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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中 로봇청소기에 설자리 잃어가는 삼성·LG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촘촘한 라인업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뚜렷한 대응책 없이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 로보락은 약 114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드리미 또한 약 23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쿠팡에서 진행된 '가전 세일' 프로모션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유통 플랫폼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단일 요인이 아닌 제품 라인업 강화와 유통 전략, 마케팅 방식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은 올해 들어 신제품 라인업을 잇따라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드리미는 이달 초 프리미엄 제품인 'X50s 프로 울트라'를 출시했다. 2만5000Pa의 흡입력과 최대 100℃의 고온 걸레 자동 세척 기술이 주요 특징이다. 에코백스는 지난 2월 롤러식 자동 세척 물걸레 시스템을 적용한 '디봇 X8 프로 옴니'를 공개했다. 로보락 역시 프리미엄 모델 'S9 맥스V 울트라'와 슬림형 'S9 맥스V 슬림', 그리고 보급형 모델 '큐레보 엣지C'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품 라인업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팝업스토어 및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단순 진열 공간을 넘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핵심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0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 4300억원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아직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없다. 로봇청소기만을 위한 전략 마케팅 공간도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로보락은 이달 말 '로봇 팔'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5축 접이식 로봇 팔 '옴니그립'을 통해 최대 300g의 물체를 들어 옮길 수 있으며, 주변 환경을 감지해 자동 제어하는 기능도 갖췄다. 드리미는 최근 출시한 제품에 최대 6cm 높이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실사용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아직 이러한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중국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성능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체험 공간에서는 제품 기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 중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 업체들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보안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전망이다. 실제 로보락은 올해 초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 외부 기업 공유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에코백스 역시 지난해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삼성과 LG는 그간 보안 강화를 제품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보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로보락의 'S8 맥스V 울트라'는 글로벌 보안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2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보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안 이슈 이후에도 중국산 로봇청소기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기술 혁신 없이 단순히 '보안'만 강조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대차도 멈췄는데…전기차 가뭄 속 ‘르노 세닉’ 가격이 관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공장 생산을 멈췄고 폭스바겐, 폴스타, 스텔란티스 등 수입브랜드들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캐즘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중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을 세닉까지 이어가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세닉의 환경부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 인증을 진행하는 등 출시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세닉은 전장 4470㎜, 전폭 1864㎜, 전고 1589㎜, 휠베이스 2785㎜의 제원을 갖췄다. 또 환경부 인증 결과 44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세닉은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희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부침을 겪다 지난해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가 대박을 터트리며 상승세에 올라탔다. 세닉은 '일당백'을 하고 있는 그랑 콜레오스의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날개로 주목 받는 모델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중형 SUV란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시장에 전기차는 3만3482대가 판매돼 전년 2만5550대 대비 31% 증가했지만, 이중 4823대가 테슬라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성장세의 상당 부분이 테슬라라는 단일 브랜드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국산·수입 전기차 브랜드의 성장세는 미미하거나 정체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1분기의 전기차 성장세는 정부 보조금이 예년보다 빨리 풀리면서 2월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실제로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5% 급증했지만, 3월에는 다시 7.5% 감소로 전환됐다. 이러한 어려운 업황에 현대차도 두 손을 들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의 국내 생산을 또다시 일시 중단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휴업이다. 현대차는 내수 진작을 위해 아이오닉5에 최대 600만 원의 할인 공세까지 펼쳤으나, 판매량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코리아, 폴스타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등은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급이 늦어지자, 자체 보조금 지급이라는 '방어카드'를 꺼내 들었다. 폭스바겐은 ID.5, 폴스타는 폴스타2 구매 고객에게 자체 보조금을 약속했고,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월부터 자체 보조금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어려운 업황 때문에 세닉은 좋은 가격 경쟁력을 무조건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닉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그랑 콜레오스와 달리 르노 프랑스 두에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즉, 세닉은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 방식이어서, 보조금 적용 후에도 국산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BYD의 아토3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점도 세닉의 시장 진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행히 세닉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세닉은 유럽 올해의 차 수상 경력, 경쟁력 있는 주행거리, 프리미엄 이미지 등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다. 세닉은 2024년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모델로,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와 87kWh 대용량 배터리를 갖췄다. 또 넉넉한 실내공간과 545L의 트렁크 용량을 제공하며, 12인치 디스플레이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와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기본 탑재했다. 차량 소재의 24%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고, 전체 차량의 90%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해 친환경성도 강화했다. 이처럼 세닉은 유럽 최고 권위의 상 수상,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 첨단 사양, 친환경 설계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세닉의 성공 여부는 가격 정책과 서비스, 브랜드 인프라 강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세닉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차급은 그랑 콜레오스보다 작은 준중형급의 전기 SUV로 국내서 생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성신양회 떠난 네옴시티…삼성물산·현대건설도 속도조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유가 하락과 재정난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성신양회가 올해 초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철수했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내부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네옴시티 '더 라인'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타북 지역 공장의 가동을 지난 1월 중단하고 현지 인력을 일부 철수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이 집약된 국가 전략 사업이다. 그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산업 중심의 국가 전환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전체 사업비는 약 1조 달러(약 1390조 원)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지역에 직선형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개발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022년 더 라인 내 지하 터널 공사를 10억 달러(1조3893억 원)에 수주했고, 성신양회는 해당 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8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8만3358원) 선까지 하락하며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프로젝트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발주처의 자금 집행이 지연되며 현장 공정도 속도를 잃기 시작했고, 성신양회는 올해 초 타북 지역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일부 인력을 철수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재 공사를 수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발주처와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프로젝트 관련 사항은 외부에 언급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공정은 실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로 내부적으로도 수주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단기적인 지연보다는 구조적인 리스크로 보고 있다. 유태양 크레센트컨설팅 파트너는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GDP(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석유 수익에 크게 좌우된다"며 “현재처럼 유가가 낮게 유지될 경우 전면 축소나 일정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의지가 강한 만큼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왕세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재정 상황과 글로벌 투자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건설사들은 네옴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사우디 내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0 엑스포, 2034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따른 리야드 지역 기반 시설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역시 유가·재정 변수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역시 네옴 프로젝트 지연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심사 기준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 역시 차입 조건을 재검토하고, 사업별 리스크 점검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태양 파트너는 “사우디 정부가 예산을 확정하고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네옴 사업의 속도는 당분간 더뎌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재진입 타이밍을 면밀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자본시장, 대선공약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준비 중…“기업 자금조달에 악영향” 우려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눈치다. 한편,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이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인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한국회계학회는 여의도 FKI타워에서 '가상자산 심포지엄: 현물 ETF 도입 방안' 세미나를 열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실무적인 쟁점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미국은 지난해 가상자산 현물 ETF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기반 파생형 ETF도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도 출시 못 하는 상황이라 운용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으로 상장했다. 그 뒤 미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빠르게 성장했다. 21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비트보(BITBO)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 총액은 1271억 달러(한화 약 176조원)에 달한다. 유 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ETF를 통해 코인 계좌 없이 증권 계좌로 거래할 수 있다"며 효용성을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 현물 ETF를 통해 자산 배분을 액티브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유 상무는 “국내 ETF 시장은 '000 TOP 10' 같은 직관적인 ETF에 투자자가 반응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그대로 연동돼 있어 굉장히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기 위해 지수를 어떻게 산출하고 평가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면서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이나 하락을 따라가게 만든 편드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가격 흐름을 따라간다. 유진환 상무는 “주식이나 채권은 거래되는 시장이 있고 시작가와 종가가 있어 공정 가격을 쉽게 인식하고 평가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24시간 끊임없이 거래되고, 한국만 해도 5대 거래소가 시간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 입장에서 가장 크게 고려할 부분이 해외 거래소 가격을 지수에 포함할 건가 부분이다"며 “해외 거래소 가격을 쓰려면 운용 프로세스가 굉장히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수 산출 방법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국내 거래소만으로 산출할 건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지수 산출이나 평가는 신중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업계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가정하고 실무적 논의를 상당 수준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면 자본시장의 본래 역할인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을 쓴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면 투자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쓸 수 있지만, 비트코인 ETF에 들어가면 비트코인 현물을 사는 데 쓰여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리스크'를 쓴 자본시장연구원 장보성 연구위원은 “ETF 시장이 전체 자본시장에서 보면 규모가 크진 않지만, 가상자산이 실물 경제에 기여한다는 연결 고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를 대체하는 특징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SKT 개인정보 유출 우려 현실화…가입자 이탈 가속 전망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해킹 사고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으로 계좌 탈취 등 금융사기 발생 가능성이 꼽혔다. 21일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이번 사고의 여파가 본인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4~64세 휴대전화 이용자 50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지난 19일 발표한 2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등 개인정보가 임시 보관된 서버 일부도 해커의 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서버는 통합고객인증 서버와 연동되는 임시서버들로, 총 29만1831건의 IMEI와 다수의 개인정보(이름·생년월일·전화번호·이메일 등)가 저장됐다. 1차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던 유심 정보 유출 규모는 9.82기가바이트(GB)로, 가입자식별번호(IMSI) 기준 2695만7749건에 달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한 응답자 중 SKT 가입자 비율이 73%로 가장 높았다. 다만, 경쟁사인 KT(56%)와 LG유플러스(57%) 가입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과거 유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는 데다 해킹 수법이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이용 중인 통신사와 무관하게 이번 사고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우려하는 요소로는 금융사기(87%), 보이스피싱 등 범죄 악용 가능성(82%), 휴대폰 불통(42%), 가상자산 계정 탈취(41%), 국가·사회적 보안 악영향(31%) 등이 꼽혔다. 조사단과 SKT,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유심 복제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극소수의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SKT의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이 적절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반면 신속한 처리, 충분한 사고 대응과 보상, 소비자 입장에서 공감과 투명한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이 회사는 사고 발생 이후 △유심·이심 무상 교체 △유심 재설정 △유심보호서비스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진행 중이다. 추가 피해 발생 시 100% 책임지겠다고도 약속했지만, 사고 발생 사실에 대한 문자 안내 지연, 유심 무상교체 서비스 초기 물량 부족으로 인한 대란 현상 등 초동 대처가 부족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가입자 이탈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SKT 가입자들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의향은 3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돼 왔는데, 사고 이후엔 전환 의향이 가장 높은 회사로 지목됐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만족도·추천의향 등 핵심 소비자 지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으로 전월 대비 약 87% 급증했다. 이달의 경우 최소 20만명 이상이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SKT 가입자 총 287만명이 유심을 교체했으며, 대기 중인 고객은 601만명으로 집계됐다. 교체용 유심 물량은 이달 500만개를 확보해 교체 작업 중이며 다음달 577만개, 7월 450만~500만개의 유심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토마스톤, 2025년 블록체인 융복합타운 조성사업 최종 선정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토마스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구광역시, 한국 인터넷진흥원(KISA),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2025년 블록체인 융복합타운 조성사업 – 맞춤형 사업화 지원'에 최종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선정은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한 구강건강관리 서비스가 본격적인 실증 및 확산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토마스톤은 AI 기반 구강질환 분석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결합해 사용자의 구강관리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는 참여형 구강건강관리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는 칫솔질 영상 촬영 및 AI 분석을 통해 개인의 구강건강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저장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화폐, 포인트 등 다양한 리워드가 제공되어 건강관리 습관을 유도하는 구조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토마스톤은 대구 블록체인 융복합타운을 거점으로 ▲AI-블록체인 통합 기술 고도화 ▲시민 참여형 시범사업 운영 ▲지자체·보건소 연계 서비스 실증 ▲블록체인 기반 헬스 데이터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적인 사업화 지원을 받게 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은 구강건강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칫솔질 하나에도 리워드가 돌아오는' 시민 체감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마스톤 이재영 대표는 “블록체인은 개인 건강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관리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현하고, 향후 전국 단위 및 글로벌 확산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발리 우붓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특별한 액티비티 선봬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가 단순한 럭셔리 스테이 경험을 넘어선 발리 우붓의 자연과 로컬 전통 문화를 특별한 액티비티를 선보인다.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는 건축 당시부터 디자인의 모든 요소에 지속 가능함을 위한 노력을 담아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한 조경이 아닌, 호텔 중심에 우붓의 라이스 필드를 조성한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는 이곳에서 직접 쌀을 심고 수확하며 전통 농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진지한 노력은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두 마리의 소인 '만다(Manda)'와 '다파(Dapa)'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농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소들은 논을 가는 데 활용하며, 그 분뇨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유기농 비료로 사용됐다.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만다와 다파를 직접 키우며 섬의 지속가능한 농업 관행을 지키고 있다. 만다와 다파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리조트의 헌신과 우붓의 고요한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인 존재로, 이 소들을 통해 책임 있는 삶이라는 리조트의 철학을 실천하는 동시에 지역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한다. 이러한 노력은 어린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몰입형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리조트 내 어린이 프로그램인 만다파 캠프(Mandapa Camp)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의 순환과 동물 돌봄의 중요성,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소에게 먹이를 주고, 정원을 가꾸며, 유기농 농업의 실제 과정을 관찰하는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만다파에서는 수박(Subak) 농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체험하며, 지역 농부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만다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은 단순한 슬로건을 떠나 직접 경험하며 책임감과 환경 보호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사노리 호소야 총지배인은 “만다파에서는 지속가능성이 리조트 경험의 모든 요소에 스며들어 있다"며 “만다와 다파는 그 헌신을 보여주는 살아 숨 쉬는 상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투숙객들과 의미있는 방식으로 교류함으로써 자연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시키고자 노력한다"며 “만다와 다파가 단순한 농장의 일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환경 변화를 이끌기 위한 우리의 사명의 중심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예약 문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책사’ 미런 “관세 부담 다른 나라가 떠안아…금리도 내려갈 것”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이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헤지펀드 출신인 스티븐 미런 미국 백악간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수입은 (미국) 경제의 14%만 차지한다"며 “그런 유형의 조치들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첫날부터 관세를 도입해왔고 관세가 오르기 시작한 것을 목격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모두 예상치를 하회한 점을 강조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4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2.8% 상승을 기록, 2021년 2윌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런 위원장은 또 미국 수입업체들은 자국내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우리를 더 잘 대우하는 다른 나라"에서 제품을 구매할 잠재력이 있다며 이러한 유연성이 수입업체들에게 레버리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격과 경제 활동에서도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레버리지를 갖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다른 나라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무모한 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줄어들면 기준금리가 인하될 여지도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 등을 통해 “경제의 공급 측면을 늘리면서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재정적자 비율이 1%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은 금리인하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미중 관세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의 관세는 단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결과의 범위가 넓다.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2025 금융시장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은 중간 위치에 머물면서 민첩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야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을 때 갑작스럽거나 신속하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베스 헤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신중하게 데이터를 검토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해 그들이 하는 생각과 내리는 결정을 들은 뒤 데이터에 어떻게 집계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전날 “6월이나 7월에 (미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세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걷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데이터 수집과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달 초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관세 정책이 어떻게 진화할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4.25∼4.50%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올해 6·7·9·10·12월 예정되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6월과 7월 기준금리가동결될 가능성이 각각 94.7%, 71.2%로 반영되고 있다. 금리가 9월에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51.3%를 나타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급전창구’ 카드론 잔액 다시 늘어…지난달 말 42.5조원

서민의 급전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 잔액이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으로 전월 말 42조3720억원 대비 소폭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2월 말 42조9888억원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경신했던 카드론 잔액은 앞서 3월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등 효과로 감소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와 카드사의 연체율 관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 잔액 외 항목을 살펴보면 대환대출은 소폭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현금서비스 잔액 등은 소폭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론을 빌린 카드사에 또 다시 대출을 받는 개념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4535억원으로 3월 말(1조3762억원)보다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5355억원으로 전월(6조7104억원)대비 감소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조8688억원으로 전월(6조8787억원)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9개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 평균은 14.57%로 전월 수치인 14.83%보다 0.26%p 줄어들었다. 카드업계는 조달금리 인하가 반영됨에따라 평균 금리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향후 경기 악화에 따른 저신용 차주가 유입되거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적용될 경우 평균 금리는 변동할 수 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시장 포화 다다른 편의점 사업…빅3, 수익성 악화 국면빠지나

편의점 업계 상위 3사가 나란히 1분기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각각 두 자릿수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코리아세븐은 영업손실 규모에서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21일 증권가에서는 기존점(개점한 지 1년이 넘은 점포) 성장률 둔화, 출점 효과 약화, 고정비 증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출점 확대에 의존하던 성장 공식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1분기 매출 2조7613억원, 영업이익 3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22.3%의 증감률을 나타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슈퍼 부문 부진이 두드러졌고, 편의점 부문 역시 출점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동사는 편의점 점포 순증 가이던스를 기존 500~600개에서 250~300개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점포 순증 가이던스란, 연간 기준으로 '신규 출점 수에서 폐점 수를 뺀 순증 점포 수'에 대한 각 회사의 계획치를 의미한다. 그는 “편의점 산업이 출점만으로 외형 성장이 가능하던 구조적 성장기는 마무리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지만, 업황 부진으로 현재는 해당 전략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2조1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6억 원으로 30.7% 줄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시장 기대치인 300억 원을 약 25% 하회했다"며 “기존점 성장률이 -2.1%로 감소했고, 신규 출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날씨, 이벤트 영향, 담배 판매 비중 확대 등으로 상품 혼합 효과가 약화했고, 고정비 부담이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은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74억 원에서 1136억 원으로 10.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65억 원에서 339억 원으로 약 7.1%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다. 편의점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 둔화는 점포 수 성장 한계와 맞물려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총 5만4852개로 전년보다 28개 줄어 편의점 산업 도입 이래 첫 순감을 기록했다. 남 연구원은 “기존점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이익 감소 폭은 그보다 더 컸다는 점이 1분기 실적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판관비도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BGF리테일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3469억 원의 판매관리비를 기록했고, GS리테일 역시 0.3% 증가한 6357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코리아세븐만이 6.3% 줄어든 2674억 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비용을 절감했다. 실적 부진은 주가에도 일정 부분 선반영된 모습이다. GS리테일은 2020년 5월 고점(3만7974원)에서 60% 넘게 빠져 13000원대다. BGF리테일은 2022년 말 고점(21만9500원) 대비 현재 주가가 절반 이하로 하락해 9만 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GS리테일에 대해 기존 투자의견 'BUY'를 'HOLD'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1만5000원으로 낮췄다. 이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재정비는 진행 중이지만, 실적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은 BGF리테일에 대해 투자의견 'BUY'를 유지하면서도, 실적 추정 조정에 따라 목표주가를 14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남 연구원은 “중대형 점포 전략은 합리적이며, SKU 확대(판매 상품 종류를 늘리는 전략) 등을 통한 점유율 확보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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