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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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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흔들기’ 어디까지?…이젠 FOMC 전체 장악도 넘본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상시 투표권을 가진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한 데 이어 이번엔 투표에 참여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인사에도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은 12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연은 총재 재인가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다. 재인가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준 이사회가 5년마다 각 지역 연은 총재들의 재임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는 절차로, 차기 투표는 2026년 2월에 예정됐다. 지금까지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활용해 매파 성향의 연은 총재에게 압박을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해임 통보를 받은 쿡 이사 후임에 '트럼프 충성파'가 임명될 경우, 연준 이사회 7명 중 4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로 채워져 재인가 표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일부 연은 총재들은 올 여름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 구상이 자신들의 거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쿡 이사의 해임 소식 이후 이런 불안감은 증폭됐고, 다수의 연은 총재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파장을 논의했다고 한 소식통은 덧붙였다. LH메이어의 데렉 탕 이코노미스트는 “백악관은 연준의 구조를 흔들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할 경우, 과거에 단순한 절차로 여겨졌던 재인가 과정이 압박 수단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연준 이사회를 충성파로 채운다 해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정례회의에선 연준 이사회 7명과 연은 총재 5명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가진 연은 총재 5명 중 1명은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뉴욕 연은 총재이고 나머지 4명은 매년 교체된다. 올해는 보스턴,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연은 총재들도 FOMC 정례회의에 참석해 연준의 경제 및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낸다. 차기 연은 총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은 총재들은 연준 이사와 달리 대통령의 지명이나 상원 인준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를 장악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연은 총재들은 총 9명의 지역 연은 이사 중 B·C등급 이사 6명이 후보를 선출하고 연준 이사회가 최종 승인한다. 이 중 C등급 이사는 연준 이사회가 직접 임명한다. B등급 이사는 연은 관할지역 은행들이 선출한다. 이에 매파 성향의 인사가 차기 연은 총재 후보직으로 거론돼도 연준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라엘 브레이너드 전 연준 부의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FOMC 투표권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연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연은 총재 여러명을 교체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은 인플레이션과 장기 금리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쿡 이사에 대해 “(법) 위반을 저지른 것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 왜냐면 그가 모기지(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의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불복하고, 2038년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불타는 중국 증시…동력이자 리스크인 ‘이것’

중국 증시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자 이번 강세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증시는 과거에도 가파른 급등세 뒤 2015년 여름에 대폭락을 겪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868.38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장 대비 0.39% 하락했다. 비록 소폭 밀렸지만 여전히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저점과 비교하면 25% 가까이 올라 강세장(저점 대비 20%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201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8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도 이날 4452.59로 0.37% 내렸다. CSI 300 지수는 지난 22일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400선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상하이·선전증시 거래대금은 3조1000억위안(약 604조5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강세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머니 무브'가 주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헤럴드 반 데 린데 수석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경제 역풍에 대비해 현금을 예금으로 비축해왔던 중국 가계가 자금을 굴리기 시작했다"며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이번 상승장의 핵심 동력이고, 자금 규모 또한 거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주식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는 식었다"고 설명했다. HSBC에 따르면 현재 중국 가계의 총 저축액은 160조위안(약 3경1200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뉴욕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만기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의 1년만기 예금 금리는 지난 5월 1%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과거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에 크게 오르다 폭락한 사례가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6월 2000선에서 2015년 6월 5170대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해 8월 3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다만 이번 강세장은 과거와 다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산업이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이번 증시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이유로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H20 칩의 구매를 중단할 것을 자국 IT 업체들에게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AI 모델 훈련·구동을 위해 자국산 칩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칩 제조업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주가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2배로 뛰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1835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종가(1329위안)과 비교하면 앞으로 약 38%의 상승 여력이 추가로 있다는 것이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SI 300 지수에 편입된 65개 테크 기업 중 28개 기업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들의 평균 매출 및 이익 성장률이 각각 11.4%, 1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실제 상하이시는 전날 외곽 지역의 주택 구매 제한을 해제하고 일정 등급 이상의 친환경 신규주택 구입 시 주택공적금 대출 한도를 15% 상향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베이징시도 앞서 지난 8일 외곽 지역 주택 구입 제한을 해제하는 등 주택 구매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9일부터 시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권일보를 인용해 당국이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 추가 부양책이 이르면 9월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중국 가계의 자금 이동과 유동성 증가, 규제 완화 등을 근거로 CSI300 지수가 단기적으로 4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또 전기차, 태양광 등 일부 업계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투기성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증시가 빠르게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맥쿼리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증시는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테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짙어 유동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시장조사회사 밴티지마켓의 헤베 첸 애널리스트는 “이번 강세장은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보다 '미스터리 상자'에 가깝다"며 “심리가 꺾이는 순간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노무라홀딩스는 중국 증시의 “비정상적 과열" 가능성을 지적했고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의 이호민 선임 거시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0% 수준으로 유지되고 내수 부진으로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는 상황이라면 강세장은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요 외신 “트럼프 매료시킨 李 대통령…노력 결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돌발 상황 없이 우호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된 가운데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노련한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시지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불안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자 회담이 궤도를 벗어날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정작 회담에선 긴장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극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수십년 이어진 동맹국과 긴장을 고조시켰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말했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수사기관들이 교회들을 압수수색했다는 것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신호였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경고가 따뜻한 환영으로 전환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글로 우려됐던 적대적인 회담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향해 칭찬을 쏟아내면서 사라졌다"며 “이날 우호적인 모습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와의 과거 회담에서 교훈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올초 경험했던 것처럼 많은 정상들은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설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이 대통령은 그런 운명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 리모델링,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신고가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건넸다"며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농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 입장하기 전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서도 “한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무사히 넘겼고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중국을 방문하거나 북한에서 골프를 치자는 농담까지 했다. 이는 그 자체로 승리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이 대통령의 성공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기술을 익힌 세계 지도자들의 목록에 추가됐다"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분명했다"고 덧붙였다. 또 “아첨은 끊임없었고 일부 과도했지만 이는 최근들어 해외 지도자들 사이에서 관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리사 쿡 연준 이사마저 해고…‘트럼프맨’으로 채워지는 美 연준 이사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자 연준 이사회를 장악해 금리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쿡 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헌법 2조와 1913년 제정된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당신은 연준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됐다"며 “당신을 직위에서 해임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민은 정책 입안과 연준 감독을 맡긴 이사들의 정직성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 사안과 관련한 당신의 기만적이고 범죄일 수 있는 행동을 고려하면 미국민들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으며 난 당신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제가 되는 이 행위는 금융 거래에서 일종의 중대한 과실을 나타내며, 이는 금융 규제 기관으로서의 경험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빌 풀트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은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풀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친(親)트럼프 인사 중 한명이다. 쿡 이사는 2021년 미시간주 부동산에 대해 만기 15년짜리 20만3000달러(약2억8000만원) 대출을, 조지아주 부동산에 대해 만기 30년짜리 54만달러(약 7억5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쿡 이사는 부동산을 사면서 실거주 용도라고 적었는데 조지자의 부동산을 2022년 임대로 내놨다는 것이 풀트 국장의 주장이다. 그는 서한에서 쿡 이사가 “더 낮은 금리와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미시간과 조지아의 부동산에 대해 거주 유형을 조작했다"며 “은행 서류와 부동산 기록을 위조했으며, 이는 형법상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담보대출은 투자·임대용보다 금리가 낫고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게 책정되는 등 조건이 좋다. 연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사유가 있을 경우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으며 통상 비효율성, 직무 태만이나 부정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쿡 이사가 해임됐다는 발표에 풀트 국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미국에서 모기지 사기를 저지른다면 우리는 당신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성향의 쿡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임기는 2038년까지다. 쿡 이사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지난 7월 회의엔 금리 동결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날 쿡 이사가 해임 통보를 받자 파월 의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 중 과반인 4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회의에 반대표를 던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미셸 보우먼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임명했다. 이달 초 사임한 매파 성향의 아드라아나 쿠글러 이사의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인 스티븐 마이런을 지명했다. 여기에 쿡 이사의 퇴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을 지명해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발표 이후 달러 가치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가 모두 하락했다. 미 싱크탱크브루킹스연구소의 애론 클라인 선임 연구원은 “연준의 독립성을 확인 사살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거라고 알리는 셈"이라고 밝혔다. 호주커먼웰스 은행의 캐롤 콩 전략가는 “쿡 이사의 해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새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달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뒷받침하는 연준 독립성이 더욱 시험대로 올라 달러 매도세가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미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는 결정을 최근 내리면서도 “정치적 행위가 미국 기관의 건전성이나 장기 정책 수립의 효과, 또는 연준의 독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신용등급은 압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가 불법이라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쿡 이사는 성명을 내고 “법으로 정해진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유를 들어 해고하려 했고 그럴 권한도 없다"며 “2022년부터 해왔듯이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한 내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고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는 쿡 이사의 상원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2022년 2월 인사청문회 당시 일부 공화당원들은 쿡 이사가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인준 투표 결과가 50 대 50으로 동률이 나오자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가결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미 정상회담 끝나자…트럼프 “디지털 규제시 추가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규제를 도입한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테크 기업들을 공격하는 국가들에 맞서겠다"며 “디지털세, 디지털 서비스 법 제정, 디지털 시장 규제는 미국 기술에 피해를 주거나 차별하기 위해 모두 설계됐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것들은 터무니없게도 중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을 (규제에서) 면제한다"며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디지털 세, 입법, 규칙이나 규제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게 이 트루스(트루스소셜 메시지)를 통해 경고한다"며 “이런 차별 조치들이 제거되지 않는 한 난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 국가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가 엄격히 보호하는 기술과 반도체의 수출 제한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미국 기술 기업들은 더 이상 세계의 '돼지 저금통'이나 '도어 매트'(저항하지 않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며 “미국과 우리의 놀라운 기술 기업들에 존경을 표하지 않으면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 나왔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 외국 기술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등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법과 망 수수료 같은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해왔으며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와의 무역 협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디지털 규제와 관련해 EU와 마찰을 빚어왔는데 양측은 부당한 디지털 무역장벽을 해소하고 EU가 망 사용료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다만 EU는 별도의 자료를 내고 “디지털 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 등 디지털 규제에 대한 논의는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경우 올 여름 디지털세 시행을 추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하자 철회했다. 영국은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온라인 시장 등에서 발생한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만난 李 대통령…“피스메이커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오후 시작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이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12시32분께 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도착하자 백악관 북측 현관에 직접 나와 이 대통령을 환영했다. 이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왼손을 이 대통령의 왼쪽 팔에 갖다 대며 친근함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언가를 이 대통령에게 얘기했고, 이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정상은 이어 취재진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려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한국에 전할 메시지가 무엇이냐" 등의 질의에 “우리는 좋은, 훌륭한 회담을 가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부 선박을 계약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에서 선박을 매우 잘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우리 노동자(people)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미국)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이라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 협상과 관련, “한국은 (무역) 합의를 재협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건 괜찮다. 난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한국이 무엇을 얻어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무역을 포함해 다른 것들에 대해 어떤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오벌오피스를 새로 꾸미고 있다는데 정말로 밝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보기 좋다"며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대통령님의 꿈인데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고 다우존스 지수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정받고 있지만 훌륭하게 다시 위대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지도자 중에 전 세계의 평화 문제에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건 처음"이라며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주시고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 북한에 대해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내가 함께 일해 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트럼프) 대통령님의 꿈으로,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 조선 분야 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벌오피스에서 양자회담을 한 이후 캐비닛룸으로 장소를 옮겨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간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한국서 숙청·혁명…사업 못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며 “마치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며 “나는 오늘 백악관에서 새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약 3시간 앞두고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상황을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이 발언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사업을 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마가(MAGA)' 지지층 중 강성 인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극우 선동가'로서 백악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라 루머는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끔찍한 일"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내 내란 특검 수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기소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노란봉투법이 호재?…與 단독 처리하자 로봇주 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된 다음 날인 25일 국내 증시에서 로봇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8% 급등한 28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로보티즈(19.19%), 유일로보틱스(7.93%), 나우로보틱스(7.68%), 로보스타(7.32%), 티로보틱스(6.79%), 엔젤로보틱스(5.73%) 등의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국내 로봇 관련 기업들이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로봇액티브도 5.04% 올랐다. 노란봉투법이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점이 이날 로봇주 강세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에 원청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기업들이 노동 관련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나 휴머노이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통과로 로봇 도입 수요가 제조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에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제조업에 AI 모델을 결합시켜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도 로봇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미정상회담 시작 시간은?…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15분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공개됐다. 미 백악관에 24일(현지시간) 배포한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정오 백악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12시 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15분)부터 자신의 집무실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일정은 30분간 진행되며, 백악관 풀기자단에 공개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할 때 진행되는 형식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 등을 밝히는 두 정상의 모두발언에 이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이 과정은 보통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모두발언이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이 있느냐"고 말하면서 질의 응답이 시작된다. 취재진이 서로 손을 들면서 큰 소리로 질문을 던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 한 명을 눈짓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선택하고 답변하는 방식인데, 몇개의 질문을 받을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두 정상은 12시 45분부터는 백악관 캐비닛룸으로 장소를 옮겨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는 언론 비공개 일정이다. 백악관이 공지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여기까지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한편, 백악관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일정도 있다고 공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만 믿고 불어나는 대출…거품 터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재명 정부가 저성장의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성장전략을 최근 발표한 가운데 AI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대출이 활발히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AI 거품론이 부각되자 거품이 실제 터질 경우 어떤 파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구조가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민간기업 밴티지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220억달러 가량의 대출을 추진 중이다.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네랄, 스미토모미쓰이은행, 웰스파고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인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타 역시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와 블루아울캐피탈을 통해 29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AI 인프라 등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2029년까지 3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시대 본격화로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급성장하는 사모 신용 시장…AI 분야에도 진출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자금 조달이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메타가 확보한 290억달러 또한 사모 신용 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사모 신용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존 메디나 부회장은 “사모신용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진출하기를 간절히 원해왔다"며 “이번 계약은 사모 신용 시장에서 최초의 대규모 사례로, 성공적일 경우 더 많은 추가 계약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 신용은 은행이 아닌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나 초고액자산가가 직접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투자에 가까운 구조로 블룸버그통신은 수익률이 8% 이상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에서 사모 신용 시장이 2020년 1조달러에서 지난해 초 1조5000억달러로 불어났고 2028년엔 2조8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모 신용은 대체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그동안 테크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모 신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 신용의 장점으로는 속도와 유연성이 꼽힌다.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보고서에서 “대출자들은 사모 신용이 제공하는 실행 속도와 확실성, 민첩성 등에 대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해 왔다"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매튜 미시 신용 전략 총괄은 “지난 3분기 동안 AI 분야에 대한 사모 신용 조달액이 분기당 최소 500억달러를 기록했다"며 “이번 메타의 자금조달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사모 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이 공개 시장보다 2~3배 많다"고 밝혔다. ◇ 규제 사각지대 놓인 사모 시장…대출 부실률도 불투명 그러나 위험성도 적지 않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포츈지 등에 따르면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행사에서 “(사모 신용을 통한) 직접 대출의 일부는 유용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훌륭히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 상품발(發) 위기가 일어난다"며 현재 사모 신용 시장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지난 5월에도 경기 둔화기에 사모 신용 시장이 시험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사모 신용 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줄줄이 일어나 경기 하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포츈지는 전했다. 사모 신용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담보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시장이 비공개적으로 운영돼 금융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사모 신용은 또 레버리징이 가능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모 신용 시장 생태계가 불투명하지만 실물경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감독이 제한된 상황에서 빠른 성장이 계속된다면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 신용 대출의 부실률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모 신용 시장에서 디폴트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며 부실률이 2~3% 사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사모 신용을 통한 대출 구조에서 비롯된다. 사모 신용을 통해 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만기까지 이자를 현금 대신 현물지불(PIK) 방식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PIK는 현금 대신 새로운 대출금이나 증권을 발행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대출자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해 잠재적 부실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PIK 방식으로 현금 이자 지급을 지연한 사례까지 합칠 경우 사모 신용 대출의 부실률이 현재 6%에 육박한다고 컨설팅회사 링컨 인터내셔널이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2021년만 해도 이 수치는 2%에 불과했다. 링컨은 “디폴트가 위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도 테크 분야에서 올 2분기 PIK를 통해 이자가 지급되는 비중이 6%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고 밝혔다. ◇ 데이터센터 담보 CMBS 발행도 증가세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나 유틸리티 업체들이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를 통해 자금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JP모건체이스가 분석한 결과 AI 인프라를 담보로 하는 CMBS 규모가 현재 156억달러로, 2024년 연간 발행 규모 대비 30% 증가했다. CMBS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수익을 지급받지만 장기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핵심 위험으로 꼽힌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설립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냉각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기술력이 뒤쳐지면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려는 수요가 낮아져 CMBS 가차가 급락할 위험이 따른다. S&P 글로벌의 루스 양은 “데이터센터 대출은 20~30년 만기의 자금 조달인데, 5년 뒤 어떤 모습일지조차 알 수 없는 기술에 투자하는 셈"이라며 “과거 사례가 없어 현금 흐름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AI 거품론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15초의 발언 중 거품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언급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했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AI 거품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터진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처럼 AI 거품 붕괴가 새로운 금융시스템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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