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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청도반시축제, ‘Fun See’로 물든 가을 청도, 농촌이 축제의 중심이 되다(1)

씨 없는 감이 만든 풍경 주민이 주인공이 된 축제 지역이 살아나는 현장 청도 반시(半柿)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다.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이고, 주민 삶의 일부다. 2025년 청도반시축제는 'Fun See(펀시)'라는 슬로건 아래, 농업과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평가받았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이번 축제의 현장과 의미,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친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를 심층 분석한다. 글싣는 순서 1:'Fun See'로 물든 가을 청도, 농촌이 축제의 중심이 되다 2:농민의 손끝에서 관광자원으로… 반시의 가치가 달라졌다 3::지역이 살아나는 길,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가을빛 물든 청도, 축제의 첫날… 'Fun See' 인파 몰려 10월의 맑은 하늘 아래 청도야외공연장 일대는 반시(씨 없는 감)빛으로 물들었다.개막식이 열린 17일 오전부터 인파가 몰리며 행사장은 활기를 띠었다. '청도 반시축제'는 이름 그대로 지역의 대표 특산물 '반시'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축제다.올해는 '반시'가 아닌 'Fun See(펀시)'를 주제로 '즐겁게 보고(See), 맛보고(Fu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반시가 만든 새로운 체험형 콘텐츠 행사장 곳곳에는 명품청도반시전시관,반시족욕,맛있는 반시푸드존,청도감물염색,반시체험촌 등 반시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즐비했다. '황금반시를 찾아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과 ' 반시 자판기' 같은 이색 이벤트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웃음을 자아냈다. 한 체험객은 “감이 단순히 먹는 과일이 아니라, 청도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민이 주인공이 된 진짜 '지역축제' 이번 축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 주도형 운영으로의 전환이다. 청도군청과 지역농협,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실질적인 기획과 운영은 주민의 손으로 넘어갔다. 청도읍과 각 마을 단체, 청년 농부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지역 농산물 직거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한 주민은 “과거에는 구경꾼으로 축제에 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축제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로 나서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청도 반시축제는 행정 주도의 틀을 깨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일군 '농업문화의 축제'로 확실히 자리 잡았으며, 그 속에서 '살아있는 지역경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주민 주도형 전환이 최대 성과" 청도군 관계자는 이번 축제의 성공에 대해 “군이 기획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기존 구조를 넘어, 주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진정한 '주민축제'로 발전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청년과 농민이 주도하는 부스를 늘리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해 반시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은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축제가 지역 화합과 경제 활력의 장으로 꾸준히 성장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연봉 2억 줄테니 넘어와라”…마이크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핵심 인력 줄줄이 채간다

글로벌 메모리 3위 마이크론이 AI 반도체 전쟁의 승부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국 핵심 인재 영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연봉 2억 원'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인재 유출 경고등이 켜졌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링크드인 등 플랫폼을 통해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대만 타이중 D램 생산기지에서 근무할 경력직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HBM 개발 및 패키징 관련 직무가 대부분이며, 일부에게는 임원급 포지션까지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대만 타이중에서 일할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력 면접을 경기도 판교 일대 호텔에서 실시했다. 오퍼 조건으로는 연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천징수 기준 10∼20% 임금 인상, 거주비 및 비자 프로세스 지원 등을 내걸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국내 주요 대학에서 '당일 채용(사전 지원자 대상)'이라는 파격 조건까지 걸고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초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일할 한국 엔지니어를 모집했으며, 미국과 싱가포르 공장에서 근무할 직원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엔지니어 외에도 한국 지사를 둔 ASML 등 외국계 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 업계 직원들에게도 이직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임원급 연봉은 보너스를 포함해 최대 2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경력 면접에서 탈락했던 엔지니어에게 다시 입사를 제안하는 등 인재 확보에 대한 절박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은 HBM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반영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시장에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마이크론이 빠르게 부상하며 '3강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기술력의 원천인 핵심 인재 확보가 곧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절대적인 생산 능력(캐파)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 이에 대만,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거점 공장을 증설하며 인력 충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픈 손가락’ LCD 버리고 ‘아이폰’ 잡은 LGD, 생존 위한 체질 개선 통했다

LG디스플레이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4년 만의 연간 흑자 전환이라는 값진 결과로 돌아왔다. TV 시장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애물단지가 된 LCD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심장인 저온 다결정 산화물 유기 발광 다이오드(LTPO OLED)에 집중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4500억원대로 2021년 이후 지속된 적자 고리를 끊어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의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LTPO OLED 패널 공급을 늘리며 수익성을 대폭 강화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LTPO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매출 기준 26.3%의 점유율로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프리미엄 패널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사업 재편 뒤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생산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단행하며 조직을 슬림화했다. 2022년 3만 명에 육박하던 국내 임직원 수는 올해 2분기 2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구조적 변화가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연구원은 “지난 3년 간의 사업 조정과 비용 절감 노력이 이익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2026년까지 애플 공급망 내 점유율 증가와 LTPO 패널 공급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SK브로드밴드 아파트 일반전화… 반복되는 통신고정 장애에 주민들 “생활이 마비됐다”

한 달에 두 번 '먹통',반복되는 회선 장애에 고령층 불안 '극심' 보상제도 유명무실… 통신사 관리·점검 책임 도마 위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한 달에 두 번은 전화가 안 됩니다. 집에 있는 노모에게 연락이 안 되니 불안해서 퇴근도 못 하고 집으로 뛰어갑니다." 대구시 달서구 한실로 A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66) 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두 차례 정도 SK브로드밴드 일반전화 불통 사태를 겪었다. 통신장애가 발생한 시간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하루 이상.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나 복구 시점조차 안내받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는 1300여 세대 규모의 대단위형 단지로, 노년층을 중심으로 상당수 가구가 여전히 일반전화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SK브로드밴드의 '고정통신 장애'가 반복되며 주민들이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민 김모(68) 씨는 “지난달에도 전화가 하루 종일 안 됐고, 이번 달엔 주말에 또 끊겼다"며 “인터넷이야 그렇다 쳐도 전화는 응급 상황 때 꼭 필요한데 이게 계속 이러면 어떻게 사느냐"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SK브로드밴드가 원인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복구만 반복하고 있다"며 “사전 통지나 사후 보상 절차도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본지 취재에 “일부 지역 회선에서 간헐적인 신호 오류가 발생해 통화 장애가 있었다"며 “현재는 복구 완료 상태이며, 원인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복적 장애가 '노후된 교환장비' 또는 '지역국사 내 회선 과부하'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통신기술 전문가 A모 박사(한국통신학회)는 “일반전화는 교환기 기반 회선망으로, 노후 장비가 유지보수 없이 운영되면 고정장애가 반복된다"며 “장애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설비 교체 없이 임시 복구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장애 발생 후의 대응이다. 18일 주민들에 따르면 전화가 불통된 날에도 SK브로드밴드 고객센터에서는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됐고, 정확한 원인·복구 시간 안내는 없었다. 입주민 박모 씨(53)는 “전화가 안 돼 고객센터에 신고했더니 '장애 접수는 됐지만 복구 예정 시간은 모른다'는 말만 들었다"며 “인터넷 홈페이지나 문자로 공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 공지와 사후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방송통신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통신 3사의 고정통신 장애 신고 중 SK브로드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27%로, 타사 대비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번 장애는 고령층 주민들에게 더 큰 불안을 안겼다. 70대 주민 이모 씨는 “휴대전화가 익숙하지 않아 집 전화만 쓰는데, 응급상황 때 연락이 안 되면 위험하다"며 “통신사에 몇 번이나 말했지만 '조사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지역사회 복지 관계자도 “고령자 중엔 치매나 독거노인이 많다. 유선전화는 긴급 구조나 돌봄 시스템의 기본 연결망"이라며 “통신 장애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자는 서비스 장애로 인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 요금 감면 등의 보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실제 보상을 받으려면 고객이 직접 장애 발생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통신사가 장애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용자 신고 없이는 자동 보상이 되지 않는다"며 “고정통신 이용자는 대부분 고령층이라 피해보상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국사 장비 노후 여부를 포함해 근본 원인을 점검 중"이라며 “필요 시 장비 교체와 회선 보강 등 장기적 개선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 절차를 안내하고, 긴급복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삼성전자가 그리는 AI의 미래…“공기처럼 스며드는 ‘앰비언트 AI’ 온다”

삼성전자가 미래 AI의 방향성으로 '앰비언트 AI(Ambient AI)'를 제시했다.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공기처럼 일상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삼성 AI 기술의 최종 목표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들을 초청해 '2025 테크 포럼'을 열고 이 같은 AI 비전을 공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포럼의 핵심 주제인 '앰비언트 AI'는 사용자가 기기를 직접 조작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AI가 상황을 인지하고 예측해 스스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TV·가전·모바일 기기 등 삼성의 방대한 제품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사용자에게 끊김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은 이 자리에서 “AI로 일하고 성장하는 'AI 드리븐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며 '앰비언트 AI' 구현을 위한 전사적인 역량 집중을 예고했다. 또한 김대현 AI센터장은 '자율적 목표 수행을 위한 인공지능'에 대한 기조 발표를 통해 기술적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을 통해 제시한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개발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AI 기술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집값 잡아도, 못 잡아도 고민…민주당 ‘부동산 딜레마’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성패와 관계없이 부담을 떠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대책이 약발을 발휘해 집값이 잡히면 “왜 우리 집만 안 올리느냐"는 서울 시민의 박탈감이, 반대로 효과가 없으면 “문재인 시즌2"라는 실정론이 전국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민주당은 겉으로는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단 당 지도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아무런 근거 없이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비난한다"며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게 아니다. 수억, 수십억 빚을 내 집을 사게 하는 게 맞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고육지책", “최후의 수단"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불가피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고, 그래야 현금이 부족한 서민들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규제 지역으로 묶인 수도권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정부의 초강도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시장 후보군은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4개월 동안 이어진 서울 집값 상승세로도 민심 부담이 컸는데, 한층 강한 규제가 더해지면서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여당 소속인 만큼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하기는 어렵고, 공급 확대 요구 정도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내놓은 고강도 대책"이라며 엄호하면서도 “마용성·강남권 등 인기 지역 주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공급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표정은 더 복잡하다. 박주민·서영교·김영배·박홍근 의원 등 후보군들은 침묵을 유지하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의식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정체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까지 규제 지역으로 일괄 지정하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포·성동은 수억씩 뛰는데, 우리 집은 1억도 안 올랐다. 왜 안 오른 집값만 옥죄느냐"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3개월 동안 서울 21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아파트값이 오히려 하락했다. 이들 지역 구청장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여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규제의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서울 전역을 한꺼번에 묶어버린 건 선거에 치명적"이라고 토로했다. 반대로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전국 지방선거가 흔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28차례 넘는 대책에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해 결국 정권을 내준 전례가 있다. 야권은 이번 대책을 두고 “문재인 시즌2"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강벨트가 지역구인 한 의원실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자주 나오는 것 자체가 시장 불신을 키운다"고 전했다. 실제 현 정부는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질 정책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전에 공급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있었다. 정권 출범 4개월여 만에 집값을 단숨에 안정시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SK하이닉스, 최태원 ‘뚝심’ 덕 14년 만에 ‘10조 클럽 신화’ 썼다

22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던 반도체 기업이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1조원을 바라보는 'AI 시대의 총아'로 거듭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과 과감한 투자가 SK하이닉스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 정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조3294억원으로 사상 첫 분기 '10조 클럽' 가입이 유력시된다. SK하이닉스의 극적인 반전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당시 반도체 불황으로 모두가 투자를 꺼리던 시기에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고 채권단 체제에서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현재 SK하이닉스의 '효자' 상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당시 상품성이 없다는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 독려가 있었기에 세계 최초 개발과 시장 선점이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지난 8월 포럼에서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며 최 회장의 결단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증권가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과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스 고두와 UBS 연구원은 “오픈 AI가 2027년까지 HBM 산업에 큰 상승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수혜를 예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기공식 참여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이 지난 15일 투르크메니스탄 제2의 도시 투르크메나밧에서 개최된 '미네랄 비료 플랜트'의 기공식에 참석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총 7억8400만 달러 규모(한화 약 1조810억원)로 연산 35만 톤의 인산비료와 10만 톤의 황산암모늄을 생산하는 설비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기공식에는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imuhamedov) 대통령과 바이무랏 안나맘메도브(Bymyrat Annamammedov) 건설‧전력‧생산담당 부총리 등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인사,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을 비롯한 양측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우건설이 참여를 추진 중인 다수의 신규 석유화학 플랜트 및 대규모 인프라 사업 현황을 공유했다. 대우건설의 축적된 기술력과 글로벌 시공 경험을 통해 투르크메니스탄의 산업 고도화와 양국 간 협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앞서 정 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을 대우건설의 전략적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총 6차례 현지를 방문한 바 있다. 국가최고지도자·대통령·부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면담하며 사업 협력 방안과 현지 산업 발전 전략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대우건설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미네랄 비료 플랜트 사업을 처음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천연가스 부존량 세계 4위 투르크메니스탄이 에너지 자원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생산을 통한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국가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산업 전환 흐름에 맞춰 2023년 10월 수도 아슈하바트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영업 기반을 강화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의 경제 다변화 정책과 연계해 확대되는 투자 수요에 적극 대응, 도시개발·대형 인프라·석유화학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이번 기공식은 투르크메니스탄의 풍요로운 미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미네랄 비료 플랜트가 가스화학 산업과 국가 농업 발전을 이끌 핵심 프로젝트인 만큼, 현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고의 품질로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역세권 개발사업’ 입지+‘10·15’ 피한 신규 단지 ‘프리미엄’ 노린다

교통망을 중심으로 도심 기능이 재편되는 가운데 단순한 교통 편의를 넘어서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미니 신도시'급의 배우 입지를 갖춘 신규 분양 단지가 청약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19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역세권 개발사업'은 철도역과 그 주변 지역을 주거, 상업,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도심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과거 역 주변이 단순히 교통 거점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제는 역을 중심으로 하나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개발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 편의성 확보다. 기존 철도망에 더해 다양한 대중교통 노선과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사통팔달 교통 요지가 된다. 동시에 각종 생활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주거 편의성이 극대화된다. 역세권 개발사업의 성공 법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바로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이다. KTX광명역 일원은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과 소하동,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과 박달동 일원 약 196만6000㎡ 부지에 주택 9000가구, 인구 2만여 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이미 변모했다. 이는 KTX 역세권 부동산 개발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시도된 곳이다. 기존에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광명역세권은 현재 주거시설과 대형 상업시설, 업무시설, 교통 허브 기능까지 갖춘 복합도시로 성장했다. 이케아,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도권 서남부의 쇼핑 중심지로 자리매김했고 국제 디자인 클러스터, R&D 시설 유치 등으로 고용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개발 효과는 곧바로 인근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어 실질적인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광명역 푸르지오'의 전용 84㎡는 2014년 당시 분양가 약 4억2,000만원대에서 올해 9월 11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10년 만에 시세가 두배 이상 올랐다. 광명역세권 중심에 자리한 일직동도 광명시 내에서도 최고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R114랩스 자료에 따르면, 일직동의 3.3㎡(평)당 평균 매매가는 356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광명시 평균 2681만원은 물론 광명 내 주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철산동(2926만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이달 역세권 개발사업 배후 입지를 갖춘 신규 분양단지들은 10·15 규제를 피한 특장점을 갖추고 있다.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 수요가 기대되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경기도 김포시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B3블록에 조성하는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를 이달 말 청약한다.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되며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 동, 전용면적 74·84㎡ 총 152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는 24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이달 말 청약에 착수하는 이 단지는 이번 부동산 대책 규제 지역으로 미지정돼 각종 규제를 피한 곳으로 풍선효과가 예상된다"며 “교통의 편리함과 실거주 우수성을 갖춘 역세권 개발사업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배후 수요도 풍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韓기업총수들, 트럼프와 한나절 골프…관세 협상 지원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대만 주요 기업인들과의 골프 회동을 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18일(현지시간) 오전 9시8분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했다. 텅 빈 거리를 질주하는 검은색 차량에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 때 자주 쓰는 흰색 모자를 쓴 인물이 탑승한 것이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는 백악관 풀기자단도 “대통령이 9시15분에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공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은 오후 4시 50분께 골프장을 나섰다. 역시 경찰의 도로 통제 속에 똑같은 모델의 리무진 차량 두 대가 성조기를 꽂은 채 일렬로 이동했고, 뒤쪽 차량에 흰 모자를 쓴 인물이 탑승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주요 재벌기업 총수들이 집단적으로 미국의 대통령 및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골프를 즐긴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라운딩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개인 차량이 아닌,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단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 차량으로 추정되는 검정 리무진 버스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떠난 뒤에 골프장을 나섰고, 차량은 팜비치 섬의 5성급 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을 초청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으며, 기업 총수들을 수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한국 직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통상 4인 1조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한 조를 이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풀기자단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골프장 입구는 경호원들에 의해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됐으며, 골프장 주변도 높은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여 내부 상황을 살펴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도착 이후 각 조가 각 홀에서 동시 티오프하는 '샷건' 방식으로 라운딩이 시작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과 동반 라운딩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경기 전후 또는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에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분야에서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및 관세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지 주목된다. 마침 정부의 경제·통상 라인도 미국으로 총출동해 미국 측과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 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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