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구 구조의 변화가 사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혼자 사는 1인가구가 보편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인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중심도시인 수원은 그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돈다. 지난해 기준 수원시의 1인가구 비율은 36.2%, 셋 중 한 집이 1인가구다. 이재준 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사회 구조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장은 “혼자여서 외로운 도시가 아니라, 혼자여도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체계적이고 세심한 1인가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6일 오후 수원 광교호수공원 남쪽 마당극장에서는 '제2회 수원시 1인가구 쏘옥(SsOcC) 페스타 1+1'이 열린다. '1인가구와 1인가구가 만나 함께하는 이웃이 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혼자 사는 시민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교류하는 '생활공동체의 장'이다. 행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2시부터 공식 개막식과 걷기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며 참가자 대표들은 “땅만 보고 걷지 않겠다. 인사하고, 이웃과 함께 도착하겠다"는 다짐을 낭독하며 출발한다. 3km 코스의 걷기 구간(마당극장~프라이부르크 전망대~나루터~원천습지~어반레비~마당극장) 곳곳에는 포토존과 버스킹 무대가 설치돼 사진 인증(3곳 이상) 시 완주로 인정된다. SNS 인증 시 기념품, 포토 인증 시 당근머니 1만원 지급 등 이벤트도 마련됐다. 행사장에는 수원시의 1인가구 정책 상담부스 10곳이 설치돼 △주거 △안전 △복지 △심리 지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공예품과 소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열려 시민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다. 이재준 시장은 1인가구 정책의 핵심을 '맞춤형'으로 잡았다. 수원시 4개 구(장안·권선·팔달·영통)는 인구 구성과 생활패턴이 다르다. 수원시는 각 구의 특성을 반영한 '4구4색 1인가구 거점 사업'을 운영하며, 세대별·지역별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장안구는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청년·장년 1인가구가 함께 요리를 만들어 노년층 1인가구에게 나누는 '요리와 나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총 10회, 300여 명이 참여해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다. 권선구는 중장년층 비율이 높다. 이재준 시장은 “중장년 1인가구의 고립을 막고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과수공원에서 열린 '오감자극 과수체험'과 '식탁 위의 가을' 소셜다이닝은 1인가구들이 함께 수확하고 요리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팔달구는 노년 1인가구가 많다. 이에 따라 '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용법', '팔팔한 파크골프' 등 생활 실용형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닌 디지털 역량 강화, 보이스피싱 예방, 체력 증진까지 아우르는 실속형 교육이다. 영통구는 청년층 중심의 지역답게 자기계발형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상반기에는 '자기 이해 워크숍'이 성황리에 열렸고, 하반기에는 이미지메이킹·퍼스널컬러 진단을 돕는 '나의 색을 찾아서'가 진행된다. 수원시는 1인가구 정책을 '복지의 한 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2023년 3월 조직개편에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1인가구지원팀'을 신설했다. 이재준 시장은 “행정의 뒷전이었던 1인가구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담팀에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설된 전담팀은 기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1인가구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통합했다. 같은해 수원시는 '1인가구 지원조례'를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동시에 1인가구 전용 브랜드 '쏘옥(SsOcC)'을 선보였다. 쏘옥은 Suwon safe(안심), One convenience(편의), Connect(연결)의 약자로, '안전하게·편리하게·서로 연결된 삶'을 상징한다. 수원시의 1인가구 지원정책은 행정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수원시정연구원을 비롯해 지역 대학,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한 결과물이다. 연구원은 1075명의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해 연령대별 욕구와 지역별 특성을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원시는 총 48개의 1인가구 지원사업을 구체화했다. 먼저 '안심 분야' 21개 사업이 있다.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전·월세 상담센터, 주택 물색·계약 지원 서비스, 주거매니저 제도 등이 포함됐다. 방범서비스, 공구도서관 운영 등 실생활의 안전망도 강화했다. '편의 분야' 23개 사업은 돌봄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목표로 한다. 고독사 예방, 수도 검침 연계 안부 확인, AI 스피커 돌봄,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세밀하게 엮었다. 특히 청년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청년 상생 네트워크', '남성 독거노인 소모임' 등 세대별 소셜 커뮤니티도 지원한다. 이재준 시장은 “진짜 공동체는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서로를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시장의 발언대로 수원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1인가구 커뮤니티 '쏘옥패밀리'를 운영 중이다. 쏘옥패밀리는 현재 730여명이 참여 중이며 청년층(45%)과 중장년층(37%)이 다수를 차지한다. 독서, 요가, 공예, 음악, 러닝 등 1인가구 간 소모임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는 모임 공간 제공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온라인으로도 활발하다. 수원시는 ㈜당근과 협약을 맺고 '수원시 1인가구 공식 프로필'을 개설했다. 현재 단골 880명이 참여 중으로, 앱을 통해 생활 정보와 프로그램 소식을 빠르게 공유한다. 이재준 시장은 “혼자 사는 사람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이제 1인가구는 도시의 주체이며 도시정책의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이 시장은 “수원시는 1인가구가 혼자서도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필요할 땐 쉽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시민이 서로의 이웃이 되어 따뜻한 관계를 이어가는 '함께 사는 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말처럼 수원의 1인가구 정책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고립된 개인'을 '연결된 시민'으로 바꾸는 새로운 도시의 실험이라 할 수있다. 오는 26일 광교호수공원에서 열릴 '쏘옥페스타'는 그 실험의 축제이자, '혼자여도 따뜻한 도시' 수원의 상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시는 홀로 생활하는 시민들의 일상을 위한 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며 “1인가구가 서로 소통하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