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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고비가 쏘아올린 비만약 ‘속도전’…규제개혁 서둘러야

먹는 OOO, 붙이는 OOO, 장기 지속형 OOO.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넣으면 단어가 완성된다. 비만치료제 열풍을 증명하는 단어들이다. 덴마크(위고비)가 띄우고 미국(마운자로)과 중국(신얼메이)이 이어받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의 상당수는 이처럼 '제형 혁신'을 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등 단일 인크레틴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기존 주사제형 비만치료제가 '지는 해'인 탓이 크다. 글로벌 빅파마에서 속속 나타나는 개발중단 선택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사제형 개발중단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오는 2027년을 기점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가 다수 국가에서 이어져, 이미 '제네릭 쓰나미' 경보가 울린 상태다. 아무리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한들 위고비와 차별점이 없는 한 제 값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심지어 우리 기업들의 생존 전략인 제형 다양화마저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만치료제 개발에 있어 '속도전'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해외 주요 규제당국은 이미 속도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두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핵심 절차인 임상시험계획(IND)의 규제 완화가 대표 사례다. 덴마크 의약품청(DMA)은 최근 임상 1·2상의 IND를 14일 내 처리하는 신속심사제를 도입해 자국 내 제약기업의 속도전을 지원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총국(NMPA)도 IND 처리 기한을 현행 60일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동일한 수준인 30일(영업일)로 단축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사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도 FDA와 같은 '30일 기한'이다. 문제는 30일 이내 IND를 처리한 사례가 전무한 수준에 가깝다는 점이다. 30일은 고사하고 평균 6개월 가까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임상 3상까지 거치면 IND 승인에만 1년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전통제약사, 바이오텍 가릴 것 없이 모두 '벤처 입장'이 된 우리나라 비만치료제 업계로서는 이 같은 허울 뿐인 규제는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최소한 규정대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기존 규제를 더욱 혁신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문재인 정부와 식약처는 '고(GO)·신속 프로그램'을 도입해 백신·치료제 후보물질에 한해 IND 처리 기한을 최장 15일까지 일시적으로 단축한 바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는 명분이다. 지금 우리 제약업계는 닥쳐올 제네릭 쓰나미와 글로벌 규제혁신 폭풍,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눈보라 속에 놓여 있다. 말그대로 재난 상황이다. 정부의 과감한 IND 규제 혁신이 간절한 시점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기자의 눈] 임대료에 등골 휘는 면세점, 공항·정부 모르쇠가 답일까

“지금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체제라면 입점 사업자 입장에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돌아와도 임대료 폭탄 우려가 더 크죠." 최근 기획기사 취재 차 연락한 면세업계 취재원이 내놓은 씁쓸한 진단이다. 면세 소비는 줄어든 마당에 '인두세' 기반의 임차료 부과 탓에 수익이 없다시피 하니, 그는 오죽하면 “차라리 하루하루 출국객이 적으면 다행일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일부 사업권을 포기한 신라면세점 심정도 이해가 간다. 기껏 희망퇴직·임원 임금 삭감 등 짜낼 만큼 짜냈더니, 곧 대규모 객수 유입으로 수수료 폭증이 예상돼 오히려 '사업 청산'이 본전인 셈이다. 신라면세점과 마찬가지로 공항 면세점 탓에 매월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본 신세계면세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법적 공방 등 장기전을 치룰 여력이 없는 만큼 사업 철수를 택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물론 '조정 불가' 입장을 견지하는 인천공항공사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사후 임대료 조정 시 4기 입찰 탈락 업체들이 제시한 임대료보다 낮아져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신규 입찰 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어서다. 시장이 고루 성장한다면 공항과 입점업체 양쪽 모두 수수료가 올라도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공항 임대료를 차치하더라도 면세업계 업황이 예전만 못하다. 과거에는 공항 면세점 손실을 시내 점포 수익으로 메울 수 있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흐름 변화와 소비력 하락으로 이마저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공항과 입점업체의 실적만 봐도 온도차가 극명하다. 적자 늪에 허우적대는 입점 사업자들과 달리 올 상반기(1~6월) 인천공항의 영업이익은 3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올랐다. 인천공항 전체 수익에서 면세점 등 비(非)항공 수익 기여도가 60%로 높은 편이지만, 수익 구조는 다소 불균형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대료 감면에 나선 해외 공항들과 비교해 인천공항공사 측이 다소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현실에 지나치게 둔감하며 '원칙 고수'에 치중한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다. 여기에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마저 “법적 절차에 따라 할 일"이라며 선 긋기에 나서 면세 사업자 입장에선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면세점 매출과 상관없이 여객 머릿수 기준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가운데, 인천공항은 면세점의 열악한 상황을 모르쇠하기보다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상생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와 면세산업 구조·소비 트렌드가 확연히 바뀐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및 지원 움직임도 필요한 때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모험자본 공급’ 내세운 정부, 자금조달 끊긴 코넥스 돌아봐야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금융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금융은 부동산 담보 대출에 쏠리며 경제의 혈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가계자산의 64%는 부동산에 묶였다. 부동산에 공급된 금융권 자금도 GDP 대비 비중이 9년 전에 견줘 1.5배 늘었다. 금융이 오히려 성장 동력을 제약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를 뒤집기 위한 해법이 기업과 혁신으로 자금 물꼬를 돌리는 '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은 모험자본이다. 모험자본은 단순한 창업 자금이 아니라 기업 성장 단계 전반에 걸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 초기 스타트업, 도약을 모색하는 혁신기업, 정체기에 들어선 기업의 사업 재편 등에 모험자본이 제때 뒷받침되어야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 자금의 순환고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거래소의 코넥스 시장이다. 2013년 창설된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시장으로, 본래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2018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이며 침체에 빠졌다. 상장사 수는 2017년 154곳에서 현재 116곳으로 줄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두 건에 불과하다. 2022년 개인 투자자도 코넥스에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거래 유동성은 여전히 낮다. 코스닥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굳이 코넥스를 거치지 않는 것도 시장 위축을 불렀다. 이처럼 코넥스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업으로선 상장해도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투자자로선 거래가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 코넥스의 독특한 지정자문인 제도는 기업 발굴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였지만, 인센티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코넥스는 모험자본 회수 시장이라는 본래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차라리 코넥스를 코스닥에 통합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사실상 '죽은 시장'을 유지하기보다는 코스닥과 연계 속에서 회수 경로를 명확히 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시장 참여자들이 외면한다면 근본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생산적 금융의 비전은 분명하다. 부동산 대신 기업으로, 대출 대신 투자로 돈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코넥스의 실패는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금융권 해킹 막을 수 있나

2014년 카드사 3곳 해킹 사태 이후 오랜만에 사이버보안 사고가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카드의 대고객사과, 금융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위한 커뮤니티 개설, 금융당국의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소집, 야당의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수의 카드사가 사이버보안 관련 전담 임원을 두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는 등 현장의 안이한 대응 프로세스가 명분을 제공한 탓이다. 이와 관련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과기정통부와의 합동 브리핑에서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준비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서적인 발언이지만 사고가 터지고 난 다음이라는 점이 아쉬움을 낳고 있다. 10년 가까이 큰 사고가 없었던 까닭에 보안 관련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하더라도 해커들의 역량, 해킹 목적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활용으로 사이버 공격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이 단축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작부터 솔루션 마련에 나섰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망 분리 규제 도입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금융사 내부 전산망과 외부의 인터넷을 분리하는 것으로,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적용됐다. 당시에도 외부 충격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행보를 재촉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망 분리 도입 당시부터 '언젠가 일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부자 유출 리스크 뿐 아니라 외부망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악성코드 유입 및 정보 유출의 위험이 포함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로트러스트'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다. 이는 사용자 신원과 실시간 위험 평가를 고려해 모든 접근 요청을 대상으로 검증하는 보안 모델로, 내·외부 위협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 운영 비용이 낮고 망 분리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기술 활용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사가 관련 인력·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조가 수립되는 것을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볼 수 있냐는 의문이 든다. 스포츠계에서는 '구닥다리' 전술의 단점을 비싼 선수로 떼우려는 감독을 무능하다고 평가한다. 우리 금융당국도 이같은 우를 범하는 대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이버보안 관련 규제를 전면적으로 점검·재편하는 행보로 국민들의 신뢰도 확보하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노란봉투법은 난색, 4.5일제는 환영…은행권의 ‘고객편의’ 진심은

은행권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5개월 여 앞둔 가운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곧바로 직원 채용과 서비스 제공의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비정규직 고용 지형부터 손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고객 서비스 위축이 예상된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법적 방어 조치로 인한 은행권의 변화가 결국 고객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고객 서비스 최전선인 콜센터부터 대출 상환 업무를 제외하는 등 이전보다 간단한 업무만 진행할 수 있도록 손 본 상태다. 대부분이 외주 인력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작동이 어려운 고령층 고객은 축소된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하는 불편을 겪게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은행권은 노조가 강해지면 파업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고객 불편이 확대될 것이란 주장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한쪽 편에선 서비스 축소 가능성에 더 크게 직결되는 '주 4.5일제'를 두고 도입 촉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4.5일제 도입을 통한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를 반대하는 쪽에선 은행권이 제도 시행 후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주4.5일제가 제도화되면 상시적·구조적으로 고객의 서비스 이용 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철저하게 은행 입장에서 노동권 강화가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은 반대하고, 근로환경 개선은 내부 이익에 직결되기에 4.5일제는 찬성하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어느쪽이든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힘없이 순응하는 존재일 뿐이다. 둘 다 서비스 축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지만 두 사안에 모두 '고객'이 등장하면서 은행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고객편의를 앞세우기도 하고 뒤로 미루기도 하는 편의적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은행권이 명분에 따라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면 '고객 우려'라는 방패는 원칙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는 편의적 명분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은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로 인해 정책비용 등 “정부에 더 내놓을 돈이 없다"며 울상이다. 그러나 근로 시간 단축은 성장동력 약화와 직결될 수밖에 없기에 이 역시 명분이 상충된다. 이득에 따라 내세우는 무기에 진정성이 없다면 합리적인 주장일지라도 공감을 사기 어렵다. 연일 '소비자 편의 보호'를 외치기보다 일관적인 태도와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이유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페라리·에쿠스 몰면서 탄소중립 외치는 국회의원들

“2030년까지 국회 차량을 전부 무공해차로 바꾸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언식'에서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탄소중립을 다짐했다. 국회가 매년 배출하는 2만2871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몰고 다니는 건 2016년식 올뉴카니발 디젤(배기량 2199cc)이다. 1km 주행 때 1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간 1만3000km를 주행할 경우 연간 2.3t을 내뿜는다. 국회의원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경제가 국회 공직자윤리시스템(PET)에 공개된 22대 국회의원의 본인 명의 자동차 등록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기차·수소차를 보유한 의원은 단 8명(2.7%)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갖춘 의원도 21명(7.0%)에 그쳤다. 반면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 승용차·SUV를 몰고 있는 의원은 61명(20.3%)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개별 사례를 보면 극명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로 3900cc 페라리를 보유했다. 여기에 벤츠 SL400(3000cc)까지 배우자 명의로 등록돼 있어 단연 '최고 배기량 의원'으로 꼽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식 제네시스(3342cc)와 카니발(2199cc)을 처분하고 2021년식 제네시스(3778cc)를 새로 들였다. 배우자 명의 그랜저(2999cc)까지 합치면, 탄소중립보다는 '배기량 업그레이드'에 가까운 선택이다. 김윤덕 의원(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박형수·배준영·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3778cc급 제네시스·에쿠스·EQ900 등을 몰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에쿠스(3778cc)에 더해 2019년식 카니발 리무진(2199cc), 2020년식 GV80(3470cc)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를 모는 이들도 있긴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본인 차량이 없고, 배우자 명의의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처분해 2024년식 전기차 아이오닉5로 교체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환경부 장관)은 2019년 니로EV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아이오닉5를 몰고 있다. 이학영·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수소차 넥쏘를,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2022년식 GV70 전기차를 보유했다. 선언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아이들과 손을 맞잡은 퍼포먼스와 의원회관 주차장에 즐비한 '검은색 대형 세단'은 이율배반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 사상 최고치 코스피…외국인·기관이 끌고 개인은 빠졌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400선을 넘어섰다.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에 들어섰다. 이번 랠리의 힘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개인은 오름세 속에서 매도에 나섰다. 9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633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기관도 923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은 같은 기간 8조3650억원을 순매도했다. 사상 최고치 랠리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의해 끌어올려졌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다. 투심을 자극한 정책 변수도 있었다. 지난 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나흘 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대주주 기준 50억원 유지를 공식화했다. 세제 불확실성이 걷히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8일부터 6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6.31% 올랐다. 업계는 이번 상승을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회복으로 해석한다. MSCI 기준 코스피의 PBR은 지난해 말 0.87배에서 최근 1.2배로 뛰었다. 10년 평균(1.04배)을 웃돌았지만, 미국(3.9배), 선진국(2.8배), 신흥시장(1.7배)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국인 의존형 상승'은 언제든 변동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반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대외 불확실성과 정책 부담까지 고려하면, 이번 랠리가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에 좌우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 같은 정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먼저 반응하고, 개인은 뒤따라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한국 증시가 스스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외부 자금 유입에 따라 등락하는 '외국인 의존형 시장'이라는 현실은 제도와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진정한 체질 개선 없이는 이번 3400 고지도 또 한 번의 '외국인 장세'로만 기록될 수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AI시대, 활용 능력이 경쟁력이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쏟아지는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비슷하다. 'AI로 업무 혁신', 'AI로 고객 만족도 제고' 등이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서 들은 사례들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지난달 열린 LG유플러스 기자간담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AI는 1조 개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단 6시간 만에 분석했다. 숙련된 전문가가 7만 시간, 무려 8년 이상 걸릴 일을 하루도 안 걸려 끝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최근 열린 삼성SDS의 '리얼 서밋 2025'에서는 더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AI 통역·회의록 자동생성 등 기능이 소개되자 곧 사라질 직업군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수년간 언어 능력을 갈고닦은 동시통역사가 이제는 10개국 이상의 언어를 한 번에 소화하는 AI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인과 이 얘기를 나눴을 때 돌아온 대답은 “기우(杞憂)"였다. 결국 AI를 만든 것도 인간이니, 인간 스스로 자리를 위협할 만큼 발전시키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AI는 이미 사람의 영역을 넘보고 있었다. 전문가들 역시 “AI는 거품이 아니라 지속 발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AI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 여기까지 올까'를 묻는 게 더 현실적인 질문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를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경쟁의 룰을 바꿀 무기가 됐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AI를 자신의 일에 맞게 접목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삼성SDS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선 프로바둑 기사 출신의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의 말은 이런 흐름을 잘 대변해 준다. 그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활용 능력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바둑계도 AI 프로그램 보급으로 평준화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AI를 이해하고 잘 다룬 이들이 더 큰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었다.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건 'AI가 인간을 대체할까'가 아니라 '누가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 활용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일자리 위협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1~2년만에 늘리려면 결국, 민간보다는 공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의 타당성 논란과는 별개로,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무제한으로 풀겠다고 말한 건 아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억제하면서도, 단기간에 확대하려면 공공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의 통폐합과 재생에너지 전담 기구 신설이 검토될 전망이다. 전담 기구가 입지 개발·계통 확보·인허가 단축·주민 수용성 제고를 전담하고, 통합된 발전공기업이 설비를 빠르게 설치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에서는 공공 해상풍력 4건(총 0.7GW)이 모두 낙찰됐다. 반면 민간 해상풍력은 전부 탈락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은 모집물량 1GW 중 4.6%만 낙찰되며 대부분 미달했다. 이 공백은 공공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예상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민간사업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엄격하게 비칠 수 있다. 환경부는 환경규제 못지않게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며 물가 안정에도 신경을 써 왔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만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체감상 산업통상자원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 2021년 700만원에서 올해 300만원까지 줄여왔다. 공공 전기차 충전요금은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항변해도 동결 기조를 유지 중이다. 물 요금은 투자보수비용도 못 건지는 수준인데 9년째 동결이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소각장이 더 엄격한 환경 규제를 받음에도, 처리비용이 저렴한 시멘트 소성로 의존을 염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환경부가 재생에너지를 맡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비교해 민간사업자에게 높은 전력가격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력가격 억제 기조를 유지한 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사업성에 덜 민감한 공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산 설비를 더 써야 한다는 명분,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공유하는 '햇빛·바람 연금' 구상까지 고려하면, 말을 잘 안 듣는 민간보다 공공이 더 맞는 그릇일 수 있다. 다만, 공공 역할 확대는 공기업 비대화와 한전·발전공기업의 재무 부담 심화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공공과 비슷한 조건에서 수익구조를 재설계하든지, 정부에 시장 논리 존중과 민간 참여 위축 완화를 요구하든지로 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전세 옥죄기, 방향은 맞지만 보완해야

9·7 대책 이후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젊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6·27 대출 규제로 집을 사는 길(주택담보대출)이 좁아진 데다 9·7 대책으로 세입자로 버틸 길(전세대출 3억→2억원 축소)도 줄어들었다.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시장을 왜곡해온 것은 분명하다. 전세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요일 발표 후 월요일 즉시 시행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에 9·7 대책이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전세 공급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보증금 1억~2억 원에 월세 100~200만 원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는 매달 이 정도의 고정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번의 목돈으로 '숨 고르기'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의 징검다리가 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모델은 미국식 장기 모기지를 접목한 공공분양으로, 목돈이 없어도 30~40년 모기지처럼 집을 장기 할부로 마련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 또는 장기 모기지를 통해 주거를 확보한다. 한국은 전세가 장기간 유지되며 부동산, 특히 '똘똘한 집 한채' 중심의 노후 대비가 굳어졌고,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추가 매입·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전세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전세 축소에서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이번 대책이 그 첫 단추라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연착륙 장치와 세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비(非)아파트 전세 매물 확대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등으로 빠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전세의 부작용을 고치되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단기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이라는 큰 그림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책의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건 정교한 보완책과 시장을 부드럽게 안착시킬 장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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