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박성준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 국제부
  • mediapark@ekn.kr

전체기사

“삼전닉스보다 더 위험하다”…AI 거품 경고에 소부장株 ‘초비상’ [머니+]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의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낙폭은 약 16%에 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지난 한 주간 5.5%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에도 새로운 위험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AI 산업의 호황을 뒷받침해 온 대규모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역시 궁극적으로는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소부장 업체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개별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자 일정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피낭시에르 드 레시키에의 케빈 넷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자금조달 압박은 핵심 컴퓨팅 생태계보다 그 하위 단계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에 더 큰 도전 과제"라며 “기본적으로 실제 반도체에서 멀어질수록 투자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아시아 AI 하드웨어 관련주 바스켓은 지난주 11% 급락하며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를 넘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온 소부장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제조업체이자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대만 난야플라스틱은 사상 최고치 대비 12% 하락했다. 같은 지수에서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일주일 만에 14% 급락했다. 국내 소부장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역시 이달 고점 대비, 지난 6월 역대 최고가 대비 각각 약 30%, 48% 폭락했다. GAM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자금조달 비용은 AI 호황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언방케르프리베의 링 베이선 전무이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아시아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반도체 소부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자금조달 압박이 실제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주문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AI 관련주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쿤잘 갈라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 총괄은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주 매도세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라 총괄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TSM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믿었는데”…기름값 폭등에 탄핵론까지 부상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당시 휘발유 가격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간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공화당의 선거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평균 휘발유 가격이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평균인 갤런당 3.47달러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약 40% 상승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으며 경유 가격과 전기요금도 각각 74%, 15%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정책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기에는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글로벌 연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치솟았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경제학 및 공공정책 교수인 캐런 클레이는 “사람들은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며 투표했지만 그런 변화는 실현되지 않았다"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행동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공화당의 중간선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과 이를 종식하려는 시도의 잇따른 실패로 유권자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의 책임을 공화당에 돌리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대로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AI 산업 육성 정책이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을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는데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유권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넘어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유권자들의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에너지 가격을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의료비와 주거비,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 같은 응답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특히 높은 에너지 가격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마저 경합주로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당파 선거 분석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캔자스와 아이오와, 오하이오, 텍사스, 알래스카 등 5개 주의 상원 선거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 격차로 승리했던 곳이다. 멜리우스리서치의 제임스 웨스트 대표에 따르면 이들 5개 주 가운데 텍사스를 제외한 4개 주는 가계 소득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는 “사람들은 이란 전쟁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유가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은 미국 경제 전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은 달걀이나 자동차 같은 개별 상품과 달리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9.1%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의 월간 상승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발표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1.3% 상승하며 2022년 3월(1.7%)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에도 반영되면서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긴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평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란 전쟁 이전 6%를 소폭 웃돌던 수준에서 7.5%까지 급등했다. 2023년 이후 이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이 면제되는 경유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주요 7개국(G7) 동맹국들에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도록 압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추가 연료 공급을 위한 합의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인 현금 지급 공약까지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미국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자신이 탄핵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을 추진할지를 놓고 당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이미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으나, 두 번 모두 상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클레이 교수는 “모든 선거에서 현직 정부는 반드시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비난을 받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행동이 실제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믿을 만한 실질적인 이유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위기 이후 최악”…삼전닉스 폭락에 머스크까지 찬물 [머니+]

국내 증시가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폭락에 휘청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체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의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증산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 20.7% 폭락했다. 지난 한 주간(12~16일)에도 14.5% 급락했다. 지난 16일에는 전장 대비 2.05% 오른 5668.05에 거래를 마치며 8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폭락의 중심에는 국내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지난 한 주간 삼성전자 주가는 26만2000원에서 21만5500원으로 17.8% 급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넷째 주(-19.3%) 이후 약 18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SK하이닉스의 낙폭은 더욱 컸다. 같은 기간 주가는 168만1000원에서 127만2000원으로 24.3% 폭락했다. 2008년 11월 셋째 주(-31.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두 기업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주가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꼽힌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20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은 각각 3조4763억원, 5조3565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이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78.8%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두 기업의 외국인 보유율도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6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45.98%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48.85%까지 떨어져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주가 폭락이 반도체 업황의 뚜렷한 악화나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2027~2028년 고객사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TSMC 역시 반도체 수요 둔화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현재의 실적 호조보다 향후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 CEO의 잇따른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RAM)를 생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1일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문제로 지적했고, 12일에는 중국이 관련 제조 기술을 확보하면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13일에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거론하며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고 비판했다. 머스크가 비판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대규모 공급 가능성을 부각함으로써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을 약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존 터너스 애플 CEO도 지난 15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제약을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며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머스크가 2028년을 지목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8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생산능력 확충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월간 D램 웨이퍼 생산능력도 2028년 말 50만~60만장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생산능력 기준 세계 3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공급과잉이나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와 신규 생산시설의 가동률,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수준 등에 따라 향후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은 기술 수준과 공급망이 달라 중국산 확대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전닉스 더 오른다”더니…경고 날린 월가 강세론자 [머니+]

불과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전망한 월가의 대표적 기술주 강세론자가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경고음을 알렸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낙관하면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일부가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브스 요크빌아이브스 파트너 겸 선임 전무는 현재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5~10%가 결국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브스는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한발 물러설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언은 아이브스가 최근 한국 증시와 AI 산업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이브스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6∼12개월 내에 전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나치게 과도한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정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에서 비롯됐다"며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메모리는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시장이 다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 혁명은 아직 15%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년에 걸쳐 AI 관련 설비투자에 3조∼4조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서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 전체에 과도한 조정이 있었고, 메모리 종목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변동성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또 한국경제TV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향후 각각 약 20%, 30% 오를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브스가 이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일부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당분간 글로벌 증시의 추가 하락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과 주가 조정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로 뉴욕증시에서는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술주들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09% 하락한 7659.44에 마감했다. 주간 낙폭은 1.95%로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이번 한 주간 5.5% 하락해 작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1% 하락해 지난 6월 고점 대비 24% 빠졌다. 이러한 매도세를 더욱 부추긴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주식과 채권 가격 폭락이다. 네오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않고도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어위브 주가는 이날 12% 가까이 급락했다. 주간 낙폭은 25%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코어위브의 경쟁력이 날마다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날 주가가 6% 반등했지만 매도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반등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5% 오른 5668.05에 장을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글로벌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티커명 EWY)는 이날 전장 대비 3.7% 하락한 150.4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80여개 국내 우량주로 구성된 EWY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증시가 명절 연휴 등으로 장기간 휴장할 경우 연휴 기간 EWY의 움직임이 이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왔다. 문제는 코어위브의 채권시장에서 더욱 심각한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어위브가 지난 6월 연 9.675%의 수익률로 발행한 채권은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15%까지 치솟았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채무 상환 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부채는 약 500억달러에 달한다. 코어위브는 지난 8월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보다 40억달러 늘어난 350억~39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약 130억달러에 그치고 순손실은 2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온 기업들이 앞으로도 필요한 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코어위브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인 1200bp(1bp=0.01%포인트)에 육박했다.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코어위브가 향후 5년 이내 부도날 가능성을 60%가 넘는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 신용정보 및 분석업체 나인핀의 맥스 프룸스 부실채권·레버리지 금융 부문 글로벌 총괄은 “코어위브는 분명히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대형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조기 경고 신호를 뜻한다. 프룸스는 “이번 사태는 AI 호황을 뒷받침하는 신용의 가격과 공급 가능성, 자금 조달 구조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자금 조달 비용은 더욱 비싸지고 투자자들의 심사는 훨씬 엄격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는 코어위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약 80%가 오는 2030년까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익이 모든 기업의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본격적인 수익을 거두기 전에 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차입 비용 상승과 GPU의 빠른 기술 발전에 따른 장비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 투자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연산 수요 자체가 붕괴하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우려 요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투자업체 IG그룹의 악셀 루돌프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AI 연산 수요가 갑자기 붕괴했다기보다는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외국인 떠나면 끝장?”…28년 만의 대폭락에 한국도 긴장 [머니+]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약 28년 만에 최악의 폭락 사태를 맞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인도네시아 증시가 올해 40% 가까이 추락하자 한국 증시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에 급락세를 이어온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증시의 대표 지수인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이날 11% 넘게 폭락했다. 이는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JCI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폭락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인도네시아 증시를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퇴출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촉발됐다. MSCI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투자 적격성과 관련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기존 신흥시장(EM) 지위에서 프런티어시장(FM)을 거치지 않고 독립시장으로 곧바로 강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두 단계에 걸친 강등 조치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것으로, 현실화할 경우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등이 독립시장으로 분류돼 있으며 현재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해당 지위를 부여받은 곳은 없다. 앞서 MSCI는 지난 1월 거래 투명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인도네시아를 신흥시장에서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지난 6월 시장 분류 검토 결과에서 신흥시장 지위를 일단 유지한 바 있다. MSCI는 내년 4월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같은 해 6월에 인도네시아의 증시 지위를 최종 결정을 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증권사 BCA세쿠리타스의 펠릭스 다르마완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이라며 “MSCI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실질적인 법 집행 부재를 문제 삼으며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6월까지 당국이 시장을 정비할 시간은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훼손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9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외국인 자금 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증시가 독립시장으로 강등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증시가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될 경우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에서 약 50억달러(약 6조원)의 추가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또 다른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FTSE러셀까지 시장 지위를 강등할 경우 약 35억달러(약 4조원)의 추가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폭락 사태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208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기간은 1월(약 1494억원)과 4월(약 1조2319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이 기간에만 152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지난 7월 22% 폭락한 데 이어 이달에도 17%가량 하락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주식은 약 59조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약 2조원, 기관과 기타법인은 각각 약 5조원, 51조원을 순매수했다. 기타법인 순매수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효과마저 이달 들어 약해지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할 새로운 매수 주체가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믹소 다스 한국 주식 전략 총괄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서 시장이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한국과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원인은 다르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증시 변동성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폭락 사태는 한국에도 경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5% 오른 5668.05에 장을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전날 코스피(-7.57%)와 코스닥(-7.65%)가 동반 급락하고 약 두 달 반 만에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3430억원을 순매수하며 8거래일 동안 이어온 매도 행진을 끝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860억원, 682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날 반등만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에만 21% 가량 폭락했다. 이날 상승폭은 그동안의 낙폭을 만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요증권의 오쓰카 류타 전략가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소 안정을 되찾으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증시의 바닥을 찾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실적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다음 주에도 시장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만 유독 심각하다”…외신이 경고한 한미동맹 위기 [이슈+]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대미 투자를 둘러싼 갈등부터 정보 공유 제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마찰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의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국 간 갈등이 경제·통상 분야를 넘어 안보 협력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역량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정보 공유 갈등으로 한미 관계 최저점 도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간 정보 협력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의 오랜 동맹 관계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과의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점에 주목했다. 강 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 협력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정보 협력 갈등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정 장관이 언급한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미국이 정보자산을 동원해 파악한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알려졌다. 미국은 민감한 정보의 공개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보 공유 제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엑스(X·옛 트위터)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를 보여주는 사례가 이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의체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간에 오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미국 현지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방문지를 미국에서 유럽으로 변경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양국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에서 잇따라 불협화음이 나타나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통상 갈등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이 대미 투자 협정 이행을 지연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반면 이 대통령은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이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아직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른 미국 동맹국들과 비교해 “범위와 심각성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며 “한미동맹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상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의 외교 기조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짚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실용외교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다.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계속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 애널리스트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면 이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에 직면해 있어 강경하게 맞설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한미 갈등이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사례보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단,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과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맹국들과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위축되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한국의 역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정보 공유 제한을 둘러싼 갈등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미국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군사동맹의 핵심을 건드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김 위원장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했다. 다만 당시에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서울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정 교수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현 정부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동맹 관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에 동맹국으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미동맹이 70년 넘게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문제에서 이러한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한국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회담이 양국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억배럴 더 풀어라”…트럼프, 비축유 추가 방출 압박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기존에 약속한 전략비축유 가운데 아직 방출하지 않은 1억배럴을 조속히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IEA는 이날 이사회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회원국들이 미이행 비축유 물량인 1억배럴의 방출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경유 2000만배럴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방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앞서 IEA 회원국들은 지난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총 4억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실제 방출된 물량은 3억3000만배럴에 달한다. 주요 7개국(G7)은 이달 초 최대 1억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 측은 해당 물량이 지난 3월 합의한 방출 계획 가운데 아직 이행되지 않은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에 합의한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IEA 회원국들에 최소 1억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월 합의한 미이행 물량의 방출을 완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소 1억배럴을 더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추가 방출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 유럽 측은 현시점에서 추가 비축유 방출이 적절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IEA 회원국들은 기존에 약속한 비축유의 방출을 서두르기로 했지만, 미국이 요구한 새로운 1억배럴의 추가 방출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경유에 초점을 맞춘 추가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행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에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G7 발표 이후 IEA에 가입한 모든 유럽 국가들이 지난 3월 약속한 비축유 방출을 즉각 완료하고 추가 물량도 방출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비축유 방출 확대를 압박하는 것은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글로벌 경유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과 운송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유의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산 경유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호랑이 공격도 모자라 장난까지”…트럼프, AI 영상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랑이에게 공격당해 숨진 영국 남성의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이 호랑이와 장난을 치는 인공지능(AI) 생성 영상까지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랑이와 몸싸움을 벌이다 함께 장난을 치는 23초 분량의 AI 생성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정장 차림의 트럼프 대통령이 호랑이와 마주한 뒤 달려드는 호랑이를 붙잡고 바닥에 넘어지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호랑이를 껴안고 장난을 치다가 함께 포옹하며 미소 짓는 모습까지 담겼다. 문제는 해당 영상이 실제로 호랑이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은 남성의 사고 영상을 게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오후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에서 한 남성이 호랑이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이 담긴 41초 분량의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 “자연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 영상은 백악관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공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약 1분 뒤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자의 모습을 담은 21초짜리 편집 영상도 경쾌한 음악과 함께 게시했다. 특히 이번에 게시된 AI 영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사고 당시 피해 남성이 호랑이를 향해 취했던 손동작을 흉내 내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호랑이의 공격으로 숨진 남성은 영국 버킹엄셔 출신의 윌리엄 채프먼(24)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영국 요크셔 야생 동물공원에서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간 뒤 시베리아 호랑이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윌리엄은 밝고 따뜻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청년이었다"며 “그는 수년 동안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강력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 가족은 “심한 불쾌감을 주는 미디어 내용을 게시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취약한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번엔 진짜 다르다”…삼전닉스 반토막, 7월보다 더 무서운 이유 [머니+]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글로벌 AI 관련주들의 추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지난 7월 폭락 당시의 저점마저 밑돌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더 큰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7.57% 폭락한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5.59% 내린 5673.01로 출발해 장 초반 한때 5751.45(-4.28%)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이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장중 5450.81(-9.29%)까지 밀려났다. 이로써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4년 9월 이후 최장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종가는 지난 7월 '역대급 폭락장' 당시 기록했던 저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초 85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같은 달 30일 5593.56까지 추락한 뒤 다음 날인 31일 6595.45로 급반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반등세가 지속되지 못한 채 다시 급락하면서 약 두 달 반 만에 당시 저점마저 무너졌다. 국내 증시의 급락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전장 대비 각각 9.48%, 11.06% 하락한 21만원, 1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19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가인 298만7000원과 비교해 약 58% 폭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도 37만4500원에서 약 44% 떨어졌다. 증시 급락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면서 주식 거래가 각각 20분간 중단됐다. 양대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매도세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5% 넘게 하락했다. 어드반테스트(-14.96%), 키옥시아(-12.32%), 도쿄 일렉트론(-7.78%) 등 일본 반도체 관련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던 대만 TSMC도 이날 2%가량 하락하면서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앞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일(현지시간)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누적 하락률은 약 12%에 달했다. 문제는 이번 폭락을 단순히 과열된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실현이나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7월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청산이 매도세를 증폭시켰다면, 이번에는 AI 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뒷받침해온 대규모 자금 조달 구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크랜필드 MLIV 전략가는 “이날 아시아 증시의 급락이 지난 7월 마지막 주의 폭락장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코스피는 하루 만에 11% 가까이 폭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AI 투자 열풍이 꺼질 경우 실물경제 성장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술력 향상,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 등이 글로벌 반도체주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까지 커졌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해온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마저 마무리되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JP모건의 믹소 다스 한국 주식 전략 총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서 시장이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동안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지만, 매입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을 흡수할 새로운 매수 주체가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100억달러(약 13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특히 글로벌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할 때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티지 글로벌 프라임의 허베이 천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글로벌 AI 관련주 매도세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코어위브의 자금 조달 문제와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 상승률이 차입 비용 증가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우려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추가로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지만 저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AI 산업의 자금 조달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낮은 밸류에이션만으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극단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현재 수준에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매수 기회로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미만으로, 1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최근 폭락이 과도한 조정이며 AI 관련주가 중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JP모건의 다스 총괄은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과정에서 변동성이 가장 극심한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6~12개월을 내다보면 이들 AI 관련주의 주가는 현재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을 것으로 여전히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CNBC에 따르면 월가의 대표적인 기술주 강세론자인 요크빌 아이브스의 댄 아이브스 전무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는 자금 조달의 문제이지 수요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최근 주가 급락을 계기로 매수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 계획 축소, 기존 계약 취소,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료 하락 등을 위험 신호로 지목했다. 아이브스 전무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몇 년간 기술주가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해 “6∼12개월 내에 전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한국 증시는 지나치게 과도한 조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대만은 아직”이라는데…트럼프, ‘알래스카 LNG 투자’ 자화자찬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이어 대만까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며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투자 계획을 이미 성사된 것처럼 발표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를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방금 알래스카 역사상 최대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기 위해 알래스카에 다녀왔다"며 “한국의 500억달러(약 67조원) 인프라 투자는 한국이 나와 체결한 무역·투자 협정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대만으로부터 700억~800억달러(약 94조~108조원) 규모의 LNG 장기 구매 약속을 확보했다"며 “이는 향후 20년 동안 해당 파이프라인 물량의 30%에 해당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LNG 구매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은 이 사업에 44억달러(약 6조원)의 지분 투자도 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사업은 이제 미국 연방정부 프로젝트가 됐고 필요한 모든 허가와 승인을 확보해 추진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알래스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로젝트이며, 내가 백악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알래스카주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 연설에서 “대만이 향후 20년간 (알래스카) 가스관에서 나오는 가스의 30%를 구매하기로 방금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한국이 이미 알래스카에 약속한 500억 달러에 더해 이 프로젝트에 4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투자를 다시 한번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00억달러 규모로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물론 대만도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의 대규모 LNG 구매와 투자 약속을 발표했지만 사업 자금 조달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 역시 사업 참여 계획을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향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 경제부는 14일 공식 성명에서 국영 석유·가스기업 CPC가 지난해 3월 알래스카 LNG 개발사와 LNG 구매 및 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이후 약 1년6개월 동안 협상과 사업성 검토를 진행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협력 계획에는 알래스카 LNG 생산이 시작된 이후 연간 600만t(톤)을 구매하고, 최대 44억달러를 사업 개발에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만 경제부는 “관련 협력은 상호 이익과 전문성의 원칙에 따라 추진될 것"이라며 “CPC는 회사 절차에 따라 사업 연구와 예산 승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지분율, 관련 조건은 향후 양측의 협상과 상업적 계약 절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대만이 LNG 구매와 사업 투자 계획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세부적인 투자 조건과 최종 계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도 대만 경제부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LNG 매매계약이 체결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역시 “대만 정부의 성명에는 LNG 구매 계획에 몇 년 동안 참여하기로 했는지 명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대만의 투자 약속을 연이어 강조하는 배경에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자 자신이 밀어붙인 관세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는 공화당 텃밭으로 자리 잡은 오하이오주에서 민주당이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는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노동자들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거 표를 던지면서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바뀐 곳이다.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약 5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과 이란 전쟁 장기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이 지지를 재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별도의 트루스소셜 글에서는 일본과의 반도체 분야 대미 투자 합의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나의 리더십 아래 글로벌파운드리와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이끄는 상무부는 뉴욕주 몰타에 2개의 거대한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210억 달러 규모 초대형 투자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 한국, 대만으로부터의 투자 약속을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변혁을 가져올,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합의들"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