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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정승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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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훈련’ 원하는 트럼프…대미투자 협상서 구체화될까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노동자 체포·구금 사건 이후 '현지 인력 훈련'이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 주요 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관세 관련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력 양성에 필요한 비자 문제를 부각시켜 한국이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정재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뉴욕에서 만난 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11일 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만 해도 러트닉 장관과 대미 투자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과 현지 진출 기업 노동자를 위한 비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협상 내용에 관한 어떤 발표도 나오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처럼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 전부를 현 시점에서 문서화한다거나, 대미투자로 한국 기업들이 거둔 수익을 미국과 나누는 '일본 모델'을 요구해왔다. 이 같은 일본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협상 부진 속에서 비자 문제가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지 인력 훈련' 요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미국에 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쓴 데 이어 한국인 구금자의 석방 과정에서 현지 인력 훈련을 위해 남아줄 것을 돌발 제안하기도 했다. 대미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노동자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현지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 투자 명분이지만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원활히 운영하려면 한국에서 일해온 기술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가운데 현지 출장 목적의 단기 비자인 B1 비자를 받은 노동자도 다수 포함되면서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비자가 필요없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출장을 나간 경우 미국행 비자 발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생긴 관행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지적해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용 비자 E4를 별도로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은 2012년부터 미국 의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기자들에게 “B1 비자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해석 차이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편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조속히 논의가 이뤄져 불신을 없애야 기업들이 안전하게 미국에 투자하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비자 문제 해결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조업 협력이 제일 가시화된 부분인 조선업 분야는 '마스가(MASGA)'를 전후로 개별 기업들이 인력 양성에 나섰다. HD현대는 현지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등과 손을 잡았다. 한화는 지난해 말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에 한화오션 기술자들을 보내 조선업 인력 훈련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오며 인재 양성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도 기여하는 만큼 한미 간 추가 무역협상 과정에서 인력양성 협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쉽지 않아 한미 양국 모두 협상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통상무역학과 교수는 “조지아 공장 근로자 구금 사건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양국 제조업 협력을 위한 시간표 지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윈-윈'하려면 미국 정부도 규제 완화부터 금융세제 혜택까지 경제적 효과를 키우기 위한 포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한국인이 현지에서 자유롭게 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 제도 도입과 할당 규모(쿼터) 확대, 한국 동반자법 제정 등으로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철강산업 ‘국가 대항전’…K-스틸법 까다로운 조정 과제 풀 때”

내수 부진, 저가 물량 과잉 공급, 미국발 관세장벽 강화로 시황 부진을 겪는 철강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철강포럼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스틸법 발의, 그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K-스틸법은 지난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 100여명이 발의했다. 어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달 중 후속 법안까지 포함한 패키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여야 의원이 K-스틸법에 뜻을 모을 정도로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한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전기료 인상과 건설산업 역성장, 감산 등으로 철강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한계선으로 여겨지는 80%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래형 제조업과 생활 패턴에 맞는 유망시장에 대응하는 소재를 공급할 역량을 학보하고, 생산 구조 최적화와 질적 성장이라는 접근 방향이 한국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제조 국가들처럼 자국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은 “전세계의 보호무역 기조 아래에서 공급망 불안정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철강산업 원가 절감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제도, 인프라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스틸법이 철강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다져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산업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할 때라는 의견도 나왔다. 철강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법안을 정교하게 다듬고, 법안의 최종 목표 지점과도 같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 전환 과정을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은 “철강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의 까다로운 조정과 합의가 K-스틸법의 과제"라며 “저탄소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공급, 규제 등 법안 속 개별 조항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철강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입법부와 업계,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철강업계 탄소중립의 궁극적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K-스틸법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로드맵 뿐만 아니라 전환 기간에 저탄소 산업 육성과 경쟁력·수익 유지 두 축에서 '전환관리'를 해나갈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K-스틸법으로 수소환원제철을 필두로 특수강, 제조AI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광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금속재료PD는 “철강 산업은 자본집약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당장 효과가 안날 수도 있어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저탄소 철강 기술 실증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기존 고로 방식보다 복잡하고 에너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실시간 품질관리와 공정 자동화, 생산량 확대까지 고려하면 철강산업에도 제조 AI를 이용하도록 K-스틸법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현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항공과 방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특수용 철강재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특수강 R&D에 대한 국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철강업계 “탄소중립 시간 더 달라”

에너지 정책 업무를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로 환경규제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업계가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더라도 국내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친환경 대응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켠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하던 에너지 정책 중 자원관리와 원자력 발전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경부로 떼어 붙이는 부처 개편안이 나오면서 에너지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부처 개편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부담을 주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아직 개발하는 단계다. 대표사례가 포스코로, 빠르면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전기 공급 안정성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면 전력 공급 안정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철강재 제조 원가의 약 5분의 1가량을 전력 비용이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려면 조달 비용이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과 상관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자체 발전 방식을 도입해 전기료를 줄이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처 개편이 대내외 철강 업황 부진 속에서 진행돼 철강업계의 걱정을 더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데다 미국 관세를 피해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밀어넣기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저가과잉공급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사들이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전제로 현재의 영업 부진을 회복세로 돌리기란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처 개편 방향과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철강업계가 대내외 요인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겪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 소관이 바뀌는 데 따른 영향이 나타날지 아직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유연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향을 재정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 100여명이 뜻을 모아 지난달 발의한 '철강산업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 전환 특별법(K스틸법)'을 돌파구로 삼자는 업계의 움직임이 병행되고 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에너지 정책 소관을 산자부에서 환경부로 옮기면 에너지 규제에 대한 추가 압박 우려에 철강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가 언제 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데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공급이 불규칙해지고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산업부처럼 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철강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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