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적으로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 반면, 이 대통령은 사업성과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실제 참여가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투자 대상에는 최대 8기의 원자력발전소와 텍사스주 대형 가스발전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사업을 두고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소폭 넘어설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액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발표 행사를 마친 뒤 트루스소셜에 “뉴욕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고, 우리는 미국에 대한 2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백악관은 두 정상이 조선 협력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게시물을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은 1일 정부가 공개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공동 팩트시트의 내용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투자 참여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아래 사업성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뚜렷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미 투자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내준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에 응원 부탁드린다"며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을 사실상 확정된 한국의 투자 프로젝트처럼 설명하자 우리 정부도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알래스카와 관련해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공동 팩트시트이며, 그게 합의 내용의 전부"라며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미국 측도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악명 높은지 알고 있다.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세 관련 혜택이나 국내 기업의 시공 참여 등을 미국 측이 약속했다"며 “알래스카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추진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자금조달 문제로 수십 년간 추진과 지연을 반복해온 사업이다. 한국 정부 역시 그동안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에 우리 기준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사업을 한국의 투자 대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백악관 발표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LNG 프로젝트를 그의 정치적 성과로 부각했다. 특히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한국의 대미 투자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국익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협상 과정에서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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