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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다크 팩토리와 어쩔수가 없다

2025년의 화제작 중 하나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는 제목부터 체념과 강박 정서를 드러낸다.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직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중산층 가장의 폭주를 그린다. 예민한 관객이라면, 그 폭주보다 다른 데에 주목할 법하다. 주인공의 살의보다도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음산한 풍경에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해 인간의 숨결이 사라진 공간, 즉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연상시키는 곳을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거니는 묵시록적 마감에서 말이다. '다크 팩토리'는 '다크' 자체에서 뭔가 음울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다크'는 원래 '스마트'에서 시작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효율적이고 깨끗하며, 데이터가 흐르는 지능형 공장이다. 하지만 '스마트'는 종국에 '다크'를 지향한다. '스마트'의 본질은 '다크'이다. '다크 팩토리'는 “불 꺼진 공장"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말이다. 기계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조명이 필요 없다. 적외선 센서와 데이터 전송으로 움직이는 공장에서 조명은 불필요한 비용이다. 1980년대 GM의 로저 스미스 회장은 '라이츠 아웃(Lights-out)' 제조 공정을 꿈꾸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기계들끼리의 충돌을 막지 못해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반 세기가량이 지나면서 지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은 그 '어둠'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마트'가 경영의 언어라면, '다크'는 실존의 언어다. 노동자의 눈을 위해 켜두었던 불이 꺼지는 상황은, 그 공간에서 인간의 자리가 완전히 소멸했음을 의미하는 섬뜩한 선언이다. 로봇은 야근이나 잔업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어둠도 상관하지 않는다. 한데 이 대목에서 다급한 문제는 철학이 아니라 생존이다. '다크 팩토리'는 인간 존재에 관한 첨예한 논쟁을 불러올 테지만, 당장은 에너지 충당을 발등에 불로 떨어뜨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어두운 공장은 전기라는 뜨거운 문제로 야기한다. 노동자는 밥을 먹지만, AI와 로봇은 전기를 먹어 치운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결합한 현대의 '다크 팩토리'는 과거의 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불 꺼진 공장이 불을 켠 공장보다 전기를 더 필요로 한다. 한국 경제의 곤란을 예감한다. 글로벌 시장은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강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AI와 '다크 팩토리' 시대를 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전력를 갈망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세계 수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숙제와, 폭증하는 산업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 연료를 줄이면서도,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불 꺼진 공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쥐어짜내야 하는 현실은 연극 같다. 박찬욱의 영화 속 주인공이 직장을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한 일터가 결국 인간의 빛이 꺼진 '다크 팩토리'라는 설정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을 지워내는 '다크 팩토리'를 건설한다. 국가적으로는 이 거대한 기계 장치를 돌리기 위해 에너지 전쟁을 벌인다. 전기 문제를 해결하고, AI 주권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 4차산업 혁명에서 살아남는 것은 국가의 과제다. 그러나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결합한 '다크 팩토리'에 더 없이 인간적인 전력인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마주할 세상이 과연 우리가 꿈꾸던 아름다운 곳일까. 당장은 공장의 불을 꺼야 하는 처지이긴 하다. 그것도 남보다 빨리.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일단 가야 하는 길일까. 안치용

[EE칼럼] 에너지와 경제성장, 상관을 넘어 인과를 묻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에너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에너지 사용과 경제성장과의 상관(相關)관계에 관한 연구는 사뭇 고전적인 주제로 여겨진다. 1차산업혁명의 중심 기술인 증기기관의 연료로 석탄이 널리 사용되게 된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와 경제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석유, 그리고 전기와 모터의 발명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을 이끈 대표 기술에는 대표 에너지원이 함께 해 왔다. 요즈음은 그 자리를 반도체나 AI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산업 성장에 에너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학술논문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에너지사용과의 상관관계가 양(陽)의 값을 가지는 관계임을 밝히고 있다. 선진국들은 진작에 에너지 사용과 경제성장간의 관계를 간파하고는 적극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국가적 관심을 가져왔다. 19세기 식민지 개척의 중요한 이유로, 그리고 20세기 세계대전 발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에너지가 꼽히고 있으며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전쟁 역시 에너지가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20세기 말 온실가스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속가능한발전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에너지사용량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에 빗대어 설명하였다. 즉, 청정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바꾸게 되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온실가스 배출량과는 같이 가지 않되 에너지사용량과는 여전히 같이 갈 수 있다는, 이른바 비동조화(decoupling) 이론이 그것이다. 이후 수많은 학술 연구가 이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경제성장과 에너지 사용과의 인과(因果)관계에 관한 연구와 논의, 즉, 경제성장이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원인인지, 아니면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로 들어오면 그 논의의 내용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꼭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또한 성립한다면 인과관계의 방향이 어느 쪽이냐는 이슈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연구마다, 국가마다 다른 결과를 보였다. 심지어는 같은 국가임에도 시기에 따라 다른 인과관계를 보여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에너지 사용이 주로 산업에서 일어나게 되기에 에너지 사용이 원인으로, 경제의 성장이 결과로 나타나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우리나라의 1970~80년대가 그러하였는데, 산업이, 특히 중화학공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에너지사용이 늘어났고, 산업의 발달이 경제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동 국가와 같이 에너지 수출로 부자가 된 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이 원인이고 에너지 사용이 결과로 나타난다. 즉,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나자 더 큰 차를 타고 다니고 또 더 큰 집에 살면서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게 되어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인과관계가 나타나곤 한다. 금융이나 전문서비스업과 같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할 때도 인과관계는 경제성장이 원인으로, 에너지 사용이 결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에너지 사용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 에너지 절약 정책이나 효율화 투자가 더욱 크게 설득력을 갖는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더라도 경제성장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온실가스 없는 경제성장에서 더 나아가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조업이 여전히 성장의 중심인 우리나라는 새해에도 에너지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선진국이나 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전력의 충분한 확보가 에너지 공급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재에는 공급 정책 못지않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 효율의 개선일 것이다. 지난 40여 년 내내 일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에너지 효율로는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자랑하기는커녕,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낭비라고 지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 높은 상품이 많아진다면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좋아질 것이다. 병오(丙午)년 새해에는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통하여 그 혜택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허은녕

[신년 칼럼] AI 경제 강국, ‘에너지 고속도로’에 달렸다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고, 11월엔 미국 중간 선거가 있다. 정치적으로 작년 못지 않은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제이다. 올해가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며 뜨겁게 타오르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와 높아진 관세 장벽에 고환율까지 악재만 쌓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에 올라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AI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UP) 등 핵심 AI 기술은 주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4년 2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5년 뒤인 2030년 세계 AI 시장은 지금보다 적게는 수배, 많게는 수십 배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거품론도 투자액 대비 수익 실현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나온 것이지, AI 시장의 성장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거대한 AI 시장에서 어느 한 분야에서만 주도권을 잡는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값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에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 AI를 성장동력으로 삼기 힘들다는 뜻이다. AI 경제에서는 '에너지 집약'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모델은 기존 포털 검색할 때와 비교해 최대 30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약 460TWh(테라와트시)에서 올해 10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3년 약 300TWh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30년에는 1500TWh로 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AI 기술과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전력이 '약한 고리'라고 조언했다. 옳은 지적이다. 한국은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수입한다. 글로벌 물류가 마비되면 곧바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초고압 직류송전(HVDC) 등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계통의 불균형도 너무 심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국 전력의 40%를 소비하면서도 전력 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해안 지역은 전기가 남아돌아 발전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력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 반발과 보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력망 건설은 장기간 지연되기 일쑤다.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와 주민 반발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은 에너지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석 연료를 포함해 모든 에너지 자원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싼값의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에 공급할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구 폐쇄됐던 쓰리마일 섬 원전을 재가동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시대에는 에너지가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값싼 에너지 확보와 전력망 구축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의 안정성, 탄소 감축 등 상충하는 목표를 모두 충족하는 에너지 믹스의 '황금 분할선'을 찾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을 포함해 모든 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비상하는 AI의 날개를 달고 우리 경제가 붉은 말처럼 다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기자의 눈] 수요 예측 실패 신공항, ‘빛 좋은 개살구’ 못 면한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신공항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고시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비롯해 내년 공고 예정인 가덕도신공항,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 등 전국 각지에서 공항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신공항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산업·관광·물류를 연결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면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이 촉진돼 지역 소멸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반복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방공항의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용객 예상치를 과도하게 전망한 항공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비교적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의 경우 계획보다 이용객이 훨씬 적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자가 각각 1447억원, 1679억원에 달했다. 최근 추진 중인 새만금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추진됐지만, 이후 법원은 기본계획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9에 불과했다. 제주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역시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 제기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완공 이후 과잉 인프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공항은 한 번 건설되면 되돌릴 수 없는 대표적인 '고정비' 사업이다. 이용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자는 구조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결국 국비와 지방재정, 공기업의 부채로 전가된다. 공항이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되기보다 재정 부담의 원천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항 건설이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엄격한 수요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많이 이용될 지와 장기적인 손익 구조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손실이 불가피해도 꼭 짓겠다면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쉽지 않다. 손실 가능성이 수치로 드러날수록 공항 건설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와 손익을 외면한 채 추진된 사업이 남길 후유증은 더 크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기보다 책임 있는 설명과 설득 과정이 따라야 한다. '공항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정확한 수요 분석과 냉정한 손익 판단이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중흥그룹, 부회장에 이상만 사장 승진

중흥그룹은 29일 이상만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해근 중흥 건설부문 총괄사장도 중흥토건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중흥토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호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신상호신용금고, 일신주택 등을 거쳐 중흥건설 상무이사, 부사장, 중흥토건 사장을 지냈다. 지난 2023년 초 사장 승진 이후 약 3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 총괄사장은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 △주택CM기술팀 팀장 △주택건축기획팀 팀장 △주택건축기술실 실장 △대우에스티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고환율 정부 대책 변명만 남았다

서울 외환시장의 숫자는 바뀌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구간에서 출발했고, 정부 설명도 익숙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갈등, 중동 불안, 무역수지 변동성, 그리고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 등… 고환율의 원인 목록은 길다. 문제는 이 많은 이유가 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되는 순간, 늘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 '달러가 새는 구멍부터 막자'로 귀결된다. 맞는 말이지만 방법은 산으로 간다. 구멍으로 자주 지목되는 대상이 서학개미라는 지점이 상징적이다. 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들이며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다른 이유들도 덧붙이긴 한다. 미국과의 금리 차, 수입 물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이 모든 요인을 나열한다.결국 손대는 곳은 늘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다. 가장 통제하기 쉬운 변수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만나는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를 벌려고 미국 주식을 샀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장기 투자할 만한 종목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계속 빗나간다. 환율은 단기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 신뢰의 가격이다. 정부가 말하는 고환율의 또 다른 원인은 금리 차다. 미국의 고금리가 달러를 끌어 당긴다는 설명이다. 맞다. 하지만 금리 차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통화 가치가 덜 흔들리는 나라는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에 대한 신뢰다. 지난 10년간 S&P 500이 보여준 성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숫자로 증명했다. 반면 코스피는 장기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데 실패했다. 무역수지 역시 자주 거론된다. 수출이 주춤하니 환율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다시 구조 문제로 돌아온다. 산업의 세대교체가 더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 반도체 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경기 사이클에 환율이 과도하게 흔들린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수치는 반복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빠지지 않는다. 글로벌 불안은 달러를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같은 충격을 받아도 어떤 나라는 덜 흔들리고, 어떤 나라는 크게 흔들린다. 차이는 체력이다. 자본시장의 깊이, 기업의 경쟁력,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환율 방어력을 좌우한다. 이 체력을 키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개인의 해외 투자를 막는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일본은 엔저 국면에서도 개인의 해외 투자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NISA(개인 투자 비과세 계좌) 제도를 확대해 미국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 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해외에서 벌어온 수익이 결국 국내 소비와 투자로 돌아온다는 판단이었다. 환율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고,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국은 반대다. 고환율이 나타나면 개인의 손부터 본다. 해외 주식을 팔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숫자를 잠시 움직일 수는 있어도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구조가 그대로라면 자금은 다시 빠져나간다. 시장은 기억력이 길다. 결국 문제는 한국 증시의 구조다. 기업이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고, 중소기업이 중견이 되는 순간 부담이 급증한다. 신산업은 허용보다 금지가 먼저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 성장 스토리는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자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서학개미의 출발점이다. 이 상태에서 코스피 5000을 말하는 건 현실 인식과 거리가 멀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숫자는 따라오지 않는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율을 잡고 싶다면 달러를 막을 게 아니라, '원화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과 국내 자본 모두에게 굳이 달러 대신 원화를 들고 있어야 할 근거를 말한다. 다시 묻는다. 고환율의 이유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으면서, 왜 해법은 늘 같은가. 서학개미는 원인이 아니다. 정부가 나열한 고환율의 이유들 역시 원인이 아닌 결과가 대부분이다. 원인은 하나다. 성장과 신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제 구조다. 2026년 새해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환율 대책이 아니라, 구조개혁부터다.

[이슈&인사이트] 환율 불안 시대 스테이블코인의 도전

과거에는 화폐가 물건 또는 서비스 등을 주고받으면서 이에 따른 가치 교환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이자 국경을 초월하여 데이터와 가치를 동시에 전송하는 핵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계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민간 기업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종류의 첨단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 통화에 1:1로 연동,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여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를 지칭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급등락하는 다른 암호 자산과 달리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최초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1 USDT가 항상 미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어디로든 직접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 속도가 느리고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 대신 효율적인 해외 송금·결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마약 밀매, 해킹, 테러 자금 조달, 자금세탁 등 국제 불법 자금 거래에 사용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거래 확산은 다양한 암호 자산 간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안정된 투자 환경을 조성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여 주식시장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주도하는 게 미국 달러(USD) 표시 스테이블코인이다. 현재 국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 이상이 달러 기반으로 운용되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에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법'을 입법하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여러 국가의 통화를 잠식하여 이들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기축통화국 아닌 한국에 더 치명적이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외 자금 결제 및 송금 시장을 잠식할 경우, 원화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고 위기 시 급속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지 못해 심각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하되면서 과거 IMF 사태와 같은 외환위기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만약 원화 가치가 계속 추락하면 기업과 개인의 환전 욕구가 확대될 것이고, 금액 제한이 없고 빠른 구매가 가능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 수요가 쏠린다면 환율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이 원화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면 과거 IMF보다 더한 외환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국내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현재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다. 디지털 통화의 국제적 확산은 단순한 금융 기술의 발전을 넘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주권을 위협한다. 보유, 증여, 송금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대안 없이 방치한다면 국내 금융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빠른 대규모 자본 유출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실존적 위협이다. 이는 금융, 기술, 안보가 융합된 복합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한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위상과 위력에 대항하기 쉽지 않더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 자체적인 디지털 통화 역량을 확보하여 급변하는 국제 자본과 금융시장의 도전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이상호

[EE칼럼] ABCDE + FGH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 또는 AI(Avian Influenza) 조류 인플루엔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우문이다. 당연히 전자다. 요즘 가장 핫한 용어이고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대중에게 가장 잘 알린 원조는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라고 할 수 있다. 1969년에 영국의 SF 작가인 브라이언 W. 올디스가 발표한 “슈퍼토이의 길고 길었던 마지막 여름"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공상과학 영화다.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 데이비드가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모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공 지능이 미래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2024년 기준 글로벌 AI 총투자 규모는 약 2,523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26%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만 1,091억 달러 투자가 이루어 졌다. 모건 스탠리는 AI 잠재력으로 인해 S&P 500 기업에게 연간 1조 달러의 순이익을 추가로 가져올 것이며 이미 지난 12개월간 전체 순이익 2조 5천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AI 이용시 2050년 약 20% 탄소저감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에게 AI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아이콘이면서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은 2024년 3월에 인공지능 법(EU AI Act)을 제정했고, 25년에는 AI Continent Action Plan, 조만간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을 발표 예정이다. 향후 5-7년간 EU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26년에 계획된 '에너지 부문 디지털화 및 AI 전략 로드맵'을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여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에너지 혁신과 AI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20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영국은 과기부와 에너지부 장관이 공동 의장을 맡은 'AI 에너지 위원회'을 구성하여 기업 리더들과 함께 에너지 AI 전문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AI 플러스(+)' 전략을 발표했으며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4년 기준 AI 기업 수가 약 4,500개, 핵심 산업규모는 6,000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미래에는 대형 AI 모델과 산업별 수직모델 개발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4년 실시한 조사 에서 기업의 31%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활용 기업도 51%는 도입할 계획이 있고, 3년내에 도입하겠다는 기업이 30%다. AI 선진국들은 AI 솔루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절대적인 필수 요소가 전력이다. AI, 양자 컴퓨팅, 차세대 컴퓨팅 기술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2050년에는 컴퓨팅 분야에서만 5천 테라와트(TWH)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5년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세계 전력수요의 1.5%에서 4.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도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총 에너지 수요가 2024년 대비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본다. 정부의 미래 전략은 ABCDE라는 말로 함축된다. AI, Biotechnology, Content/Culture, Defense/Aerospace, and Energy. 그러나 F(finance)-재정, G(governence)-지배구조, H(human)-전문인력이 추가되어야 한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AI에서는 뒤처져 있다. 2024년 영국 토터스 미디어의 '더 글로벌 AI 인덱스(The Global AI Index)에서 한국은 전체 순위 세계 6위, 정부 전략 4위, 인프라 6위, 정부 지출 및 AI 연구개발 3위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높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자금 투자, 상업 생태계 구축은 12위, AI 법규와 제도적 운영 환경은 35위다. 기술력과 인프라는 세계 수준이지만 산업 생태계 및 민간 투자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가 보기에 적지만 그래도 첨단 전략산업 기금 150조를 5년 동안 만들겠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75조가 민간에서 나와야 하니 강력한 유인책인 필요하다. 그리고 합리적인 제도와 규제 완화도 조속히 필요하다.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관-학의 협력은 물론 국제협력도 필수적이다. AI 전문 기업들은 AI가 발전하려면 연계성, 책임성, 신뢰성의 3가지를 지적한다. 기업 활동과 자연 생태계가 연결되었다는 것,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라는 것, 그리고 기업의 명예를 고려하는 것이다.영화에서 명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의 단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희망을 갖는 거야. 인간들은 그걸 꿈이라고 하지." 천만에 인간은 꿈과 희망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꿈과 희망은 인간의 권리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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