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서예온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서예온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pr9028@ekn.kr

전체기사

“사람 위한 도시건축 실현”…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6일 개막

서울시는 서울의 도시 건축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시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오는 26일 개막한다고 22일 밝혔다. 행사는 11월 1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 도심 곳곳에서 전시와 포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을 주제로 열리며, 영국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총감독을 맡았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국제 건축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개막식은 26일 오후 6시 30분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리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헤더윅 총감독, 국내외 건축가, 각국 외교사절, 시민들이 참석한다. 이어 주말 이틀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글로벌 개막포럼: 감성 도시(Emotional City)'가 열린다. 포럼에서는 건축물 외관이 인간의 행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도시건축 전략을 다루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비엔날레 기간 서울 도심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전시는 △주제전 △도시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는 시민과 창작자가 협업한 친환경 조형물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과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을 선보인다. 도시전에는 켄고 쿠마, 헤르조그&드 뫼롱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다. 서울전은 주요 건축물을 통해 서울의 과거·현재·미래 변화를 조망하며, 글로벌 스튜디오는 세계 시민이 공유한 사진을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으로 구현해 '사람을 위한 매력 도시'를 표현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했다. 헤더윅 총감독 워크숍과 강연, 해외 작가 강연, 건축가와 함께하는 달리기 '아키런', 드로잉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임창수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기획관은 “이번 비엔날레는 13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한층 가까워진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 건축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K-건축문화'의 도약을 모색하고, 연계 전시와 시민 참여를 확대해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한 것도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표류’ 가덕도 신공항…연말 재입찰도 힘들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의 포기 선언으로 인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 표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때 국토교통부가 재검토를 서둘러 연내 재입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젠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부세하다. 국토부가 말 많은 공사 기간과 예산 규모를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나서면서 연내 발주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84개월(7년) 완공을 전제로 한 기존 조건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공사 기간과 예산, 활주로 추가 문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속한 입찰 공고를 위해 노력 중이나 공고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 산정은 기술·지역 여론·안전 등 복합 요인을 종합해야 해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 “부산시가 84개월 공기를 고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제각각이다. 공사 기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업계·지역·국회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한 번 더 입찰 취소를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하되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가덕도 건설공단과 실무회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으며 필요하면 국회와 지자체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불과 얼마 전까지의 업계 전망과는 사뭇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말 전 재입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국토부의 신중론이 공식화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입찰을 기다리던 건설사들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라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주간사 자리가 비어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사실상 '0순위'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과거 컨소시엄에서 18%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대규모 항만 공사 등 토목 분야 실적도 갖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연내든 내년이든 참여할 계획"이라며 “시점보다 조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잠재적 참여자로 거론된다. 정식 컨소시엄 멤버는 아니지만 가덕도 신공항과 연결되는 철도 공사에서 이미 지분 절반을 확보하고 있어 본공사에 참여할 경우 인력·장비 등 현장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식 멤버가 아니어서 현재로선 발주 조건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내부적으로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 참여 여부는 향후 조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치·재정 변수가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대규모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연말 예산 편성과 총선 시기가 겹치면 “재정 부담을 피하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진단 관계자는 “정치 일정보다는 사업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이런 관측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지역 사회에서는 정부가 공기 단축을 명분으로 착공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84개월(7년) 공기 준수"를 거듭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 9개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본계획에 명시된 84개월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에어부산 공백을 메울 지역 거점항공사 육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활주로 2본 확보와 핵심 기반시설을 포함하는 '플러스 패키지'를 전제로 정부가 책임지고 예산과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K-주택, 美·뉴질랜드서 진격…건설업계 ‘투자형 개발’ 승부수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는 '투자형 개발' 모델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뉴질랜드 등 선진 주택시장에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이식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본사 사옥에서 뉴질랜드 투자 운영사 HND TS와 현지 건설사 CMP 컨스트럭션(Construction)과 함께 오클랜드 타카푸나 해변 인근에서 추진되는 'The Strand 주택 개발사업'에 대한 시공사 조기 참여 협약(ECI)을 체결했다. 총 219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복합 주거 단지를 지하 3층~지상 7~10층 규모로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설계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최적의 설계와 공기, 비용을 도출하는 ECI 방식을 택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주거 공간에 특화된 혁신 설계·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CMP와 설계사 ASC 아키텍츠와 협력, 태양광 패널·전기차 충전소 등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접목한다. 뉴질랜드 현지에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선보이며 글로벌 주택 건설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북부 프로스퍼(Prosper)에서 타운하우스·호텔·오피스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현지 시행사 'Orion RE Capital'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1단계 타운하우스 공급을 시작으로 총 5단계 개발을 계획 중이다. 프로스퍼는 중간 가구 연평균 소득 약 19만 달러(2억 6489만원), 미국 최고 수준의 공립학교를 보유한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다. 현지 평균 주택가격도 약 85만 달러(11억 8532만원)로 높으며, 기업 이전이 활발해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2023년 뉴욕 현지 법인 설립과 주재원 파견을 통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사업 확대를 모색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주택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도 LA 도심 한복판에서 두 번째 자체 개발 프로젝트 'The BORA 3020'을 추진 중이다. 대지면적 5만2594제곱피트(약 4886㎡) 규모 부지에 지하 1층~지상 8층 262세대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갖춘 대형 단지다. 반도건설은 1차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상품력과 한국식 주거시스템을 접목, 드레스룸·붙박이장·국내 가전 위주의 빌트인 시스템, 미국 아파트 최초의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장 등 차별화된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한국식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 시공을 넘어 투자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자형 개발'로 체질을 바꾸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본다. 현대건설의 뉴질랜드 주택 개발, 대우건설의 북미 진출, 반도건설의 LA 프로젝트 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K-주택'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키우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업계 전반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팬데믹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장기 투자형 사업 모델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플랜트·에너지 인프라, 고급 주거단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자체 공급 이어 대출 규제 직격…오세훈,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 정책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을 잇따라 비판하며, 서울시 차원의 별도 공급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움직일 경우 정책 혼선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신혼부부의 꿈을 막는 정책,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의 6·27 대출 규제를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웠다"며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다른데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예로 들며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데, 서울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27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줄면서 성북구 미리내집 입주에 필요한 자기 자금이 9000만 원에서 1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며 부작용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제도 개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집값 잡기'와 무관한 주거 안정은 오히려 적극 장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의 9·7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 대책만으로는 서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강남권 등 집값 급등 지역에 대한 획기적 공급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차원의 보완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목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시행, 도심 공공복합사업 상시 추진, 용적률 완화 등을 골자로 한다. 공공 주도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까지 가져가면서 지자체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민간 주도 정비사업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강남권 중심의 공급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김준형 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도심 주택 공급의 열쇠는 민간 정비사업에 있다"며 “기존 신통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관리처분인가까지 기간을 줄이는 '신통기획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소요 기간을 평균 18년 6개월에서 13년 이내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통 목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가 따로 움직일 경우 실행력이 떨어지고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135만 호 착공 목표는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계획"이라며 “정부와 시가 주도권 경쟁에 치우치면 시장 혼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토허제 두고 정부·서울시 ‘규제 권한’ 신경전

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권한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토허제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1년 3개월 연장했지만 마포·성동구로 확대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토부가 지정 권한을 나눠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홀로 부담을 지기 싫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계속되고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의 몫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제 지정을 1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제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실수요자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등 8곳도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추가 지정이 유력하다고 거론됐던 마포·성동구는 이번에도 빠졌다. 두 지역 모두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올라 전주(0.2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마포구 역시 0.17% 올라 전주(0.12%)보다 오름 폭이 커졌다. 이는 서울 전체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시가 마포·성동 신규 지정을 미룬 배경으로 국토부와의 규제 주도권 조율 부담과 제도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꼽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마포·성동은 지정 요건을 갖췄지만 국토부가 규제지역과 시장 관리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가 단독으로 추가 규제를 발표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집값 책임을 서울시가 스스로 떠안기보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편이 속이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는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이 없는 투기성 거래를 막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토부는 국가 개발사업이나 시·도 간 중첩 지역에서만 토허제를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최근 토허제 지정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7 공급대책 직후 국회에서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토허제 지정권을 국토부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자체가 규제에 비협조적일 경우 지정권을 중앙정부가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국토부는 마포·성동뿐 아니라 경기 과천과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토허제 확대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허제의 구조적 한계와 장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본래 신도시 보상금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한시적 제도였는데, 지금처럼 도심에 장기 적용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며 “인위적으로 가격 변동을 억제해도 언제까지 누를 것인지가 문제이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성격을 띠는 토허제가 일시적 거래 억제 이상의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시는 이미 지정된 지역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규 지정은 향후 해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올해 2월 한 차례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재지정했던 경험이 신규 지정의 문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마포·성동의 비지정이 되레 대기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연구원은 “풍선효과라기보다 원래 마포·성동을 노리던 수요가 규제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매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마포·성동을 안 묶으면 '아직 안 묶였다'는 기대감이 대기 자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광진·영등포·동작 등 인접 지역에서 이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변경…연내 착공 ‘청신호’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시는 지난 17일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발계획을 고시한 뒤 실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실현성과 계획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이뤄진 결과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보행 네트워크 강화와 '빛과 바람이 통하는 열린 도시공간' 조성이다. 시는 각 획지로 뻗어나가는 보행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중교통 연계성을 높이고,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축물 사이로 자연 채광과 바람이 원활히 흐르도록 획지계획을 재정비했다. 한강변으로 열린 녹지 체계와 지상 레벨 중심의 오픈스페이스도 대폭 확보해 생태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공간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 6월 26일 용산구로부터 구역·개발계획 변경(안)과 실시계획(안)에 대한 결정 요청서를 제출받은 뒤 신속히 행정절차를 진행해왔다.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과하면서 연내 실시계획 인가와 기반시설 착공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시는 교통·재해 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가·고시를 완료하고, 즉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시와 사업시행자는 기반시설 설계 검토와 공사 계획을 면밀히 협의해 인가 직후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장기간 방치된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일·주거·여가가 융합된 '입체복합 수직도시'로 재탄생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용산을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거점으로 키워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기업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기업 간담회·포럼·국제컨퍼런스 등을 통해 해외 유수 기업의 투자를 독려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치열한 국제도시 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도록 10년 이상 방치되어 온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혁신적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고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연결노선 지금도 텅텅”…오세훈표 한강버스, 오릿배 면할까?

서울시가 17일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서 '오세훈표 한강버스' 취항식을 열었다. 다음날부터 정식 운항하는 이 수상 교통 수단은 서울 서부 마곡에서 동부의 잠실까지 7개 선착장을 잇는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관광·교통 르네상스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한강 여객선 사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강 선착장 주변의 접근성 개선, 지하철·버스 등 타 교통수단과의 연결성 확대, 안전성 확보 등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실패를 거듭했던 것도 바로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업에서도 특별히 차별점을 찾기가 어려워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시는 한강버스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선착장 주변 접근 교통망을 대폭 손질했다. 마곡선착장에는 7대가 11~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 6611번과 무료 셔틀버스 2대(15분 간격)가 투입됐다. 망원선착장에는 7대가 14~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7716번과 출퇴근 시간대 4대가 15분 간격으로 다니는 맞춤버스 8775번이 신설됐다. 압구정선착장은 1대가 30분 간격으로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시내버스 240번(22대·11~18분 간격) 노선이 조정됐다. 잠실선착장도 3대가 15분 간격으로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와 함께 3323번(15대·12~17분 간격), 3317번(11대·8~12분 간격) 노선이 조정됐다. 시 관계자는 “시내·마을버스는 이미 노선이 신설·조정돼 운영 중이며, 무료 셔틀버스는 18일부터 운행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한강버스와 환승할 연결버스가 마련됐다 해도 선착장에 승객이 언제, 얼마나 도착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한강버스 운행 시간에 정확히 맞춘 환승 체계를 꾸준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연계 수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지만, 있더라도 결국 한두 정거장을 더 환승해야 한다는 불편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교통수단이 처음 등장하면 호기심으로 3~4개월간 이용객이 몰리는 피크 효과(교통분야에서 초기 호기심으로 이용객이 잠시 늘어나는 현상)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출퇴근용 지속 수요와는 다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즉 연결버스와 셔틀을 미리 갖췄다 해도 장기적으로 통근 수단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용객도 적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 주민은 “뉴스를 보고 한강버스를 타보려고 홍대입구역에서 망원선착장까지 운영하는 7013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승객이 기사 외에는 나 밖에 없었다"면서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한강 여객선이 서울의 동서를 연결하는 대중 교통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운행 안전 확보도 과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0월부터 하루 30회 운항을 계획해 마곡∼잠실 구간의 17개 교각을 하루 500회 넘게 통과해야 한다"며 “기존 유람선보다 훨씬 잦은 교각 통과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팀장도 “한강에서는 매년 관공선이나 유람선이 교각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며 “체험 운항 두 달 만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시의 판단은 섣부르다"고 비판했다.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 확정 전 조례를 제정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강행 전제' 행정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애초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명분으로 시작된 사업이 출퇴근 대중교통에서 관광 보완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성 부족도 문제다. 초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시도 인정하고 있다. 박진영 시 미래한강사업본부장은 “초기 2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2027년 9월까지 전체 사업 흑자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연간 약 50억 원은 운항 수익으로, 150억 원 중 90억 원은 옥외광고, 나머지는 편의시설(CU·BBQ 등)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편의시설 운영 방식은 입점·직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한강버스를 출퇴근 대안 뿐만 아니라 관광·레저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야경을 즐기려는 시민과 요즘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야간 운항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망할 각오해라”…초강경 산재 대책에 건설사들 “존폐 위기” 호소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고, 반복 위반 시 건설사 등록 말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업의 안전 리스크를 대출·투자, 분양보증 등 금융시장 전반에 반영해 '안전투자 없이는 생존도 없다'는 신호를 던졌다. 반면 건설업계에선 중견사들을 위주로 이윤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저가에 수주하는 기존의 사업 방식이 흔들리면서 또 다른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전비용의 사회적 분담과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이번 대책은 산재 피해자 출신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처벌 대신 최대한의 경제적 불이익' 기조에 따른 조치다. 연간 산재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한 기업에 법인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3년 안에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하면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건설사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최소 30억 원 이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사고=기업 존립 위기'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된 셈이다. 또한 정부는 대출·투자·분양보증 등 금융 거래에도 중대재해 이력을 반영하기로 했다. 예컨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때 안전 관리 수준이 낮으면 금리가 오르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상장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사 판결을 받는 즉시 공시해야 한다. 산업재해가 단순한 현장 리스크가 아니라 곧바로 재무적 리스크로 연결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정책자금과 산재보험기금 투자 제한까지 걸어 건설사가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자본시장 전반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른바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산업안전 감독 인력을 3000명까지 늘리고 지자체·민간 전문기관과 협업해 상시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노동부는 “법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해 안전을 경영진 책임으로 명확히 한 것"이라며, “예방에만 충실하면 과징금은 피할 수 있다"(권창준 차관)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규제의 강도가 워낙 높아 제도의 취지를 넘어 기업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저가수주·하도급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중견건설사들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SOC 사업은 사업성이 낮아 이미 유찰이 잦은데 과징금과 선분양 제한까지 겹치면 참여 의지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공공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견사들은 민간으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요율을 현장의 위험도에 맞게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중건설공사 기준(50억 원 이상) 안전관리비 요율은 2007년 2.26%에서 2013년 2.44%, 올해 3.11%로 올랐지만 공종별 위험을 더 세밀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견 건설사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 SOC 사업을 주력 시장으로 삼아왔다. 공사 대금이 좀 싸더라도 따박 따박 받을 수 있고 절대 부도 날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공공 발주 현장에서 산재를 낼 경우 큰 불이익을 받게 되면 SOC 공사에 의존해온 중견사들에겐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건축·재개발 등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민간 건축 시장의 경우 여전히 부도 등 위험성이 더 크고 산재에 대한 처벌도 비슷해 '올인'하기 힘들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의 표정은 애매하다. 대체로 규제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처벌 강도만으로는 실효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사고 한 번으로 영업이익 5% 과징금과 등록 말소까지 거론되면 건설업은 사고 리스크가 곧 기업 존립 리스크로 이어지는 산업이 된다"며 “단순히 처벌 강도만 높이는 방식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미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안전 예산을 늘렸지만 현장에는 숙련공 부족·외국인·고령 근로자 비중 증가·하도급 다단계 구조 등 구조적 제약이 남아 있어 사고를 완전 제로로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대통령이 강한 메시지를 냈음에도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강력한 메시지만으로는 산재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며 “현장의 실질적 원인을 찾아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률·정책 전문가들도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처벌 일변도의 접근은 한계라고 경고한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노동법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미 경영 책임자까지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에 회사 영업이익의 5% 과징금과 등록말소까지 추가하는 것은 기업 존립에 가까운 제재"라며 “사망사고를 100%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처벌만 겹겹이 쌓는 것은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구조적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공기와 적정 공사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뒤에도 미흡하면 강력히 처벌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상당수는 여전히 '공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안전 확보 비용은 결국 사회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즉, 안전비용의 사회적 분담과 발주·입찰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선진국들은 건설현장 안전을 '사고 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장치로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규정을 도입해 설계 단계부터 시공·관리까지 전 과정에 안전을 제도화했다. 발주자·설계자·시공자 등 모든 주체에게 단계별 책임을 부여하고, 시공 전부터 위험요소를 진단해 안전계획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 영국 건설현장의 사망률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단순히 사고 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설계·시공 단계에서 안전을 통합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책임을 분산하는 방식이 실질적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사고 발생 시 벌칙과 함께 현장별 안전개선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우수 기업에는 규제 일부를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국 단위의 '추락 방지 캠페인'을 비롯해 근로자 교육과 상시 감독을 강화해 기업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처벌에만 의존하지 않고 예방적 개선·교육·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해 산업현장의 자발적 안전문화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건설업 전용 '코어트레이드(CoreTrade)' 제도를 통해 숙련공과 관리자를 국가가 인증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현장에는 반드시 인증 인력을 배치하도록 했다. 설계 단계에서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징금·벌점을 부과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감사와 안전경진대회 등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장 전체의 안전문화를 제도적으로 끌어올렸다. 예방적 제도 강화와 숙련 인력 인증이 그 핵심이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해외는 설계·시공·관리 전 과정에 안전을 통합하고 숙련 인력을 제도적으로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며 “정부도 처벌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센티브와 예방 중심의 지원책을 병행해야 '산재 왕국'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9·7 대책에도 강남·마용성 다시 신고가…“공급 부족에 매수세 꿈틀”

정부가 9·7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핵심지 집값은 여전히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27 대출 규제로 주춤했던 매수세가 최근 다시 회복됐다. 이에 최근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금융 규제의 한계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네이버 부동산 실거래가를 분석해 보니 9·7 대책 발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강남과 마용성 일대에서 역대 최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마포구 아현동 '더클래시' 전용 59.5㎡(20층)는 9·7 대책 이후인 지난 10일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6층)이 지난 5월 26일 18억9500만원에 팔린 것보다 8500만원 높다. 성동구 '래미안 하이리버' 전용 84.98㎡(2층)도 지난 10일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25일 13층 동일 면적이 16억원에 거래된 뒤 불과 석 달 만에 1억4000만원 올랐다. 강남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2차' 전용 84.42㎡(16층)는 지난 11일 15억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6월 26일 19층 동일 면적이 13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지역 매수세도 꿈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7 규제가 적용된 지난주(9월 8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100.2로 7월 3주차(100.1) 이후 7주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을 때 100을 웃돈다. 6월 말 6·27 대출 규제 직후 104.2에서 하락해 7월 4주차 99.3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한 달여만에 복귀됐다. 전문가들은 매수심리 반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 무엇보다 공급 부족을 꼽았다. 김지연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거래가 줄었는데도 수급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이라며 “서울의 당장 체감 가능한 신규 공급은 4000가구에 불과하다.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매수 심리를 되살렸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규제 이후 잠재 수요가 쌓이면서 거래량과 심리가 괴리된 상황"이라며 “공급대책은 발표 직후 바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없어 단기 시장 진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규제의 한계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은 “6·27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구매력을 막지만 매수심리까지 꺾지는 못한다"며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급함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책임연구원도 “금리나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규제가 강화돼도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핵심지 수요 쏠림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돈 있는 사람들은 강남·마용성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인식이 이미 굳어 있다"며 “8학군이 유지되는 한 강남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만약 종부세 인상으로 강남 매물이 나오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한층 더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전세 옥죄기, 방향은 맞지만 보완해야

9·7 대책 이후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젊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6·27 대출 규제로 집을 사는 길(주택담보대출)이 좁아진 데다 9·7 대책으로 세입자로 버틸 길(전세대출 3억→2억원 축소)도 줄어들었다.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시장을 왜곡해온 것은 분명하다. 전세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요일 발표 후 월요일 즉시 시행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에 9·7 대책이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전세 공급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보증금 1억~2억 원에 월세 100~200만 원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는 매달 이 정도의 고정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번의 목돈으로 '숨 고르기'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의 징검다리가 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모델은 미국식 장기 모기지를 접목한 공공분양으로, 목돈이 없어도 30~40년 모기지처럼 집을 장기 할부로 마련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 또는 장기 모기지를 통해 주거를 확보한다. 한국은 전세가 장기간 유지되며 부동산, 특히 '똘똘한 집 한채' 중심의 노후 대비가 굳어졌고,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추가 매입·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전세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전세 축소에서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이번 대책이 그 첫 단추라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연착륙 장치와 세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비(非)아파트 전세 매물 확대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등으로 빠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전세의 부작용을 고치되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단기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이라는 큰 그림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책의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건 정교한 보완책과 시장을 부드럽게 안착시킬 장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