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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휘청이는 회사, 노조는 “더 내놔”

하반기 완성차 업계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간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미국 시장에 25% 관세라는 큰 걸림돌이 생기면서 영업이익이 박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락세는 2분기부터 시작됐고 3, 4분기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노조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요구하며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마치 위기의 징후를 모른 척하는 듯한 태도다. 회사는 휘청이고 있는데, 노조는 “더 내놓으라"는 목소리만 높이는 형국이다. 현대차·기아 노동조합은 그 어느 때보다 '역대급' 임금, 복지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상여금 900%(현행 750%에서 대폭 인상), 성과급으로 영업이익 혹은 순이익의 30% 지급,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 정년 만 64세 연장, 각종 복지와 특별성과급 등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요구가 줄을 잇는다. “매출 100조 시대에 성과급 2000만원은 기본"이라는 일부 주장까지 나온다. 이해는 간다. 물가가 올랐고, 근로자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다. 경영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지금, 사측이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요구는 결국 구성원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은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고, 하반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겹친 이중고 속에서 기업의 숨통은 점점 조여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면 구조조정이나 생산 축소 같은 거센 후폭풍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조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노조가 진짜로 조합원을 위한 조직이라면,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일자리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더 받는 싸움'이 아니라, '더 오래 함께 가는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측의 유연한 소통과 노조의 책임감 있는 결단이다. 외풍에 휘청이는 회사를 붙잡는 건 경영진만의 몫이 아니다. 일터를 지키고 싶은 이들의 상식과 연대가 진짜 힘이 될 수 있다. 위기와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상식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잘 될때 더 받았으니 위기일 땐 내려놓는 방법도 아는 참된 노조가 되길 바란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슈&인사이트]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북한 핵 집착 강화 전망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군사와 핵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 잠재력 무력화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되었다. 6월 22일에는 미국이 이스라엘 측에 가세하여 전쟁에 참전했으며, B-2 스텔스 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해 포르도 농축 시설, 나탄즈,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시설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시설과 능력을 파괴해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의 탄도탄 등 재래식 공격 능력을 상당히 파괴하고 이란이 지원하는 이스라엘 주변의 여러 무장세력에도 큰 피해를 줬다. 이만해도 늘 주변으로부터 공격에 시달려 온 이스라엘의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존중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잔류하는 등 국제사회 감시를 성실하게 준수해 왔고, 미국과 대화의 채널도 항상 열어두었지만,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이 국제사회 감시를 성실하게 준수했다지만, 애초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 이유가 IAEA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하며 명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스라엘의 공격과 미국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시설이 완벽하게 무력화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란은 미국의 폭격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면 당장은 이스라엘이 이긴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이란에 불리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는 이란이 살아남은 시설을 활용해 핵 개발을 더욱 은밀하게 그러나 신속하게 재추진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는 잘못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파장이 크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자축한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북한은 이런 불확실한 이번 전쟁의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선 북한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성공 때문에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북한의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다 갑자기 이란을 공습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욱 방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전쟁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핵무기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보하고 지켜야 하는 보물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일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의하면 현재 북한은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40개의 핵탄두를 추가로 제작할 수 있는 만큼의 핵물질을 확보했다고 한다.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핵전력을 지금보다 80%나 확대할 수 있다. 이번 전쟁으로 북한은 핵무기의 절대적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핵 능력 강화만이 북한을 지켜주는 만능의 보검이라는 확신을 더 갖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비핵화하겠다면서도 핵 개발을 계속 추진했기 때문에 유엔안보리 제재 등 각종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란도 이와 유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의지만 있으면 북한 같은 기만전술을 사용하며 핵 개발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결심일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기지 못한 전쟁이 되고, 이란 폭격에 참여한 미국도 실익을 얻지 못한 정책 오판 사례가 될 것이다. 만약 이란이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지역 안정에 기여하려면 이란은 미국과 국제사회와 신뢰 회복과 긴장 완화를 위한 소통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이 종교정치 기반 과격주의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대결 구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 앞으로 이번 같은 충돌의 재발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호

[EE칼럼]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7월 23일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행동계획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건설, 외교안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총 90개의 조치를 제시했다. 특히 GW급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풍부한 전력이 AI 시대 미국의 경쟁력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 막대한 AI 데이터센터와 이를 구동할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석유 개발을 강조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을 내세운 미국은 이제 “빌드, 베이비, 빌드(Build, Baby, Build)"를 외치며 AI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는 연구소 수준을 넘어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과 벤처 캐피털이 몰려드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S&P 500에 상장된 AI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2년 이래로 약 12조 달러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22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나 2024년에 5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투자 붐으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더 성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할까?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는 10만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이보다 20배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같은 전력 집약적인 공장만큼이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415TWh)를 차지했다.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의 45%를 차지했으며, 중국(25%)과 유럽(15%)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을 넘는 수치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충족에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분의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충당된다. 재생에너지는 짧은 설치기간, 경제적 경쟁력, 기업의 RE100과 같은 전력 조달전략 때문에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수요 충족을 위해 450TWh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여러 국가의 전력망이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20%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송전선 건설에 일반적으로 4~8년이 소요되며, 변압기, 케이블과 같은 핵심 전력설비의 납품 기간이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다. 발전 설비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어, 가스터빈 납품에 수년이 걸려, 신규 설비는 2030년 이후로 가동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은 에너지 정책을 AI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정책과 AI 전략을 별개가 아닌, 연결된 문제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AI가 몰고 올 전력 수요 폭증에 어떻게 대응할지, AI를 활용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첫째,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지만, 수도권은 전력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지역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전력망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RE100 기준도 충족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여러 대의 독립적인 서버를 하나의 물리적 서버로 통합하면 에너지 비용을 10%~40% 절감할 수 있다. 가동이 중단된 서버를 폐기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고효율 서버, 외기 냉각시스템, 에너지 절약형 설계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는 단지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전력망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비용 감소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AI를 재생에너지를 더 잘 쓸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전력망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바람과 햇빛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장에서는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낭비를 줄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력망에서는 갑작스런 수요 급증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지금은 AI의 성능이나 편리함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에너지가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AI 산업을 기회로 삼아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체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국가는 경제·기후·기술 세 분야에서 모두 앞서 나갈 수 있다. 박성우

[기자의 눈]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중간 결론, 겸허히 받아들여야

작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해당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중간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사조위는 음성 기록 장치(CVR)과 비행 기록 장치(FDR) 판독을 근거로 기계적 결함은 없었고 조종사가 엔진을 잘못 끈 과실의 정황이 확인됐다고 결론냈다. 이어 내년 4월 경 최종 결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6월 중 공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중간 결과 발표에 대해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JPU)와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유가족들은 사조위가 기장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실상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불복하는 셈이다. 조종사 단체들은 비상 상황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고인이 된 동종업계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 사고의 60~88%는 인적 오류(Human Error)에 기인한다는 통계가 존재하는 만큼 '기장 무오주의(無誤主義)'를 경계해야 한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 조사에는 △사조위 8명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1명 △미국 연방항공청 2명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2명 △유럽 항공안전청 2명 △보잉 2명 △GE사프란 8명 등 총 25명이 참여했다. 외국의 권위 있는 기관들과 기체·엔진 제작사 관계자들이 합동 조사단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건 사조위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독단적으로 도출해낸 게 아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조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사조위의 중간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핏대 세우는 건 국제 공조 결과 역시 부정하는 셈이기에 지양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ICAO Annex) 13과 사조위 운영 규정 제29조는 사고 조사에 관해 사고 당사자와 유가족 등 이해 관계자의 제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고 조사 과정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표준으로 이해 관계자의 개입을 허용할 경우 과학적인 조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에 명문화 됐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부분을 모를 리 없는 조종사협회가 “사고 조사에 유가족 단체가 지정하는 외부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조사 진행 전 과정을 재검토하라"고 성명을 낸 건 대놓고 이해 관계자 개입을 요구한 것이자 다소 감정이 실린 대응이어서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물론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에 있어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고,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언급해 괜한 논란을 촉발한 건 매우 아쉽다. 하지만 국내에서 항공 사고 조사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가장 폭넓게 보유한 곳 역시 사조위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진상 규명을 향한 여정은 길고 험한 법이다. 사조위의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하고 최종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피로 쓰인 항공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이재명 대통령의 추측과 엥겔스의 분석

“제가 추측되는 얘기를 한번 해 볼까요? 임금이 총액이 너무 낮아서 8시간씩 일을 시키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닙니까, 혹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을 25일 직접 방문해 개최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5월 19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졌다. SPC그룹에서는 2022년 10월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고, 2023년 8월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등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등에 “이번(지난 5월) 사고 시간이 몇 시였나"라고 물었고 김 대표는 “새벽 2시50분이었다"고 답했다. 또 “2022년에도 끼임 사망 사고가 있었는데 몇 시였나"라고 물었고 이에 김 대표는 “그때도 새벽 시간이었다"고 했다. 고인들이 “주야, 번갈아 가면서 근무"하는 2교대 근무 중에 사고를 당했는데, 이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2교대 근무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허영인 SPC 회장에게 “경영 효율을 보면, 근로자가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면 8시간을 초과하는 4시간에 대해서는 150%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 않나"라며 “경영자라면 8시간씩 3교대를 시키는 게 임금 지급상 더 효율적이지 않나"라고 말한 뒤 모두의 추측, “8시간씩 일하면 임금 총액이 너무 낮아서 일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닌가"를 제시했다. 나는 SPC삼립 사고를 보며 프리드리히 엥겔스 (1845년)의 한 대목을 떠올렸다. “도자기 공장에 고용된 아이들은 식사 시간 내내 어머니가 밥을 먹여주어야만 한다고까지 전해지는데, 아이들이 너무 지쳐서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란 내용이다. 인용문의 어머니는 노동 현장에 있지만 노동하지 않는다. 아이보다 어머니를 고용하는 게 더 나았겠지만, 자본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동노동이 불법인 지금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로, 아이의 인건비가 어머니보다 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덤이다. “밤에 12시간씩 일하면 힘들다. 졸립다. 그러면 당연히 쓰러지고 (기계에) 끼일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이 지적이 옳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 말고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장시간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 8시간씩 3교대가 12시간 2교대보다 얼핏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같지만, 저임금-장시간 일자리가 노동자를 확보하는 데엔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예측할 수 있고 방지도 할 수 있는데 왜 똑같은 일이 벌어지나"라며 이 대통령은 “추측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의 추론과 해법은 전반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장과 자본이 부담할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확실히 크다면 기업은 예방에 투자하게 된다. 비정하게도 자본에겐 인간의 목숨보다 손익계산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은 8시간 노동만으로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 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노동시장과 경영논리, 금융시장 등 이해관계와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당장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인건비에 손대는 것보다 차라리 예방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걸 기업은 더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람 목숨 지키는 일도 비용으로 설득해야 한다. . 안치용

[EE칼럼]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한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후 한전이 공고하고 시행한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절차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한전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그 수준에 대한 한전의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데 전기요금처럼 중요한 공공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여 인상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부서끼리 긴밀한(?) 협의를 마친 후 이를 한전에 알려주면 한전은 이렇게 정해진 전기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한 후 위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시행한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요식행위의 주체만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8월 한전 주주들은 2조8천억 원 규모의 배임 손해배상소송을 당시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제기하였다. 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임기만료 1주일 전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4.9%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어 한전 이사회가 4.9%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주문으로 내어 의결되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태로는 최소한 10% 이상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소송 이유다.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작은 폭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책임은 한전에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전 주주들은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그런데 이제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상장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대주주인 정부 이외의 소액주주 이해를 이사회가 무시해도 배임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상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진을 견제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2011년 9월 공석이던 한전 사장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임명됐다. 김중겸 사장의 주도로 2011년 11월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가결해 버렸다. 한전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인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전 이사회는 2012년 5월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한전 이사회도 별수 없이 2012년 8월 4.9% 소폭 인상안을 가결해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중겸 사장은 결국 2012년 11월 사퇴했다.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충분하지 못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부결해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6조 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31조 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으로는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허용했던 전기요금의 찔끔 인상은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 당하기에 딱 좋다. 전기요금 인상안뿐 아니다. 가스공사 이사회도 지금까지 가스공사의 이해와 맞지 않으며 주주의 이해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가스전으로부터 들여오는 LNG 도입가격을 정부는 국민부담을 생각해서 낮게 책정하려고 하겠지만 가스공사와 주주를 위해서는 이를 가급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더이상 상장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요식절차가 아니게 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우선과 밸류업(Value-Up)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조성봉

[특별기고]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의 숨은 열쇠는 ‘기상’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숨 막히는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날씨 기사에는 '가장 더운', '역대 최고'와 같은 수식어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9℃(도)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이었고, 7월에도 전국 곳곳의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무더위와 거듭해서 새롭게 쓰이는 기록들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과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의 4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은 60.2%, 미국과 일본은 각각 34%, 35.5%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2%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조만간 확정될 정부 국정과제를 토대로,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다. 여기에는 햇빛과 바람이 연료로 쓰이기에, 날씨에 의해 발전 여부와 발전량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이 해를 가리면 태양광발전이 되지 않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지 않으면 전기가 생산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정확하고 상세한 에너지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전력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기상정보에는 제공되지 않던 발전단지 위치의 일사량 예측정보, 풍력발전기 높이에 해당하는 약 80~220m 고도의 바람 예측정보 등을 필요로 했다. 기상청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전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관련 기관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재생에너지 맞춤형 기상지원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과 천리안 기상위성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신뢰도 높은 일사량·바람 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실증 발전단지 기상관측장비의 관측값과 예측값을 비교·검증하며 기술을 개선해, 내년 하반기부터 에너지기상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 세계 기후위기 극복과 각국의 경제 성장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하늘과 자연이 가져다주는 소중한 친환경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와 직결될 것이다. 기상청은 몇 시간 후부터 며칠 후까지의 일사량과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에너지 기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기상청도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기자의 눈] ‘의사 출신’ 정은경 복지장관, 산업계 목소리도 귀 기울이길

정은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의료보건 및 제약바이오업계의 기대가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출신인 정 신임 장관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1년 반 끌어온 의정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보여준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체계 구축과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에 대한 포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정 신임 장관이 한의약의 과학화·표준화·세계화를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바이오헬스 업계도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을 밝힌 정 장관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 장관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정 장관은 의료인력의 적정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의료 확대 방침에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해 얼마나 의료인력을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제약업계는 정 장관이 밝힌 제네릭(복제약) 약가인하 방침에 우려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제네릭 매출 비중이 큰 국내 제약업계에 제네릭 약가인하는 제약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주요국에 비해 비싼 것은 맞지만 반면 신약 약가는 주요국에 비해 낮다. 우리 정부는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정책을 통해 제약사의 신약개발 의지를 고취시키고 고수익 신약 중심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약가인상은 곧 환자 및 재정부담 증가라는 점에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약가체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외에도 바이오업계는 정 장관에게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등을 통한 제약바이오 강국 실현을 강조했지만 현재 K-바이오백신 펀드는 1~4호 펀드 합쳐서 조성 금액이 3800억원대에 그치며 집행률도 20%대에 불과하다. 바이오업계는 수 천억원대 메가펀드보다 수 백억원대 소규모 펀드를 다수 조성해 초기 개발 단계의 바이오벤처에게 시의적절하게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업계로부터 두루 환영과 기대를 받고 임기를 시작한 정 장관이 국민보건증진과 산업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의 가상화폐 3법이 일으킬 파장

트럼프가 의도적 자산 버블을 위해 크립토 3법을 소위 가상화폐의 주간(Crypto Week)이라고 불린 최근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가상화폐 3법(크립토 3법)은 각각 클러리티(Clarity)법, 反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Anti CBDC)법, 그리고 지니어스(GENIUS)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펴보면 클러리티 법,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으로 분류하여 증권거래위원회(SEC) 대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디지털 상품을 감독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약한 기구에 감독권을 주어 코인의 상품화를 확장시켜 준 법이다.또 反 CBDC 법은 스테이블 코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CBDC를 이용해 자국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화폐 패권화에 대한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하면서 달러 패권을 굳건히 하려는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니어스 법 (Genuine Innovation through Efficient Operation of Networks and Interoperability of US Stablecoins Act)은 코인이 합법성을 부여받았고 달러와 미 채권의 유동성 증가의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재미나는 것은 의원 및 그 가족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대통령과 그 가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밈코인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버블이 생기는 것은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실질 금리를 낮추기 위한 또 다른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아니면 그에 준하는 유동성 공급을 하거나 중앙정부가 중앙은행을 통제하는 방법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중앙은행 통제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두개의 풍선을 트럼프는 불고 있다. 우선 중앙은행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파월을 협박하여 금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서 달러의 패권을 굳건히 하고 달러의 보급을 확대하면서 감세로 인한 채권 발행 부족분을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하려고 한다. 비트코인은 자산 축적의 기능이 강하지만 상거래의 교환 수단으로 달러 스테이블 사용이 확대된다면 향후 결제 기능이 현재 SWIFT 시스템에서 간편한 코인으로 이동할 거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그들의 최고 수출품인 달러가 더 많이 세계 시장에 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면서 버블을 키울 수 있게 만들었다. 당장 중남미의 마약상들이나 중국의 부호들은 자국의 외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으로 자금 이동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해 달러가 세계 통화가 될 지도 모른다. 자산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버블로 인해 이익을 얻을 기회가 또 창출될 것이다. 새로운 버블로 미국 주식이 오르고 우리도 배당금 분리과세와 주식시장 친환경적인 법률과 규범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로 코스피 추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서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악용해 검은 세력들이 국내 외환거래법을 피해 달러를 자유롭게 해외로 송출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자금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읖 통해 해외로 나간다면 우리 국가 산업의 자본이 줄어들어 국가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외화의 무분별한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또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거다. 최용

[EE칼럼] 진짜 RE100은 솔선수범에서 시작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갖는다"라는 프랑스어다. 이 표현은 오늘날 사회 지도층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조할 때 종종 사용된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 100%(RE100)'이다. 최근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RE100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대대적 전환을 요구하며, 이는 국민과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과 삶의 변화를 수반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논란이 있는 RE100 정책을 주창하는 리더들은 말로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을 통해 RE100의 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목표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환경부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장관이 자신의 임기 동안 'RE100 리빙랩(Living Lab)'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과 자택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는 실험이다. 옥상이나 주차장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갖추는 것이다. 냉난방, 조명, 컴퓨터는 물론 출퇴근 차량까지 모두 이 시스템에 연동하고, 실시간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불편과 한계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서류상으로만 RE100을 맞추는 거다. 실제로는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해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고 주장하는 방식은 진짜 RE100이 아니다. 이러한 행태는 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4년 초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204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공언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그 이행 방식을 살펴보니, 공장과 사무실 운영은 가스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실제 소비지가 다르고, 생산 시간과 사용 시간도 맞지 않아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기업의 전력 비용만 늘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마치 진짜 RE100인 것처럼 포장되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가 조성할 RE100 산업단지도 원자력이나 가스 발전은 배제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ESS만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진짜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ESS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 소비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E100을 강력히 주장하는 언론사와 환경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사는 자신들의 주장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겪어보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언론사는 신문 인쇄기, 방송 장비, 데이터 서버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흐리고 바람 없는 날에도 취재와 편집, 송출에 문제가 없는지,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직접 겪어보고 그 전 과정을 독자에게 솔직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도 사무실 운영과 모든 활동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로 인한 장단점과 소요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변화는 책임지는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 언론, 환경단체 등 사회 지도층이 RE100의 가능성과 한계를 일상의 실천으로 보여준다면, 국민과 기업은 이를 현실적인 목표로 받아들이고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진짜 RE100을 할 때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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