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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新지형도] 금융리더십이 바뀐다…"패러다임 변화 모르면 도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2 08:15

금융CEO 세대교체로 판갈이 중

급격한 디지털 전환, 리더십 변화 요구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금융사 역할 강조

MZ세대 코드 맞춰 금융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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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그룹.(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올해는 금융권의 리더십 변화가 일어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금융수장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동시에 금융리더십의 조건 또한 바뀌고 있다. 금융산업을 과거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빅테크·핀테크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며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은 필수 과제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시기를 지나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새로운 금융리더십이 본격 발휘될 시기다.


◇ 금융권 ‘세대교체’ 대세…당국 수장도 바뀔까


금융사들의 지난해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사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지만 지난해는 얘기가 달랐다. 금융사들은 젊으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차세대 리더들을 배출해 변화하는 금융산업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금융그룹에서 본다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대표적이다. 두 금융그룹은 지난해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새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인사 대상이었던 10곳의 CEO 중 6곳의 CEO를 새로 선임했다. 주로 50대의 젊은 CEO를 기용하면서 연령대를 낮췄는데, 특히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은 1969년생으로 당시 만 52세 나이에 CEO에 낙점됐다. 변화대응역량을 갖추도록 CEO를 새로 선임했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KB금융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총 8곳의 계열사 중 4곳의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KB금융에서는 50대 중반의 CEO가 주를 이뤘다. 이중 새로 발탁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당시 만 55세로 은행장 중 가장 젊은 인물이다. 리딩뱅크를 이끌고 있는 국민은행 또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변화를 단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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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올해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새로운 정부로 바뀐다면 금융당국 수장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모두 지난해 새로 발탁됐으나, 새 정부 아래에서는 당국 수장이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금융당국의 새 수장으로는 현재의 금융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잘 이해하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업 관계자들의 바람이다. 과거처럼 금융산업을 묶고, 규제해야만 한다는 발상으로는 금융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변화의 노력이 있기는 했으나 아직도 금융산업은 규제를 해야 하는 산업이란 인식이 크다는 점은 제약이다"라며 "금융당국이 과거 시선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코로나 기점 ‘디지털 격변’…"금융이 변했다"


디지털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권의 세대교체, 리더십 변화의 필요성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격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던 상황에서 2020년 급습한 코로나19 사태는 금융권의 비대면화 속도에 불을 지켰다.

현재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 회사들과 비견할 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서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금융권에 연일 오르내리는 키워드도 모바일 앱, 플랫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메타버스, 디지털점포 등 디지털과 관련한 용어들이다.

이같은 디지털 변화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년 만에 빠른 속도로 이뤄진 만큼 금융산업은 예상보다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정통 금융사들은 갑작스레 경쟁자로 떠오른 빅테크·핀테크 기업들 공습에 맞대응해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부상으로 정통 대형은행들의 자리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은행들은 통신업에 진출하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도 기웃거린다.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Liiv M)이나 신한은행의 땡겨요, 우리은행의 마이(My)편의점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머문 금융리더십으로는 금융산업 변화를 따라잡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이렇게 성공하고,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몇 년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은행, 보험사, 카드사와 같은 정통 금융사들은 과거의 영업 방식만 고수해서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마이데이터를 시작으로 금융산업의 디지털 변화는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사의 사회책임 강조…MZ세대 등장에 바뀌는 금융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금융사들의 당연한 경영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을 버리고 환경, 사회, 고객, 직원, 주주들을 모두 생각하는 ESG 경영의 우등생이 박수를 받고 있다. 탈석탄 금융을 비롯한 수많은 친환경 경영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ESG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은 금융사들의 중요한 홍보 전략으로 여겨진다. 금융사들이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자평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MZ세대의 등장도 금융권의 통념을 깨트리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현재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이자 곧 핵심 주체가 되는 연령대다. 기존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MZ세대들은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도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해 이동이 자유로운 데다, 어딘가 종속되지 않으려 하는 MZ세대가 등장하자 충성고객의 개념도 사라지는 중이다. 일찌감치 재테크 등 금융에 눈을 뜬 세대인 만큼 더 나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MZ세대들은 옮겨 다닌다. 금융사들이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Z세대 직원들을 보면 기존 세대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각 금융사에서 MZ세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금융사 경영진들도 이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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