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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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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가 밸류업과 무슨 상관이냐는 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등에서 제시된 밸류업 해법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6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일 상의는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2024년 평가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배구조 1위인 호주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6위, 지배구조 7위인 인도는 주가지수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또한 각 나라마다 주가 상승의 이유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호주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주가가 상승했고, 인도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나 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한 것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배당 소득세를 낮추거나 주식을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대한상의의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의 이상철 교수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연구 “기업지배구조가 효율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 가치 사이에는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증시에 상장된 2448개 기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기업 지배구조 점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기업 가치는 '토빈의 Q'라는 지표로 측정했는데, 이는 기업의 시장 가치를 자산의 대체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주식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얼마나 더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연구는 또한 왜 좋은 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지 그 이유도 밝혀냈다.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수록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 높아진 효율성이 결국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들에서 이러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의 특수한 기업 환경, 즉 재벌 구조에서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예기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박사과정의 이인식 씨와 이헌상 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연구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른 주가 수익률의 장·단기적 관계 분석"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와 주가 수익률의 관계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연구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한국 상장기업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부터는 이 관계가 뒤집혀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들의 경우 지배구조 평가 발표 후 1년간의 수익률은 0.29%였지만, 4~5년 후의 수익률은 0.91%로 3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들은 처음에는 1.11%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45년 후에는 0.33%로 크게 떨어졌다. 이 연구는 또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주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경우 시장 전체의 움직임, 기업의 크기, 기업의 가치 등 모든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은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기업의 크기만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 결과들은 대한상의의 주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상의의 분석이 단기적인 주가 변동만을 본 반면, 학계의 연구들은 더 긴 기간에 걸쳐 기업 가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밖에 황선웅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주식가치와 기업지배구조간의 상호관련성에 관한 실증연구'와 박순홍 건국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1년에 발표한 '기업지배구조가 시장 경쟁도에 따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도 모두 기업의 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배구조 상위 20% 기업들의 포트폴리오가 하위 20% 기업들의 포트폴리오보다 41.49% 높은 누적평균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우수한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와 주주 부의 극대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이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의 관계는 대한상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결국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상의가 제안한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대주주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가 제안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나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제혜택은 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들을 고려할 때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수립할 때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만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제안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나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요소들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거나 대주주에게 유리한 정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과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데이터센터 82%가 수도권 집중… 전력·부지 확보엔 답없다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지 확보와 주민 반대, 전력 공급 문제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 심각“ 6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한국의 수도권 데이터센터 시장은 개발 가능 토지의 제약과 지역 사회의 반대로 인한 인허가 및 착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732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601개, 즉 82%가 수도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 그리고 일부 금융사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디벨로퍼, 건설사 등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증가와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건립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100MW가 공급된 데 비해, 2024년 상반기에는 36MW만이 공급되었다. 원할한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 해결이 업계의 최대 숙제다. 현재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국내 운영 용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대책 마련에도 난제 산적…전력·부지 확보 '난항'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6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5월까지 비수도권에서 22.9kV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기 설비 부담금을 50% 할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고객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전송 지연(latency)이 증가하는 문제가 업계의 벌목을 잡는다. 추가로 숙련된 데이터 센터 관련 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가지 경제 및 인프라적 요인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자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및 부지 확보의 어려움도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MW 이상의 전력 수요가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되면서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전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4년 들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전기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을 불허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2024년 상반기 신규 허가를 득한 사업지는 메이플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시흥시 1건에 불과하다. 전 분기 신규 인허가가 7건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안전 규제 강화에 비용 부담↑…주민 반대도 걸림돌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안전 3법(방송통신발전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한 것도 데이터센터의 공급 확대에는 숙제다. 이에 따라 전산실의 바닥 면적이 2만2500㎡ 이상이거나 수전 설비 용량이 40MW 이상인 시설,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데이터센터는 의무적으로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산실 바닥 면적이 500㎡ 이상인 데이터센터는 별도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관리와 보고 체계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 건립 및 운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건설비용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반대와 님비(NIMBY) 현상도 데이터센터 건립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착공 신고를 완료한 사업지는 Digital Realty가 발주해 DL이앤씨가 착공한 김포 Digital Seoul2 1건에 불과하다. 2024년 상반기 착공이 계획되어 있던 고양시 데이터센터는 주민 반대로 착공이 지연되었다. ◇해외 사례서 배운다…지역사회와 '상생' 모색 업계에서는 지역과의 상생사례를 외국에서 찾아보기도 하는 중이다. 아일랜드에서는 'DCs for Bees'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기존 및 신규 캠퍼스 개발에 벌 친화적인 식물을 심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효과로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공동으로 아일랜드 전역에 과수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영국 히스로에서는 University Technical College Heathrow의 'Digital Futures'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센터 산업과 협력하여 젊은이들을 엔지니어로 교육하고 있다. 이는 지역 고용 기회를 개선하고 데이터센터 산업의 엔지니어링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 균형 발전, 주민과의 상생, 환경 문제 해결, 에너지 효율성 제고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AI, 혁신의 필수 요소”…글로벌 컨설팅업계 ‘한목소리’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의 컨설팅업체 에이밍(Ayming)과 미국의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등 주요 컨설팅 기업들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AI 투자 동향과 이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주목하고 조언했다. AI가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 게 그 이유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밍은 지난 25일 '2025 국제 혁신 바로미터'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AI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결론을 보고했다. 에이밍은 17개국(벨기에, 캐나다, 중국, 체코,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 1227명의 CFO, CEO, CTO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AI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86%의 기업이 AI에 R&D(연구개발)에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예산의 규모는 전체 R&D 예산 중 20%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규모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기업들이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AI 관련 투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시사점이다. AI 투자 규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났다. 대기업의 경우 52%가 AI를 연구하기 위해 R&D 팀 구조를 이미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초기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R&D 예산에서도 AI에 대한 투입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R&D 예산은 작년 대비 6.4%에서 6.6%로 소폭 증가했으며, 73%의 기업이 내년에 예산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직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39%)을 꽂았다. 이어 '기술 및 인재 부족'(37%), '재정적 자원 부족'(36%),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와 관료주의'(33%), '위험 회피적 문화'(29%)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됐다. AI 사용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윤리적, 기술적 리스크가 존재함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29%가 지난 5년간 경쟁사에 의해 제품이 복제되는 경험을 했으며, 27%는 자사의 혁신이 경쟁사의 특허에 의해 보호되는 상황을 겪었다. AI 도입에 따른 조직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85%의 기업이 AI 도구 도입으로 팀 구조를 변경했거나 변경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의 베인앤컴퍼니도 지난 26일 '2024 연례 기술 보고서'를 통해 'AI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는 AI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고객 응대 시간을 20~35% 단축하고, 콘텐츠 제작 시간을 30~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작업에서는 코드 생성 및 문서화 시간을 15~40%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AI를 주로 데이터 분석(53%), 예측 분석(43%), 아이디어 생성(40%)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관리 업무 자동화(39%), 기존 연구 검색(36%), 작업 비평(33%) 등에도 AI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며 “AI 투자 확대와 함께 관련 리스크 관리, 윤리적 고려사항, 인재 육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12단 HBM3E’로 다시 혁신 주도…뜨거운 AI ‘칩워’

SK하이닉스가 12단 HBM3E(High Bandwidth Memory 3E)의 양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BM 기술의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로,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 전망이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이다. 기존 GDDR 메모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는 HBM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와 데이터 집약적 작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첫 HBM 제품은 1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최대 128GB/s의 대역폭을 자랑했다. 2015년 AMD의 Radeon R9 Fury X GPU에 첫 탑재돼 상용화된 HBM은 이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16년 1월 삼성전자가 HBM2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며 시장에 가세했고, 같은 해 8월 SK하이닉스도 4GB 스택의 HBM2 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HBM2는 2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256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고성능 컴퓨팅과 AI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양사는 더욱 발전된 HBM2E를 선보이며 기술 경쟁을 가속화했다. 삼성전자의 'Flashbolt'와 SK하이닉스의 HBM2E 제품은 각각 16GB의 용량과 410GB/s, 460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0년 7월 HBM2E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3.6Gbps까지 끌어올리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2022년 HBM3 표준이 제정되면서 기술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NVIDIA)의 A100 및 H100 GPU용 HBM3 칩을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23년 들어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SK하이닉스가 5월 HBM3E 개발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미국의 마이크론이 자사의 HBM3E를 공개하며 시장에 가세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HBM3E는 핀당 9.6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며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가 발표한 12단 HBM3E 양산 계획은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 번 바꿀 것으로 보인다. 12단 적층 기술을 통해 단일 HBM 패키지에서 36GB의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더욱 복잡하고 규모가 큰 AI 모델 처리를 가능케 해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삼성전자도 12단 HBM3E (36GB, 1.28TB/s) 개발은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HBM 기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경 HBM4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 16단 48GB 용량을 구현하고, 대역폭을 40% 향상시키며, 전력 소비를 7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TB/s의 대역폭을 목표로 하고 있어, HBM3E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양사 모두 더 높은 성능과 효율성을 갖춘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은 AI와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 그리고 마이크론의 가세로 인해 기술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국민연금, SK하이닉스 ‘일반투자’ 전환…장기 가치 주목

국민연금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 8월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으로 보유목적을 변경한지 1개월만이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 호조와 미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국민연금의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투자로 전환,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 7.35%를 알리는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내면서 보유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는 주주활동의 적극성, 주주제안 가능 여부, 보고 의무, ESG 관여,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투자자의 의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신주인수권, 이익배당청구권 등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만 행사하는 소극적인 투자 형태인 반면,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투자 형태다. 또 단순투자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지만, 일반투자는 임원 보수, 배당 정책 등에 대한 주주제안도 가능하다. 기업 경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투자와 달리, 일반투자는 기업 정책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단순투자는 주로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일반투자는 재무적 이익과 함께 기업의 장기적 가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는게 큰 차이다. ◇투자 전략 변경…실적 호조·미래 성장성 봤나 국민연금공단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은 회사의 가치가 전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는 등 AI 관련 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대만의 반도체 시장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이 2023년 47.5%에서 2024년 5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가 보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8조1999억원, 영업이익 6조9375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 전망이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9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장기 수급을 감안한 결정이다. 대규모 투자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전환은 이러한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결정을 지지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투자 전략 구사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목적을 보다 능동적으로 조정하는 추세다. 기업의 상황과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사이에서 빈번히 변경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를 포함한 8개 기업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가 2개월 만에 다시 일반투자로 되돌린 바 있다. 투자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줄이고 투자목적을 조정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도 보이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건스탠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메모리 산업의 다운사이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퀄컴·인텔 등 ‘감원·충원’ 동시에…반도체 업계 인재 전략 다각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인재 확보를 추진하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감원정책도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다.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의 부상으로 인재 수요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퀄컴·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양면 전략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퀄컴은 샌디에고 지역에서 226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이번 해고 방침은 지난해 125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발표했다. 퀄컴은 지난해 4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CEO인 크리스티아노 아몬의 연급여는 280억원이 넘는다. 넉넉한 살림에서도 해고를 단행하는 것에 대해 퀄컴 측은 “투자, 자원, 인재를 최적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도 감원바람이 거세다. 인텔은 지난 8월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다. 느린 매출 성장과 AI 트렌드 활용 부족이 이유다. 그 밖에도 독일의 차량용 반도체업체 인피니언도 1400명 규모의 해고한 뒤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리라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 온세미도 1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지난 6월 밝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감원과 동시에 고급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퀄컴은 고급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 주요 대학과 협력 관계 구축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한 인재 발굴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인텔도 오는 2025년 오하이오 공장 가동을 위해 3000명 이상의 인력 채용 계획을 감원 계획도 동시에 밝힌 상태다. 채용을 위한 예산만 약 2000억원 수준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는 확장에 따른 대규모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현지 인력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 중이며,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현지 직원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1만10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인재 확보 총력전 국내 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1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하이닉스 아카데미'를 통해 신입 사원들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반도체 기술 관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채용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각 수백 명 규모의 채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반도체업계는 감원보다는 채용이 급하다는 분위기다. 감원조차도 고급 인력을 받으들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6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약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단순 생산직은 줄어들고 있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 정부, 학계가 협력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모건스탠리 반도체 보고서 ‘재탕’ 논란...SK하이닉스 평가 신뢰성 의문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을 유발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Winter Always Laughs Last'(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가 지난 2021년 8월 발표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보고서도 SK하이닉스의 부진을 예상하는 내용이었다. 비교 결과 두 보고서의 문단 구조, 헤드라인, 주요 내용에서 반복된 패턴이 발견된다. 상대적으로 최근 이슈인 인공지능(AI)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이슈는 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분석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기 복제 수준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한 반토막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3년 전 보고서와 놀라운 유사성…“복사-붙여넣기" 수준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는 2021년 보고서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차용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 반도체 시장이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2021년에는 반도체 부족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24년 보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서술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DRAM 시장의 주요 이슈는 DDR4의 공급 과잉과 PC, 스마트폰 등 비-AI 부문의 수요 부진이다. 이러한 최신 동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과거의 분석 방식이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실제 최근 보고서는 여전히 “특정 부품은 부족하고, 다른 부품은 넘쳐난다"는 2021년의 논리를 사용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상황과 다르다. 특히 AI와 HBM 메모리에 대한 분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한 이 두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보고서의 시의성과 유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 변화 외면한 채 과거 논리 반복…AI·HBM 분석 부재 실제 보고서를 보면 문장이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서술된 부분이 눈에 띈다. 2021년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의 사이클을 설명하는 부분은 2024년 보고서에서도 거의 동일한 구조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2021년 보고서에서 “While pricing is still moving higher, the rate of change is approaching peak as supply is catching up to demand. Our cycle indicator has shifted out of 'mid-cycle' to 'late-cycle' for the first time since 2019 and this phase-change has historically meant a challenging backdrop for forward returns."이라는 문단을 통해 반도체 시장 사이클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문단은 2024년 보고서에서 '중기 사이클'에서 '후기 사이클'로의 변화(2021)와 '후기 사이클'에서 '정점 사이클'로의 변화(2024) 부분만 수정하고 그대로 사용했다. 특히 DRAM 시장의 전망을 제시하는 부분은 문장은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도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과 특히 칩 수요와 공급에 관한 분석을 'DRAM Market Outlook Worsened Recently'라는 제목을 달아 서술했다. 그리고 2024년 보고서에도 해당 부분은 두번째 문장까지는 100% 같은 문장이며, 그 이후 문장도 약간의 순서 변화 등은 있지만 내용이 같다. ◇SK하이닉스 평가 논란…HBM 성과 무시한 채 목표가 '반토막'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도 논란의 대상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AI와 HBM 시장에서의 SK하이닉스의 성과와 전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두 보고서 모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그 논리는 거의 동일한 상황이다. 두 보고서는 모두 DRAM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설명하며, 고객사들이 재고 축적을 줄이기 시작할 경우 DRAM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AI와 HBM의 수요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21년 이후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됐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이런 상황이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시장 상황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 틀은 거의 수정하지 않고 보고서가 적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단순 재탕" 비판 쏟아져…투자 보고서 신뢰성 도마에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주요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AI와 데이터 센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목표주가를 대폭 낮춘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HBM 공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작 HBM의 가장 큰 수혜업체인 SK하이닉스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부족하다. 이에 대해 반도체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2021년 보고서를 단순히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으며, 특히 AI와 HBM 기술은 메모리 수요를 새롭게 이끌고 있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하지만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기존의 분석 틀을 고수할 뿐 새로운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美 칩스법의 교훈… 한국도 직접 지원 나서야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과감한 지원책으로 유래없는 반도체 굴기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강자를 자처하던 한국은 소극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라는 불만이 높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미국 반도체 산업 현황' 보고서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칩스법)이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칩스법 시행 이후 미국 반도체 산업의 투자와 성장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칩스법 시행 후 90개 이상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이를 통해 미국 내 28개 주에 걸쳐 총 4500억달러(약 601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수립됐다. 이 프로젝트들은 5만8000개 이상의 새로운 고품질 일자리를 반도체 생태계에 직접 창출하고,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수십만 개의 추가 일자리를 지원할 전망이다. ◇ 미국 반도체 제조능력 대폭 향상 기대 칩스법의 효과는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SIA 보고서는 칩스법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제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칩스법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2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미국의 첨단 로직 칩(10nm 이하) 생산 능력이 2032년까지 전 세계 생산 능력의 28%로 확대될 전망이다. 칩스법은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IA 보고서는 칩스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능력 점유율이 현재 10%에서 2032년 8%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칩스법 시행으로 이 비율이 1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칩스법은 또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R&D) 능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칩스법은 110억달러의 R&D 자금을 별도로 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립 반도체 기술 센터(NSTC), 국립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NAPMP) 등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K-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직접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칩스법과 달리 한국의 K-칩스법은 간접적인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23년 4월 시행된 K-칩스법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이 상향조정됐다. K-칩스법의 효과도 없지는 않다. 정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의 R&D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계획으로 향후 20년간 472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도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의 칩스법과 비교할 때, K-칩스법의 규모와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업계의 불만이다. 특히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부분에서 차이가 크며, 글로벌 기업 유치 측면에서도 미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지적이 있다. SI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23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50.2%를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이는 칩스법에 기반한 미국 기업들의 높은 R&D 투자가 뒷받침된 결과다. 2023년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R&D 투자액은 593억 달러로 매출의 19.5%에 달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각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470억달러 규모의 제3차 국가 반도체 기금을 조성했고, EU는 470억달러 규모의 칩스법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250억달러를 투자해 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만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마련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SIA 보고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분석] “적대적=필패”…고려아연 ‘MBK는 적대적 M&A’ 강조하는 이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MBK파트너스는 우호적 인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적대적 M&A로 규정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인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대적 M&A로 규정한 고려아연의 전략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이번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시도가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고려아연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고려아연 측 주장의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에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모펀드는 대부분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9년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그룹이 연합하여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외환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재계를 충격으로 몰고갔던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장악 시도는 2003년 실패로 끝났다. 이어 2006년 칼 아이칸이 이끄는 해외 헤지펀드의 KT&G 인수 시도 역시 실패했다. 당시 시장은 물론 국민적인 여론도 적대적 M&A에 참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반대로 사모펀드지만 우호적 M&A를 시도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성공 사례가 많다. 지난 최근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으며, 2013년 한앤컴퍼니가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매각한 사례도 큰 저항 없이 이뤄졌다. 2022년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도 대표적이다. 이런 과거를 비춰볼 때 이번 MBK파트너스의 M&A시도를 적대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적대적 M&A로 규정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인수 무산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시민단체 반대 움직임 확산 실제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 공장이 있는 울산시의회와 김두겸 울산시장,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등은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추가로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서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사모펀드 입장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와 재계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SK그룹이나 KT&G 사례에서도 정부와 재계의 지원으로 적대적 M&A를 막아낸 바 있다. 또 MBK파트너스의 투자자 구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캐나다 연기금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중국 자본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최근 미국에서 US스틸의 일본 제철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MBK “적대적 아닌 우호적 인수" 반박 반면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합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늘리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현 최대주주와 합의한 경영권 인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적대적 M&A가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 단순히 경영권 확보나 단기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접근임을 시장에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HBM 시장 전망 불안… SK하이닉스·삼성전자 “기술력으로 승부”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 성장세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자의 강점을 살린 전략으로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HBM 시장 전망…공급 과잉 vs 지속 성장 엇갈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4년 HBM 충족률(sufficiency ratio)이 -2.4%에서 0.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공급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약간 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24년에는 HBM3 수요가 크게 증가해 전체 HBM 수요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메모리 시장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변화율이 정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분기 동안 이익 성장 기대치가 정점을 찍고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절반가량 낮은 12만원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2025년, 2026년 HBM 시장 공급 부족률을 각각 2.7%, 1.9%, 0.9%로 예측했다. 이는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약간 상회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00% 성장해 2026년에는 3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것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의 시장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HBM은 기존 D램과 달리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정 재고를 확보하려는 고객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적어도 2025년까지는 수요가 견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기술 우위 전략으로 시장 선점 나서 상반된 전망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선택한 전략은 기술적 우위의 선점이다. 당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춰 반응하기 보다는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먼저 SK하이닉스는 HBM 관련 기술에 투자규모를 오히려 늘려가면서 과거 삼성전자가 보여줬던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5세대 HBM3E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12단 HBM3E 제품의 3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AI인프라사업본부장 김주선 사장은 최근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TSMC와 협력해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에 적기 공급하기 위해 6세대 제품부터는 생산을 TSMC에 위탁해 기능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단 HBM3E 칩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혔으며, 12단 HBM3E 시장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분기부터 12단 HBM3E 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정배 사장도 최근 “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이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연구 개발 분야를 떼어내 사업부 각 개발실 산하로 옮기는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이는 메모리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노리고, 연구소는 미래 기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향후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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