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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태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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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에서 KBO 봅니다”…이용자 유치 경쟁 뜨거워지나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 운영사 SOOP(숲)이 한국프로야구(KBO)를 해외에 무료 중계한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SOOP과 티빙의 이용자 유치 전략이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16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SOOP은 지난 13일부터 해외 거주민을 대상으로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를 무료 중계한다. 국내 스포츠 매니지먼트 기업인 '지애드스포츠'가 글로벌 뉴미디어 중계권을 SOOP에 재판매하면서다. SOOP은 2026년까지 3년간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 전 경기 생중계,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한다. 각국 시청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 KBO리그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편파 응원 중계 등 차별화된 유저 참여형 서비스과 실시간 채팅 번역 기능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해외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OOP은 국내에서 검증된 실시간 스트리밍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를 주요 타겟 시장으로 삼고, 점진적으로 지역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관건은 트래픽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트래픽이 확인돼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질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와 함께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가입자 및 트래픽에서 야구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2~4분기 티빙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적으로 200억원 내외 증익이 기대된다. 2분기부터 계단식 실적 상승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SOOP이 KBO리그 글로벌 중계권을 확보한 것은 호재로 꼽힌다. 다른 장르와 달리 고정 시청자가 많은 데다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면서 이용자 이탈도 막는 '락인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KBO리그의 국내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의 이용자 지표는 당초 유료 전환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셌음에도 순항 중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31만3729명으로 전월 대비 25만명 가까이 많아졌다. KBO리그 중계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 지표가 신규 앱 설치로 이어지면서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SOOP의 KBO리그 해외 무료 중계 소식에 일각에선 국내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이들만 유료로 온라인 중계를 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티빙이 KBO리그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어 SOOP의 중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일부 이용자들은 가상사설망(VPN)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피(IP 인터넷 주소)를 해외로 변경, SOOP을 통해 무료로 경기를 시청하겠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티빙이 중계 초반 나타났던 문제들을 개선하면서 유료 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줄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 이 경우 국내 사업자인 티빙에 대한 권리 침해가 되기 때문에 현지 인증과 같은 해외 사업자 차원의 방지책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KBO리그 시청자 확보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티빙으로선 이용자 이탈 가능성이, SOOP으로선 이용자를 목표치보다 늘릴 기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보일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이 이들의 희비를 엇가를 전망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국내, SOOP이 해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양사의 콘텐츠 전략은 엇비슷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이용자들이 TV보다 10초가량 늦은 중계 송출과 버퍼링 측면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중계 퀄리티와 기술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종합] ‘7전 8기’ 제4이통 출범 좌초 위기…졸속 행정 비판 불가피

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다시 한 번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납입 미이행 등을 이유로 제4이통 선정을 취소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다. 스테이지엑스가 이에 대한 법·행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제4이통 선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한 과기정통부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4일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선정 초기부터 제기된 자본금 미달과 달라진 주주 구성 등이 문제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5G 28㎓) 주파수 경매를 통해 4301억원의 최고입찰액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통 사업자로 선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주파수 1차 낙찰 대가 430억원과 법인설립등기·할당조건 이행각서 등 필요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14일 관련 서류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인가에 제동이 걸렸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명시한 자본금 2050억원에 미치지 못한 500억원만 납입한 것을 확인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올 3분기까지 납입하겠다고 답변했으나, 과기정통부는 사업자 적격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 완료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 구성도 문제가 됐다. 구성 주주 및 주주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에는 스테이지엑스의 자회사 스테이지파이브를 비롯해 △야놀자 △더존비즈온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카이스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그런데 신청 당시 적어낸 지분 5% 이상 주요 주주 6개사 중 자본금 납입이 이뤄진 곳은 스테이지파이브뿐이다. 야놀자와 더존비즈온도 투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주주로 인정되지 않았다.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현 단계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할당신청서상의 자본금 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장비제조사 등 협력사, 투자사, 이용자 등 향후 예상될 수 있는 우려사항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현재까지 진행해 온 법인 선정 및 인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법령 및 계획서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주파수를 할당하면 주주들로부터 출자금을 완납받고 계획서상 남은 절차를 이행하면 된다는 게 스테이지엑스 측 설명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이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 필수 요건이라고 했지만,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계획서에는 스테이지엑스의 각 구성 주주들이 주파수 할당 후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청서상 자본금'을 두고는 “계획서에서 기술한 최종 자본금을 적시한 것"이라며 “계획서는 무시하고 신청서만을 언급하며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경매 낙찰을 통해 할당대상 법인의 자격을 획득한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자본금 요건을 문제 삼아 할당대상 법인 선정 취소 사유가 된다고 하는 것은 과거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 시절의 절차와 관행을 따른 것"이라며 “등록제로 변경된 현 시점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주주 구성과 주식 소유 비율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스테이지엑스는 계획서를 제출할 때부터 자본금 규모와 조달 계획을 변경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과기정통부에 수차례 전달했다. 5% 이상 주요주주에 변동사항이 발생할 경우 이를 과기정통부에 즉시 알리고 인가를 받겠다고도 했다. 자본금 납입계획 역시 이를 재확인하는 확인서, 확약서 등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기준 구성주주와 주식 소유 비율은 계획서상 전체 2050억원 자본금을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건 과기정통부가 보완 요구까지 해 검증한 계획서의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과기정통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파수 입찰 당시 기업들의 재정 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내 제4이통 추진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통신시장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해 제4이통을 메기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에 따라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가에 낙찰한 기업이 바로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제4이통 선정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무건전성 및 기술력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잖다. 3.5㎓보다 최소 5배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28㎓ 대역의 특성상 재정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차례 제4이통 인가가 불허된 주된 사유가 재정 능력 부족이었음을 감안하면 주파수 할당신청 고시 제3조 단서인 '면제조항'을 개정해 입찰 참여 기업들의 재정 능력을 심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관련 고시를 개정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파법 개정을 통해 재정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지난 1월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이 취소 수순을 밟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브리핑에서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 법인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주 자본금 납입 부족 등 문제로 주파수 할당에 취소 사유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역량 집결 위해 힘 모은 통신업계…인프라 잡고 글로벌도 노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손잡고 합병법인 설립에 나선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 확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과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합병에 대한 의사 결정을 마친 상태다. 양사는 모두 AI 특화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주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합병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이나 합병 법인 사명, 이사회 구성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리벨리온은 8800억원, 사피온은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양사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최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통합법인 경영은 리벨리온이 맡는다.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합병 발표와 동시에 사임했다.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합병법인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피온의 지배기업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지원에 나선다. 이중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사인 KT 역시 합병 이후에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힘을 보탤 전망이다. KT는 올 초 리벨리온의 시리즈B 라운드에 33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된 AI반도체 전문기업이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AI반도체 'X330'을 공개하는 등 고성능 AI반도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엣지 서비스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해왔다. 리벨리온은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창립 이후 출시한 AI반도체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속했으며, 올해 양산에 돌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현재 LLM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반도체 '리벨(REBEL)'을 개발 중이다. AI 반도체는 생성형 AI의 연산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챗GPT 등 이후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중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에서 97%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을 통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규모가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지만 사실상 메모리에 편중돼 있어 국내 팹리스 기업의 경쟁력이 아직 미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사의 AI 역량을 결집시킨다면 국내 시장 선도 기업이 탄생하면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낙수효과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국가안보와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개별 단위로는 기술·재무적 우위에서 엔비디아에 밀리기 때문에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각자 수요처를 다각화하는 추세인데, 양사 합병이 추진되면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수요처를 두루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업계가 AI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자체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막대한 연산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고전력·고비용 한계가 따르는데, NPU는 AI 연산에 특화돼 효율이 좋고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기존에 주력하던 유·무선 사업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수익성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조9452억원이던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2조687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10.1%로 0.9%p 감소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매출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데 기술 투자 비용은 점점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수익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을 추진 중임을 감안하면 투자 비용은 줄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카카오 정체성 입힌 AI 서비스 낼 것”…정신아 미래 구상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경영 색깔이 내정 반 년째를 맞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연내 '카카오만의 색깔을 입힌 AI 서비스' 출시를 위해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책임경영 기반 마련과 윤리적 리더십 확립을 통한 사회적 신뢰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 11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프레스 밋업 직후 즉석으로 진행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 투자 비전과 내부 쇄신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최근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생성형 AI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술력 및 안정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신속히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AI 경쟁력을 놓칠 확률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한 돌파구를 '활용도'에서 찾았다. AI 모델 자체보단 자사 서비스에 기술을 효율적으로 접목해 성공적으로 수익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AI 기술에 카카오의 정체성을 입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최근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 기존 카카오에서 주력 서비스를 맡았던 핵심 인물들을 전진배치했다. 카나나는 AI 모델 개발 중심 '카나나 알파'와 서비스 중심 '카나나 엑스'로 구성됐으며, 두 조직은 시너지를 위해 원팀 체제로 일하게 된다.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접목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조기 출시하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최근 애플이 자체 AI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시장 경쟁 양상이 언어모델에서 자사 서비스 활용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AI 시대에서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꼭 '위너'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장에서 드러낼 수 있는 카카오만의 차별점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가 AI 사업에서 잘 할 수 있는 건 사용자들에게 정말 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AI에 대한 성장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면서도 현재 카카오가 갖고 있는 기반을 충실히 다지며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경영 쇄신에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뜻도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성장 방향성에 맞게 내부 구조를 개편하고, 그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까지 바꾸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카카오는 정 대표 취임 직후부터 쇄신 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 카카오가 15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려 있어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상반기는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과 리더십 개편에 집중했다면 하반기는 이러한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해 리스크를 타파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카카오는 고의적 불법행위를 한 경영진에게 배상책임을 지우는 방안 검토 등 쇄신안을 준법과신뢰위원회에 보고했다. 책임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CA협의체 중심 컨트롤타워 구조를 확립하고 김범수 CA협의체 의장 주도로 경영쇄신에 나선다. 또 △대규모 투자 등 사회적 영향이 큰 의사결정 시 사전 리스크 점검 및 사후 모니터링 체계 강화 △경영진 책임 강화를 위한 내·외부 평판검증 등 임면 프로세스를 강화 등도 검토키로 했다. 정 대표는 “상반기는 조직 통합을 통해 원팀 체제를 구축,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내부 결속력과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게 카카오에서 했던 일"이라며 “그룹 관점으로 넘어가면 거버넌스와 의사결정체계, 체질에 맞는 그룹으로서의 리더 선임 작업이 많이 이뤄졌는데 하반기엔 이러한 체계를 보다 공고히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르포]기술·친환경 모두 갖췄다…카카오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가보니

“카카오의 서비스가 전 국민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바로 지금 여러분이 계신 곳입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캠퍼스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카카오는 이날 첫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연면적 4만7378㎡ 부지 위에 지어졌으며, 일부 개방 공간을 갖춘 운영동과 보안 확보가 필요한 전산동으로 구성됐다. 4000개의 랙과 서버 10만대 이상을 운영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IDC로, 이를 통해 저장 가능한 데이터량만 6엑사바이트(EB)에 달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중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모형을 만날 수 있었다. 내부 공간도 밝은 톤의 컬러로 구성돼 친근한 인상을 줬다. 로비에서 창 밖을 바라보니 활력이 넘치는 대학가 주변 환경이 눈에 띄었다. 데이터센터는 보안 확보가 핵심인 데다 대규모 건축물인 만큼 통상 땅값이 저렴한 산 중턱이나 매립지 등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러한 관례를 과감하게 탈피했다는 평가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 캠퍼스 내에 설립된 데다 건물 건너편에는 경기테크노파크가 자리잡고 있다. 동쪽으로는 대운동장이 있으며 북쪽에는 주거문화시설, 서쪽에는 도시첨단산업시설과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를 고려해 건물 설계 단계에서 보안성·효율성·안정성 등 기본 기능 외에도 캠퍼스와의 조화를 모색했다. 허명주 카카오 DC&네트워크 성과리더는 “올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시설·설비 안정성을 알리기 위해 안산시민 대상 투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며 “서버실 등 보안 민감도가 높은 곳을 제외하고 발전기실·배터리실 등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투어 시에는 보안 요원들이 동행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를 따라 운영동 5층에 위치한 종합상황실을 찾았다. 이 곳은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과 출입 통제를 담당하는 공간이다. 10여명 가량의 인원이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주요 설비들의 온·습도, 필터 상태 등을 점검하는 모습은 다른 데이터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영동 3~5층은 다목적 공간과 산학연 공간, 6층엔 야외 테라스가 들어서 있었다. 전산동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브리지를 통해 3층 서버실로 들어서자 그래픽처리장치(GPU) 작동 소리와 냉방장치 소음이 귓전을 울렸다. 그러나 내부 온·습도는 후텁지근하지도, 춥지도 않아 적절하게 균형을 이뤘다. 카카오가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통신·냉방 등 운영 설비와 시설을 이중화한 효과다. 서버는 365일 단 1초의 끊김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발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는 센터 공간 냉각에 필수적인 항온항습기·냉동기 등 장비를 기존 필요한 용량보다 많은 'n+2' 구조로 구축했다. 아울러 버퍼탱크를 통해 냉방 장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서버실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양쪽에 설치된 항온 학습실을 통해 내부 열기를 차가운 공기로 변환해 온·습도를 유지하는 구조며, 열기를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 다른 공간보다 층고를 높게 설계했다"며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며, 일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복구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산동 2층 배터리실로 들어서자 주황색 박스 모양의 배터리 위에 매달린 붉은색 간이 소화기가 눈에 띄었다. 이는 카카오가 개발한 4단계 화재 대응 시스템의 일환이다.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자동 감지해 화재 전이를 막고,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한 후 냉각수를 지속 분사해 발화 원천을 차단하는 구조다. 전력 소모 감소를 위한 친환경 경영 강화와 함께 과거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성과리더는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은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고 모든 전기 판넬에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이상 온도 상승 시 즉각 대응하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하고자 했으며, 이 시스템은 현재 특허 출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투입된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전산동 옥상에 들어서자 회색 박스처럼 생긴 냉동기가 양 옆에 8개씩 줄지어 있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의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물의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시원한 공기로 열을 식히는 프리쿨링 냉각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계절 변화에 맞춰 3가지 모드로 운전하며, 이를 통해 기존 냉각 방식 대비 2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아울러 서버를 냉각한 후 발생한 폐열을 난방에 재사용하고, 태양광 패널을 외장재 및 옥상에 설치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카카오는 안산을 시작으로 제2·제3의 데이터센터를 세워 생성형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선보일 새 서비스와 10년 뒤의 기술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인프라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며 “제2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HPC) 방식으로 특화 설계할 계획이며, 현재 부지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익시젠’ 앞세운 LGU+, AI 영토 확장 가속도…AX 마케팅 승부수

“LG유플러스는 AI로 듣고, 상상하고, 실현하는 디지털을 통한 AI 전환(AX) 마케팅 시대를 열겠습니다. AI 분석력과 상상력에 기반해 초개인화되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혜윤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상무)은 11일 'AX시대, 익시(ixi)와 함께 성장하는 유플러스 마케팅'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이 자리에서 자체 개발 AI 솔루션 '익시'를 활용한 마케팅 성과와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익시의 활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청사진이다. 우선 마케팅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고객 분석·맞춤형 광고 제작 등에 활용, 고객 접점을 넓힌다. 이달 말 출시되는 익시의 생성형 AI 버전 '익시젠'도 이 프로젝트에 활용할 예정이다. 익시젠은 LG AI연구원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 기반의 통신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부터 소비자 분석부터 소통까지 소비자 경험을 비롯한 마케팅의 전 영역을 AI 중심으로 혁신하는 '익시 프로덕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4월 선보인 익시 기반 AI 비서 '챗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통신 서비스 상담 △장애 상담 △자사 구독 서비스인 '유독' 상품 추천 △비즈마켓 솔루션 안내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이는 기존 봇(Bot)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사람이 정해 놓은 업무를 자동 수행하던 것과 달리 챗 에이전트는 정해지지 않은 업무까지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새로운 질문이나 명령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해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업무가 가능하다. 챗 에이전트에 익시젠을 적용할 경우 개인 맞춤형 답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한 익시 기반 고객 분석 모형 '타깃 인사이트 솔루션'으로 선별한 고객에게 문자나 앱 푸시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도 AI를 적용했다. 고객 특성별로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AI 카피라이터'가 그 예시다. 이 솔루션은 수년간 고객에게 발송한 14만개 메시지 중 긍정적 감정을 전달한 6500여개 메시지를 추출하고 이를 익시에 학습시켜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지난 3개월간 AI 카피라이터를 시범 운영한 결과 메시지 제작 시간이 기존 대비 3분의 1로 단축됐다.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 URL 클릭률 등 고객 반응은 140%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개발 역량이 없는 사람도 대화형으로 명령어를 입력해 고객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 그룹장은 “고객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한 요금제나 혜택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돕거나 통화녹음 등 고객 퍼포먼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고객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사물인터넷(IoT)로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등 고객 취향과 퀄리티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글로벌 사업자 메타와의 협업 계획도 공유했다. 올해 하반기 인스타그램 메신저(DM)에 '익시' 챗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메타의 메시징 상용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CP4M'을 활용해 LLM으로 학습하는 형태로, 이를 통해 일반 고객도 SNS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 김희진 LG유플러스 통합브랜드마케팅팀장은 “프로모션이나 멤버십 혜택 데이터를 학습시켜 LG유플러스 클라우드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형태"라며 “어떤 범주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지에 따라 다양한 챗봇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세로형 릴스(숏폼 영상) 제작도 메타와 처음 진행한다. 기존에 TV용으로 제작된 영상을 디지털 플랫폼에 맞춰 세로형으로 변경하려면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익시를 활용하면 영상의 키프레임을 자동 분류해 최적화된 세로형 릴스를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김 팀장은 “30초 TV광고를 익시가 하이라이트 컷으로 편집한 AI 릴스가 어제 업로드됐다"며 “다음주부터 이미지 컷을 활용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는 AI 저작권 이슈나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에 대비해 워터마크 표기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필터링하는 '세이프티 레이어' 기술을 적용한다. 한영섭 LG유플러스 담당은 “익시와 익시젠은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없는 데이터로 학습했고 검수도 진행 중"이라며 “향후 AI로 생성하는 영상이나 이미지, 음성에 회사 고유의 워터마크를 표시하는 등 장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 이통사업 특혜 시비에 유영상 “정당하게 진출” 반박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 정부의 특혜 의혹이 있었다는 판결 내용에 대해 유영상 SK텔레콤(SKT) 대표가 정당한 방식이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 마일스톤 등재 기념행사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SKT의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원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에서 SK(당시 선경그룹)의 1994년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밝힌 점을 반박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판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됐고, 이 비자금이 SK그룹 급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로 판단하며 1조3808억원 재산 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SK그룹 선대회장)에 300억원의 자금을 지급한 사실에 대한 증빙자료가 새롭게 나왔다"며 “태평양 증권 인수 과정이나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일종의 보호막·방패막 역할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노 관장 측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증거로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작성한 '선경 300'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는 노태우 정부 집권기인 1992년 당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내고도 특혜 의혹을 의식해 사업권을 일주일 만에 반납했다.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한국이동통신 민영화가 재추진되면서 이뤄졌다. 유 대표는 “SKT의 구성원으로 제 청춘을 회사에 바쳤다"며 “올해 창사 40주년이고,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과 등 SKT의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특혜가 아닌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고, 잘 경영해서 오늘날까지 온 것에 대해 구성원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노력·성과가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텔레콤, 국내 첫 IEEE 마일스톤 등재…CDMA 상용화 공로

“SK텔레콤이 나아가고자 하는 '글로벌 AI 컴퍼니'의 길,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과정에서 우리에게 새겨진 개척자의 DNA로 이번에도 우리 앞에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여러 파트너들과 합심해 헤쳐나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업 성장과 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같이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본사 앞에서 열린 'IEEE 마일스톤 선정 기업' 현판 제막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SK텔레콤은 19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기술을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선정하는 'IEEE 마일스톤(이정표)'에 등재됐다. 이 기술은 SK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삼성전자·LG전자가 함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로, 아날로그 방식보다 통화 용량을 약 10배 이상 증가시켜 국내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IEEE 마일스톤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노벨상으로 불린다. 그동안 북미·유럽·일본 등 기술강국이 업적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는데, 이번에 SKT가 CDMA 사례로 국내 기업 최초 선정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현판 제막식에는 유 대표를 비롯해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 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SKT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능력과 삼성전자의 단말기 제조 기술 등이 결합된 결과물이 CDMA 상용화를 이끌어냈다"며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영호 LG전자 C&M 표준연구소장은 “CDMA 기술은 당시 통신 시장을 주도하던 해외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됐다"며 “이번 IEEE 마일스톤 기업 선정을 계기로 제2, 제3의 마일스톤 등재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T는 CDMA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던 당시의 열정을 토대로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영역에서 기회를 잡아 통신·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회사의 사업 모델 확장과 성장 동력·AI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GTAA) 등 국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유 대표는 “과거 CDMA 기술 상용화가 그랬던 것처럼 이젠 AI 기술을 통해 우리의 미래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CDMA 상용화의 창의·도전·협력을 되새기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AI시대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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