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폐지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앞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90%까지 올라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가격통제 및 고무줄 산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현행 ‘인근 아파트 분양가격의 100~105% 이내’에서 ‘시세의 85~90%’까지로 완화키로 했다.이는 민간 분양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준을 완화한 것인데, 사실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9일 HUG는 정책 및 시장 환경 변화와 그동안 업계의 건의사항 등을 반영해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오는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HUG는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지방광역시를 포함한 전국 조정대상지역을 고분양가 심사 지역으로 묶어 놨다. 이 지역에서 30가구 이상 선분양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보증 심사 때 HUG가 분양가를 제시해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개정안에 다르면 HUG는 우선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해 분양가 등락에 따른 관리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로또 아파트는 사라지지만 분양가가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또 고분양가 지역의 분양가를 시세의 90%까지 올리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민간택지의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해 고분양가 관리지역하고 분양가 산정방식이 달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반 지역의 분양가가 시세의 90%까지 올라 갈 경우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3.3㎡당 약 5668만원으로 결정됐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19억원대 수준인데, 이는 주변 시세(31억~37억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20개동 등 총 27개동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분양가는 시세의 90%까지 올려주면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올려주지 않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날 수 있다"면서 "서울 아파트 공급은 대부분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곳을 묶어 놓는 한 민간의 공급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 로또 분양으로 생기는 시세차익도 사실상 운 좋은 일부에게 해당하는 불로소득이었기에 분양가를 일정 수준 현실화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시세의 90%가 되더라도 차익이 10%가 나 청약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이번 조치로 기존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HUG가 분양가를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고 억제하는 기능은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HUG는 또 비교 사업장을 분양 사업장과 준공 사업장 각각 한 곳씩 총 2곳을 선정해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1년 이내 분양이 계속되는 지역에서 분양가가 일정 수준으로 고착돼 시세와의 차이가 확대되는 문제가 있었다. 분양이 드문 지역은 주변의 낮은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심사해 동일 시군구 내에서도 중심 지역과의 분양가 차이가 커서 개선 요구가 많았다.이 밖에 HUG는 그간 비교 사업장을 선정할 때 평가 기준을 입지, 단지 특성(규모 75%·건폐율 25%), 사업 안정성(HUG 신용평가등급 75%·시공능력평가순위 25%)으로 하고, 주변 사업장을 항목별 점수로 평가해 총점 차이가 가장 적은 분양·준공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HUG는 이번 고분양가 심사 규정 개정안은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