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 산업부
  • kevinpark@ekn.kr

전체기사

한화로보틱스·위아공작기계, ‘로봇+공작기계’로 글로벌 자동화 시장 공략

한화로보틱스가 위아공작기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협동로봇을 활용한 공작기계 자동화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한화로보틱스는 정병찬 대표이사와 주재진 위아공작기계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한화미래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자동화 솔루션 분야 전략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양사의 핵심 역량을 결합해 급성장하는 제조업 자동화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이뤄졌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협동로봇과 공작기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턴키(Turn-key)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복잡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 과정을 간소화하고, 설계부터 설치, 유지보수까지 일원화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솔루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화로보틱스는 '로봇 AI 비전', '비주얼 세이프티(Visual Safety)' 등 독자적인 첨단 로봇 기술을 투입한다. 위아공작기계는 다년간 쌓아온 공작기계 자동화 솔루션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로봇과의 연동을 위한 최적화 설계를 지원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힘을 합친다. 위아공작기계가 구축한 130여 개의 글로벌 딜러망과 한화로보틱스의 해외 유통망을 공유해 영업 기회를 확대하고, 공동 고객 지원 체계를 구축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의 첫 번째 협력 결과물은 오는 22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공작기계 전시회 'EMO 2025'에서 공개된다. 이곳에서 양사는 협동로봇 자동화 솔루션 2종을 처음 선보이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공동 참가할 예정이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과 공작기계가 창출할 시너지에 대해 양사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혁신 기술 기반의 협동로봇 솔루션으로 제조업 자동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화물운수법·최저 임금·노란봉투법…기업 공시 뒤흔드는 노동 이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새로운 경고 메시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나 시장의 변동성 같은 전통적인 리스크를 넘어 '노동 이슈'라는 새로운 암초가 기업의 항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노동 문제를 부수적인 인력 관리 영역이 아닌 사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물류기업 ㈜한진은 최근 공시한 투자 설명서를 통해 노동 이슈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한진은 먼저 육상 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업계를 특성을 설명하며 화주-주선 업체-운송 업체-개별 차주 간 복잡한 거래 구조와 위수탁제 위주의 시장 구조로 인해 운송업자의 화주에 대한 운임 교섭력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02년 출범한 화물연대의 파업 가능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특히 구체적인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리스크의 현실성을 부각했다. 투자 설명서에는 “2025년 7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던 일부 화물 자동차에 안전 운임제를 3년 간 한시적으로 재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해당 법안은 과거 이슈가 됐던 '3년 일몰제'를 다시 포함시켜 노동계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진은 공시를 통해 '최저 임금' 불확실성도 지적했다. 회사는 “물류 산업의 특성상 도급비나 위탁 작업료 등 인건비성 원가가 비용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최저 임금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내년 최저 임금 인상률인 2.9%가 비교적 평이했다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 자체가 경영 리스크임을 분명히 했다. 투자 설명서에는 “향후 정부의 정책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 최저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2018년과 2019년 최저 임금은 전년대비 각각 16.4%, 10.9% 인상되며 급속하게 상승했다"고 썼다. ㈜한진은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최적화와 효율화가 지연되고 원가 상승이 판가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공개했다. 최근 가장 첨예하게 부각된 이슈는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책임 범위를 넓히고 노동 쟁의 대상을 경영상 결정에까지 포함하며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함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투자 설명서를 통해 이 법이 초래할 구조적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SK㈜는 17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 투자 설명서에서 해당 법안이 손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부문 사업 재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회사의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 노동 쟁의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며 경영상의 전략적 결정이 노조의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복잡한 원하청 구조가 얽힌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법이 시행되면 현장 곳곳에서 노사 갈등과 잦은 파업이 빚어져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3100억 원의 사채 발행 증권 신고서에 “노동 쟁의의 범위를 임금과 근로 조건뿐 아니라 경영상 결정과 구조조정, 정리 해고 등으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노사간 쟁위 행위 빈번화 △사회 갈등 장기화 우려 △죄형 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위배 △기업의 법적 위험 예측 불확실성 증대 △폭력·파괴 행위에 대한 면책과 손해배상 제한에 따른 불법파업 억제력 약화 △사용자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및 법치주의 근간 훼손 등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격화…‘용역 동원’ 의혹에 형사 고발까지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금전적으로 동원해 영풍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등 무관한 대기업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경영진을 형사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의 소모적 소송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1일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를 상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 측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영풍을 공격할 명분을 쌓기 위해 고려아연과 무관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이마트 등 20개 대기업에 집중 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액트가 국내 대표 기업들에도 집중투표제를 요구했으니, 영풍에 대한 주주제안은 자연스럽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2024년 9월 3일 자 '고려아연-액트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영풍의 저평가를 액트가 단독으로 거론할 경우 이해관계 상충 이슈에 휘말릴 수 있기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을 거론하며 자연스럽게 영풍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영풍은 밝혔다. 영풍은 고발장에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2024년 4월 액트와 연간 4억원, 총 8억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액트가 소액주주연대 운영, 의결권 위임장 수거 등 사실상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역을 수행했으며, 이는 주주 의결권 행사에 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상법(제634조의2)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가 아닌 특정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제도를 도구화하고 다른 기업의 명예를 희생시켰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례로 규제기관의 신속한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11일 즉각 반박 입장을 내고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왜곡과 짜깁기에 기반한 주장을 앞세워 또다시 소모적인 소송전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액트와의 계약에 대해 “'기업분석 및 주주행동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와 체결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고발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영풍과 함께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제2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M&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시도 이후 무려 24건의 소송이 발생했다"며 “국가기간산업을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층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주주 행동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파라타항공 가세, 이스타항공 매각설…‘LCC 지각변동’ 예고

대한민국 저비용 항공(LCC) 시장이 전례 없는 구조적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했던 여행 수요가 점차 안정화되고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시장의 근본적인 판도를 뒤흔들 네 가지 핵심 동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업계의 미래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규 사업자인 파라타항공은 항공 운항 증명(AOC)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상업 운항에 돌입하며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불씨를 지폈다. 여기에 사모펀드 VIG 파트너스는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이스타항공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는 설이 파다해 LCC 업계의 지각 변동을 촉발할 것으로 점쳐진다. LCC 1위 사업자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파생되는 독점 노선의 재분배는 기존 LCC들에게는 성장의 기회이자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은 지난 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AOC를 재발급받는 데 성공하며 상업 운항을 위한 모든 법·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는 수개월에 걸친 김포·청주·양양·제주 등지를 오가는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결과물이다. AOC 발급 직후인 11일부터 파라타항공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 판매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라타항공의 초기 기단은 A330-300 1호기와 A320-200 2호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LCC 업계에서 비용 효율성을 위해 단일 기종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전략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협동체인 A320과 광동체인 A330을 동시에 운용하는 혼합 기단 전략은 단거리 노선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노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는 “안전 운항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여행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치열한 가격 경쟁이 지배하는 LCC 시장에서 이러한 비전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파라타항공의 첫 노선은 거점 공항인 양양과 제주를 잇는 국내선이다. 이는 인천과 김포 등 수도권의 극심한 경쟁을 초기에 회피하고, 강원도라는 지역적 기반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 초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파라타항공의 장기적인 비전은 단순한 국내선·단거리 국제선 사업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 측은 과거부터 북미 노선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는 1호기로 광동체인 A330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는 파라타항공이 전통적인 LCC 모델을 넘어 에어프레미아와 같이 합리적인 가격에 장거리 노선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틈새 시장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장거리 노선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존 LCC와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두와 경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파라타항공의 진입은 이미 좌석 공급 과잉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LCC 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라타항공의 가세로 국내 LCC 사업자는 총 9개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 최대 항공 시장이자 국토 면적이 훨씬 넓은 미국의 LCC 사업자 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플레이어가 경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LCC들의 총 좌석 공급은 약 12% 증가한 반면, LCC 이용 여객 수 증가는 8.6%에 그쳤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며 모든 시장 참여자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파라타항공의 등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라타항공의 강점은 모기업 위닉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조건이 유지된다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가해 재무적으로 취약하거나 차별화에 실패한 경쟁자들의 퇴출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2023년 1월 약 400억원 상당의 구주 인수 대금과 11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회생 불가능에 가까웠던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 결과 2년여 만에 이스타항공은 괄목할 만한 운영 및 재무적 회복을 이뤄냄으로써 LCC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로 탈바꿈하는 데에 성공했다. 운항 재개 당시 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현재 15대까지 늘어났고, 내년까지 총 27대의 기단을 확보한다는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매출액은 2023년 1467억원에서 이듬해 4612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으며 , 같은 기간 영업손실 폭도 크게 줄이며 흑자 전환의 가시권에 들어섰다. VIG 파트너스가 희망하는 이스타항공의 매각 가격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최근 LCC 시장에서 이루어진 다른 M&A 사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 총비용이 약 25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의 희망 매각가는 두 배 이상이다. VIG파트너스가 인수 후 2년 7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투자금 회수를 모색하는 것은 현재가 이스타항공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은 대형 기재를 보유했고 유럽과 호주를 넘어 북미 운수권을 따냈다"며 “6000억원은 너무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애경그룹은 최근 그룹의 핵심 현금 창출원이던 애경산업을 태광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을 통해 애경그룹이 4000억원을 상회하는 넘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결정은 단순한 재무 구조 개선을 넘어 그룹의 미래를 건 중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 대금을 항공과 화학 양대 축에 집중 투자하는 '뉴 애경'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그룹의 자원을 재배치해 다가오는 항공 시장의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메가 LCC'의 압도적인 위협 때문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해 출범한 거대 LCC는 출범과 동시에 약 43~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십수년간 업계 1위를 수성해온 제주항공을 단숨에 2위로 밀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에게 이스타항공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메가 LCC'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2020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경험이 있는 제주항공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영원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는 매각 대상이 되며,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전략적 고민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공격적인 확장이 아니라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방어적 조치인 셈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보유 기종도 동일해 통합이 성사되면 기단 규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각종 분야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론되는 6000억원 상당의 인수 자금은 애경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작년 12월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참사의 여파를 수습하고 내부 안정성을 다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M&A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LCC 시장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사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조건에 따라 통합 항공사는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의 운수권과 특정 시간대 공항 이착륙 권리인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이관해야 한다. 재분배 대상은 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8개 노선에 달한다. 이 귀중한 자산을 차지하기 위한 LCC들의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재분배 과정에서 합병의 당사자인 한진그룹 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나머지 항공사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가장 유력한 수혜자로 거론된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이미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아 성공적으로 운항한 경험이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이번 재분배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변수가 존재한다. 노선 재분배는 단순히 LCC들의 운항 노선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사업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고수익 비즈니스 노선과 독점 관광 노선을 확보하게 된 LCC들은 저마진의 출혈 경쟁이 만연한 단거리 레저 노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안정적이고 다각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노선 배분 기준이 뭔지 알 수 없고, 항공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각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거리 노선 확장이 반드시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광동체 항공기 도입과 복잡한 승무원 자원 관리, 막대한 유류비 등은 LCC의 근본적인 사업 모델을 위협해서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으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비용 부담이 가중되며 영업손실 폭이 확대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장거리 노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기 위해 나선 LCC들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다. 이들은 풀 서비스 캐리어(FSC)만큼 높은 운임을 받기는 어려우면서도 비용 구조는 이에 가까워지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어 꾸준한 재무 관리가 요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ATM 전락’ 한화토탈에너지스·여천NCC, 배당 성향 낮출까

한화그룹의 핵심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가 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 인출기(ATM)'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여천NCC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익을 넘어서는 과도한 배당 정책을 유지하다 지난 8월 채무 불이행(디폴트) 직전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룹의 야심 찬 사업 재편 이면에 가려졌던 합작사들의 재무적 희생이 수면 위로 드러나 향후 두 회사의 배당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은 중국발 대규모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구조적 불황에 시달리고있다.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을 50%씩 보유한 여천NCC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3100억원 상당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의 뿌리는 수년간 이어진 비정상적인 고배당 정책에 있다. 여천NCC는 1999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총 4조43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두 모회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특히 저유가와 중국 수요 증가로 호황의 정점을 찍었던 2017년 영업이익 1조124억원을 낸 이후 배당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2018년에는 4568억원으로 집계된 당기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7400억 원을 배당해 162%라는 경이로운 배당 성향을 기록했다. 이러한 '묻지마 배당'의 대가는 참혹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7년 4182억원이었으나 2018년 말 회사의 1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차입금은 2017년 3661억원에서 2020년 1조1103억원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불황에 대비한 '전시 자금'을 쌓기는커녕 빚을 내 배당 잔치를 벌인 셈이다. 결국 2022년부터 3년 간 누적 8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자 회사의 재무 구조는 급격히 무너졌다. 부채비율은 2022년 6월 217.88%에서 올해 6월 338.04%까지 치솟았고, 2023년 말 현금성 자산은 1억 원도 채 남지 않았다. 때문에 한화그룹의 합작 계열사 여천NCC의 위기는 단순한 업황 부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예고된 재앙'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그룹의 핵심 '캐시 카우'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2021년에는 당기 순이익 6480억 원 중 99.7%에 달하는 6460억원을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스에 배당했다. 이 배당금은 '오너 3형제 →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통해 그룹의 신사업 투자와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무리한 현금 확보 전략의 배경에는 한화그룹의 거대한 사업 전환이 있다. 한화그룹은 2022년 이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에 2조원을 투입하고, 북미 태양광 설비에 수조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5조원 미만에서 올해 2분기 10조원을 상회했고 그룹 전체는 올해에만 역대 최대인 3조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석화 합작사들로부터의 배당금은 부채 증가 없이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절실한 자금이었던 셈이다. 여천NCC의 위기 상황에서 DL케미칼은 결국 추가 자금 지원을 하긴 했지만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고, 양사는 1006억 원의 국세청 추징금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화토탈의 파트너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로, 이곳 역시 50대 50으로 지분을 소유한 지배 구조로 이뤄져있고, 고배당 성향을 고수해왔다.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스는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625억원, 441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배당금을 수취했고, 배당 성향은 99.7%에 달했다. 양대 주주사의 현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현재의 불황기에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사내 유보금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순손실이 발생한 탓에 2023년부터 배당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회사의 자본 기반을 약화시킨 뒤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계획했던 설비 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위기 탈출을 위한 투자 여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의 단기적 현금 확보 요구와 합작사 자체의 장기적 전략적 필요가 충돌하며 발생한 구조적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여천NCC 사태는 한화그룹에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당장 여천NCC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므로 향후 3~5년간 배당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화토탈 역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과거와 같은 100%에 육박하는 배당 성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당장의 캐시 카우를 무너뜨리는 전략의 위험성이 확인된 이상 한화그룹의 자금 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석화업계 분위기가 매우 좋았을 때에는 영업이익이 남기 때문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하는 것일 뿐, 계열사를 현금 인출 수단으로 쓴 건 아니었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보니 배당을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강 생태계 교란 주범 뽑아내요”…동성케미컬, 서울 이촌 한강공원서 환경 정화

소재 과학 솔루션 기업 동성케미컬의 임직원 70여 명이 서울 이촌한강공원에 모여 팔을 걷어붙였다. 토종 식물의 씨를 말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동성케미컬은 지속가능경영(ESG)의 일환으로 서울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활동은 그간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 여수 등에서 진행해 온 환경 보호 활동을 수도권으로 확대한 첫 사례다. 이날 임직원들은 무성하게 자라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가시박과 환삼덩굴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풍잎돼지풀 등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회사 측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들 교란 식물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도 정기적인 보전 활동을 통해 생태계 보호에 힘쓸 방침이다. 이만우 동성케미컬 대표는 “이번 서울 활동을 시작으로, 일회성 행사가 아닌 꾸준한 활동을 통해 환경 보호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성케미컬은 사내 문화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통해 사내 일회용 컵 사용 제로화를 달성했으며, 이를 기념해 생분해성 봉투 5만 장을 미래한강본부에 기부하기도 했다. 현재는 폐건전지 수거 캠페인도 진행하며 자원순환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⑦ ‘구조적 위기’ 한화토탈에너지스, 고위험 전략 성공 여부에 존폐 달렸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연 270만~370만톤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한화토탈에너지스(HTE)는 중국발 저가 범용 제품의 범람에 따른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불황과 한화그룹-프랑스 토탈에너지스의 합작사(JV, Joint Venture) 형태의 지배 구조에서 비롯된 전략적 경직성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파고에 동시에 휩쓸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문한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 전략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술적 후퇴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와 탄소 포집·활용(CCU) 같은 고부가 가치 기술로의 전환이라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고위험 전략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이 야심 찬 전환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극심한 재무적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대 주주사의 완전한 이해관계 일치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성공은 결코 보장돼있지 않다. 재무 붕괴는 수치상으로 명백하게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2년만 해도 한화토탈에너지스는 매출 13조9912억원, 영업이익 2240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2023년 매출은 11조4816억원으로 급감했고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2047억원으로 대폭 확대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2420억원으로 더 커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을 드러내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탓에 수익 창출 능력이 근본적으로 훼손됐음을 시사한다. 수익성 붕괴는 곧바로 대차 대조표의 위기로 전이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작 초 5배 수준에서 올해 3월 기준 87.4배까지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현재의 이익 창출 능력으로는 부채를 상환하는 데 약 88년이 걸린다는 뜻으로, 사실상 디폴트 상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수치는 핵심 사업이 현금 창출을 거의 멈췄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익의 급감은 일시적 손실 문제를 넘어 현금 흐름과 상환 능력의 위기로 번진 것이다. 국내외 신용 평가사들이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위기의 심각성은 재확인됐다. 신평사들은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처한 상황을 단기적인 경기 순환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석화 시장의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향후 1~2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의미 있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누적된 초과 공급으로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데 향후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있어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재무 안정성 개선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부 환경이 위기의 주된 요인이지만 내부적 요인 또한 HTE의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켰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한화그룹과 프랑스 토탈에너지스가 50대 50으로 지분을 소유한 지배 구조로 이뤄져있고, 합작사 특유의 고배당 성향을 유지해왔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625억원, 441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배당 성향은 99.7% 수준이었다. 양대 주주사의 현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현재의 불황기에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사내 유보금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순손실로 인해 2023년부터 배당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거의 현금 유출은 이미 회사의 자본 기반을 약화시킨 뒤였다. 이는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계획했던 설비 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위기 탈출을 위한 투자 여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의 단기적 현금 확보 요구와 합작사 자체의 장기적 전략적 필요가 충돌하며 발생한 구조적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지배 구조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성 없는 사업부의 폐쇄, 대규모 인수·합병(M&A), 급진적인 사업 재편과 같은 구조조정은 두 거대 주주사의 완전한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 도출 과정은 더디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HD현대-롯데케미칼과 LG화학-GS칼텍스 간 NCC(Naphtha Cracking Center) 설비 통폐합 논의되고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경쟁사들이 생존을 위한 과감한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한화토탈에너지스에서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양사 주주의 전략적 우선 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화그룹은 국내 산업 생태계와 고용 유지를 중시할 수 있는 반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스는 순수한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업 철수나 매각을 선호할 수 있다. 위기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지만 합작사 구조는 안정과 합의를 우선시하도록 설계돼있기 때문에 잠재적 이해 상충은 해결 가능한 문제를 존폐의 위협으로 키울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6월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에 찾아와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백 투 베이직' 경영을 강조했다. 이는 R&D 경쟁력 강화와 안전 경영을 핵심 가치로 삼고, 본질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외부 시장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통제 가능한 내부 운영을 완벽하게 다져 재무적 출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백 투 베이직 전략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고도화된 운영 효율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극심한 재무 위기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사물 인터넷(IoT) △디지털 트윈 △VR 활용 안전 교육 △드론 활용 설비 점검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재무 위기 상황에서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일견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경영진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위기 이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디지털 역량 확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계산된 위험 감수이자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위기 속 생명줄은 태양 전지 봉지재용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사업이다. 이곳은 투명성과 순도, 저수축성 등에서 월등한 품질로 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전략적으로 EVA 사업은 회사 전체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며, 앞으로 소개될 더 위험하고 장기적인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는 핵심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POE 사업 진출은 태양광 소재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HTE의 차세대 전략이다. POE는 내구성과 내습성 등에서 기존 EVA보다 뛰어난 특성을 지녀 고효율 차세대 태양광 패널에 필수적인 봉지재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POE 시장은 2030년까지 6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 분야다. 가장 장기적인 베팅은 정부 주도의 '서산 CCU 메가프로젝트' 참여다. 20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속 가능 항공유(e-SAF) 등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미래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단기적인 생존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운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김 회장이 제시한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에 달려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회생은 전적으로 기술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이 돼야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핵심 자산인 EVA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차세대 성장 동력인 POE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회복으로 가는 길은 좁고 위험으로 가득 차 있지만 회사가 채택한 기술 기반의 전략 방향은 타당하다. 남은 질문은 이 전략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적 여력과 통일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당사는 체질 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원료 산지 및 제품 판매 다변화 및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 기반 원료 도입 다변화·R&D 기반 미래 신 성장 산업의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시리즈 끝-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어프레미아 김재현 대표 돌연 사임…후임에 박영철 경영본부장

에어프레미아 경영진 중 김재현 각자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후임으로 박영철 경영본부장이 선임됐다. 9일 에어프레미아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회사는 기존 유명섭 대표와 박영철 신임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박 신임 대표는 취임해 공식 직무를 시작했다. 신임 박 대표는 경영본부장으로서 기재 구매와 기획, 조직 관리 등 회사 운영 전반을 챙겨온 인물이다. 향후 항공기 기재 도입과 투자 유치 등 전략적 사업 영역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유명섭 대표는 항공 전문가로서 운항·정비·안전 통제·객실 운영 등 항공사의 핵심 사업 부문을 계속해서 맡는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번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전문성에 기반한 역할 분담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 확장 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운영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기재 확충과 국제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인사 역시 향후 사업 확장 과정에서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