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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가 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2001년 1월 일본의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을 '21세기형 경영자'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10년 만에 소니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퇴락했다. 소니의 몰락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에 40년 전에 만연했던 이공계 기피 현상에서 빚어진 기술개발 핵심역량의 붕괴에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입시 배치 상황이 바로 소니를 몰락시킨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지망생은 의약계로 진학하며, 공학계열은 차하위 학생이 진학한다. 서울공대생의 20%가 미적분을 모르고, 진학한 학생들도 반 이상이 의전원, 로스쿨, MBA 과정으로 전공을 바꾼다. 40년 전의 일본 사회의 이공계 기피에 의한 기술개발 핵심역량의 붕괴로 소니가 삼전(삼성전자)에 추월당하듯, 현재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삼전이 대만의 TSMC 등에 추월당하는 평행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삼전이 소니를 이기고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던 것은 1980년대 초의 대학입시 배치표에 답이 있다. 당시 한국 최고 인재들이 진학했던 학과가 바로 전자공학과였다. 그들이 바로 삼전의 기술개발 핵심 인력인 이공계 박사 6천여 명과 연구 인력 6만 여명이었다. 1999년만 해도 삼전의 4배에 달하던 소니의 시가총액은 현재 ¼에 불과하다. 1999년만 해도 소니는 세계 5위의 특허 출원 기업이었고 삼전은 16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삼전은 세계 1위다. 소니는 10위 내에도 이름이 없다. 아직은 삼전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0년대에 입학한 우수한 이공계 출신이 임원급 기술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업체 퓨처브랜드가 '미래 가치가 높은 브랜드 순위 1위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이들이 은퇴할 때 잃어버린 일본의 30년이 반복될 것이다. 2023학년도 속칭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의 이공계 정시모집에 합격한 뒤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1,2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모집 정원 4,660명의 1/4에 해당한다. 이들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 중 상당수는 의학 계열로 옮겨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1970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1985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를 150명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현에 의대를 설치했다. 1961년 3,0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이 1973년 6,200명으로 배가 되었고, 현재는 9,357명으로 3배가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의대 정원 확대가 일본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촉진하였고 그 결과가 소니 몰락을 초래했다. 소니와 삼성전자의 평행이론은 한국의 50배에 달하는 중국의 이공계 졸업생 470만 명에서 예견된다. 양적으로도 비교가 안 되지만 질적으로 더욱 무섭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의대 선호도가 지극히 낮다. 2019년 이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특허 출원 1위 국이 되었다. 삼전의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전기 산업의 쇠퇴와 부흥의 미시적 연구에 국한하지 말고 한국, 일본, 중국의 사회 전반에 대한 마크로 연구로 큰 개혁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소니와 같은 편법이 아닌 기술력 본연에 충실한 해법을 내야 한다. 삼전 경영진이 사과했지만,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재용 회장이 작년 한 해 동안 7번이나 대통령을 수행하여 해외 방문하는 여유를 보인 점이다.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오류에 대한 해답도 요원하다.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다.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은 미뤄지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은 만성 적자다. 파운드리에서 막대한 투자에도 TSMC와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무차별 순매도한다. 8만 전자는 5만 전자가 되고 시가총액은 450조에서 350조 원으로 줄었다. 삼전이 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호암이 반도체 선언을 하던 1983년 2.8 도쿄 선언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사업기획단의 첫 과제는 의학 계열 진학 수준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삼전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다. 윤덕균

[이상호 칼럼] 북한군 파병에 따른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딜레마

지난 6월 19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공식 국빈 방문하여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키는 조약에 서명했다. 특히 양국 간 군사 동맹에 준하는 군사협력 및 자동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항을 조약에 명시하여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도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이 조항이 한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도발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탄약과 인력 지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여러 지역에서 활동 중인 정황은 이미 몇 주 전에 식별되었고 조만간에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1만 2천 명 정도의 병력이 참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미국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로 병력 약 1만명을 파견했으며 그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군인 총 1만명 정도를 파견했으며, 향후 수주간 우크라이나 가까이서 러시아 병력을 증원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에 한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포함한 각종 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황 좌시 않고 대응하겠다“면서 한국의 개입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당장 공격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 여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개입 수준과 위협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편, 군과 국가정보원은 모니터링 요원과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북한군 포로를 심문·관리하고 우크라이나와 협력하여 북한의 전력과 전술을 탐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련이 지휘하고 중국이 지원하여 북한이 일으킨 6.25 불법 침략전쟁에서 유엔군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무력 침공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참전 대가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와 첨단 기술, 금전을 북한에 제공하는 등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한국은 반드시 조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한국은 그동안 돈독했던 관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러시아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흥분해서 서둘러 행동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어떤 지원을 약속했고 어떻게 이를 실천하는가를 보면서 단계별로 상응한 대응을 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다양하다. 한국은 막대한 산업 생산 능력을 보유한 방위산업 강국으로 지금까지 유럽 전체가 지원한 포탄보다 한국 한 나라가 지원한 포탄 수가 훨씬 많다. 여러 첨단 무기와 장비로 완비한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은 미국 이외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러시아의 힘을 뺄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도 참전 안 한 전쟁에 한국이 단독으로 군사 개입을 할 필요는 없다. 만약 한다면 나토와 공조를 강화하면서 필요한 것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 유효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향후 동북아 지역 위기의 불씨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지 않도록 서방세계의 국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일촉즉발 상황인 현 국제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 한국의 냉정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이사 충실 의무 주주 확대...개별 주주에 유리할까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국가와 회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국가는 1인 1표, 회사는 1주 1표인 점도 비슷하다. 모든 국민과 주주의 개별적 이해를 모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같다. 의사결정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는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두고 있다. 대의기관이 국민의 전체 의사라고 할 수 있는 총의(總意, Consensus)를 수렴하여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한다. 다수결과 조정의 결과, 일부의 이해는 반영되지 못하기도 한다. 불만이 있지만 결과를 수용한다.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비화하지도 않는다. 최선은 아니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합의된 질서있는 의사결정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개별 주주의 이해를 의사결정에 모두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대리인인 이사가 주인인 주주의 총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진다. 그렇다면 총의는 무엇으로 표현될까?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흡사 상법 제382조의3에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이사 충실의무와 비슷하다. 헌법상 국회의원의 복무 대상에 '국가이익'만 있고 '국민이익'은 없다. 이는 '국민이익'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국가이익'에 전체 '국민이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 총의가 국가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주의 총의는 회사로 표현된다. 총의를 따르지 않고 구성원의 이해를 모두 살펴야 했다면 반대가 극렬했던 경부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건설이나 반도체 사업 진출 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은 복무 대상을 국가에서 개별 국민으로, 회사에서 개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닌 주인이 대리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시스템을 통해 보완된다. 대의기관이 결과를 통해 국민에게 심판받는 것처럼 이사도 성과를 통해 주주에게 심판받는다. 대주주의 말만 따르면 성과가 어떠하더라도 이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회사의 성과가 나빠지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다. 최근 기업 밸류업과 주주 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상법상 이사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주 이익을 가장 크게 외치는 세력이 행동주의 펀드다. 이들 펀드의 목적은 수익이다. 이러한 목적이 나쁜게 볼 것 만은 아니지만 단기적 이익 추구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용, 투자를 통한 기업의 영속과 장기적 성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경협이 분석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에 성공한 기업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개입 이전 보다 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에 또 하나의 레버리지를 쥐어줄 경우 소액주주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살펴본 것처럼 이사 충실의무를 개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소액주주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이사회가 모든 주주의 눈치를 보다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기업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를 위한 진짜 밸류업은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장벽을 낮추는 데 있다. 유정주

[이슈&인사이트] 금리인하 이후 부동산 시장...내년에 오르나?

지난 10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p 인하를 단행하였다. 우리보다 한달 앞서 빅컷(0.5%p 인하)를 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1.75%p가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긴축 완화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서울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자극을 받아 다시 들썩일 우려가 있지만 한국은행은 경기침체, 성장부진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높은 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 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그동안 계속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에도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한 이유는 미국의 고금리, 서울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3가지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2%p나 벌어진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금유출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다행히 지난 9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5%p나 인하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숨통을 트였다. 지난 5월부터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추석 이후 꺾이면서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서울 아파트 상승세는 10월 들어 8월 대비 1/3로 줄어들었고, 7월 8000건을 넘겼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9월 3000건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울집값 상승세 둔화에 힘입어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10월 4일 기준 9월 대비 1조1,307조원이나 감소했다. 기다리던 기준금리는 인하되었지만 당분간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오히려 시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높아진 상태다.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 역시 이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 반영이 되어 이번 금리인하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있어 예금이자 수익으로 노후생활을 하는 분들은 향후 추가인하 여부에 따라 예금에서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으로 자금이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긴축에서 완화로 통화정책의 전환은 시작되었고 공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넘어왔다. 과거로 돌아가 2000년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전환했던 3번의 금리 인하기에 한국 증시와 집값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살펴보자. 2000년 12월부터 2003년 6월까지 IT 버블 붕괴 시절 미국의 기준금리가 6.5%에서 1.0%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나라 코스피는 504에서 669로 올랐고 서울아파트 가격은 2022년 1월 매매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24에서 39.2로 올랐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에서 0.25%로 인하하는 동안 우리나라 코스피는 1946에서 1124로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9에서 59.2로 소폭 올랐다. 2020년 3월에서 2022년 3월까지 코로나 시절 미국의 기준금리가 1.25%에서 0.25%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나라 코스피는 1754에서 2757로 크게 올랐고 서울아파트는 77.3에서 100.1로 역시 크게 상승했다. 2000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기 3번 중 증시는 2번, 서울 아파트가격은 3번 모두 올랐다. 과거가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똑같이 상승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아파트가격은 금리 외 공급물량, 부동산정책, 주택시장 분위기, 소득 대비 집값 저평가 유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기 때문에 추가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은행은 대외적인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올해 말까지는 3.2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한국은행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는 없다. 서울 집값 상승을 최대한 눌러야 하는 정부도 시중은행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규제의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11월 대선을 앞두고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올해 말까지 추가 금리인하 없이 3.25% 현재의 기준금리가 유지된다면 시장의 수요자들이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단기급등에 대한 피로감까지 맞물려 올해 말까지는 서울 아파트 상승거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2025년 새해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영업실적이 급한 시중은행이 올해와 같은 강한 대출규제를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추가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며 서울 입주물량 부족, 전세가격 상승 등 부동산시장의 상승압력이 높아 버티는 집주인들보다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이 훨씬 더 불안할 것이기에 내년 설 이후 서울 수도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의 거래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국적으로 상승을 맛보기는 어렵고 선호지역 신축, 재건축 인기단지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부동산시장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도 미국은 3% 중반, 한국은 2% 중반의 중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 시절처럼 저금리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소득 대비 지나치게 올라간 높은 집값수준도 여전히 부담이기 때문이다. 김인만

[이슈&인사이트] 중국 5% 경제 성장에 우리가 관심갖는 이유

중국 정부가 5% 경제성장 달성을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금처럼 빚이 많은 상태에서 디플레가 온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해 5.2% 성장을 달성하면서 자신감을 가진 중국은 올해 특별한 대책 없이 같은 기조로 경제를 끌고 왔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2,3분기 연속 성장이 5% 이하로 떨어지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자 부랴부랴 금융 및 재정 정책을 내 놓고 있다. 미국과 경제의 양대 산맥인 중국이 부양책을 써서 침체된 중국 국내 소비가 살아난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이 크다. 그래서 중국이 내 놓는 부양책에 우리의 관심도 집중된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 핵심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내수의 회복이다. 중국은 2008년 경기부양을 위해 당시 GDP의 14%에 맞먹는 4조 위안을 시장에 풀었지만 부동산 가격만 올리고 부채의 사슬에 엮이게 되었다. 2014년 주식시장 부양 정책도 실패하였고 2019년 이후 코로나 봉쇄로 인해 중국 경제성장과 지방정부 재원의 주된 수익원인 부동산이 오히려 지금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21년과 23년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아파트 미분양과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한 부분이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의 거의 전부인 토지 매매가 중단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은 심각한 상태다. 게다가 리오프닝으로 경제와 부동산이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마저 무너지면서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부동산 소유자들과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버는 돈을 빚을 갚는데 쓰다 보니 내수가 망가져 오히려 디플레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올해 들어 5% 미만의 분기별 성장이 나오면서 4분기에 5% 상단의 성장을 이룩하지 못하면 중국 정부가 목숨처럼 여기는 5% 성장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난 7월 3중전회에서 시진핑이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자기 고백을 하였고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여러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9월 24일 지준율을 50bp를 내리자 시장은 반응했고 상해지수와 홍콩 항생지수가 20% 넘게 상승을 하였다. 그 후 저소득층을 위해 현금과 소비쿠폰 지원 및 내년도 예산 조기 집행들의 얘기도 나왔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10월 12일 중국발전기금위원회의 발표 때 특별 국채 발행의 구체적 규모가 나오지 않자 21일 중국의 기준금리인 LPR의 25bp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은 후 현재 답보 상태에 들어가 있다. 시장은 좀 더 과감한 재정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특별채권 빌행과 호구제 폐지 또는 변경안이 있다. 트럼프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 상품에 대해 공공연하게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특별채권 금액을 내놓기는 어려울 거다. 미 대선 이후 특별채권 규모가 발표될 거라 예상된다. 만약 그 규모가 2조 위안을 넘지 않는다면 시장은 크게 실망할 거다. 호구제 변경은 정치적인 문제라 기대는 하지만 구체적 얘기는 시기상조라는게 중론이다. 일단 부양책이 성공할려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침체된 내수를 재정 정책이 마중물이 되어 국내 소비를 살려야 효과가 나타난다. 경제는 어차피 심리의 안정이 최우선이다. 우리의 대중 수출도 올 들어 살아날 조짐이 보였으나 다시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로 수출이 막힌 중국은 국내 소비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하고 이게 성공한다면 우리의 화장품과 레거시 반도체인 D램, 낸드플래쉬를 비롯한 중간재 등의 대중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또한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용

[이슈&인사이트]집단 기억의 왜곡과 노벨상

“독일 패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가는 어디일까요?"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했던 당시, 한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이 프랑스인들에게 던진 질문에서 응답자의 57%가 “소련"이라고 답했고, “미국"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20%에 불과했다. 그해 5월 동부 전선에서 수백만 명의 소련군들이 목숨을 잃어가며, 나치군 퇴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나, 늑장을 부린 미군은 뒤늦게 참전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79년이 흐른 2024년, IFOP가 프랑스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응답자의 60%가 미국을 택했고, 소련을 지목한 사람은 25%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억 왜곡은 지구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에게도 미국은 일본 패전을 이끈 구원자인 반면, 소련은 남북분단과 북한의 공산화를 초래한 악의 제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꼽고 있지만, 이는 사실 일본의 항복을 촉진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1개월여 앞둔 지난 5월7일 홈페이지에 한국어로 게재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 소련의 기여'라는 글에서 “전투력이 높았던 일본군을 소련군이 11일 만에 격파했다"며 “8월15일쯤 사실상 38선까지의 영토를 해방시켰다"고 했다. 한국의 광복은 전적으로 소련 덕분이란 뉘앙스가 짙지만,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프랑스인이나 우리의 기억에 왜 소련이 지워지고, 미국이 구원자로 등장했을까? 문화를 앞세운 미국의 패권주의가 우리의 기억 회로를 바꾼 탓이다. 헐리우드는 CIA, FBI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국을 지구의 구원자로 만들어왔다. 반면에 소련은 해체되어 크고 작은 국가들이 독립을 했고, 아직도 독립이 시끄럽게 진행중이다. (1962), (1998) 등의 영화를 앞세워 미군의 영웅주의를 부추겼고, 그 바람에 영화 속에서 구소련, 이라크, 북한, 아프리카, 중남미는 늘 미개한 악당 국가로 전락했다. 미국의 영웅주의는 이제 지구를 떠나 우주적이며 은하수적이다. 미국의 영웅주의에 취한 우리는 미국이 적대시하는 모든 국가들을 똑같이 미워한다. 집단기억 왜곡은 무지에서 비롯되지만,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선전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한강을 선정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 왔다"라고 평가했지만, 낯익은 시위대가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 몰려가 “왜 빨갱이에게 상을 주느냐"고 항의하고, 일부 작가와 언론은 작가의 '왜곡된' 시각과 작품의 편향성을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 계획까지 세운 것처럼 작가 한강에 대해서 기이한 음모가 꾸며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노벨상위원회가 로비를 받아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항의시위를 했다해서 한번 주었던 상을 뺏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런 막가파식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전적으로 역사에 대한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가른 미국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 공산주의 체제 영향 탓인지 좌우가 대립하고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심했던 우리 현대사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한 비극이 유별나게 많았다. 권력을 쥔 자들은 제주 4.3 사건(1948~1954)을 비롯해, 여순사건(1948), 그리고 한국전쟁 중 노근리 학살사건, 보도연맹 사건, 국민보도연맹, 광주 5.18 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벌였으면서도 온갖 선전술로 늘 집단기억을 단절하고, 왜곡해왔다. 국가권력에 의해 기억의 내용이 정반대로 전이 되다보니, 수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어 저주의 대상이 된다.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평가절하고, 비난하는 것은 헌법이 사상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이겠으나, 더 이상 국가권력과 어용언론이 국민의 기억을 왜곡해선 안된다. 노벨상 위원회가 예찬한 작가 한강의 작품에 대한 집단적 폄훼는 우리 사회를 갈라치기하는 수많은 권력형 폭력사건의 진상규명이 시급한 이유를 말해준다. [ 성일권

[이슈&인사이트]중국 제조업,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대 기아차 그룹이 지난해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자동차 판매량 3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심지어 향후 폭스바겐을 넘어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였고 심지어 중국 내 일부 생산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차, 기아 그룹은 내연기관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특히 전기차가 선전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면 현대 기아차 그룹은 장밋빛 전망만 있는가. 사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자체 경쟁력 외에도 미중 경제패권 전쟁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9월 27일부터는 100%로 관세를 인상하였다. 또한 미국에 투자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사용하는 경우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현대 기아차 그룹이 이 시점에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전기차 신흥강국으로 등장하면서 현대 기아차 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중국을 넘어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는 중국 1위를 넘어 테슬라를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와 유럽 등 해외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중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기 버스의 경우 중국산이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승용차도 중국산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외자기업의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업종)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거나 추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의류, 완구 등 경공업이 주력산업이 아니라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공업은 물론이고 전기차(배터리), ICT, 바이오 등 첨단산업 강국이다. 또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소재 등 중간재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철강생산의 경우 중국이 글로벌 생산의 50% 이상 생산하고 있으며, 조선산업에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되었다. 석유화학의 경우 한 때 중국 기업의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한 동안 한국의 대중국 수출 효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의 생존을 우려할 상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역시 중국 기업에 밀려 국내 시장마저 잠식당했다. LCD업종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OLED마저 쫓기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을 잃은 후 인도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산이 잠식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중국의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속하게 기계화, 자동화, 전자화, 스마트화 등을 통해 인력 부족을 극복하고 제조업 생산성을 끌어올렸으며,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가 향후 육성하려는 첨단산업은 대부분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겹친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이나 발전 단계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특화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이슈&인사이트] 한은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구조개혁

기후변화가 드디어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누가 폭염경보가 울리는 한가위를 맞을 것이라 기대했을까? 차례상에 올릴 과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친척들 간의 선물도 여전히 비싼 사과 대신 포도나 멜론으로 대체되었다. 기후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전 칼럼에서 논의했듯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도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로 중동 지역의 불안이 커지며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정책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새 총리가 선임됨으로써 아시아 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를 통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s)를 0.5% 포인트 인하하였다. 지난 3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 경기의 둔화가 있으며, 이는 곧 세계경기의 하방압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경기를 부양해야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락이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난관 아래 우리 경제 어깨에는 가계부채라는 무거운 짐이 짊어져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다 한들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 과거와 같은 금리 하한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을 것이며,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원리금상환액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원리금상환액을 제외하면 가처분소득은 감소할 것이며 이는 소비여력, 저축 및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결국 금리인하가 가져올 수요측면의 경기부양효과는 높은 기대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한은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라는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국한하여 발언하던 과거와 달리 교육, 투자, 부동산, 수도권 과밀화 등 개혁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한은이 맞이하고 있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에 닥친 여러 도전에 직면하여 완화적 금리정책으로 경기하방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나. 기후변화, 국제정세, 가계부채 등 많은 크고 굵직한 요소들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으므로,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모든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에 엮이게 되므로 결국 국가경제의 모든 측면에 대해 정책적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는 경제성장 뿐만아니라 분배정책, 인구정책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조적 측면에서도 한국은행이 정책적 고려를 하는 것이 본연의 정책목표와도 부합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한은이 보여주는 행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정책적 제언 외에 실질적인 정책수행은 정부 각 부처의 역할이며, 정치권의 합의가 필연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다. 대학에서 경제학 전공자도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후변화 등에 무지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한은의 정책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폭넓은 융합적 정책을 고려하지 않으면, 2차원적 제한된 정책수단으로 복잡한 딜레마에 맞서는 한계상황에 봉착할 것이라 본다. 오히려 독립된 정책기관인 한은이기에 사회경제 여러 분야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정책방안의 고려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한은의 정책제언들을 단지 의외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경제의 안녕을 위해 중요하지 않을까? 한은의 딜레마는 우리 경제가 처한 딜레마라는 점을 상기하고 다같이 구조개혁에 힘을 모아야할 시기이다. 김수현

[김병헌 칼럼]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은 없나

남의 가정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상이 대통령 부부라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가 된 부분의 실체가 정확하게 규명되지도 않았고 의혹 수준이라면 누구든 더더욱 쉽게 거론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 문제가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크게 걱정하게 만든다면 입다물고 침묵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세번째 특검법 발의 등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판결을 한달도 남겨두지않은 이 시점에서 호재중의 호재다. 당연히 여사를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마저 연일 김건희여사에 대해 언급을 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통령실과 합심해서 야당 공세를 막아야 하는데 말이다. 전후사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무슨죄를 졌다고 여사의 이런 처신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형태이든 결단을 요구해 역린에 가까운 듯 하나 지나친 언사로 보이진 않는다. 이번주초 윤석열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여사 문제'를 주요 의제로 확정해놓는 효과도 노렸다고 여겨진다. 김건희 여사가 정체도 불투명한 인사등과 엮이거나 평지풍파를 일으켜 정권에 부담을 주고, 국민들로 하여금 적지 않게 놀라게 하거나 우려하게 만든 사례는 한두번이 아니다. 대통령후보 시절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허위 이력으로 사과까지 한 대목은 전주에 불과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매체 기자와 6개월에 걸쳐 50차례 통화 녹취록을 남겼는가 하면, 정치공작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을 들락거리는 정체불명의 정치브로커같은 목사에게 디올 백을 건네받았다. 이번에는 공천 개입 의혹에 이어 과대망상 정치브로커를 받들어 모시는 카톡 메시지까지 나왔다. 저간 사정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 부인이 되기전이라도 하나같이 가까히 해서는 안될 인사들이다. 대통령실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다. 정치 브로커로 보이는 명모씨에게 메시지로 물증을 남겼다. 입이 다물어지지않는다. 여기에 남긴 메시지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명 선생님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이따위 인물을 높이 평가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거기에 친절하게 물증으로까지 고스란히 남긴 저의는 없으리라 믿는다. 정말 무식한 짓이다. 여기에 한술더 떠 무슨 이유로 '오빠'의 철없음과 무식을 개탄했을까? 너무 궁금할 따름이다. 남들은 역설적으로 들리는데 여사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명씨가 어떤 가르침을 전했길래 '완전히 의지'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명씨는 “공을 많이 세우셨으니 대통령 부부와 맺은 친분을 밝혀도 된다"는 말을 대통령실 직원에게 전해 들었다고 자화자찬이다. 대통령실은 '철없는 오빠'는 대통령이 아니고 여사의 친오빠라고 했다. 솔직히 이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다. 거물 행세하는 정치브로커가 정치 경험이 없는 친오빠와 결코 논쟁을 벌였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일단 대통령실 말을 믿어보기로 하자. 여사가 무차별 갈겨놓은 문자와 녹취록이 산재해 있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파장이 예사롭지가 않을 것 같다. 명씨는 옳다구나 해서인지 “앞으로 매일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카톡내용을 보면 명씨가 믿는 구석이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발언 녹취록 논란 역시 여사가 닿아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7명 안팎의 대통령실 전 현직 인사 이니셜이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소문은 정권 초기부터 있었다. 지난 4월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 논란까지 소환한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주변을 겨냥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대목도 같은맥락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이른바 '여사 라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식화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자신의 직위와 업무 범위를 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니 여사를 빼고 설명이 되지않는 지점이다. 이제 대통령실은 2류, 3류들에게 농락당하고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 쓴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어떤 입장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이제는 여사가 안쓰럽고, 문제 삼는 이들을 탓하고 있을 게재가 아니다. 특히 '여사라인' 논란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묵인·방치했기 때문일 수 밖엔 없다.국정 개입 의혹과 직결되는 만큼 파괴력이 큰 사안이다.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빠르게 하지 않으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방어'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이며 어느 방향이든 윤 대통령의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박원주 칼럼]의료개혁 사태를 바라보며

환경 변화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된다. 그러한 도전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개인, 기업, 사회, 국가 모두 나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변화에 성공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 그것이 자연이 내미는 유일한 선택지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 연금, 노동, 의료의 4대 개혁과제다.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을 고쳐서 우리 공동체를 살려내겠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그중 의료개혁의 경우, 최근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간의 전방위적인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개혁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처럼 극단적인 강대강 대립이 불가피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의도적 변화를 의미하는 3가지 용어인 개혁, 혁신, 혁명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말해 보자. 일반적으로 개혁을 점진적인 변화로, 혁신과 혁명을 급격한 변화로 구분하여 변화의 폭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다른 관점에서는 개혁과 혁명을 행위 주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혁신은 자신이나 자기 집단의 내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변화의 대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개혁과 혁신은 변화의 대상을 포섭해서 함께 변화해 나가는 것을, 혁명은 변화 대상을 멸살시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변화대상을 포용하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혁신에서도 경쟁기업 등 궁극적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대상 집단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에 경쟁 대상자의 변화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주목할 것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혁신은 자기 자신의 변화를 지향하고 그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에 반해, 개혁은 행위자가 자기를 둘러싼 공동체 안의 다른 주체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그 결과는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 대해서는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대부분 개혁이라는 당위성이 따라붙게 된다. 대부분의 굵직한 개혁은 한 정부 재임기에 완전하게 이룰 수도 없으며, 그 성과를 하나의 정부가 독식하지도 못한다.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 부문 개혁을 주창했던 DJ 정부는 그 일환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밀어붙였지만, 차기 노무현 정부 들어 사실상 폐기되면서 발전-송배전 부문의 가버넌스만 쪼개진 채 정부 공기업으로 남는 '반쪽 개혁'이 되고 말았다. 또한 우리 통상정책의 물길을 열고 개방형 통상 국가로의 전환점을 이룬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가 이를 천명하고 어려운 협상을 타결했지만, 2008년 광우병 사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딛고 시장 개방을 완성한 이명박 정부에 더 큰 공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5년짜리 정부가 혼자 이룰 수 있는 개혁은 많지 않다. 하나의 개혁이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을 주도하며, 이해 관계 집단 간에 납득할 수 있는 조율을 이루기 위해 긴 시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1990년대 LEGO의 혁신은 변화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대표사례이다. LEGO는 1932년 완구 전문 제조업체로 덴마크에서 창업한 이래 1990년대까지 매년 10%대의 성장을 놓쳐본 적이 없던 건강한 글로벌 기업이었다. 그러던 LEGO가 IT 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존망의 위기를 맞게 된다. 1988년 LEGO 블럭에 대한 마지막 특허가 소멸되고, 완구시장 수요가 PC 게임으로 잠식당하면서 LEGO는 역대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 또한 매우 어두웠다. 위기 탈출을 위해 LEGO는 1998년 뱅앤울룹슨 CEO였던 폴 플러그만을 영입하여 본격적인 혁신에 돌입한다. 플러그만은 1999년 초 직원 1000명 해고를 시작으로 '혁신의 7 가지 진리(7 Truths of Innovation)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혁신 노력을 동시에 전개했다.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인재를 수혈받고, 블루오션의 업역을 개척하며 소비자 중심으로 기업 전략을 설계했다. 파괴적 혁신에 대비하여 가상 공간 프로젝트를 출범시켰고 소비자들이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도 진행했다. 제품 디자이너들에게는 관행과 형식을 파괴할 것을 요구했고 새로운 혁신 문화를 기업 전 영역에 확산시켰다. 레고랜드, 레고 교육센터 등 완구를 벗어난 새로운 사업 영역도 다각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2002년 말 크리스마스 세일에 실패하면서 LEGO의 유통업체 재고는 40% 가까이 늘어났다. 2003년말까지 8억달러의 부채를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2004년에는 재무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LEGO의 기업문화는 분절적으로 변질되어 혁신의 시너지가 발휘되지도 못하고 있었다. LEGO는 망해가고 있었다. 이에 따라 LEGO는 플러그만을 해고하고 크눗스토프를 새 CEO로 영입하여 위기 관리에 나섰다. 크눗스토프는 이전의 혁신전략 대부분을 원점으로 돌렸다. 회사 회생에 필요한 수익률 확보를 위해 사업 영역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간결하게 바꾸었다.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 대부분을 퇴출시켰다. 이후 순차적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고, 수익구조를 회복시켰다. 이 시점에서야 크눗스토프는 성장을 위해 새로운 혁신 노력을 다시 시작했다. 위기 탈출 이후 그가 전개했던 혁신 활동은 본질적으로 플러그만의 혁신과 동일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크눗스토프는 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유지하려 했고 혁신 과정을 의도적으로 관리했으며 또한 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혁신을 점진적으로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LEGO는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완구회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금의 LEGO를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들 크눗스토프를 떠올린다. LEGO의 혁신 어젠다를 최초로 출범시켰던 플러그만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LEGO의 혁신사례를 이야기하였지만 개혁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변화 관리는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개혁의 의도가 얼마나 건전한지는 별 의미가 없다. 실패한 개혁은 실패일 뿐이다. 개혁은 변화의 대상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이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포용의 미덕도 중요하다. 의료개혁의 파트너는 당연히 의사집단이다. 의사 집단이 공감하지 못하는 어젠다를 국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한치 양보없이 밀어붙인다면 그러한 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개혁의 성패와 관계없이 의사 집단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줄 전문가들이다. 그들을 자기 이익에 집착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해버린다면 우리는 앞으로 누구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가? 당장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 속에서 안전과 생명의 피해를 입는 우리 국민들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일방적인 주장을 내려놓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개혁은 상대방을 바둑판에서 떨어뜨려야 끝나는 알까기 게임이 아니다. 논리와 진심으로 무장하고 진지한 설득과 타협을 통해 양측이 함께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개혁의 길이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도출된 개혁 방안이야말로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성공적 개혁이 된다. 정부가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개혁의 과실을 거둘 수 있는,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어 내기를 기원한다. 박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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