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과 합의한 대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미국 시장에서 한일 자동차 관세에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미 당국 관계자가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나 7월 22일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합의 세부 내용 등에 대한 양국간 의견차로 행정명령 서명이 지연됐다.
특히 일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부과해온 25%의 품목별 관세가 15%로 내리는 내용이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관보 게시 후 7일 이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품 품목 코드(HTSUS)를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그간 미국은 일본 자동차에 기존에 부과해온 2.5%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추가한 27.5%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따.
한국도 지난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그간 대미 투자의 성격 등 합의 세부 내용을 두고 미국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행정명령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관세 또한 일본이 원했던 방향으로 적용됐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에 부과한 관세가 15% 미만인 품목의 경우 기존 관세와 상호관세를 합산한 관세율이 최대 15%를 넘지 않도록 했다. 기존 관세가 15% 이상인 품목은 상호관세가 별도로 추가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동일한 대우다. 그간 미국은 일본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15%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적용해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기존 관세가 높은 편이다.
미국은 새 상호관세율을 소급 적용해 지난 8월 7일 이후 더 높은 상호관세를 낸 기업들에 환급을 가능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천연자원이나 복제 의약품·의약원료 등에 대해 상호관세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상무부 장관에 부여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교역 합의의 적용을 받는 항공우주 제품 중 무인기를 제외하고는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상무부 장관에게 일본의 무역 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 및 보고하도록 했으며, 일본이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행정명령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이행해야 할 조건도 명시했다.
일본은 미국의 제조업, 항공우주, 농업, 식품, 에너지, 자동차, 공업용 제품 생산자에 시장을 더 개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고, 이밖에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연간 80억달러 상당의 농산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또 미국에서 제조하고 미국에서 안전 인증을 받은 승용차를 추가 인증 절차 없이 수입하도록 했다.
일본은 미국산 민간 항공기와 군사 장비도 구매할 계획이다.
행정명령에는 “일본 정부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합의했다. 이런 투자는 미국 정부가 (투자처를) 선정할 것"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