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논문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한 챗GPT 이미지)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국제 기후과학계에서 나왔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37℃에 도달했고,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전후 1.5℃ 한계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기후과학자 피어스 포스터 교수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2025년 지구 기후변화 지표 연례 업데이트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2025 Annual Update)' 보고서를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 Sci. Data)' 저널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의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10년당 0.27℃로 관측 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39℃ 높아져 인간 활동의 영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전 세계 지표면 온도 얼마나 상승했나. 가는 선은 연평균 기온을, 굵은선은 10년 단위 평균값의 변화를 나타낸다. 1850~1900년 기준 기간의 평균값과의 차이로 표시했다. 온도는 AR6 이후 4개의 데이터 세트 평균값을 기반으로 산출했다.(자료=Earth Syst. Sci. Data, 2026)
◇지구는 지금 '열 흑자' 상태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 Energy Imbalance·EEI)이다. EEI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와 우주로 내보내는 에너지의 차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지구의 '열 가계부'다. 수입과 지출이 같으면 문제가 없지만, 수입이 더 많으면 돈이 쌓이듯 지구도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많으면 열이 축적된다. 열이 축적되면 지구가 더워지는데, 그게 지구 온난화이고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현재 지구는 이런 '열 흑자' 상태에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EEI는 1976~1995년 평균 0.40W/㎡에서 2006~2025년 평균 1.04W/㎡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1.12W/㎡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는 지구 전체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저장하고 있고, 열을 저장하는 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이 EEI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이 지표가 미래 온난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지표면 기온은 엘니뇨와 같은 자연현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EEI는 지구 시스템 전체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열이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축적되는 열의 약 90%가 바다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열은 해양 폭염과 해수면 상승, 빙하 녹음을 가속하고, 결국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 현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IPCC의 6차평가보고서(AR6)에서 제시한 수치와 최근 연구 결과를 비교한 것임.(자료=Earth Syst. Sci. Data, 2026)
◇대기오염 줄였더니 온난화 빨라졌다
최근 온난화가 가속된 원인 중 하나로는 에어로졸(미세먼지) 감소가 지목된다.
에어로졸은 황산염 등 대기 중 미세 입자로, 건강에는 해롭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해왔다. 일종의 '차양막'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에어로졸 농도가 감소했고, 그 결과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드러나는 '언마스킹(unmask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에어로졸 감소가 최근 지구 에너지 불균형 증가와 온난화 가속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건강을 위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남은 '탄소예산'은 2026년 초 기준 50% 확률로 약 130GtCO₂(CO₂ 기준으로 1300억 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약 42GtCO₂(420억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탄소예산은 2029년경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가 제시했던 수준보다 약 370GtCO₂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배출과 최근의 온난화 가속, 에어로졸 효과 재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메탄 감축이 기후위기 늦출 열쇠
전문가들은 이제 이산화탄소 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같은 비(非)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탄은 대기 체류 기간은 짧지만 온난화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이에 따라 메탄 감축은 단기간에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전후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온난화 폭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온을 다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메탄을 2020년 대비 약 50%, 아산화질소를 약 2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CO₂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라 남은 탄소예산이 약 200GtCO₂ 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메탄의 강력한 단기 온난화 효과 때문에 비CO₂ 감축이 사실상 탄소예산의 크기를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년 시간 단위로 산정할 경우 메탄의 온난화 잠재력(GWP20)은 CO₂의 약 80배에 이르고, 100년 기준(GWP100)으로는 CO₂의 약 27~30배에 이른다.
메탄 감축을 서두른다면, 1.5℃ 상승을 저지하지는 못하더라도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과학계는 2030년까지를 '결정적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계뿐 아니라 '열 가계부'인 EEI까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가 앞으로 인류의 기후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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