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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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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전쟁’ 삼성 쇄신땐 SK 반사이익

삼성전자가 대규모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 같은 쇄신 시도가 오히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의 인재 유출을 촉진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사 이동이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월 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전반의 쇄신을 꾀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 LSI를 포함한 모든 사업부장급 인사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법인 임원진까지 대폭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해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사업부의 경우 최대 30% 감원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1% 감소했으며, 특히 DS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HBM3E 공급을 위한 엔비디아 퀄테스트 지연과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고전은 삼성전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HBM3E 개발 지연으로 엔비디아 공급 계약에서 밀리면서,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AI 반도체 사업 재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며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AI Infra' 조직을 신설하고 HBM 사업을 통합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 HBM 납품 독점과 3분기 7조300억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은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사개편이 의도와는 달리 SK하이닉스로의 인재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하는 연봉 2000만원 이상 인상 등 파격적인 처우 개선안이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부서에서는 “SK하이닉스로 가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격려금 지급과 자사주 부여 등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직원들에게 격려금 200만원과 자사주 15주를 지급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격려금 미지급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급 산정 기준도 SK하이닉스가 더 투명하고 직원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핵심 인력의 경쟁사 이직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법원도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중요하게 고려해 전직금지 약정을 무효로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이직자들은 가명이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새 전화번호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처우 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도 비교 대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부서 간 소통의 벽과 비현실적인 보고 문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의 조직문화가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이직이 가속화될 경우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이번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조직개편이 오히려 인재 유출이라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장현국 “위믹스 유동화 안한다는 것은 장내 매각만”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유동화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2일 오전 11시20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현국 위메이드 부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이 2022년 1월 위믹스 유동화 중단을 공시했으나, 같은 해 3월부터 10월까지 8677만개의 위믹스를 투자자들 모르게 현금화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펀드에 투자한 뒤 테더(USDT)로 돌려받거나, 위믹스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유동화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장 부회장 측은 “유동화 중단은 거래소에서 장내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부회장 변호인은 “블록체인 생태계 특성상 가상자산을 활용한 투자는 본질적 구조"라며 “투자까지 중단하면 사실상 사업을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회장 측은 또 위믹스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자본시장법 178조는 금융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규정"이라며 “위믹스 홀더라면 몰라도 위메이드 주식 투자자에 대한 부정한 수단을 썼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상록, 이원준 하이퍼리즘 공동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2022년 가상자산 운용사 하이퍼리즘을 통해 821만8761개의 위믹스를 매각한 바 있다. 증인신문은 내년 1월 16일과 2월 14일에 열린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위메이드 장현국 전 대표, 법정서 ‘3000억 위믹스 유동화’ 공방 2라운드

3000억원대 위믹스 코인 현금화를 두고 '유동화 중단' 허위 공시 논란이 일고 있는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법정에서 검찰과 두 번째 공방을 벌인다. 검찰은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가의 90% 연동성'을 핵심 증거로 제시한 반면, 장 전대표 측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이 11월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장현국 전 대표는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 유동화 중단을 허위로 발표해 투자자들의 매입을 유도하고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현국 전 대표가 위믹스 유동화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도 은밀한 방식으로 약 3000억원의 위믹스를 추가 현금화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위믹스를 펀드에 투자한 후 스테이블코인으로 회수하거나, 위믹스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는 방식 등을 활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지난 9월 24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장현국 측은 “위믹스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과거 발언과 크게 상충된다. 2021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 전 대표는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전부고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중요한 수입 통화며, 가장 중요한 보상 수단"이라며 “법·회계·세무적 규제가 정립되면 나부터 위믹스로 급여를 받겠다"라고 공언했다. 검찰은 “2021년 미르4 글로벌 성공 이후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가는 90%의 높은 연동성을 보였다"며 “어느 하나가 하락할 때 같이 하락하고 상승할 때 같이 상승하는 연동화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1월 위믹스 대량 매각 사실이 알려지자 위믹스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위메이드는 2020년 10월 위믹스를 발행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시세가 급등하자 2021년 위메이드가 보유한 코인 약 2900억원어치를 대량 현금화해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 이 사실이 2022년 1월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위믹스 코인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는 급락했다. 장현국 전 대표는 이에 대응해 2022년 1월 “위믹스 유동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어서 2월에는 “향후 유동화할 경우 자사주 매입 공시처럼 수량, 금액, 기간, 자금 활용 계획까지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위메이드는 이후에도 2022년 2월부터 10월까지 약 3000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추가로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가상자산의 경우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 수요 공급 원칙에 크게 의존하여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통량은 투자자들의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또 “발행사는 아무런 추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도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가상자산을 유통시킴으로써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투자자들은 유통량 증가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전 대표는 올해 3월 갑작스럽게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부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난 8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위메이드 지분 1.08%(36만 3354주)를 전량 매도했다. 이는 약 155억원 규모로, 앞서 스톡옵션 행사로 97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2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위믹스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의 연관성에 대한 추가 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믹스 유동화 중단 발표가 위메이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를 기망한 것으로 인정될 지 여부와 투자자들을 일정 확률로 유인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공소사실과 심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반도체 진영재편] 中 손절하는 TSMC… 삼성·SK “우린 어쩌나”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이나 리스크'와 '미국 시장'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도체 업계는 규제 강화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반도체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대한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AI 칩셋에서 TSMC의 반도체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AI 가속기와 GPU용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공문을 발송한 데 따른 조치다. 중국 기업들이 우회 구매를 통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후속 조치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가 더 강력한 대중 제재를 예고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고 최혜국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 맥쿼리는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GDP가 2%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Small yard, high fence'(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을 통해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원천 차단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선별적 제재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의 93.5%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미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AMD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사는 미국 칩스법(CHIPS Act)를 통해 각각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이러한 지원마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미국만 상전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속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이미 7나노 공정을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CXMT 등은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입지가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을,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각각 2006년과 2012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현지 협력업체 생태계도 잘 구축되어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기료와 용수 등 운영비용도 한국 공장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양사의 중국향 매출은 각각 8조6061억원, 32조3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이 미국의 추가 제재를 우려해 구형 HBM2E 제품을 대거 구매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중국의 'AI 굴기'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최고 수준의 기술이 반도체 패권의 '키'라는 점에서 엔비디아와 오픈AI 같은 선도기업이 있는 미국과 관계 유지가 필수다. 다만 중국 내 생산시설의 급격한 철수나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구형 제품 생산은 유지하면서 첨단 제품은 미국 중심으로 공급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하이닉스는 HBM3E 등 첨단 제품의 생산을 국내로 집중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대중 제재는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아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미국과 중국을 아우르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그룹, IB 없는 ‘DIY 딜’ 시대 연다

SK그룹이 최근 진행하는 주요 거래에서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계열사가 참여하는 합병과 지분 매각 등 리밸런싱 작업에서 SK그룹은 외부 자문사 없이 독자적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0% 자회사인 SK스페셜티를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이 딜은 주관하는 IB없이 진행 중이다. 법률적인 자문은 광장을 통해 받으면서 진행 중이다. 현재 SK그룹의 소재 사업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C도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를 매각하고 있다. 이 딜도 주관사없이 진행 중이다. SKC의 다른 자회사인 SK넥실리스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하면서 주관사 없이 직접 그룹이 투자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SK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타 대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IB를 활용해왔다. 당시 LG그룹이나 롯데그룹, CJ그룹은 주요 딜에서 IB에 전권을 위임했다. 하지만 SK그룹은 거래 전반에 깊이 관여하며 IB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학습했다. 딜이 진행될 때마다 해당 계열사 임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임원들까지 IB에 자료를 요청하고 실무 과정에 참여한 것을 전해졌다. 학습은 SK그룹 전체의 딜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그룹 차원에서 M&A 노하우가 축적되었고, 이는 현재의 자체 딜 추진 역량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특히 실사 과정과 기업가치 산정, 협상 전략 수립 등 IB의 핵심 업무 영역에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SK그룹은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에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주)로 분산되어 있던 투자 기능을 지난해 말 SK(주)로 단일화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딜 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IB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K그룹이 자체 딜 능력을 키우고 성과까지 꾸준히 낼 딜에 대한 헤게모니(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체적인 딜 역량 확보가 거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확인될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SK그룹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딜의 경우 상당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는 만큼, SK그룹의 자체 딜 선호 현상이 확산될 경우 IB업계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SK그룹의 주관사 없는 딜 추진 방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의 객관성 확보나 시장과의 소통 문제 등이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특히 계열사 간 거래나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의 공정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우려사항이다. 또한 외부 주관사 없이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거래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SK스페셜티 매각을 비롯한 최근의 거래들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은 향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과제"라며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축적된 자체 역량을 바탕으로 이러한 잠재적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2.0] 한국 산업계 대격변…전방위 관세폭탄 현실화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전망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을 근간으로 해온 한국 산업이 관세폭탄과 비관세장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70년간 이어온 한미 경제 동맹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는 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하며 선제 대응을 지시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와 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모두가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것은 관세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정책은 전방위적 관세 부과라는데에 이견이 없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우리 동맹들은 소위 '적국'보다 우리를 더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작년 한국이 기록한 444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정책이 실현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3년 한국 총수출액의 약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연계해서 우려되는 것은 미중 무역갈등의 심화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를 판매하는 한국의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실현되면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관세 인상에 나서면서 1930년대와 같이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 국경을 넘는 모든 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등 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국내 생산 물량의 3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11%에서 3% 미만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국 경제가 직면할 위협은 관세 인상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위협은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비관세장벽이 무역제한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와 환경, 기술표준 등을 내세워 더욱 교묘한 형태의 무역장벽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술규제 강화다. 트럼프는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통관절차 강화도 큰 부담이다. 산업계에서는 통관에서 하루가 지연될 때마다 0.6~2.3%의 추가 관세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심사 강화를 내세워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할 경우, 신선식품이나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환경 관련 새로운 무역장벽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IRA와 같은 친환경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독자적인 환경기준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의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산업에 새로운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공급망 재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의 전면적인 사업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부 산업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화학·정유 산업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산업 부활 정책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셰일가스와 원유 생산 확대로 인한 원자재 가격 안정은 국내 화학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은 미국 내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도 기회요인이 있다. 트럼프는 국방비 증액을 공약했고, 이는 한국 방산업체들의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은 미군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미국 자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수혜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기업들이 모든 대미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글로벌 관세정책이나 공급망 블록화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핵심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으며, 산업연구원도 “동남아, 중남미 등 제3국 시장 개척과 함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김만섭·최준기 두 베테랑이 전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초격차의 비밀

반도체 산업의 두 장인이 혁신적 성과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SK하이닉스는 7일 전기·안전과 제조·기술 분야에서 각각 30년 가까운 전문성을 쌓아온 두 전문가의 이야기를 전했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의 김만섭 부사장(전기/UT기술 담당)과 최준기 부사장(이천FAB 담당)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 9월 5일 '2024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에서, 최 부사장은 10월 22일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95년 전기 엔지니어로 입사한 김만섭 부사장은 29년간 공장 건설과 설비 운영을 맡아왔다.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성과는 3276일 무사고 달성이다. 김 부사장은 “2022년에 '작업 중지권'을 도입했는데, 이게 안전문화 정착의 핵심이 됐습니다. 중지권 발동이 매년 213%씩 늘면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도 성과의 한 축이었다. 김 부사장은 “전기재해 제로화는 협력사 구성원들의 안전 역량이 함께 높아져야 가능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교육, 전문기관 교육, 정기 간담회 등을 통해 체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설비 분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냈다. 청주 M15와 이천 M16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했고, HBM 생산시설 인프라도 빠르게 완비해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변전소 건설 업무협약(MOU)도 주도했다. 특히 에너지 절감에 주력했다. 그는 “ESG 경영이 필수인 시대로 인공지능과 DT 기술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에너지 경영 시스템을 개발해 넷제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30년 경력의 반도체 전문가 최준기 부사장은 이천FAB을 진두지휘하며 혁신적 성과를 이뤄냈다. 그의 대표적 업적은 HBM3E의 초고속 양산이다. 최 부사장은 “기술 개발 성공 후 불과 7개월 만에 양산을 시작했다"며 “관련 조직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양산 조건을 빠르게 안정화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도 강조했다. “불황기에는 최소 비용으로 생산하고, 호황기에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업턴으로 전환하는 적기에 자원 관련 조직과 적극 소통하며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D램 분야의 혁신도 주도했다. WPD(하루 동안 제조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웨이퍼의 수) 지수를 도입해 웨이퍼 증산 체계를 구축했고, DDR5와 LPDDR5 혼합 운영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최 부사장은 “WPD 지수로 장비의 실질적인 생산 능력을 관리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라며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여러 조직과 협업하며 효과적인 혼합 운영 체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혁신의 성과도 빛났다. D램 1a와 1b 공정 기술을 적용한 양산에 성공했고,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DDR5 개발을 이끌었다. EUV 장비 효율도 대폭 높였다. “지속적인 품질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 유지가 회사의 생존 조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두 부사장은 한목소리로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구성원의 높은 안전의식이 수상의 배경"이라며 “무사고 기록을 계속 경신하자"고 당부했다. 최 부사장도 “동료와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원팀 마인드로 AI 메모리 시장 1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트럼프 승리 선언에 한국 산업계 긴장감 커진다

미국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한국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에서 경험했던 고율 관세와 통상압박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5년 1월 취임과 동시에 모든 교역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고율 관세를, 여타 국가에 대해서는 10% 이상의 기본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연간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미 수출품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 연결된 부분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조지아와 앨라배마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도 상당하다. 배터리 업계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 축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3분기에만 1조1000억원, 삼성SDI는 649억원의 IRA 지원금을 받았다. SK온 역시 상반기에 1504억원의 혜택을 받았다. 트럼프는 IRA를 오바마케어와 함께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반도체 산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64억달러를,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 4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최근 “관세를 높이면 보조금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미국 내 현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세 인상에 대비한 원가 절감과 함께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 대한 재무적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연구원은 “상하원의 18명의 공화당 의원들과 하원의장이 IRA 폐지 시도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사를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IRA를 전면 부정하는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연원호 경제안보센터장은 “관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 대선 결과가 어떠하든 미국은 양당의 정책기조를 서로 차용, 혼합하며 '하이브리드형 통상정책' 기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누가 되든 고차 방정식 형태로, 보다 면밀하게 대미 통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최태원의 역설…AI 생태계 한계가 만든 SK하이닉스의 기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행사에서 공개한 AI 전략을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거대 AI 개발이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서 'AI 메모리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SK하이닉스 위상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역할을 도맡았다. 6일 SK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최 회장은 현재 AI 산업이 직면한 5대 병목현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 회장이 지적한 AI 산업의 5대 병목현상은 수익모델 부재, AI 가속기와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설비 한계, 막대한 전력 소모, 양질의 데이터 부족이다. 이 분석은 AI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영리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력 인프라의 한계를 통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HBM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대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AI 산업의 필수 부품을 공급하는 'AI 메모리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전력 문제는 AI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최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의 AI 언어모델(LLM)을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수준으로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0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인 원자력발전소 10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1기가와트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만 약 4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각 기업들은 대규모 신규 데이터센터 도입에 나서는 중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9년까지 운영에 필요한 전력 용량이 4만9397M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53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한국의 전체 원전이 24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단순히 발전량 확보뿐만 아니라 전력망과 송전망의 확충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이러한 전력 인프라의 제약은 첨단 제조설비 구축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도화된 반도체 제조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여 SK그룹은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메모리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HBM 기술을 선도해왔으며,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이 제시한 TSMC와의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등도 무대를 인프라의 한계가 뚜렷한 한국에서 세계로 넓히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AI 기업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차세대 제품인 HBM4의 공급 일정을 6개월이나 앞당겼으며, 더 진보된 형태인 48GB HBM3E 16단 제품의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2024년까지 HBM 제품의 비트 출하량은 DRAM 전체의 5%까지 증가하고, 매출 비중은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새로운 버전의 칩을 출시할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한국의 AI 산업 발전에 SK하이닉스가 선두에 서야할 수 밖에 없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ChatGPT와 같은 대규모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현재의 전력 인프라로는 실현하기 어렵지만, HBM과 같은 핵심 부품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에서 한국이 차지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위치를 SK하이닉스가 제시하고 있다"며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KT, 4500명 구조조정 단행…자회사로 인력 쪼개기

KT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인력의 23%에 달하는 4500여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5일 KT는 기술 전문 자회사인 KT netcore와 KT P&M으로의 전출을 희망한 직원이 17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KT netcore에 1483명, KT P&M에 240명이 지원했다. 특별희망퇴직은 2800여 명이 신청했다. 전출 대상자들은 내년 1월 공식 발령을 받고,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11월 8일자로 퇴사하게 된다. KT는 이번 구조조정이 AICT 기업으로의 성장과 네트워크 안정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선로 등 특정 직무에서 시장 임금과의 큰 차이로 인해 수년간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자회사는 독립적인 조직·인사 체계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고, 사업 영역을 외부로 확장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 기술직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KT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유지보수 인력의 70%가 50대라는 점을 들어 자회사 설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한 임원이 “본사 잔류 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자회사 설립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법인 설립 등기 신청을 마쳤고, 업무 관련 IT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회사는 두 자회사가 정예화된 인력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인프라의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각 자회사의 전출 예정 직원으로 구성된 TF와 신설 법인을 지원하는 별도 TF를 발족했다. 또 현장 상황에 최적화된 유연한 업무 수행 환경과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KT는 자회사 전출 직원들에게 정년 후 3년간 추가 근무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인력 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두고 “기술 전문 인력의 고용 연장 효과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고용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전출이나 퇴직을 선택하지 않은 직원들은 광역본부로 배치돼 영업직무로 전환된다. 이들은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등으로 구성된 직무전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번 구조조정은 KT가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 KT 직원은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갑자기 자회사로 가라고 하니 허망하다"며 “처우에 대한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향후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네트워크 품질 유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두 자회사는 경영기획과 재무 분야 경력사원은 물론 네트워크 현장 직무 분야에서도 신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KT 출신 전문 인력들이 정년 후에도 3년간 더 근무하며 신규 인력을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노사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회사 설립 후 네트워크 품질 저하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향후 운영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인프라는 통신사의 핵심 자산이다. KT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자칫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가 강조하는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이 실제로는 통신 본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 netcore와 KT P&M를 통해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일 것"이라며 “사업 영역을 외부로 확장하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환경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현창·이태민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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