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親화석연료 정책, 미국만 수혜?…“2050년까지 유일하게 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화석연료 정책과 반(反)친환경 기조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는 더욱 멀어지는 선택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어가더라도 기후 재앙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화석연료 수출을 확대하고 친환경 규제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들이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미 국내총생산(GDP)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약 1% 더 높게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 시나리오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속할 경우 전 세계 GDP는 기본 시나리오 대비 0.2%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GDP가 0.4%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반영한 결과다. BE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경제적 효과는 향후 25년간만 제한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며 “2050년 이후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리적 피해가 본격화해 폭염·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가속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동시에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자국 내외로 화석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과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 수출 판로를 확대한 데 이어, 각국에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한 국경과 전통적 에너지원이 있어야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며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는 친환경 기조는 오는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도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번 COP30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처럼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국제해사기구(IMO)는 미국의 강한 반대 속에 해운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탄소배출 가격 책정 제도 도입 결정을 1년 연기하는 결정을 지난달 내렸다. 이는 다자간 환경 규제 노력의 후퇴로 평가된다. BE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녹색 후퇴가 다른 나라들의 유사한 정책 전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세계 각국의 경제적 손실은 더욱 클 전망이다. BE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이 모두 청정에너지 전환을 포기할 경우, 2050년까지 미국과 세계 GDP는 각각 1%가량 위축되고,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5%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GDP는 약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엘레오노라 마브로이디와 마에바 쿠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만 홀로 에너지 전환에서 발을 빼면 미국이 승자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면 미국을 포함해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이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경제적 이론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인의 이익 극대화가 공동체 전체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BE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반론도 제기됐다. 게르노트 바그너 컬럼비아대 기후경제학자는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은 결국 국민 건강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희생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 이노베이션의 로비 오비스 연구원은 “BE의 경제 모델은 현실의 정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특히 청정에너지 확대의 핵심인 세엑공제와 같은 인센티브가 빠졌다. 보다 더 포괄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교수가 블록딜 투자 추천?…증시 활황 속 활개치는 주식 리딩방

“시간외 대량매매(이하 블록딜)는 수익성이 크지만 거래 기회 자체가 아주 제한적입니다. 이번 블록딜을 위해 저희가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계실겁니다.", “블록딜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기관계좌 개설 회원만 참여 가능합니다.", “이번 플랜은 참여 횟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놓치면 다음 분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코스피 강세장이 이어지자 불법 주식 리딩방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등 비공개 채팅방에서 '수조원대 블록딜 참여', '기관계좌 개설', 'AI 매매전략' 등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를 사칭한 '교수'가 등장해 회원을 안심시키고, 이를 믿은 투자자들이 가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며 자금 피해가 발생한다. 교수의 프로필 사진은 생성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인물이지만 현실 인물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 최근 텔레그램 채팅방 'A1ㅇㅇㅇ주식전략'에는 이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방 운영자는 스스로를 '교수'로 칭하며 회원들에게 블록딜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독려했다. 대화창에는 “오늘은 로봇 테마주가 상한가 갔네요", “교수님 믿고 갑니다" 등 회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방의 구조는 철저하게 짜여 있었다. 우선 매니저로 불리는 운영자 A가 방을 개설한 후 회원들을 유인해 B교수에게 넘긴다. 이후 교수 B가 직접 등장해 시장 전망과 블록딜 정보를 흘린다. 운영진은 'OO플랜'이라는 명목으로 분기별 블록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며 회원을 모았다. “이번 분기를 놓치면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관계좌 정원이 한정돼 있다"는 식의 문구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거래 자금을 '보고된 자금으로 매수해달라'며 실시간 지시하고, 과도한 중복매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 계좌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는 구글 폼을 통해 회원정보를 입력하게 하거나, 가입자별 전용 계좌를 개설해준다고 속였다. “15시30분에 교수님이 종목을 공개하신다"는 식의 예고가 나오면, 바람잡이로 추정되는 조직원들이 “오늘은 참여 기회 얻을 것 같다", “저도 승인 기다리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후 교수는 '거래종목: HMM, 매수가 00원'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매수를 지시한다. 이들은 일정 투자금액이 모이기 전까지는 비교적 알려진 종목을 추천해 '수익 경험'을 제공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이후 교수와 매니저는 링크를 통해 '블록딜 참여 전용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 앱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모방했지만 실제로는 피싱앱으로, 이곳에 송금된 돈은 모두 범죄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 문제의 B 교수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AI 인물 생성 프로그램으로 만든 합성 이미지였다. AI 분석 결과 피부결과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균일하고, 귀 모양과 배경의 왜곡이 뚜렷했다. 이미지 추적 결과, 해외 AI 인물 생성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샘플 구조와 일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방은 금융 전문가를 가장해 신뢰를 쌓고, AI 이미지를 활용해 실체를 감춘 신종 디지털 사기 방식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로맨스스캠, 보이스피싱 등 범죄 조직이 대규모로 검거된 후 국내 주식리딩방에서 사기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이어진다"며 “투자 규모에 따라 우선 내사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식리딩방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경찰에 접수된 불법 투자리딩방 피해가 1만5000건에 육박, 피해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이 같은 불법 투자조직과 연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2년간 신고된 불법 리딩방 관련 사건은 총 1만4629건, 누적 피해액은 1조2901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도 매달 약 580건의 사건이 발생하고, 월평균 피해 규모가 500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같은 기간 검거된 사건은 1만2000여건, 검거 인원은 5181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경찰이 지난해 2월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로맨스 스캠(온라인 연애사기)' 피해는 1년 8개월 동안 2830건, 피해액은 1675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SNS나 메신저를 통해 접근 받아, 연애 감정을 이용한 송금 유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허 의원은 “조직 규모와 범행 수법을 볼 때 단순 사기가 아니라 체계적인 조직범죄로 확산된 양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3년 9월부터 금융감독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불법 리딩방에 대한 전국 단위 특별단속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라오스·태국·필리핀 등 해외 거점에서 한국인을 현지로 유인해 감금·가담시키는 대형 범죄조직이 등장하는 등 피해는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사나 처벌이 강해지고 있지만 불법 리딩방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수법이 점차 지능화·조직화되면서 피해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 결국 투자자가 스스로 경계심을 높이는 것만이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블록딜' '자사주 매입' 등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주식 리딩방이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활개치고 있다./CRAISEE(크레이시)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이슈+] COP30 코앞인데…기후위기 대응에서 멀어지는 전 세계

세계 곳곳에서 가뭄, 폭염, 홍수 등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각국은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했지만, 해당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5년 배출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57.6GtCO2e(이산화탄소 환선 기가톤)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는 2010년대 연평균 상승률(0.6%)의 약 4배 수준이며, 2022~2023년(1.6%)과 2000년대(2.2%) 평균보다도 높다. 특히 지난해 배출 급증의 결정적 요인으로 산림 파괴와 토지 이용 변화가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파괴·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배출은 1.1% 늘었다. 이 두 요인이 전체 배출 증가분의 각각 53%와 36%를 차지했다. 또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난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어 2035년까지 감축 목표가 명시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난 9월 30일까지 제출한 국가는 60곳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6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2030년 감축목표도 제시한 국가는 단 13곳에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일본, 러시아, 영국, 미국 등 7개국만이 2035년 감축 목표를 새로 제출했으며, 중국·EU·튀르키예는 해당 목표를 선언했지만 2030년 감축 목표를 강화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제출된 NDC의 내용도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NDC의 약 73%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포함했으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됐다. 보고서는 또 화석연료와 관련해 “NDC의 62%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 축소를, 29%는 석탄 사용 감축을 제시했지만, 석유·가스 생산 감축이나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계획을 담은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UNEP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정책들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8도 상승할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이 약 0.1도의 온도 제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수치는 작년 보고서의 3.1도 전망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이다. 이어 각국이 제출한 NDC의 모든 내용들이 이행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은 2.3~2.5도, 여기에 탄소중립(넷제로) 목표까지 달성되면 1.9도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번 UNEP 보고서는 오는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앞두고 공개됐다. 국제사회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온도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COP30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사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반발 가능성이 커 COP30의 성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한편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경고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최근 발표한 각국의 NDC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약 10%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축량의 6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우드매켄지는 최근 발표한 '2025~2026년 에너지전환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탄소배출량이 2028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2%씩 감소해 지구 평균기온이 2.6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드매켄지는 또 전 세계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2060년까지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글로벌 연간 투자액이 현재보다 30% 늘어난 4조3000억달러에 달해야 하며, 향후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투자 비중도 현재 2.5%에서 3.35%로 확대돼야 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삼바, 3Q 실적 역대 최대치 전망…분할 이후 주가, 어떻게 될까?

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실적이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가는 창립 이래 최고점에 근접했다. 회사는 인적분할을 앞두고 오는 30일부터 한 달간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4위 대형주의 거래정지는 이례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분할 이후 주가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7% 오른 11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3개월 간 100만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10월 중순 110만원 후반대로 올랐다. 회사 창립 이래 최고점인 120만9000원에 근접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4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은 11개 증권사는 모두 영업이익 컨센서스(5052억원)를 뛰어넘는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놨다. 키움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6247억원, 6462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치를 각각 4.8%, 27.9% 웃돌아 영업이익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대부분 증권사는 시장 전망치 대비 10% 이상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각각 22.5%, 21.7% 높은 영업이익 추정치를 내놨다. SK증권(8.2%)과 DB증권(6.3%)은 보수적으로 전망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1871억원, 영업이익 3386억원을 기록했다. 10월 내내 1430원대를 오가는 원·달러 환율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평균 환율은 140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전분기 대비 1% 상승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인 환율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의 리쇼어링 기조와 관세 압박에도 지난달 9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약 1조80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낮춘 점도 긍정적 요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월 유럽 소재 제약사를 상대로 2조원 수주를 체결했다. 올해 3분기까지 5조2435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며 전년도 연간 수준(5조4035억원)에 근접한 성과를 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의약품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제약사와 대규모 수주 계약은 관세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한 긍정적 시그널로 판단한다"며 “상업화된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생산비용보다 품질 및 공급 안정성이 우선시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내 추가적인 수주 계약 가능성도 충분해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5조4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로 인해 오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11월 24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분할로 인해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분할 이후 별개 회사로 나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서로 다른 사업 영역을 맡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CDMO 사업을 유지하고,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과 투자사업을 담당한다. 분할 비율은 약 0.65대 0.35로,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53조원,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약 29조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주주는 분할 비율에 따라 삼성에피스홀딩스 신주를 배정받는다. 증권가에서는 분할 이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업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상승 및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며 “에피스홀딩스의 경우 바이오로직스와 이해 상충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신약 개발 회사로 중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면서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으로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고객사들의 추가 수주 또는 신규 고객사 유치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 중"이라며 “분할 직후 변동성은 크겠으나, 5공장 가동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예고한 6공장 착공과 미국 진출 계획도 앞으로 모멘텀으로 꼽힌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6공장은 올해 안에 건설 시기가 확정될 전망으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내 공장 건설은 인건비 부담에도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투자 부문을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은 다음 달 24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을 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4위인 기업이지만, 인적분할이 주는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채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분할이 이뤄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시가총액만큼 감소한다"며 “시가총액 감소로 지수 추종 펀드의 매도 물량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코스피200 기업의 분할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신설법인은 구성종목 시가총액 160위(5800억원) 이내에 들면 상장일 바로 다음 거래일에 인덱스에 편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28조원이며 이대로라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20위권 안착도 가능하다"면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코스피 200에 편입되면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이 유지되는 격이기에 인덱스 펀드가 물량을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에 관해서는 “인적분할을 실시했던 기업은 변경상장 직후 일시적 조정을 겪는 동시에 공통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들어 강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는데 인적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경상장 이후 단기적인 주가 상승 속도 둔화 우려는 존재한다"면서도 “분할 이후에도 추가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주가 상승 여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1일부터 24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자별 거래실적 합계를 보면, 개인은 288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은 2131억원, 기관 투자자는 943억원을 순매수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금융지주 회장, 참호 구축” 발언에...연말 CEO 인선 ‘뒤숭숭’ [이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앞두고 현행 금융권 지배구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위해 현직 CEO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 원장의 발언이 '관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CEO 선임 절차에 명확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정부의 의중에 따라 CEO의 거취를 흔드는 것은 지배구조 안정성 및 주주가치 제고와 역행한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들로 구성해 일종의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BNK금융지주 회장 선거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절차적으로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여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은행 라인을 통해 지주사별로 공통적으로 연임, 3연임 관련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방침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수시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의 해당 발언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BNK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지배구조와 CEO 선임 절차의 정당성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의 경우 현 회장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돼 이 원장 발언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수년에 걸쳐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춰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차기 CEO를 추천하는 과정에서도 '깐깐한' 자격요건을 적용 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대표이사 회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과 동법 시행령 제7조가 정하는 임원의 소극적 자견요건과 함께 동법 제5조 제2항, 당사 내규에서 정하는 적극적 자격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표이사 회장은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 업무경험, 정직성, 신뢰성, 도덕성, 신한가치 구현능력, 업무전문성, 조직 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와 동시에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금융지주사 CEO들이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셀프추천을 하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위해 현직 CEO를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4대 금융지주는 지배구조가 워낙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며 “사외이사 역시 사외이사로만 구축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CEO가 자기 사람을 선임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이 원장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뚜렷한 흠결이 없음에도, 정부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원장의 발언이 자칫하다 CEO 선임 절차에 당국이 관여하겠다는 메시지로 와전되는 것은 당국 스스로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회장의 참호인지 아닌지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이라며 “반장으로 뽑혔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반장을 좋아하는 건 아닌 것처럼, 회장 재임 기간에 뽑힌 사외이사라도 CEO에 대한 평가는 (이사마다)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배구조, CEO 선임 절차에 명확한 흠결이 없다면 당국도 그 결정을 인정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 ETF 상품만 1000개, 시장 트렌드는 AI·배당…베끼기 관행도 여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인공지능(AI)과 배당 테마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흐름과 산업 전반에 확산하는 AI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여러 회사가 유사한 테마형 ETF를 내놓으면서 '상품 베끼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ETF 시장 규모는 265조원을 넘어섰다. ETF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국내 증시의 성장에 힘입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겼다가 올해 6월 200조원, 이달 1일 최초로 250조원대에 들어섰다. 2023년부터 ETF 상품 관심이 크게 늘면서, 매달 출시되는 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전체 22개 ETF 상품이 출시되어, 월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이날까지 출시된 상품 수는 1033개에 달한다. 최근 ETF 시장은 인공지능과 배당 테마에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출시된 주식형 ETF 상품 53개 중 인공지능 테마는 12개, 배당은 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테마 ETF는 지난달에만 5개 상품이 출시됐다. 최근 배당 테마는 배당이 높은 기업에 더해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감액배당 비과세 등 정책 수혜주를 담는 게 특징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새 정부 정책 수혜 ETF로 'SOL 코리아고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배당 종목뿐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감액배당 비과세,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을 담은 게 특징이다. 22일 기준 SOL 코리아고배당에 편입된 종목에는 우리금융지주(6.98%), 하나금융지주(6.02%), 신한지주(4.77%) 등 금융지주사들이 높은 비중으로 담겨 있다. 현대차(5.85%), 현대엘리베이터(3.84%), KT&G(3.67%) 등도 편입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달 16일에 출시한 'PLUS 자사주매입 고배당주 ETF'도 배당소득에 더해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매입·소각 이슈를 고려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예상 배당수익률과 자사주매입률을 합한 순위에서 상위 30개사를 골랐다. 22일 기준 PLUS 자사주매입 고배당주에 편입된 종목은 고려아연(6.42%), 현대차(5.76%), 신한지주(5.19%), 미스토홀딩스(4.91%) 등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인공지능(AI) 테마 상품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소버린 AI'에 투자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소버린 AI는 외부의 AI 인프라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주도의 운영 통제가 가능한 AI 인프라 체계를 의미한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확보, 데이터 센터 건설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사업을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 직속으로 AI 정책수석을 신설하고 네이버클라우드·SK텔레콤 등 민간 기업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파트너로 지정했다.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산업에 30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1일 'KODEX 코리아소버린AI'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처럼 AI 기초 모델을 개발하는 정부 사업의 참여 상장사를 포함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에너지까지 AI 산업군에 두루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AI 핵심기업인 네이버, AI 인프라기업인 LG CNS, 반도체 분야의 SK하이닉스, 에너지 분야의 두산에너빌리티 등 AI 산업 분야별 핵심기업 28종목을 편입했다. 정재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AI산업의 가장 큰 성장 장벽이 GPU 등 기술도입과 전문인력문제다. 이 두 곳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기 때문에 지원을 받는 소버린AI 참여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코리아소버린AI 지수는 올해 코스피보다 11% 앞선 성과를 보인다. 정부 의지, 기업의 차별화 시도, 그리고 그 변화를 함께 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ETF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신한자산운용이 국내 AI 소프트웨어 기업을 담은 'SOL 한국AI소프트웨어 ETF'를 처음 선보였고, 이후 하나자산운용이 정부의 국산 AI 생태계 육성 기조를 반영한 '1Q K소버린AI ETF'를 출시했다. SOL 한국AI소프트웨어 ETF는 국내 AI 소프트웨어 기업에만 투자하는 최초의 테마형 ETF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고 삼성SDS, 카카오페이, LG씨엔에스, 더존비즈온 등에 투자한다. 1Q K소버린AI ETF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자체 AI기술 역량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 AI소프트웨어, AI플랫폼, AI검색엔진, 클라우드, 모바일 서비스, 데이터 분석 등 소버린AI와 연관성이 큰 핵심 기업 15종목에 투자한다. 국내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품 베끼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 베끼기'는 특정 테마나 섹터가 흥행하면 경쟁 운용사들이 구성종목을 비슷하게 만든 ETF 상품을 무분별하게 상장하는 업계 관행을 말한다. 2021년 6월 신한자산운용이 국내에 첫 월배당형 상품 'SOL 미국 S&P500'을 출시한 뒤 다른 자산운용사는 비슷한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월배당 ETF는 154개에 달한다.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품들이 성공을 거둔 다음 상위사들이 바로 카피하는 견제가 강했다"며 “카피 문제는 업계 전체적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TF 업계에서 모방이 잇따르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2월 ETF·ETN 신상품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를 마련했다. ETP 신상품 보호제도는 출시 후 6개월간 모방 상품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개편 이후 제도의 보호를 받은 증권사·자산운용사는 한 곳도 없다. 업계에서는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베끼기 관행은)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상도덕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다른 운용사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지,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금방 똑같은 걸 내서 눌러버리는 형태가 맞냐는 건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생산적 금융’ 쩐의 전쟁…장고하는 신한지주 [이슈+]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1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계획안을 수립하면서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생산적 금융 발표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대출 등의 영업에서 탈피해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지역경제, 재생에너지 등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영역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금융지주사가 내놓은 생산적 금융 청사진은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아직 계획안을 내놓지 않은 신한지주, KB금융지주의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적 금융 규모가 곧 정부 정책에 대한 금융지주사의 동참 의지, 진정성을 보여주는 척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생산적 금융 경쟁은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장사' 발언이 시발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4일 '디지털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는 금융은 상당 부분 인허가를 통해 국가의 발권력을 대신 행사하고, 국가로부터 보호도 받으며 영업하기 때문에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에 대한 근본적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8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에 쏠려있던 안전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서 탈피해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등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영역으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꾸고, 실물경제와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지주사가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생산적 금융확대, 경제 재도약에 매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중장기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천명하면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등 총 8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84조원을, 포용금융에 16조원을 투입해 금융의 본질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신한지주, KB금융지주는 아직 생산적 금융 계획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보다 이익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적 금융의 규모나 내용 면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모두 정부의 큰 방향성에는 동감하지만, 자칫하다 알맹이 없이 생산적 금융 숫자만 키워서 내놓을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국가전략산업 육성,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안정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데,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계열사, 부서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진옥동 회장의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다면, 자칫 특정 후보군, 즉 진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 역시 물밑에서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동참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신한은행은 정부가 추진하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애자일' 조직을 신설하고, 첨단 소재부품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생산적 금융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고, 하나금융지주가 1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발표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했다"며 “이제 바톤은 신한금융, KB금융에 넘어갔는데, 이들 역시 시장 내에서 점유하고 있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겠나"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 금·은 동반 랠리에 달러까지…‘3종 안전자산’에 피난 자금 몰린다

안전자산의 대표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은도 이를 뒤따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귀금속 랠리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증가가 맞물린 구조적 상승세라고 진단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3일 기준) △'ACE KRX 금현물' ETF는 26.86% △'TIGER KRX 금현물'은 26.77% 상승했다. 1년 누적 기준으로는 각각 80.60%, 40.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도 각각 1개월 9% 안팎, 1년 기준 45% 내외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 금 시세는 트로이온스당 4128.95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 랠리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하락 요인이 뚜렷하지 않고, 각국 중앙은행이 실물 금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만큼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시장의 관심은 금을 넘어 은으로 옮겨가고 있다. △'KODEX 은선물(H)' ETF는 1개월 12.84%, 1년 45.31% 상승했고, △'TIGER 금은선물(H)'은 같은 기간 각각 9.83%, 42.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대표 은 ETF인 △'iShares Silver Trust(SLV)'는 1개월 23.27%, 1년 65.59% 급등했다. 은 현물 가격도 4.7% 급등한 온스당 52.5070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은값 급등이 단순한 피난처 수요가 아니라 실물경제와 투자 수요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인베스코의 폴 심스 상품전략 책임자는 “금은 산업적 활용이 제한적이지만, 은은 실물경제와 투자 양면의 가치를 모두 지닌 자산"이라며 “금·은 비율이 100배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이 금보다 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의 급등세와 함께 달러 가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KODEX 달러선물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간 6.35%, 1년 16.64% 상승했고 △'TIGER 달러선물레버리지'는 각각 6.02%, 16.93%의 수익률을 냈다. 달러 강세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미국의 견조한 경기 흐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 미중 갈등 재점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미국의 고용·소비지표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쉽게 완화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달러 매수세를 키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과 은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 가치의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각국의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실물 자산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건 달러지표 상승 때문으로, 달러 외 다른 통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결과"라며 “결국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나 신뢰할 수 없는 통화를 피하고 달러와 금, 은으로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탈원전 분위기 속 ‘원전주 랠리’…AI 시대, 다시 빛나는 원전

국내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탈원전'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원전 관련주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체코 원전 계약 논란 등 원전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도, 글로벌 시장에선 원전이 AI·데이터센터 시대의 '기저 전력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거래량과 자금도 최근 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못지 않다.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20%를 웃돌며,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한전기술·한전KPS·오르비텍 등 주요 원전 관련주 역시 강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탈원전 정책 피로감'보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수요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정책 논란보다 전력 수요 현실이 주가를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기차 밸류체인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전 회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은 AI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원전 신·증설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일본 역시 2030년대 중반까지 노후 원전 재가동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원전을 'AI 시대의 베이스로드 전원'으로 지목한다. 탄소배출이 없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야말로 RE100·탄소중립 목표와 산업 경쟁력 모두를 충족할 유일한 현실적 해법이라는 이유다. 반면 한국 내부에선 정책적 신호가 엇갈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원전 계약을 둘러싼 '불공정 합의' 논란에 대해 “정상적인 계약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일부에선 “전임 정부의 무리한 수주"라며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 정책의 축소 혹은 재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이 다시 불확실성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 과정에서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같은 국내 정책적 탈원전 기류와는 별개로, AI 시대의 산업 생태계는 원전을 다시 '산업의 심장'으로 부르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정치나 정책보다 실질 전력을 택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원전 관련주 랠리 역시 단기 테마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 사우디, 체코 등 복수의 SMR·해외 원전 프로젝트 협력선을 확보하며 '글로벌 원전 파운드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원전주 강세의 핵심을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산업 전력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기저부하 전원 확대는 불가피한 추세"라며 “단기 정책 변화보다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 원전 기업의 기술력과 수주 모멘텀이 투자 심리를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트럼프가 예고한 미중 무역전쟁 2R…이번에도 TACO에 그칠까

미국과 중국이 초고율 관세 부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시작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정면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으로 흔들렸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공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지역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와 관련해 “어떻게 될지 보자"며 “11월 1일은 멀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임박한 시점일 수 있지만, 내게는 먼 미래처럼 보인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달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대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 협상을 통해 서로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조치로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심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J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향배에 대해 “많은 부분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내가 보장하건데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합리적으로 나온다면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우리와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싶은지, 아니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앞으로 몇 주간 파악할 것"이라며 “난 중국이 이상적인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미중 양국이 타협접을 찾아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국과 정면 충돌할 경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말 시즌을 앞두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중국 또한 미국의 100% 추가 관세와 수출통제 강화 등으로 자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노트를 통해 “미중 양국이 새로우면서도 제한된 양보를 주고받으면서 관세 유예 조치가 11월 10일 이후로 연장되는 것이 최종 결론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움직임을 봤을 때 과거보다 더 다양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양측이 공격적인 행위에서 물러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글로벌 증시 낙폭이 과도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2.71%, 3.56% 급락, 지난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반에크의 아나 우 다자산 전략가는 “4월 (증시 폭락)의 재현이라기보다는 미중 관세 휴전 시한인 11월을 앞두고 사전 협상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지난 10일이 과매도였음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을 펼치다 막판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타코'(TACO)가 다시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장이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당여한 것이지만 이런 조치들이 아직 시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100% 추가 관세 등이) 11월 1일로 예정된 만큼 이번 주에는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13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전장보다 0.95% 상승, S&P 500 선물은 1.38% 상승, 나스닥 100 선물은 1.87% 상승 등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이 모두 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4.24% 폭락해 배럴당 58.90달러를 기록했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현재 1.78%(59.95달러) 오르면서 60달러선 재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악화로 대규모 투매가 나왔던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30% 급등한 11만5327달러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10만4582달러까지 급락하면서 10만달러선이 붕괴될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1.58% 급등한 4173달러를 기록, 400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고 바이낸스(+15.65%), 리플(+8.57%), 솔라나(+11.68%), 도지코인(+13.03%), 트론(+3.67%), 카르다노(+12.84%) 등 주요 알트코인들의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이날 하락 출발했으나,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대 1.11% 내린 3570.46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8% 내린 3550.08로 개장한 직후 3522.54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내림폭을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각각 -3.28%, -5.26% 하락했지만 현재는 하락폭이 -2.33%, -3.50%로 소폭 줄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장 대비 2% 가량 하락한 2만6762.60에 개장했지만 현재 2만6885.22로 반등했다. 중국 상해지수, 홍콩 항셍지수 역시 전장보다 2% 넘게 하락 출발했지만 현재는 하락률이 각각 0.86%, 1.90%로 좁혀졌다. 일본 증시는 이날 휴장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우리는 이번 사태가 겉보기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며, 트럼프와 시진핑이 향후 몇 주 내로 만나 일부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11월 1일 관세 위협이라는 불확실성도 결국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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