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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서예온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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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대형건설 빅5, 실적 양극화 뚜렷…희비 가른 이유는?

올 3분기 국내 대형건설사 5곳이 수익성을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줄며 주춤한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익이 두 자릿수로 반등했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으로 GS건설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건설사별로 엇갈린 결과를 보인 것은 플랜트 손실·하이테크 공정 종료 등 일시적 요인뿐 아니라, 사업 구조와 수익 인식 시점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손실과 금융비용 증가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3분기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10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고, 순이익은 678억 원에 그쳤다. 감소 원인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와 말레이시아 복합화력발전소 등 일부 현장에서 준공 지연과 공사비 증액이 발생한 점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약 2000억 원대의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제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본드콜은 발주처가 시공사의 공기 지연이나 추가 비용 요구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에 보증금 지급을 요구하는 절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사우디 자푸라 가스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영업손실 1조7333억 원, 당기순손실 1조1309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상반기 회복세를 이어가며 올해 누적(1~9월)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2% 증가한 5342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하이테크 프로젝트 종료 여파로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10억 원으로 전년(2360억 원) 대비 약 53% 감소했다. 국내 주요 하이테크 현장의 공정이 마무리되면서 건축 부문 매출이 3조9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1% 줄었다. 대우건설은 착공 현장 감소로 매출이 줄며 영업이익도 9.1% 감소한 566억 원에 그쳤다. 다만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901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신규 수주는 11조1556억 원으로 51% 증가했고, 수주잔고는 48조8000억 원으로 연간 매출의 4.6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며 “내년부터는 착공 증가에 따라 매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체사업 매출 반영으로 실적이 반등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30억 원으로 전년보다 53.8% 늘었다. 서울원아이파크와 청주가경아이파크 6단지 등 대형 현장의 매출 인식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누적 영업이익은 2073억 원으로 45% 증가했다. 회사 측은 “원가율 관리와 자체사업 매출 증가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운정·천안 등 분양 예정 단지의 매출이 이어지며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아직 공식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 1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16억 원으로 전년(818억 원) 대비 24.2% 증가했다. 철산역자이, 아산탕정자이 등 주요 분양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자이' 브랜드의 분양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원가율이 높았던 기존 현장이 마무리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4분기까지는 현재의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공사비 상승분이 신규 착공 현장에 반영되면서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착공된 현장 비중이 높아 공사비 급등 영향이 남아 있지만, 내년부터는 조정된 원가가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사업 구조에 따라 실적 흐름의 차이는 이어지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개선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내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숲·매헌시민의숲서 역대 최대 180일 개최

서울시는 3일 내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역대 최대 규모와 최장 기간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내년 박람회는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서울숲 일대에서 '천만의 정원'을 부제로 180일 동안 진행된다.동시에 서초구 양재동 매헌시민의숲에서도 10월 한 달간 참여와 치유의 정원을 선보이는 가을 특별축제가 열린다. 행사장 규모는 서울숲 약 14.5만평(48만㎡), 매헌시민의숲 약 5.4만평(18만㎡)으로 합쳐 약 20만평 규모로 성수동 일대 도심과 한강·중랑천·양재천 등 지천변까지 연계해 정원을 조성한다. 시는 이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도심형 정원 페스티벌'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숲은 △페스타가든 △패밀리가든 △에코가든 △감성가든 △리버뷰가든 △트렌디가든 등 6가지 테마로 조성되며, 다양한 식재로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고, 폐목재 등 순환자원을 활용해 생태적 조화를 이루는 정원을 선보인다. 또한 정원 도슨트·가드닝 체험 등 상설 프로그램과 '구석구석라이브', '서울스테이지' 등 문화 공연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성수동 일대 골목과 자투리땅, 한강과 지천변까지 활용해 계절별 매력적인 경관을 연결하는 도심형 정원도 마련된다. 서울숲의 자연과 성수동 문화, 수변 여가 공간을 결합해 서울만의 '정원 미학'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매헌시민의숲에서는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가을 특별축제가 열리며, 인근 서초문화예술공원과 양재천·여의천까지 정원을 확장해 서초·강남권 정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내년 행사 참가를 원하는 '작가정원 국제공모'는 12월 1~3일 접수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5월 22일~11월 2일)는 12만평 규모 부지에 111개의 정원을 선보였다. 그결과 1044만 명이 방문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정원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제정원박람회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담은 수준 높고 다양한 정원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보는 즐거움을 넘어 힐링의 기능까지 더한 국제정원박람회를 완성해 '정원도시 서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53.0%…‘실용 외교’ 성과에 3주 만에 반등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주 만에 반등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실용 외교 성과, 코스피 4000 돌파 등 경제지표 호조가 맞물리며 지지율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도층과 충청·TK 등 변동권 지역, 60대와 가정주부 등 생활밀착층을 중심으로 긍정평가가 높아졌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5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3.0%(매우 잘함 42.7%, 잘하는 편 10.2%)로 전주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43.3%(매우 잘못함 34.3%, 잘못하는 편 9.0%)로 1.6%p 하락했다. 긍·부정 격차는 9.7%p로 전주(6.3%p)보다 커졌다. '잘 모름' 응답은 3.8%였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과 이상경 국토부 차관의 '갭투자' 의혹 등 각종 악재로 2주 연속 하락했지만 3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세종·충청(11.3%p↑)과 대구·경북(8.9%p↑)에서 상승폭이 컸다. 서울은 1.7%p 하락한 49.8%였다. 연령별로는 60대(7.1%p↑), 50대·40대가 60%대 중후반을 유지했고, 70대 이상은 42.0%로 소폭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에서의 지지세 회복이 눈에 띄며,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TK에서도 긍정 평가가 40% 후반까지 회복됐다. 직업별로는 가정주부(12.6%p↑)가 두드러졌고, 농림어업·자영업·학생도 상승했다. 반면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은 하락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대통령의 실용 외교 행보와 코스피 4000 돌파·3분기 성장률 개선 등 경제 지표 호조가 맞물리며, 중도층과 충청권, 생활밀착 직군(가정주부·자영업 등)에서 평가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별도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10월 30~31일)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45.4%, 국민의힘은 37.9%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1.3%p 오르며 3주 만에 반등했지만 국민의힘도 0.6%p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격차는 6.8%p에서 7.5%p로 소폭 확대됐다. 민주당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와 보조를 맞추며 안정적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광주·전라(15.6%p↑) △대전·세종·충청(8.3%p↑) △대구·경북(3.8%p↑) 등에서 상승했고, △여성 △40대 △20대 △농림어업 △가정주부 등 생활층에서 지지 확대가 관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TK에서 상승했고, △남성 △20·30대 △보수층 결집이 나타났다. 서울·충청·호남에서는 하락했다. 여당은 경제지표 개선 효과, 야당은 강경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밖에 개혁신당 2.8%(0.7%p↓), 조국혁신당 1.8%(1.5%p↓), 진보당 1.3%(0.2%p↓), 기타 정당 2.0%(0.1%p↑), 무당층 8.8%(0.3%p↑)로 집계됐다. 무당층 비율이 소폭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당 구도가 다시 공고해지는 흐름이다. 한편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같은 기간 유권자 1004명이 답했다.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 “텅 빈 상가를 주택으로”…도심 공급 ‘대안’ 급부상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상가·오피스·지식산업센터 등 비어 있는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재정비나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공급에는 최소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지만 공실 상태의 비주거 건물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입주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과잉 공급 여파로 상업용 건물들의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도 이 같은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한차례 추진됐으나, 제도적 한계와 비용 부담 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는 만큼 실행 단계에서의 제도 개선과 안전 기준이 관건"이라는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서울 도심의 상가와 오피스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집합상가의 공실률은 9.27%로,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유동인구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상가와 동대문 쇼핑몰 등 한때 '불야성'이던 상권조차 임대 문의가 끊겼고, 연남동·서촌 등 MZ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가 주도하던 골목상권에서도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오피스 시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로 등 도심권(CBD)은 2년 만에 4%대로 진입했고, 강남권(GBD)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신축 빌딩의 공실률은 오히려 높았다. 8월 기준 서울 오피스 거래량은 급감했고, 꼬마빌딩 거래액은 3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고금리와 투자 위축이 맞물리며 공실이 늘고 거래는 줄어드는 '이중 침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도심 공간 구조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비어 있는 건물을 단순한 '유휴공간'이 아닌 '주거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이미 5년 전부터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 대책(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상가·오피스 등 비주거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민간사업자도 공실 오피스·상가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리모델링 비용 융자 지원과 주차장 증설 면제 등 규제 완화책을 담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 결과 실제 사업도 추진됐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안암생활'은 기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청년 임대주택으로 바꾼 대표 사례다.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0년부터 1인 청년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했으며, 개인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원룸형 구조에 공용 라운지·세탁실을 결합한 도시형 생활주택 모델로 주목받았다. 입주 경쟁률은 10대 1을 넘길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LH는 또 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SH공사)와 함께 2020~2021년 서울 등 수도권 도심의 공실 오피스·상가를 매입해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종로·영등포·중구 등 10개 사업지에서 총 1200가구, 즉 노후 업무시설과 상업용 건물을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원룸형 주택으로 바꿔 공급했다. 교통과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높고 임대료가 낮아 사회적 반향도 컸다. 그러나 이러한 비주거 건물 주거 전환 실험은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구조 변경 비용과 안전 규제 부담이었다. 바닥 난방과 욕실 설치 등 개조에 수천만 원이 들고, 구분소유자와 임차인 동의 절차도 복잡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저조했다.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실제로 '사업성이 보장되는 모델'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실행 단계에서의 제도 보완과 안전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서울은 이제 땅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로, 비주거 건물을 주거로 전환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현장의 인식과 해석, 사업성 판단이 운동장 차이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정부가 제도만큼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파구 가든파이브처럼 공실이 많은 상업시설이나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 등 활용도가 낮은 부지는 복합용도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 전환의 핵심 변수는 안전 규제 완화 여부"라며 “주거시설은 상시 체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방·피난·주차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도 변경 시 구조 하중이나 정화조 용량까지 바꿔야 해 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다"며 “공공이 주도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적 검증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 전환에는 건축적으로 까다로운 기술 기준 충족이 필수적이다. 주거시설은 상시 체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화재감지기·비상등·피난구 설치 등 소방설비와 피난·방화 구조, 주차장 기준, 정화조 용량 산정 등 추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정화조는 업종별 예상 오수 발생량과 저장일수에 따라 크기가 결정되고 건축허가 단계에서 설계도면 반영과 보건소·지자체 기준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용도 변경에는 구조 안정성·위생·화재안전·주차 등 다각도의 기술 검증이 뒤따라야 하며, 그만큼 추가 비용과 공사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실이 늘고 있지만 지역별 용도지구 구조가 달라 모든 건물이 전환 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 등 이미 복합용도가 가능한 곳부터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국토부도 다시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고 있다. 최근 상가·오피스 등 비주거 건물의 주거 전환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용도변경 절차 완화'를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문석준 국토부 건축정책관 과장은 “공실 상가나 오피스를 주거로 바꾸는 절차가 복잡해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초 착수했고 내년 1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때 적용했던 성능설계, 외부 주차 인정, 피난·소방 기준 보완 방식 등을 오피스·상가 전환에도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안전 기준은 유지하되 절차적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LHRI)은 지난 9월 발간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동향과 추진 여건' 보고서를 통해 “LH가 비주택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도심 오피스·상가의 공실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을 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5년간 전국 1만 가구, 서울 4600가구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숙박시설 1740가구, 업무시설 2440가구, 상가 190가구, 노유자시설 230가구 등으로 전환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LHRI는 “역세권 반경 250m 내 상업용 건물의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청년층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해외 사례로 뉴욕·런던 등의 오피스 전환 정책을 인용했다. 미국 뉴욕시는 팬데믹 이후 '오피스 투 레지던셜(Office to Residential)' 프로그램을 통해 세금 감면, 용적률 상향, 신속 인허가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약 2만8500가구를 공급했고, 2030년까지 7만 가구 추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LHRI는 “국내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공급 확대와 도심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與, 태릉·그린벨트 주택 공급 ‘만지작’…공급 해법 되나?

여당이 서울 내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태릉CC(군 골프장),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공공기관 부지 등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공급 확대 기조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좌초됐던 부지를 다시 꺼내든 만큼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치·행정 변수와 절차 지연 등 현실적 제약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태릉골프장, 일부 그린벨트, 공공기관 소유 부지 등을 잠재 개발 후보지로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주최 성수1구역 재건축조합 주민 간담회에서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당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부지를 찾아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당이 태릉골프장과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에 나선 것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정비사업 지연 우려와 공급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민심을 의식한 '공급 드라이브'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을 “의지는 분명하지만 낙관하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행정 절차, 주민 반발 등 복합 변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이번에는 정부·여당의 공급 의지가 확실히 강하다"며 “군부지나 그린벨트는 토지비가 낮아 공공임대 등 저렴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 일정상 속도전은 불가피하고, 주민 반발이나 환경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결국은 정책 의지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정책 전환의 신호탄이지만, '가능은 하되 낙관은 어렵다'는 조건부 전망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훼손지 중심의 그린벨트 해제라면 공급 효과가 있겠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은 남겨야 한다"며 “실제 착공까지는 7~8년의 절차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도 했다. 즉, 공급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단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긍정론과는 달리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계 주요 도시는 도심 정비와 고밀개발로 공급을 해결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교통·환경·지역 반발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지는 사실상 미래공급 카드에 불과하다"며 “3기 신도시도 착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개발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태릉은 문재인 정부 때도 지역 반대와 정치 변수로 좌초됐던 곳"이라며 “수도권에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그린벨트는 이미 대부분 활용돼 추가 여력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3기 신도시조차 지연되고 있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부지를 발굴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우미건설, ‘화성 남양뉴타운 우미린 에듀하이’ 분양

우미건설이 5년 만에 화성 남양뉴타운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선보인다. 우미건설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리 2198번지 일원에서 '화성 남양뉴타운 우미린 에듀하이'를 분양한다고 30일 밝혔다. 화성 남양뉴타운 우미린 에듀하이는 지하 2층~지상 24층, 6개 동, 전용 84㎡ 단일면적, 총 556세대로 구성된다. 공공택지 내 위치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시세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해당 단지는 우수한 교육환경이 강점이다. 단지 바로 앞 새동초등학교와 새동중학교가 2026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으며, 인근에는 화성시립남양도서관과 학원가가 자리해 있다. 교통환경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서해선 서화성~홍성 구간이 개통되면서 화성시청역 이용이 가능해졌고, 2026년 12월 개통 예정인 원시~서화성 구간과 2028년 12월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연장선이 완공되면 여의도·김포공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서해선 KTX 연결 사업'이 완료되면 홍성에서 서울 용산까지 45분대 이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는 남향 위주의 배치와 넉넉한 동간거리 확보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지상에 차량이 없는 단지로 설계하고 세대당 1.33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하게 조성된다. 피트니스클럽, 주민카페 '카페 린(Café Lynn)', 맘스라운지, 스크린골프장, 탁구장 등 입주민 전용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남녀 독서실과 작은도서관 등 자녀 학습공간도 마련된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울시, 내년 51조5060억 원 역대 최대 예산…‘시민 체감·성과 중심’ 강화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51조5060억 원으로 편성했다. 복지·미래산업·안전 등 시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 투자를 늘리며 재정 기조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설명회에서 “서울의 진정한 경쟁력은 시민의 행복에서 나온다"며 “성과가 검증된 정책을 더 키우고, 시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안은 오 시장 임기 반환점을 지난 뒤 처음으로 편성된 정기 예산으로, 시정 비전인 '동행·매력특별시 2.0'을 구체화한 성과 예산의 성격이 짙다. 시는 오는 31일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총규모는 올해보다 3조4000억 원(7%) 늘어난 51조5060억 원이며, 이 중 순계예산은 46조5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시는 지난해(2025년) 소비진작 쿠폰 등 일시적 민생지원으로 채무가 증가했으나, 내년에는 채무 규모를 11조6518억 원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확대 재정을 유지하되 미래 세대의 부담은 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 예산은 최근 3년간 뚜렷한 변화를 보여왔다. 2024년도 예산은 45조723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줄며 13년 만의 축소를 기록했다. 이후 2025년 예산이 48조1144억 원(5.4% 증가)으로 확대되면서 기조가 반등했고, 내년도 예산은 다시 7%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앞서 시는 2023~2024년 세입 감소와 경기 침체로 긴축 운영을 이어왔으나, 올해는 저출생·미래산업·도시경쟁력 강화 등 체감형 분야에 대한 투자 요구가 커지면서 재정 기조를 '확대·성과 중심'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산에서 시는 '동행·안전·매력' 3대 투자 중점을 제시했다. 정책사업비는 28조7683억 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다.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8600억 원 늘어난 15조6000억 원으로, 장애인 일자리·어르신 돌봄·아동 급식·청년 장학 등 생애주기별 복지 지원이 강화됐다. 공공일자리 규모도 22만5000개로 역대 최대치다. 미래산업·인공지능(AI)·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됐다. 서울형 AI산단 조성, 청년취업사관학교 확대, 서울 장학사업(93억 원 증액)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2025년 예산이 저출생·안전·민생경제 중심의 '회복형 예산'이었다면, 올해 발표된 2026년 예산은 복지·미래산업·도시경쟁력 중심의 '확장형 예산'으로 무게가 옮겨졌다. 특히 시민 체감도가 높은 '밀리언셀러 정책'(기후동행카드·손목닥터9988·청년문화패스 등)에는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 오 시장은 “서울의 대표 정책이 시민의 생활 속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세입 전망을 둘러싼 지적도 나왔다. 오 시장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부 대책이 공급을 촉진하기보다 거래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서울시는 국토부와 협업해 시민 부담을 덜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과거와 같은 임대주택 비율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법과 제도 범위 내에서 융통성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래 감소로 인한 세입 둔화 우려에 대해서는 “거래가 줄면 취득세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상속·증여 등 다른 형태의 거래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입 감소를 전제로 매우 보수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주민 20%만 동의해도 모아주택 추진 가능해진다”

서울 시내 소규모 주택단지를 재개발할 때 주민 동의가 좀 더 쉬어지고 자금 조달 조건도 완화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서울시의 '모아주택(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본격 시행에 나섰다고 29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업성 검증 전면 확대, 금융 지원 신설, 공공 관리 강화, 임대주택 매입 가격 상향 등이 골자다. 앞서 시는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역세권 모아주택의 준주거 상향 △임대주택 가격 기준 상향 등 사업성 제고 방안과 함께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 및 건축계획 심의 동시 추진 △융자 신설을 통한 자금 부담 완화 등을 담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SH는 모아주택의 핵심 과제인 사업성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그동안 모아타운 내 대상지에 한정됐던 사업성 분석을 모든 모아주택으로 확대한다. 또 사업성 분석 요청 시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30%에서 20%로 완화해 초기 검증 문턱을 낮춘다. 사업성 분석에는 △추정 분담금 산정 △용적률 시뮬레이션 △건축계획 수립 △사업비 산정 △종전·종후 자산 탁상 감정 등이 포함된다. SH는 이 과정을 통해 주민에게 사업성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불필요한 갈등과 절차 지연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한 신규 금융상품도 도입된다. SH는 지난달 24일 서울시·하나은행과 '공공참여형 모아타운 자금 조달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 사업비 금융상품인 '모아든든자금(가칭)'을 개발 중이다. 해당 상품은 조합의 금융 비용을 줄이기 위해 총 사업비의 70% 이내에서 기존 대비 0.6%포인트 낮은 금리로 융자를 제공하며,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공공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기존에는 자치구 공모 후 후보지 선정이 이뤄진 뒤 SH가 관리계획 수립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후보지 선정 이전 단계에서 SH가 직접 관리계획을 수립·제안하는 '공공제안형 모아타운' 모델을 도입한다.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정교화해 절차를 단축하고 리스크를 줄인다는 취지다. 임대주택 매입 가격 기준도 상향된다. 용적률 인센티브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의 건축비 산정 기준을 기존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로 높여 주민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한다. 황상하 SH 사장은 “모아주택·모아타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공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사업성 검증의 투명성 강화와 금융 지원 확대, 공공 관리 고도화를 통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공급이 대안이라는데”…서울 새 아파트 지을 땅 ‘오리무중’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다시 '공급'으로 쏠리고 있다. 서울 도심 정비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이젠 공급을 늘릴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연내 추가 공급 방안을 내놓을 채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서울엔 지을 땅이 없다. 정부는 지난 9·7 대책에서 도심 유휴부지 4곳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2030년까지 2만8000가구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문제는 이 계획들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느냐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유휴부지와 국공유지 개발을 앞세운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주민 반대·규제·행정 지연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공급난은 땅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대체 부지 활용 등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9·7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도심 내 국공유지·유휴부지 4곳에서 향후 5년 내 4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1800가구), 송파구 위례업무용지(1000가구),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700가구), 강서구 가양동 별관·강서구의회 부지(558가구) 등이 대상지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착공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 같은 물량은 지난 정부의 대규모 공급 계획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13만 가구 등 '숫자 중심' 대책을 내놨다면, 이재명 정부는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착공 중심' 접근을 택한 점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김포공항, 태릉CC, 용산 미군기지, 국유·공공기관 부지 등 20여 곳을 후보지로 지정했으나, 사업은 대부분 좌초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릉CC(군 골프장)다. 문화재보존지구와 인접해 건축 고도제한과 경관심의를 피할 수 없었고, 노원·별내·갈매 생활권이 맞물려 교통난이 예상됐다. 이 같은 요인으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1만가구 계획은 절반으로 축소됐고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김포공항 부지는 항공 안전구역과 소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혔다. 항로와 고도제한, 항공장애물 규제 등으로 주거단지 개발이 불가능했고, 공항 기능을 유지한 채 주거를 넣는 방식은 법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공항 기능을 아예 인천공항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선 승객 불편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현 용산공원 예정지) 역시 의견이 엇갈려 사실상 집을 짓지 못하는 땅이 됐다. 국방부·국토부·서울시가 각각 일부 관리권을 쥔 구조라 조정이 쉽지 않았고, 오염 정화 지연과 공원화 마스터플랜 충돌로 '공원인가, 주택인가' 논란만 남겼다. 서울 외곽에 산재한 그린벨트 역시 환경영향평가·생태 훼손·교통 인프라 비용 문제에다 “후손에게 남겨야 할 땅"이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혀 점점 더 후보지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앞으로 도심의 집들도 비어갈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서울 시내 신규 택지 공급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 공공택지과 관계자는 “추가 발굴을 계속 검토 중이며 준비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지역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4000가구가 사실상 최대치 아니냐'는 질문에는 “최대치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정부의 공급정책은 양보다 질을 앞세운다. '될 곳부터 짓겠다'는 원칙 아래 행정 절차가 완료됐거나 협의가 끝난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큰 숫자, 느린 추진"에서 “작은 숫자, 빠른 추진"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는 협의·검증을 마친 부지부터 내놨다"며 “성균관대 야구장, 창동운동장 같은 곳은 공공시설 이전이 이미 논의된 지역이라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정부가 정치 일정에 맞춰 큰 숫자를 던졌다면, 이번엔 실현 가능한 곳부터 가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즉 '규모는 작지만 속도는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기조는 단순히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 '공급 실패'로 떨어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들 국공유지·유휴부지 개발의 실제 진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부지들의 주택공급 계획은 공식 발표와 달리 행정 절차, 부지 이전, 사업자 선정, 인허가 등 여러 과제가 얽혀 착공이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각 후보지별 여건도 제각각이어서 진척 속도는 매우 느리다. 대표 부지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은 20년 넘게 개발이 미뤄져 온 지역이다. 2003년 선수촌 이전 이후 수차례 개발계획이 추진됐지만 교육재산법, 소유권 문제, 주민 반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실제 착공에 들어간 적이 없다. 올해 들어 시행주체 선정과 부지 양도 협의가 진행 중으로 알려졌지만, 인허가와 소유권 이전, 사업 승인 등 핵심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송파구 위례업무용지 역시 기존 계획·용도 지정 이력은 있으나, 업무용지를 주거로 전환하려면 기존 용도·소유권·지분 조정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시공사와 사업자 선정은 지연되고 있어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마곡 이후 사실상 새 택지가 남아 있지 않다"며 “유휴부지는 기존 도시 기능과 얽혀 있어 전환에 시간이 걸리고, 4000가구 수준의 산발적 공급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주택과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네 곳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발굴한 사업지로, 시는 실무 단계에서 의견 조회만 참여했다"며 “추가로 제안할 후보지는 현재로선 공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8·4 대책 등에서도 공공이 직접 공급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나 관계기관 협의 지연으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장기 지연된 사례가 많았다"며 “현재는 새로 개발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거의 남지 않아 기존 국·공유지나 공공시설 부지를 복합화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노후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한 복합개발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 국토부·기재부·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8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걸었다. 준공 30년 이상 된 청사를 고밀도로 개발하고,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노후 청사·유휴부지 복합개발 42곳 중 현재 완공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했었다. 청사 이전·재배치, 소유·적정가 산정, 실무협의 등 절차로 인해 착공까지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전체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지만, 공공청사를 허물고 이전하는 과정이 행정적으로 매우 길고 복잡하다"며 “현재도 각 기관이 사용하는 공간을 폐쇄하고 인력·기능을 재배치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린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늦어 시장 체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청사 부지를 통한 공급은 정책 신호로서 의미는 있지만, 전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엔 물량이 미미하다"며 “정부가 시장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수치상의 공급 목표'보다 실제 착공과 분양으로 이어지는 가시적 변화"라고 지적했다. 윤 랩장은 이어 “서울은 더 이상 땅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는 묶여 있고, 공공부지는 용도 전환이 어렵다. 결국 행정체계 안에서 재개발·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불가능하다"며 “지금처럼 '가능한 곳부터 조금씩 짓겠다'는 방식만으로는 수요 압박을 흡수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급 논의를 공공택지 중심에서 제도개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다른 해법도 제시된다. 유휴부지보다 공실 상가·업무시설 등 비주거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 융합대학원 교수는 “서울 도심에는 이미 상가·저층 업무시설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이 많다"며 “청사 이전처럼 행정절차가 긴 방식보다, 기존 상업시설이나 공실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편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 용도변경이나 복합용도 완화를 허용하면 수개월 내 수천 세대도 가능하다"고 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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