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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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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新지형도] 카카오손보 출범 예고…'플랫폼' 대항할 보험사 대안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1 09:32

출범 초읽기 카카오손보 "단기보험 한정하지 않아"



'위협 아냐' vs '손잡기'...엇갈린 업계 반응



"카카오손보 출범은 분명한 자극,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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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신한생명(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순).


[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올해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카카오손해보험 출범을 앞두고 보험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플랫폼 영향력을 등에 업은 ‘비대면 판매채널’ 확산이 대면 판매채널에 강점을 가진 기존 보험사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손보의 성격을 개인 맞춤형 설계에 강점을 가진 대면 영업채널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영역으로 규정하며, 기존 보험사들 이익을 크게 침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카카오손보가 간편한 단기보험부터 기존 보험사들의 주력상품이 되는 장기·종신형 보험까지도 판매할 포부를 밝힘에 따라 필연적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비대면 판매채널의 성장을 예견하고 플랫폼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1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연초를 맞아 출범 초읽기에 들어선 카카오페이의 기본적인 영업 방향은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간 보험상품은 복잡하고 난해한 특성으로 인해 가입 전 많은 설명을 필요로 했다. 카카오손보는 이러한 업계의 통념을 깨고, 디지털환경에서 상담·설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잠재적 고객들을 비대면 판매채널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생활밀착형의 특성을 가진 상품을 위주로 양산형 보험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장기형 상품까지도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자사의 방침은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만 생활밀착형 보험을 추구한다고 해서 소액단기형 보험만 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맞지 않다. 그렇게 카테고리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카카오손보의 출범에 대해 다소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손보의 출현과 비대면 판매채널의 확산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부류와,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여기고 이를 활용하려는 부류가 상존한다.

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손보가 출범한다고는 하지만 영업하는 상품의 범주가 아예 달라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없다"며 "비대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주로 소액단기형 상품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보험사가 대면영업채널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고 내년에는 자회사형 대리점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더욱 효율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플랫폼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비대면 채널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려는 보험사들도 있다.

보험업계 대장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29일 금융플랫폼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협업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은 토스를 통해 자사 보험상품을 노출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2위에 자리하는 한화생명 역시 이같은 흐름에 동조했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과 토스 간 MOU 소식이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6일 자사의 변액보험 상품을 카카오톡을 이용해 관리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의 판매채널 ‘독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업계 빅2가 이를 오히려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해 내놓은 셈이다.

이처럼 플랫폼과 보험사가 밀착된 다양한 사업형태가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플랫폼으로 종속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발표 역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적극적인 대응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연이어 빅테크·보험사와 각각 간담회를 가지면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플랫폼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상위노출에 대한 개입을 제한하고 중립적인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플랫폼 이용 금융사에 대한 손해전가나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를 엄격히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명시한 전자금융법 개정안과 관련해 금융소비자법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살피는 부분을 포함해 조화롭게 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들이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판매채널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대면 판매채널의 흥행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 역시 뚜렷함에도 카카오손보의 출범이 분명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ohtdu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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