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新지형도] 금융리더십이 바뀐다…"패러다임 변화 모르면 도태"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올해는 금융권의 리더십 변화가 일어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금융수장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동시에 금융리더십의 조건 또한 바뀌고 있다. 금융산업을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빅테크·핀테크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며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은 필수 과제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시기를 지나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새로운 금융리더십이 본격 발휘될 시기다. ◇ 금융권 ‘세대교체’ 대세…당국 수장도 바뀔까 금융사들의 지난해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사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지만 지난해는 얘기가 달랐다. 금융사들은 젊으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차세대 리더들을 배출해 변화하는 금융산업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금융그룹에서 본다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대표적이다. 두 금융그룹은 지난해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새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인사 대상이었던 10곳의 CEO 중 6곳의 CEO를 새로 선임했다. 주로 50대의 젊은 CEO를 기용하면서 연령대를 낮췄는데, 특히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은 1969년생으로 당시 만 52세 나이에 CEO에 낙점됐다. 변화대응역량을 갖추도록 CEO를 새로 선임했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KB금융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총 8곳의 계열사 중 4곳의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KB금융에서는 50대 중반의 CEO가 주를 이뤘다. 이중 새로 발탁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당시 만 55세로 은행장 중 가장 젊은 인물이다. 리딩뱅크를 이끌고 있는 국민은행 또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변화를 단행한 것이다. 올해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새로운 정부로 바뀐다면 금융당국 수장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모두 지난해 새로 발탁됐으나, 새 정부 아래에서는 당국 수장이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금융당국의 새 수장으로는 현재의 금융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잘 이해하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업 관계자들의 바람이다. 과거처럼 금융산업을 묶고, 규제해야만 한다는 발상으로는 금융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변화의 노력이 있기는 했으나 아직도 금융산업은 규제를 해야 하는 산업이란 인식이 크다는 점은 제약이다"라며 "금융당국이 과거 시선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코로나 기점 ‘디지털 격변’…"금융이 변했다"금융권의 세대교체, 리더십 변화의 필요성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격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던 상황에서 2020년 급습한 코로나19 사태는 금융권의 비대면화 속도에 불을 지켰다. 현재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 회사들과 비견할 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서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금융권에 연일 오르내리는 키워드도 모바일 앱, 플랫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메타버스, 디지털점포 등 디지털과 관련한 용어들이다. 이같은 디지털 변화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년 만에 빠른 속도로 이뤄진 만큼 금융산업은 예상보다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정통 금융사들은 갑작스레 경쟁자로 떠오른 빅테크·핀테크 기업들 공습에 맞대응해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부상으로 정통 대형은행들의 자리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은행들은 통신업에 진출하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도 기웃거린다.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Liiv M)이나 신한은행의 땡겨요, 우리은행의 마이(My)편의점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머문 금융리더십으로는 금융산업 변화를 따라잡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이렇게 성공하고,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몇 년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은행, 보험사, 카드사와 같은 정통 금융사들은 과거의 영업 방식만 고수해서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마이데이터를 시작으로 금융산업의 디지털 변화는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사의 사회책임 강조…MZ세대 등장에 바뀌는 금융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금융사들의 당연한 경영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을 버리고 환경, 사회, 고객, 직원, 주주들을 모두 생각하는 ESG 경영의 우등생이 박수를 받고 있다. 탈석탄 금융을 비롯한 수많은 친환경 경영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ESG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은 금융사들의 중요한 홍보 전략으로 여겨진다. 금융사들이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자평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MZ세대의 등장도 금융권의 통념을 깨트리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현재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이자 곧 핵심 주체가 되는 연령대다. 기존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MZ세대들은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도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해 이동이 자유로운 데다, 어딘가 종속되지 않으려 하는 MZ세대가 등장하자 충성고객의 개념도 사라지는 중이다. 일찌감치 재테크 등 금융에 눈을 뜬 세대인 만큼 더 나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MZ세대들은 옮겨 다닌다. 금융사들이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Z세대 직원들을 보면 기존 세대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각 금융사에서 MZ세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금융사 경영진들도 이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국내 주요 금융그룹.(사진=에너지경제신문)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산업 新지형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2022년 임인년에도 동학개미, 서학개미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특히 이달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자산관리 영역에서 증권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온라인 프리미엄 서비스 개척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식거래시장에서 온라인 프리미엄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바로상담 서비스’는 삼성증권의 대표적인 온라인 프리미엄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최근 초저금리로 늘어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증권사 직원과 상담을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삼성증권은 100여명의 바로상담 전담 PB를 배치해 단순 업무 문의는 물론 자산 포트폴리오 컨설팅, 종목 상담, 주식 주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스톱 상담을 제공 중이다. 바로상담 전담 PB는 평균 12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으로, 고객 눈높이에 맞는 최적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삼성증권은 바로상담 외에도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동영상 투자교육 사이트인 투자스쿨을 오픈해 입시 강의처럼 기본 과정(초급, 중급, 고급)과 레벨업 과정(공모주 꿀팁, 펀드의 기본, 현금클라쓰 등)으로 체계적인 경제 지식을 제공 중이다. 또 국내외 주식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컨퍼런스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비대면으로 전환, 매분기마다 개최하고 있다. 매주 미스터 해외주식(화, 목), 대가들의 글로벌 ETF 투자법(금), 마켓쉐프(수) 등 실시간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고정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제페토 월드 개설...연내 통합 MTS 출시미래에셋증권은 메타버스 지점인 ‘미래에셋증권 제페토 월드’를 개설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제페토 월드는 미래에셋증권이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센터원 건물 등을 구현해놓은 가상공간이다. 제페토 월드는 미래에셋의 대표 건물인 센터원과 미래에셋증권 제페토 지점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 제페토 지점을 중심으로 MZ세대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국내주식 MTS인 엠스탁(m.Stock)과 통합자산관리 앱인 엠올(m.ALL), 해외주식선물 엠글로벌(m.Global) 등 3가지 앱을 통합한 새로운 버전의 MTS를 출시한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자산관리 등 3가지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합쳐 고객들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하고, 국내외 주식을 망라하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KB증권, 마블미니 흥행...MZ세대 중심 신규서비스 지속 발굴KB증권은 이달 중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마블(M-able)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한다.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을 총집결해 금융자산 통합조회, 포트폴리오 진단, 고수의 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KB증권은 지난 8월 주식 초보자들을 위한 앱인 M-able mini(마블미니)에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확대한다. 마블미니는 로그인 없이 시세 조회가 가능하고, 주식 방송을 보면서 매매하는 기능 등을 갖췄다. 특히 마블미니에서는 해외주식 온주 매매와 소수점 매매를 병행할 수 있어 소수점 매매를 위한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KB증권은 MZ세대들이 소액으로 자산을 불리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블미니에 소수점 매매로 ‘1주 완성하기’ 기능을 제공한다. 투자자가 정해놓은 ‘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자산을 불리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주식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6일 ‘모이다’ 출시...맞춤형 자산관리 제공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MZ세대’를 시장으로 유입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온라인 고객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eBiz담당을 본부 단위로 격상했다. eBiz본부 산하에 eBiz고객부도 새로 만들었다.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한 전략으로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키 위해서다.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6일 마이데이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모이다(moida)’를 공식 출시한다. 모이다는 ‘일상 속의 투자’라는 콘셉트에 맞춘 다양한 기능이 담겨있다는 후문이다.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소비 패턴을 도출해 관련 주식종목을 추천하거나, 실물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관련 기업의 주가와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또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금융자산 정보를 통합 조회하고, 고객 성향과 미래 금융점수를 토대로 적절한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오픈뱅킹을 통해 앱 내에서 여러 금융사 간 이체를 지원하며, 자동 환전 기능으로 해외주식 투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 ‘디지털 업계 최초’ NH투자증권, 메타버스-빅데이터 주력NH투자증권은 디지털 부문서 업계 최초라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온 증권사다. 증권사 중 처음으로 애플리케이션 방식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설했다. 나무(NAMUH) 프리미엄 서비스의 일환으로 고객과 소통이 가능한 투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용자들은 NH투자증권 사옥 외관, NH투자증권 사옥 내부(로비 및 콘퍼런스홀), 여의도 한강공원 등 실제 공간을 흡사하게 복제한 NH투자증권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서비스로의 연동이 이뤄지며 중개형ISA 계좌 개설과 해외주식 현재가 조회가 가능하다.또 NH투자증권과 삼프로TV가 공동 제작한 ‘메타버스 온에어(on Air)’ 강의 영상 콘텐츠도 있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에서 투자자라면 꼭 알아야 할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아울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및 전문가들의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도 금융권 최초의 하이브리드 빅데이터 플랫폼 도약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방침이다. 회사 내·외부에 산재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 적재하고, 이를 자유롭게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DAP, Data Analytics Platform)’을 구축해 전사 업무에 적극 활용한다. 메타버스는 투자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추가, 스타 프라이빗뱅커(PB)의 투자 철학을 접목한 인공지능(AI) 투자 상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접목 등도 검토, 추진한다.◇ 메리츠증권, 유튜브 채널 ‘메리츠온’ 개설메리츠증권은 최근 유튜브 채널 ‘메리츠 온(Meritz On)’을 열고 디지털을 활용한 리테일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고객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MZ세대에게 상품과 투자 정보를 제공, 고객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그간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증권사 가운데 유튜브 채널이 없던 곳은 메리츠증권 뿐이었다. 유튜브 채널 대신, 삼프로TV로 잘 알려진 경제 콘텐츠 기업 이브로드캐스딩과 온라인 주식 강의에 집중해 왔다. 여기에선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다양한 섹터의 애널리스트들이 종목 분석을 통한 투자방법을 강의했다.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6일 디지털Biz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디지털Biz팀은 디지털 전담 부서로 IB(기업금융)와 리테일(소매금융) 부문 균형을 맞춰 개인들의 비대면 서비스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또 비대면 영업채널서 기획 및 온라인 마케팅 등을 담당할 인력을 모집해 온라인 마케팅 기획, SNS·유튜브 채널 운영, 이벤트 기획·운영에 힘을 싣고 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DB)미래에셋증권 메타버스 지점.NH투자증권 메타버스 플랫폼 ‘NH투자증권 메타버스’.

[금융산업 新지형도] 카카오손보 출범 예고…

[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올해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카카오손해보험 출범을 앞두고 보험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플랫폼 영향력을 등에 업은 ‘비대면 판매채널’ 확산이 대면 판매채널에 강점을 가진 기존 보험사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카카오손보의 성격을 개인 맞춤형 설계에 강점을 가진 대면 영업채널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영역으로 규정하며, 기존 보험사들 이익을 크게 침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카카오손보가 간편한 단기보험부터 기존 보험사들의 주력상품이 되는 장기·종신형 보험까지도 판매할 포부를 밝힘에 따라 필연적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비대면 판매채널의 성장을 예견하고 플랫폼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1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연초를 맞아 출범 초읽기에 들어선 카카오페이의 기본적인 영업 방향은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간 보험상품은 복잡하고 난해한 특성으로 인해 가입 전 많은 설명을 필요로 했다. 카카오손보는 이러한 업계의 통념을 깨고, 디지털환경에서 상담·설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잠재적 고객들을 비대면 판매채널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단기적으로는 생활밀착형의 특성을 가진 상품을 위주로 양산형 보험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장기형 상품까지도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있다.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자사의 방침은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만 생활밀착형 보험을 추구한다고 해서 소액단기형 보험만 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맞지 않다. 그렇게 카테고리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카카오손보의 출범에 대해 다소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손보의 출현과 비대면 판매채널의 확산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부류와,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여기고 이를 활용하려는 부류가 상존한다.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손보가 출범한다고는 하지만 영업하는 상품의 범주가 아예 달라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없다"며 "비대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주로 소액단기형 상품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보험사가 대면영업채널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고 내년에는 자회사형 대리점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더욱 효율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반면 플랫폼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비대면 채널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려는 보험사들도 있다. 보험업계 대장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29일 금융플랫폼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협업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은 토스를 통해 자사 보험상품을 노출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업계 2위에 자리하는 한화생명 역시 이같은 흐름에 동조했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과 토스 간 MOU 소식이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6일 자사의 변액보험 상품을 카카오톡을 이용해 관리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빅테크 기업의 판매채널 ‘독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빅2가 이를 오히려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해 내놓은 셈이다.이처럼 플랫폼과 보험사가 밀착된 다양한 사업형태가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플랫폼으로 종속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발표 역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적극적인 대응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연이어 빅테크·보험사와 각각 간담회를 가지면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플랫폼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상위노출에 대한 개입을 제한하고 중립적인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플랫폼 이용 금융사에 대한 손해전가나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를 엄격히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명시한 전자금융법 개정안과 관련해 금융소비자법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살피는 부분을 포함해 조화롭게 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들이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판매채널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대면 판매채널의 흥행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 역시 뚜렷함에도 카카오손보의 출범이 분명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ohtdue@ekn.kr삼성생명,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신한생명(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순).

[금융산업 新지형도] 대출 문턱 높아지고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새해에는 한미 금리인상,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 종료 등으로 금융시장 내에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새해 자금조달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연초부터 ‘가계부채 관리’ 기조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5% 수준이다. 작년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6%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연초부터 타이트하게 가계대출 목표치를 세운 것이다. 당장 가계신용 잔액이 1800조원을 넘어선 데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례적으로 최근 16년간 가계 레버리징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부채를 성장과 균형된 수준에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이에 시중은행들은 올해도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식으로 가계대출을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협은행이 지난해 8월 말부터 전세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다주택자 중심으로 대출을 보다 깐깐하게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관리방안에서 한시적으로 제외됐던 전세대출이 올해부터 가계대출 총량에 다시 포함되는 점도 실수요자들의 대출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가계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연말로 갈수록 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은행들의 연간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결국 은행들은 (지난해 농협은행 사례처럼)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며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이 신규 대출 중단 등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농협은행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엄격하게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처럼 올해도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 같은 경우 저금리 기조로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부동산,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도 한 차례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하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올해부터 차주별 DSR 규제 강화 당장 올해부터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대출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의미한다. 올해 1월 2단계 DSR 규제에서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는 연간 원리금이 연소득의 40%, 제2금융권은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즉 연 소득의 40%를 넘어서면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DSR 산정시 신용대출의 상환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짧아진다. 올해 7월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총 대출액이 1억원만 상회해도 DSR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작년과 같은 조건에서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융통할 경우, 대출 가능한 금액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시장이나 코인 투자에 대한 열풍이 잠잠해졌고, 이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한 이들도 많은 만큼 올해의 경우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늘어난 만큼 무리해서 빚을 내기보다는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 위주로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 한 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라도 아직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대출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며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살 집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이 필수인 시대가 된 만큼 대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3월 종료금융권에서는 올해 3월부터 소상공인 대출 원금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3차례 연장했다. 정부는 취약 차주에 대해 채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채무조정제도를 개선해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나, 당장 이자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그간 정부 지원에 가려졌던 잠재적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3월 대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을 감안할 때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감안해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한 번에 종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당국의 지침에는 은행들도 동의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지원조치 종료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서울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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