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이슈+] 트럼프 ‘2000달러 배당금’ 승부수…美 ‘최악의 인플레이션 시즌2’ 오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1 12:02
USA GOVERNMEN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수입으로 미국인들에게 1인당 2000달러(약 293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한 가운데 이 같은 계획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해외국에서 우리 나라로 유입되는 거대한 관세 수입에서 저소득·중산층 미국 시민에 2000달러씩 지급하고 남은 돈은 국가 부채를 상당히 상환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전날에도 트루스소셜에 “관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보"라며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존경받는 나라이며,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고 주식시장 가격은 최고"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수조 달러를 벌고 있으며, 곧 37조 달러라는 엄청난 부채를 갚기 시작할 것"이라며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의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첫 심리를 지난 5일 실시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마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앞서 1·2심에선 모두 위법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2000달러 배당금' 구상이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표된 경기부양책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12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 의회는 전 국민에게 600달러씩 지급하는 부양책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2000달러로 확대하자고 압박해왔지만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3월 '미국 구제 계획법'을 통해 나머지 1400달러를 추가 지급했다.


그 결과 202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7%로 1984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경기 회복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현금 지원은 인플레이션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4월 4.2%로 급등한 뒤 2022년 6월에는 9.1%까지 치솟아 40년 만의 최악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 급등에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지금도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9월 미국 CPI 상승률은 3.0%로, 2019년 12월(2.3%)보다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현금이 가계에 투입되면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2000달러 현금 지급' 구상에 대해 “끔찍한 아이디어"라며 “정부 부채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관세 수입원을 돈풀기로 활용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초당적 비영리 단체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당금 구상이 코로나19 사태 당시와 비슷한 형태로 시행될 경우 6000억달러(약 879조원) 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의 관세 수입은 1950억달러(약 285조원)였으며, 경제학자들은 올해 전체 관세 수입이 3000억달러(약 439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각국에 부과 중인 관세를 인하하지 않고 내년까지 유지해야만 배당금 지급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만약 대법원이 IEEPA 기반 관세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결할 경우 나머지 관세로 배당금 비용을 충당하는 기간이 7년에 이를 수 있다고 CRFB는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듯, 트럼프 행정부 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2000달러 배당금이 어떻게 시행될지, 혹은 관련 법안을 추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배당금 지급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배당금 구상에 대해 대화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의제에 있는 세금 감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