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 재생에너지와 석탄 동시 확대…중국의 전략적 모순

지난해 전력 소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은 석탄·원자력·가스 발전소 확충과 더불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도입하며 새로운 발전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승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외부 시각에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과연 기후 위기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기후·에너지 문제를 산업 전략과 성장 동력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이에 따라 최근 학술 연구와 국제 분석 자료를 종합해서 중국의 속내를 짚어봤다. 결론은 중국의 정책은 '위선'보다는 경제 성장, 에너지 안보, 정치적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고위험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핵심 산업 정책'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산업에 집중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이 부문이 이미 중국 경제 성장의 실질적인 엔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수석 분석가 라우리 밀리비르타와 벨린다 셰이프는 지난 5일 기후변화 분석 전문 매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발표한 분석에서 202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이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부문은 중국 전체 신규 투자의 약 90%를 차지했고, GDP의 약 11.4%에 해당하는 15조4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브라질이나 캐나다의 연간 경제 규모에 필적한다. 카본 브리프에 실린 이 분석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순한 감축 의무 이행이 아니라, 미래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 전략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석탄 발전 증설의 역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석탄 정책은 외부 관찰자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다. 핀란드 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가 공동으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만 161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분석 보고서는 지난 3일 카본 브리프에 게재됐다. 공동 저자인 GEM의 크리스틴 쉬어러는 이를 “석탄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마지막 돌진"이라고 표현했다.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목표와 달리, 지방 정부와 국유 발전 기업들은 향후 기후 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하고, 규제 창이 닫히기 전에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승인받으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의 석탄 증설이 기후 정책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정책 전환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나타나는 방어적 투자 행동임을 시사한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업체와 장기적으로 체결한 경우가 많아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한몫하고 있다. 발전소 가동률을 높여 이미 싼 값에 구매한 연료의 처리를 가속화하려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화석연료를 멀리는 분위기 속에서 화석연료 가격이 내리면, 발전소는 값싼 연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돼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가 발생하기도 한다. ◇'1+N' 체계의 구조적 한계: 2030과 2060 사이의 간극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배출 정점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1+N' 정책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서 '1'은 국가 차원의 최상위 가이드라인이고, 'N'은 에너지·산업·교통 등 부문별 실행 계획이다. 칭화대학교 공공정책관리학원의 장팡 교수와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켈리 심스 갤러거 교수 등이 지난해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이 체계의 한계를 지적한다. 연구팀은 현재 정책 수준만으로도 2030년 탄소 피크 달성 가능성은 높지만,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감축 강도와 정책 범위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1+N 정책만으로는 2060년에 약 43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여전히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 부문의 메탄 배출, 시멘트·철강 등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非)에너지 배출, 그리고 CCS(탄소 포집·저장) 확대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중앙 정부의 설계와 지방 정부의 실행 사이의 불일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 집중식 계획과 지방의 보호주의가 충돌하면서 재생에너지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산업 공정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1+N' 정책 패키지와 더불어, 국유 기업 및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 정부의 '전시 행정'과 지역 불평등 중앙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의 21세기 중국센터의 웨이라 공은 지난해 12월 '카본 브리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 참여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실질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실행 중심 참여'가 있는 반면, 상급 기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performative participation)'과 형식적 계획 수립에 그치는 '상징적 참여(symbolic participation)'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급 지방 관료들은 저탄소 시범사업을 상급자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승진 기회를 확대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의 기후 정책이 외부에서 과장되거나 불균질하게 보이는 원인 중 하나다. 기후 정책의 또 다른 그림자는 지역 불평등이다. 중국과학원(CAS)의 왕푸는 지난해 12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탈탄소 전략이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와 저장성 같은 동부 연안 지역은 청정기술 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신장과 닝샤 등 서북부 지역은 여전히 에너지 집약적 산업과 오염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경제적 보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환경 부담과 경제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루즈-루즈(lose–lose) 구조', 즉 동반 불이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베이징화학기술대학교의 윈후이민 등은 지난해 8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급격한 전환이 석탄 의존 지역에서 대규모 실업과 좌초자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후 정책은 '위선'이 아니라 '고위험 관리 전략' 종합하면,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진심이냐 위선이냐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보이는 전진과 후퇴, 때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정책 선택은 방향 상실의 결과라기보다, 서로 긴장 관계에 있는 세 가지 국가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에너지 수입 의존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전기차·배터리 등 청정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급격한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실업, 지역 격차, 사회 불안을 관리해야 하는 정치적·사회적 제약도 안고 있다. 이 세 목표는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달성될 수 없다. 에너지 안보와 지역 안정성은 기존 산업에 대한 완충 장치를 요구하는 반면, 청정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빠르고 집중적인 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다. 그 결과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중앙 정부의 장기적 탈탄소 비전과 현장에서의 석탄 유지·유예 정책이 병존하는 '이중 궤도' 형태를 띠게 되며, 이는 외부에서 볼 때 갈지(之)자 행보로 인식된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생존과 경제 패권의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해법은 환경적 일관성보다 경제적 안정성, 정치적 통제 가능성, 사회적 충격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결국 중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도덕적 위선의 산물이 아니라, 성공할 경우 거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심각한 내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성공과 실패가 중국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트럼프 체제의 미국이 국제 기후정치에서 리더십을 포기하고, 유럽연합도 주춤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중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뒤바뀐 지구 순환…한반도 날씨 극단적으로 만든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여름철이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국지적 집중호우 등이, 겨울철에는 한파와 이상 고온이 자주 나타나는 등 날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에서만 나타나는 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 대기 순환 체계가 재편되고, 그 영향이 '원격상관'을 통해 한반도까지 전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상관(遠隔相關, teleconnection)은 멀리 떨어진 지역의 날씨·기후 변화가 대기나 해류의 흐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함께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한쪽에서 생긴 기후 변화가 보이지 않는 공기 길을 따라 지구 반대편 날씨까지 바꿔 놓는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는 다른 개념이다. 나비효과는 '혼돈(chaos)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아주 작은 초기 변화가 시간이 지나며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큰 결과로 증폭될 수 있음을 뜻한다. 원격상관으로 날씨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최근에 발표된 두 가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북반구 따뜻할수록 여름 몬순 강화돼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시아–호주 여름 몬순 체계가 남반구-북반구 간 온도 차이에 의해 장기적으로 조절돼 왔음을 1만3500년에 이르는 홀로세의 기후 자료를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호주 북동부 몬순 전면 지역에 위치한 브롬필드 늪에서 채취한 호수 퇴적물의 입자 크기와 유기물 함량을 활용해 호주 여름 몬순 기록을 복원했다. 그 결과, 홀로세 초기부터 약 7800년 전까지는 여름 몬순이 약해지다가 다시 점진적으로 강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시아와 호주 몬순 시스템이 남북반구 간의 온도 구배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고위도 기후 변화가 남북반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일으켜 열대수렴대(ITCZ)의 위치를 이동시키고 몬순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합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가 상대적으로 따뜻해질수록 대기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열대수렴대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동아시아 여름 몬순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더 많은 수증기와 강수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몬순 순환 자체가 약화된다. 열대수렴대는 적도 부근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무역풍이 만나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과 강수가 집중되는 강수대를 말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단순히 여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북반구의 장기적 온난화가 동아시아 겨울 몬순의 세기를 약화시키는 경향도 함께 보인다고 설명한다. 즉,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여름을 더 습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면서도, 겨울철에는 한파의 빈도와 성격 자체를 바꾸는 이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겨울 불규칙하고 극단적으로 바뀌어 이는 한반도의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도, 한파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불규칙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겨울을 단순히 온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계절로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고기압과 북극의 한랭 공기 저장고가 약해지고, 그 결과 한반도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던 차고 건조한 북서풍 계열의 겨울 몬순 바람이 전반적으로 약해진다. 과거처럼 한겨울 내내 강한 추위가 길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계절형 한파'의 빈도는 줄어드는 대신 한파가 '짧고 강하게' 나타나는 비정형적 양상이 늘어난다. 평상시에는 비교적 온화한 겨울 날씨가 유지되다가도 대기 순환이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릴 경우 고위도의 강한 한기가 한반도로 급격히 쏟아져 내려올 수 있다. 이와 함께 한파와 함께 나타나는 동반 현상도 달라지고 있다. 겨울 몬순이 약화되면 기본적으로 공기가 덜 건조해지지만, 강한 한기가 돌발적으로 유입될 경우에는 폭설·강풍·급격한 체감온도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한파'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한파의 횟수는 줄어들 수 있으나, 한 번 발생할 때 사회·경제적 충격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유라시아 제트기류, '흔들림'에서 '동조화'로 이와 동시에, 대기 상층을 흐르는 제트기류의 성격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최근 20여 년 사이 유라시아 제트기류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서 제트기류의 세기가 동시에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상류–하류 동서 일관성(UDZC)'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데, UDZC에서 상류는 제트기류의 서쪽(유럽·대서양), 하류는 동쪽(동아시아·한반도)을 의미한다. 동서 일관성은 이 두 지역의 제트기류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상류의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치우치면 하류의 제트기류는 남쪽으로 치우치는 등 상류와 하류가 남북으로 엇갈려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제트기류의 세기와 대기 순환이 유라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트기류가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대륙 전체의 날씨를 한꺼번에 묶는 '동기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2022년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 일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 새로운 제트기류 패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크로드 원격상관, 대서양에서 한반도까지 두 번째 논문이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전 지구적 실크로드 원격상관(Circumglobal Silk Road, CGSR)'이다. 이는 북대서양에서 시작된 대기 이상이 '로스비 파동(Rossby wave)'이라는 형태로 제트기류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다시 북미까지 전달되는 거대한 파동 구조를 말한다. 로스비 파동은 지구 자전과 위도에 따른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중위도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굽이치며 형성된다.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저주파 구조로,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를 오래 고정시켜 폭염·가뭄·한파 같은 극한 날씨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파수(wavenumber)가 6인, 즉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산-골 쌍이 6번 나타나는 로스비 파동이 제트기류와 공진해 정체하기 쉬운 조건이 자주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유럽·동아시아·북미가 하나의 파동 체계로 연결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극한 기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 파동은 이동 경로상에 있는 지역마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를 바꿔 놓는다. 동아시아에 이 파동이 도달하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시에 강화되며 상층과 하층에서 하강 기류가 겹치는 '열돔' 조건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구름이 억제되고, 비는 줄어들며, 지표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이 지속된다.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파동 구조가 북미 서부에도 고기압을 형성해, 동아시아와 북미의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연결된 재난'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반도 날씨, '국지적 상황'으로 설명되지 않아 두 연구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늘날 한반도의 날씨는 더 이상 한반도 주변만 살펴봐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북반구 간의 온도 불균형, 유라시아 대륙 상공의 제트기류 구조 변화, 그리고 대서양에서 시작되는 원격상관이 서로 맞물리면서, 한반도는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변화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는 평균 기온을 조금씩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기 순환의 '연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의 폭염, 가뭄, 집중호우, 한파는 앞으로도 더 잦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 지역 기상 현상을 넘어 전 지구적 대기 연결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기후 인식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두 논문은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온난화가 바꾸는 냉난방 지도…2도 상승시 38억명 폭염 노출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의 냉난방 에너지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고, 그에 따라 지역 간·국가 간 에너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위적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체감하는 열 스트레스를 빠르게 증폭시키고 있는데, 그 피해는 냉방·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팀 냉난방 필요한 날짜 산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ZERO 연구소 등 연구팀은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전 세계 냉난방 수요 변화를 분석, 그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0℃, 1.5℃, 2.0℃ 상승했을 때 난방도일(暖房度日, heating degree days)과 냉방도일(冷房度日, cooling degree days, CDD)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전 세계 고해상도 격자 자료를 활용해 정밀 분석했다. 냉방도일은 하루 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높을 때, 그 초과분을 누적해 냉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클수록 에어컨 등 냉방 에너지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난방도일은 하루 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낮을 때, 그 기준온도와의 차이를 누적해 난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클수록 난방 에너지 수요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0℃ 상승한 201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23%(약 15억4000만 명)가 연간 냉방도일이 3000을 넘기는 '극심한 폭염 조건'에 노출돼 있다. 여기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2.0℃에 이를 경우 노출 인구가 41%(약 37억9000만 명)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불과 수십 년 만에 폭염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냉방 수요 증가는 열대 개도국에 집중 냉방 수요 증가의 중심은 저위도 지역, 특히 개발도상국에 집중된다. 기온 상승에 따른 절대적인 냉방도일 증가 폭이 가장 큰 국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남수단·라오스·브라질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폭이 1.0℃에서 2.0℃로 진행되는 동안 냉방도일이 약 524~56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규모가 큰 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필리핀 등도 폭염 노출 인구와 냉방 에너지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냉방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일수록 기온 상승이 곧바로 건강 피해와 생산성 저하, 전력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난방 수요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캐나다·러시아·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는 난방 수요 감소 폭이 가장 큰 상위 5개국으로 꼽혔다. 이들 국가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난방도일이 554~85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겨울철 에너지 부담이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기존 난방 중심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 구조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반도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북한은 기온 상승에 따른 난방 수요 감소가 큰 국가 상위 20개국 가운데 14위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구 평균기온이 2.0℃ 상승할 경우 난방도일이 약 423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한반도 북부 지역이 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임을 보여준다. 연구의 주요 순위표에 남한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동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보면, 한반도 전반이 난방 수요 감소와 냉방 수요 증가라는 이중적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에너지 수요 변화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 설계 기준, 전력망 투자,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 정책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난방 중심으로 설계된 지역이나 냉방 설비 보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비교적 작은 기온 상승에도 냉방 부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냉방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육지면적의 67%에서 열 스트레스 발생일수 증가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인위적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열 스트레스와 경제적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순 기온이 아니라 습도·복사열·풍속까지 종합해 인간이 체감하는 열 환경을 나타내는 유니버설 열 기후 지수(UTCI)를 활용해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육지 면적의 52%에서 평균 열 스트레스 강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67%의 지역에서 극심한 열 스트레스 발생 일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1~2020년의 증가 속도는 이전 20년보다 약 3배 빠르게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가 자연 요인보다 열 스트레스 증가에 약 두 배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위적 온난화 신호는 북위 30도에서 남위 30도 사이의 저위도 지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는데, 브라질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일대가 대표적인 고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열 스트레스 증가폭 지역에 따라 큰 격차 문제는 열 스트레스의 증폭이 전 세계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고, 경제 수준에 따라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저소득 국가의 열 스트레스 증가 속도는 고소득 국가보다 2~3배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국가가 냉방 설비와 보건 인프라를 통해 폭염의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 국가는 실외 노동 비중이 높고 기후 회복력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확장이 진행되면서 인위적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호주 북부와 동부, 중앙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동부, 남미 북동부에서 평균 열 스트레스 강도와 극심한 폭염 일수가 동시에 급증했다. 특히 호주 북부는 최근 20년 동안 극심한 열 스트레스 일수가 연간 2일 이상 증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열 스트레스의 비대칭적 증폭이 이미 전 세계 노동 인구의 70% 이상을 심각한 열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노동 생산성 저하와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냉방 접근성이 낮은 국가일수록 폭염은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위적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이 같은 열 스트레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 금융 지원과 냉방 인프라 확충, 실외 노동자 보호 정책,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방 에너지 수요의 급증과 맞물려, 기후 위기가 에너지 문제이자 동시에 글로벌 불평등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이러다 없어질라”…온난화에 눈 없는 동계올림픽 현실화

오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제25회 동계올림픽(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어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다음달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지난달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에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보르미오와 안톨츠 계곡 등 주요 설상 경기장 일대에 강력한 폭설이 쏟아진 것이다. 현지 기상학자인 마티아 구소니는 “눈이 드디어 도착했다"며 “올림픽 개막 시점에 눈 부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일단 벗어났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 한마디에는 동계 스포츠가 처한 구조적 위기가 함께 담겨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은 예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인공 제설조차 밤 시간대에만 가능할 정도로 여건이 나빴다. 장기 통계로 보면 이 지역의 적설량은 지난 100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눈 없는 동계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눈 부족으로 인한 위기는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현실이 됐다. 지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기록적인 고온과 엘니뇨 현상으로 눈이 사라지자, 헬리콥터와 트럭을 동원해 다른 지역의 눈을 실어 나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옮겨진 눈의 양은 언론에서 흔히 '빅벤 20개 분량'에 비유될 만큼 막대했다. 빅벤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옆에 있는 시계탑(종탑), 공식 명칭으로는 엘리자베스 타워를 말한다. 2014년 일본 소치 올림픽에서는 따뜻한 날씨로 눈이 녹아 코스가 질척한 슬러시 상태가 되면서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서 낙상과 부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아니라, 경기 환경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이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100% 인공 눈에 의존해 치러졌다. 제설을 위해 투입된 물의 양은 약 200만㎥, 이는 1억 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에 해당한다. 여기에 경기장 조성을 위한 산림 훼손과 생태계 교란 문제까지 더해지며, 동계올림픽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2050년대엔 절반, 2080년대엔 더 줄어든다" 이 같은 현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최근 학계에 발표됐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투어리즘의 현대적 이슈(Current Issues in Tourism)'에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의 기후 변화 회복력 강화'이란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연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다니엘 스콧 교수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의 로베르트 슈타이거 등 국제연구팀이 공동 집필했다. 연구팀은 과거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93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현재 수준의 기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50년대에는 52곳, 2080년대에는 단 46곳만이 기후적으로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패럴림픽이다. 올림픽보다 늦은 3월에 열리는 특성상 기온 상승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분석 결과 2080년대에는 패럴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1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럴림픽 개최 가능 지역이 더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일정 때문만은 아니다. 패럴림픽 설상 종목은 코스의 균질성, 눈의 안정성, 접근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훨씬 높다. 인공설과 자연설이 뒤섞이거나, 낮 동안 눈이 녹았다가 밤에 얼어붙는 상황에서는 노면 경도가 불균일해지고, 이는 휠체어 이동이나 의족·보조기 사용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안전 위협이 된다. 기후 변화는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경기 자체의 성립 조건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2월 동계올림픽과 3월 동계 패럴림픽 개최 일정이 유지된다면, 기후적으로 적합한 잠재적 개최지의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면서 “우선 과제는 패럴림픽을 1월과 2월 중 기후적으로 더 안정적인 주로 옮거나, 2월 중 기후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주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 개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나, 통합 비판론자는 패럴림픽 경기가 올림픽 경기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규모 확대로 인해 숙박 시설이나 식사, 교통 수요 증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상 위험 키우는 인공 눈 연구팀은 인공 눈 제조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고 진단한다. 인공 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2050년대에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한 지역은 전 세계에 단 4곳만 남는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그러나 인공 눈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공 눈은 자연설보다 결정 구조가 치밀하고 밀도가 높아 훨씬 단단하다. 이로 인해 스키와 보드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낙상 시 관절·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은 더 커진다. 실제로 인공 눈 비중이 높은 대회일수록 무릎 인대 손상과 골절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학적 보고도 축적되고 있다. 여기에 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 첨가물, 제설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물 소비는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만들어낸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 역설적으로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구조다. ◇종목 자체를 바꾸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은 눈이 내린 덕분에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동계올림픽은 인공 눈 없이는 존립하기 어려운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응해 동계올림픽 종목을 조정하거나 재편하자는 논의도 국제 스포츠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산·자연설 의존도가 높은 일부 설상 종목의 경기 방식 단축, 실내화 가능성이 있는 종목의 시설 이전, 혹은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종목 도입 가능성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아직 공식 결정 단계는 아니지만, “기후 조건을 전제로 설계된 종목 체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확산하고 있다. 스콧 교수는 논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선수들은 그에 걸맞은 안전하고 공정한 경기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동계 스포츠 공동체가 즉각적이고 창의적인 기후 적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아한대림 활엽수 비중 늘수록 산불피해·탄소배출 줄어든다

아한대림 혹은 타이가(Taiga)라고 하는 '보레알 숲(boreal forest)'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라, 기후 조건과 식생 구조로 정의되는 산림 생태대(帶)를 의미한다. 보레알 숲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며,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러시아 시베리아, 북유럽 일부 지역을 포괄한다. 이 지역은 겨울이 길고 춥고 여름이 짧으며, 가문비나무·전나무·소나무 등 침엽수가 우점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해 속도가 느린 기후 조건 때문에 토양에 유기물이 두껍게 축적되고, 일부 지역에는 영구동토층이 존재한다. 이 보레알 숲에서도 낙엽활엽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와 탄소 배출 규모가 뚜렷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산림 조성이 대형 산불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미 고위도 산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제 연구는 국내 문제 제기에도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노던아리조나 대학교와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소속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낙엽활엽수의 우점 증가가 보레알 숲의 산불 탄소 손실을 줄인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활엽수림, 침엽수림보다 산불 탄소 손실 '절반 이하' 연구진은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지역에서 발생한 8개 대형 산불 지역 내 242개 조사구를 대상으로 산불 이후의 탄소 손실량과 수종 구성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낙엽활엽수가 우점한 숲에서는 산불 발생 시 연소로 인해 손실되는 탄소량이 침엽수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나무의 생리적·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자작나무와 사시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는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에 비해 잎의 수분 함량이 높고, 불이 붙더라도 불길의 확산 속도가 느리다. 또한 활엽수는 불에 비교적 강한 굵은 줄기 형태(fire-resistant boles)로 탄소를 저장하는 경향이 있어, 산불이 발생해도 장기 연소와 대규모 탄소 방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반면 침엽수림은 수 세기 동안 지표에 축적된 두꺼운 토양 유기물층(soil organic layer)이 산불과 함께 타면서 막대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연구 대상이 된 보레알 숲의 경우, 전체 산림 탄소의 60~85%가 바로 이 토양 유기물층에 저장돼 있어, 산불 피해의 핵심은 나무보다 토양 연소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인위적 조림보다 자연 복원이 산불에 강해 논문은 산불 이후의 숲 복원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심각한 산불로 토양 유기물층이 크게 소실된 지역에서는 침엽수를 다시 심지 않아도 활엽수가 자연적으로 먼저 정착해 우점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연 복원이 진행되면 경관 차원에서 산불 발생 확률이 낮아지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연소 면적이 줄어들며, 화재 진압 실패 가능성 또한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를 산불–기후–식생 사이의 양의 피드백, 즉 “산불 → 탄소 배출 → 온난화 → 더 큰 산불"이라는 악순환을 지연시키는 자연적 완충 메커니즘으로 평가했다. ◇국내 산림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한국의 산림은 이러한 보레알 숲에 속하지 않으며, 기후적으로는 온대 몬순 기후의 온대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수치화해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국내 산림 정책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토양 구조나 기후 조건은 다르지만, 수종 간 기능적 차이는 기후대가 달라도 상당 부분 공통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참나무류 등 낙엽활엽수 역시 소나무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고, 불길 확산이 느리며, 지표 연료를 상대적으로 덜 형성한다. 이는 산불 피해지 복원 과정에서 과거처럼 침엽수를 대규모로 다시 심기보다, 활엽수의 자연 복원과 혼합림 조성을 유도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산불에 더 탄력적인 산림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활엽수의 산불 억제 효과조차 극심한 고온·가뭄·강풍 같은 기상 조건에 의해 압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자연의 자정 능력에만 의존하기보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관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산불과 탄소를 함께 줄이는 산림 전환 전략 이번 연구는 “활엽수 중심의 숲은 산불에도 덜 타고, 탄소도 덜 잃는다"는 사실을 생태학적으로 입증했다. 보레알 숲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산불 대응과 탄소 중립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 산림 정책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산불 피해지에서의 무조건적인 침엽수 재식재가 아니라, 자연 천이를 존중하고 수종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산림 관리 전환이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맑아진 하늘의 역설…선박 오염 줄였더니 산호가 하얗게  죽었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인류의 선의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생태계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호주의 상징인 대보초(Great Barrier Reef) 해역에서 발생한 산호초 백화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역설적이게도 지구를 더럽히던 선박들의 '나쁜 연기'가 사라진 점이 지목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와 핀란드 기상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규제(FSC 2020)가 대보초 해역의 온도를 높여 산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산호초 백화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등 열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산호(산호충, 동물)와 공생 관계인 조류(藻類, algal symbiont) 사이의 결합이 깨지면서 일어난다. 산호는 이 공생 조류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고유의 아름다운 색을 유지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조류가 산호 공생체를 떠나버리면 산호는 하얀 골격을 드러내며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연구팀은 상승하는 해수 온도뿐만 아니라 강한 태양 복사 에너지 역시 이러한 백화현상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강조했다. 과거 선박들이 내뿜던 황산염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서 햇빛을 직접 반사하거나, 구름의 응결핵(CCN) 역할을 해 구름을 더 밝게 만들어 바다에 일종의 '인공 차양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0년 규제로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이 3.5%에서 0.5%로 대폭 줄어들자, 이 차양막이 순식간에 걷히는 '디마스킹(demasking)'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022년 2월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나던 시기에 대보초 해역에 도달하는 낮 시간 태양 복사 에너지는 규제 이전보다 제곱미터당(㎡) 약 11와트(W)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는 약 0.05℃에서 0.15℃ 사이로 상승했는데, 이는 산호가 느끼는 열적 스트레스를 평소보다 5~10%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 오염을 개선해 인류의 건강을 지키려던 조치가 아이러니하게도 취약한 해양 생태계에는 치명적인 열기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러한 '환경 개선의 역설'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중국 칭화대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등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강력한 대기 질 개선 정책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 방지 효과를 늦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은 '아름다운 중국(Beautiful China)' 비전과 탄소 중립 정책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지만, 동시에 대기 오염 물질인 황산염 등을 급격히 제거하면서 이들이 제공하던 냉각 효과(햇빛 반사)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대기 정화로 인한 온난화 효과(약 0.12℃ 상승)가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인한 냉각 효과(약 0.16℃ 하강)를 2070년경까지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대기 오염 개선이라는 정당한 목표가 온난화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고 공격적인 메탄 감축 및 탄소 중립 정책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위기, 위험을 서로 증폭시킨다

기후 변화와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흔히 별개의, 서로 관련이 없는 환경 문제로 다뤄져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학 연구는 이 두 위기가 동시에, 그리고 상호작용하며 등장할 때 그 피해가 단순한 '합(덧셈)'이 아니라 '증폭(곱셈)'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환경신데믹(Eco-syndemic)'이다. 환경신데믹이란 서로 다른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중첩되며, 상호작용을 통해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는 미세플라스틱과 기후변화가 전형적인 환경신데믹 관계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 확산을 가속하고, 늘어난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지구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시키며 기후위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승작용 과정은 기후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고 인류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바람·햇빛·고온이 플라스틱 분해를 가속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강한 바람과 강한 일사, 극단적인 기상 조건은 플라스틱이 더 빠르게 부서져 미세한 크기로 작아지게 하는 환경을 만든다. 중국 네이멍구(내몽골)대학교 연구팀은 농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닐 필름이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되는지를 실험과 모델링을 통해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유해 물질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풍속 증가는 농업용 필름의 기계적 마모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며, 강한 태양 복사는 플라스틱의 광산화(photo-oxidation)를 촉진해 분자 구조를 약화시킨다. 이 두 요인이 결합되면 플라스틱은 훨씬 더 쉽게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된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강풍 조건이 빈번해질수록 농경지 자체가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source)'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더 이상 해양이나 도시 폐기물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식량 생산 체계 내부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는 미세플라스틱의 이동도 가속한다 기후변화는 미세플라스틱의 생성뿐 아니라 이동과 확산 경로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강우 강도 증가와 빈번한 홍수는 육상과 하천에 쌓여 있던 플라스틱 입자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해양으로 쓸어 보낸다. 여기에 북극 해빙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에는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해양 생태계로 방출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을 지닌해 11월 '과학 프런티어 (Frontiers in 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기온이 약 10℃ 상승할 경우 플라스틱의 화학적 분해 속도가 최대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미세플라스틱 순환을 가속하는 핵심 요인임을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위해성분석센터 심원준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런 현상을 지적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통과한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연안 부유 쓰레기 밀도가 평상시 대비 수십 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긴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방해자' 역할을 한다. 늘어난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한 오염 물질을 넘어, 지구 시스템의 핵심 기능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페샤와르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유해 물질:플라스틱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탄소 흡수를 다층적으로 방해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의 주요 탄소 흡수 주체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효율을 저하시킨다. 또한 이를 섭취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대사 활동과 성장률을 방해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심해로 운반하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는 해양이 수행해 온 자연적 탄소 완충 기능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이른바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 플라스틱권(圈))'에도 주목했다. 이 미생물 군집은 단순히 플라스틱에 붙어 사는 존재가 아니라, 탄소와 질소 순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할 수 있는 잠재적 원천으로 작용한다. 또한 해수면에 떠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빛의 반사 특성, 즉 알베도(albedo)를 변화시켜 국지적인 해수 온도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다시 플랑크톤 생태계와 해양 순환에 영향을 미치며, 기후 시스템에 간접적인 피드백을 형성한다. ◇독성의 증폭, 생태계 회복력의 붕괴 기후변화와 미세플라스틱이 결합하면 생물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단순 누적이 아니라 증폭된 독성 효과로 나타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논문애서 “수온 상승이 생물의 대사율을 높여 미세플라스틱 섭취량과 체내 축적 속도를 동시에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어류와 무척추동물에서 염증 반응, 성장 저해, 생식 장애가 더 강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영향은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확대된다. 이는 환경신데믹의 핵심 특징인 '복합 스트레스에 의한 회복력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태계는 하나의 스트레스에는 버틸 수 있지만, 여러 스트레스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급격히 취약해진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기후변화를 분리해 대응하는 기존 정책 접근으로는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재생원료 전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반드시 통합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농업·해양·도시 환경을 아우르는 시스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테크] CO₂를 바닷물에 녹여 처리하는 방법은 적용 가능할까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쌓이고 있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자들은 CO₂를 바다에 녹여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왔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가 배출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지금도 자연적으로 흡수하고 있는데, 이런 바다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는 연구다. '해양 탄소 제거(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mCDR)', 즉 바다를 활용해 CO₂를 흡수·저장하겠다는 구상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바다의 CO₂ 흡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 선택일까. 지난해 발표된 네 편의 주요 연구는 해양 탄소 제거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험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 거품 속에서 드러난 바다의 숨은 흡수 능력 우선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형성되는 해수 거품이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과정을 정밀 관측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비대칭적 가스 전달(asymmetric gas transfer)' 현상으로 규정했다. 파도에 의해 생성된 미세한 거품이 수압과 함께 붕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보다 바닷속으로 더 효과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전(全) 지구 규모로 환산한 결과, 기존 해양 탄소 흡수 추정치는 연간 약 3억~4억 탄소톤(CO₂로는 약 11억~15억 톤) 정도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전체 해양 흡수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연구는 바다가 이미 상당한 '자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것인 동시에 해양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과학적 기대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안에서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를 잡다 자연적 흡수 능력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다의 화학적 성질을 바꿔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도 등장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호주 타스마니아 연안에서 수행한 '해양 알칼리도 증진(ocean alkalinity enhancement, OAE)' 현장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연안 인근 해역에 소량의 수산화나트륨(NaOH, 가성소다)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실험 해역의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이산화탄소만의 기압)이 최대 370마이크로기압(µatm, 1µatm=100만분의 1기압)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pCO₂은 공기 전체 압력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몫의 기압을 의미한다. 실험 해역에서 pCO₂가 370 µatm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구 전체 평균인 약 420 µatm에서 12% 감소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바닷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조건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연구의 의미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연안 환경에서 효과를 검증했고, 하수처리시설이나 기존 연안 인프라와 결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비교적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제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숨겨진 비용, 바닷속 산소 고갈의 위험 그러나 해양 탄소 제거가 언제나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탄소 제거가 해양 산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철분 살포를 통해 플랑크톤 생장을 촉진하거나, 대규모 해조류를 재배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는 이른바 '생물학적 해양 탄소 제거' 방식에 주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보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소비되는 산소량이 훨씬 더 클 수 있으며, 그 손실 규모는 온난화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산소 회복 효과의 4배에서 최대 40배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저산소화,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을 확대해 어류와 저서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지화학적 방식은 산소 소모가 거의 없거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완화를 통해 산소 감소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CO₂ 1톤을 제거하기 위해 1톤 이상의 NaOH가 필요하고, 이를 대규모로 적용할 경우에는 화학물질 생산과 에너지 소비, 해양 생태계 교란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NaOH는 강한 부식성·독성 물질이어서 연안 정체 수역에서 투입될 경우 일종의 해양오염이 될 수밖에 없고, 국지적인 생물 폐사 가능성도 있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해양산성화 문제 해결하긴 어려워 일부에서는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해양산성화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산성화는 공기 중의 CO₂가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발생하고, 그 결과 pH 값이 낮아진다.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와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달 말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알칼리도 증진으로 해수의 평균 pH 값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pH 변동성이 커질 경우, 플랑크톤과 저서생물 등 해양 생물이 오히려 추가적인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성화는 단순한 pH 저하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분압 증가와 탄산계 화학 구조 변화, 생물 대사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인데, 알칼리도 증진은 이 가운데 일부 화학적 지표만 개선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이유로 알칼리도 증진을 해양 산성화 대응과 탄소 제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해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엄격한 생태계 모니터링과 제한적 규모에서만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을 듯 앞에서 살펴본 네 편의 논문을 종합하면, 해양 탄소 제거는 분명 기후위기 대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일부 지화학적 접근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입증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생물학적 방식은 해양 생태계의 핵심인 산소를 고갈시킬 위험이 크며,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화학적 방식 역시 알칼리 물질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며, 화석연료 기반일 경우 오히려 순배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셋째, 무엇보다 바다는 무한한 실험장이 아니며, 대규모 개입의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CO₂를 바다에 녹여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양 탄소 제거는 어디까지나 배출 감축을 전제로 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한 채 바다에 부담을 전가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은 여전히 '덜 배출하는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들 연구는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최근 3년 기록적인 지구 기온 상승, 무엇 때문인가?

최근 3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온실가스로 인한 상승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이다. 특히 2023년 기온은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돌았고, 이 기록은 2024년에 다시 경신됐다. 2024년은 관측 사상 처음으로 연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치) 대비 1.5°C를 초과한 해로 기록됐다. 2025년 역시 관측 이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장기적인 지구 기온 상승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온난화 가속 현상은 국제 사회와 과학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최근 수년간의 이례적인 기온 상승을 설명하기 위한 수십 편의 연구가 발표됐다. 기후 전문 매체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이들 연구를 종합해, 최근의 기록적 고온을 설명하는 네 가지 주요 요인을 심층 분석했다.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2024년에 관측된 특이한 온난화의 대부분을 이 네 가지 요인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23년의 경우 관측된 기온과 기존 예상치 사이의 차이 중 약 절반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를 웃돈 온난화, 네 가지 핵심 요인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10년당 약 0.18°C의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상승해 왔다. 그러나 2023~2025년에 관측된 기온 상승은 이 장기 추세를 크게 벗어났다. 장기 추세를 기준으로 할 때 2023년은 예상보다 약 0.18°C, 2024년은 약 0.25°C 더 따뜻했으며, 2025년 역시 약 0.11°C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예상 밖의 온난화'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했다. 1. 강력했던 엘니뇨 현상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자연적 기후 현상으로, 통상 2~7년 주기로 발생하며 전 지구 평균 기온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2023년 하반기 비교적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11월 무렵 정점에 도달했고, 2024년 봄부터 점차 약화됐다. 니뇨(Niño)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를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엘니뇨는 관측 사상 네 번째로 강력했으나 1998년이나 2016년의 초강력 엘니뇨보다는 다소 약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엘니뇨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예상보다 약 0.4°C 높아 과거 엘니뇨 사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고, 엘니뇨가 약화된 이후에도 18개월 가까이 높은 기온이 유지됐다. 특히 전 지구 고온이 엘니뇨가 최고조에 이르기 약 4개월 전부터 나타나 기존 사례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이는 2023년 기온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카본브리프는 엘니뇨가 2023년 기온에 약 0.013°C, 2024년에는 약 0.128°C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2. 황산화물(SO₂) 배출의 급격한 감소 석탄과 석유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₂) 에어로졸은 태양 복사를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강력한 냉각 효과를 가진다.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SO₂ 배출량은 지난 18년간 약 40% 감소했으며, 이는 그동안 상당 부분 온난화를 가려왔던 '냉각 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7년 이후 SO₂ 배출량이 약 70%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도입한 규제로 전 세계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이 약 80% 줄었다. 선박은 대기 오염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양의 상공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SO₂ 감소에 따른 기온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IMO 규제의 기온 영향을 분석한 8건의 연구 중 7건은 0.03~0.08°C 수준의 비교적 완만한 온난화 효과를 제시했다. 반면, 제임스 한센 박사가 이끈 한 연구는 최대 0.2°C에 달하는 강한 영향을 제시해 최근 고온 현상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본브리프는 이들 연구를 종합해 중앙 추정치를 약 0.05°C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선박을 포함한 SO₂ 배출 감소는 2020~2023년 약 0.04°C, 2020~2024년에는 약 0.05°C의 추가 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3. 통가 해저 화산의 이례적 분화 2022년 초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훙가 통가–훙가 하아파이 해저 화산 분화는 55㎞ 상공까지 화산 기둥을 뿜어 올리며 1991년 피나투보 화산 이후 가장 폭발적인 분화로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해수가 기화돼 성층권으로 유입됐는데, 약 1억4600만 톤의 수증기가 성층권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층권 수증기 농도를 약 15% 증가시켰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이후 연구는 유황 성분의 냉각 효과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전반적인 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카본브리프는 2024년 '지구물리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이 화산 분화가 2023년에는 약 –0.01°C, 2024년에는 –0.02°C 수준의 미미한 냉각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최근 고온 현상에 대한 기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4. 예상보다 강했던 태양 활동 주기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인 에너지원은 태양이며, 약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 변화는 단기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경 시작된 태양 주기는 1980년 이후 관측된 태양 주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기후 모델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태양 활동은 2023년 약 0.04°C, 2024년에는 약 0.07°C의 추가적인 전 지구 온난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합 효과와 자연 변동성의 역할 이처럼 엘니뇨, SO₂ 배출 감소(선박·중국), 통가 화산 분화, 태양 주기 변화 등 네 가지 요인을 종합하면 2023년의 특이한 온난화 중 약 절반, 2024년의 경우에는 거의 전부가 설명된다고 카본 브리프는 밝혔다. 다만 여전히 상당한 자연적 기후 변동성이 작용하고 있다. 엘니뇨나 인간 활동, 화산·태양 활동과 같은 외부 강제력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연간 기온 변동 폭은 최대 0.15°C에 이를 수 있다.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장기 추세를 크게 벗어난 기온 급등은 2023년에는 평균 25년에 한 번, 2024년에는 88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자연 변동성은 이번 고온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단독으로 2023~2025년의 극단적인 기온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요인들과 결합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은 질문: 온난화는 다시 완화될 것인가 최근 몇 년간 나타난 기록적인 더위가 엘니뇨나 대기 오염 감소처럼 일시적인 요인들이 우연히 겹친 결과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예전의 평균적인 온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고온 현상이 단순한 '일회성 이상 현상'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아직 분명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지구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정도, 즉 행성 반사율(알베도)이 크게 낮아졌다. 쉽게 말해, 지구가 예전보다 햇빛을 덜 튕겨내고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 낮은 높이의 구름이 줄어든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이런 구름 감소가 단순한 자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면, 2023년처럼 극심한 고온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지구 기후는 온실가스 증가에 대해 생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며, 향후 기온 상승 폭도 현재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결국 구름의 변화가 앞으로 기후를 얼마나 더 뜨겁게 만들지가, 미래 기후를 전망하는 데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남미 아마존, 전례 없던 ‘초열대기후’로 진입

브라질 타파조스 강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지역 부족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건기"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생태수문학자 마갈리 네미 박사는 이 부족장 증언을 '아마존의 역설'로 소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소속으로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남미 아마존 생태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네미 박사는 대학 보도 자료를 통해 연구 뒷얘기를 전했다. 당시 타파조스 강 수위는 건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이 거대한 탄소·수분 저장고로서 지구 기후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단 한 번의 이례적 건기만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받을 만큼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들은 아마존이 지금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후 체제, 즉 초열대기후(hypertropics)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초열대기후란 무엇인가 초열대기후는 기존 열대 기후의 변동 범위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고온·건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뜻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연구팀은 지난 10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무(無)유사(no-analogue,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비슷한 사례가 없는) 기후"라고 규정했다. 기온이 역사적 열대 기후의 99퍼센타일을 넘어서는 상황(상위 1%에 해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태를 초열대라고 정의한다. 과거 열대 지역에서 경험된 가장 무더운 날들보다 더 뜨거운 날이 자꾸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열대가 원래 더운 기후이지만, 그 범위조차 벗어나는 '이상하게 더운 기후'가 계속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조건은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던 에오세(世)~마이오세(약 1000만~4000만 년 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UBC 연구팀은 “아마존은 현재도 해마다 며칠 또는 몇 주간 이런 조건을 경험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면 2100년경에는 연간 150일 이상 초열대 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구진은 특히 이 현상이 건기를 넘어 우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아마존 생태계가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체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을 초열대로 밀어 넣는 원인들 아마존의 초열대화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라는 두 요인이 결합해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는 건기의 길이를 늘리고 기온을 상승시켜 대기의 수분 요구량(VPD)을 높여 '고온 건조(hot drought)' 상태를 유발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가 7%가량 늘어난다.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이 가속화되는데, 이를 대기의 수분 요구량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토양 수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나무들은 급격한 수분 스트레스를 받아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중단하며, '탄소 기아(carbon starvation)'에 빠진다는 사실을 실측을 통해 확인했다. 둘째, 아마존은 스스로 비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를 가진 숲이다. 네미 박사탐의 논문에 따르면, 아마존 동부 지역의 나무는 건기에도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증산작용을 지속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수십 m 깊은 지하수가 아니라 최근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내린 강우가 머무는 토양 상층부(50㎝ 이내)에서 공급된다. 이는 숲이 빗물 재활용에 매우 의존하는 체계임을 의미한다. 산림 벌채·산불·도로 건설 등으로 증산이 줄면 숲 전체의 강우 순환이 흔들리고, 나무 고사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 즉 초열대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존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넘어 결국 사바나화(savann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열대우림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 구조를 잃고, 훨씬 건조하고 나무가 성기게 드문드문 분포하는 '사바나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 생태계가 맞닥뜨릴 변화 초열대 기후가 본격화될 경우 아마존의 종 조성·기능·구조는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UC 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은 고온 건조 조건에서 연간 나무 고사율이 기존 대비 약 55%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열대우림 평균 고사율이 약 1%라면, 극한 조건에서는 최대 1.55%까지 상승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나무 고사는 생리학적 임계점과 직접 연결된다. UCB 논문이 밝힌 바와 같이, 토양 수분이 임계값을 넘어서 감소하면 증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후 지속되는 건조는 물관부 색전(embolism) 현상을 일으켜 수분 이동 경로가 차단된다. 이는 인간의 뇌졸중과 유사한 과정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질을 잎까지 끌어올리는 통로인 물관부의 조직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이후 나무는 잎 온도를 낮출 능력을 잃고 '열 스트레스'로 결국 말라죽게 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 밀도가 낮은 종이 고온·건조 조건에서 더 취약해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밀도 목재 종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고밀도 목재로의 대체 속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역과 지구에 미칠 파급 효과 초열대 기후로의 전환은 지역 주민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네미 박사의 현장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주민 대다수는 도로보다 강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강 수위 감소는 식량·의약품 공급망을 단절시켜 생계 기반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탄소 순환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인류 배출 CO₂ 의 상당량을 흡수해 왔으나, 고온·건조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숲은 탄소 흡수원에서 순배출원(sourc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UC 버클리 연구는 2015~2016년 엘니뇨 시기 아마존을 포함한 전체 열대 지역이 평년보다 약 25억 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탄소 저장고 기능을 상실할 경우 대기 CO₂ 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즉 전 지구적 악순환—을 촉발한다. 이러한 영향은 서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다른 열대우림에도 파급될 수 있다. ◇'기후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네미 박사는 대기과학자 루시아나 가티의 말을 인용해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가 아닌 '지구의 에어백(airbag)' 으로 비유한다. 충격을 흡수해 완화시키는 장치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에어백이 이미 과부하 상태라는 점이다. 증산 중단, 색전 발생, 고사율 증가라는 일련의 과정은 '압력이 한계에 달한 에어백'과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 버클리 연구팀 역시 향후 10~20년이 아마존 생태계의 운명뿐 아니라 지구 기후 안정성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시기라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보전 정책이 지금 즉시 강화되지 않는다면, 초열대기후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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