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담당 재판부가 최 회장으로 하여금 노 관장에게 9000억 원대의 재산 분할 판결을 내렸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 신청을 낸 지 9년 만이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 분할금 규모를 9440억 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발생하는 지연 손해금도 함께 지급하도록 명했다. 이번 파기 환송심은 본소 전부와 반소 중 이혼과 위자료 청구 부분이 앞선 대법원 심리를 통해 이미 분리·확정됨에 따라 오직 반소의 '재산 분할' 청구 부분에 한정해 심리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파기 환송심에서도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을 부부 공동의 재산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식이 최 회장 명의로 취득됐으나 혼인 기간 중 경영 활동으로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그 가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분할 비율은 부부 공동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 기여도 △혼인 기간 등을 포괄 참작해 최 회장이 3분의 2, 노 관장이 3분의 1을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노 관장 몫으로 배정된 주식 가운데 부족한 부분에 대해 최 회장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이른바 '대상 분할'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파기 환송심에서 밝힌 양측의 분할 방법에 관한 의사를 수렴하는 한편, 해당 주식이 최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아울러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전, 최 회장이 경영권 유지와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친인척에게 증여했던 주식은 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서 제외했다. 분할 대상 주식의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은 앞선 이혼 소송의 사실심(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이었던 2024년 4월 16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재판상 이혼 확정 후 재산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분할 대상과 액수는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특히 상장 주식은 가액 변동성이 크고 언제든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므로 이혼 확정 이후의 주식 처분 여부 등에 따른 손익을 혼인관계가 해소된 부부 쌍방에게 분담시키지 않는 것이 부부 공동 재산의 공평한 청산 목적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변론 종결일 이후 이번 파기 환송심 변론 종결일 사이에 SK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현상에 대해서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가액 기준일 자체를 임의로 늦추는 대신 “부부 공동 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 분할 비율 산정에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가액 기준일은 원칙대로 고정하되, 주가 급등이라는 변수를 분할 비율(노소영 1/3) 조정 과정에 유연하게 반영한 셈이다. 이번 재산 분할액이 1조3808억 원에 달했던 직전 항소심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결정적 배경에는 대법원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 10월 대법원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애당초 '불법 자금'이므로 설령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고 해도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낸 바 있다. 파기 환송심 재판부 역시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비자금 300억 원이 SK 측에 전달됐다고 해도 이를 최 회장 보유 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나 재산 분할 비율 산정에서 전혀 참작하지 않았다. 작년 대법원 판단 당시 위자료를 20억 원으로 산정했던 2심 판단은 이미 그대로 확정되었기에, 이번 파기 환송심에선 오직 '재산 분할' 액수만을 두고 심리가 이루어졌다. 앞서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반면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SK그룹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보고 주식회사 SK 지분까지 분할 대상으로 판단해 위자료 20억 원과 1조3808억 원이라는 재산 분할액을 판결하며 액수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 환송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9440억 원 현금 지급으로 결론이 나 길었던 소송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금일 재산 분할의 파기 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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