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사업이 밸류에이션 갈라
KT는 청사진뿐…실행력은 과제로
그룹 지원·지배구조도 평가 변수
▲사진=챗GPT
인공지능(AI)이 국내 통신주의 몸값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가는 최근 SK텔레콤(SKT)의 기업가치를 잇달아 높여 평가하는 반면 KT에는 보다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AIDC)와 AI 생태계 구축 능력뿐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까지 시장의 평가 요소로 부상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재 SKT의 시가총액은 약 18조원으로 KT(약 13조원)를 5조원가량 앞선다.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SKT가 한때 KT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은 해킹 사고보다 AI 투자와 성장 가능성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가 SKT를 바라보는 시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SKT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높였다. 메리츠증권은 SK그룹이 추진하는 총 15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SKT가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신설법인 설립과 외부 투자 유치, 앵커 테넌트 확보 등이 가시화되면 추가적인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달 SKT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생성형 AI 기업 엔트로픽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과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가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SKT의 가시적인 AI 투자 규모는 7000억원을 웃돈다. 다만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SKT가 미국 AI 투자법인인 솔리다임(Solidigm, 법인명: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최대 7384억원을 투자하고,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지만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일회성 비용이 대부분 반영된 데다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 사이클이 마무리되면서 견조한 영업현금흐름만으로도 투자 재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KT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KT 목표주가를 기존 8만1000원에서 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통신 본업의 수익성과 주주환원 정책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AI 성장성은 아직 기업가치에 반영될 만큼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KT는 최근 향후 5년간 18조원을 투자해 AI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지만, 기업간거래(B2B) AI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만큼 사업 성과는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증권가가 두 회사를 다르게 평가하는 이유는 실적보다 AI의 '실행력'에 있는 셈이다. SKT는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KT는 AI 전략의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시장이 기대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차이가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수년이 걸리는 대표적인 장기 프로젝트다. SKT는 SK하이닉스와 SK㈜, SK C&C 등 그룹 차원의 AI 전략 아래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연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KT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데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때마다 중장기 전략의 연속성이 시장의 관심사가 돼 왔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의 KT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은 수년 이상 지속적인 투자와 의사결정이 필요해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정부 AI 메가프로젝트에서도 SKT와 LG유플러스가 그룹 차원의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 참여하는 반면 KT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지난 3월 대표 교체 이후 어수선한 사이 SKT는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이슈를 선점하며 주가가 빠르게 반등했다"며 “KT도 AI 전략을 발표했지만 아직 사업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정부 AI 메가프로젝트에서도 존재감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에서 비켜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결국 시장은 투자 규모보다 장기적인 실행력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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