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무조건 급발진?···도 넘은 ‘급발진 관심 끌기’ 여론도 ‘싸늘’

“운전자들이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깁니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됩니다." 최근 발생한 시청역 사고와 택시 기사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공개 등으로 '자동차 급발진' 원인에 대한 여론이 급변하고 있다. 차량 결함보다 운전자의 실수 때문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밝혀지면서다. 자동차 결함을 주장하며 급발진 문제를 지속 제기해 온 전문가들에게 대한 비난 여론까지 조성되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이 많아지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급발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나 공인들이 각종 방송·유튜브 등에서 “급발진이 맞다"고 무책임하게 발언해왔다는 점이다. 이번 시청역 사고는 여론이 달라지게 된 분수령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시청역 사고 관련 차량 결함 가능성(급발진)이 70%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사고 차량이 긴급제동장치에 문제가 있어 리콜을 받은 차량이라는 점, 전자식 브레이크가 탑재된 차량이라는 점, 전자제어장치(ECU)에 문제가 있으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해당 차량에 긴급제동창지 관련 리콜이 없었으며, 전자식이 아닌 유압식 브레이크가 탑재됐고, ECU와 상관없이 브레이크램프는 작동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대로 된 팩트체크 없이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급발진에 대해 다룬 한 유튜브 콘텐츠에는 “풀악셀 밟고 급발진 주장하는 사람들 변호해주다보니 결국 급발진을 믿는 사람들이 실수로 악셀을 밟고 이게 급발진이구나 인식하고 계속해서 악셀을 밟으면서 브레이크라 믿는다"는 댓글이 달렸다. 급발진 주장으로 유명세를 탄 한 인플루언서도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급발진 주장 영상을 모아 '급발진은 절대 없다?' 등 콘텐츠를 올렸지만 비판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런 식으로 급발진을 선동하니까 사람들이 페달 오인 시 내가 페달 오인했구나하고 브레이크로 발이 가야하는데 나에게도 급발진이 왔다고 믿어버린다"고 일침했다. 최근 공개된 급발진 주장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급발진은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고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사고 직전까지 7차례 밟는 모습을 비춰줬다.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해당 장치를 탑재한 차가 93%에 이르자 급가속 등 사고율 역시 10년 전 대비 50% 가까이 축소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차량 결함 보다 운전자의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차원에서 '급발진' 대신 '급가속'이라는 용어를 통상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자 본인이 페달을 잘못 밟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발생하지 않아도 될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CJ대한통운 2Q 영업익, 컨센서스 하회 전망…C-커머스 영향?

국내 최대 육상 물류 기업 CJ대한통운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중국발 전자상거래 택배 단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사업 부문도 실적이 부진해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연결 기준 CJ대한통운의 매출은 3조500억원, 영업이익은 1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7.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5% 밑도는 수치다.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택배 사업 부문의 매출은 9537억원, 영업이익은 65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5%, 6.4%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발 전자상거래(C-커머스) 물량은 1분기보다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덕에 영업이익률이 0.2%p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택배 평균 판매 단가(ASP)는 2% 넘게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 소형화 바람에 전체 물량 중 소형 택배의 비중이 80%대를 넘어가며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2022년 9월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물류 기업 차이냐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배송 물량 80% 가량을 담당해왔다. 지난 4월에는 기존 배송 계약이 종료됐고 5월에는 경쟁 입찰을 통한 주계약을 체결해 내년 4월까지 또 다시 국내 배송을 맡게 됐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CJ대한통운과 수의 계약을 한 바 있지만 올해부터 내부 규정에 의거해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택배 단가 협상으로 물류비를 절약하는 등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이와 같이 선회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재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기준 CJ대한통운 택배 사업 부문의 ASP는 박스당 2341원으로, 분기 기준 4년 만에 감소했다"며 “소위 'C-커머스'로 통칭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제품군의 다양성과 초저가성을 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발 물량 증가에 정비례해 영업이익 증대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글로벌 사업 부문의 일부 해외 자회사들의 부실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 부문의 종속 회사는 총 102개이고 이 중 타 법인 출자 현황 상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출자한 해외 자회사는 14개다. 이 중 절반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회사들과 당기 순손실 규모는 △CJ 코리아 익스프레스 톈진 유한회사 5억5719만원 △CJ 로지스틱스 아시아 단독 유한회사 362억4197만원 △CJ 로지스틱스 홀딩스 아메리카 코퍼레이션 113억4942만원 △CJ 로지스틱스 홍콩 홀딩스 유한회사 3억2063만원 △코리아 익스프레스 홍콩 유한 책임회사 14억425만원 △CJ로지스틱스 유럽 유한회사 10억902만원 △CJ 로지스틱스 솔 프로프라이어터십 5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CJ 로지스틱스 솔 프로프라이어터십은 지난해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자회사 CJ ICM에 매각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글로벌 부문 매출은 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11억원 가량 될 것이고 각각 7.1% 상승, 29.4% 하락했을 것으로 본다"며 “자회사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 간 글로벌 사업 부문이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왔다"며 “특히 2022년 969억원을 기록해 정점을 찍었고 지난헤에도 두 번째로 높은 774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 지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물류 분야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해외 출자 법인들 중 지주 회사인 홀딩스는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적자로 보일 뿐, 현지에서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는 흑자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차 ‘노사 상생’ 역대 최대 실적 향해 달린다

현대자동차가 역대 최대 실적을 향해 쌩쌩 달리고 있다.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며 노사간 상생을 도모한 게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임금을 최대수준으로 올리는 대신 '정년 연장' 등 쟁점에서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방향으로 올해 교섭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최근 전체 조합원(4만3285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투표자 3만6588명(투표율 84.53%) 중 2만1563명(58.93%)이 찬성해 가결됐다. 올해 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 △주식 25주 지급 등이다. 기술직 총 800명 추가 채용(내년부터 2026년까지 총 1100명 채용), 특별사회공헌기금 15억원 조성, 퇴직 후 계약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계약직)를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장 등에도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무파업 타결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노사는 오는 15일 올해 임협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사회문제 해소와 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담은 6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끊임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업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등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올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4조원 초·중반대를 예상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5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출의 경우 지난 1분기에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환율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 달러-원 평균 환율은 1370원선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1314원 수준이었다. 또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 위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어 매출·영업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글로벌 수요 자체가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현대차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핵심 미래 사업인 전기차의 경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고 주요 선진 시장도 고금리 등 수요 위축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제품 경쟁력 자체가 올라간 것이 호실적을 내는 바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스크도 남았다.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어 친환경차 정책 등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 전쟁이 지속되며 사실상 러시아 시장을 잃었고 중국 시장 내 존재감이 계속해서 작아지고 있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28일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와 하반기 진행되는 인도 시장 기업공개(IPO) 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통 3사, 로밍 상품에 혜택 더한다…“해외 여행객 잡아라”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자사 로밍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객 수가 늘며 로밍 요금 시장의 지속 성장이 예견되자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1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5월 내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1180만423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매달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올해 출국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로밍 요금 시장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로밍 요금 시장 규모는 6%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2030년 1134억1000만달러(약 1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3사의 시선이 로밍 상품에 모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3사 모두 관련 상품에 차별화된 혜택을 더하며 로밍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T는 자사 로밍 상품 '바로 요금제' 이용자에게 제공하던 신세계 면세점 온·오프라인 13% 할인 혜택을 7~8월 두달 간 최대 20%까지 확대한다. 오는 9월20일까지 최근 60개월간 로밍 요금제를 이용한 이력이 없는 고객이 바로 요금제에 가입하면 로밍 요금의 50%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KT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의 협업을 통한 고객 이목 끌기에 나섰다. 8월18일까지 대표 로밍 상품 '로밍 데이터 함께ON'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티빙 베이직 3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공식 온라인 채널 KT닷컴을 통해 '로밍 데이터 함께ON'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로밍 데이터를 최대 3GB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LG유플러스는 자체 상품 '로밍패스'의 제휴 혜택 강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가입자에게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휴 3종과 여행지에서 이용 가능한 제휴 2종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공항 제휴 혜택은 △K공항리무진과 공항라운지 각각 12%·40% 할인 △KB국민은행 인천공항 환전(US달러·엔·유로) 수수료 50% 우대 △신라면세점 최대 15만5000원 할인이다. 여행지 제휴 혜택은 짐 보관 및 배송 서비스 '굿럭' 50% 할인과 글로벌 여행 이커머스 플랫폼 '케이케이데이' 최대 10% 할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밍 상품에 차별적인 혜택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고객 유치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커질수록 기업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도 나타난다"며 “(로밍 상품 등) 여러 서비스에 혜택을 추가하며 고객들에게 적극 다가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안 쌓여 있는데”…‘개점휴업’ 방통위 정상화 언제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정책 추진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상황 속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일 김홍일 위원장 사퇴 이후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 설치법상 안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다. 방통위에는 현재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AI 이용자 보호법) △구글 인앱결제법 △플랫폼법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제정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AI 이용자 보호법의 경우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부작용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적 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고, 피해 구제 신고 전담 창구도 설치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법안을 발의한다는 목표지만 미국·중국 등 해외에선 이미 관련 법안이 시행되고 있어 제정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 계획도 오리무중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 등 부당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원·205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정조치안을 발표했다. 방통위 심의·의결을 거쳐야 최종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심의하기 위한 전체회의 소집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가 폐지를 추진 중인 단통법 역시 방통위 소관이다. 이는 2014년 제정됐지만, 입법 취지와는 달리 통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단통법 폐지를 명시했다.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논의가 늦춰지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지상파와 인터넷TV(IP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안갯속에 빠졌다. 유료방송업계 숙원인 콘텐츠사용료 대가산정 제도 개선, 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사실조사 대응, OTT 요금 인상 관련 조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1년 2개월 사이 직무대행을 포함해 총 7명의 수장을 맞았다. 앞서 이동관 전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 임기는 각각 3개월, 6개월에 불과했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된 가운데 이달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나 야권이 '핀셋 인청'을 예고함에 따라 여야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선임되더라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업계 주요 현안이 묻힐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 12일 한국방송공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 공모를 마감했음에도 1인 체제에선 관련 안건을 의결할 수 없어 차기 위원장 취임 직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도 지난 8일 인청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서 방통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를 꼽았다. 이를 지켜보는 방송통신업계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체 환경 및 시장 변화가 빠른 업계 특성상 그에 맞는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수년 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5인 상임위원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세계에선 기술 패권 선점을 위한 규제 정비 및 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는 현재 AI 법안도, 해외 기업 규제 법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지상파 시청률은 줄고 있다"며 “업계 활성화 및 발전을 위한 정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HBM까지 겨냥한 삼성전자 노조, 파업 언제까지?…“생산차질 발생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겨냥해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삼노는 파업 동참을 독려하는 집회를 이어가면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12일 오전 HBM 생산 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를 찾아 집회를 개최했다. 전날엔 기흥캠퍼스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건물 앞에서 조합원 350여명이 모여 총파업 차여 독려를 위한 집회를 진행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1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인치는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여기서 (인력이) 빠지면 라인을 세울 수 있다"며 “8인치 라인을 먼저 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사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라며 HBM 장비를 멈추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현재 3만3000여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5% 수준이며,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부문 소속이다. 이들이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건 성과금 제도 개선,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무임금 파업에 따른 경제 손실 보상 등이다. 전삼노는 8~10일 사흘간 1차 총파업을 선언하고 '생산 차질'을 목표로 쟁의에 돌입한 바 있다. 이어 10일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집회 참가자 수는 줄고 있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수천명(노조 추산 4000∼5000명, 경찰 추산 3000명)이던 참가자 수가 전날 8인치 라인 건물 앞 집회에서는 350여명으로, 이날 집회에서는 200여명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전삼노측은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파업 참가사 수가 줄어들자 그동안의 성과를 부각시켜 파업 동참을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삼노는 오는 15일 기흥캠퍼스, 16일 화성캠퍼스에 이어 온양캠퍼스 등에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전날 블룸버그TV에 “사측은 생산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가동이 중단되는 장비들이 많은데 이를 감당할 인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이에 유휴 장비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이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할 땐 점검 등의 작업도 해야한다"며 “지금은 밀린 일들이 많기 때문에 분명히 품질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생산차질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삼성측은 지금까지 차질이 없다고 말한다.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묻는 진행자에 따른 것이다. 사측도 현재까지 생산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 대다수가 자동화로 이뤄지고,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5% 하락한 8만4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재용 회장 인도서 포착…‘재벌집 막내’ 결혼식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찾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뭄바이에 도착했으며, 이날 뭄바이 지오 월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난트 암바니와 제약업 재벌가문 출신 라디카 메르찬트의 결혼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릴라이언스 그룹과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공급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이 회장은 2018년 암바니 회장의 장녀 이샤 암바니와 2019년 장남 아카시 암바니 결혼식에도 각각 참석했다. 암바니 회장 세 남매의 결혼식을 모두 챙기게 된 셈이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은 누나와 형의 결혼식처럼 '세기의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3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사흘간 펼쳐진 축하연에서는 팝스타 리애나가 축가를 불렀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 하객 1200명이 초청됐다. 5월에도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는 초호화 크루즈에 하객 800명이 초대된 가운데 사흘간 축하연이 이어졌다. 지난 5일 뭄바이에서 열린 또 다른 축하연에서는 세계적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축가를 불렀다. 이 회장은 결혼식 이후 인도에서 사업장 방문 및 네트워크 파트너사 회동 등 현장 경영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등을 공급하며 네트워크 사업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2년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자회사인 지오에 4G LTE 네트워크 장비를 단독 공급했으며, 2014년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 나선 뒤 2년 만에 인도 최초의 4G LTE 전국망을 완성했다. 또 지난 2021∼2022년 인도 1·2위 사업자인 지오와 바르티에어텔에 1조원 규모의 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구 14억명인 인도는 무선통신 가입자 수가 11억명에 달하며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이동통신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삼성전자는 30년간 꾸준한 투자와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인도 내 가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무케시 회장은 석유, 가스, 석유화학 등 부문에 주력하며 엄청난 재산을 모았고, 2016년에는 통신 시장에도 진출, 인도 시장을 평정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무케시 회장의 재산 규모는 이날 현재 1200억달러(약 166조원)로 세계 12위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대차 노조, 임협 찬반투표 시작…‘6년 연속 무파업 타결’ 눈앞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울산공장, 전주공장, 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국 사업장에서 전체 조합원(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오전 중 마무리된다. 전국 투표함이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에 모여야 개표하기 때문에 투표 결과는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결되면 현대차 노사는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하게 된다. 6년 연속 무파업은 현대차 노사 역사상 최초다. 올해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 주식 25주 지급 등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이와 별도로 기술직 총 800명 추가 채용(내년부터 2026년까지 총 1100명 채용), 특별사회공헌기금 15억원 조성, 퇴직 후 계약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계약직)를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장 등에 합의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아시아나항공 사측 “A350 도입 일정 조정, 경영진 배임과는 무관”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A350 여객기를 경영진이 대한항공에 넘긴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이에 사측은 일정을 미뤘을 뿐, 배임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11일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A350 여객기 도입 일정 조정이 내부의 기재 운영 계획과 제작사 에어버스와의 협의 조건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도입 대수 변경 없이 일정만 조정된 것이고, 경영진 배임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A350 여객기 도입은 대한항공과 에어버스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므로 당사가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올해 3월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 33대에 이르는 A350 시리즈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올해 말 도입하기로 예정돼있다. 이에 최도성 APU 위원장은 이날 기자 회견을 열고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사장)는 올해 들여와야 할 A350 두 대를 인수·합병(M&A)도 되기 전 대한항공으로 이관해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포기하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배임 행위를 했다"고 규탄했다. 최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주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경영진도 관여했음이 명백하다"며 “이는 M&A 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조사를 의뢰하고 검찰에 원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혹시 가능하다면 산업은행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배임 교사 혐의로 고발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독자 생존 못해…M&A 완료 전 피인수 기업 노조 접촉, 법적 우려”

복수의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을 강력히 반대하며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불가능성을 지적하며 에어인천으로 이직하게 될 직원들의 처우 유지에 힘쓰고 있다. 11일 대한항공은 △차입금 증가 △이자 비용 상승 △2000% 초과 부채 비율 등 재무 구조의 지속 악화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을 사실상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미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고, 제3자로의 매각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항공 시장은 완전 경쟁 체제가 구축돼 있어 일방적 운임 인상과 독점을 할 수 없고, 각국 경쟁 당국의 관리 아래 시장 경쟁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 조치에 따른 슬롯 이관의 대부분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국부 유출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일반 노조는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 위원장은 “통합 없이는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던 2020년 선언과 달리 우리 회사의 재무 상태는 급속히 호전되고 있고, 직원들이 합심해 부채 비율도 상당히 줄여 왔다"며 “부실의 근본 원인인 그룹 오너 리스크도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노조(APU) 위원장은 “인수·합병(M&A)와 관련, 직원들의 고용과 근로 조건 등을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을 통해 대한항공 노사 협력팀에 3회에 걸쳐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대한항공 사측은 APU로부터 어떠한 문서도 접수한 적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 결합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노조와의 접촉에는 법적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여러 차례 공언했던 것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전적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근로 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