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중순부터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다.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HDC현산 등 주요 대형사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익이 늘었다기보다 코로나 시기 고비용 공사가 이제야 정리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HDC현산 등 주요 5개사가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은 2034억 원으로 78% 증가하고, DL이앤씨 1237억 원(48%↑), 대우건설 1056억 원(69%↑), GS건설 995억 원(22%↑), HDC현산 1010억 원(112%↑)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뚜렷한 회복세지만, 실질적으로는 코로나 시기 수익성이 악화된 현장이 마무리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0~2023년 사이 철근 가격이 톤당 6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미 낮은 단가로 계약된 현장은 그대로 진행해야 했다"며 “그 시기 수주 물량이 이제 대부분 끝나면서 원가 부담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건설업계는 자재난·물류대란·인력난의 '3중고'에 시달렸다. 주요 철강·시멘트 생산국의 봉쇄로 공급망이 끊기고, 해상 운임은 팬데믹 이전보다 수배로 뛰었다. 창호·전선 등 부자재 납기가 지연되면서 공정이 늘어난 현장도 적지 않았고, 현장 유지비·장비대·관리비 등 간접비 부담이 늘었다. 여기에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까지 치솟으면서 손실이 불가피한 공사들이 속출했다. 이 같은 고비용 수주 현장들이 올해 들어 차례로 마무리되면서 원가율이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 시기 건설자재 가격 급등으로 손실이 누적된 공사들이 정리되며 수익성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이번 분기에는 기상 여건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예년보다 우기가 짧아 공사 일정 지연이 줄었고, 이에 따라 매출 인식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엔 장마로 공정이 늦었지만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매출이 예상보다 선방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이런 외부 요인보다 원가구조의 정상화가 본질적인 변화라고 본다. 일시적 기상 효과보다 코로나 시기 누적된 원가 악재가 해소되면서 체질이 서서히 개선되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수익성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저가 낙찰 관행을 꼽는다. 정부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대부분 최저가 낙찰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격이 낮을수록 수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소 이익만 남기는 수준으로 견적을 써야 하고, 이후 자재비가 오르면 그대로 손해를 떠안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품질과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공 발주 제도도 수익성 개선의 한계로 지목된다. 발주처가 자재값 변동을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철근·시멘트 값이 20~30% 오르더라도 발주처가 인정하는 인상률은 10% 안팎에 그친다. 한 관계자는 “실제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야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올해 3분기 건설사 실적은 코로나 시기 고비용 수주 정리와 날씨 요인에 따른 일시적 개선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원가 정상화는 내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 증가가 착시로 끝나지 않으려면 낙찰 제도와 물가 반영 방식 등 구조적 한계를 고쳐야 한다"며 “코로나 이전 수준의 이익 체력 회복은 내년 이후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