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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 싫다”…미분양 아파트 빠르게 소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31 10:10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 30대 후반인 A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나 집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아끼고 모아 만든 1억원이 있지만 이 돈으로는 서울 소재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힘들다. A씨는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집값만 생각하면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다. 이에 A씨는 경기도 북부, 양주나 옥정 등의 미분양 아파트라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볼 계획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던 미분양 아파트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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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만9005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만3620가구) 대비 19.5% 감소한 수치다. 또 2002년 5월 1만8756가구 이후 17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49가구다. 수도권 미분양은 2131가구로 전월(3183가구) 대비 33.1%, 지방은 1만874가구로 전달(2만437가구)보다 17.4% 각각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경남이 3617가구로 미분양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도(3115가구) △충북(2510가구) △경북(2154가구) △경기(1616가구) △제주(1095가구) △전남(1059가구) △부산(973가구) △전북(661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2016년 12월 이후 미분양이 없었다.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1만2006가구로 전달(1만4060가구) 대비 14.6% 축소됐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구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주택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갑작스럽게 오른 집값 때문에 월세와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 거지 신세가 됐다는 자조 섞인 ‘벼락거지’(집값이 오르면서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라는 신조어가 나온 배경은 ‘K자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K자 양극화는 고소득층의 소득은 점점 더 늘어나고 저소득층은 더욱 줄어든다는 의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근로자들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월급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인 셈"이라면서 "집값이 뛰니까 내 집을 못 구한다는 불안감에 빠져서 미분양이라도 하루 빨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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