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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역대급 폭락을 이어가면서 밸류에이션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무너진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증시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5976.82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뒤 하락 전환했다. 코스피는 지난 24일 하루 만에 7000선이 무너진 이후 5거래일 동안 1503.33포인트(21.2%) 급락했다. 이날까지 월간 하락률은 34.01%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하락장을 주도했다. 두 회사 모두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4일 이후 약 23%, SK하이닉스는 약 32%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를 밑돌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역시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보다 낮아졌다. 그럼에도 픽테자산운용, 로베코,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한국 증시 재진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레버리지 ETF가 키운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저가 매수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7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2월의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해외 투자자들도 이달 들어 한국 증시에서 120억달러(약 17조2500억원)를 순유출하며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픽테자산운용의 이영재 선임 투자매니저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라며 “도박과 같은 상황에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변동성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이언 샘슨 다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증시가 흥미로운 가격대에 진입했지만 저가 매수를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4199억원을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최근 급락으로 반대매매와 손절매 물량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씨티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증시 조정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로 약 387억달러(약 56조3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개인투자자의 SK하이닉스 평균 매수단가가 228만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재 매니저는 레버리지 ETF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강력한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토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플레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적극 장려했던 정부에는 역풍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가계를 증시로 유도해 놓고 손실이 불어나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은 극도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밸류에이션보다 장기 안정화 조치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로베코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총괄은 “현재로서는 한국 주식을 추가 매수하지 않고 있지만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조금 더 안정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증시 안정 대책으로 ▲증시안정기금 가동 ▲공매도 금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추가 규제 ▲신용거래 규제 강화 ▲자사주 매입 규정 완화 등을 거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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