 취약계층 직접 지원, 발전용 LNG 확보 계획 등 보다 현실적인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격을 누르는 방식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소비 절감 신호를 약화시켜 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와 공기업, 정유사들이 충격을 나눠 떠안으며 버틴 측면이 크다"며 “전쟁이 끝나도 공급망 복구가 지연된다면 이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IT 전문가’ 한성숙 총리 카드…정책 무게추 ‘AI 3대 강국’ 이동 관측

6.3 지방선거에서 첨단산업 육성을 내건 여당 후보들이 당선되고, IT 전문가인 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총리로 지명되면서 AI 3대 강국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정계 및 산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에서 승리했다. 대부분의 당선인들은 첨단산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전력·용수·인재 등 산업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향후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전력 수급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신규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LNG 열병합발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전력 인프라 확보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선거 과정에서 경제 성장과 탄소중립 사이의 균형을 의식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대통령이 언급한 이른바 '좌뇌와 우뇌의 충돌' 발언을 두고,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선거 이후 개각 과정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AI와 디지털 산업 육성 쪽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선거가 마무리되면 개각을 통해 정책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그동안 정치적 부담으로 미뤄졌던 산업 경쟁력 중심 정책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AI 산업 육성과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LNG와 원전 등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대표 출신인 한 총리 후보자는 취임 이후 AI, 플랫폼, 디지털 전환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산업 지원, 전력 인프라 확충 등과 관련해 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국무총리는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정부 측 공동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및 2030·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심의, 수립, 관리를 맡고 있다. 산업계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얼만큼 지우느냐가 관건인 상황에서, 한 후보자가 기업가 출신인 만큼 산업계에 다소 유리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검토와 탈화석연료 정책, 배출권거래제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핵심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을 놓고 산업계와 에너지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AI 데이터센터 지원 정책 등이 향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논의 중인 12차 전기본에서 신규 가스발전이 중단되고, 오로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만 수립될 경우 AI 데이터센터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 성장 기조를 더욱 강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되겠지만, AI와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속도와 방법론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향후 전기본과 전력시장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진짜 우선 순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라는 시각에는 선을 긋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LNG를 일정 기간 유연전원으로 활용하는 현실적 에너지믹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선거와 개각을 통해 AI 3대 강국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하느냐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남동발전, 차기 사장 공모…16일까지 지원서 접수

한국남동발전이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남동발전은 최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16일 오후 6시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며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지원 자격은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전력산업 분야 전문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등을 갖춘 인사다. 청렴성과 도덕성, 경영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개혁 의지와 추진력도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며, 이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와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번 공모는 강기윤 전 사장이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최근 김회천 전 남동발전 사장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강 전 사장까지 물러나면서 차기 사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발전업계 안팎에서는 발전사 내부 출신과 산업부 출신, 정치권 인사 등의 출마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선거 끝, 에너지 위기는 이제 시작…중동발 충격, 한국 전력시장 덮치나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던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음에도 정부의 유류가격 안정화 조치와 발전용 연료비 반영 시차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국내 시장에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전력시장과 가스시장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전체 저장설비 용량 대비 38~39% 수준이다. 이는 최근 5년 동기 대비 평균인 52.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독일(30.6%), 프랑스(39.7%), 네덜란드(14.4%) 등 가스저장 시설 규모가 큰 국가의 재고비율은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르면 2026-27년 동절기 시작 시기까지 80~90% 가스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올 여름에 강도 높은 LNG 수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석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부족 상황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PG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 온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최고가격제나 각종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충격을 상당 부분 눌러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억누르면 나중에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이다. LNG는 국제 현물가격 상승 이후 실제 국내 발전용 연료비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까지 국내 전력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JKM(동북아 LNG 현물가격) 가격이 한국가스공사 도입단가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력시장에서는 최근 SMP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름철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는 6~7월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SMP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다시 가격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석유시장에 이어 발전용 LNG 시장에서도 사실상의 가격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 발전사들의 연료 조달 유인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가스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싼 LNG를 들여와 발전할 이유가 없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물량을 확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공기업의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각종 가격 안정화 조치를 통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LNG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고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발전용 연료비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한전은 지난 에너지 위기 당시 누적 적자가 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대규모 재무 악화의 늪에 빠졌으며 여전히 이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국민이 부담하지 않으면 정유사와 발전사, 가스공사, 한전, 정부 재정이 떠안게 되는데 현재는 그 여력도 점차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부담 역시 변수다. 현재 국내 LNG 도입 물량 상당 부분은 민간 직수입사와 해외 트레이더들이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통제 정책이 강화될 경우 민간 물량 확보가 위축되고 가스공사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가스공사가 단기간에 부족 물량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지만, 국제 시장에서 고가 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민간이 빠지면 가스공사가 떠안아야 할 물량이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가스공사가 갑자기 모든 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위기가 '가격 상승'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실제 공급 확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반구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와 아시아 LNG 현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전력·가스·석유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복합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정부와 공기업, 정유사들이 충격을 흡수해 온 측면이 있다"며 “선거 이후에는 더 이상 비용을 떠안을 여력이 줄어들면서 국제 가격 상승분이 국내 시장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안보는 결국 물량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의 문제"라며 “가격 통제와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급 안정 대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추미애 경기지사’ 출범…하남 변전소·반도체 클러스터 ‘시험대’[이슈]

경기도지사에 추미애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 프로젝트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득표율 55.04%를 얻어 39.37%의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누르고 지사에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하남시 국회의원 시절 주민들의 반발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건설 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당시 주민들은 전자파와 안전성,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추 의원 역시 주민 의견을 적극 대변했다. 동서울 변전소는 1979년 10월 하남시 감일동에 건립돼 지금까지 수도권 전력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동해안 지역의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동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가 계획됐다. 이 송전전력이 하남 동서울변전소를 통해 수요가에 전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설이 필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추 당선인은 지역구 의원시절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불허 처분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줄곧 반대 의견을 보여왔다. 반면 추 당선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한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후보 시절부터 “용인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고, 최근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반도체 산업 인프라 지원을 위한 물·전력·인재 대책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추 당선인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과 동서울변전소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규정해왔다. 그는 과거 입장문 등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국가 전력계획에 반영돼 있다"며 “부족한 물량 역시 서해안 HVDC 사업, 시화호 일대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이후 송전망 활용 등을 통해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력업계와 전력망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현재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가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과 경기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 및 HVDC 변환소 건설은 사실상 필수 인프라라는 것이다. 전력망 전문가들은 “동서울변전소는 단순한 지역 변전소가 아니라 동해안 전력과 수도권 수요를 연결하는 국가 전력망의 핵심 허브"라며 “변환소 건설이 지연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원전 수 기에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가세하면서 경기 남부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추 지사의 주장이 정치적 현실과 산업 현실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들의 생활권과 안전권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인의 역할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도지사가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민 민원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경기도 전체 산업 경쟁력과 전력 인프라 구축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재 관심은 추 당선인 체제에서 동서울변전소와 HVDC 변환소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경기 남부 산업단지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국가 기간전력망 사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하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역시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기도가 주민 수용성 확보와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전후를 감안하면 송전망 구축 일정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찬반 논쟁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추미애 지사 출범 이후 경기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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