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下] 무차입 ‘클린 지주사’ 쥔 김동선…‘푸드테크 실험·규제 돌파’는 과제](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1.81aa15853db94c89ad210bac52adfe02_T1.png)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오는 8월 1일 출범하는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데뷔 무대다. 이 신설 법인은 존속 법인 ㈜한화로부터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23.7%를 분할 받지만 부채는 총 249억 원만 승계한다. 존속 법인이 분할 전 부채의 99.7%를 책임지면서 신설 법인은 부채비율이 3% 미만인 압도적인 무차입 '클린 컴퍼니'로 출발하게 된 셈이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부담 없이 신사업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체적인 'SWOT' 관점에서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사실상 전무한 부채와 든든한 캐시 카우라는 강점과 푸드 테크 융합 생태계 선점이라는 훌륭한 기회를 쥐고 출발한다. 신설 법인의 사업은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 등 기계·장비의 '테크' 부문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유통·서비스의 '라이프' 부문으로 나뉜다. 김 부사장의 핵심 전략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유통·서비스 산업에 첨단 IT 기술을 입혀 피지컬 AI 기반 푸드 테크·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4414억 원과 영업이익 221억 원을 기록한 글로벌 영상보안 강자 한화비전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전담하고, 1분기 매출 6694억 원과 영업이익 182억 원으로 선방 중인 단체급식 2위 아워홈의 거대한 식자재 유통망에 한화로보틱스의 조리 로봇과 한화모멘텀의 물류 자동화 설비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비록 한화세미텍 등 일부 계열사들이 선제적 연구·개발(R&D) 인프라 투자 확대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갤러리아 역시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무차입 지주사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B2B 장비 산업과 B2C 소비재 산업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비전은 적자가 지속되던 비전넥스트 청산하는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고, 지난 4월 말에는 적자 상태인 한화세미텍에 5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체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 ㈜한화 건설 임원 사임으로 '선 긋기' 본격화…융합 한계와 자생력 입증 하지만 B2B와 B2C라는 이질적 조직 문화의 통합, 그리고 유통·외식 부문의 구조적 저마진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약점(Weakness)을 안고 있다. 최근 공시를 통해 이러한 테크-라이프 융합 구상에 결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됐다.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 4월 1일 자로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 임원직에서 사임했다. 한화갤러리아 등 라이프 부문 임원직만 유지한 채 테크 부문 경영에서 손을 떼며 형제 간의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 지주사 규제 '합병 묘수'로 돌파…아워홈 1조 베팅과 자산 유동화 기회 다만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앞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 회사 행위 제한 규제를 2년 내에 해소해야 하는 거대한 법적 허들이다. 우선 지주 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분할 계획서 및 1분기 공시상 ㈜한화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율은 49.80%여서 최소 0.2% 이상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또한 지주사의 자회사는 자신이 지배하는 손자회사가 아닌 다른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교차 소유 금지 규정도 풀어야 한다. 현재 아워홈의 모회사인 특수 목적 법인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나누어 쥐고 있는데, 분할 이후 신설 지주사가 ㈜한화의 지분을 승계하면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자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법을 명백히 위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 지주사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주사의 100% 직속 자회사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가장 막대한 재무적 지출이 예상됐던 아워홈 지배 구조 개편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우리집에프앤비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산하에 그대로 남는다면 아워홈은 지주사의 증손회사가 돼 법적으로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 막대한 자금 출혈 요건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신설 지주사가 우리집에프앤비를 100% 직접 자회사로 흡수하면 아워홈은 손자회사로 신분이 상승해 비상장사 지분 50% 요건만 충족하면 되므로 현재 지분율(50.62%)만으로도 규제를 비켜 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실질적인 경영권 장악과 규제 돌파를 위해 파격적인 베팅이 이뤄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자회사 '우리집에프앤비'를 통해 무려 8642억 원을 투입해 아워홈 지분 58.62%를 확보했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잔여 지분 8%를 1186억 원에 2027년 5월까지 추가 매입하는 2차 계약도 맺었다. 신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소공 2지구 유휴 부동산을 한화생명에 802억 원에 매각해 넉넉한 현금을 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2월 한화푸드테크에 4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기존 자산을 극적으로 유동화해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에 과감히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년 내에 재무적 누수 없이 얽히고설킨 공정거래법 지분 고리를 풀어내야 하고, 롯데·신세계 등과의 치열한 유통 경쟁 속에서 내부거래 축소로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명백한 위협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 규제 리스크를 영리하게 우회했다. 옛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2025년 1월 사업회사인 구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확정했고, 이 합병에 따른 자산 요건 변동으로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예 '지주회사 적용 제외' 통보를 받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자회사 지분 확보·교차 소유 해소 시급이라는 규제 족쇄를 합병이라는 묘수로 털어낸 것이다. ◇ 계열 분리 최종 수순 '지분 스왑' 이번 분할로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체제가 물리적으로 확립됐으나 완전한 친족 독립 경영인 계열 분리 인정을 받기까지는 지분 맞교환(스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공정위 친족 분리 요건에 따르면 분리하는 친족 측이 동일인 측 상장사 지분을 3% 미만으로 소유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존속 ㈜한화 보통주 지분을 5.38% 보유하고 있고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화에너지 지분 역시 10%를 쥐고 있어 규제 상한을 초과한 상태다. 결국 향후 신설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올린 루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와 한화에너지 지분을 두 형이 신설 지주사에서 배정받게 될 지분과 맞교환하는 대규모 스왑 절차가 완전한 독립의 최종 수순이 될 전망이다. 완전한 계열 분리 위해 지분 맞교환과 내부 거래 축소 등 과제 산적한 가운데 더불어 코레일이 약 30%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커넥트의 지배 구조 개편 역시 공공 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해 까다로운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짜 명백한 위협 요인은 지분 구조에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403억 원을 기록한 핵심 수익원인 '한화커넥트'의 최대주주는 장남 영역인 '한화솔루션(48.31%)'이며, 김 부사장 측(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은 18.94%에 불과하다. 이를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코레일보다 큰형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 셈법 복잡한 '형제간 교통 정리'가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최근 공정위가 분리 이후 3년간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의무 제출토록 사후 감시를 대폭 강화한 만큼, 아워홈이나 호텔앤드리조트가 기존 방산·케미칼 형제 회사 물량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독립된 시장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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