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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2025]공약으로 본 이재명정부…키워드는 성장·분배·중산층

4일 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이재명 당선인이 내건 국정 플랜은 '성장·분배·중산층'를 핵심 키워드로 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 이른바 '먹사니즘'의 핵심 요체다. 과거 진보정권이 강조해온 분배 중심 복지에서 벗어나, 산업 성장과 세제 완화를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10대 공약' 맨 윗자리에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실현 방안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경제 정책 기조인 분배 대신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 건 것이다. 이 대통령의 중요도 인식을 보여 주는 '1번 공약'은 인공지능(AI) 육성책이다. 그는 'AI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AI 산업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100조 원의 민간 투자를 유도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고, AI정책수석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두 번째 국정 축은 분배다. 다만 그 방식은 과거 민주당 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닌 기업을 키운 뒤 성장의 결과를 국민이 나눠 갖는 '이익 공유형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공약이 'K-엔비디아' 모델이다. 이 모델은 지분 30%를 국가나 국민이 보유한 AI 기업이 성장해 돈을 벌면, 그 투자분에 해당하는 수익만큼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취지다. 세금을 추가로 걷지 않아도 복지 재정을 보완할 수 있다. 이같은 모델로 '기본사회'의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이 당선인의 구상이다. 이 당선인은 앞서 이번 대선에서 “주거, 의료, 돌봄, 교육, 공공서비스 등 삶의 전 영역에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기본사회'를 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기본사회위원회 설치 및 민관협력 체계 구축 △생애주기별 소득보장 체계 마련 △공공·필수·지역 의료 강화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돌봄체계 구축 △수요자 맞춤형 공공주택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에너지 기본소득' 공약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마을 공유지에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한 뒤, 생산된 전기를 팔아 얻은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마을이 대표적이다. 주민들은 2021년 12월 협동조합을 결성한 뒤, 마을회관과 창고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월 평균 1000만 원의 발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무료 셔틀버스 운행, 마을 식당 운영 등 공동체 복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중산층 복원'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징벌적 과세로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경제의 중심으로 복귀시키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실제로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중산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17년 33만 명이던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2021년 약 95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종부세 세수는 3900억 원에서 5조7000억 원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이 당선인은 상속세·근로소득세 등 세제 개편을 통해 중산층을 되살린다는 복안을 밝히고 있다. 상속세 완화의 경우 지난 3월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폐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즉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 비율 확대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합리화 △공공 주도의 신속한 공급 확대 등의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공약집에서 “공공성 강화의 원칙하에 재개발·재건축 절차 및 용적률·건폐율 등의 완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주택 공급 신속 인허가 제도 도입으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여 사업비를 절감하고, 절감한 사업비를 분양가 인하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선 2025]가난한 소년공→실용주의 정치가…2전3기 끝 대권 쟁취

“분진이 날리는 공장에서 배운 건 사람 냄새였습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펴낸 자서전 '굽은 길 바로 걷기'에서 회고한 열다섯 소년공 시절 이야기다. 공업용 프레스 사고로 왼팔을 다쳐 평생 장애를 입었지만, 이 때의 경험이 이 당선이 그동한 견지해 온 '사람 중심' 정치의 출발점이었다. 2025년 6월, 대한민국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 '흙수저 출신'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너무 가난해서 과일가게에서 버린 과일들을 주어다 가족들끼리 나눠 먹던 변방의 아웃사이더. 검정고시로 겨우 대학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가·정치가로 성장한 뒤에는 수많은 고난과 사법리스크,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엔 극복해 대권을 쟁취했다. 이 당선인은 1964년 경북 안동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성남으로 이주해 공장에서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다. 프레스 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었고, 중·고등학교를 거치지 못했지만 검정고시로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해 졸업한 후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성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시립병원 설립 운동 등을 이끌며 시민운동가로 부상했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전국 최초 지방정부 채무불이행 선언(모라토리엄)을 단행하고, 청년배당·무상교복·개발이익 환수 등 파격적인 정책 실험을 성공시켰다. 일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가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유권자에게 각인시켰다. 경기도지사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의 정치적 실험과 성공이 이어졌다. 기본소득형 복지 실험, 경기도 공공개발 환수제도 등을 통해 복지와 재정의 접점을 찾아가는 모델을 현실에 구현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을 설득해 명찰을 달게한 일, 수백곳의 계곡에 무허가로 난립해 있던 평상을 상인들과 협의해 평화롭고 신속하게 철거한 일 등은 그를 말만 앞선 '운동가'에서 '실력있는 행정가'로 변신시켰다. 총 세번의 대권 도전에서는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17년 첫 대선 도전에서 문재인 후보에 밀려 당내 경선 3위에 머물렀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게 불과 0.73%포인트(p) 차이로 석패했다. 이후 수많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현재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쌍방을 대북송금 연루 의혹 등 5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온 가족이 수백건 이상의 검찰 압수수색 등을 당해야 했다.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 등 측근 5명이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끝에 스스로 운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오르는 등 탄탄한 당내 기반과 현실적 실용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2전 3기 끝에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나는 권력가가 아니라 봉사의 도구로 일하겠다"고 다짐해왔다.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국민주권의 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오늘부터 1일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대선 2025]이재명 정부, 내각·비서실 누가 들어가나?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이 구성할 차기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용과 중도 보수를 내세운 국민 통합을 공약한 만큼 이를 실천할 실력,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가 실행될 지 여부가 최대 포인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그동안 실무 능력 위주의 내각 구성 원칙을 강조해 왔다. 후보 시절인 지난달 29일 차기 정부 인사 원칙에 대해 “인사가 만사다. 가까운 사람을 챙길 것이면 사업을 하지 정치를 했겠느냐"며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을 내각 구성원이나 대통령실 수석, 보좌관 등 공무원은 충직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유능하고 훌륭한 항해사들을 빨간 옷 입은 사람이든 파란 옷 입은 사람이든 가리지 말고 쓰겠다"며 탕평 인사 의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 당선인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 학자, 관료 등 이른바 '테크노크라트' 위주의 대통령실·내각 인선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초래한 '내란 종식'과 3년간 쌓인 각종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정권 초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해 변수가 될 수 있다. 실력과 전문성 외에 집권세력의 철학과 가치관을 겸비한 인사들을 일단 중용해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 당선인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가장 첫 시험대는 국무총리 인선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초 개헌을 공약하면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각료 추천권 등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대통령제의 과도한 권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당선인이 국민 통합·실무 능력에 초점을 둘 경우 윤여준 전 장관 등 최근 영입된 중도 보수 성향 인사들의 총리 기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집권 초반 개혁드라이브의 손잡이를 맡기겠다고 결심한다면 박지원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우상호 전 의원 등 당내 인사 또는 진보 진영 명망가 등에서 임명할 수도 있다. 내각 명단에는 벌써부터 많은 인사들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장관에는 위성락 의원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산업통상부 장관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이억원 전 기재부 차관, 조현 전 외교부 차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들 역시 내각 참여 대상자로 거론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법무부 장관에는 이 전 법제처장이나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 등이 거론되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는 유종일 KDI 명예교수나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이억원 전 기재부 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각각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국방부 장관 후보로는 민간인 출신 안규백 의원이 최근 이재명 후보의 '문민주의'를 강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육군 대장 출신이지만 전역 후 6년이 지난 김병주 의원도 전문성과 군 개혁 추진력 등을 이유로 후보로 거론된다. 대통령실에는 상대적으로 '친명 핵심'들이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비서실장은 상징적 인물이 차지하더라도 수석 자리에는 중진급인 이해식·천준호·박성준 등 현역 의원들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관료 출신들과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출신 인사들이 골고루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달 출범했던 친명계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에 이름을 뒀던 인물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당선자가 단순 '깜짝 인사'를 넘어 '폭넓은 인사'를 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선 2025]이재명정부, ‘사상 최악’ 경제·‘사면초가’ 통상안보 급선무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로 6개월 동안 극심한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경제는 극심한 내수 침체, 성장률 저하 등 최악의 상황이고, 외교·안보 사면초가의 위기다. 이재명 당선인은 4일 취임하자 마자 리더십을 발휘해 그동안 나라 전체를 억눌었던 침체와 불확실성을 일소하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이 당선인은 우선 사상 최악의 내수 침체 등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1%, 전분기 대비 0.2% 하락했다. 2분기에도 0%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증가 우려를 무릅쓰고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0.25%포인트(p) 내린 데 이어 추가 인하까지 검토할 정도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가뜩이나 저조했던 내수 경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도 큰 문제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개인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2%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내수부터 살리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잘 나가던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5월 수출(572억7000만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대미·대중 수출이 8% 넘게 축소된 탓이다. 대미 수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대중 수출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3일 서울 여의도 피날레 유세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을 살리는지 취임하자마자 바로 추경과 (상법 개정안 등) 주식시장 정상화를 통해 체감되게 만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지휘하는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천명했다. 실행 가능한 단기 응급 처방 뿐 아니라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K-방산 △콘텐츠 산업 육성을 비롯한 공약 이행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방산의 경우 민주당이 방산 물자 수출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수출 금융 확보를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에 반대했던 전적이 있어 당론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응한 대미 통상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등 외교·통상 현안도 이 당선인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 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합 협상과 관련해 “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당선인은 올해 초 국회에 통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미국통'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등 대미 협상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안보 측면에서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역할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이 당선인은 일부로부터 미국, 일본 등 기존 동맹들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태다. 특히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유로 '가치외교(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하고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을 폈다)'를 넣어 분란을 자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한국 진보 계열 대통령들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 후보가 미·일과의 협력을 강조했으나, 워싱턴 전문가들은 과거 발언을 이유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2025 대선]곧바로 취임…‘거대여당’ 등장, 내란 종식·尹 수사 급물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바로 다음날부터 새로운 정부가 운영된다. 보궐선거라 19대 대선처럼 인수위원회 가동 없이 곧바로 정부가 출범하게 돼 숨가쁜 행보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유일한 무기였던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 사라지면서 12.3 비상계엄·내란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검찰개혁 등 사회 각 부문별 현안 해결과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각종 정책 입안·실행에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여야 갈등으로 날을 지새던 지난 3년과 달리 입법·행정권을 동시에 거머쥔 '슈퍼 이재명 정권'의 탄생이 '일하는 정부'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당선인은 다음날부터 곧바로 숨 가쁜 정부 출범 일정에 돌입하게 됐다. 일반적인 대선과 달리 보궐선거로 치러진만큼 정권 인수 과정없에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8시쯤 당선증을 교부받은 후 오전 10시쯤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것으로 공식 직무를 시작한다. 이 당선인은 취임식 직후 용산대통령실로 이동해 정부 수반으로서의 임무를 공식 시작한다. 우선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한 인선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 2일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수석 인선안을 가장 먼저 공개할 것이라고 얘고한 바 있다. 또 청문회 과정없이 곧바로 취임 가능한, 각 부처 실무를 장악하고 인수 인계를 주도할 차관급 인사와 대통령실 참모진 명단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비상경제대응 테스크포스(TF)의 구성도 이날 중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내각 인선을 완료하고 임명하는데에는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돼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국회 등 정치권에도 태풍이 불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민주화 이후 역대 다섯번째로 집권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사례다. 특히 범진보정당 의석수를 합치면 개헌선에 10석 모자라는 190석 안팎에 이르는 거대 여당이다. 이전까지 17대(열린우리당), 18대(한나라당), 19대(새누리당), 21대(더불어민주당)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긴 했지만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에 그쳤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유일한 무기였던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도 사라졌다. 그동안 국회를 통과하고도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던 각종 특검 등 법안들이 이제는 본회의 처리-대통령 공포 등을 거쳐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얘기다. 우선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12.3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가 현실화된다. 민주당은 평양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을 도발해서 외환을 유치하려했다는 의혹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담긴 각종 비상계엄 실행 계획 등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법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른바 법조 4인방의 안가 회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등도 민주당의 뜻에 따라 각종 입법과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에선 검찰을 '기소청'으로 격하시키고 공직자비리수사처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자는 등의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 등 사법부도 대법관 정수 증원과 재판결과 헌법소원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원들이 많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나 5.18 정신 명기, 행정수도 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개헌안 추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 경찰들이 주저해 온 윤 전 대통령 본인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의혹, 용산대통령실 공사 비리 의혹,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외압 의혹, 명태균 게이트 관련 공천 개입 및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사법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대선 2025]야당되는 국힘 ‘내홍 우려’…막판 자살골 개혁신당 ‘망연자실’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당선인이 큰 폭의 차이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범보수진영은 존폐 여부가 걱정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공세 속에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친윤-반윤 갈등 등이 불거져 자칫 당이 갈라지는 등 내홍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걱정되는 민주당의 '내란당' 공세다. 이재명 당선인이 선두에 섰다. 이 당선인은 지난 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지만 '내란 연루 혐의'가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나 신동욱 수석대변인 등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내통'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파헤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내란 연루 혐의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추진한 각종 특검법안들을 거부권을 활용해 물리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 수사 등도 골칫거리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인 영남에서 상당부분 영토를 상실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이 당선인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40%대의 득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텃밭'을 잃어 버린 뼈아픈 대목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마저 민주당이 영남 지역 자치단체장, 지방 의회를 석권하면 국민의힘은 국회 원내 의석 80~90석을 가진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찬탄과 반탄이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등 당내 분열이 가속화될 공산도 크다. 앞서 김상욱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을 떠났고,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일명 '강제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내홍이 재발할 수도 있다. 개혁신당의 경우 내심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대했지만 한 자릿수에 머문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선거 자금 일부 보전을 받을 수 없게 돼 타격이 있다. 또 3차 TV토론에서 불거진 '젓가락 발언' 파문 때문에 막판 지지율이 폭락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개혁신당의 유일한 리더십인 이준석 후보의 책임론이 제기돼 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대선 2025]60일간 대선레이스 ‘하나된 이재명’ vs ‘갈라진 보수’ 승패 갈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0일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물리치고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 드러났던 '1강·1중·1약' 구도가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이 당선인의 승리는 애초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초래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이 불법이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60% 안팎을 꾸준히 유지되고 었었던 게 그 반증이다. 또 비상계엄 이후 내수 침체가 극심해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국민들의 정신적 피로와 비판 의식이 고조된 점도 이 당선인의 승리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범진보 진영 유권자들의 '내란 세력 심판'의 기치하에 똘똘 뭉쳐 어느 때보다도 단단한 지지도를 보여줬다. 덕분에 이 당선인은 우클릭과 중도 보수 자임 등을 통해 적의 안방을 공략하는 과감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당선인은 상속세 일부 폐지 등 보수층이 민감한 분야에 정책 공약을 잇따라 제시하는 한편 보수 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 명망가들을 영입하면서 중도 보수층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등 보수 출신 인사들도 민주당에 합류하며 이 후보에 힘을 보탰다.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우클릭'에 나선 것도 주요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며 경제 성장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간판 공약인 '기본소득'을 지우고 'K-이니셔티브'를 공약 전면에 띄운 것도 중도 확장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또 고비가 됐던 사법리스크도 무사히 극복했다. 가장 큰 약점이었던 이 당선인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5월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상고심에서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까지 대선 선거운동에 돌인한 이후인 지난달 15일 재판 기일을 잡으면서 자칫 후보 자격 상실 위기에 처했었다. 민주당과 이 당선인은 이같은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부의 국민 참정권 침해'라고 맹공격하는 전략을 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과들 일부가 정치적 의도로 이 당선인의 재판을 극히 이례적으로 앞당기면서 출마를 막으려고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민들의 여론이 이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서울고법이 지난달 7일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하면서 사법리스크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당선인은 지지층 만큼이나 비토 정서를 가진 중도층도 많은 상황이었다. 진보 아젠다를 아무리 띄워도 중도층 표를 얻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결국 대선 초반부터 보수진영에 가까운 경제·민생 정책을 제시하고, 보수계 인물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도층을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40%에도 미치지 못한 득표율로 참패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신속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한 결과, '내란 세력 대 진압 세력'이라는 불리한 구도에 스스로 휘말렸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내란 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내각 인사 중 유일하게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서 '꼿꼿 문수'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이 장면으로 인해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 후보까지 됐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본선 무대에서 이 같은 윤석열 정권과의 연결고리는 강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할 경우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후보가 된 이후에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이 같은 입장은 중도 성향의 합리적 보수층의 이탈을 불러왔고, 외연 확장에도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선거 준비 부족도 패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김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까지도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론이 거론됐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불과 이틀 앞두고 당 지도부가 비상대책위를 열어 김 후보 교체를 시도했고, 전 당원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까지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혼란 속에서 김 후보는 준비가 부족한 채 본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주요 유세 메시지는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공세에 치중됐으며,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거의 없었다. 최 교수는 “공약은 거의 부재했고, 선거운동 대부분이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시대착오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 교수는 “김문수 후보는 본인 자체가 하나의 리스크였다"며 “'아스팔트 보수'라고 하는 극우 세력과의 연대 이력은 물론, 기독자유통일당 대표 시절 발언들이 다시 회자되면서 시대착오적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 폄훼나 일제 강점기 미화성 발언 등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극우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만 남겼다"고 덧붙였다. 김하나·박주성 기자 uno@ekn.kr

[대선 2025]투표율 78.9%, 28년 만에 최고…정권 교체 민심 강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열기는 어느때보다도 뜨거웠다. 3일 오후 11시 기준 잠정 투표율이 20대 대선보다 1.8%포인트(p) 높은 78.9%로 집계됐다. 1997년 15대 대선(80.7%) 후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사전투표부터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호남이 압도적이었고, 보수세가 강한 대구·울산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며 진보층 유권자의 투표 심리를 부추겼다. 보수 유권자도 정권 교체론에 맞서 결집한 양상으로 풀이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에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3500만4540명이 참여했다. 78.9%의 투표율은 2000년 이후 치러진 대선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다. 2000년대 역대 대선 투표율을 보면 19대(77.2%), 20대(77.1%) 18대(75.8%) 순이었다. 16·17대까지 포함시킨 2000년대 평균 투표율은 약 73%다. 지역별 투표율은 광주가 83.8%로 전국 19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전남과 세종, 전북도 각각 83.5%, 83.1, 82.5%를 기록하며 82%를 넘겼다. 20대 대선에서도 광주(81.5%) 전남(81.1%) 전북(80.6%) 순으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건 정권 심판과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과 내란, 탄핵으로 이어지기까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도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올랐는데, 정치권에선 '정권 심판' 성격의 투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77.9%를 기록한 서울은 79.3%로 집계됐다. 이재명 당선인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에게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경기 지역에서는 78.4%로 나타났다. 지난 20대 대선과 동일하게 평균 투표율에 미달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73.4%)였고, 뒤이어 충남(74.8%) 충북(76.1%)의 순이었다. 두 지역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평균치를 하회했다. 울산은 80.1%를 기록하며 영남권 중 유일하게 80%를 넘겼고, 사전투표율이 25.63%로 가장 낮았던 대구는 79.9%까지 올랐다. 경남은 78.5%를 기록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 여론과 별개로 '반(反) 이재명' 여론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당선인은 이날 자정 현재 **%의 지지율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역대 최고 득표율인 18대 대선의 박근혜 후보 51.55%를 경신했다. (또는, 약간 못 미치는 기록이다, 로 대체) 2위 김 후보를 10%p 이상 큰 격차로 제쳤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3%p차이로 아깝게 패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수치다. 이처럼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이 당선인의 국정 드라이브에 힘이 붙게 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더구나 원내 의석 170석의 압도적 다수를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통합정부 구성에 있어서도 여유를 갖고 국정운영의 강력한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보수 진영의 단골 승리 공식인 호남을 제외한 영남, 충청, 수도권, 강원 등이 역포위하는 선거 전략이 무위로 돌아간 것도 눈에 띈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항상 우세를 보여 왔던 호남에선 8대1의 압승을 거뒀다. 게다가 수도권, 강원, 충청 지역에서도 김 후보에 비해 10%p 이상 앞섰다. 특히 잘해야 20~30% 득표에 그쳐왔던 PK 지역, 즉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40%를 훌쩍 넘는 득표율로 '터줏대감'격인 보수 정당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TK 지역에선 여전히 20%대의 득표에 그쳤지만, 보수의 '호남 포위 전략'을 뒤짚는 범진보 진영의 'TK 포위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같은 지지율을 내년 지방선거때까지 유지할 경우 PK 지역은 물론 TK 지역에서도 광역자치단체장 등 상당수의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TK 지역당'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연령대별로도 이 당선인은 7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대에서 김 후보를 압도했다. 특히 4050 세대는 이 당선인에게 '몰빵'한 상태다. 과거 보수 성향이 강했던 60대 마저도 이른바 86세대들의 노령화로 진보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 당선인의 '안방'이 된 모양새다. 다만 2030세대에서 지난 대선때보다도 5~10%p 낮은 지지율을 획득한 것은 과제로 꼽힌다. 김 후보는 내심 목표로 했던 40% 득표율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차후 정치 일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김 후보는 40%를 넘길 경우 향후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점령, 대선 패배 후 이어질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역대 최대 득표차로 패배하면서 당권 획득 가능성이 다소 멀어졌다는 평가다.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전광훈 등 극우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서 당의 중도 확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애초 목표로 알려졌던 10%대 득표에 실패하면서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치 실험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5% 안팎의 득표에 그쳤다. 다만 수도권의 2030세대들 사이에선 20% 안팎의 지지를 얻어 희망을 남겼다. 1, 2차 TV토론때만 해도 젊은이 다운 순발려과 공격력으로 이득을 봤지만 3차 TV토론때 불거진 '여성 혐오 발언'의 후폭풍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성상납 의혹이나 '갈라치기 정치'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젊은 세대 다운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봉수·김연숙·윤동 기자 bskim2019@ekn.kr

[새정부에 바란다] 탄녹위 위상 강화·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탄소중립 선진강국으로 전환”

기후환경단체들은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 타워를 키워야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는 시각 차이가 존재하지만, 지금의 정부 조직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공톤된 시각이다. 각종 기후환경 정책이 여러 정부 부처에 흐트러져있는데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를 통제하기에 힘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고 탄녹위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국민 참여 기구로 실질화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실제적으로 지휘할 조직이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지난 3일 대선을 앞두고 공통적으로 기후에너지 거버넌스 개편을 정책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탄녹위의 권한을 키우는 것을 포함해 기후와 에너지를 함께 다룰 수 있도록 환경부의 기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를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혹은 기후에너지부 구성안에다 산업까지 더해 기후경제부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기후환경단체들이 이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는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적극 반영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은 환경부, 탈석탄, 재생에너지 보급 및 전력시장 개편은 산업부,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국토교통부 등으로 각종 정책이 분산돼있다. 기후변화센터는 지난달 8일 '신정부에 바란다: 의욕성, 정합성, 실행력을 지닌 기후·에너지 정책 제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백철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산업부와 환경부 간 기능 중복, 통합 부재, 부문별 칸막이식 규제 체계로 인해 융합적 대응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녹색전환연구소·플랜 1.5 등 국내 기후씽크탱크 3곳은 지난 4월 10일 30대 기후정책 제안서를 발표하며 탄소중립위원회의 행정위원회 격상 및 환경부의 기후 정책 기능과 산업부를 통합해 기후·에너지·산업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로의의 개편을 주장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달 27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이 중심이 되는 기후·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한 거버넌스의 구성을 각 후보에 전달했다. 재생에너지업계에서도 이 대통령 당선인의 기후에너지부 신설 및 탄녹위 실질화 공약을 지지해왔다.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이 후보 공약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며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대한민국이 기후 악당국과 기후 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탄소중립 선진강국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새정부에 바란다] ‘자본시장 민주화’ 대수술… 최대주주 vs 소액주주 균형 과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법 전면 개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가 있다. 소수주주들은 새 정부가 이 개혁 과제를 실질적으로 추진해, 이제는 '이사회에 한 자리를 가질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다수 주주의 절대 지배력을 제한하고, 소액주주도 연합을 통해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는 경영 판단의 기준을 '모든 주주의 이익'으로 확장해,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을 제어하는 장치다. 기업들에겐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는 변화지만, 소수주주들에겐 형식에 머물렀던 권리를 실질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새 정부가 이를 단순한 입법 과제가 아닌, 자본시장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 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들의 '집중투표제 기피'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며, 제도 변화와 기업 현실 간의 간극을 드러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 코스피시장에서 보고서를 공시한 상장사(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359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고 밝힌 기업은 단 15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정관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소극적 방식의 도입으로, 사실상 제도의 실효성은 낮았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한 기업은 KT&G 한 곳뿐이다. 하지만 KT&G도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 이사 선출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형식적 공시 수준에 그친 채 실질적 이행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머지 기업들 역시 집중투표제를 회피하기 위한 정관 유지나 공시상 '도입' 표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이 제도가 이사 선임 방식의 근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이사 후보를 놓고 주주들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표를 행사한 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순서대로 이사가 선출된다. 하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각 이사 자리에 대해 개별 투표가 이뤄지며, 주주는 자신이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 1인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방식은 다수 주주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소수주주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기존 지배주중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매년 주총을 앞두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노출된다. 소수주주가 연합하거나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 외국계 기관투자자 등 대형 주주가 연합할 경우, 특정 후보를 밀어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지배주주는 더 이상 이사회 다수를 장악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정기주총이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경영권 경쟁의 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은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위임장 확보, 우호지분 결집 전략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며, 이사회의 다양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까지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도 이사회 내부의 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총수 또는 지배주주의 의사'를 기준으로 삼아온 이사들의 판단이, 이제는 모든 주주의 이익이라는 넓은 기준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이사는 의사결정 시마다 사후 책임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하며, 이는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사의 민사상 책임이 강화되면, 이사회 구성 자체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도입되면 이사직 수락에 앞서 책임 부담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내부적으로는 법무·준법부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사 결정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과감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가 모두 입법화될 경우, 기업의 이사회 운영 전략은 전면 재편이 불가피하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사전 조율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이사 후보자 구성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정기주총이 기업 전략보다 지배구조 방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핵심 사업 결정이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적 대응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따라 이사의 행위는 이사회 의결서나 회의록, 이해상충 자료 등으로 입증될 책임이 커진다. 이사회 사무의 문서화, 법무팀과의 사전 검토 강화, 내부통제 기준의 재정비 등 행정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위임장 확보, 우호주주 전략, 이사 보수체계 및 위원회 운영 방식 등도 제도 환경 변화에 맞춰 재설계가 요구된다. 기업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 활동 등도 적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단순히 대주주 지분율 유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사회 지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를 예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 조항은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며, 이사들이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보다 주주 전체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도록 구조를 바꾼다. 이사회에 소수주주 추천 이사가 들어오고, 이사 개개인의 법적 책임이 강화되는 상황은 대주주의 단순 이사회 장악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과 자본시장에서 유래없던 수준의 변화다. 과거에는 단일 최대주주 체계만 유지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주총, 다양한 주주 연합, 복수 의사결정 채널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 실제로 회사와 주주에 이익을 주는 결정을 내린다고 인정받는 경영진만이 회사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와 충실의무 조항은 모두 이사회라는 구조적 거버넌스를 겨냥한 제도"라며 “지분율은 유지되더라도 이사회 장악력이 약화되면 실질적인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소위 '오너'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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