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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나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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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하루 종일 즐긴다…골라보던 OTT 이제는 ‘시간’ 싸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다시 '편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주문형비디오(VOD)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24시간 연속으로 틀어주는 채널을 늘리는 추세다. 이용자가 일일이 볼거리를 고르지 않아도 콘텐츠가 이어지는 전통 TV의 시청 방식을 OTT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이 특정 콘텐츠를 연속으로 틀어주는 정주행 채널과 라이브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한 편을 보기 위해 접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에 더 자주, 오래 머물도록 이용 방식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OTT 경쟁은 이제 가입자 수를 넘어 이용자의 '시간'을 잡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웨이브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약 7.3시간으로 국내 주요 OTT 가운데 가장 길었다. 넷플릭스가 6.8시간, 티빙이 5.8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 '무한도전' 하루 종일…OTT에 돌아온 편성표 웨이브는 지난달 tvN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하루 종일 연속 편성하는 정주행 채널 20개를 추가했다. '도깨비', '호텔 델루나',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 7개와 '대탈출', '식스센스', '텐트 밖은 유럽' 등 예능 13개다. 시청 방식은 기존 VOD와 다르다. 원하는 작품과 회차를 직접 고르는 대신 정주행 채널에 접속하면 현재 편성된 콘텐츠가 바로 재생된다. 일부 작품은 VOD와 정주행 채널을 함께 제공한다. 정주행 채널 확대에 따라 웨이브가 운영하는 라이브 채널은 152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133개는 무료다. 유료 가입자가 아니어도 별도 결제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도 장수 예능 '무한도전'을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 회차 VOD와 별도로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연속 송출해 이용자가 특정 회차를 고르지 않고도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콘텐츠를 놓고 '골라 보는 VOD'와 '틀어놓는 채널'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다. OTT가 기존 TV의 편성 방식을 다시 가져왔지만 과거처럼 편성표에 이용자를 묶어두는 대신 시청 방식의 선택지를 하나 더 얹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구독 피로에 광고 붙인 무료 채널 뜬다 24시간 정주행 채널 확대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FAST 확산과도 맞물린다. FAST는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특히 24시간 편성형 채널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콘텐츠가 이어져 TV와 유사한 '린백' 시청이 가능하다. 웨이브가 최근 추가한 정주행 채널 역시 FAST 방식이다. 이미 확보한 드라마와 예능 IP를 24시간 채널로 다시 편성하면서 유료 구독자뿐 아니라 무료 이용자까지 콘텐츠 소비 대상으로 넓힐 수 있다. 시장 환경도 변하고 있다. PwC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아웃룩 2026-2030'에서 한국을 호주, 스페인 등과 함께 구독 피로가 나타나는 성숙 스트리밍 시장으로 분류했다.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데 대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광고 기반 수익모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PwC는 글로벌 OTT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9.4%에서 2030년 22.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FAST 시장도 성장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파크스 어소시에이츠 조사에서는 미국 인터넷 이용 가구의 46%가 FAST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는 글로벌 FAST 시장이 지난해 약 76억달러에서 2032년 19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볼거리만으론 부족…'머무는 시간' 잡는다 국내 OTT들이 편성과 라이브를 강화하는 또 다른 배경은 이용시간 경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의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올해 1월 328분에서 6월 304분으로 7.3% 감소했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 한두 편으로 이용자를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공개 공백기에도 플랫폼을 찾도록 만드는 장치가 중요해진 셈이다. 24시간 채널은 이미 확보한 인기 IP를 다시 활용하면서 이용자의 시청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웨이브는 24시간 정주행 채널뿐 아니라 출석체크와 콘텐츠 시청에 따라 코인을 지급하는 리워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구매와 이용권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지급해 이용자의 반복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티빙은 다른 방식으로 이용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달 공개한 음악 예능 '가왕쇼'는 이용자가 티빙 앱에서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표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공개 이후에도 투표를 매개로 이용자와의 접점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SKT·카카오·KT, ‘모두의 AI’ 최종 선정…연내 서비스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전 국민 대상 인공지능(AI) 서비스 구축 사업인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들 사업자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행정 절차 등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선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SK텔레콤·카카오·KT가 각각 이끄는 3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총 6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술 적합성을 심사하는 서면평가와 서비스 편의성, 이용자 확보 전략, 생태계 기여도 등을 검증하는 발표평가를 거쳐 최종 3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범용 AI 챗봇과 복잡한 공공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공공 AI 에이전트, 스타트업과 협업한 특화 서비스를 각각 개발한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이용자의 질문을 바탕으로 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처리하는 '실행형 AI'를 개발한다. 앱과 웹뿐 아니라 전화와 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공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없는 매장이나 관공서에는 AI가 전화를 걸어 이용자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기능도 구현한다. 카카오 컨소시엄은 카카오톡을 주요 서비스 진입점으로 활용해 범용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결합한다. LG유플러스와 연내 전화 AI 서비스 라이트(Lite) 버전을 출시하고,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와 연계해 국내 AI 기업의 특화 서비스를 유통·확보할 계획이다. KT 컨소시엄은 다음 포털과 다나와·무신사·직방 등 파트너 채널에 자사의 통신·미디어(IPTV) 인프라를 연결한다. 정보 탐색과 공공서비스 이용을 하나의 대화 흐름에서 지원하는 통합 AI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선정된 3개 사업자에게 올해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총 512장을 지원한다. 2027년부터는 전 국민 대상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중 사업자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다. 이후 사업자별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모두의 AI'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데이터센터 8곳 품고 독립…‘SK호라이즌’에 3조원 투자 몰렸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떼어내 'SK호라이즌'을 신설한다. 신설법인이 넘겨받는 순자산은 SK브로드밴드 전체의 16.49%지만, KKR 등 외부 투자자가 참여하는 거래 규모는 3조800억원에 달한다. SK호라이즌은 기존 데이터센터 8곳과 울산, 구로 신규 거점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운영과 확장을 맡는다. 28일 SK텔레콤과 관련 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존속회사 SK브로드밴드와 신설회사 SK호라이즌으로 인적분할한다. SK호라이즌은 데이터센터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 자가 해저케이블 기반 국제전용회선 사업을 넘겨받는다. 유선통신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기존 SK브로드밴드에 남는다. ◇ 3조원대 투자 유치…49% 외부에 분할비율은 올해 3월 말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SK브로드밴드 83.51%, SK호라이즌 16.49%다. SK호라이즌으로 이전되는 자산은 2조613억원, 부채는 1조5855억원으로 순자산은 4758억원이다. 최근 사업연도 기준 이전 대상 사업의 매출은 3477억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외부 투자 규모다. SK텔레콤은 KKR과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3조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3조800억원 전액이 SK호라이즌에 신규 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게 될 SK호라이즌 지분 일부를 KKR과 IMM 컨소시엄에 1조8811억원에 매각하고, 이후 SK호라이즌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이들 투자자가 인수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지분율은 SK텔레콤 51%, KKR 29%, IMM 컨소시엄 20%가 된다. SK텔레콤은 과반 지분을 유지하면서 구주 매각 대금을 확보하고, SK호라이즌은 신주 발행으로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과반 지분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구주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 유입을 확보하는 한편, 외부 자본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분산 조달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는 것도 사업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고 외부 자금 유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유선과 미디어 등 규모가 큰 여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사업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는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자체 재원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의 자금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별도 법인화를 통해 외부 투자를 보다 수월하게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8개 DC 품고 출범…137MW에서 318MW로 SK호라이즌의 핵심 자산은 SK브로드밴드가 이미 운영 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다.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서초, 일산 2곳, 분당, 가산, 센텀, 양주, 판교 등 모두 8곳이다. 이 가운데 판교 데이터센터는 30MW 규모로 지난해 SK AX로부터 인수했다. 현재 데이터센터 전체 용량은 137MW다. 여기에 울산과 구로 AI 데이터센터가 추가된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41MW 규모의 1단계 가동을 시작해 2029년 2단계까지 누적 103MW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로 AI 데이터센터는 75MW 규모로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시설과 신규 데이터센터를 합쳐 SK호라이즌이 담당할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총 318MW 규모다. 현재 137MW의 두 배를 웃돈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 318MW,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확장의 중심에는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이 시설의 총 투자 규모는 약 7조원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참여하고 SK브로드밴드가 소유와 운영을 맡는다. SK하이닉스는 HBM 기반 AI 반도체 공급,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는 전력 공급, SK에코플랜트는 설계와 시공 등에 참여한다. 다만 현재 확정된 데이터센터 확대 계획은 울산과 구로까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운영 중인 8개 데이터센터와 구축 중인 울산, 구로 데이터센터까지가 확정된 계획"이라며 “향후 추가 확대 여부는 사업 확장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호라이즌은 운영, 하이퍼는 개발 SK호라이즌 출범을 계기로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체계도 3사 체제로 재편된다. SK텔레콤과 SK호라이즌, SK하이퍼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사업 전반의 전략과 방향을 총괄하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담당한다. SK호라이즌은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과 증설, 현재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맡는다. 지난달 설립한 SK하이퍼는 GW급 신규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담당한다. SK하이퍼는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SK텔레콤은 SK하이퍼에 총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33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나머지 4200억원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SK하이퍼가 추진하는 신규 데이터센터는 GW급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중장기적으로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우선 5GW 규모를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열고, 사업 진행 상황과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2035년까지 10GW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두 법인의 차이는 운영과 사업 개발에 있다. SK호라이즌이 이미 확보했거나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확장한다면, SK하이퍼는 대규모 신규 데이터센터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하이퍼는 사업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회사"라며 “15GW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부지 선정과 매입, 수전 확보부터 실제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호라이즌은 기존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와 울산, 구로처럼 현재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의 운영과 구축, 향후 확장을 담당한다"며 “두 회사는 담당하는 사업 영역과 역할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SK호라이즌의 분할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정부 인허가와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1분기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SK텔레콤은 SK호라이즌 지분 51%를 보유해 경영권을 유지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독파모 2차 평가 놓고 이의제기…정부 “평가제도 보완 검토”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의 평가제도 보완을 검토한다. 2차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은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3차 평가에서는 최근 글로벌 AI 기술 변화를 반영해 평가 방식을 재논의할 방침이다. ◇ 벤치마크 1위→최종 탈락…16점차가 4점으로 27일 업계에 따르면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이날 독파모 2차 단계 선정 결과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식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모티프는 업체별 세부 평가점수와 평가 기준, 평가 내용을 공개하고 벤치마크 배점 산정 방식과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모티프 측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모티프 3'는 글로벌 AI 모델 평가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지능지수(AAII)에서 47점을 기록해 독파모 참여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업스테이지는 37점, SK텔레콤은 35점, LG AI연구원은 31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종 평가에서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3차 단계에 진출했고 모티프는 가장 낮은 점수로 탈락했다. 모티프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 중 하나는 벤치마크 점수의 평가 반영 방식이다. 모티프 측에 따르면 2차 평가는 100점 만점에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평가 35점, 사용자 평가 25점으로 구성됐다. 벤치마크 40점 가운데 AAII에는 25점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AAII에서 모티프의 47점과 LG AI연구원의 31점 사이에 벌어진 16점의 격차는 2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4점 차이가 된다. 모티프는 이 같은 배점 방식이 벤치마크에서 나타난 모델 간 성능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실제 활용 가능성도 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차 평가 이후 모델의 독자성을 강화하고 단순히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독자 AI 사업의 목적에는 성능 목표뿐만 아니라 서비스 목표도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평가에서 활용성 배점을 10점에서 15점으로 상향하고 실사용자 평가 25점을 반영한 것은 독파모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참여사 합의"…평가기준 놓고 이견 평가기준 마련 과정에서 이뤄진 참여사 의견수렴의 성격을 두고 과기정통부와 모티프 측은 입장 차이를 보였다. 김 실장은 “해당 기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꾼 게 아니라 참여 기업과의 합의를 거쳐 이미 공시를 마쳤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모티프 측은 평가 항목과 세부 배점표를 사전에 전달받고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출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이를 참여사와의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티프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의견을 제출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며 “상호 합의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개별 기업에는 1위 점수와 평균 수치를 포함한 상세 결과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평가 결과의 공개 범위는 공정성과 AI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내부 검토 후 결정할 방침이다. 모티프의 이의신청은 규정에 따라 15일 이내 처리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절차와 형식상 부당함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모티프는 이번 이의신청이 자사를 다시 선정해달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결과와 관계없이 독파모 3차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모티프 측은 이번 이의제기 이후 추가 대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모티프 관계자는 “정부가 상세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번 이의제기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 배경훈 “평가방식 재검토"…3차는 '무빙 타깃' 정부는 3차 평가에서 최근 글로벌 AI 기술 변화를 반영한 평가 방식을 논의할 방침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에서 독파모 2차 평가 결과에 대해 “글로벌 수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1년 반 전 수립된 평가나 경쟁 방식이 3~6개월 단위로 급변하는 AI 트렌드에 여전히 유효한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정부 투자 집중 방식과 평가 제도의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차 평가에는 최근 글로벌 AI 개발 흐름도 반영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2차 평가를 진행하는 사이 AI 에이전트, 고난도 추론, 코딩 등 글로벌 AI 개발 트렌드가 급격하게 전환됐다"며 “3차에서는 참여 기업과 함께 개발 방향과 평가 방식을 논의해 무빙 타깃(Moving Target·변화에 맞춰 목표를 조정하는 방식)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모티프의 이의신청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의신청 기간이 오늘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200kW급 ‘괴물 GPU 랙’ 몰려온다…LG CNS·삼성SDS·LGU+ ‘식히기 전쟁’

고성능 GPU의 발열을 잡기 위한 데이터센터 업계의 '식히기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랙당 전력밀도가 200킬로와트(kW)를 넘어서는 초고밀도 GPU 서버가 등장하면서 LG CNS, 삼성SDS, LG유플러스 등 주요 사업자들이 액체냉각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LG CNS, 삼송에 액체냉각 첫 도입 26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경기 고양시 삼송 데이터센터에 직접 칩 냉각(DTC·Direct-to-Chip) 방식의 액체냉각 인프라를 구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소유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초고성능 GPU '베라 루빈'을 네이버클라우드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삼송 데이터센터는 LG CNS가 데이터센터 사업에 액체냉각 인프라를 적용하는 첫 사례다. LG CNS에 따르면 삼송에 구축하는 DTC는 랙당 200kW 이상의 고밀도 환경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LG CNS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GPU는 공랭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베라 루빈은 워낙 고사양이어서 액체냉각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이번 삼송 데이터센터가 LG CNS의 첫 액체냉각 인프라 적용 사례"라고 말했다. DTC는 냉각수가 흐르는 냉각판을 GPU 칩에 직접 부착해 열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서버룸에 찬 공기를 공급해 열을 제거하는 기존 공랭과 달리, 발열원인 칩에서 직접 열을 빼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GPU의 고성능화는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LG CNS에 따르면 기존 공랭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냉각 용량은 일반적으로 랙당 20~30kW 수준이다. 반면 고성능 GPU 서버 랙의 전력밀도는 200kW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모든 데이터센터가 액체냉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LG CNS가 삼송에 DTC를 도입한 데는 베라 루빈이라는 차세대 고성능 GPU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 LG CNS 관계자는 “현재 다른 데이터센터로 액체냉각을 확대하는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GPU들은 공랭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수전용량 80MW인 삼송 데이터센터에서 LG CNS는 DTC 액체냉각뿐 아니라 GPU 서버 운영 환경, 전력 공급 체계, AI 플랫폼 운영 기반 등을 통합 구현할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플랫폼 운영과 대규모 GPU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고성능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사는 내년까지 액체냉각 인프라 구축과 실증을 완료할 예정이다. ◇ 삼성SDS는 '하이브리드'·LGU+는 'D2C' 업계에서도 고성능 GPU의 전력밀도와 발열이 높아지면서 액체냉각 인프라를 도입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GPU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도 액체냉각 인프라를 도입하는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기존 공랭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고사양 GPU가 늘어나면서 이에 맞는 냉각 인프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경북 구미에 6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고발열 서버에 대응하기 위해 공냉식과 수냉식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쿨링'을 적용한다. 서버룸 단위로 전력·계통을 구성해 고밀도 전력 공급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SDS는 지난 1월 구미시·경상북도와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경기 파주에 구축 중인 AIDC를 공기냉각과 D2C 액체냉각을 모두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대규모 GPU 수용과 액체냉각을 반영하고, 냉각수 분배장치(CDU)와 D2C 액체냉각 솔루션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LG전자와 진행한 D2C 냉각 실증에서 기존 공기냉각 방식 대비 약 24%의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주 AIDC에는 냉각뿐 아니라 높은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한 800V 직류(DC) 배전 시스템도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 72개 GPU 한 랙에…액체냉각 시장 6.8배로 GPU 제조사도 고성능 AI 시스템에 액체냉각을 적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공개한 베라 루빈 NVL72는 루빈 GPU 72개와 베라 CPU 36개를 하나의 랙 스케일 시스템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엔비디아는 여기에 액체냉각 시스템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액체냉각이 베라 루빈에서 처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이전 세대인 GB200 NVL72 역시 블랙웰 GPU 72개와 그레이스 CPU 36개를 하나의 랙에 구성한 액체냉각 시스템이었다. 엔비디아가 고밀도 랙 스케일 AI 시스템에 액체냉각을 적용해온 흐름은 이미 블랙웰 세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라 루빈에는 액체냉각과 랙 단위 전력 제어 기술도 적용됐다. 엔비디아는 DSX MaxLPS 전력 관리 기술과 데이터센터 전력 설계를 결합하면 동일한 전력 예산에서 최대 40% 더 많은 루빈 GPU를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냉각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LG CNS가 이날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은 2026년 40억7000만달러에서 2033년 276억5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단순 비교하면 7년 만에 약 6.8배로 커지는 규모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장] 델 “AI, 이제 조언 아닌 실행…오래된 업무에 AI 얹는 게 최악”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사람에게 조언하는 '어드바이저'에서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오퍼레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에이전틱 AI 확산에 대응하려면 기존 업무에 AI를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를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Dell Technologies Forum·DTF) 2026'을 개최했다. '가능성, 그 너머의 성과로(From Possibility to Progress)'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MS),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파트너사 43곳이 참여했다. PC로 친숙한 델의 또 다른 주력 무대는 기업 데이터센터다. 서버와 저장장치 등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기업의 AI 도입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포럼은 로봇 시연으로 문을 열었다. 무대에 오른 로봇이 동작을 선보인 뒤 김경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이 등장해 로봇과 악수를 나누며 행사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불과 3년 전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 서울에서 AI의 시대가 온다고 소개했는데, 이제 AI 없이는 일상과 업무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 비용과 전력 사용을 낮추면서 업무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모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사장은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와 전력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유 사장은 AI가 조언을 제공하는 '어드바이저'에서 스스로 일을 수행하는 '오퍼레이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하루 2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확산에 따라 기업이 감당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유 사장은 AI 모델 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별개로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비용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로 설명했다. 전력과 냉각 문제도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보안은 AI 도입 이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업무부터 다시 짜야"…AI 전환 해법 제시 AI 도입을 위해 인프라만 바꿔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델의 설명이다. 기존 업무에 AI를 추가하는 대신 업무 자체를 AI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맷 던피 델 테크놀로지스 본사 수석부사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기업 안에서 20년, 30년, 40년간 유지돼 온 기존 프로세스와 업무 방식에 AI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가장 가치 있게 수행하는 업무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개별 태스크(Task)와 태스크를 연결하는 워크플로(Workflow)로 나눠 AI를 적용할 영역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시범사업이나 생산성 개선을 넘어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까지 측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업무를 태스크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본래 맡아야 할 업무에 집중하고 나머지 태스크를 AI가 지원하거나 수행하도록 업무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던피 부사장은 “앞으로 1~2년 안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에이전트의 관리자가 될 것"이라며 관리해야 할 에이전트가 몇 개에서 수십개, 수백개, 수천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환경에서 에이전틱 AI를 실제 구축하는 작업은 “IT 프로젝트와 구축의 에베레스트"라고 표현했다. 데이터 준비와 기존 시스템 통합부터 보안, 개인정보보호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韓 72% “데이터센터 역부족"…AI 팩토리 확대 업무를 재설계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구동할 데이터센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델이 시장조사업체 밴슨 본(Vanson Bourne)에 의뢰해 진행한 '2026년 모던 엔터프라이즈 레디니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72%는 현재 데이터센터 환경이 대규모 AI와 분석 작업을 지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던피 부사장은 이를 두고 “대부분의 기업이 보유한 IT 인프라는 애초에 AI를 위해 구축되고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활용이 늘면서 비용 관리도 과제로 떠올랐다. 델 내부 영업 관련 AI 활용 사례에서는 직원 10%가 전체 토큰의 90%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원 수준의 AI 활용이 전 직원으로 확대되면 토큰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전체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던피 부사장은 “여러분은 AI 디자이너이자 AI 아키텍트가 돼야 한다"며 기업 IT 담당자가 업무 특성에 따라 사용할 AI 모델과 이를 실행할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델은 기업의 AI 구축을 위한 인프라 전략으로 'Dell AI Factory'를 내세웠다. 현재 5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이 AI 팩토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지능은 더 이상 지평선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고유 데이터를 AI 활용의 기반으로 삼고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AI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 SK하이닉스 “HBM만으론 한계"…메모리 쌓는다 AI 연산량이 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에도 더 큰 용량과 대역폭이 요구되고 있다.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기존 HBM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향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주영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두고 “저는 이 모델을 정말 사랑한다. 이 모델이 메모리를 정말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부사장에 따르면, GPT-4급 MoE(Mixture of Experts) 모델은 가중치 저장에만 3.5TB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초당 20개 토큰을 생성할 경우 메모리 읽기 대역폭은 초당 4.4TB에 달한다. 에이전트 AI에서는 모델 가중치뿐 아니라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까지 늘어나 메모리 요구량이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주 부사장은 HBM 성능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한 성능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에이전트 AI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대역폭을 면적에 비례해 증가시키는 거의 유일한 답은 미래에는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높이는 동시에 G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전력을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GPU 위에 메모리를 여러 층 쌓을 경우 발열 등 기술적 난제가 커지는 만큼 시스템과 인프라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 Stack AI Memory Creator)'를 지향하며 델과 연구개발(R&D)부터 사업 영역까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조연설 외에도 AI와 데이터센터, 사이버 보안, 업무환경 등을 다룬 발표와 전시가 이어졌다. 행사장 곳곳에는 델과 파트너사들이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델은 AI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PC 등을 선보였으며 신형 기업용 저장장치 '델 파워스토어 엘리트'도 공개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앤트로픽 치솟자, “SKT·네이버·LG CNS 들썩…투자부터 AIDC, AX까지”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국내 IT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 지분 장부가액이 반년 만에 2조원 넘게 늘어난 데 이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까지 협력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개발도구 '클로드 코드'를 전사 엔지니어링 조직에 도입했고, LG CNS는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활용을 LG그룹 계열사로 순차 확대하고 있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관련 서류를 비공개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상장 주관사들은 잠재 투자자들과 1000억달러(약 139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최대 2조달러(약 278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투자 유치 당시 9650억달러(약 134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IPO 과정에서 2조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수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 다만 2조달러는 확정된 공모가격을 토대로 산출된 기업가치가 아니다. 상장 시기와 공모 규모 역시 확정되지 않아 실제 기업가치는 향후 공모 절차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SKT, 3.5조 지분 들고 AIDC까지 '맞손' 국내 IT 기업 가운데 앤트로픽과 가장 직접적인 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T는 2023년 앤트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약 1399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SKT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 주식은 386만330주, 장부가액은 3조5050억원이다. 지난해 말 1조3762억원에서 6개월 만에 2조1288억원 증가했다. 증권가도 앤트로픽 지분가치를 SKT 기업가치에 반영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4월 SKT가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가치를 기존 2조1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높였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글로벌 투자 수요와 실적 성장을 감안할 경우 지속적인 지분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앤트로픽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와 앤트로픽 테마가 부각될 경우 주가 상승 여력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지속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AIDC 사업과 관련해서는 “공급 일정과 사업 실현 가능성, 수요 규모와 고객사, 투자금 회수 가시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T는 지분 매각보다 앤트로픽과의 사업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재헌 SK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수익보다 협력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기에 투자를 이어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앤트로픽과 계속 협력할 부분이 있어 당장 지분을 처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3년 통신사업에 특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공동 개발한 데 이어 지난달 한국 내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 CEO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프라 사업, 데이터 사업 등에서 앤트로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서울 거점 세운 앤트로픽…韓 시장 공략 강화 앤트로픽도 한국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오피스를 공식 개소하고 국내 고객과 파트너 지원,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클로드 사용량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한국의 클로드 사용량은 166개국 가운데 12위로, 인구 규모를 고려한 기대치의 3.5배를 웃돌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양한 AI 모델을 병행하는 상황에서도 클로드에 대한 기업 고객의 수요는 분명하다"며 “개발 업무를 넘어 실제 사업 현장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는 서울 오피스 개소 당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AI에 대한 포괄적인 법안을 만든 나라이고 AI 풀스택 역량을 가진 국가"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기업, 연구기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 네이버는 개발 현장으로, LG CNS는 계열사로 네이버는 투자와 서비스 활용 양쪽에서 앤트로픽과 접점을 두고 있다. 네이버의 실리콘밸리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는 지난해 하반기 외부 벤처캐피털(VC) 펀드를 통해 앤트로픽에 간접 투자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전체 엔지니어링 조직에 앤트로픽의 개발자용 AI 서비스 '클로드 코드'를 도입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네이버 엔지니어 수천 명이 클로드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투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클로드 활용 범위를 그룹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 LG CNS는 2023년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앤트로픽에 투자했으며 현재도 투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에는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현재 수천 명 규모의 LG CNS 임직원이 활용하고 있다. 도입 범위도 LG그룹 계열사로 순차 확대하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현재 전 계열사에 다 도입한 것은 아니고 계속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LG그룹 내에서 활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는 ‘몸’…1조 달러 웨어러블 시장 쟁탈전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웨어러블로 확산하고 있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AI 안경부터 수면과 심박 등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까지 활용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향후 7년간 글로벌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의 누적 매출은 1조달러(약 139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AI 안경은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300% 넘게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5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 7년간 1조달러…AI 입은 웨어러블 커진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누적 매출 1조달러(약 139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엣지 AI' 기반 제품이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엣지 AI는 AI 연산을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기술이다. AI 모델을 기기에 탑재해 건강 모니터링, 제스처 인식, 상황 인식 등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AI 탑재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엣지 AI가 적용된 웨어러블 비중이 출하량 기준 2025년 30%에서 2032년 약 8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엣지 AI 기반 웨어러블 출하량도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성장 속도 역시 전체 시장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전체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 매출이 2032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하는 동안, 엣지 AI 기반 웨어러블은 연평균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시카 자인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엣지 AI 시장의 성장 배경에 대해 “단순한 소비자 관심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여러 핵심 기술이 동시에 성숙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PU 소형화와 전력 효율 개선, AI 모델 경량화 등이 초소형 웨어러블에서도 AI 연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1년 새 322% 뛴 AI 안경…올해 1500만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제품은 AI 안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870만대로 전년보다 3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타는 740만대를 출하해 8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메타의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281.3% 늘었다. 메타는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한 레이밴, 오클리 브랜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옴디아는 메타가 인도와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한 점을 출하량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국내 시장에도 지난 5월 진출했다. 메타는 '레이밴 메타 젠2'와 '오클리 메타'를 공식 출시하고 한국 판매를 시작했다. 두 제품은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3K 울트라HD 촬영 기능을 갖췄으며, 음성 명령으로 메타 AI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이 1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870만대)와 비교하면 600만대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안경의 연간 매출이 2032년 440억달러까지 늘어 전체 소비자 웨어러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메타 선점한 AI 안경…삼성·구글도 출격 메타가 선점한 AI 안경 시장에 삼성전자와 구글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은 지난 5월 I/O 2026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 중인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공개했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가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삼성전자·구글·퀄컴이 함께 구축한 안드로이드 XR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결합한다.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오디오 글래스다.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를 활용해 이용자가 보고 있는 주변 상황에 대해 제미나이에 질문하거나 길 안내, 메시지 전송, 사진 촬영, 실시간 번역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이후 렌즈에 정보를 직접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글래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 갤럭시 언팩에서는 호환되는 Wear OS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이용자가 손동작으로 안경을 조작하는 기능도 공개됐다. 첫 오디오 글래스는 올가을 출시 예정이며, 구체적인 출시일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워치에서 링으로…건강 데이터 잡는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에서는 건강관리 기능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 워치9과 갤럭시 워치 울트라2를 공개하고 수면·심혈관·운동·회복 데이터를 활용한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애플도 애플워치의 건강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국내에서도 고혈압 알림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광학 심박 센서로 확보한 데이터를 알고리즘이 30일간 분석해 만성 고혈압 징후가 발견되면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애플워치 시리즈9 이후 모델과 울트라2 이후 모델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국내에 수면 무호흡 알림 기능도 도입했다. 애플워치 가속도계로 확보한 데이터를 30일 이상 분석해 수면 중 호흡 방해 패턴을 파악하고, 무호흡 징후가 포착되면 이용자에게 알린다. 경쟁은 손목을 넘어 손가락으로도 번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링을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웨어러블 제품군으로 꼽았다. 디스플레이나 지속적인 조작 없이 장시간 착용하면서 심박변이도(HRV)와 수면 상태, 스트레스 신호 등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첫 스마트링인 '갤럭시 링'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스마트링 업체 오우라도 국내 시장에 가세한다. 오우라는 지난 18일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오는 25일부터 신제품 '오우라 링 5' 판매를 시작한다. 현재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550만개를 넘어섰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TV의 반격’ 통할까…OTT에 밀린 유료방송, 규제 풀고 AI 입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료방송 업계가 규제 개선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앞세워 활로 찾기에 나섰다. 정부도 요금과 약관 규제부터 시청 데이터 활용, 콘텐츠 사용료 갈등까지 해묵은 현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OTT의 영향력이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뒤늦은 규제 완화만으로 유료방송의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행 법체계에서 가능한 규제 개선과 통합미디어법을 통한 제도 개편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 규제 빗장 푼다…유료방송 살리기 시동 방미통위는 지난 20일 유료방송사업자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이 참여하는 '유료방송 활성화 민관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8개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6개사 등 총 14개 사업자가 참석해 업계 현안과 건의사항을 공유했다. 이날 논의는 규제 개선과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됐다. 신규 상품 출시와 관련한 요금과 약관 규제부터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 활용, 콘텐츠 사용료 갈등까지 유료방송 업계가 안고 있는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 IPTV 늘어도 역부족…가입자 또 감소 정부가 유료방송 살리기에 나선 배경에는 시장의 구조적인 침체가 있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70명으로 직전 반기보다 7만6030명 줄었다. 2024년 상반기 이후 4개 반기 연속 감소했다. IPTV 가입자는 2153만5256명으로 12만735명 늘어 시장점유율 59.57%를 기록했지만 케이블TV는 15만5820명, 위성방송은 4만945명이 각각 줄었다. IPTV의 성장만으로 전체 시장의 가입자 이탈을 막지 못한 셈이다. TV 앞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방미통위의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020년 122분에서 2024년 91분으로 4년 만에 31분 감소했다. ◇ “이미 늦었다"…낡은 규제 손질 업계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규제 개선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OTT와 유튜브가 급성장하며 경쟁 구도는 달라졌지만 유료방송에는 과거 시장을 전제로 한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는 전제에서 유료방송을 규제했지만 OTT 확산으로 시장의 힘의 균형 자체가 달라졌다"며 “과거 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를 현재 경쟁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있다. 전날 열린 민관협의체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같은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너무 늦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은 회의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얘기했고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할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방미통위는 현행법에서 가능한 규제 개선과 통합미디어법을 통한 장기적인 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 OTT와 기존 방송사업자 사이 규제 형평성은 통합미디어법에서 다루되, 법제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손볼 수 있는 규제부터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규제 형평성 문제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먼저 논의하고 통합미디어법은 별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청 데이터 깨운다…'개인화 TV' 승부 유료방송이 찾는 또 다른 돌파구는 AI와 데이터다. 핵심은 모바일처럼 이용자의 시청 행태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광고를 개인화하는 것이다. 이번 협의체에서도 디지털 방송광고와 맞춤형 서비스 기반 구축을 위한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의 표준 및 검증체계 마련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AI와 AX가 향하는 방향은 결국 개인화 서비스"라며 “모바일처럼 시청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사실상 사전 협의를 거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고만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자기완결적 신고제' 등이 거론된다. 시청 데이터는 광고뿐 아니라 콘텐츠 대가 산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채널과 콘텐츠의 실제 시청량과 플랫폼 기여도를 데이터로 측정할 경우 플랫폼과 PP 간 대가 협상의 객관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에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혁신할 방안과 사업자 간 대가 갈등에서의 정부 역할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 독립영화 띄우고 AI 입히고…활로 찾는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콘텐츠 차별화와 AI 활용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OTT와의 정면 승부보다는 독립영화와 지역 콘텐츠 등 플랫폼별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AI를 접목해 시청자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는 21일부터 26일까지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상영작을 모은 B tv 특집관을 운영한다. 국내외 독립 및 예술영화 34편을 선보이고 일부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케이블TV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딜라이브TV는 지역뉴스 재방송을 하루 4회에서 6회로 확대하고 AI 아나운서 기반 'AI 위클리뉴스' 편성을 주 10회에서 15회로 늘렸다. OTT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지역 콘텐츠를 강화하는 동시에 AI를 제작과 편성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후속 논의에 속도를 낸다. 민관협의체가 정례화된 것은 아니지만 추가 회의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까지 유료방송 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정기적인 회의나 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면서도 “연말까지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계획인 만큼 검토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네이버 노조 “8년 개별교섭 끝내자”…전 계열사 통합교섭 공식 요구

네이버 노동조합이 지난 8년간 계열사별로 진행해 온 개별교섭을 네이버 본사가 참여하는 통합교섭 체계로 전환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계열사별 교섭이 반복되면서 협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고 법인 간 처우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옥 1784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를 열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행사에는 노조 추산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6개 계열사에서 150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으며 노사가 교섭에 투입한 시간은 1000시간에 달한다. 한미나 네이버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8년간 이어진 개별 교섭 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처우 격차는 오히려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네이버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 사측은 입도 벙긋 못 하다가 네이버가 합의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복지 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모든 계열사 구성원이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근무 환경에서는 근무 시간과 장소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출퇴근과 사무 공간의 인프라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서는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조직문화 개선과 직장 내 괴롭힘 관리 체계 마련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복지 분야에서는 주거 안정 지원 확대와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 지원을 제시했다. 통합교섭 선포에 앞서 임금 교섭이 결렬된 네이버제트 조합원들의 집회도 열렸다. 네이버제트 노사는 지난 2월 26일 임금 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제트의 모기업인 스노우가 각각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네이버제트 사측은 지난 6월 24일 열린 5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 0%를 제시했고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네이버제트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율 88.6%, 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네이버제트 조합원의 호소문을 대독하며 “스노우, 네이버제트, 크림에 돈을 넣을지 말지는 결국 네이버가 결정한다"며 “권한을 행사한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권한이 없었던 구성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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