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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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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통합발전사 한전에서 분리되면, 한수원은?

정부가 발전자회사 통합을 검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전력공사와 통합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권한과 역할 재편, 나아가 원전·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합은 관련 법안(발전공사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발전)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 구조이다. 이들이 통합돼 단일 법인 또는 별도 독립체로 재편된다면 지분은 여전히 한전 소유가 되지만, 지위는 사실상 한전과 대등한 사업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법안에는 정부가 통합발전사의 한전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지배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유지돼 온 '한전 중심-발전자회사 종속'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큰 변화다. 업계에서는 “발전사가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이 커지면서 전력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전의 전통적인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주도권 내려놓을까…“결국 정부 의지" 관건은 한전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얼마나 수용할지다. 발전자회사 통합은 곧 한전의 지배력 축소를 의미하는 만큼 한전 내부적으로는 부담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료 조달, 전력판매,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영향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공기업은 결국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수원의 지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전자회사들이 통합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한수원 역시 자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별도 독립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원전 수출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수원 수장이 한전 출신 인사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한전-한수원 협력 강화 흐름이기 때문에 독립 논의가 본격화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변수…“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발전사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중장기 변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글로벌 흐름과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의 사업 영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원자력 외에도 수력, 양수 등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수력 등 비원전 사업은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수원을 '원전 중심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실제 5개 발전자회사 노조에서는 통합이 된다면 석탄과 LNG발전의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발전설비 규모 유지를 위해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들은 통합발전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의 본질은 '전력산업 재설계' 공기업계에서는 발전사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한전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발전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역할(판매·계통 중심 vs 지주회사형) △한수원의 위상(원전 특화 vs 종합 발전사) △재생에너지 투자 주체(통합 발전사 vs 분산 구조) 등 핵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손양훈 교수는 “원래는 5개 발전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할 목적으로 분할한 것인데 흐지부지되다보니 결국 다시 합쳐도 상관없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아마도 한전과 한수원, 통합발전사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모-자회사 관계도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이번 논의는 '누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을 어떤 구조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케이엔알시스템, ‘슈퍼휴머노이드’ 디자인 특허…“세계 최대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의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실물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1일 자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 설계 디자인이 최근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을 통해 외형의 독창성뿐 아니라 고중량 핸들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로봇은 2025년 하반기부터 개발이 진행 중인 이족보행 기반 대형 로봇으로, 작업자가 직접 탑승해 조작하거나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무인 겸용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중공업, 건설, 토목, 원전 등 고위험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상 20~50kg 수준의 가반하중을 바탕으로 인간 작업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즈의 슈퍼휴머노이드는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로봇은 높이 약 2.5m, 폭 1.5m의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온·고방사선 등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중량 구조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고성능 구동 시스템이 핵심이다. 여기에 최대 300kg 수준의 악력을 구현하는 특수 설계 로봇손을 적용해 고난도 핸들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손은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별도 특허 출원도 진행됐다. 또한 작업 환경에 따라 하체를 이족보행뿐 아니라 바퀴형, 무한궤도형 등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원격 운용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2026년 말 1차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로봇팔과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을 개별 제품으로도 상용화해 부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글로벌 휴머노이드가 공장 내 정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진짜 일하는 로봇'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 상용화와 원전 해체용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데이터센터·반도체 급증하는데…가스수급계획 지연에 산업계 ‘불안’ [이슈분석]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25~2038) 수립이 일년 반 가까이 지체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스수급계획이 더 미뤄질 경우 에너지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2024년까지는 수립이 완료됐어야 할 정부의 16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일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15년 단위로 2년마다 세워지는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은 국가의 미래 천연가스 수요는 얼마나 될지 전망한 뒤 이에 맞춰 수입 계획과 인프라 구축계획, 제도 조정 등을 정하는 중요한 정부 에너지 정책이다. 16차 계획은 2025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정석적으로는 그 전에 수립이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해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영향을 받다 보니 6개월에서 일년 정도 늦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년 반이 다되도록 늦어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더 늦어지면 16차를 건너 뛰고 17차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입 업무를 맡고 있는 공기업 한국가스공사는 장기 LNG 도입 계약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장기 가스수요 전망에 맞춰 장기 수입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16차 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가스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본 수립 지연과 중동 전쟁 장기화이다. 전기본에서는 LNG 발전 수요가 정해지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발전용 가스 수요도 예측된다. 11차 전기본이 지난해 3월 수립됐지만, 이후 탄핵 사태와 6월 대선,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16차 계획 수립이 늦어졌다. 지금은 12차 전기본이 논의되고 있어 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2월말 터진 중동 전쟁도 16차 수립 지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으로 막힌 호르므즈 해협은 전세계 LNG 공급의 20~25%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도 중동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현실을 반영한 가스수급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처간 정책 혼선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LNG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기후부는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우선 시하며 LNG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계획에 지나치게 구속될 필요는 없다"는 기조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수요를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에너지 수급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취임 당시는 물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될 때도 이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 부처간 의견 차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력 정책은 기후부가, 석유·가스 자원 정책은 산업부가 각각 맡는 이원화 구조 속에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정책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쪽 부처에 에너지 정책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정책이 특정 방향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는데, 현재 구조는 상호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LNG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LNG 열병합발전을 검토·추진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역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단기간 내 LNG를 대체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은 건설 기간과 입지 문제로 즉각 대응이 어렵고,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도 계통 제약과 간헐성, 비용적 한계가 있다. 차세대 원자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은 유력한 중장기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 상용화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대규모 산업용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LNG밖에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LNG냐 재생에너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AI시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혼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장기 가스수급 계획 지연은 단순한 행정 일정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충돌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향후 12차 전기본과 장기가스계획이 어떤 형태로 조율될지에 따라 국내 LNG 정책과 AI시대 산업 경쟁력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부처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다만 예기치 못한 중동 전쟁 발발과 장기화로 수급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전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수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도입선 다변화, 도입국간 협력 증진, 직수입사와 협조체계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자원안보를 위한 최적화된 계획을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박원주 전 경제수석 “호르무즈 위기, 단순 에너지 쇼크 아냐…세계 질서·산업패러다임 재편 신호”

미국·이란 충돌로 촉발된 중동 에너지 위기에 대해 “단순한 유가 급등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심 세계 질서와 에너지 안보 체계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은 8일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특별강연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과 글로벌 산업 질서 전체를 재편하는 사건"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조기 종전을 희망하는 전 세계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개전 70여일이 지나도록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역시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수석은 최근 UAE의 OPEC 탈퇴를 이번 위기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UAE는 하루 생산능력 490만배럴 가운데 OPEC 쿼터 때문에 300만배럴 수준만 생산해왔는데, 결국 증산을 위해 탈퇴를 선택한 것"이라며 “향후 OPEC의 시장 조절 기능이 약화되면서 유가의 고변동성 시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OPEC은 단순히 유가를 높이는 조직이 아니라 급등과 급락 모두를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UAE 탈퇴 이후에는 이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공급이 부족하면 급등하고, 과잉이면 급락하는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수석은 이번 위기를 두고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1970년대 오일쇼크는 정치적 엠바고와 생산 차질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전략적 병목으로 변했고 LNG·정유·항만 인프라까지 실제 파괴되고 있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번 충격이 1·2차 석유파동과 2022년 가스위기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에 해당하는 하루 2000만배럴 규모가 충격을 받고 있다"며 “복구에도 수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LNG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 전 수석은 “당초 올해부터는 LNG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카타르 LNG 생산·액화 설비가 피해를 입고 북방가스전 개발도 불확실해졌다"며 “향후 10년 이상 LNG 공급자 우위와 높은 가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수석 “과거에는 가장 싼 가격에 장기계약만 하면 에너지 안보가 확보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유사시 대체 공급망과 자급 능력, 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리질리언스)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데 국가 비축분은 실제 사용 기준으로 60일도 버티기 어렵다"며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비료·암모니아·납사·헬륨 등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식품·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산업까지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산업 공급망 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IRA·CHIPS Act를 통해 보조금 중심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EU·일본·중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며 “세계는 이미 산업정책 경쟁 시대로 이동했는데 한국만 여전히 과거 자유무역 질서의 모범생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WTO 중심 질서가 약화된 만큼 우리도 보다 적극적 산업정책과 전략산업 육성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에너지·전력·첨단산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원전 정비 일정 조정과 계속운전 확대, LNG 공급선 다변화, 전략비축 확대, 전력 인프라 조기 확충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AI·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국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위기는 단순히 지나가는 에너지 쇼크가 아니라 세계 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와 산업 구조가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라며 “위기를 계기로 공급망과 산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세계는 재고로 버티는 중…임계치 떨어지면 유가 180달러 가능성”

미국·이란 충돌로 촉발된 중동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 전문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다시 국가 핵심 전략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 에너지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탄소중립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력산업연구회는 7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 다시 생각하는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AI 확산, 관세전쟁, 중동 사태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밸런싱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여전히 과거 방식의 최고가격제 카드만 꺼내고 민간 손실 보상에는 소극적"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본질적 변화와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축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석유·가스 등 전통 에너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지만,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구조로 국제유가와 LNG 가격 급등 시 무역수지와 산업 경쟁력 모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 지역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전반을 흔드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덕일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역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위기"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UAE 송유관까지 모두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란은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을 활용해 해상 물류와 원유 공급망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뿐 아니라 보험료·운송비·공급망 비용까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며 “에너지가 곧 안보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다시 체감하게 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중동 전략 변화와 중국 견제, 이란 핵 문제, 사우디·이스라엘·이란 간 지역 패권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 장기적 지정학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용헌 전 아주대 교수는 에너지 시장 측면에서 이번 위기의 파급력을 집중 분석했다. 정 교수는 “현재 시장은 아직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유효 재고가 임계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유효 재고가 10억배럴 이하로 떨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18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오일쇼크는 생산 차질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호르무즈 병목이라는 '시스템 리스크'가 핵심"이라며 “원유뿐 아니라 LNG·항공유·비료·헬륨·석유화학 원료까지 동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유·LNG 설비와 항만 인프라 파괴가 상당수 발생해 복구에도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에너지 위기는 단순 생산 문제가 아니라 물류·운송·사이버보안까지 결합된 복합 위기로 전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토론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안보 간 충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수급 안정은 가장 우선돼야 할 가치"라며 “석탄발전을 무조건 '악의 축'처럼 몰아가는 접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LNG와 석탄 등 기존 발전원의 역할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특히 LNG 발전은 데이터센터와 결합해 전력 공급과 냉열 활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도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 과제지만 에너지 안보는 단기·중기·장기를 가리지 않고 항상 확보돼야 하는 전략 과제"라며 “에너지 전환과 안보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결국 수급 안정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시민들은 아직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재고와 정부 가격 통제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실은 석유·가스 수요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지 않고 있고, 공급망 투자 역시 계속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단순한 국제 분쟁이 아니라 한국 산업과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와 함께, 현실적인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신규 사외이사 6명 선임…에너지·법률·재무·탄소중립 전문가 포진

한국전력이 에너지 정책과 경영·재무·법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규 사외이사 6명을 선임했다. 임기는 오는 8일부터 2년이다. 7일 한국전력 공시에 따르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이경섭 동신대 전기공학과 명예교수, 문재도 서울대 응용과학과 특임교수, 황정화 법무법인 경연 변호사, 김종욱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다. 이경섭 교수는 전력·전기공학 분야 전문가로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문재도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한국수소연합 회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산업·에너지 정책통으로 꼽힌다. 황정화 변호사는 법률·준법 경영 분야 전문성을 갖췄으며, 김종욱 부위원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서울시의원을 지내 정책·정무 역량을 보강할 인사로 평가된다. 정도진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네이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을 지낸 재무·지배구조 전문가다. 송재도 교수는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탄소중립 정책 분야 경험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구성이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탄소중립,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확대,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복합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산업부 차관 출신과 탄소중립위원회 인사가 동시에 포함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사이 균형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선임 이후 한국전력의 등기이사는 총 14명, 사외이사는 8명으로 유지되며 사외이사 비율은 57.1%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시간마다 껐다 켰다”…태양광에 밀려 ‘몸살’ 앓는 화력발전[이슈]

태양광 발전 비중이 낮 시간대에 급증하면서 LNG·석탄 등 화력발전 출력을 낮췄다가 저녁 시간에 다시 높이는 운영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장시간 운영에 최적화 돼 있는 화력발전기의 발전 효율이 저하되고 설비 피로도가 증가하며, 불완전연소로 환경적으로도 더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발전소 운영인력조차 잦은 가동 정지가 국가적으로 올바른 정책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화력발전기의 잦은 가동 정지에 대한 현장인력들의 불만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발전공기업 직원은 “석탄화력 운영을 왜 그렇게 하는 것이냐"며 “A호기 정지 후 2시간 뒤 다른 호기를 가동하고, 다시 다른 호기를 멈추는 식의 운전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2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껐다 켜는 것이 환경에도 좋지 않고, 운영 효율도 떨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력시장에서는 최근 낮 시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화력발전기의 급격한 출력 조정이 빈번해지고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는 정오 기준 태양광 발전 출력이 약 28.95GW로 전체 발전량의 5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LNG 발전량은 새벽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6GW대까지 급감했다가 저녁 이후 다시 19GW 수준으로 급증했고, 석탄 발전량 역시 새벽 13.8GW에서 정오에는 5.7GW로 절반 이상 줄었다가 일몰 이후에 다시 회복하는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형적인 '덕커브(Duck Curve)'로 보고 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계통을 장악하면서 화력발전이 밀려나고, 해가 지면 태양광 출력이 급감해 화력발전이 다시 급하게 투입되는 구조가 마치 오리(Duck) 모양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화력발전의 급격한 기동·정지 운전이 설비 효율과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LNG와 석탄 발전은 일반적으로 100MW 이상의 대형터빈으로 구성돼 본래 장시간 운영에 최적화돼 있다. 반대로 단시간 내에 반복적인 출력 조정과 기동·정지가 늘어나면 연료 효율이 떨어지고 설비 피로도가 증가한다. 특히 발전기 재기동 과정에서는 순간적인 불완전연소로 인해 연료 사용량과 배출량이 증가해 오히려 환경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방향 자체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현재처럼 저장장치와 계통 보강 없이 태양광만 급격히 확대되면 결국 기존 발전기들이 계통 안정성을 위해 희생하는 구조가 된다"며 “발전소를 자동차 시동 키고 끄듯 운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 속도가 계통 유연성 확보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와 송전망 보강, 수요관리 체계 고도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AIDC)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향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낮에는 전력이 남고 밤에는 다시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가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계통 안정성과 전력시장 운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설비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ESS·계통 투자·유연성 자원 확보가 함께 가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환 장관의 ‘창원行’…AI시대 원전 재평가 신호탄[이슈]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 방문은 단순한 산업 현장 점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탈원전 기조를 강조해온 정책 책임자가 원전 핵심 설비 생산 현장을 찾아 경쟁력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린 정책 기류 변화의 단초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을 방문했다. 창원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원전 주요 기기 제작 역량을 확보한 종합 제조 거점이다. 신한울·신월성·신고리 등에 납품된 주요 원전 주기기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이날 김 장관은 주 단조 공장과 원자력 공장을 차례로 둘러보며 초대형 단조 설비와 원전 주요 기기의 제작 공정, 품질 관리 체계를 점검했다.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는 핵심 설비가 정밀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주요 설비의 제작 현황과 향후 공급 일정도 살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우리나라는 원전 기기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그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원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통상적인 격려로 볼 수 있지만, 그간 김 장관이 보여준 정책 스탠스를 고려하면 원전 산업의 역할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장관은 서울 노원구청장과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맡고 있다. 김 장관은 의원 시절 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기후와 에너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법과 원전 확대를 제한하는 고준위특별법을 대표발의하며 親재생에너지, 反원전 파로 분류됐었다. 그랬던 그가 원전 공장을 방문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의 창원 공장 방문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대규모·상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급만으로 이를 단기간 내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과정에서 LNG 발전 축소와 수소발전 불확실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김 장관의 이번 행보를 두고 “정책 전환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해석과 “기존 기조 내에서의 보완적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재생에너지 vs 원전'의 단순 구도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인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탄소중립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정책 선택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방문은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AI 시대 전력 수요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원전을 포함한 전원믹스 전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정책 현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12차 전기본과 데이터센터 전력 정책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태양광 발전비중 첫 50% 돌파…일시적인가, 전력믹스 전환 신호인가[이슈]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낮 한때 국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전까지 포함한 무탄소 발전 비중은 85.6%를 기록했다. 다만 전력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적 변화로 보기보다는 시간대별 수요·공급 특성이 맞물린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전력거래소 계통운영 자료에 따르면 1일 낮 12시 25분경 태양광 발전 출력은 약 28.95GW로 전체 발전량의 50.1%를 차지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기는 역대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단일 발전원이 전력 생산의 절반을 넘어선 것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같은 시간 원전은 17.8GW(30.8%), 석탄은 5.7GW(9.8%), 가스는 6.7GW(11.6%) 수준에 머물렀다. 이때 풍력과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51%였으며,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 비중은 무려 84.6%를 기록했다. 가스발전량은 새벽 시간대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태양광 발전에 밀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석탄발전량 역시 새벽 13.8GW에서 정오에는 5.7GW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태양광 출력이 증가할수록 화력발전 가동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하루 종일 이어지지 않는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태양광 출력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력믹스는 다시 기존 구조로 돌아간다. 19시 35분경 가스발전량은 다시 19GW 수준으로 급증했고, 석탄발전량도 10GW로 늘어났다. 태양광 발전 비중 50% 돌파는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나타난 순간적인 수치일 뿐, 전체 전력구조가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태양광 비중이 대폭 늘어난 데에는 전력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휴일 효과'도 작용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줄어 전체 전력 수요가 낮아진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량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상대적인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즉 공급 증가라기보다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비중이 확대된 측면이 큰 것이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에도 낮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이 최고 49.9%를 기록하는 등 비슷한 패턴이 재현됐다. 특히 봄철은 일사량이 늘어나는 반면 냉난방 수요는 많지 않아 재생에너지 비중이 연중 가장 높게 나타나는 시기로 꼽힌다. 이번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다. 태양광 발전만으로도 특정 시간대 전력의 절반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기술적·설비적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대별 출력 편차와 간헐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낮에는 전력이 남고, 해가 지면 다시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처럼 낮 시간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증하면 전력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발전원의 출력을 줄이는 '출력제어(디스패치 조정)'가 불가피하다. 전력은 저장이 어려워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상대적으로 조정이 용이한 LNG 등 가스발전이 우선적으로 감발되고, 경우에 따라 석탄·원전까지 출력이 제한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전기의 잦은 기동·정지와 저부하 운전이 늘어나 설비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출력조정이 어려운 원전, 석탄은 경제성 저하와 설비 안정성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재생에너지가 과잉일 경우에는 발전 자체를 제한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까지 발생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계통 유연성 확보 비용을 수반하며, 이를 보완할 저장장치(ESS)와 계통 투자 없이는 시장 왜곡과 공급 안정성 문제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언제,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ESS, 계통 보강, 백업전원 역할 재정립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기 대안 LNG뿐인데, LNG는 쓰지마”…반도체·DC의 전력 딜레마

주요 제조 대기업들이 폭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충당하고 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환경은 LNG 사용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산업계의 '전력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단기간 내 안정적으로 공급할 현실적인 대안이 사실상 LNG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조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NG 기반 발전 설비에 대한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자가발전이나 구역전기 형태의 LNG 발전소에 대해서도 전력수급기본계획 편입과 함께 탄소 감축 방안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산업계 입장에서는 시급한 전력 확보를 위해 LNG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규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경우 2050년까지 최소 10GW의 신규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4GW 이상이 수소 혼소 또는 전소를 전제로한 LNG발전으로 공급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8.2TWh에서 2038년 30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술·입지·시간을 모두 고려할 때 대규모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LNG 발전이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대형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고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단기간 내 대응이 어렵다. 석탄발전 역시 환경 규제로 사실상 신규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태양광은 도심에 설치는 가능하지만, 산업에 필요할 정도의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가 힘들고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결합해야해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LNG가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원이라는 점이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는 RE100이나, 이보다 청정전력 범위를 원전 등으로 확대한 CF100 등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규범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 정부 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어들의 기준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요를 맞추려면 전력을 LNG발전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탄소 규제는 더 강해지는 이중 압박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당장 대안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24시간 고품질 전력을 단기간 내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정책과 산업 현실 간 괴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평가한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지만, 당장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 공급 해법도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며 “발전원을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전력 수급 불안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속도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도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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