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위기] 공상과학이 50년도 안돼 현실로…석탄 등 화석연료→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물은 전기에 의해 기본 원소들로 분해되지. 분해된 원소들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강한 동력원으로 작용할걸세. 여보게들,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은 언젠가 연료가 될 거야. 수소와 산소를 따로 쓰든 함께 쓰든 석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될 거야. 물은 미래의 석탄이란 말일세."1974년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의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의 일부다. 소설은 1865년 남북전쟁에 피바람이 불던 미국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폭풍이 부는 한 밤중 기구를 타고 탈출을 시도한 포로 다섯 명은 길을 잃고 태평양을 표류한 끝에 남군 진영으로부터 1만1200㎞나 떨어진 작은 섬에 다다른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인도에서 표류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뱃사람 펜크로프트가 "북미 대륙의 석탄이 고갈되면 석탄 대신 무얼 때지?"라고 묻자 기술자 하딩은 "물이지 뭐. 물이 미래의 석탄"이라고 말한다.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친환경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흐름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강심에서 비롯됐다. 세계기상기후(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오는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이 ‘0’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제로 목표는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체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때 이룰 수 있다.에너지전환은 1980년대 독일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다양한 발전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1980년대 에너지전환은 ‘자연·사회적 여건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를 선택한다’는 좁은 뜻으로 통했다. 그러나 현재 화석연료 감축을 핵심으로 공급 시스템 뿐 아니라 소비와 전달체계를 혁신해 안정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에너지전환이 시급한 분야는 전력과 수송, 건축, 산업 등이다. 전력부문은 기존 석탄화력에 의존하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수소차로 수송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또 제로에너지 건물을 짓고 산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각 업계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력계, ‘화석연료→친환경에너지’ 전환 전 세계가 에너지원을 기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에너지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화석 연료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전환의 방법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수요의 감소 등이 꼽힌다.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발전원별로 전 세계 에너지생산 변화율을 분석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석탄이나 원자력 등 전통적인 발전원은 지난 2015년 이후 그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수력이나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석탄은 지난 2017년 28%로 재생에너지 비중인 27%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오는 203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된다.유럽연합은 오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7%에서 32%까지 확대하는 ‘재생에너지지침(EU RED)’을 목표로 정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뉴저지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을 50%로,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 D.C.는 2045년까지 10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는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정책은 지난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청정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총발전량의 7%, 설비용량은 12%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누적 설비용량을 64GW까지 보급해 신규 설비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수송부문, ‘내연기관→전기·수소차’로 수송부문은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계획과 내연기관차의 퇴출 및 전기차 확대 계획 등을 일컫는다. 수송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16%를 차지하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 특히 도로와 철도, 해운, 항공 및 교통수요 관리 가운데 도로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관건이다. 전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7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오늘날 수송부문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휘발유와 경유 등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원료로 주행한다. 운행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을 다량으로 배출한다.최근 주목받는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전기에너지를 전기모터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기차는 1800년대에 개발됐지만 배터리 무게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점으로 실용화되지 못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배기가스 및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주요 국가들도 수송부문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환경기준을 세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으로 제한했다. 먼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만 판매한다고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까지만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미국 연방정부 규제완화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10개 이상 주 정부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한을 연장하는 등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자동차업계도 2050 탄소중립 비전에 동참하기 위해 전기차·수소차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고효율화과 하이브리드화를 이루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수준의 전기·수소차 공급과 함께 탄소중립 연료 적용을 병행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 건축·RE100’ 등 건축·산업계 변화 건설과 산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전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은 3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전체 에너지소비 가운데 기업활동에 해당하는 산업과 운송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이 66%에 달한다. 특히 인프라와 산업 발전이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부분인 만큼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건축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본격화 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 내 모든 에너지 사용을 제어하는 스마트 빌딩으로 건축하는 방법이다.제로에너지 건축이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해 에너지 소비량이 최종적으로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이다. 단열재나 이중창 등으로 건물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태양광이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전력 공급 등 에너지 소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미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모든 공공건물과 기존 건물의 50%를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바꿀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2016년부터 신규 주택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했다. 유럽은 올해까지 모든 신축 건물을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짓도록 의무화했다.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까지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한다. 오는 2025년에는 500㎡ 이상 공공 건축물 및 1000이상 민간 건축물이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다수 건설사들이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창문형 태양광 등 제로에너지 건축에 필요한 건자재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산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철강·화학·시멘트·화학 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산업용 원료로 사용하는 계획을 실행하고 탄소 최소가격제를 도입했다.글로벌 기업들은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바이오연료·지열·태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되는 전력 사용과 구매 실적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 등 다른 제도와 관련된 실적은 인정되지 않는다.세계 모든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5%까지 줄일 수 있다. 이케아와 구글, BMW 등 84개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세계 292개 기업이 가입해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이행하고 있다.claudia@ekn.kr석탄화력 발전소. AP/연합뉴스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오세영 기자전기차 충전 모습제로에너지빌딩 개념도

[기후재앙 위기] "저탄소 생활 습관이 기적의 시작"…개인·기업·정부가 나선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기후위기는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구 온도는 오르고 있고 홍수·가뭄·폭염 등 재난은 현실로 찾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인과 단체, 기업, 국가, 전 세계 중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는 이 모두가 살고 있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저탄소 생활을 습관화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에도 ‘탄소중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들경기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가치가게’는 제로웨이스트상점이자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가치가게는 자원을 순환하고 서로 배움을 모토로 삼고 있다.제로웨이스트 상품은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피하도록 구성돼있다. 플라스틱이 흔히 사용되는 칫솔이나 빨대 등에는 플라스틱 대신 나무나 스테인리스로 대체돼 있다. 비닐 랩 대신 종이로 만든 음식을 포장할 수 있는 포장지 판매를 하고 있다. 친환경 세제를 판매할 때는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매자가 각자 개인 통을 가져와 담아가는 방식으로 최대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한다. 종이와 재활용한 천을 이용해 만든 물건들도 제로웨이스트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가치가게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저탄소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가치가게 운영자인 김희경 (51)씨는 "가치가게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자급자족 모임을 열고 있다"며 "버려지는 천을 이용해 통바지를 만들거나 검은 비닐봉지를 가공해 가방을 만드는 등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저탄소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생명밥상’ 모임은 채식뿐 아니라 유통과 생산에서 배출하는 탄소도 고려해서 식단을 맞춘다. 채식이라 해도 아보카도와 같이 생산과정에서 산림을 파괴하는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식단은 자제하는 방식이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식탁을 추구한다.생명밥상 모임을 운영 중인 김정한(50)씨는 "기후위기로 가장 위협받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먹는 먹거리"라며 "저탄소 먹거리를 통해 오히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하고 채식 문화를 나누다 보면 조금씩 지속가능한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희경 씨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생긴다"며 "환경문제를 의식하는 개인들이 모이면 결국 이것이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실제로 가치가게는 수원환경운동연합의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연합은 다음 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수원시에 위치한 기업과 정부 기관들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가치가게를 포함한 여러 단체와 펼칠 예정이다.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구의 날을 맞아 수원시에 위치한 11개 기업과 정부기관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행진을 할 계획"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에 참여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생존 문제로 기후위기를 인식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 위한 산업계 동참국내 소비자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산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기업들에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이제 필수가 돼가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공동선언문 발표를 시작으로 △석유화학업계 △시멘트업계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비철금속업계 △정유업계 △전기·전자·전지업계 △섬유·제지업계들이 2050년 탄소중립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각 업계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2050 탄소중립 과제를 수립·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기업들의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의 관심도 뜨겁다. RE100 캠페인은 현재 250개 이상의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국내기업도 RE100을 실천하지 않으면 해외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미국은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기업과 국가에 관세를 추가 부여하는 탄소국경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이달 유럽연합(EU)에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RE100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점점 그들과 계약을 맺는 기업들에도 RE100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에서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만들고 있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전력의 녹색프리미엄과 한국에너지공단의 일반기업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REC 시장,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가 있다. 지난 24일에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최종통과해 한전을 통하지 않고도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PPA를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다.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전의 녹색프리미엄에는 SK계열사와 LG화학, 한화큐셀 등이 참여했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REC 거래시장에는 38개의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RE100 이행 제도들이 올해부터 생겨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전체 물량의 7%만 낙찰돼 아직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의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점점 RE100 이행방안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탄소흡수 산림 정책과 국제 협력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 확충과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정부는 산림을 확충해 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해 30년간 나무를 30억 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산림청은 지난 1월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매년 탄소 3400만t을 흡수·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4560만t으로, 국가 총배출량(7억3000만t)의 6.3%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산림이 조성돼 노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 온실가스 흡수량이 3분의 1 수준인 1400만t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산림의 경우 나무가 자라는 시기에 탄소흡수량이 많아 노화되면 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 산림청은 30억 그루의 나무 심기를 위해 신규 산림 탄소흡수원 확충과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등 12대 핵심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기후국제회의에 참여하고 개최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22일 각국 정상이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정부는 해당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5월에 국내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P4G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첫 환경분야 정상회의로 국제기구·협의체와 민간기업,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한다.wonhee4544@ekn.kr경기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가치가게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가공해 제작한 가방. 가치가게가치가게 ‘자급자족’ 모임 회원들이 천으로 통바지 만들기를 하고 있다. 가치가게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 처방’·‘유엔 약국’이라고 적힌 초대형 약 봉투를 국회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021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한 P4G 카운트다운 시계탑 모습. 연합뉴스

[기후재앙 위기]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커지고 강해진다…폭염·탄소배출 등 악순환이 초래"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뜨거워진 온도는 차례로 공기 속 습기를 말리고, 숲을 건조시켜 산불에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기후 변화가 날씨 패턴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보다는 많은 경우 그것을 증폭시키고 있다."전 지구촌에 걸쳐 ‘폭염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매년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뜨거운 열기로 곳곳에 산불이 발생했다. 스웨덴은 폭탄을 떨어트려 산불을 진화하는 등 ‘폭염 전쟁’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2019년 봄 강원도 고성에서 대규모 산불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2020년 다시 속초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두 차례 산불로 1300여㏊의 산림이 소실되고 수많은 주민이 갈 곳을 잃었다. 국지적인 양간지풍은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빨라 삽시간에 불길이 확산돼 많은 피해가 발행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에 고온건조해지는 기후변화로 호주,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산불은 고온건조한 봄에 많이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수분 증발량은 늘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올 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산불 유발" NASA가 ‘월드뷰(Worldview)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 화재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붉은 점으로 표시돼 있는 곳이 타 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아프리카에 특히 ‘붉은 점’이 집중돼 있는데 이는 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화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장주들은 때때로 인위적으로 불을 놓기도 한다.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원하지 않는 잡풀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목적을 이룬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대한 연기가 발생해 공기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그렇다 하더라도 북미, 남아프리카, 특히 칠레에도 올해 상당히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 원인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은 강풍과 같은 자연적인 요인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의 가열이 이러한 화재의 규모를 보다 크고 보다 파괴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이 있는 데스밸리 온도가 섭씨 54.4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것 등이 기후변화가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는 것이다.몬태나주립대학이 연구한 결과 북미 산불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진단됐다. 낮은 습도, 강한 바람, 극심한 수은주 상승 등에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요인으로 미국 대륙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칠레 중앙은 최근 최악의 가뭄(mega drought)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숲의 큰 부분이 불길에 휩싸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몬태나주립대학 연구팀은 "칠레의 경우 최근 더 따뜻해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는 가운데 불에 타기 쉬운 수목들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런 배경으로 칠레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삼림을 건조시켜 대규모 산불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브라질의 최근 화재 사례는 전 세계에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브라질도 농업적 목적으로 인한 화재가 많다. 토양을 경작하고 기타 토양에 있는 잡풀, 벌레들을 없애기 위한 인위적 화재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 같은 인위적 화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NASA 기후변화 측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현재 브라질의 경우 매우 건조하고 강하게 바람이 부는 날씨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칫 불을 잘못 놓았다가는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ASA에 따르면 글로벌화재감시(Global Fire Watch)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여름 1주일 동안 전 지구촌에서 총 3만여 건의 경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 또한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고 있다. 더 뜨겁고 더 건조한 날씨가 호주에서 계속됐기 때문이다. 재산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NASA 기후변화 측은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더 뜨겁고 더 건조해지는 상황은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호주에서는 이런 날씨 변화로 인해 더 많은 극심한 산불이 자주발생하고 호주 전체 대륙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산불 등 자연재해 더욱 심화시킬 것" 스위스의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의 기후 과학자 소니아 세네비라트네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몇몇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후 수십년간 과학자들은 경고 차원의 언급을 했지 이처럼 특정 태풍이나 폭염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지구가 가장 더웠던 10개 해 중 9개가 2005년 이후이며 유엔은 최근 5년간이 세계의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오레곤과 캘리포니아 주 모두 1900년 이래 1도 이상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10년간 가뭄이 더 길어지면서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고사했고 이로 인해 화재 발생시 땔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더 한랭하며 습한 편인 산악지대도 여름에 급속히 건조해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땔감의 양이 늘어났다.캘리포니아대 기후학자인 대니얼 스와인은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산불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스와인 교수는 "기후변화가 새로운 어떤 현상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있었던 폭염이나 산불, 홍수를 더 극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과학자들은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뿜어내기 시작하지 않았을 때 기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결과를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한다. 그들은 또한 지난 세기 또는 그 이상 동안의 기상 관측 결과도 함께 고려한다.2018년 유럽과 일본, 북미를 동시에 강타한 여름 폭염에서도 기후변화 고리가 발견됐다. 기후를 온난화시킨 탄소 배출량 증가가 없었다면 이러한 사건들이 함께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평균 지구 기온이 약 섭씨 1도 상승한 지구 온난화로 대기와 해양이 변하고 더 심한 폭풍과 폭우, 홍수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의 열기로 인해 허리케인과 열대성 사이클론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이로 인한 폭우와 홍수도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최근 아프리카 수단 나일강 인근에서는 홍수로 수만 명이 집을 잃었고 세네갈에서는 지난 5일 하루 동안 장마철 3개월 동안 내리는 것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이미 올 여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홍수를 겪은 중국도 더 극심한 강우와 홍수를 겪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파르고 지속적…일상화 될 것" 피터 깁슨(Peter Gibson)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지난 50년 이상 6월의 지구촌 온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설명했다. 피터 깁슨 박사가 분석한 기온 데이터 결과 가파르고 지속적 온난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른바 ‘극심한 폭염( extreme heatwaves)이 앞으로 더 자주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깁슨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자주, 고통스럽고, 지속적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10~15일 정도 폭염이 더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깁슨 박사는 특히 제트 기류의 특이한 위치와 지속성으로 이 같은 특정 폭염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제트 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북쪽 멀리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보내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폭염에 노출됐다는 것이다.깁슨 박사는 "상층의 바람 유형이 영국 상공의 고기압 지역에 갇혀 있다"며 "영국은 이 때문에 바람이 없고, 구름이 없으며, 매우 뜨겁다"고 설명했다. 깁슨 박사는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변화가 제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인간 활동 영향 등으로 기후가 1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온실가스 농도는 치솟고 있으며 해수면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기후변화와 관련돼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까. 온실가스 농도는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메탄, 아산화질소 등은 대표적 온실가스다. 2017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PPM을 기록했다. 38년 지구촌 기후관련 기록 중 최고치다. 해수면 상승도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지구촌 해수면은 10년마다 평균 3.1cm씩 오르고 있다. 그 결과 1993년 평균 해수면보다 지난해 7.7cm 상승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서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 지구촌은 직면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폭염 전쟁’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구의 허파’ 라고 불리는 산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다.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준다. 또 심신의 안정,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며,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산림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유발한 산불이 인간에게서 산림을 빼앗아가고 있다.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현장의 모습. 연합뉴스더 뜨겁고 더 건조한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에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제공=NASA]

[기후재앙 위기] "세계 주요 도시 해안 밀집…2050년 해수면 상승으로 3억명 터전 잃을 것"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 2035년 여름. 세 달 째 태풍과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조금 전 할머니와 전화 통화로 안부를 주고 받은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며 살 길이 막막하다는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매일 특보가 이어지니 뉴스를 보지 않고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뉴스만 틀면 ‘기후난민’이라는 글자가 자주 눈에 띈다. 우리나라만 물에 갇힌 건 아닌가 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놀러갔던 태국 방콕에서도, 미국 플로리다도 도로며 건물이며 모든 게 물에 잠겼다.극단적 해수면 상승의 시대가 도래한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현재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가파르다. 기후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90㎝가 오른다고 경고한다.해수면 상승에는 인간의 생존 문제가 달려있다.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생태계는 물론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바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침수 위험도 높다. 몰디브나 투발루 등은 바다 속에 잠겨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험도 제기된다.지구온난화에 따른 두 가지 현상으로 바닷물 높이가 오르는데, 해수온도가 높아져 물 부피가 커지고 남극과 그린란드 등 대륙 빙하가 녹아 바닷물 전체 양이 증가하면서다. 최근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는 기록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다.바다는 땅이나 공기보다 많은 열과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해수온도가 높아지려면 엄청난 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수면이 상승할 정도로 엄청난 열 에너지가 흡수됐다는 의미다.권원태 APEC기후변화센터 원장은 "바다는 온돌과 같다. 한번에 열이 전달되는 게 아닌 천천히 온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높아진 바다 온도를 식히는 데에도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라며 "육지 생태계보다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체감하지 않는 순간 위기이기 때문에 미리 해양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수면, 산업혁명 이후 20㎝ 상승21C 후반 최대 92㎝ 오를 전망 현재 해수면은 2만년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이후 남극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125m 정도 오른 상태다. 특히 산업화 이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자 육지의 빙하가 녹고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 20cm 올랐다.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추세로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최소 26㎝에서 최대 92㎝ 정도 상승할 전망이다.해수면이 오르는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1993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25년 상승률은 연 3.4mm로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상승률보다 2배 높다.한반도 해역도 안전하지 않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공개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에서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한반도 연안의 평균 해수면이 해마다 3.12㎜씩 높아졌다.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이 최대 73㎝ 오를 수 있다. 최근 30년 동안(1990~2019년) 약 1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해수면 상승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지는 셈이다.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 기후 현상이 빨라질 경우 약 10년 뒤인 2030년에는 한반도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가 원인해수온도 상승·대륙 빙하 녹아 해수면이 오르는 원리는 두 가지다. 바닷물이 빛과 열을 흡수하면서 물 분자의 부피가 커지는 현상과 남극이나 그린란드 등 육지의 빙하가 녹으면서 전체적인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는 현상이다.두 가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에서 흡수한 열 에너지 90%는 바다로 흡수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열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주변에 그대로 머무른다. 결국 지구에 갇힌 열이 육지 빙하의 얼음을 녹이고 물 분자를 팽창시켜 해수면을 높인다.물 분자는 보통 온도가 4도일 때 크기가 가장 작다. 즉 지구온난화로 열을 흡수하면서 온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물방울의 부피는 커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 높이가 상승한다.해수면 상승의 약 45%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서 녹은 빙하와 관련이 있다. 남극빙하는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 동안 연평균 1100억t 사라졌고 같은 기간 지구의 해수면은 약 7.6㎜ 올랐다. 남극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 2007년 이후 남극빙하의 연평균 감소량은 1940억t으로 그 이전보다 4배 이상 빠르다.지난 2019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캘리포니아대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북극 근처에 있는 지구 최대의 섬이자 빙하의 보고인 그린란드에서 무려 600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는 연구를 발표했다.전문가들은 그린란드의 얼음이 다 녹는다고 가정할 때 지구 전체 바닷물 높이가 7m 상승한다고 보고있다.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하는 바다에 떠다니는 해빙(海氷)이 아닌 아예 눈으로 형성된 대륙 빙하이기 때문에 두껍고 높게 형성돼 있다. 남극에는 1600m, 그린란드에는 최대 3000m 두께의 얼음이 쌓여 있다.빙하는 태양열을 반사하지만 바닷물은 태양열의 90%를 흡수한다. 즉 빙하가 녹을수록 해양온난화의 위험은 더 커진다. 자연재해부터 기후난민 문제까지생존 문제 달려 해수면 상승은 단순히 바닷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약 1억1000만명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앞으로 30년 안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 인구수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미국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오는 2050년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바닷물에 가라앉아 피해 인구가 약 3억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해안지역은 물론 현재 내륙지역에 살고 있는 약 1억5000만명도 해수면 상승 피해를 입는다고 바라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100년 약 6억4000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동아시아 지역의 피해가 우려된다. 태국 경우도 방콕 등이 가라앉으면서 전체 인구의 약 1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등 주변지역이 물에 가라앉으면서 약 1억명이 침수 위험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는 4200만명, 인도는 3500만명에 달한다.해수면이 1m만 올라도 주요 도시들에게 치명적이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의 세계 주요 도시가 침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에도 바닷가와 가까워 침수 위험이 높다. 한국 또한 서울의 1.6배 크기만큼 침수된다. 백사장과 갯벌도 사라진다.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져 ‘기후 난민’이 늘어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태풍은 해수면의 열이 대기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데, 강풍과 소용돌이가 북쪽으로 올라갈 때 수온이 높은 해역을 지나가면서 대형태풍으로 발달한다. 대형태풍은 풍속이 초속 15m 이상이며 강풍 반경이 500~800㎞에 이른다.또 홍수가 났을 때 침수된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기후 난민이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성질때문에 내륙지대가 해수지대보다 낮거나 동등할 경우 물에 갇힐 수 있다. ‘죽음의 바다’·‘바다의 산성화’ 등 해양 문제 심각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한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바닷물 속 산소가 섞이지 않으면서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생긴다. 지난 1960년부터 2010년까지 50년 동안 전체 바다에서 사라진 산소는 2%, 770억t 이상이다.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와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50년 동안 물 속에 산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바닷물이 4배나 늘고 산소 함유량이 떨어진 이른바 ‘죽음의 바다’가 10배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죽음의 바다’가 늘어날수록 생태계에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산소가 고갈된 바다에 사는 동물은 성장이 뒤쳐지고 번식이 줄면서 질병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세계해양산소네트워크(GO2NE)는 산소 농도가 다른 해역에서도 계속 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다.‘바다의 산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바다의 산성화’란 연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20% 이상이 바다에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지면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될 수 밖에 없다. ‘바다의 산성화’는 물고기의 먹이인 플랑크톤 생존에 위협적이다.또 바다 수온이 높아지고 온실가스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다의 허파’인 산호초가 대량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산호초는 해안지역의 침식을 막고 물고기의 보금자리가 되는 등 바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바다 수온 상승에 따른 산호초 지역의 열 스트레스가 지난 1985년보다 3배 이상 강해졌다. 온실가스가 바다로 흡수돼 바닷물의 산성화로 산호초의 탄산칼슘을 녹여 산호초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또 수온 상승으로 산호초 표면이 하얗게 드러나는 백화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해양생태계도 위험해졌다.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채택된 보고서에는 전 세계 산호초의 약 33%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나와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3분의 1이 이미 집단 폐사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claudia@ekn.kr남극 파인 섬의 빙하에 크레바스(갈라진 틈. NASA한반도 주변해역 평균 해수면 전망 그래프. 해양수산부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기후재앙 위기] 햇빛 반사 얼음면적 최저치 속속 경신…수몰 섬 늘어 기후 난민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지구온난화로 가장 빠르게 변화를 맞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하·빙산과 같은 얼음들이다. 지구에서 추운 곳에 있는 이 얼음들은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해빙(解氷)은 북극과 남극, 고산지대에서 일어나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얼음들은 엄청난 양의 물이 되어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해수면 상승은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을 침수시키고 영토를 축소시킨다. 일부 태평양 섬에 거주하는 국민은 ‘기후난민’이 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음들이 사라질수록 해빙은 점점 더 빨라진다. 햇빛을 반사할 얼음과 눈이 사라져 태양 에너지가 지표면에 그대로 흡수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의 얼음들이 녹기 전에 지구온도 상승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라지는 얼음 신기록 연달아 갱신 중 북극과 남극을 포함해 바다의 얼음인 해빙(海氷)은 지구온난화로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2도 높을 것으로 본다. 2024년에는 1.5도를 초과할 가능성도 언급했다.WMO의 지구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동안 북극의 9월 여름철 해빙면적이 지금까지 평균면적에 미치지 못했다. WMO는 북극의 여름철 해빙면적이 1979년부터 10년마다 약 13%씩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극의 해빙면적이 북극 중심에서부터 줄어들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겨울철 북극 해빙면적 또한 2015∼2019년 동안 최저 기록을 4번이나 달성했다.남극은 여름철 해빙면적이 2017년에 역대 최소치를 2018년에는 두 번째 최소치를 기록했다. 겨울철 해빙면적은 2018년 역대 두 번째 최소치를 나타냈다.육지를 거대하게 덮은 얼음층인 빙상도 예외는 아니다. WMO는 그린란드의 빙상 질량이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많이 감소했다고 말한다. 지난 1992∼ 2018년 동안 총 3조8000억톤의 얼음이 줄었고 이 얼음은 전 지구 평균해수면 고도를 약 10.6mm 상승하도록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남극의 빙상은 지난 1979년∼1990년 중 해마다 400억톤이 사라졌으나 2009∼2017년 기간에는 해마다 2520억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극 빙상이 녹으면서 1979년부터 지금까지 약 14mm만큼 해수면이 높아졌다고 추정된다.육지의 일부를 덮는 얼음층인 빙하는 세계빙하감시기구(WGMS)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빙하 상실량은 1950년 5년간 빙하 상실량 중 최대치였다. 지난 10년간 빙하는 연평균 2000억톤 씩 사라졌고 해마다 0.8mm의 해수면 상승을 가져왔다.북반구 봄철에 눈이 덮이는 고산지대와 북극권 영구동토층 등에는 눈 덮임이 점점 사라진다. 1967∼2019년 동안 5월의 북반구의 눈은 10년 간 약 3.4%, 6월은 7%씩 감소했다.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이제 그린란드 대륙빙하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연간 강설량이 여름에 녹는 빙하를 메울 수 없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오하이오대의 빙하학자인 이언 호워트는 "그린란드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될 것"이라며 "그 카나리아는 현시점에 이미 거의 죽은 상태"라고 말했다. 해빙 이미 일부 지역에는 대재앙 얼음이 녹는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지구 일부 지역에는 대재앙을 초래하고 있다.지난달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산맥의 난다데비산에서 빙하가 리시강가댐에 떨어져 내렸다. 이 빙하는 댐을 파손했고 댐에서 쏟아진 급류는 댐 주변에 엄청난 홍수를 일으켰다. 이 홍수는 주변에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과 마을 등을 파괴했고 최소 200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해빙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사라지게 했다. 유엔(UN)은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위협받는 도서 국가 중 하나로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키리바시의 수도인 사우스 타라와에 한 주민은 인근 섬들이 거주하기 어려워 사람들이 몰려와 사회적 긴장이 높아졌다며 지난 2013년 뉴질랜드에 난민 보호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앞으로 섬에서 더는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 봤다.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지구온난화로 2개의 섬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는 다른 4개 섬도 수몰될 위기라고 경고한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도 예외는 아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카르타가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 등에 취약하다며 수도를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미국의 클라이밋 센트럴 연구진은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약 1억5000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베트남 남부는 전역이 수몰되고 태국 방콕,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가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고 밝혔다.국내에도 해수면 상승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1989∼2018년 30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의 해수면은 연평균 2.97mm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 온도가 현재 약 1.1도에서 1.5도를 넘어가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국내에 300만명의 주거지가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침수 지역에 있다고 경고했다. ‘되먹임 현상’ ‘티핑포인트’ 경고 희망 있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대기 순환이 달라지면 북극의 얼음들은 더 빠르게 녹는다. 지난 2019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북극 해빙과 대기 순환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의 대기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북극 쌍극자가 북극 해빙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쌍극자는 북극 동쪽과 서쪽에 고기압성 순환과 저기압성 순환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극 쌍극자가 최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람이 대서양 쪽으로 흘러가게 했고 북극 횡단 해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북극 해빙은 이 북극 횡단 해류를 타고 비교적 따뜻한 대서양으로 흘러가면서 잘 녹고 면적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북극의 얼음들을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양의 되먹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서 양의 되먹임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온을 정하는 요인들에 영향을 미쳐 기온을 더 높이는 현상을 말한다. 지표면에 햇빛을 반사할 얼음과 눈이 사라지면 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더욱 흡수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에는 현재 대기 중 탄소의 2배 정도의 탄소를 보유하고 있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대규모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온난화가 더욱 증폭되는 양의 되먹임이 발생한다.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어지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퍼지거나 우세하게 되는 급변동 시점)로 경고하는 기준은 산업화 이전 때보다 평균온도를 2도 초과할 때다. 그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기후 현상이 2도가 넘어가면서 급격한 기후변화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 세계 200개에 가까운 국가들이 서명한 파리협정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과 교수는 "과학자들끼리도 견해가 달라 2도를 티핑포인트로 꼭 보기는 어렵지만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티핑포인트를 넘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며 "국내에서도 2050 탄소중립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 노력이 모여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아낸다면 얼음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wonhee4544@ekn.kr녹아서 무너지고 있는 빙하. 연합뉴스인도 히말라야 산맥 난다데비산서 떨어진 빙하로 홍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키리바시 주민들이 해수면 상승 등으로 피해를 입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재앙 위기] 지구 온난화, 전 세계가 맞서 싸워도 버거운 敵…코로나發 국가봉쇄에도 지속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기후온난화로 인해 지난해 전 세계에서는 유례 없는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북극에서는 새로운 기온 극값이 나타났고, 대형 산불로 호주, 시베리아, 미국 서해안, 남미 등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졌다. 대서양에서는 기록적인 수의 허리케인이 발생했고, 우리나라 역시 6월 초부터 이른 폭염이 한 달간 이어진데 이어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지난해 말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년이 기상관측 기록상 가장 따뜻한 3년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WMO는 2020년 한 해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2024년까지 적어도 한 해는 지구 평균기온 이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 봉쇄에도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계속 오르는 등 지구온난화가 계속된 탓이다.WMO는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오는 2024년까지 최소한 한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또 2011∼2020년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10년이 되고 2015∼2020년은 가장 따뜻한 6년이 될 전망이다. ‘2020년 WMO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열 함유량은 기록적인 수준이고 전 세계 해양의 80% 이상에서 해양 폭염이 발생했다. 해양생태계는 이산화탄소(CO₂) 흡수로 인해 해수가 산성화되며 이상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에도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CO₂의 대기 중 잔존 수명이 길어 앞으로 여러 세대를 걸쳐 지구온난화 추세는 이어지겠다고 내다봤다. 기후변화의 주범, 온실가스는 무엇인가 온실가스는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기체 가운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CO₂, 메탄(CH4), 이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을 일컫는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CO₂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온실가스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들어오는 단파장의 태양복사에너지를 통과시키는 동시에 지구로부터 방출되는 장파장의 복사에너지는 흡수해 지구의 평균기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에너지는 지구의 표면과 낮은 대기층을 데워 준다. 이게 아예 없다면, 지구는 약 30도 정도 더 추워져서, 생명체가 살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배출량이 점차 과도하게 증가해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이로인해 가뭄과 홍수, 이상고온 등의 다양한 기후변화 문제를 발생시켜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15도다.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높거나 낮았다. 기후에는 자연적인 변동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현재 기온이 다른 때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자연적인 온실 효과를 증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과 농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가두면서, 기온이 평소보다 더 오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후 변화’ 또는 ‘지구 온난화’다.앞서 언급한 이산화탄소가 문제인 이유는 숲이나 바다 같은 거대한 자연환경이 아니면 자연적으로 소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은 대부분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나온다. 탄소를 흡수하는 숲이 벌목되어 썩은 채로 남아 있거나 불에 타게 되면, 저장되었던 탄소가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킨다.WMO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수백 년이 필요하다. 세계는 산업화가 확산되기 이전보다 섭씨 1도 정도 더 따뜻해졌다.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상위 20개 연도는 지난 22년 사이에 나타났다. 그중 최고 4개 연도는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포진해 있다.전 세계적으로 2005년과 2015년 사이에 평균 해수면은 해마다 3.6mm씩 상승했다. 물은 뜨거워질수록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1750년경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 이상 증가했다. 최소 80만 년 역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탄과 이산화질소 같은 다른 온실가스도 인간의 활동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그 양은 이산화탄소에 못 미친다.하지만 이제는 빙하 해빙이 해수면 상승의 주원인으로 여겨진다. 빙하기가 끝날 때는 전 세계 온대 지방에 있었던 빙하가 사라지면서 해수면이 상승했다.위성사진 기록을 보면, 1979년 이래로 북극 빙하도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규모로 녹고 있다. 위성 자료는 남극 대륙 서쪽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남극의 동쪽 빙하도 녹고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초목과 육상 동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식물은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동물은 서식 영역이 달라진다. 21세기 말까지 5도 더 오를 수도 WMO는는 지금의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3~5도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상승 폭 2도는 온난화의 위험 수위로 여겨져 왔다. 최근 과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기후 변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유지하려면 "사회 전반에 걸쳐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전례 없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유엔(UN) 주도로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미국과 EU 회원국들이 더 크다.과학자들은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극적으로 줄이더라도, 그 여파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과 빙하가 온도 변화에 반응하려면,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2015 파리기후협약에도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 중 전세계 국가들은 2015년 파리협약 총회를 열어 지구온난화와 맞서 싸우기로 약속했다. 기후변화 정도가 21세기 말까지 섭씨 2도 이상 늘지않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도는 최근 20년 동안 약 2도 가량 올랐다. 처음 파리협약에서 설정했던 목표치를 초과했다.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홍수 등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계속 늘고 있다. 그 비용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동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오히려 후퇴하기까지 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되면서 다시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jjs@ekn.kr지구 평균 온도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온실가스 영향이 크다.[사진제공=NASA]연도별 한국의 이산화탄소 농도, 지구 평균과 비교2100년 해수면 상승 전망치. 출처=IPCC

[기후재앙 위기] 갈수록 잦아지는 팬데믹…400만년 얼었던 북극 해빙의 또 다른 위협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 미래의 어느 날. 북극기지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동료들의 연락이 끊기자 마이클과 루서는 직접 북극기지를 찾는다. 그 곳에서 둘은 어떤 물질에 노출된 뒤 사람 피를 빨아먹는 흡혈 욕구를 느낀다. 점차 흡혈 바이러스는 퍼져나가고 이들은 스스로를 ‘블러드’라 칭하며 점차 세력을 넓혀간다.지난 2019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된 ‘브이워’(V-War)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북극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아주 오래 전 묻혀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떠나 빠르게 확산하는 정체 불명의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이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지구온난화가 몰고 올 바이러스로 인한 재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섬뜩한 경고를 준다.‘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최근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높다. 코로나19는 극복되기보다는 기존 감기와 같이 인류와 함께 공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가 끊임없이 시작될 팬데믹의 전초일 뿐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유사하거나 더 독한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특히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위험요소는 전염병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요소 35개 가운데 전염병의 영향 정도가 5점 만점에 4.13점으로 가장 높았다. WEF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이나 기후변화 대응 실패 등 기후 관련 문제가 인류에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전염병들은 모두 무분별한 자연 훼손에 의한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 끊임없는 개발과 개척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바이러스가 인간의 주거지로 자리를 옮기면서 감염병이 인류에게 퍼졌다. 자연 환경을 훼손하면서 탄소흡수력이 약해진 지역에 기후 상승이 지속되면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최근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적인 감염병이 5개나 발생하는 등 팬데믹 빈도수가 잦아졌다. 에볼라와 사스, 돼지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기후 위기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폭염 일수 증가와 서식지 변화, 해빙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등의 위기가 초래한다.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돌발해충들이 출현해 식물 전염병을 옮기면서 생태계를 파괴한다. 식중독에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은 일상이 된다.서식지 환경이 바뀌면 동물로부터 전이된 감염병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퍼진다. 열대 곤충 등이 온대지방까지 서식지를 넓혀 풍토병도 옮겨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한반도에서도 뎅기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폭염 일수 증가로 온열질환·해충·식중독 일상화 기온 상승으로 나타나는 폭염과 열대야 등 고온 현상은 인간에게 열사병·열탈진·열실신·열경련 등의 질병 등 신체적 피해를 줄 수 있고 유병률과 사망률을 높인다. 유럽에서는 지난 2003년 6월에서 8월 동안 40도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이상 고온 현상으로 3만50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기후요소가 온열질환자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10.1일 수준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증가할 경우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는 연평균 폭염일수가 40.4일까지 늘어날 전망이다.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 온열질환에 그치지 않는다. 돌발해충을 유발시켜 식물 전염병 등 식량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 2018년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등 ‘돌발해충’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돌발해충들은 무서운 번식력을 발휘하며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과수와 삼림에 큰 피해를 끼쳤다.돌발해충들은 주로 산림지역에서 번식해 농가와 과수원 등으로 내려와 주요 과수 작물과 나무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말려 죽이고 단맛을 내는 분비물을 배설해 그을음병 등을 유발한다.기온 상승은 식중독 위험도 높인다. 기후 변화로 온도가 상승하면 식중독 원인균과 곰팡이균의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식중독 환자들도 늘어난다. 평균기온이 1.2도 오를 경우 온도에 민감한 세균이나 기생충에 의한 식중독 발생률은 약 6% 증가한다. 해충이나 세균을 박멸하고자 농약을 사용하더라도 화학물질에 따른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권원태 APEC 기후변화센터 원장은 "기후 변화와 건강 문제를 논의할 때 폭염 문제를 빼 놓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니 폭염일수가 늘어난다고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폭염 현상이 증가하는 건 온열질환과 해충, 식중독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식지·생태계 환경 바뀌며 인수공통감염 확대 지구온난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 그 의미를 넘어선다. 지구 전체 기온이 오르면 기후가 바뀌면서 동물들의 서식지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야생 동물, 가축, 병원체 간의 접촉이 많아져 바이러스가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서 빠르게 이동한다.‘수의학 저널’(Veterinary Science)은 지난 80년 동안 유행한 전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하며 약 70%가 야생동물에서 파생됐다고 발표했다.지난 1980년대에 유행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인원, 2004~2007년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새, 2009년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비롯됐다. 또 사스(SARS)와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옮겨왔다.코로나19도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사스와 매우 유사하며 사스처럼 박쥐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유엔 산하기관인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포유류와 조류 등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170만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이 가운데 최대 85만종이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최근에는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기로 인한 전염병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경우 모기 발생은 27% 늘어나고 최근 지구온난화로 열대 지역의 범위가 해마다 반경 48km씩 확대되면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오는 2030년까지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전 세계에서 3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해 경기도 파주에서 보건당국이 채집한 얼룩 날개 모기류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확인됐다.말라리아 뿐 아니라 열대병으로 취급됐던 뎅기열에 대한 위험도 높다. 현재 전 세계에서 뎅기열이 창궐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40억 명에 이른다. 더운 지역에서만 사는 모기의 서식지가 늘어나면서 바이러스도 전 세계로 퍼지는 꼴이다. 고대 바이러스+동식물 전염병…신종 전염병 위험 높아 인류가 역사적으로 겪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도 제기됐다.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을 경우 빙하와 함께 얼어붙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이 대거 대기권으로 방출돼 예상치 못한 신종 전염병이 퍼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00만년 동안 얼어있는 북극 빙하에는 그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미생물과 박테리아들이 갇혀있어 인류에 또 다른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수 십 만년전 유행했던 바이러스들은 당시 인류에는 면역이 생겨 일반적인 바이러스가 됐을 수 있지만, 현재 인류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빙하 속에 천연두와 페스트균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갇혀 있다고 추정한다. 알래스카에서는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최근 시베리아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고대 동물들의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75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노출되면서 탄저균 포자가 방출됐다. 이로 인해 약 2300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하고 소년 1명이 사망했다.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1년 내내 얼어있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기 시작하면서 갇혀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이 깨어난다는 과학적 연구가 많이 진행돼 있다"고 설명했다.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바뀌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동물들의 이동 반경도 달라지면서 동물 바이러스 전염 위험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철새의 이동이 바뀌면 조류바이러스 발병지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동물 질병국 후안 루브로스(Juan Lubroth) 국장은 철새의 이동과 조류독감 확산이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후안 루브로스 국장은 "철새 이동으로 몇 년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불가리아, 루마니아, 네팔, 몽골에도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으며 이들 지역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의료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종사자와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흰줄숲모기 서식지 확대 대응 수칙’ 공고문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그린피스그린란드의 베스트피요르드 빙하. 거대한 빙상 주변에 해빙이 흩어져 있다. NASA/연합뉴스

[기후재앙 위기] 신의 저주…세계 곳곳 분쟁 불러온 식량위기, 이젠 한국도 예외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인류 문명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지구의 생태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후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는 여태껏 없었던 폭염과 장마, 가뭄, 태풍 등에 파괴되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먹는 식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량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식량위기에 한국도 예외일 리 없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식량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세계 식량위기 식량 자급률 낮은 한국에 위협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은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켜 일부 지역에는 전례 없던 긴 장마와 가뭄을 가져왔다. 긴 장마와 가뭄은 둘 다 치명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한다.높아진 기온과 길어진 우기는 동아프리카에서 곤충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세력을 확장한 게 메뚜기 떼다. UN은 지난해에 동아프리카에서 활동한 메뚜기 떼를 약 4000억 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동아프리카 지역에만 1100만여명이 메뚜기 때문에 직접적인 식량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메뚜기 떼들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해 이제는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발행한 보고서에서 메뚜기 떼 등의 영향으로 자국이 2025년까지 1억3000만t 규모의 곡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긴 장마로 고온·다습해지면 메뚜기들이 활동하기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0)는 메뚜기 떼가 이대로 더욱 창궐하면 전 세계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게 식량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뭄으로도 식량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FAO는 지난해 10월 유엔곡물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7.3% 급등했다고 보고했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미국에 심각한 가뭄이 들어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곡물 수출을 한 때 중단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요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곡물 수출 제한에 동참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할수록 이와 같은 이상 기후현상은 더욱 자주 발생할 수 있다.식량 안보 연구로 주목받는 데이비드 바티스트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최대 1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식량위기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식량위기는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중동에서 일어난 시위 운동과 혁명은 2008년 식량위기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집트에서는 2008년부터 식량위기로 시위가 발생했고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해 3년 후 2011년에 정권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도 전 세계 식량위기가 미칠 영향은 크다. 국내 식량 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에 불과해 국가 식량 안보에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두른다. 식량가격은 지금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14일 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3.3으로 지난달보다 4.3% 올랐다. 지난해 5월 91.0에서 6월 93.1로 오른 뒤 8개월 연속 상승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제2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주요 곡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권원태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기후센터 원장은 "전 세계 식량위기는 전쟁이나 분쟁 같은 여러 가지 사회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도 미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장마와 강해지는 태풍으로 국내 농업 피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국내 식량자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는 이상저온과 장마, 태풍으로 농작물 재배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치명적인 이유는 기후변화 자체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급변하고 있어서라고 말한다. 특히 올해는 장마 기간이 54일로 역대 최장기록을 기록하면서 이상 기후 현상의 정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기상청의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과수 개화기가 빨라졌지만 봄철에는 이상저온으로 4만3554ha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장마로 7월과 8월 사이에 지역별로 시간당 30mm 이상 폭우도 쏟아져 3만3492ha의 농작물이 침수됐다. 3차례 찾아온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은 총 12만3930ha의 농작물 피해를 줬다. 이는 전년대비 태풍으로 입은 피해 7만8014ha에서 4만5916ha(58%) 증가한 수치다.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7℃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대로 기온이 상승하면 연간 폭염 일수는 현재 10.1일에서 35.5일로 급증하고, 올 여름 한반도를 덮친 홍수와 장마 등의 이상기후가 일상화한다. 농촌진흥청은 보고서를 토대로 21세기 말까지 한국인의 주식인 쌀 수확량이 25%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은 "국내 농업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기후조건에 맞게 가뭄과 장마에 대비돼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기상 현상이 평균적인 정도를 벗어나면 문제가 된다"며 "특이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농작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다 온도 급변화로 국내 해양 수산물에 피해 지구 온난화는 국내 수산업에도 위기를 초래한다. 태풍은 어획량을 떨어뜨리고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바다 수온은 양식업에 치명적이다. 기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바다의 수온의 편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업에도 위기감이 고조된다.지난 2019년에는 태풍 등의 영향으로 연·근해 어획량이 2018년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91만 4000t을 기록한 바 있다.양식업은 지난해 고수온으로 제주 해역에서 약 2.4억원의 피해를 봐 비교적 적었으나 지난 2018년에는 60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기상청은 지난해는 지속된 장마로 고수온 현상이 감소했다고 본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수온은 최근 50년간 세계 평균인 0.48℃보다 약 3배 높은 1.23℃ 상승해 가파른 수온 상승률을 보여 위기는 언제든 또 찾아올 수 있다. 저수온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겨울 동안 양식업에 100억원의 피해를 줬다. 지구 온난화는 겨울철 우리나라에 이상 한파를 일으키기도 한다. 북극 온도가 비교적 높아지면 북극 지방의 한기가 저위도로 곧바로 내려와 한반도에 한파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8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주요 해역 수온을 조사한 결과 전북과 전남, 충남, 경기 일부 지역에서 평년 기온과 비교했을 때 1∼2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확인돼 일부 지역에 저수온 경보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 어류 피해 예방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이준수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바다의 저수온과 고수온 양극화가 지난 10년 동안의 추세"라며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돼 바다 온도가 크게 변하면 양식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가뭄으로 말라버린 브라질 북동부 지역. 연합뉴스아프리카 케냐를 덮친 메뚜기 떼. 연합뉴스장마로 피해를 본 과수원. 연합뉴스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양식장 모습. 연합뉴스

[기후재앙 위기] 인류의 배신…"자연, 경제가치 年 14경 창출에도 500년새 생물 75% 멸종"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로 인한 인류 생존권 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에서 보는 해외만의 사례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100년만의 폭염, 혹한’이라는 뉴스가 매년 흘러나오고 있다. 사라지는 모래해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8년 공개한 인공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 보호 구역이 모래해변 변화에 따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해변이 성장한 곳도 있는데 그만큼 침식된 곳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 해양지역에서의 침식은 특히 심각하다. 식물과 동물 종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문화유산에도 타격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모래해변 약 24%가 침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안선 기준으로 보면 약 8만467km에 이른다. 모래해변은 전 지구촌에 분포돼 있다. 아프리카가 가장 많다. 아프리카는 전체 모래해변의 약 66%를 차지한다. NASA의 랜드샛(Landsat) 위성 등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자료는 지난 30년 동안 모래해변 변화를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해변이 변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과거에 이런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많이 들었다. 직접 해변을 찾아야 했고 그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물 관리 분야에서 국제 명성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델타레스(Deltares)의 아르옌(Arjen Luijendijk) 박사는 "1984년부터 2016년까지 모래해변 변화를 파악하는데 두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은 물론 항공사진까지 종합해 연구하면 그 만큼 입체적이면서도 시간을 적게 들여 관련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이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보호구역이 아닌 모래해변도 변화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24%의 모래해변이 침식됐고 27% 정도는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해변 16%에서의 침식은 ‘매우 강하고’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해변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의 2016년 연안침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제주 서귀포시 수마포구·신양·표선·하모 해수욕장은 모두 연안 침식 단계(양호-보통-우려-심각)에서 2번째로 심각한 단계인 ‘우려’ 판정을 받았다. 제주시 월정해변, 서귀포시 황우치 해변도 ‘우려’ 단계로 진단됐다. 동해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갈수록 침식 현상이 확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침식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로 해수면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해수면이 차츰 높아지면서 기존 모래해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생수시장 1위 브랜드 보유 피지, 식수난 시달려 남태평양에 위치하고 있는 피지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피지는 기후변화로 피해가 심각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중 하나이다. 최근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바닷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등으로 피지에 사이클론과 가뭄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피지 주민의 생존권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과 피해를 끼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마시는 피지워터는 500년 된 피지의 암반에서 생산된다.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피지워터는 미국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피지 주민들의 식수부족으로 이어진다. 생존권은 물론 국가의 중요한 수입원인 피지워터의 확보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피지는 아직 기상 관측을 하지 않는 지역이 많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기후변화로 사이클론(태풍)이 강력해지고 가뭄이 심각한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먹을 물이 없어 식수난에 시달리는 기간도 적지 않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불과 50년만에 20% 줄어 전 세계적으로 자연은 연간 125조 달러(약 14경2000조원)에 달하는 가치의 서비스를 만들어 인류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경제적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연에서 비롯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가 연간 14경20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깨끗한 공기,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덤이다. 그러나 인류가 야금야금 자연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해양, 산림, 산호초,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통하는 아마존의 20%는 불과 50년 만에 사라졌다. 산호초는 30년만에 반으로 줄었다. 연간 235억~577억 달러의 작물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수분매개동물도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과도한 농업, 외래종과 새로운 질병이 생물다양성과 생물종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는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생물 종과 산림, 해양, 강과 기후변화에 인류의 행동으로 미치는 충격적 현실을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가 담겼다. LPI는 세계 생물다양성과 지구의 건강을 측정하는 지수를 말한다. 1998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를 포함한 전 세계 수 천 종의 개체 수를 추적해 왔다. 모든 생물종과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산출한 세계 LPI를 분석한 결과 1970년과 2014년 사이 척추동물 개체 수가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대부분 절반 이상이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첫째, 무분별한 소비에 따른 개발 과잉과 과도한 농업 활동으로 생물 종을 감소시켰다. 둘째, 토지황폐화로 육상생태계 75%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했다. 전 세계 약 3억 명 이상 인구에서 삶의 질이 떨어졌다. 셋째, 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으로 바다가 병들어 가고 있다. 넷째, 1970~2014년 사이 생물 종 개체 수의 60%가 감소했다. 중앙·남아메리카에서는 89%가 줄었다. 다섯째, 1500년부터 식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포함한 생물 종의 75%가 개발 과잉이나 농업으로 멸종됐다. 마르코 람베르티니(Marco Lambertini) WWF 사무총장은 "자연은 오랜 시간동안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와 경제를 아무 대가 없이 지탱해왔다"며 "인류는 자연이 베푸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겨왔으며 빠르게 훼손되는 자연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자연이 아름답고 영감의 원천이며 다른 무언가와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며 "지금은 자연과 인류를 위한 새로운 국제 관계를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생명보고서의 연구 협력기관인 런던동물학회 켄 노리스(Ken Norris) 교수는 "1970년 이래로 생물 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통계적 수치는 암담한데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심각한 현실을 깨닫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삶의 고통 주는 폭염 일상화 가능성" 경고도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분석한 지난 50년 이상 6월의 지구촌 기온 데이터에 따르면 가파르고 지속적 온난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피터 깁슨(Peter Gibson) 박사는 이른바 ‘극심한 폭염’( extreme heatwaves)이 앞으로 더 자주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깁슨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자주, 고통스럽고, 지속적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10~15일 정도 폭염이 더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깁슨 박사는 특히 제트 기류의 특이한 위치와 지속성으로 이 같은 특정 폭염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5월 이후 제트 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북쪽 멀리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보내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폭염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깁슨 박사는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변화가 제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인간 활동 영향 등으로 기후가 1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세계기상기구(WMO) 측은 "해수면 상승은 극심한 날씨와 수질 악화를 초래하는, 인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많은 위험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위험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전 지구촌이 함께 하는 공동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WMO는 지탱 가능한 발전과 재난 위험 감소를 지원하기 위해 ‘다중 위험 조기 경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 앞에 정면 노출된 인류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 해법에 따라 ‘극심한 날씨’에 따른 위험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남태평양 도서국 통가 해변의 블로우홀. 통가도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잠기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피지워터.그린란드 카낙(Qaanaaq) 해안에서 포착한 녹고 있는 얼음. [사진=WWF]‘극심한 날씨’가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진=NASA]

[기후재앙 위기] 북극의 눈물…뜨거워진 지구가 인류에 보내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이에 따른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다. 서식지가 줄어 동·식물이 멸종,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로 식량과 자원 확보도 위기를 맞는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창궐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류가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한 노력으로 활동을 늘린 게 거꾸로 사람의 삶 자체를 위협받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재앙 몰고 오는 기후변화’ 기획을 마련, △1부=자연의역습 △2부=왜 그러는가 △3부=대안은 뭔가 등 3부에 걸쳐 총 10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지난해 겨울은 따듯했고 여름 내내 장마가 이어졌다. 이상할 정도로 따듯했던 겨울 탓에 해충들이 죽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혐오성 곤충들이 출현했다. 그칠 줄 모르던 장마와 집중호우에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돼버렸다.31일 기상청의 ‘2020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장마,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온실가스 배출이 늘어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이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 대기 순환 흐름 자체가 변하면서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이상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다.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아직 시작 단계라 단순히 ‘날씨가 심각하다’ 정도의 체감으로 그치지만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듯한 겨울·최장기간 장마 등 잦아지는 이상기후 지난해 국내에서는 고온 겨울과 역대급 장마, 폭염 등 ‘이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가장 따듯했던 겨울’로 기억되는 지난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2.8도를 기록했다. 최고기온은 7.7도, 최저기온은 1.1도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3년 이후 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여름철 기후도 변동이 심해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이른 폭염이 한 달 동안 지속되면서 역대 1위 평균기온과 폭염일수를 기록했다.장마철 기간도 역대급으로 길었다. 지난해 장마는 무려 54일 동안 이어졌다. 강수량도 많았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93.4㎜로 상위 2위에 올랐다. 8월 집중호우로 30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되는 등 총 5971명의 이재민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 제방 이 무너져 70여채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6~8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 최다강수량을 기록하며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미국에서는 7~9월까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에 산불이 8000건 정도 발생했다. 특히 최악의 산불이 일어난 캘리포니아의 경우 약 2만㏊의 면적이 사라지고 약 36명이 사망했다.이집트에서는 1월 이상저온과 폭설이 나타났다. 특히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100년 만에, 카이로에서는 110년 만에 눈이 내렸다.유럽에서는 노르웨이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노르웨이에서는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기후 변화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 폭염과 장마, 폭설 등의 이상기후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권원태 APEC 기후변화센터 원장은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현상은 북극 지방 온도가 굉장히 빨리 올라가는 것인데 시베리아 등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해 얼음이 녹아 대기 순환이 바뀌고 그게 각 대륙권에 영향을 미쳐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부연했다.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14.9도를 나타냈다. 냉각효과를 유발하는 라니냐 현상이 있었음에도 이례적으로 따뜻한 해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2도 높은 수준이며 지금까지 관측된 온도 가운데 가장 높다.특히 북극 지역의 기온이 높았다. 시베리아의 지난해 6월 온도는 북극 최고기온을 경신할 정도인 38℃까지 올랐다. 여름 온도도 평년보다 3~5℃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 1881년 이후 북극 기온이 가장 높게 기록됐다.북극이 따듯해지면서 해빙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1년 중 북극 해빙면적이 최소가 되는 시기는 9월인데, 지난해 북극 해빙면적은 374만㎢로 1979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적은 면적을 기록했다.□2020년 국내외 주요 이상기후 현상주요 이상기후 현상국내1월 전국 평균기온 2.8도로 역대 가장 고온 6월 이른 폭염 한 달 동안 지속 장마기간 54일로 최장기간 기록해외북극 최고기온 38도로 기록 경신 유럽 등 기록적 폭염 이집트 100년만에 눈 미국 8000개 산불 발생 중국일본 최장기간 장마(자료=기상청) 생태계 변화로 식량위기 등 생존 위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육지와 해양 등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식량난이 일어난다.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경우 2030~2052년에는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 지구 온도는 해마다 0.02도씩 오르고 있다. 지구 온도가 2도만 올라도 더 이상 기후는 회복이 불가능해지고 생물다양성이 사라진다.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전과 달리 높은 강도로 빈번하게 나타나면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며 "농경지나 산에서 새로운 종들이 발견되고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기후위기는 강수량 변동과 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 토지황폐화 등을 유발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100년 말까지 한반도 쌀 수확량은 25% 이상 감소할 위기다. 다른 농작물의 경우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전체 농지 가운데 작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의 비중은 △배 1.7% △포도 02.% △복숭아 2.4%로 급감할 수 있다. 일교차가 커야 잘 자라는 사과의 작물 재배 적합지역도 50년 뒤 지금보다 1%도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전 세계인들의 기호식품인 커피도 멸종위기다. 미국국립과학원은 지구의 평균 지표온도가 2도 이상 높아질 경우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양이 최대 88%까지 줄어들고 오는 2040년 일부 커피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밝혔다.바다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큰 태풍이 한반도에 들이닥치면서 어획량은 지난 2018년보다 10% 줄어든 91만4000t을 기록했다. 고등어 어획량은 일년 전 보다 28% 줄었다.물고기의 보금자리인 산호초가 멸종위기에 놓이면서 바다 생물 생태계도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온실가스가 바다로 흡수돼 바닷물이 산성화되면서 산호초의 생존이 어려워진 것이다.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의 약 33%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3분의 1이 집단 폐사했다. 기후위기 대응 미룰수록 재앙 심해져 전문가들은 아직 기후위기가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노력을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뿐 아니라 개개인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윤순진 교수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 120개국이 넘는데 선언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서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경제 산업적으로 체질이 바뀌는 만큼 그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도 책임을 가지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단순히 날씨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생활의 위기로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내가 다니는 회사 그리고 내 생활 속에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이나 탄소국경세, 환경요금 등 환경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허리케인 에타로 산사태가 발생한 과테말라 마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허리케인 제타가 몰고 온 강풍에 쓰러진 루이지애나주 한 도시의 전봇대. 사진=AFP 연합뉴스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발생한 ‘본드 파이어’. (사진=AP 연합뉴스)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는 청소년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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