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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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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위기] 인류의 배신…"자연, 경제가치 年 14경 창출에도 500년새 생물 75% 멸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7 15:10

[재앙 몰고오는 기후변화②] 1부 자연의 역습=생태계 줄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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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도서국 통가 해변의 블로우홀. 통가도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잠기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로 인한 인류 생존권 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에서 보는 해외만의 사례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100년만의 폭염, 혹한’이라는 뉴스가 매년 흘러나오고 있다.

 

사라지는 모래해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8년 공개한 인공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 보호 구역이 모래해변 변화에 따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해변이 성장한 곳도 있는데 그만큼 침식된 곳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 해양지역에서의 침식은 특히 심각하다. 식물과 동물 종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문화유산에도 타격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모래해변 약 24%가 침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안선 기준으로 보면 약 8만467km에 이른다.

모래해변은 전 지구촌에 분포돼 있다. 아프리카가 가장 많다. 아프리카는 전체 모래해변의 약 66%를 차지한다.

NASA의 랜드샛(Landsat) 위성 등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자료는 지난 30년 동안 모래해변 변화를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해변이 변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과거에 이런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많이 들었다. 직접 해변을 찾아야 했고 그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물 관리 분야에서 국제 명성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델타레스(Deltares)의 아르옌(Arjen Luijendijk) 박사는 "1984년부터 2016년까지 모래해변 변화를 파악하는데 두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은 물론 항공사진까지 종합해 연구하면 그 만큼 입체적이면서도 시간을 적게 들여 관련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이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보호구역이 아닌 모래해변도 변화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24%의 모래해변이 침식됐고 27% 정도는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해변 16%에서의 침식은 ‘매우 강하고’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해변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의 2016년 연안침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제주 서귀포시 수마포구·신양·표선·하모 해수욕장은 모두 연안 침식 단계(양호-보통-우려-심각)에서 2번째로 심각한 단계인 ‘우려’ 판정을 받았다. 제주시 월정해변, 서귀포시 황우치 해변도 ‘우려’ 단계로 진단됐다. 동해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갈수록 침식 현상이 확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침식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로 해수면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해수면이 차츰 높아지면서 기존 모래해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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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워터.

 

美 생수시장 1위 브랜드 보유 피지, 식수난 시달려 

 


남태평양에 위치하고 있는 피지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피지는 기후변화로 피해가 심각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중 하나이다. 최근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바닷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등으로 피지에 사이클론과 가뭄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피지 주민의 생존권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과 피해를 끼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마시는 피지워터는 500년 된 피지의 암반에서 생산된다.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피지워터는 미국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피지 주민들의 식수부족으로 이어진다. 생존권은 물론 국가의 중요한 수입원인 피지워터의 확보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피지는 아직 기상 관측을 하지 않는 지역이 많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기후변화로 사이클론(태풍)이 강력해지고 가뭄이 심각한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먹을 물이 없어 식수난에 시달리는 기간도 적지 않다.

그린란드

▲그린란드 카낙(Qaanaaq) 해안에서 포착한 녹고 있는 얼음. [사진=WWF]

 

‘지구의 허파’ 아마존, 불과 50년만에 20% 줄어 

 


전 세계적으로 자연은 연간 125조 달러(약 14경2000조원)에 달하는 가치의 서비스를 만들어 인류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경제적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연에서 비롯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가 연간 14경20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깨끗한 공기,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덤이다.

그러나 인류가 야금야금 자연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해양, 산림, 산호초,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통하는 아마존의 20%는 불과 50년 만에 사라졌다. 산호초는 30년만에 반으로 줄었다. 연간 235억~577억 달러의 작물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수분매개동물도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과도한 농업, 외래종과 새로운 질병이 생물다양성과 생물종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는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생물 종과 산림, 해양, 강과 기후변화에 인류의 행동으로 미치는 충격적 현실을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가 담겼다. LPI는 세계 생물다양성과 지구의 건강을 측정하는 지수를 말한다. 1998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를 포함한 전 세계 수 천 종의 개체 수를 추적해 왔다. 모든 생물종과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산출한 세계 LPI를 분석한 결과 1970년과 2014년 사이 척추동물 개체 수가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대부분 절반 이상이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분별한 소비에 따른 개발 과잉과 과도한 농업 활동으로 생물 종을 감소시켰다. 둘째, 토지황폐화로 육상생태계 75%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했다. 전 세계 약 3억 명 이상 인구에서 삶의 질이 떨어졌다. 셋째, 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으로 바다가 병들어 가고 있다. 넷째, 1970~2014년 사이 생물 종 개체 수의 60%가 감소했다. 중앙·남아메리카에서는 89%가 줄었다. 다섯째, 1500년부터 식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포함한 생물 종의 75%가 개발 과잉이나 농업으로 멸종됐다.

마르코 람베르티니(Marco Lambertini) WWF 사무총장은 "자연은 오랜 시간동안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와 경제를 아무 대가 없이 지탱해왔다"며 "인류는 자연이 베푸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겨왔으며 빠르게 훼손되는 자연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자연이 아름답고 영감의 원천이며 다른 무언가와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며 "지금은 자연과 인류를 위한 새로운 국제 관계를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생명보고서의 연구 협력기관인 런던동물학회 켄 노리스(Ken Norris) 교수는 "1970년 이래로 생물 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통계적 수치는 암담한데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심각한 현실을 깨닫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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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날씨’가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진=NASA]



 

"삶의 고통 주는 폭염 일상화 가능성" 경고도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분석한 지난 50년 이상 6월의 지구촌 기온 데이터에 따르면 가파르고 지속적 온난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피터 깁슨(Peter Gibson) 박사는 이른바 ‘극심한 폭염’( extreme heatwaves)이 앞으로 더 자주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깁슨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자주, 고통스럽고, 지속적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10~15일 정도 폭염이 더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깁슨 박사는 특히 제트 기류의 특이한 위치와 지속성으로 이 같은 특정 폭염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5월 이후 제트 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북쪽 멀리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보내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폭염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깁슨 박사는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변화가 제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인간 활동 영향 등으로 기후가 1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세계기상기구(WMO) 측은 "해수면 상승은 극심한 날씨와 수질 악화를 초래하는, 인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많은 위험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위험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전 지구촌이 함께 하는 공동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WMO는 지탱 가능한 발전과 재난 위험 감소를 지원하기 위해 ‘다중 위험 조기 경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 앞에 정면 노출된 인류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 해법에 따라 ‘극심한 날씨’에 따른 위험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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