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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日 이어 獨에도 생산 기지… 삼성전자, 평택·텍사스 증설 박차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유럽 생산 기지 건설에 착수해 현지에서 연간 수십만개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캐파를 갖추게 됐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한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독일 동부 공업 지대 드레스덴에서 첫 유럽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TSMC는 이곳에서 자동차·산업용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초도 물량 생산은 2027년 말경 시작하고 2029년 전면 가동 시 실리콘 웨이퍼를 현지에서 연간 48만개를 제조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TSMC 측의 설명이다. 인공 지능(AI) 기술에 활용될 고부가가가치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자체적인 반도체법을 제정했고 작년 9월부터 발효됐다. TSMC는 독일 정부가 EU로부터 50억유로(한화 약 7조4239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안을 승인받음에 따라 설비 투자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게 됐다. 또 비슷한 규모의 액수를 EU 당국으로부터 받기로 해 총 14조8479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타게 됐다. 앞서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클린룸을 갖춘 팹(FAB) 동·오피스동·가스 저장 시설을 갖춘 제1공장을 완공해 올해 올해 4분기부터 12·16·22·28㎚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 연내 제2공장도 인근에 지어 2027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말 경영위원회를 개최해 경기도 평택시 소재 반도체 공장 P5에 공사 재개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협력사들에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과 관련, 공급 과잉 우려를 의식한 삼성전자가 숨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단순 일정 조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당시 삼성전자 공식 입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P5에서 낸드·D램 어느 생산 라인이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전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사 진행 현황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3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텍사스 지역 매체들은 파운드리 가동 시점이 2년 가량 늦춰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 고객 수주 상황에 맞게 계획대로 차질 없이 2026년 생산 일정을 맞출 수 있다"고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연구·개발(R&D)·첨단 패키지 라인을 투자 범위에 넣어두고 있고, 노드·응용별 전략을 구체화 함과 동시에 기술 개발·제조·비즈니스 역량에 대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첨단 노드의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적기 개발을 추진함과 동시에 고객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숙 노드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스페셜티 공정에 대한 꾸준한 투자·개발로 수익성 개선과 노드 장기 활용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개발부터 양산까지의 사업화를 고려한 최적 라인 운영·공급 능력 확대도 지속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파운드리 사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부진 장기화 극복을 위해 선단 공정에서의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장기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성숙 공정에서는 고객 중심의 디자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고수익 응용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 U+ 콘텐츠 잇단 흥행에 ‘유플러스 3.0’ 전략 속도 낸다

LG유플러스가 자사가 선보인 콘텐츠들의 잇단 흥행에 미소 짓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장기 성장전략 '유플러스 3.0(U+3.0)'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통합 스포츠 플랫폼인 '스포키'가 올해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선보인 시뮬레이션 콘텐츠 서비스인 '내맘대로 프로야구(이하 내프야)'를 즐기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내프야를 이용한 월간 이용자는 프로야구 개막 초인 지난 4월과 비교해 156% 증가했다. 내프야는 이용자가 직접 올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 등록된 선수 중 본인이 원하는 선수를 선정한 뒤 포수, 구원투수, 좌익수, 우익수 등에 배치해 가상의 팀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내프야가 인기를 끌며 스포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플랫폼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당구 등 스포츠 종목별 국내외 다양한 리그의 최신 뉴스, 인기 유튜브와 방송 영상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프야 이용자 증가에 힘입어 올 상반기 스포키 전체 이용 고객은160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5% 늘었다"며 “매월 평균 약 208만명이 프로야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제작에 참여한 드라마 콘텐츠의 흥행도 눈에 띈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전문 스튜디오 '스튜디오 X+U'가 선보인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이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즈니플러스와 U+모바일tv를 통해 공개된 이 드라마는 대국민 살인청부라는 파격 소재와 조진웅, 김무열, 염정아, 이광수 등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며 공개 전부터 기대작으로 주목 받았다. 노 웨이 아웃은 8월 3~4주차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 같은 콘텐츠들의 연이은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LG유플러스는 목표로 한 U+3.0 추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22년 9월 U+3.0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 등을 집중 육성하는 게 주된 골자다. 해당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오는 2027년까지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의 40%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스포키는 U+3.0 시대를 열 핵심 플랫폼으로 꼽힌다. 올해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권 독점 계약으로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화면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야구 콘텐츠로 성장한 만큼 LG유플러스는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통해 플랫폼을 키울 계획이다. 이용자가 늘고 플랫폼이 커지면 광고 등을 통한 수익화 모델이 될 수 있단 기대도 크다. 올해 KBO 리그가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키에 대한 향후 전망도 밝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O 리그가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두고 있는 등 야구를 즐기는 팬이 크게 늘었다"며 “이에 따라 야구 관련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들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를 내며 지식재산권(IP) 발굴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스튜디오 X+U는 현재 노 웨이 아웃의 캐릭터 스핀오프 IP 기획개발에 나섰으며, 이를 바탕으로 웹소설과 웹툰 제작도 순차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라이즈'의 여행기를 담은 예능도 공개한다. 오는 2026년 공개를 목표로 로봇 드라마 제작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많은 원천 IP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금 없이 700억 기업 인수… LS그룹의 ‘매직’

현금이 부족한 LS마린솔루션이 700억원이 넘는 LS빌드윈을 완전자회사로 품는다. 이를 두고 연초 부터 진행된 LS그룹의 정교한 M&A 실력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현금이 아니라 LS마린솔루션의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LS마린솔루션의 최근 주가 상승 배경이 LS전선의 주식매수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LS마린솔루션, 신주 발행으로 LS빌드윈 인수 LS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LS마린솔루션은 LS빌드윈의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모두 LS전선의 자회사였지만 이번거래로 LS빌드윈은 LS전선의 손자회사가 된다. LS마린솔루션은 지분거래를 현금이 아니라 신주 발행을 통한 현물출자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상장사인 LS마린솔루션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올라있는 상태라는 점이 이번 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연초 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7월들어 2만4000원선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탔다. ◇실적 악화 불구 주가 상승…LS전선 매수 영향? 문제는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LS마린솔루션은 2020년부터 3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올해 실적이 주춤하는 상황이다. 실적과 반대로 주가가 오른 것은 최대주주인 LS전선의 활발한 매수 덕분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초 LS전선의 LS마린솔루션 지분율은 45.70%였으나, 8월 초에는 59.93%까지 증가했다. 올해에만 LS전선은 29차례에 걸쳐 LS마린솔루션의 장내매수 공시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14차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S전선의 집중적인 장내매수 덕분에 LS마린솔루션의 주가가 높게 유지되던 상황이라고 분석 중이다. ◇현물출자로 유동성 부담 해소…증자 규모 708억 LS마린솔루션은 이처럼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동안 지분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현물출자를 위해 LS전선을 대상으로 총 708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1주당 발행가격은 지난 19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1개월을 기준으로 계산해 1만7884원으로 정했다. 연초 주가 수준을 유지했다면 어려웠을 증자다. 현금 대신 주식을 발행한 이유는 LS마린솔루션의 유동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LS마린솔루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715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딜을 두고 총 708억원 규모로 평가받은 LS빌드윈을 인수하기에는 빠듯한 재무상태다. ◇LS전선, 188억 처분이익 기대…회계상 이점 한편 이번 딜에 앞서 LS마린솔루션의 주식 매수에 나섰던 LS전선 입장에서는 LS빌드윈의 기업가치 산정 덕분에 백억원이 넘는 규모의 회계상 처분이익도 기대된다. 그동안 LS전선은 LS빌드윈의 장부가격을 최대 500억원대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LS전선의 사업보고서 상 LS빌드윈의 장부가격은 520억원이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188억원 가량의 재무제표상의 처분이익이 발생한다. 주식으로 받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업외이익이나 기타 수익으로 손익계산서 상에 에 반영하고, LS마린솔루션의 신주는 재무상태표에 비유동자산 항목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 ②‘ESG 전도사’ 최태원 회장 있는데도 SK그룹 지배구조 혁신은 미흡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에서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의 현황을 살펴봤다.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시작한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0년대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이에 대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ESG가 사회적 화두로 자리매김한 것에 최 회장의 영향력을 부정하기 어렵다. 재계에서 최 회장이 'ESG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ESG 한축인 G(지배구조) 면에서는 SK그룹의 혁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환경)과 S(사회)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G에서는 다른 10대 그룹에 비해서도 결점이 많다는 시각이다. 특히 SK그룹 계열사들은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확립과 기업·주주가치를 훼손한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탈자 방지 정책이 미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재생 에너지와 수소 산업으로 진출 등으로 친환경 경영에 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등 SK그룹 8개 계열사는 지난 2019년 국내 최초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켐페인이다. 탄소 배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성장 전략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의 탄소 배출 중심 사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혁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SK이노베이션 등은 해당 성장 전략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부문에서도 SK그룹이 돋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더블 보텀 라인' 경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SK그룹은 고객, 주주, 사회 및 비즈니스 파트너로 이해관계자 범위를 확장하며, 함께 추구해야 할 이해관계자 행복을 '사회적 가치(SV)'로 개념화했다. SK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진화해 나가고 있다. SK 주요 관계사들이 2022년 창출한 사회적 가치 총액이 전년 대비 1조6000억원(8.6%) 증가한 20조556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환경과 사회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해당 영역에서 총 1조9368억원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한 것으로 밝혔다. SK그룹의 사회 분야 제품·서비스 영역의 사회적 가치는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1900억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환경·사회 분야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다른 10대 그룹에 비해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사 중 최근 2년 동안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한 79개 상장사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화그룹을 제외하면 SK그룹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지난 2019년부터는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한해 공개가 의무화됐다. SK그룹의 15개 상장 계열사가 지배구조핵심지표로 제시된 15개 질문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을 비율화하면 64.89%에 불과했다. 이는 10대 그룹 상장사의 평균치인 70.8%에 비해 5.9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환경·사회 부문에서는 다른 10대 그룹에 비해서 최상위권이나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SK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가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현재 기업 구조에서 자칫 사고 등으로 CEO가 업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승계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국내 10대 그룹 79개 상장 계열사 중 과반수가 넘는 56개사가 이 같은 승계 절차를 마련·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 15개 상장 계열사 중에서는 SKC, 이노베이션, 하이닉스 3개사만 이행하는데 그쳤다. 기업·주주가치를 훼손한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탈자 방지 정책도 미비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는 국내 10대 그룹 79개 상장 계열사 중 64개사가 이행하고 있지만 SK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5개사만 이행하는데 그쳤다. 특히 SK그룹 계열사는 지배구조핵심지표 이행에서도 편차가 큰 것이 눈에 띈다. SKC와 텔레콤의 준수율은 각각 86.67%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이오사이언스와 오션플랜트의 준수율은 46.67%로 개별 회사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 계열사 사이에서도 40%p 격차가 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도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다른 10대 그룹보다 특출나게 나은 점이 없는 것 같다"며 “최근 분사와 합병 등으로 쪼개고 합치는 일이 많아 지배구조 개선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K-9 자주포, 더 멀리·정확히·빠르게 쏜다…글로벌 1위 이상無

K-9 자주포의 능력이 더욱 강화된다. 초장사정·초정밀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의 개량을 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도 지킨다는 목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16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155㎜ 사거리연장탄의 최초 양산계획(안)이 의결됐다. 이는 기존 항력감소탄(BB탄) 보다 30% 이상 사거리가 긴 것으로, 지난해 체계개발이 완료됐다. K-9A1의 최대사거리가 현재 40㎞에서 52㎞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넘어 50㎞ 후반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3754억원이다. BB탄과 로켓보조추진탄(RAP탄) 기술이 접목된 것도 특징이다. BB탄은 가스를 분출해 일반 고폭탄 보다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포탄이 빠른 속도로 활공하면서 후방에 생기는 저기압 공간에 난기류가 유입되면서 불거지는 악영향을 상쇄하기 위함이다. RAP탄은 비행단계에서 일종의 '부스터' 역할을 하는 로켓보조추진제가 연소되면서 탄의 비행을 가속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정확도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 두가지 성질을 조합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풍산의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난관을 돌파했다. 방위사업청(방사청)과 업계는 K-9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판로를 넓히는 가운데 포신을 개조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방식으로 성능 개선에 성공한 덕분이다. 업체 주관으로 '탄도수정신관 사업' 연구개발(R&D)도 진행된다. 유도기능을 보유한 신관을 확보하면 △수출 확대 △포병 전력 향상 △탄약 소모량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거리연장탄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탄도수정신관은 GPS를 내장하거나 유도형 날개 등을 부착하는 것으로, 명중률 뿐 아니라 파괴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존 포탄을 활용하는 덕분에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8400억원 규모다. 사거리연장탄이 지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유도포탄이 아닌 것도 사업 의결에 영향을 끼쳤다. 우수한 포가 있다면 뛰어난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으나,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유도 포탄 및 탄도수정신관 개발이 이어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무기체계 개량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폴란드·노르웨이·이집트·호주·핀란드·미국을 비롯한 국가를 대상으로 K-9A2와 A3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는 K-9A1의 개량형 모델이다. K-9A2는 무인포탑을 탑재하고, 장약장전을 자동화할 전망이다. 최대발사속도를 3분간 6~8발에서 9~10발로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전력화가 이뤄지면 승무원도 대당 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다. K-9A3는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하는 무기체계다. 올 6월 프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에서 공개된 K-9A2 시제품의 경우 기관총·감시탑 뿐 아니라 포 전방에 소프트킬(전파를 사용해 적 드론 등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용 연막탄 슬롯이 설치됐다. 비상시 수동장전과 사격이 가능하고, 에어컨도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자주포 개발사업이 중단된 미국에서도 탄약 개량 등으로 사거리를 늘리려는 행보가 포착되고 있다"며 “K-9A1 후속작들의 '데뷔' 시기가 포탄 성능과 맞물리면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코앞…방송통신 주요 쟁점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오는 10월 진행 예정인 국감 준비에 분주한 가운데 올해 방송통신 국감 4대 키워드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개선 방안(단통법) △제4이동통신사 무산 사태 대책 마련 △통합미디어법 제정 추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개선이 될 전망이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내용의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비롯한 각 위원회 주요 쟁점을 담았다. 방송통신 분야에서는 먼저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단통법 폐지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은 입법 취지와는 달리 보조금 경쟁을 위축시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만 높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을 정비 중이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환지원금을 도입하고, 공시주기를 1주 2회에서 1일 1회로 줄였지만 실효성 논란이 적잖다. 전환지원금의 경우 결과적으로 알뜰폰 가입자 이탈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공시주기 단축 역시 단말기 유통 경쟁 촉진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신 단말인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고시 개정 이후 공시지원금 변경 횟수가 더 줄었고 통신 3사 모두 공시지원금을 크게 증액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단통법을 폐지한다면 이전에 지적되었던 소비자 문제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어 섬세한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후보 자격 취소 사태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4이통 출범을 위해 주파수 할당 조건을 완화했지만, 신규 사업자의 재정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 장치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제4이통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시장 간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현실성과 사업성, 선정 절차 등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연구반을 구성해 통신 정책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태로 인해 제4이통 출범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통위가 입법 추진을 밝힌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국감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지상파·유료방송 등 기존 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아우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는 이를 위한 정책연구반을 가동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 미디어법의 방향이나 미디어 관련법의 통합 절차, 구체적인 통합법안의 제도화 방향이 도출되지 않은 것. 현행 수직적 규제 하에서 소관부처와의 관할권 문제 조정 및 해소 방안 마련이 쟁점화될 전망이다. 최근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송통신발전기금 개정안도 다뤄질 전망이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2조에 따라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고자 마련된 기금이다. 개정안은 OTT 사업자를 방발기금 징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경우 국내 사업자만 징수대상이 돼 콘텐츠 생태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 시장의 수익구조가 전통적 미디어 사업자에서 뉴미디어 사업자로 이전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 등을 반영해 기존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시 부관 △콘텐츠·미디어전략펀드 지원 △OTT 플랫폼 해외진출 지원 △콘텐츠 대가 분쟁조정 △미디어 리터러시 지원 △OTT 시대 지역방송 지원책 마련 △해외 미디어플랫폼의 국내대리인 운영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국감도 공영방송 이슈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및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야의 대립이 더 첨예해짐에 따라 업계 주요 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과방위 국감이 공영방송 및 미디어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점도 업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임명 제청 여부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며 시작부터 파행을 거듭한 바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T, 연말 가산에 AI 데이터센터 연다…美 람다와 맞손

SK브로드밴드의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전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한다. AI 데이터센터에 배치할 GPU를 3년 안에 수천 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T는 21일 람다와 'AI 클라우드 공동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안정적인 GPU 공급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형 GPU(GPUaaS) 사업 확대, 람다의 한국 리전(Region) 설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협업을 강화키로 했다. 람다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를 공급받아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같은 행보는 'AI 피라미드 전략'에 따른 글로벌 AI 컴퍼니 전환의 일환이다. 앞서 SKT는 지난해 9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청사진을 공개하고 △AI 인프라 △AI 전환(AIX) △AI 서비스 등 3대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T는 지난달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대표 기업 스마트글로벌홀딩스에 역대 최대 규모인 2억달러를 투자키도 했다. 이번 협력으로 GPUaaS 경쟁력도 높여 AI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T는 국내 GPU 수요 급증에 대응해 GPU를 3년 안에 수천 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오는 12월 가산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 'H100'을 배치한다. 최신 GPU 모델 'H200' 조기 도입도 추진 중이다. 가산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엔비디아 단일 GPU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GPU 팜'을 확충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국가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SKB는 GPU 서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산 데이터센터의 랙(Rag)당 전력밀도를 국내 평균 전력밀도인 4.8킬로와트(kW)의 9배에 달하는 44킬로와트(kW)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밀도 GPU 서버 운영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 코로케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이 전산실 등 공간을 임대하고, 고객 장비를 위탁관리·운영하는 서비스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람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리전으로도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앞으로 람다 GPU 기반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는 한국 리전에 저장된다고 SKT는 설명했다. 양사는 같은달 람다 GPU 자원 기반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GPUaaS'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고객이 AI 서비스 개발이나 활용에 필요한 GPU를 클라우드를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다. 이와 함께 GPU 교체 보상 프로그램,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컨설팅, AI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등 국내 스타트업, 중견·중소기업 대상 프로모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연내 출범 예정인 SKT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사피온)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합병법인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 작업을 추진 중이다. SKT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합병법인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며, 사피온 주주사인 SK스퀘어·SK하이닉스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자체적인 AI 인프라를 보유하게 돼 관련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스티븐 발라반 람다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는 “양사는 GPU 컴퓨팅 자원을 전기처럼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덕 SKT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장은 "이번 협력으로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은 국내 공급망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석화업계, 고부가 첨단소재 앞세워 지속가능성 높인다

석유화학업계가 주요 수출국 자급률 상승 및 공급과잉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하며 '고부가 첨단소재' 카드로 정면돌파를 모색할 전망이다. 최근 이어진 중국 신·증설에 이어 미국의 아시아 공략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범용 제품 보다는 '스페셜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에탄크래커(NCC) 설비들은 90% 이상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탄값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원가 부담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해상운임이 급등했음에도 아시아향 폴리에틸렌(PE) 수출량이 전년 대비 6% 가량 불어나는 등 아시아 지역에 포진한 납사크래커(NCC)의 경쟁력이 하락한 것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범용제품 공급과잉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소재에 주력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설비 가동률도 첨단소재가 기초소재 보다 양호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의 경우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사업부문 가동률이 2022년 81.4%에서 지난해 75.9%로 하락했다가 올 상반기 81.7%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첨단소재는 58.7%에서 69.1%로 상승했다. 롯데케미칼도 PC 가동률이 93.2%에서 99.7%로 높아지는 동안 폴리에스터(PET)는 92.4%에서 51.3%로 낮아졌다. 최근 기초소재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점도 이같은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범용제품 비중 축소를 천명했고, 한화솔루션은 2분기 연속 첨단소재 부문만 흑자를 냈다. LG화학은 올 상반기 첨단소재 생산력 확대를 위해 2687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탄소나노튜브(CNT)의 경우 생산력을 내년까지 6100t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 테네시주에 북미 최대 규모(연산 6만t)의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공장도 착공했다. 테네시 양극재 공장 투자금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7월까지 청주공장에 1246억원을 들여 역삼투막 멤브레인(RO) 공장도 증설한다. 글로벌 수처리 시장 확대에 맞춰 5년 안에 현재 2000억원 상당인 관련 사업을 2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도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연산 50만t급 컴파운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생산력을 70만t로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엘에프티는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카보네이트(PC)·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을 앞세워 자동차와 가전을 비롯한 분야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패널용 필름 등으로 쓰이는 에틸렌초산비닐(EVA) 수요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항공용 소재개발을 위한 연구장비도 갖추고 있다. 초고압케이블 절연소재와 해저케이블용 소재 등을 필두로 글로벌 전력망 시장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도 CNT 활용도 향상에 나섰다. 고무 합성소재로 사용할 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소재용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CNT는 인장강도가 철의 100배에 육박하지만, 무게는 절반 이하다. 배터리에서는 양극 도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SK지오센트릭·LG화학을 비롯한 기업들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POE는 EVA 보다 발전효율과 수분차단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석유화학 수급이 좋지 않은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격변의 K-항공업계, M&A로 제각기 주인 찾아간다

국내 항공사들이 시장 재편에 따라 덩치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고, 위닉스는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하고 정상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은 2대 주주가 최대 주주 자리를 넘보고 있고, 제주항공은 인수·합병(M&A)을 시사하고 있어 업계의 지각 변동의 조짐도 보인다. 20일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EC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 시 인천과 역내를 오가는 여객·화물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를 해소해오라는 과제를 남겼고, 대한항공은 이에 입각해 각종 조치를 이행해왔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에는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독일 프랑크푸르트 4개 여객 노선을 넘기며 여객기와 운힝·객실 승무원까지 웻 리스(wet lease) 형태로 지원했다. 에어인천과는 47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또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와는 A321neo 20대와 18조원에 달하는 A350-900·1000 여객기 33대,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는 777-9 등 신조 기재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대형 거래들을 성사시킨 만큼 무리 없이 EC발 M&A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 법무부(DOJ)가 남아있지만 EC 통과 이후 2~3개월 내 반 독점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C는 티웨이항공이 10월 초 유럽 노선을 모두 띄우는 시점에 최종 승인 도장을 찍어줄 듯 하고, DOJ는 에어인천과의 화물 매각 협상이 잘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 제기 기간은 제한이 없지만 근래의 흐름상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EC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인수하는 회사가 자립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의 대주주인 '소시어스 제5호 PEF'에 15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국내 상장사 중 시가 총액 1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실상 에어인천을 품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의 불만과 우려도 잠재울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M&A 역시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12월 20일 전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건조기·공기 청정기·가습기·제습기 등 생활 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위닉스는 강원도 소재 양양공항을 허브로 삼는 플라이강원을 지난달 2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6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개시 결정을 받은지 약 1년 만이다. 위닉스는 플라이강원의 사명을 '파라타항공'으로 바꿨고, 전문 경영인 아닌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선다. 위닉스 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 사업 추진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운항 중지에 따른 항공 운항 증명(AOC) 재발급을 위해 국토교통부의 수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고, 기재 도입과 노선 확장 등을 통한 회사 정상화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형국이다. 대명소노그룹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은 JKL파트너스로부터 티웨이항공 주식을 매입해 현재 26.77%(5766만4209주)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편 예림당과 티웨이홀딩스가 들고 있는 티웨이항공 주식은 각각 1.72%(370만주), 30.01%(6458만3779주)로 31.73%이고, 양측 간 지분 격차는 4.96%p에 지나지 않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예림당이 티웨이항공을 사수할 의지가 없고, 소노인터내셔널을 위시한 대명소노그룹은 꾸준한 주식 매집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해 리조트 사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유력 경쟁사인 티웨이항공이 유럽·호주 확장을 거듭하자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합한 거대 항공사 탄생이 목전에 있고, 항공사들에 투자했던 사모 펀드들의 엑시트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시황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김 대표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M&A를 포석에 둔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제주항공이 M&A에 나선다면 이스타항공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저비용 항공사(LCC) 특성상 기종 통일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회사는 보유 기종이 보잉 737 시리즈로 같다. 그러나 4년 여 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결국 인수를 포기해 반발을 샀고, VIG 파트너스도 당장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곧바로 M&A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김 대표는 특정 항공사에 대한 M&A 의지를 확고히 한 상태는 아니고, 시장 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설파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는 운항 중단·준비 중인 경우를 모두 포함해 15개나 되는데, 이는 11개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KOBUS) 회원사보다도 많은 것"이라며 “앞으로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 돼 업체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불나는 전기차 대신 수소차?…“아직 갈 길 멀어”

최근 연이은 화재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 그간 잊혀졌던 '수소차'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인프라 부족 때문에 단기간내 반등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생한 여러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전기차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갑작스러운 전기차의 이미지 추락 덕분에 매년 감소세를 보이던 '수소차'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기차 대비 높은 수소차의 화재안정성이 조명받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 역시 전기차처럼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보통 20~80% 정도로 충·방전을 유지하기 때문에 덴트라이트 현상 발생 확률이 매우 적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전기차 화재처럼 가만히 주차된 차가 혼자 폭발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소차 연료탱크의 특성도 강조했다. 이호근 교수는 “수소차의 수소는 화재·낙하·충격·극한온도 등 철저한 안정성 평가를 거친 특수탱크에 보관된다"며 “게다가 이 탱크는 복합재료로 제작돼 충격에도 터지지 않고 찢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또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탱크 충격으로 인해 밖으로 새게 되도 금방 공기중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불이 붙을 확률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점에도 수소차의 미래는 아직 어둡다. 전기차 포비아로 인해 잠깐 관심 받을 수는 있지만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 문제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소차는 2022년을 정점으로 지난해 20.7%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심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조사 기관 SNE리서치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1~6월 상반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5621대로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수소차 부진 이유에 대해 “변동폭이 큰 수소 비용과 충전 비용 상승, 인프라 부족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정부의 로드맵과 달리 수소차 보급이 더딘 가운데 승용차 신차 출시 계획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차는 고질적인 충전소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충전소 설치비가 약 30억원에 달하고 유지비용도 연간 2억원이 드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주유소처럼 셀프 충전이 어려워 전문 인력도 고용해야 한다. 실제로 2년 간 현대차 수소차 모델 '넥쏘'를 주행한 직장인 정모씨는 “수소차는 주변에 충전소가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며 “장거리 운행 시 경로 내 충전소를 무조건 찾아야 하고, 충전소 고장, 재고 소진 등을 대비해 플랜 b, c를 항상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 전문가도 수소차의 반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학과 교수는 “전기차 포비아로 인해 수소차가 반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지만 수소의 생산, 이동, 저장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차는 승용이 아닌 상용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수소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카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근 교수는 “수소차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이외에도 규제 완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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