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박영범의 세무칼럼]기상천외한 기업의 해외 탈세 수법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납세의무는 외면한 채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되어야 할 외환 재원을 반사회적으로 해외 거래를 이용하여 국부를 유출한 탈세는 성실납세 하는 대부분 성실 기업에 큰 박탈감을 주고 있다. 국세청은 매년 해외 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수시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최근 해외 진출 기업은 세법 전문가의 조력 및 가상자산 등 첨단기술의 등장으로 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대표자의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바꾸어 미신고 해외 수익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고자 이름・주민등록 등 흔적을 지우고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탈세자가 늘고 있다.이들은 일부 국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이용하여, 국적 변경으로 해외 자산 및 계좌의 소유주가 외국인 명의로 바뀌는 경우 국세청이 국가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해외 자산 및 수익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교묘히 악용하였다. 또한, 국내 법인이 직접 해외 고객과 거래하는 등 사업 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관리함에도 외관상 특수관계자 및 외국 법인 명의로 계약하면서 국내로 귀속될 소득을 해외에 은닉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사주 자녀 소유의 현지법인이나 전직 임원 명의의 위장계열사 등을 내세우거나 거래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익을 나누고, 일부 업체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계무역을 하면서 비용만 신고하고 자기 매출은 모두 숨겨 국내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 업체는 거래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가상자산의 특성을 이용하여 용역대가 등을 가상자산으로 받고 수익을 은닉하였다.이들은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자금조달 방식의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수익을 은폐한 업체와 해외에 기술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아서 매출을 누락하였다. 매출을 누락한 것에 그치지 않고 추후 해당 가상자산을 판매하여 얻은 차익까지 이중으로 은닉하고, 가상자산, 해외펀드로만 재산을 축적하고 부동산 등 국내 자산은 매입하지 않으면서 국세청 눈을 피해 왔다.해외 원정 진료・현지법인은 해외 원정 진료를 현지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하여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하였다. 이들은 해외 원정 진료 대가를 법정통화 대신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 반입하거나 해외 현지 브로커에게 환자 유치 수수료를 허위·과다 지급하고 차액을 개인 계좌를 통해 돌려받았다.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 이전한 다국적 기업도 있었다. 일부 다국적기업은 국내 인적 자원과 인프라, 시장 수요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자회사의 핵심 자산 등을 국외 특수관계자 등에게 매각・이전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무상 또는 저가로, 국외로 이전된 핵심 자산은 기술·특허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배포권, 영업권 등의 권리부터 고객 정보, 노하우까지 포함되었고 심지어 국내 사업부 전체를 국외로 옮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내 자회사 중 일부는 국내 제조·판매 기능을 국외 관계사에 대가 없이 이전하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해고 비용 등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여 국내 기업은 손실을 보았다. 해외로 탈세한 기업주는 조세회피처로 국적을 취득한 후, 국내 재입국하여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 주택을 구입하거나, 도박 자금이나 자녀 해외 체류비 등 사적인 목적으로 쓰기도 하고,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은닉 자금을 투자 명목으로, 국내로 유입하여 국내 재산을 구입하거나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기업의 해외 탈세 방지는 물론 국부 유출 방지를 위하여 끊임없이 추적하고 있다. 박영범

[EE칼럼] 친환경 국산화가 먼저다

글로벌 탄소중립에 대한 열망은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한풀 꺾인 모양새이다. 지구 전체가 탄소저감을 위한 담합을 선언하고 모두가 지켜야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데 14.4%를 배출하는 미국이 빠져나가면 우리처럼 1% 정도만 책임져야 하는 나라가 무슨 노력을 해도 지구온난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이 약 33%를 차지하고 있는데 석탄 발전소를 더 늘리고 있다. 인도는 15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석탄 발전소를 신규로 짓고 있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더 팔려고 노력할 것이고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은 탄소저감에 동참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나마 탄소저감을 노력하던 유럽도 그들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전비를 더 내라는 요구에 응하다보면 탄소저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으로 몰려가고 있다. 독일은 이미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이 떠나고 있고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곤혹스런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현실을 냉혹하게 바라보면 과연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까 의문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4년짜리 대통령이고 그 다음 정권이 어떠한 기후정책을 펼칠지는 아무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가 책임져야할 노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간과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도 다시 부활할 수밖에 없는 아젠다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당분간 트럼프가 요구하는 알래스카 개발이라던가 추가 LNG 구입이라던가 하는 압박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서도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수용하고 우리가 얻어 내야할 원자력이나 방위비 협정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고 관세도 타국 대비해서 적어도 손해나지 않을 정도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더 중요한 것은 4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자본을 축적하여 친환경 기후테크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R&D와 실증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기술력은 세계에서 수준급이지만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술을 키우고 그런 기술을 통해서 친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단가를 낮춰야 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노드하우스(Nordhaus) 교수는 과도한 탄소가격은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외국으로 그린워싱을 가속화하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탄소가격을 매겨야 인센티브가 작동한다고 했고 기술투자를 통하여 에너지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모두 투자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공짜로 올라타기(free-riding)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하기 좋은 국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로써 탄소저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GE, 지멘스, 미쯔비시만 만들던 가스터빈을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하여 중국과 초격차를 벌이고 있고 이를 확장하면 수소터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가능하다. 다만 실증을 위한 트렉레코드를 쌓는 것을 지원하고 전력시장 규제완화를 통하여 부흥해야 한다. 미국 빅테크들은 AI를 위해서 SMR(Small Modular Reactor)를 필수 전력설비로 개발하고 있다. SMR은 대한민국이 표준을 지배하고 선점해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 배터리 3사도 매우 열심히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지만 점차 시장환경은 나빠지고 있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은 이미 밸류체인을 모두 중국에 빼앗겼지만, 풍력발전에 대한 기자재 국산화를 서둘러 지원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바다를 누빌 수 있도록 해야한다. 유럽산 또는 중국산에게 완전하게 시장을 잠식당한다면 친환경은 아무런 부가가치 창출에는 도움은 안되고 비싼 전기요금만 내야할 실정이다. 친환경이 먼저가 아니고 국산화가 먼저이고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전기요금으로 외국 기자재만 사들이는 현실은 국민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선, 변압기, 변전기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하고 있는 K-Grid 기술도 더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친환경 국산화를 통해 전 세계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기후테크 선진국이 되는 게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홍종

[이슈&인사이트] 종북에서 친중으로, 변형된 선동의 그림자

한때 민주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던 극우 보수 세력이 이번에는 '친중'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과거 '북한과 내통한다'는 허황된 낙인을 찍으며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했던 그들이 이제는 '중국 공산당의 사주를 받는다'는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마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주적(主敵)만 바꾼 듯한 이 비난 구조는, 여전히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정치에서 '종북'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민주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였다. 독재 권력은 국민의 정당한 저항을 '반국가 행위'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색깔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극우 세력은 새로운 적을 찾아야 했다. 그 대체물이 바로 중국이다.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숭미‧친일적인 국내 극우 세력은 중국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같은 국내 정치적 사건을 '중국 공산당의 공작'으로 몰아가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마치 대한민국이 수많은 중국 공산당원들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해 보자. 과연 우리 사회에 중국 공산당의 공작원들이 그토록 많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 정보기관과 검찰, 경찰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실제 증거도 없이 단지 정치적 선동을 위해 국가 안보를 이용하는 행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현재 국제 정세는 신냉전 구도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한국은 그 가운데 복잡한 외교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극우 세력은 이런 국제 질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오직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분열은 경제와 외교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국제 신용도 하락과 환율 급등, 실업 증가로 인해 서민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극우 세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커녕, 더욱더 분열을 조장하며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선동이 극우 종교 세력과 결합하며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는 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종교적 광신이 결합할 때, 합리적 토론은 사라지고 오직 '신의 뜻'과 '악마의 음모'라는 이분법만 남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독재를 미화하고, 특정 정치인을 신성시하는 현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파시즘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특정 세력이 '국가를 위협하는 적'을 설정하고 대중의 분노를 그 대상으로 돌리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파시즘은 항상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분열 속에서 등장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같은 퇴행을 막기 위해 이념적 적대감을 넘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성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가 적과 동지의 전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장이 되어야 한다. 파시즘은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때 성장한다. 청년 실업, 주거 불안,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 정책이다. 클릭 수를 위해 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극단적 발언을 부추기는 미디어가 아닌,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사회가 건강한 비판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복잡한 세계를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파시즘적 퇴행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종북에서 친중으로 바뀐 선동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냉전적 이념 대립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연대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냉전의 유령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때다.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성일권

[EE칼럼] 해상에너지 시대가 온다

에너지 업계의 숙원이였던 에너지 3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였다. 에너지 3법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그리고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에너지 3 법 중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그동안은 민간 주도로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시행되어 난개발이 우려되어 왔고, 수용성 확보에도 곤란을 초래하여 왔다고 본다. 이번 해상풍력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입지 발굴과 예비지구 지정, 민관협의회를 통한 발전지구 지정으로 수용성 확대, 발전지구 내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고, 발전지구 지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령이 확정되기까지는 환경성 평가나 인허가 의제의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2023년 말 현재 세계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은 총75.2GW에 달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각각 41GW와 34GW의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이 가동되고 있다. 두 지역을 합치면 세계 해상풍력 발전 용량의 99.9%를 차지한다. GWEC 마켓 인텔리전스(GWEC Market Intelligence)는 향후 2024~2033 년동안 410 GW이상의 새로운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이 추가될 것이며 연간 해상 풍력 발전 설비는 2023년 10.8GW에서 2028년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3년에는 66GW 규모로 신규 풍력발전 설비의 해상 점유율이 현재 9%에서 최소 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유식 해상 발전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규모는 고정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적다. 참고로 2022년말 현재 전세계 부유식 풍력발전 누적 설치 용량은 235.95 MW이다.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설비용량 전망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30년 37.8%, 2038년 45.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해상풍력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일본은 2030년까지 5.7GW, 2040년까지 45GW의 해상풍력 설비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대만은 2035년까지 20.6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부분에서 차지하는 풍력 시장은 2023년에는 8,858억 kWh이며 전국 총 발전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아직 중국내 풍력발전에서 해상 풍력은 7% 정도만 차지하고 있으나 발전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2023년 5월, 단일 기계 용량이 7.25 MW인 “해유 관란호" 부유식해상 풍력 발전기가 하이난 원창에서 136km 떨어진 해상 유전 해역에서 성공적으로 가동하였다. 중국은 제도적 지원도 적극적이다. 2015년 7월 1일부터 자체 생산하는 풍력 전력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부가 가치세 중 50%를 즉시 환급한다. 기업이 국가의 주요 지원을 받는 공공기반 시설 프로젝트(항구, 공항, 철도, 도로, 전력)에 투자하여 소득을 얻은 기업은 첫 해부터 3년간 기업 소득세를 면제하고, 네번째에서 여섯 번째 해까지 기업 소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하고 있다.해상 발전을 위한 기초 조건은 한국이 매우 좋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반도체, 건설, 고급인력, 그리고 해양 반도. 기초가 튼튼하면 무엇이든지 쌓을 수 있다고 본다. 체력도, 국력도, 전기력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속도다.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튼튼하고, 빠르게, 그러면서 정확하게 진행한다면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 해양 풍력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공동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기자의 눈] 백사부, 남의 식당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감도 큰 법일까. 각종 논란으로 연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타이틀로 사회적 영향력을 쌓아온 만큼 유명세에 뒤따르는 책임의 무게가 더 묵직하다. 지난해 기업 상장 이후 빽햄 선물세트의 가격 부풀리기 논란을 시작으로 감귤맥주 함량 부족, 농지법·식품위생법 위반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외국산 식재료로 만든 간장과 된장, 농림가공품 원산지를 국산으로 허위표시한 혐의로 형사 입건마저 된 상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3일 백 대표 명의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더본코리아와 관련된 여러 이슈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특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용납할 수 없는 잘못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의 불씨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백 대표는 '집밥 백선생', '흑백요리사'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만의 장사 마인드와 요리 철학을 설파하며 초보 요리·장사꾼의 '사부 역할'을 자처했다. 상권 회복을 골자로 '골목식당'과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까지 이끌면서 공익 이미지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사업에는 '지나친 관대함'을 보여 이치가 맞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너 리스크로 지난해 상장 첫날 6만원 대까지 치솟았던 더본코리아의 주가도 3월 19일 오전 기준 반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이같은 수치로 사업 불안정이 드러나니 가맹점주들의 속도 타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의 사회적 입지를 등에 업고 자란 만큼 본업인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느 업종보다 '브랜드 파워'가 핵심 경쟁력인 외식 프랜차이즈는 더더욱 오너 리스크 에 민감하다. 더본코리아와 같은 오너 리스크로 과거에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던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분식 프랜차이즈 '김가네' 등이 손꼽힌다. 줄줄이 소시지 쏟아지듯 최근 이슈뿐 아니라 더본코리아는 한때 50개에 달했던 브랜드 수가 25개 반토막으로 줄면서 '문어발 확장'의 고질적 폐해에도 노출돼 있다. 적절한 비유가 될 지 모르겠지만 백종원 대표는 지금 여유롭게 '다른 사람 밥그릇'을 챙겨줄 게 아니라 '내 밥그릇'부터 먼저 잘 챙겨야 할 타이밍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송계·외식업계를 종횡무진하며 획득한 '국민주부', '국민멘토', '백사부'라는 화려한 이름표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본인 사업부터 정직하게 자정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통화정책과 국민경제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경기둔화 타개책의 성격이 강했다. 특히, 올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세도 최근 다소 누그러져 기준금리 인하의 이유가 되었다. 이로써, 금통위의 기준금리는 지난 2022년 10월 금통위에서 3%로 인상된 이후 2년 4개월만에 다시 2%대로 내려앉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및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필자의 답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투자유치 및 고용 확대를 가져오는 경기부양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로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및 내수진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만성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2023년 1월~2024.12월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은행 대출금리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지난 2023.1월 이후 무려 1년 9개월간 3.5%로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등 금통위의 통화정책이 시장 상황에 부합하게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기준금리가 은행의 조달금리인 시장금리에 대한 준거 금리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유추된다. 또한, 은행 대출금리는 준거 금리에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가 반영된다. 최근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방식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대출공급액 감소에 대한 수익 보존과 그동안 대출 공급 확대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로 차주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로써, 은행은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스스로 대출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의 민간소비 진작을 위한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단, 금융비용 절감이 가처분 소득 증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은행의 자발적인 대출금리 인하조치가 예상되지 않고,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출금리 인하 권고 조치로 인해 금융비용 절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오히려 추가적인 대출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움직임은 주택 구입을 서두르게 하는 등 가계의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 불안심리를 심화시켜, 자칫 대출에 대한 가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이 금융비용 증가에 있기보다는 높은 물가수준,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각종 부가혜택의 축소에 있다고 볼 때, 기준금리 인하는 내수진작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음에도 오히려 내수는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가치 평가절하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되어 소비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 물가는 전월대비 0.6% 상승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 상승은 통상적으로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올해 1월의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상승세가 진행 중이다.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2%)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편, 민간소비 부진을 유도하는 또 다른 요인은 신용카드(일시불과 할부거래) 이용 증가율의 둔화이다. 지난해 8월의 신용카드 이용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5.3%였으나, 올해 1월에는 1.2%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1월의 신용카드 할부거래 이용액은 전년동기 대비 –3.2%로 크게 줄었다. 이는 내구재 판매 부진과 관련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내구재의 소매판매액 지수(물가상승분을 제거한 불변지수 기준)의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은 오랜기간 음(-)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말 동 지수 증감율은 –7.0%를 기록했는데, 항목별로 승용차가 –13.5%, 가전제품은 –6.3%, 통신기기 및 컴퓨터가 –2.6%를 보였다. 해당 이유인즉, 고가의 내구재 구입시 할부거래를 주로 이용하는데, 최근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거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소비자 부가혜택으로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거래를 줄이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카드사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지속적 인하 조치로 인한 카드사의 불가피한 비용 절감의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인하 등 향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의 전환이 예고되고 있지만, 경기부양 및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오히려 환율 상승 및 이로인한 수입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경기부양 및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서지용

[EE칼럼]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원전수출에 영향없다.

지난 10일 모 일간지는 “미, 한국 '민감국가' 첫 분류 ... AI 등 협력 제한하나"라는 제하의 단독보도를 하였다. 미국 에너지부가 우리나라를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하여 규제 조치에 착수하였고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20여 언론사에서 이 소식을 보도하였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동일한 기사가 매체만 달리하여 줄줄이 나왔다. 바이든 정부에서 한 일인데 트럼프 정부로 바뀌고 2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뉴스인 것이 이상했다. 미국 에너지부의 홈페이지에서 관련된 사실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외신을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다. 이윽고 여러 매체의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 기자들 누구에게 물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었다. 연합뉴스에서 미국 에너지부에 이메일로 문의하여 확인하였다고 하니 받아서 쓴 것이라고 하였다. 그 부분도 믿기가 어렵다. 아무튼 언론은 SNS에서 흥밋거리를 퍼 나르는 수준이었다. 매체가 많아도 깊이와 다양성은 없었다. 이미 많은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였다. 보도가 사실인지, 왜 미국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에 대한 확인 보다는 이것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향후 벌어질 영향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근거를 찾는 대신에 이 사람 저 사람 전문가에게 물어서 의견으로 뉴스를 채우고 있다. 취재 대상이었던 대부분의 전문가도 사실확인이 되지 않으니 딱히 해줄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상상의 날개를 펴서 기사를 쓰기로 작정한 듯하다. '체코 원전수출에 영향을 초래한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관련 연구개발에 영향이 초래된다.' '원전업계의 영향은?' 이런 식 제목을 단 기사가 하루만에 여럿 나왔다. 사실확인부터 하자고 해도 그것은 언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기자들은 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듯하다. 또 아무도 민감국가 지정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려고 하지 않았다. 검색도 하지 않고 일단 전화통부터 잡는 듯하다. 민감국가는 미국 국무부가 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에너지성이 지난 1월 15일 국무부에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정되면 4월 15일에 민감국가가 되는 것이다. 민감국가라는 것도 핵무기를 만들려는 나라만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 지역불안정, 국가 경제안보 위협 또는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도 민감국가로 지정된다. 핵안보의 문제로만 몰아갈 일도 아니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우리나라에 어떤 제제조치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무원이나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원이 민감국가를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 사전 정보 브리핑, 사후보고, 방첩활동 등의 내부적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즉 적용대상이 민감국가 자체가 아니라 민감국가와 접촉하는 자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체코원전 수출에는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관료와 연구원이 미국의 정보와 자료가 유출될 것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우리가 체코에 수출하는 것에는 관련이 있을 수 없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과 관련된 활동도 미국 정부와 출연연구소와 관련이 없는 산업적 영역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다. 물론 인공지능(AI) 산업과도 관련이 없다. 원전 관련주가가 하락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가 사회적 불안을 조장했다. 사실확인도 안했고 민감국가가 무엇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어제 밤 늦게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도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니 정치인들의 핵무장론 때문에 발생했다는 기사들도 오보가 되었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의견들을 모아서 퍼나르기고 그것이 사실일 경우에 발생될 일의 여파를 먼저 터뜨리려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어느 정도 내용이 파악된 지금도 여전히 더 뭘 꾸며댈까 하고 주무르고 있을 듯하다. 정범진

[기자의 눈] MBK의 기습 회생 신청, 무서운 후폭풍이 온다

2012년 9월 26일 오전. 모 대형금융사 임원의 입에서 “당했다"는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웅진이 '워크아웃' 대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당시 웅진은 극동건설의 부실이 계열사 전체로 전이되면서 그룹이 존속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웅진은 '워크아웃'을 검토했으나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언에 따라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 태평양은 웅진그룹에 왜 워크아웃 대신 회생 신청을 추천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극동건설만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이 실행되면 필연적으로 대주주 무상감자와 같은 절차는 거치겠지만 금융채권 뿐만 아니라 상거래채권 등 모든 채권이 조정된다. 또 회생계획안이 실행되기 전까지 기존 주주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긴급한 사안도 처리할 수 있다. 모 금융사 임원 입에서 '당했다'라고 외칠만큼 한계기업에게 회생은 달콤하다.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이 동결되었으며, 워크아웃처럼 금융권에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MBK의 홈플러스 기습 회생 신청도 이와 유사하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당했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메리츠 그룹은 부동산 담보가 있어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정한 채무재조정은 불가피할거라고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경우, 홈플러스를 사기죄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금융사,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한 그룹사에 대해 철퇴를 꺼내든다. 여기에 유통업이란 특수성이 고려되어 피해자가 양산될 경우에는 행정 기관과 여론까지도 동참하곤 한다. 국회는 긴급 현안 질의나 국정 감사를,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금융사는 거래 중단을, 여론은 비판을 통해 기습 회생 신청 그룹사를 압박한다. 오너들은 법원에 불려가곤 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걸어왔던 길이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과거처럼 아시아 1위 사모펀드로서 MBK란 이름이 '신용의 상징'이던 시절은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한 번 깨진 신용은 수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많은 청년들의 롤모델이었던 김병주란 이름 역시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출연으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것에 집중해야할 전망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실손보험 개혁, 모럴 해저드 ‘부메랑’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편안을 두고 의료계·법조계·보험업권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에서 연달아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정치권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개혁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보험 시장의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으나,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속도감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상반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에 달했던 탓이다. 전체적으로도 2022년 117.2%, 2023년 118.3%, 지난해 상반기 118.5%로 오름세다. 비급여 시장이 2023년말 20조원 규모로 형성되는 등 급증하는 것도 언급된다. 가입자의 65%가 보험금을 한 푼도 수령하지 못한 반면, 수령 상위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받은 것도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일부가 받는 혜택이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탓이다. 작년 3월 한달간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진료비만 19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이번 개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진료 항목의 비용도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병행진료 급여를 제한하고,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90% 수준으로 높인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추진하는 까닭이다. '보험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무릅쓰고 이번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장기간에 걸친 보험료 조정으로 부담이 커진 1~2세대 가입자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보험사의 책임을 묻는 의견도 상당하다. 상품을 설계할 당시 이같은 변수를 계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법'을 쓰지 않는 이상 예측하기 힘든 사항이 많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피부과 진료와 도수치료를 결합한 것이 예시로 꼽힌다. 오히려 이를 근거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도 가능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 과잉진료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수가 정상화를 우선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번 개혁의 필요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수가를 올린다고 해도 통원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입원으로 돌리는 등 보험금 과다청구를 막는다는 보장은 없고, 의료계의 수익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다른 가입자와 의료인들도 '사슴 사냥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다같이 협력해 사슴을 잡는 대신 눈 앞에 있는 토끼를 쫓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사슴은 사슴대로 놓치고 토끼도 얻지 못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 다같이 토끼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을 뜻한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와 보험업권 및 의료계가 의정갈등이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고 모여 허심탄회하게 해결책을 논의하고,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한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ESG 데이터: 조직 생존의 핵심 열쇠

“데이터를 경시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지속 가능성이 핵심 이슈가 된 오늘날 더욱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데이터는 기업과 자산운용기관의 의사결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ESG 데이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글로벌 국부펀드와 자산운용기관들은 ESG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전략을 재편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 ESG 데이터는 기업의 환경적 영향,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 투명성을 정량화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을 비재무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과거에는 재무 데이터가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었다면, 이제 투자자와 소비자는 모두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여 기업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홍수, 폭염)나 규제 리스크(탄소 배출 규제)는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며, 지속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ESG 데이터 제공업체들은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ESG 데이터를 집계하는 오피마스(Opimas)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투자의 핵심인 ESG 데이터 시장은 2024년에는 2022년의 16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한 조사에서 2024년 ESG 조사 및 분석 수요는 12%, ESG 지수 수요는 1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Opimas, The Market for ESG Data in 2024) ESG 데이터 시장의 성장은 자산 관리자와 국부펀드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규제 요구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 관심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주요 제공업체로는 MSCI(시장 점유율 25%), S&P Global(16%), ISS ESG(14%)가 있으며, 이들은 주로 ESG에 관한 연구, 분석, 지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자산 관리자는 투자 분석, ESG 테마 펀드 구성 및 위험 관리를 위해 ESG 데이터를 활용하며, 노르웨이의 1.7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는 장기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다. ESG 데이터 시장은 2016년 이후 연평균 20% 성장했으며, 금융 시장 참여자와 금융 자문가가 지속 가능성 위험과 투자 결정의 영향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의 지속가능 금융공시규제(SFDR)의 시행으로 인해 2021-2022년에 수요가 급증했다. 언스트영의 연구(EY Global Institutional Investor Survey (2021))에 따르면, 필요한 ESG 데이터와 사용 가능한 데이터 간의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며, 자산 관리자의 50%가 미래 지향적 공시 부족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ESG 데이터의 품질 문제는 ESG 평가기관 간의 상이한 방법론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같은 종목에 대한 다른 등급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과거 데이터가 예측을 위한 자료로 사용되지 못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및 기관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다. ESG 평가기관과 연금기금이 평가 모형의 공개를 꺼리고 있고, 평가 모형이 바뀌었을 때 이를 과거 자료까지 수정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연금기금이나 자산운용기관들은 하나 이상의 ESG 데이터 제공업체를 사용하여 데이터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마치 신용평가기관을 복수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데이터를 경시하면 규제와 시장 압박에 취약해진다. 2024년 PwC 조사(PwC 2024 Global Investor Survey“ 및 "PwC 2024 Asset & Wealth Management Report)에 따르면, ESG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자산운용기관은 투자 유입 감소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며, 데이터 기반 전략을 강화한 기관은 투자 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ESG 데이터 산업은 기업 생존의 필수 도구다. 글로벌 자산운용기관의 사례는 데이터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입증한다. 데이터를 경시하는 조직은 규제 강화, 투자자 이탈, 소비자 외면 속에서 버티기 어렵다. 반면, 데이터를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매하여 잘 활용하는 조직은 리스크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다. “데이터를 경시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경고는 현실이다. ESG 데이터는 조직의 생존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