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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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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⑥ 대한유화, 사업 다각화·고부가 제품으로 ‘파도 넘는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연 270만~370만톤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대한민국 1호 석유화학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대한유화가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험대 위에 섰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퍼펙트 스톰' 속에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유화의 생존 방정식은 다른 대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비주력 자회사의 견고한 실적을 방패 삼아 위기를 버텨내며 한편으로는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통해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이라는 대원칙 아래 대한유화는 과연 독자적인 생존 모델을 증명하고 새로운 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유화가 마주한 위기의 깊이는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핵심인 석유화학 사업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4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2020년 2498억원에 달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393억원,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29억원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고, 유동 비율 역시 급락하며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대한유화가 범용 제품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호황기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던 사업 구조가 이제는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 된 것이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대한유화를 버티게 해준 것은 비주력 자회사인 액화 천연 가스(LNG) 발전소 '한주'였다. 이 회사는 1969년 11월 정부의 석화 육성 시책에 따라 설립됐다. 1979년 5월 '주식회사 한주'로 사명을 변경했고 정부의 민영화 방침으로 1987년 3월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18개 회사의 공동 출자로 세워졌다. 대한유화는 한주의 지분율을 51%로 늘려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다행히도 한주가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연결 재무제표상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이는 상관 관계가 낮은 이종(異種) 사업으로의 다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석유화학 업황이 최악의 불황을 겪는 동안에도 발전 사업은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며 그룹 전체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발전 자회사에 대한 의존이 계속될수록 석화 본업의 경쟁력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대한유화에게 남은 과제는 '한주'가 벌어준 시간을 활용해 석화 사업 본연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었다. 대한유화는 위기 극복을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승부수를 던졌다. 첫째는 기존 사업의 고도화, 둘째는 신성장 동력 확보다. 우선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1년 1월 온산 공단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1405억원을 들여 부타디엔(BD, Butadiene)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해 2023년 4월 준공했다. 부타디엔은 다양한 합성고무와 아크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원료로, C4 유분 고도화를 위해 연산 15만톤의 생산 설비가 건립됐다. 부타디엔은 자동차 타이어나 ABS의 핵심 원료로, 기존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이는 기존의 C4 유분을 단순 판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배터리 소재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이다. 대한유화는 주요 고객사인 SK온의 배터리 생산 확대에 발맞춰 분리막용 초고순도 폴리에틸렌(PE) 레진 제품 판매를 늘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대한유화는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향후 실적 개선을 이끌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대한유화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필사적인 자구 노력 덕분에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에틸렌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신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며 2025년에는 대한유화가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대한유화의 매출이 3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16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t당 에틸렌 스프레드가 작년 171달러에서 올해 3분기 220달러로 흑자 상태로 접어들었다“며 "또한 3분기부터 LNG 발전소인 한주의 실적이 반영됨에 따라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수요 회복이 더딜 수 있고 고부가가치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유화는 위기 속에서도 비관련 사업 다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통해 뚜렷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 앞에서 대한유화가 스스로의 힘으로 그려낸 생존 방정식이 과연 성공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2705억원’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인수 내년 2월로 연기

대한항공의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 관련 지분 인수가 당초 계획보다 약 5개월 연기된다. 대한항공은 8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취득 결정' 정정 공시를 통해 캐나다 법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INC.)'의 주식 취득 예정일이 기존 오는 9일에서 2026년 2월 3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정정 사유에 대해 “인수 거래 종결 프로세스 진행에 따른 추가 일정 소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대한항공이 케스트렐 탑코의 주식 74만6845주를 약 2705억원에 취득하는 건이다. 이는 대한항공 자기 자본인 약 10조9631억원의 2.4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안건은 지난 5월 9일 이사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한편 이번 투자의 대상인 웨스트젯그룹은 최근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첨부된 요약 재무 상황에 따르면 웨스트젯은 202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 총계 약 9조814억원, 부채 총계 약 11조 7278억원을 기록하며 약 2조6464억 원의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7조3546억원, 당기 순손실은 745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북미 항공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 일정이 연기된 만큼 향후 절차 진행 과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구금 근로자 10일께 귀국…정부·기업 “재발 방지”

미국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걸려 구금돼 있는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빠르면 오는 10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구금 사태 해결을 위해 8일 미국 워싱턴DC로 급거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현지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와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의 자진출국 방식의 귀국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빠르면 10일 한국행 전세기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양국간 고위급 회동을 통한 구금사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부도 현재 양측간 세부협의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합의 뒤 행정절차를 조기 마무리해 근로자들을 빨리 일괄 귀국시킨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구금된 근로자 중 일부는 남겨져 미 이민당국의 이민법 위반 재판을 받거나, 귀국자 중 일부도 향후 미국 재입국 과정에서 비자가 거부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구금돼 있는 300명 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오는 10일 전세기편으로 일괄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공동으로 대미 투자기업 간담회를 열고, 미국 투자 프로젝트 현장 운영과 관련해 비자 문제를 포함한 각 기업의 인력 운용 현황을 긴급점검했다. 참석기업들은 현지 인력 운영을 위한 미국 비자 확보 대책을 집중적으로 건의했다. 기업의 안정적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미국 정부와 다양한 채널의 양자 협의를 통해 비자 발급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해외업무 단기 파견에 필요한 비자 카테고리를 신설하거나 비자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을 미국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 제50차 통상추진위원회 회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책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구금사태 문제를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회의에서 “구금 사태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향후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정책간담회에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향후 미국 내에 우리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원만한 경영 활동을 위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과 지원을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기업 하시는 여러분들께서 더 각별히 깜짝 놀라셨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당에서 근본적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잘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미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한미 관계가 긴장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한국과 문제 해결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규빈·박성준 기자 kevinpark@ekn.kr

‘안전·미래’ 해법 외부서 찾는다…포스코, 회장 직속 자문위 9일 출범

포스코그룹이 고질적인 안전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회장 직속 자문 기구를 출범시킨다. 경영진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제언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9일 전남 광양에서 '안전 혁신·미래 전략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신설되는 자문위원회는 회장 직속 독립기구로 운영되며, △안전 △미래 신사업 △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가장 큰 특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 전문위원을 모두 외부 인사로 위촉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초대 위원장에는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이 위촉됐다. 안전 분과는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미래 신사업 분과는 윤영철 플래닛03파트너스 부사장과 오대균 서울대 객원교수가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전문 위원으로 참여해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분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활동에 나선다. '안전' 분과는 현장의 작업 중지권 강화, 원·하청 통합 안전 관리 체계 구축, 인공지능(AI)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글로벌 선진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미래 신사업' 분과는 기존 철강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에너지, 환경, 희토류 등 미래 전략 산업을 발굴하고,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위원회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민관 협력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자문위원회는 9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매월 1회 각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정례 회의를 개최하며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막 오른 ‘K-국방 로봇’ 시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물 제거 로봇 첫 양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국방 로봇의 대량 생산에 돌입하며 'K-국방 로봇'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위험한 작전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장병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병력 자원 부족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사업청과 약 2700억원 규모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계약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국방 로봇이 우리 군에 처음으로 전력화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이 로봇은 지뢰와 급조 폭발물(IED) 탐지·제거 등 위험하고 정교한 임무를 원격으로 수행한다. 특히 지뢰 탐지와 IED 제거 임무를 하나의 로봇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초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듈형' 설계로 다양한 작전 상황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조작팔과 감시 장비를 기본으로, 임무에 따라 △X-레이 투시기 △지뢰 탐지기 △강력한 물줄기로 폭발물을 무력화하는 무반동 물포총 △산탄총 △케이블 절단기 등 6종의 장비를 선택적으로 부착해 운용할 수 있다. 그동안 지뢰 탐지나 폭발물 제거 작전은 장병들이 직접 위험에 노출된 채 수행해야만 했다. 일부 외국산 IED 제거 로봇이 도입됐지만 수량이 극히 적어 전력 공백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부터 탐색개발에 착수해 2023년 체계 개발을 완료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다목적 무인 차량 등에서 축적해 온 무인화 기술 역량을 정부와 함께 결집해 이뤄낸 성과"라며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철강 거인, 시대를 비춘 보살”…故 대원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50주기 추모

한국 철강산업의 초석을 놓은 거인이자 자신의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불교 대중화에 헌신한 대원(大圓)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50주기 추모식이 8일 거행됐다. 범동국제강그룹은 그의 '철강보국(鐵鋼報國)' 정신을 기렸고, 불교계는 그가 전 재산을 헌정해 설립한 대한불교진흥원의 창립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동국제강그룹은 창업주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 대법당에서 '대원 장경호 거사 50주기 추모 및 대한불교진흥원 창립 50주년 기념 법회'를 열었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사로 나섰고 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을 비롯해 동국산업그룹, 한국철강그룹 등 한 뿌리에서 성장한 범동국강그룹 경영진 78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손자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추모사에서 “할아버님께서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일으켜 민족 자본을 세우셨고, 업(業)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하셨던 선각자"라며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큰 뜻을 기릴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장경호 거사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보살이셨다"고 회고하며 “그 숭고한 유지를 후학들이 받들어 고인의 뜻을 빛내주고 있음에 감사하다. 거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불교를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대중의 마음 평안을 얻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대원 장경호 회장의 삶은 대한민국 철강의 역사 그 자체였다.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929년 '큰 활을 쏘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궁양행(大弓洋行)'을 세우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궁, 남선(南鮮), 조선(朝鮮), 동국(東國) 등 그의 기업명에는 늘 민족과 국가가 담겨 있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철강이 곧 국력'이라는 신념으로 1954년 동국제강을 설립했다. 부산 용호동 갯벌을 메워 세운 제강소에서 민간 최초로 용광로와 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와 후판 등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철강재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장경호 회장이 뿌린 씨앗은 동국제강그룹을 넘어 2000년 계열 분리한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으로 이어지며 한국 철강산업의 굳건한 기둥으로 성장했다. 독실한 불자였던 장경호 회장의 삶은 '비움'과 '나눔'으로 요약된다. 그는 1975년 9월 9일 별세하기 직전, “국가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서신과 함께 당시 돈 30억 원(현재 가치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헌정했다.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1975년 대한불교진흥원이 설립됐다. 대한불교진흥원은 1990년 불교방송(BBS)을 개국하며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라는 장 회장의 평생 염원을 실현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쌀 한 톨도 함부로 하지 않으셨던 할아버님의 검약 정신은 곁에서 자란 제게도 각인되었고, 후손들에게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장경호 회장의 경영 철학 제1원칙은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동국의 최고의 자본'이라며 모든 임직원을 평등한 인연으로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본(人本) 정신은 동국제강그룹의 상생 노사문화의 뿌리가 됐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래, 2025년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켜오며 한국 재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이번 추모식을 '동국 헤리티지(DK Heritag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고, 2029년 '동국 75주년-대궁 100주년'을 향한 유산 계승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룹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창업주 50주기 추모 영상 '기업을 세우고, 마음을 남기다'를 공개하며 고인의 발자취를 공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 사명 변경…종합여행기업 도약

티웨이항공이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으로 사명을 바꾸고 항공, 여행, 숙박을 아우르는 종합 여행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과의 시너지를 본격화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8일 티웨이항공은 이와 같은 내용의 리브랜딩 계획을 발표했다. 새 사명 '트리니티(TRINITY)'는 '셋이 하나가 되어 완전함을 이룬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존 항공업에 숙박과 여행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이번 사명 변경은 대명소노그룹과의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티웨이항공의 국내외 노선망과 대명소노그룹의 호텔·리조트 인프라를 결합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구축해 고객 혜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항공, 숙박, 여행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명 변경을 위한 실무 절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한 항공기 도장(리버리) 변경 등 전면적인 리브랜딩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은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항공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파라타항공, 2호기 A320 도입…운항 안정성·노선 유연성 도모

신생 항공사 파라타항공은 지난 6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2호기인 A320-200 항공기를 도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파라타항공은 장거리와 중단거리 노선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항공기 운용' 전략을 본격화하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에 도입된 A320-200은 180석 규모의 중단거리 주력 기종으로, 지난 7월 도입한 북미까지 운항 가능한 장거리용 A330-300에 이어 두 번째로 확보한 항공기다. 이처럼 장거리와 중단거리 기종을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은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안정적인 운항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라타항공의 기재 도입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내 A330-200 1대와 A320-200 1대의 추가 도입을 확정했으며, 광동체 항공기 추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라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항·정비·서비스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 운항 체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안전 운항과 정시성은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고객들에게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첫 운항까지 모든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⑤ 여천NCC, 파국으로 치닫는 동업과 구조적 위기의 교차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연 270만~370만톤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1999년 10월, DL케미칼(당시 대림산업)과 한화솔루션(당시 한화석유화학)은 각자의 C4복합 공장과 BD 공장, 여천 나프타 분해 공장(NCC, Naphtha Cracking Center)을 통합해 50대 50 지분의 합작법인 '여천NCC(YNCC)'를 같은 해 12월 설립했다. 여천NCC는 연간 에틸렌 228만 톤, 프로필렌 128만 톤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 생산에만 집중하는 순수 NCC 사업자로 출범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본질적으로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오직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만 집중함으로써 여천NCC는 악명 높은 원자재 가격 변동 사이클에 완전히 노출됐다. 제품가에서 원료가를 뺀 에틸렌 스프레드가 낮고 수요가 부진한 시기에 충격을 흡수해 줄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의 고마진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가 부재했다. 호황기에는 수익성이 높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과거 시대의 유물로서 새로운 시장 현실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9년의 합작 결정은 당시 성장하는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시대적 산물이었으나 전략적으로는 근시안적이었다. 이는 통합적이고 회복력 있는 화학 기업이 아닌 비용 중심의 범용 제품 생산자를 탄생시켰다. 여천NCC의 설계 자체가 미래의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셈이다. 여천NCC의 위기는 재무 성적표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8200억 원에 달했고 올해 8월에는 310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각종 재무 지표는 급격히 악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부채 비율은 위험 수위인 200%를 훌쩍 넘어 올해 상반기 기준 338.04%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심각한 재무 위기는 신용등급을 'A-'로 강등시키고 '부정적' 전망까지 달리게 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길을 사실상 막아버렸다. 신용 등급 강등의 결과는 즉각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최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시도에서 무려 960억 원이 미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발행 주관사가 이를 온전히 떠안아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상실되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여천NCC 위기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고배당 성향이 꼽힌다. 회사는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인 4조4300억 원을 모회사인 한화솔루션와 DL케미칼에 지급했다. 이는 지난 12년간 2조700억 원이 지급되었다는 초기 분석을 2배 이상인 규모다. 이러한 배당 정책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특히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 성향이 162%에 달했는데 이는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했다는 의미다. 이는 당시 한국 기업 평균 배당성향 약 27%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공격적인 현금 유출 정책은 회사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초래했다. 이익잉여금을 미래 투자, 설비 현대화, 재무 완충 장치 마련에 사용하는 대신, 모회사의 단기 현금 수요를 위해 소진했다. 그 결과 2공장 증설 등에 투입된 1조562억 원의 막대한 자금 대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했고, 이는 재무 구조를 치명적으로 약화시켰다. 2021년 말 여천NC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770만 원에 불과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여력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막대한 배당금 지급과 차입금 급증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모회사들이 여천NCC의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보다 단기적인 현금 확보를 우선시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결정이 아니라 합작 법인 구조에 내재된 근본적인 지배 구조 실패를 반영한다. 모회사들은 여천NCC를 장기적 성장을 위해 육성해야 할 독립된 기업이 아닌 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현금 인출기(ATM)'로 취급했다. 이러한 '착취적 지배 구조'는 시장 침체가 닥치기 수년 전부터 위기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지난 25년 간 이어온 한화그룹과 DL그룹의 동업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다운스트림 사업을 위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틸렌 공급이 절실했던 한화솔루션은 즉각적인 자금 지원을 주장했다. 반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DL케미칼은 여천NCC를 회생 불가능한 자산으로 보고 법정 관리(워크 아웃)를 통한 구조조정을 고수했다. 갈등의 핵심에는 원료 공급 계약이 있었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이 여천NCC로부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원료를 공급받아 사실상 여천NCC의 손실을 대가로 자사의 이익을 챙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최소 마진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 하한선(하방 캡)' 설정을 한화그룹 측이 거부하고 최저가 구매만 고집해 여천NCC의 손실을 키웠다고 반박했다. 이 갈등은 국세청이 이러한 내부 거래에 대해 1006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면서 촉발됐다. 한화그룹은 추징금의 96%에 달하는 962억원이 DL케미칼과의 거래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DL케미칼의 책임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내세웠다. 결국 동등한 파트너십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50대 50의 지분 구조는 각자가 상대방의 의사 결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거부권 통치(vetocracy)'로 변질됐다. 이 갈등은 두 모회사가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적 이해 관계를 갖게 됐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화그룹의 사업 모델은 여전히 범용 화학 제품 사이클의 운명에 깊이 연관돼 있어 여천NCC의 생존이 중요했다. 반면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한 DL케미칼은 여천NCC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손실을 끊어낼 의지가 더 강했다. 따라서 여천NCC 위기는 한국 화학 산업의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비전이 충돌하는 대리전의 성격을 띠게 됐다. 정부와 여론의 압박 속에서 한화그룹과 DL케미칼이 각각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대여 방식으로 출자하기로 합의하며 여천NCC는 급한 불을 껐다. 이 조치는 임박했던 부도를 막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는 '총상에 반창고를 붙인 격'이다. 3000억 원의 지원금 역시 상환해야 할 부채여서 회사의 부채 부담만 가중시켰다. 여천NCC는 2027년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1조7516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의 산을 여전히 마주하고 있다. 기적적인 시장 회복 없이는 또 다른 유동성 위기가 닥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 긴급 수혈은 여천NCC의 △비경쟁적 사업 모델 △붕괴된 글로벌 시장 △주주 간의 깊은 불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때문에 여천NCC 문제는 여전히 뇌관이 살아있는 '시한 폭탄'으로 남아있어 회사의 자구책과 한화-DL 양측의 후속 대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닭장론’ 성화에 못이긴 대한항공의 프리미엄석 도입 전면 중단에 대한 고찰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좌석 제작사와의 협의 및 재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향후 계획은 추후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항공이 당초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신설하며 일반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려던 계획이 거센 여론의 역풍과 규제 당국의 압박에 부딪히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불만에 대한 수용으로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표준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규제,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 수요 충족이라는 복잡한 전략적 고뇌가 얽혀있다. 세간의 비판은 '닭장'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요약된다. 좌석 너비가 약 1인치 줄어드는 것을 두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비난이 과연 대한항공이 처한 다층적인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좌석 수 논쟁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 여론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규제 준수와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국적 대표 항공사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 기사는 논란의 핵심을 해부하고, '닭장론'이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대한항공의 전략적 선택과 그 불가피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논란의 시작은 단순했다. 대한항공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777-300ER 11대의 기내 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의 새로운 등급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하고, 이코노미석 배열을 기존 한 열에 9석인 3-3-3에서 3-4-3으로 한 자리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이 변경으로 항공기 한 대당 총 좌석 수는 291석에서 328석으로 37석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코노미석 좌석 너비의 감소였다. 좌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각 좌석의 좌우 폭은 기존 18.10인치에서 17.10인치로 1인치(2.54cm) 줄어들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즉각 비난이 빗발쳤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이를 승객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직접 위협하는 조치이자 항공 소비자 권리를 구조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매도하며 계획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언론은 '닭장', '콩나물시루'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파장은 정치권과 규제 당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주 후보자는 “좌석 축소 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를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승인 조건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시정 조치 불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소비자 불만 이슈를 중대한 규제 준수 문제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은 대한항공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소비자 여론 악화는 감수할 수 있는 경영 리스크일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수장 후보자의 발언은 차원이 다른 위협으로 다가왔다. 결국 대한항공은 여론의 성화와 규제 리스크를 이기지 못하고 이미 개조가 완료된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0대의 좌석 배열 변경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여론 수렴을 넘어 거대한 규제 장벽 앞에서 취할 수밖에 없었던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닭장'이라는 비난은 과연 타당성을 갖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글로벌 항공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우물 안 개구리'식 비판에 가깝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려던 보잉 777-300ER 기종의 3-4-3 좌석 배열은 저비용 항공사(LCC)의 전유물 또는 이례적인 원가 절감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 유수의 풀 서비스 항공사(FSC)들이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다. 777은 1990년 12월 첫 설계가 이뤄졌고, 1994년 4월 시제기가 세상의 빛을 봤다. 출시 이래 1700여대가 팔린 스테디 셀러다. 해당 기종 제작사 보잉은 한 열에 최대 10개의 좌석을 배치할 수 있도록 기내 폭을 디자인했다. 이 잠재력을 활용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항공사의 보편적인 운영 전략이다.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중동의 대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카타르 항공, 유럽의 에어프랑스·KLM,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항공사 대부분이 B777-300ER 기종의 이코노미석을 3-4-3 배열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의 좌석 너비는 17.00인치에서 17.50인치 수준으로, 대한항공이 계획했던 17.10인치와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더 좁은 경우도 있다. 오히려 대한항공의 기존 3-3-3 배열과 18.10인치의 좌석 너비가 글로벌 표준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넓은 편에 속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변경 계획은 '서비스의 개악'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을 국내 기준만으로 재단하고 '닭장'이라 비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 기재 개조 프로젝트의 본질은 이코노미석 축소가 아니라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의 제공에 있다. 반대 여론은 1인치의 축소에만 매몰됐지만, 대한항공의 진짜 목표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의 합리적인 가격과 비즈니스석의 편안함을 절충한 '중간 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이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줄이고 싶지만 비즈니스석의 높은 가격은 부담스러운 개인 여행객이나, 비용 규정상 비즈니스석 이용이 어려운 기업 출장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대한항공이 신설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사양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99~104cm)에 달해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동급 좌석보다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등받이는 최대 130도까지 젖혀지고 더 넓은 좌석 폭과 다리·발 받침대 등이 장착돼 장시간 비행에도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우선 탑승·전용 어메니티 키트·격상된 기내식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항공기 객실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갖는다. 이 공간 안에서 더 넓고 편안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공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코노미석의 '밀도화(Densification)'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물인 셈이다. 언론과 대중은 이코노미석의 축소라는 결과에만 집중했지만 이는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기회 비용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좌석 하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고객 경험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평가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이번 좌석 배열 변경 철회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시정 조치를 부과했는데, 그중 핵심이 바로 '공급 좌석 수 유지' 의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서 2019년 대비 좌석을 90% 이상 공급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막대한 이행 강제금 부과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기업 결합 승인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그 무게는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이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앞서 운임 인상 제한 조치를 어긴 혐의로는 121억원이라는 거액의 이행 강제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엄격한 규제 환경 속에서 대한항공의 선택지를 다시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3-3-3 배열을 유지할 경우 항공기 한 대의 총 좌석 수는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는 곧 공정위의 '좌석 공급 90% 유지'라는 절대적인 명령을 위반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결국 3-4-3 배열로의 변경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합리적인 해법이었다. 이코노미석의 밀도를 높여 총 좌석 수를 291석에서 328석으로 늘림으로써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으로 인한 좌석 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아 공정위의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다양한 노선과 좌석 공급 유지라는 소비자 편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좌석 배열인 3-4-3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소비자 후생'이라는 이름 아래 내려진 상충하는 두 가지 요구인 즉, '좌석 수를 줄이지 말라'는 명령과 '좌석을 넓게 유지하라'는 기대 사이에서 외통수에 몰린 셈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기업의 탐욕이 아닌 경직된 규제와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에 있다. '좌석 너비 1인치'에 가려져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 바로 운영 효율성 증대와 환경 보호 기여, 그리고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이다. 첫째, 지속 가능성 측면이다. 좌석 밀도를 높이는 것은 항공사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항공기의 연료 소모량은 승객 수와 무관하게 비행 거리와 기체 무게에 따라 거의 고정된다. 따라서 한 번의 비행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울수록 1인당 탄소 배출량은 현저히 감소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은 좌석 밀도가 항공사 연료 효율성의 핵심 동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계획은 단순히 좌석 공급량을 대폭 유지하라는 공정위 규제와 수익성 제고 사이 줄타기의 결과를 넘어 승객 1인당 탄소 배출량을 줄여 '넷 제로(Net Zero)'라는 항공업계의 시대적 과제에 기여하려는 책임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둘째, 이번 기재 개조는 단순히 좌석 배열만 바꾸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승객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였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좌석을 도입하며 모든 클래스에 최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IFE)과 더 커진 개인용 모니터를 설치하고, 전 좌석에서 이용 가능한 기내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는 좌석 너비 감소라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다. 승객들은 비행 중에도 지상과 같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더 풍부한 콘텐츠를 고화질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중에게 전달된 이야기는 '좁아지는 좌석'이라는 부정적인 단면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프리미엄 선택지 제공 △규제 준수 △환경 보호 △기술 기반 서비스 향상이라는 다각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일부의 문제에만 집중한 비난은 본질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결국 연일 이어진 언론 보도와 여론에 떠밀려 원안대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현명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며, 새로운 시장 수요에 부응하려던 항공사의 합리적인 전략이 근거가 빈약한 감성적 비난에 의해 좌초됐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한항공의 계획은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보편적인 운영 방식과 다르지 않았던 만큼 '닭장론'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결정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공정위의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려는 불가피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성과 기내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미래 지향적 비전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이제 공은 다시 대한항공에 넘어왔다. 여론을 수용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과 규제 준수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비 전문적 단견과 편협한 사고에 기반한 감성적 비난을 넘어 기업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과 전략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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