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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떠받쳐온 AI 관련주들의 상승세마저 꺾일 경우 하락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1% 하락한 7718.94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로써 S&P500지수가 1% 이상 하락하지 않았던 53거래일 연속 기록이 종료됐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기록이다. 그동안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수주간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던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의 퀀트펀드들도 시장 흐름이 급격히 반전되면서 혼란에 빠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형 기술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같은 날 2% 가량 급락해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테슬라·메타, M7)도 애플을 제외하고 일제히 1~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애플은 0.5% 상승 마감하며 엔비디아에 이어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조달러를 넘어선 두 번째 기업이 됐다. 반도체주들의 낙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 기간 누적 하락률은 약 12%에 달했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AI 인프라 관련주처럼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종목들의 상승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미국 증시의 강세장을 주도했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자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고, 이로 인해 S&P500 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증시의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8월 상승률인 3.4%보다 0.3%포인트 높아진 데다 시장 전망치인 3.6%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자카렐리 CIO는 “시장은 지난 9월 금리 인상이 한 차례로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로 그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던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p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이후 3년여 만으로, 12명의 투표권자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그러나 6월부터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을 예측했던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의 제이슨 솅커 회장은 연준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오는 12월에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솅커 회장은 이날 발표된 9월 CPI 통계의 상당 부분이 지난달 금리 인상 이전에 수집된 자료라고 짚었다. 연준이 9월 금리 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이달에는 추가 인상을 보류하고 12월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0월과 12월 FOMC 회의 사이에는 고용보고서 두 건과 CPI 보고서 한 건이 추가로 발표된다. 솅커 회장은 “9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2월까지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억제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0.25%포인트 대신 0.5%포인트 인상을 선택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불과 6주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그동안 훨씬 많은 경제지표를 확보하게 된다"며 “0.25%포인트 인상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 연준은 0.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4.5%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반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이 65.3%, 0.5%p 인상할 확률은 20.7%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우려 외에도 AI 관련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안까지 확산하고 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인프라 확장을 위한 과도한 차입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가 15% 폭락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코어위브가 발행한 회사채 만기 금리가 15%에 육박하며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졌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윤정인 피보나치 자산운용 대표는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 CPI와 코어위브 회사채 가격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AI 산업 전반의 자금 조달 위험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작된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우리는 이미 금리 상승과 함께 반도체주가 하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만약 M7 종목들마저 금리 상승에 따라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전망한 '레드 옥토버(10월 증시 급락)'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급락에도 S&P500지수는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불과 1.3%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역시 17 안팎으로, 일반적으로 시장 불안이 본격화됐음을 나타내는 기준선인 20을 밑돌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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