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발맞춰 유통업계의 변신 시계는 멈출 줄 모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색다른 도전에 나서는 기업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통 인사이드]가 소개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혁신적인 유통기업이 걸어온 발자취와 미래 계획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소재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 4층에서 문을 연 '더현대 글로벌' 정규 리테일숍 내부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올해로 출범 2년차를 맞이한 '더현대 글로벌'이 국경을 넘어 K-패션 전도사로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공략의 시험장 겸 전략적 요충지인 일본에 국내 백화점 최초의 정규 매장을 세우고, 패션쇼·현지 온라인 몰까지 고객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한류 광풍이 부는 중화권 등으로 추가 진출 소식도 알리면서 수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일본 도쿄 소재 유명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 내 더현대 글로벌의 첫 정규 리테일숍을 개장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43차례나 선보여 온 팝업 성과가 호조를 기록하며 정식 매장을 출점한 밑바탕이 됐다.
특히, 정규 매장은 브랜드 교체 주기가 2주에서 한 달 단위로 빠른 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늘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의 패션을 포함한 K-콘텐츠 수출 플랫폼으로, 자금 부담으로 해외 판로 확장이 어려운 유망 K패션 브랜드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존 패션사업부 내 전담 조직을 꾸리며 사업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더현대 글로벌의 차별점은 사업 초기부터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을 밀고 나간 점이다. 현지 고객과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브랜드도 실질적인 판매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반면 경쟁사들은 주로 온라인 기반의 B2B(기업 간 거래) 모델로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을 밀어주거나, 뒤늦게 소비자 대상의 판매까지 눈 돌리는 경우가 많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B2C 중심 모델이지만 B2B도 병행하고 있다. 해외 리테일 바이어 연결과 신규 거래선 확보, 통관과 물류 전 과정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돕고 있다"며 “더현대 글로벌팀 바이어들이 직접 현지에서 판로를 발굴하는 것도 자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간보기를 끝내고 올 하반기부터는 '매장 원툴'이 아닌 현지 소비자들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진행된 도쿄걸즈컬렉션(TGC) 런웨이에 참가해 더바넷·트리밍버드 등 4개 브랜드를 소개한 것이 대표 사례다. 매년 2만명의 관객이 몰리는 TGC는 일본 Z세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행사로 통한다.
여기에 더현대 글로벌은 연내 온·오프라인 연계형인 O2O(Online to Offline) 방식으로의 사업 확대까지 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누구(NUGU)' 내 더현대 글로벌 전문관을 개설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브랜드 소싱과 마케팅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동용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더현대 글로벌 팀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K-패션, 자생력 있어…K브랜드 해외 진출 대표 플랫폼 될 것"
그동안 K패션은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영향력을 불려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류 붐이 식을 경우 'K'를 뗀 K패션이 자생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었다. 더현대 글로벌도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정규 매장은 단순히 한류에 기대는 수준을 넘어 K브랜드가 현지 소비자 삶에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동용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더현대 글로벌 팀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부터 도쿄와 오사카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는데, 일부 브랜드는 개장 직후 준비 물량이 조기 소진될 만큼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 매장을 열어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K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며 패션에 대한 수요와 구매력이 높은 시장이라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더현대 글로벌이 앞서 첫 해외 진출국으로 일본을 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더현대 글로벌은 이미 향후 몇 개년에 이르는 일본 내 점포 확장 계획도 밝혔다. 내년 상반기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거리 내 660㎡(약 200평) 대규모 단독 매장을 세우고, 이를 포함해 5년 내 5개 리테일숍 문을 연다는 구상이다.
박 팀장은 “현재는 도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오모테산도 등 다른 핵심 상권에서도 (시부야점과) 동일한 운영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별 특성에 맞게 카테고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글로벌이 눈여겨보는 또 다른 지역 대만·홍콩 등 중화권이다. 대만과 홍콩 역시 한류 영향력이 크고, 현지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초기 확장 거점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팀장은 “동남아시아 시장도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중화권은 접근성과 시장 파급력 측면에서 더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며 “먼저 중화권을 집중 공략하고 이후 동남아 등으로 넓히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현지 수도인 타이베이 내 유명 백화점에서 팝업을 전개한다. 국내 백화점이 대만 백화점에서 팝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수요에 맞춰 패션뿐 아니라 뷰티·리빙 브랜드도 함께 선보인다. 향후 타이중·타이난 등 주요 도시로 운영 범위 확대도 검토 중이다.
더현대 글로벌의 중·장기적 목표와 관련해 박 팀장은 “5년 내 아시아 주요 도시 5곳 이상에 플래그십(단독) 매장을 확보해 K브랜드 전초기지로 키울 계획"이라며 “나아가 더현대 글로벌을 K브랜드 해외 진출의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현대백화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 유통 허브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피력했다.

▲오는 12월 25일까지 더현대 글로벌이 팝업을 운영하는 대만 타이베이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야간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