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생용품 기업이 생수·도장까지?…크린랩 ‘파격 변신’ [유통 인사이드]

주방·위생용품 브랜드로 유명한 크린랩이 생수·도장(圖章) 등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사업으로 발칙한 외도를 이어가면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기 당시 수혜를 입으며 반짝 실적을 냈으나 다시 침체기로 돌입한 가운데, 신사업 승부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크린랩은 지난 18일 미세플라스틱 걱정을 덜어낸 자사 생수 브랜드 '릴리프'의 무라벨 버전을 새롭게 내놓았다. 지난해 말 릴리프를 첫 선보인 당시 크린랩은 100% 사탕수수로 만든 PLA 생분해 소재 패키지를 강조했다. 이번에 PLA 라벨을 제거한 전면 무라벨 상품까지 추가 출시한 것이다. 그동안 위생·주방용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던 크린랩이 먹는 샘물 사업에 뛰어든 데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 평가한다. 특히, 먹는샘물 시장은 제주삼다수·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농심(백산수)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만 60%를 넘을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크린랩은 친환경 생수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혀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크린랩의 생수 사업은 생수 제조 전문기업 산수음료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로부터 생수를 제공받아 PLA 병에 넣어 공급하는 구조다. 생수 수원지는 경기 남양주시다. 현재 자사몰과 쿠팡 등 일부 이커머스에서 해당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생수를 넘어 친환경 패키징의 사업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크린랩 측은 “릴리프는 친환경 패키징 사업을 나타내는 제품이기보다 친환경 생수 브랜드 자체로 포지셔닝한 것"이라며 “현재 친환경 패키징을 별도 사업부로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릴리프 매출도 생수 카테고리 매출로 인식 중"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크린랩이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것은 생수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장인 제작 주문 기반의 프리미엄 도장 사업도 본격화했다. 내구성·정밀성을 갖춘 스테인리스 소재의 고급 도장을 앞세워 선물·기념품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와디즈 등 펀딩 플랫폼을 통해 국내 단독 유통권을 확보한 일본 프리미엄 금속 도장 '미래인' 도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와디즈에서 19㎜ 개인 인감을 첫 출시한 당시, 펀딩 목표치 대비 900% 가량을 달성한 바 있다.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24㎜ 법인 인감까지 추가 공개했다. 크린랩의 신사업 움직임은 과거 대표이사였던 승문수 현 대표가 2024년 5월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크린랩은 2019년 창업주 전병수 고(故) 전병주 회장 사망 후 수 년 동안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다. 그해 3월 장남인 전기영 씨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판결로 사건이 종식된 후, 장남 전 씨의 조카인 승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같은 해 10월 회사가 기존 '크린랲(Clean Wrap)'에서 현재의 '크린랩(Cleanlab)'으로 공식적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신사업 강화와 결을 같이 한다. 영단어 Wrap(포장재)과 Lab(연구소)의 의미 차이에서 드러나듯, 기존 위생·주방용품 중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크린랩이 신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할지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승 대표 취임 이전인 2023년 크린랩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내년까지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지난해 연결 기준 크린랩의 연매출 1148억원으로 사실상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서 크린랩은 위생장갑·마스크 등 위생용품 착용이 생활화됐던 코로나19 확산기 동안 큰 수혜를 입었다. 2019년 1200억원대였던 연매출도 2022년 1820억원까지 크게 올랐으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매출 흐름이 꺾이기 시작됐다. 실제 2023년 1760억원, 2024년 1392억원, 지난해 1148억원까지 매출 하락세가 지속됐다. 그나마 수익성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위안이 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 95억원에서 이듬해 28억원까지 급감했으나 2024년 82억원, 지난해 98억원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승 대표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5년 영업이익 목표치로 100억원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근사치까지 도달한 셈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유통 인사이드] 상품통 DNA 이식한 이마트24, 질적 개선 가속화

이마트24가 토종 편의점계의 만년 꼴찌 타이틀을 떨쳐낼 수 있을까. 매장 수부터 GS25·CU 등 한 덩치 하는 경쟁사에게 밀리는 형국이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 무모한 양적 경쟁 대신, '상품통(通)' 수장의 지휘 아래 상품 경쟁력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새판 짜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마트24가 상품력 강화에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 6월 상품 기획(MD)에 전문성을 갖춘 최진일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다. 그는 2000년 신세계 이마트부문에 입사해 노브랜드 브랜드 매니저(BM) 기획·운영팀장, 그로서리본부 신선2담당 등을 역임한 상품통으로 꼽힌다. 특히, 이마트 재직 당시 그가 신선식품·자체 브랜드(PB) 기획에 강점을 보인 만큼, 전체 매출 중 먹거리 비중이 큰 편의점에서도 운영 DNA를 이식해 상품력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새 리더십을 맞이한 이후 이마트24가 보인 가장 두드러진 행보는 PB 강화다. 성장 속도가 빠른 카테고리 중심으로 특화 브랜드를 내놓으며 전문성을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달에는 카페 전문 브랜드 '성수310'를, 앞서 6월에는 신규 베이커리 브랜드 'BOTD'를 각각 선보였다. 올 10월에는 가격·트렌드·건강을 다잡는 신규 자체 브랜드(PL)로 '옐로우(Ye!low)'도 꺼내들었다. 가성비 PL 측면에서 이마트는 이미 아임이·상상의끝 등의 브랜드를 운영해왔지만, 통합 브랜드 출시로 상품성 중복까지 해소한 셈이다. 통상 PB 상품은 해당 브랜드에서만 구매 가능한 독점성 덕에 고객 유인 효과가 크다. 가성비 PB 상품의 경우 마진이 낮아 수익에 큰 보탬은 되지 못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이 고객의 제품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전략 상품으로서 구매 유도 효과가 크다는 업계 분석이다. 이마트24가 상품력 강화에 공들이는 이유로는 질적 전환이 필요한 구조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편의점 업계는 매장 수가 늘수록 매출·이익이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의 전형적인 업종이지만, 성장 침체기에 접어든 이래 주요 편의점 일제히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면서 이마트24의 경우 당초 손익분기점(BEP)으로 삼았던 점포 수 6000개마저 붕괴된 터다. 이마트 3분기 IR에 따르면, 이마트24 매장 수는 올 3분기에만 386개가 감소해 5747개까지 떨어졌다. 1만8000여개 점포를 보유한 GS25·CU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마트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시장 위주로 외형 확장을 이어가되, 국내에서는 저수익 가맹점주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역량을 안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회비 정액제에서 수익 일부를 가맹수수료로 받는 로열티 타입으로의 전환을 허가하고, 수익 증대를 뒷받침할 대안으로 트렌디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사업안도 밝혔다. 내년도 사업 로드맵만 봐도 이마트24의 상품 차별화 의지는 분명하다. 이마트24는 '대표 상품 개발'에 방점을 찍고, 내년에만 600개의 신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20~40대 층을 노린 차별화 상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매년 편의점 매대에 수많은 먹거리가 새롭게 등장하고 사라진다. 불황일수록 '달라야 살아남는다'는 인식과 함께 색다른 아이템을 내놓겠다는 편의점들의 시행착오를 방증한다. 신상품 홍수 속 제품 차별화를 꾀하는 이마트24의 머릿속도 복잡하지만, 간편식 중심으로 매출 견인책으로서 히트상품을 발굴하는데 분주한 분위기다. 손주현 이마트24 프레시푸드(FF)팀 팀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마트24만의 강점이라면 신세계그룹 관계사와 손잡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특히, 버거와 베이커리 노하우를 갖춘 신세계푸드와의 밀접한 협업으로 차별화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팀장이 이끄는 FF팀은 이마트24 내 밥류(도시락·김밥·주먹밥), 조리빵(샌드위치 ,햄버거) 카테고리를 포괄하는 프레시푸드 운영을 전담하는 부서다. 카운터 FF인 커피와 즉석식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손 팀장이 관계사와의 협업 시너지 사례로 제시한 대표 상품은 바로 '시선강탈 버거 2종(더블비프치즈버거, 블랙페퍼더블버거)'이다. 지난 9월 내놓은 이 상품은 신세계푸드의 셰프 출신 개발자가 만든 특제 바비큐소스·블랙페퍼 소스를 접목했다. 손 팀장은 “시선강탈버거는 출시 후 현재까지 매출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며 “투명용기로 패키지에 변화를 줘 내용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그동안 경쟁사들이 PB상품 위주로 히트상품을 쏟아내는 가운데,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다만, 최근에는 서울대 밥스누·신세계푸드와 협업해 출시한 이른바 '서울대빵' 시리즈가 남다른 성과를 보이면서 전략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시리즈 출시 후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88% 올랐다는 손 팀장의 설명이다. 더불어 편의점 특성상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인 점에서 협업 전략의 효과가 더 극대화될 것이라 손 팀장은 자신한다. 손 팀장은 “편의점 상품의 차별성은 현재 소비자들에게 주목 받는 것을 발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점"이라며 “인기 맛집과 게임, 아이돌 등 다양한 협업 상품을 선보여 이슈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마트24는 주먹밥·햄버거·샌드위치·도시락 등 주요 간편식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리뉴얼 작업도 집중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먹거리를 찾는 수요를 노린다는 취지에서다. 맛·양·질·패키지 전반에 걸쳐 상품력을 높이는 것이 골자로, 시선강탈 버거도 이 같은 업그레이드 작업의 결과물이다. 손 팀장은 “과거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가성비 상품들을 많이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가심비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 추세"라며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하고, 품질 좋은 상품들이 출시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유통 인사이드]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오너일가 극적 화해 가능할까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지주사 임시주주총회, 주식반환청구소송 등 굵직한 변수가 남아있지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분쟁 상대방인 부친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및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오너 가족간 극적 화해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빠 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동생 윤 대표는 29일 예정된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진출하려 했다가 최근 이사 후보직을 전격 자진사퇴했다. 이날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는 윤 대표와 부친 윤 회장 등 10명의 윤 대표측 인사를 대거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지난달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진출한데 대한 '맞불 작전'으로, 윤 대표측이 콜마홀딩스 이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상정한 안건이다. 그러나 윤 대표가 이사후보 6명과 함께 자진사퇴함으로써 이날 안건은 윤 회장 등 3명의 이사후보 선임 안건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윤 대표의 이사후보 자진사퇴를 두고 콜마홀딩스 지분구도상 어차피 승산이 없어 '전략적 후퇴'를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고, 다른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이사선임 안건은 그대로 둔 채 윤 대표만 사퇴해 부친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 부친·여동생 '파상 공세'에 '대응 자제' 이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장남 윤 부회장의 대응이다. 반년간 이어온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윤 부회장이 여동생 윤 대표의 경영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을 교체하려는데 윤 대표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부친 윤 회장은 딸 편에 서서 장남 윤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9년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주식을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과 윤 대표 부녀는 2019년 주식 증여 당시 화장품(한국콜마)과 의약품(HK이노엔)은 아들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콜마비앤에이치)은 딸 윤 대표가 각각 맡기로 했던 합의를 윤 부회장이 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주력사인 한국콜마(대표이사 최현규)와 HK이노엔(대표이사 곽달원)에서는 모두 대표직을 맡지 않은 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여준 윤 부회장의 대응도 윤 대표측과 대조적이다. 윤 대표측은 윤 부회장이 요구한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을 비롯해 윤 부회장측 인사인 이승화 이사 후보에 대한 자질 공격, 콜마비앤에이치 주주에게 화장품 선물 제공 등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윤 대표측의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언론대응이나 법적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부회장은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에서 승리하고도 최근 이사회에서 윤상현·윤여원·이승화 3인 각자대표체제를 구축, 윤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시켰다. 비록 윤 부회장 자신도 콜마비앤에이치 각자대표로 합류했고 윤 대표의 역할을 대외 사회공헌활동으로 국한시켜 사실상 여동생을 경영권에서 배제했지만, 자신은 내년 3월까지만 각자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 약속함으로써 이승화 신임 각자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는 한국콜마, HK이노엔과 같이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윤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욕심에 여동생을 내치려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직 완고한 부친…아들 '유화' 태도에 대응 주목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어차피 그룹 내에서 지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대응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행사장에서 윤 부회장은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윤 회장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부친 윤 회장이 아들의 '절제된' 모습에 어떻게 화답할지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23일 열린 주식반환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 법정에서 윤 회장측 대리인은 기존 윤 회장의 입장과 같이 윤 부회장이 주식 증여의 전제 조건인 '승계 계획 실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 회장은 다음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전부(69만2418주)를 딸 윤 대표에게 증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구조(콜마홀딩스 약 44%, 윤여원 대표 약 8%)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여전히 윤 회장이 딸 편에 서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게 된다. 문제는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소송이 장기화될 경우다. 이 소송은 중간에 화해 또는 소 취하가 없다면 1~2년 혹은 그 이상 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송 최종 결과에 따라 경영구도가 재편될 수 있어 콜마그룹은 장기간 경영 불확실성에 놓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지난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오너 가족간 화해로 갈등이 봉합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았지만, 꼬박 1년간 그룹 내 직원들의 내홍과 대외적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업계는 윤 회장이 여전히 딸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창업주로서 가족 화합과 그룹 안정에 중심 인물인 만큼 극적 화해를 위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유통 인사이드] 바다 건너 간 ‘더현대 글로벌’…‘K패션 전도사’ 청사진

올해로 출범 2년차를 맞이한 '더현대 글로벌'이 국경을 넘어 K-패션 전도사로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공략의 시험장 겸 전략적 요충지인 일본에 국내 백화점 최초의 정규 매장을 세우고, 패션쇼·현지 온라인 몰까지 고객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한류 광풍이 부는 중화권 등으로 추가 진출 소식도 알리면서 수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일본 도쿄 소재 유명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 내 더현대 글로벌의 첫 정규 리테일숍을 개장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43차례나 선보여 온 팝업 성과가 호조를 기록하며 정식 매장을 출점한 밑바탕이 됐다. 특히, 정규 매장은 브랜드 교체 주기가 2주에서 한 달 단위로 빠른 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늘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의 패션을 포함한 K-콘텐츠 수출 플랫폼으로, 자금 부담으로 해외 판로 확장이 어려운 유망 K패션 브랜드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존 패션사업부 내 전담 조직을 꾸리며 사업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더현대 글로벌의 차별점은 사업 초기부터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을 밀고 나간 점이다. 현지 고객과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브랜드도 실질적인 판매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반면 경쟁사들은 주로 온라인 기반의 B2B(기업 간 거래) 모델로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을 밀어주거나, 뒤늦게 소비자 대상의 판매까지 눈 돌리는 경우가 많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B2C 중심 모델이지만 B2B도 병행하고 있다. 해외 리테일 바이어 연결과 신규 거래선 확보, 통관과 물류 전 과정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돕고 있다"며 “더현대 글로벌팀 바이어들이 직접 현지에서 판로를 발굴하는 것도 자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간보기를 끝내고 올 하반기부터는 '매장 원툴'이 아닌 현지 소비자들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진행된 도쿄걸즈컬렉션(TGC) 런웨이에 참가해 더바넷·트리밍버드 등 4개 브랜드를 소개한 것이 대표 사례다. 매년 2만명의 관객이 몰리는 TGC는 일본 Z세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행사로 통한다. 여기에 더현대 글로벌은 연내 온·오프라인 연계형인 O2O(Online to Offline) 방식으로의 사업 확대까지 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누구(NUGU)' 내 더현대 글로벌 전문관을 개설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브랜드 소싱과 마케팅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패션은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영향력을 불려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류 붐이 식을 경우 'K'를 뗀 K패션이 자생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었다. 더현대 글로벌도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정규 매장은 단순히 한류에 기대는 수준을 넘어 K브랜드가 현지 소비자 삶에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동용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더현대 글로벌 팀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부터 도쿄와 오사카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는데, 일부 브랜드는 개장 직후 준비 물량이 조기 소진될 만큼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 매장을 열어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K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며 패션에 대한 수요와 구매력이 높은 시장이라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더현대 글로벌이 앞서 첫 해외 진출국으로 일본을 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더현대 글로벌은 이미 향후 몇 개년에 이르는 일본 내 점포 확장 계획도 밝혔다. 내년 상반기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거리 내 660㎡(약 200평) 대규모 단독 매장을 세우고, 이를 포함해 5년 내 5개 리테일숍 문을 연다는 구상이다. 박 팀장은 “현재는 도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오모테산도 등 다른 핵심 상권에서도 (시부야점과) 동일한 운영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별 특성에 맞게 카테고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글로벌이 눈여겨보는 또 다른 지역 대만·홍콩 등 중화권이다. 대만과 홍콩 역시 한류 영향력이 크고, 현지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초기 확장 거점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팀장은 “동남아시아 시장도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중화권은 접근성과 시장 파급력 측면에서 더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며 “먼저 중화권을 집중 공략하고 이후 동남아 등으로 넓히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현지 수도인 타이베이 내 유명 백화점에서 팝업을 전개한다. 국내 백화점이 대만 백화점에서 팝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수요에 맞춰 패션뿐 아니라 뷰티·리빙 브랜드도 함께 선보인다. 향후 타이중·타이난 등 주요 도시로 운영 범위 확대도 검토 중이다. 더현대 글로벌의 중·장기적 목표와 관련해 박 팀장은 “5년 내 아시아 주요 도시 5곳 이상에 플래그십(단독) 매장을 확보해 K브랜드 전초기지로 키울 계획"이라며 “나아가 더현대 글로벌을 K브랜드 해외 진출의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현대백화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 유통 허브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피력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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