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탈원전 분위기 속 ‘원전주 랠리’…AI 시대, 다시 빛나는 원전

국내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탈원전'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원전 관련주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체코 원전 계약 논란 등 원전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도, 글로벌 시장에선 원전이 AI·데이터센터 시대의 '기저 전력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거래량과 자금도 최근 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못지 않다.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20%를 웃돌며,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한전기술·한전KPS·오르비텍 등 주요 원전 관련주 역시 강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탈원전 정책 피로감'보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수요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정책 논란보다 전력 수요 현실이 주가를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기차 밸류체인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전 회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은 AI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원전 신·증설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일본 역시 2030년대 중반까지 노후 원전 재가동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원전을 'AI 시대의 베이스로드 전원'으로 지목한다. 탄소배출이 없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야말로 RE100·탄소중립 목표와 산업 경쟁력 모두를 충족할 유일한 현실적 해법이라는 이유다. 반면 한국 내부에선 정책적 신호가 엇갈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원전 계약을 둘러싼 '불공정 합의' 논란에 대해 “정상적인 계약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일부에선 “전임 정부의 무리한 수주"라며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 정책의 축소 혹은 재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이 다시 불확실성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 과정에서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같은 국내 정책적 탈원전 기류와는 별개로, AI 시대의 산업 생태계는 원전을 다시 '산업의 심장'으로 부르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정치나 정책보다 실질 전력을 택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원전 관련주 랠리 역시 단기 테마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 사우디, 체코 등 복수의 SMR·해외 원전 프로젝트 협력선을 확보하며 '글로벌 원전 파운드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원전주 강세의 핵심을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산업 전력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기저부하 전원 확대는 불가피한 추세"라며 “단기 정책 변화보다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 원전 기업의 기술력과 수주 모멘텀이 투자 심리를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트럼프가 예고한 미중 무역전쟁 2R…이번에도 TACO에 그칠까

미국과 중국이 초고율 관세 부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시작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정면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으로 흔들렸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공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지역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와 관련해 “어떻게 될지 보자"며 “11월 1일은 멀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임박한 시점일 수 있지만, 내게는 먼 미래처럼 보인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달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대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 협상을 통해 서로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조치로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심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J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향배에 대해 “많은 부분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내가 보장하건데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합리적으로 나온다면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우리와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싶은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앞으로 몇 주간 파악할 것"이라며 “난 중국이 이상적인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미중 양국이 타협접을 찾아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국과 정면 충돌할 경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말 시즌을 앞두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중국 또한 미국의 100% 추가 관세와 수출통제 강화 등으로 자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노트를 통해 “미중 양국이 새로우면서도 제한된 양보를 주고받으면서 관세 유예 조치가 11월 10일 이후로 연장되는 것이 최종 결론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움직임을 봤을 때 과거보다 더 다양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양측이 공격적인 행위에서 물러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글로벌 증시 낙폭이 과도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2.71%, 3.56% 급락, 지난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반에크의 아나 우 다자산 전략가는 “4월 (증시 폭락)의 재현이라기보다는 미중 관세 휴전 시한인 11월을 앞두고 사전 협상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지난 10일이 과매도였음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을 펼치다 막판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타코'(TACO)가 다시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장이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당여한 것이지만 이런 조치들이 아직 시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100% 추가 관세 등이) 11월 1일로 예정된 만큼 이번 주에는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13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전장보다 0.95% 상승, S&P 500 선물은 1.38% 상승, 나스닥 100 선물은 1.87% 상승 등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이 모두 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4.24% 폭락해 배럴당 58.90달러를 기록했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현재 1.78%(59.95달러) 오르면서 60달러선 재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악화로 대규모 투매가 나왔던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30% 급등한 11만5327달러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10만4582달러까지 급락하면서 10만달러선이 붕괴될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1.58% 급등한 4173달러를 기록, 400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고 바이낸스(+15.65%), 리플(+8.57%), 솔라나(+11.68%), 도지코인(+13.03%), 트론(+3.67%), 카르다노(+12.84%) 등 주요 알트코인들의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이날 하락 출발했으나,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대 1.11% 내린 3570.46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8% 내린 3550.08로 개장한 직후 3522.54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내림폭을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각각 -3.28%, -5.26% 하락했지만 현재는 하락폭이 -2.33%, -3.50%로 소폭 줄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장 대비 2% 가량 하락한 2만6762.60에 개장했지만 현재 2만6885.22로 반등했다. 중국 상해지수, 홍콩 항셍지수 역시 전장보다 2% 넘게 하락 출발했지만 현재는 하락률이 각각 0.86%, 1.90%로 좁혀졌다. 일본 증시는 이날 휴장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우리는 이번 사태가 겉보기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며, 트럼프와 시진핑이 향후 몇 주 내로 만나 일부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11월 1일 관세 위협이라는 불확실성도 결국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배당소득 분리과세, 고배당주 요건 ‘그림의 떡’…제도 취지 무색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이 여전히 주식 자본이득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2025년 세제개편안에 고배당 상장기업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포함했지만,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과세 구조도 조세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상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최대 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자본이득은 대부분 비과세돼, 배당소득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이 기업 저평가와 낮은 주주환원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조세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 세제개편안에 고배당 상장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대상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액이 감소하지 않고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을 늘린 상장법인이다. 다만 이러한 '5% 증가 요건' 등 조건이 엄격해 실제 적용 대상 기업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과거 정부도 2015~2017년 한시적으로 고배당 상장주식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시행했으나, 배당 규모 증가는 대부분 당기순이익 증가에 따른 것으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업종별 편차도 큰 상황이다. 2024년 기준 상장사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비금속 업종은 85.62%에 달했지만, IT 서비스 업종은 17.47%에 불과해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조세중립성 훼손 문제도 계속 제기된다. 고배당 상장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3억원 20% △3억원 초과 35%로 설정돼 있는데, 최고 세율이 대주주(1년 이상 보유)의 자본이득세율(25%)보다 높아 주요 주주의 배당 유인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의 평균 실효세율은 28.3%에 달하며, 고액 배당소득자의 경우 세 부담이 더 크다. 보고서는 기업의 배당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5% 증가 요건'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간 과세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배당정책이나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소득 환류 장치인가…기업 경영 개입 논란

정부가 기업 소득을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환류시키기 위해 도입한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 경영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규제성 조세라는 지적과 함께, 정책 목표 달성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는 기업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환류되지 않을 경우 미환류소득의 일부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당초 배당 확대, 투자 촉진, 고용 증대를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시작했으나 2018년부터 배당이 제외되고 투자·임금·상생협력 유도에 초점을 맞춘 현행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25년 일몰 예정이던 제도는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3년 연장됐다. 그러나 입조처는 해당 제도가 기업의 소득 운용과 처분 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제재적 조세' 성격을 갖고 있어 자기책임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한다. 일본·미국의 유보이익세가 배당소득세 회피를 방지하는 목적에 집중된 것과 달리, 국내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임의심층평가에 따르면 해당 세제는 투자·임금 증가·상생협력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미환류소득과 이에 따른 세수가 증가해 기업의 제도 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무형자산 투자는 감소하고, 투자포함 방식을 선택한 비제조업의 경우 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확인됐다. 과세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0원인 기업도 미환류소득에 대해 추가 과세를 부담하고 있으며, 업종별 투자 여건과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세부담의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세 기준이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환류 대상에 배당을 다시 포함시키고 기업소득 환류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투자·임금·상생협력 지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거나 대기업·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놓고 ‘은행 vs 비은행’ 격론…정무위 국감서 제도화 점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민간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 지급결제 시스템 안정성,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RWA 플랫폼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시장 규모는 약 27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가상자산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2022년 초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 2022년 5월 테라-루나 사태, 2023년 3월 실리콘밸리(SVB) 은행 파산으로 인한 디페깅 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침체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도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디지털 자산 시장이 회복되고 각국에서 디지털 자산 법제화에 따른 명확한 규제 도입 기대감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83% 이상은 미국 달러를 기초로 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전체 시장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실생활에서 쓰이는 경우는 적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작년 스테이블코인 거래규모는 약 26조 달러를 넘었지만, 대부분은 가상자산 거래소 내 거래로 활용됐다. 결제 목적 등으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전체의 6% 안팎으로 추정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장악한 것은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국은 달러화 약세와 미국 재정적자 심화에 따른 국채 수요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전 세계 기축통화로 쓰인 달러가 많이 쓰일수록 미국은 시장에 더 많은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빚을 내거나 해외에 돈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달러가 널리 쓰일수록 미국 재정은 압박을 받고 이 때문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트리핀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이런 상황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달러 수요를 창출해 달러 패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수록 준비자산인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의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 등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에 맞춰서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는 대부분 찬성한다. 하지만 도입 방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은 의견이 갈린다. 가상자산업계와 핀테크 기업 등은 스테이블코인이 일으킬 금융 혁신을 강조한다. 이들은 디지털 통화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비은행 기관의 참여를 허용하고 신속하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민병덕 의원은 지난달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토론회에서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동의하지만, 은행만 발행한다면 기득권의 잔치가 될 것"이라며 “은행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왜 혁신하겠나. 혁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기업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지급결제수단이 되어서 몇 년 뒤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른 나라의 스테이블코인이 민간에 통용되고, 우리는 통화주권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과 학계 일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다줄 이익이 불확실한 데 반해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은 명확한 점을 들어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해 “생기는 이익은 잘 안 보이는데 화폐 제도를 흔드는 면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은 거시 경제 안정, 통화 및 외환정책의 통제력 유지,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은 인정하지만, 비은행권 발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건일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디지털화 과정에서 거스를 수 없는 요소"라며 “다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인 발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시중은행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 뒤 점진적으로 핀테크 등 민간 비은행 업체로 확대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발행 주체를 두고 “비은행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차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28일까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오는 20일에는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부문 종합감사는 28일에 열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중앙은행 관할의 디지털화페(CBDC)와 민간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한 정부의 입장,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통화 금융정책 유효성 및 금융 안정성 감독 전략,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규제기관인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인가와 감독권한 설정 및 배분에 관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슈+] ‘소액주주 행동’ 본격화에도 주주행동주의 제도 미비 여전…국감 ‘뜨거운 감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 연대가 본격화하며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는 과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식 투기 이미지에서 벗어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 '건설적 관여'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5%룰과 대리행사 제도의 불명확한 규율,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부족, 주주총회 공시 미비 등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주행동주의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단기 수익만 노리는 외국계 펀드의 공격적 전략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급증과 소액주주 플랫폼의 등장으로, 일반 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해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제도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자극했다. 2025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 측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연대나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를 통한 경영 참여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는 모호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량보유보고제도(5%룰)에서 '공동보유자'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은 불분명하게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 공시의무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이를 근거로 소액주주 의결권을 제한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의 '권유' 개념도 모호하다는 평가다. 캠페인 과정에서 주주 간 의견 공유와 의결권 위임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소액주주 연대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적으로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과 일본은 지난 6월 스튜어드십 코드 3차 개정을 확정·발표하며, 기관투자자 간 협력적 주주관여를 권고하고, 보고체계 간소화를 통해 공시 부담을 완화했다. 반면 한국은 민간 자율 운영에 머물러 개정이나 이행 점검이 미흡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주주총회 공시 문제도 쟁점이다. 현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일부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표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안건별 찬반 주식 수, 의결권 제한 사유·주식 수가 공개되지 않아 개별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충실히 반영되는지 불투명하다. 최근 대법원이 회사 이사인 주주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서 이해관계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주총 의결권 투명성 확보 필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Form 8-K'처럼 주총 종료 후 의결 결과를 적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 안정성 간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핵심 논의가 될 전망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 밸류업 공시 확대, 일본 모델 따른 구조적 한계에 실효성 논란…국감장 도마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세워 추진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핵심 과제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점검대에 오른다. 공시 참여 기업이 150곳을 넘어서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확대됐지만, 일본식 모델을 본뜬 구조적 한계와 실질적 유인 부족으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현재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총 157개사(예고공시 제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개사는 본공시 이후 일정 기간의 이행 현황을 평가해 추가 공시까지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왔다. 금융당국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밸류업 우수기업 10개사를 선정하고, 세제 혜택·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 유예 등 '3대 분야 8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기업들의 주주친화적 정책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본의 PBR 개혁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밸류업 정책은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선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참여율 자체가 제한적이고, 참여 기업들 역시 단기적 주주환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올 3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밸류업 공시 기업의 90%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획에 집중했고, 투자 효율화나 지배구조 개선, 장기 성장 전략을 담은 사례는 드물었다. 밸류업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있다. 특히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해 감사인 지정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제도는 회계투명성 확보하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유인보다는 '형식적 혜택'에 그칠 수 있고,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행정 비용만 늘린다는 비판이다. 정책 효과가 단기적 주주환원에 치우쳐 있는 만큼, 국감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될 전망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단순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 권리 보호로 이어지도록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시, 전자주주총회,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상장기업 대상 의무공개매수제, 합병가액 산정 합리화, 물적분할 시 일반주주 신주인수권 우선배정 등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여전히 공개매수·주식교환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국감에서 주주 보호 장치의 실효성이 집중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 MBK發 PEF 부작용에 제도개선 목소리…정무위 국감서 실효성 따진다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의 운영상 부작용과 금융당국의 대응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사례를 계기로 차입매수(LBO) 중심의 단기 수익 회수, 기업가치 훼손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지만, 운용사 검사 확대 등 현행 대응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기관전용 PEF는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국내 자본시장 내 위상이 급격히 커졌다. 펀드 수는 제도 초창기인 2004년 2개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137개로 늘었고, 출자약정액 역시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153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PEF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자본을 육성하고, 대체투자 수단을 제공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달리 부작용도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단기 수익 창출을 목표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거나, 투자 이후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특히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사태는 국내 여론을 흔들었다. MBK는 차입매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단기 수익 회수에 집중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 후 1808억원 규모 단기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PEF가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단기 이익 실현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진 배경이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응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운용사 CEO 간담회를 개최해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성과 및 계획'을 내놓으며 운용사(GP) 검사를 연간 5개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GP 437사에 달하는데 연간 5개사 검사는 사실상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10월 검사권 도입 이후 2025년 5월까지 실제 검사받은 운용사는 18곳에 불과해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국감에서는 이 같은 검사 실적과 향후 계획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는 과거에도 사모펀드의 기간산업 인수 행태에 대해 시정 요구를 내놓은 바 있어, 이번에는 GP 검사 권한 행사와 범위 확대,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이 주요 질의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논의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모펀드 차입 한도를 축소하는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는 LBO에 차입 한도를 설정해 기업 재무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내 PEF만 역차별을 받아 산업 활성화가 저해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주한 해외 PEF 규율체계 연구용역 결과도 국감장에서 언급될 전망이다. 영·미권과 일본 등 주요국은 PEF 규율에 있어 차입 구조와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 개선 논의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연구용역이 단순 검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입법·제도로 연결될지가 이번 국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 부동산 PF 연착륙 ‘빨간불’…입법조사처 “연체율 4.5%·부실 여신 21조 돌파”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 대책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권 연체율이 사상 처음 4%대를 돌파하고 부실 여신 규모도 21조원을 넘어서는 등 핵심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점검회의와 제도 개선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부실사업장 정리 지연과 리스크 집중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2024년 6월 말 3.56%에서 2025년 3월 말 4.49%로 급등했다. 정기 통계 공개 이후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선 것이다. 연체 규모는 약 5조3900억원으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토지담보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6.34%포인트 급등한 28.05%를 기록했으며, 연체액은 4조74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3배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연착륙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자금 공급, 사업성 평가, 부실사업장 재구조화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해왔다. 또 자기자본비율 기반의 건전성 관리와 PF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연내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지표는 개선과 거리가 멀다. 사업성 평가 강화에도 불구하고 유의·부실우려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9.5%에서 올해 3월 말 11.5%로 증가했다. 규모도 2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3%에서 12.33%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 여신을 정리·재구조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처리 예정 규모는 12조6000억원에 그친다. 시장 내 양극화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방·비주택·2금융권·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집중되고 있으며, 정부는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정상 사업장에 대한 보증 지원을 통해 자금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라기보다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연체율 급등과 부실 여신 확대는 정부가 내세운 연착륙 관리 기조가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PF 시장 불안이 건설 경기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정보 공유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네이버 얼굴까지 바뀌나?…두나무-네이버 결합 시나리오 촉각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네이버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 의장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 주주에 오른 뒤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해 네이버 지배구조의 핵심 일원이 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네이버가 송치형 의장에게 줄 지분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 전부를 취득해 100% 지분을 확보하는 절차다. 두나무 주주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전부를 네이버파이낸셜에 넘기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에게 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비상장 주식 교환 비율 산정 등 세부 절차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전환되고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전망이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교환비율 산정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포괄적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두나무 주주는 교환비율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를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1대3이 유력하지만, 1대4, 1대0.9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환비율에 따라 두나무 주주와 네이버파이낸셜 기존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측은 최종 비율 협상과 주주 설득 과정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약 14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4조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두나무 주식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한 신주 약 2.4주로 교환해 지분 100%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두나무를 자회사로 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 정도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다.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현재 70%에서 17%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대4의 교환비율을 예상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 16조원, 네이버파이낸셜 4조원을 기업가치로 가정하면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송치형 의장이 20%, 네이버가 13.8%, 나머지는 소수주주가 보유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교환비율은 영업가치와 자산가치를 견주어 볼 때 1:4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두나무 창업자 송치형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대0.93의 교환비율을 전망하기도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0.7조원 수준이고, 네이버파이낸셜 시가총액은 약 13.6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두나무 영업이익이 네이버파이낸셜에 비해 크고,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인정해준다고 할 때 현재 장외에서 거래되는 시가총액에 30%를 할증한 14조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비율은 1대0.93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거래가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추가 합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송 의장과 네이버 측의 '지분 교환'을 통해 지배구조 확립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네이버 지분구조를 보면, 국민연금공단 8.98%,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6.05%에 이어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 지분율은 3.75%에 그친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분 교환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 지분 교환으로 지배구조 완성 가능 △ 네이버와 신규법인 합병은 기존 두나무 주주 반발 △ 네이버와 신규법인 합병할 경우 우회상장 이슈 제기 등을 지적했다. 조태나 연구원은 “지분 교환만으로도 충분히 지배구조가 성립하는 상황에서 주주 반발과 규제리스크, 재상장 심사에 대한 부담까지 동반하는 합병 카드를 선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딜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이해진 의장이 지배주주와 경영자로서 지위를 송치형 의장에게 모두 넘기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분 교환은 자금 투입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 입장에선 이상적이지만 주식 확보가 변수로 지적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해진 의장의 엑시트 여부는 차치하고 최대치로 생각해도 이해진 3.77%, 자사주 4.8%로 지분 교환에 사용할 재원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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