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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장 수혜는 고신용자만?…저신용자는 주가 잔치도 소외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하고 부추기던 시절엔 모두가 대출이 쉬웠는데 '전재산 증시에 넣어라'라는 현재는 고신용자들만 돈 버는 게 아니냐" 최근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는 등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저신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증시 진흥' 정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 최근의 현상이 부동산 시장을 넘어 주식시장에서까지 커지고 있다는 푸념이다. 저신용자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이후 대출 총량 관리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에 대출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은행권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초고신용자들 위주로 대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의 수요가 2금융권인 저축은행·카드사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지만 현재는 2금융권 또한 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신용대출 공급을 줄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의 생계 자금줄이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국면이다. 이런 와중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공급' 현상으로 인해 소위 '불장' 수혜까지도 고신용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융통 가능한 현금이 많지 않은 저신용자들의 경우 투자금인 '시드머니'를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게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현재와 같은 시기에 고신용자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의 경우 대출 한도 등이 크게 줄었다. 특히 신용거래의 경우 고신용자 대비 제한이 커졌다. 일부 저신용자는 올 들어 신용거래 약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한도가 매우 낮게 설정되고 있다. 증권사는 신용공여를 법적 한도에 맞추는 과정에서 대출이 많아지면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들의 한도부터 거절하게 되는 구조다. 대표적인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 역시 고신용자가 몰려들면서 증시 호황 국면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점수 800점 초과 고신용자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 카드론 취급액은 7.1% 줄었다. 중·저신용 소비자들은 '대출 양극화'도 모자라 '자산 양극화' 현상까지 키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책의 부작용이 중·저신용 소비자의 자산 증식의 기회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여러 영향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신연수 칼럼]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일을 겪는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요즘의 국제 정세는 이 유명한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저술한 에 나오는 이 말은, 정의(正義)보다 힘이 우선인 국제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 국제정치학의 고전이 되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멜로스라는 작은 섬나라는 중립을 지켰다. 아테네가 항복하라고 하자 멜로스는 “신이 정의로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버텼다. 아테네는 멜로스를 정복해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노예로 만들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최고지도자 폭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이란이 아무리 무자비한 독재국가라도 다른 나라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9·11 테러 이후였고, 부시 정부는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갈 위험'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래도 '임박한 위협'이 없는데 증거를 조작했다고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부시처럼 거짓말이라도 성의있게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내 맘에 드는 정권을 세우겠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와 그린란드 합병 위협 등으로 더 이상 놀랄 일마저 없어진 것인가. 문명의 21세기에 강대국의 약소국 침탈이 일상화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을 공습하며 전쟁을 확대하는 이란 역시 불법 무도한 것은 마찬가지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뒤 국제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국제규범과 질서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미국-이란 전쟁의 결과는 그동안 미국이 해왔던 전쟁들을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겠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은 20년간의 장기 전쟁 끝에 2021년 불명예스럽게 철수했다. 이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24만 명을 넘고 미국이 쓴 비용은 1000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결국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아 전쟁 이전으로 돌아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또한 이라크를 극심한 내전으로 몰아넣었고, 그 과정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IS(이슬람 국가)가 탄생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런 전쟁들은 중동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패권도 해쳤다. 그래서 존 미어샤이머 교수 같은 미국의 석학들은 '민족주의와 종교적 특성이 강한 나라들에 외세가 개입해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미국의 오만함이 낳은 참사'라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투키디데스의 기록 역시 강자의 논리를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오만함을 경고한 것이었다. 그는 절대 권력의 오만함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보여주려 했다. 실제로 아테네는 멜로스 학살 다음 해 시칠리아 원정에 나가 대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희미한 빛은 비친다. 미-이란 전쟁 발발 후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전쟁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협조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대국민 TV 연설에서 “전쟁은 더 불안정한 세계와 더 열악한 삶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평화와 국제법을 준수하는 나라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마크 커니 총리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강대국들의 힘 자랑으로 흔들리는 세계를 중견국들이 바로잡자'고 연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중견국 혼자로는 패권국에 맞서기 어렵지만, 중견국들이 연대해 인권 존중과 지속가능한 발전, 영토 보전을 지켜내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국제질서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결코 과거와 같은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세계에는 깨어있는 많은 시민들이 있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정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예정된 실패를 강행하는 일부 권력자들 외에는. 다행히 여러 나라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은 하루빨리 외교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주변 국가들은 중재에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기고]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와 수산물

도쿄전력이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ALPS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수산물 방사능을 걱정하기에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살상목적인 핵무기가 아닌 평화 목적인 원자력 발전소인데도, 또 병원에서 방사능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들 머리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 몇 달 동안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들어갔던 방사능과 비교하면 지금 방류중인 처리수는 그 방사능 양이 매우 적기에 그 유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왜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는 바다 '희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물에게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칠 정도로 방사능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는 과정은 크게 방사선 붕괴와 희석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반감기를 결정하는 방사선 붕괴는 육상에서도 일어나지만, 바닷물속 희석 과정은 육상과 다르다. 물컵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 퍼져나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물 전체에 골고루 섞이게 되는 과정을 확산이라고 한다. 퍼져 나간 잉크가 다시 원래대로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되었던 방사능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처음에는 빨리,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농도가 줄어드는데 대략 10 km 정도 나가면 1만분의 1로, 100 km 정도만 나가면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며,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우리 바다로 올 무렵이면 1조분의 1로 희석이 된다. 따라서 방류중인 ALPS 처리수 130만t이 지구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조분의 1인데,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보다 적은 양이다. 1945년 인류가 원자력을 쓰기 시작한 이후 지난 8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 번 이상 핵실험을 하고 크고 작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지만,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먹고 사람이 피해를 보았거나 어떤 해양생물이 죽었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다.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하는 물고기가 간혹 채집되기도 했지만, 그 기준치라는 것은 사람이 1년 매일 먹었을 때 엑스레이 1번 찍을 때 받는 피폭량 정도이지 바다생물이 어떤 피해를 입는 것과는 무관하다. 바다는 물이라는 액체로 이루어져 있어 같은 액체인 처리수가 육상보다 희석이 훨씬 더 잘 된다. 육상에서는 나무나 풀과 같은 일차생산자가 토양에 고정되어 있지만 바다 식물플랑크톤은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주변보다 특별히 농도가 높은 오염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또 바다에는 동물 이동을 가로막는 산이나 하천이 없어 물고기들은 육상동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따라서 바다에서는 물과 생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후쿠시마 원전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육상에 비교하면 거리에 따라 너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일본산 수산물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이다. 한 때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그렇게 반대했던 지금 정부도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만 하는 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이 이미 했던 것처럼 우리정부도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를 해제하길 기대한다.

[기자의 눈] 소문은 떠돌고 기록은 남는다

선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떠도는 것이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 이른바 '지라시'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선거판을 돌며 누군가의 정치적 운명을 흔드는 장면은 선거철마다 반복돼 왔다. 세종 정치권에서도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이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건설을 목표로 조성된 계획도시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정수도 완성 논의가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 지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실제 선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종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71.3%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시의회 역시 18석 가운데 17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당시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 기사 틀을 미리 작성해 두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내 경선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선거를 앞두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소문이나 투서가 정치권 안팎을 오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한 인사는 결국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정치의 평가는 선거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인사는 이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됐다. 의정활동 이후 지역 현안을 꾸준히 챙기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존재감을 보여 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에도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가 다시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18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렸던 한 시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당시에도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돌았고, 최근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정치권 주변에서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문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보다 먼저 퍼지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에서 경선은 단순한 당 내부 절차가 아니다. 시민이 선택할 후보를 가리는 중요한 민주적 과정이다. 그 과정이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린다면 정치 경쟁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평가는 결국 기록으로 남는다. 의정활동과 정책 성과, 그리고 시민의 평가가 그것이다. 선거판을 떠도는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정치인이 남긴 기록은 오래 남는다. 선거철마다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남겨진 기록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생선회보다 집값이 싸다?”…이상한 韓 물가지수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물가 안정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워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밀가루·계란 등 생활 필수품 담합을 단속했고 설탕업계에는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국세청도 물가 불안을 키운 기업 탈세를 적발했다. 그 결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1%로 낮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물가 관리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장바구니 부담도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주거비가 삶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18억원을 넘어섰다. 영끌로 집을 산 가구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세입자는 월세 인상 통보에 한숨을 쉰다. 이렇게 집값이 올랐는데도 물가지수는 비교적 조용하다.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흐름이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괴리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 CPI에는 전세와 월세 같은 임차비용만 포함되고 집값은 빠져 있다. 내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비용, 이른바 '자가 주거비'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물가지수에는 나타나지 않는 구조다. 주거비 비중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생선회보다 낮은 집값 비중'이라는 말은 한국 물가 통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를 합친 주거비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 지수 안에서 생선회 외식 항목의 비중은 10.3에 달한다. 통계만 보면 한 달 생활비에서 집세보다 생선회가 더 큰 지출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많은 가구가 소득의 30~40%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나 대출 이자로 내는 현실에서 집값보다 외식 메뉴의 비중이 더 크게 잡혀 있는 통계는 시민들의 체감과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른 선택을 했다. 미국은 '자가주거비(OER)'라는 개념을 도입해 집을 빌린다면 얼마의 임대료를 낼지를 추정해 CPI에 반영한다. 그 결과 미국 물가지수에서 주거비 비중은 약 44%에 이른다. 유럽연합도 올해부터 자가 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더 늦출 수 없다. 집값이 통계 밖에 있는 한 물가는 실제보다 낮게 보일 수밖에 없고 정책 판단도 왜곡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부터 정부의 민생 정책까지 잘못된 신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월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집값과 전·월세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집값을 물가로 볼 것인지, 언제 답을 내놓을 것인가.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 K-프랜차이즈 생존경제학

프랜차이즈 산업을 평가할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올해 브랜드가 몇 개 늘었나, 가맹점은 얼마나 오픈했나"를 묻는다. 하지만 국부(國富)는 간판 숫자의 팽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의 명암은 정반대의 지표에 있다. “얼마나 덜 망했나, 그리고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나." 이제 프랜차이즈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프랜차이즈의 진정한 국부 기여는 맹목적인 '점포 수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율'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자영업 실패는 '개인 탓' 아닌 '구조 격차'… 프랜차이즈가 좁혀야 : 자영업 폐업을 가맹점주의 개인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면 해답이 없다. 현장의 참사는 대개 구조적 격차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아는 '정보 격차', 원가와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는 '운영 격차', 임대료와 플랫폼 수수료를 방어하는 '협상력 격차'다. 이 지점에서 프랜차이즈의 본질적 가치가 드러난다.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매장 복제업이 아니라, 초보 창업자의 '실패 확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폐업이 줄어들면 재창업 비용, 가계 부채, 상권 공실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방어된다. 나아가 표준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K-브랜드의 로열티라는 지속 가능한 해외 수익까지 창출한다. 이것이 프랜차이즈가 창출하는 진짜 국부다. “가맹점이 망해도 본사는 번다?"… 인센티브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 프랜차이즈 업계의 끝없는 갈등은 '나쁜 본사' 때문이 아니라 '어긋난 수익 구조(인센티브)'에서 출발한다. 본사의 수익이 가맹점의 매출 성장이 아니라, 과도한 필수품목 마진이나 인테리어 리베이트에 의존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생 선언문 백 번보다 치명적인 것이 바로 이 왜곡된 구조다. 업계 스스로 '상생'이라는 모호한 선언 뒤에 숨지 말고, 투명한 수익 구조와 현장의 '폐업 방어 시스템'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깜깜이 필수품목에 과도한 마진을 붙이거나 잦은 인테리어 리뉴얼로 본사 배만 불리는 낡은 관행은 버려야 한다. 대신 품목과 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이 돈을 벌어야 본사도 수익을 내는 '로열티 중심'으로 본사와 가맹점의 생존 궤도를 완벽히 동기화해야 한다. 현장 운영은 철저히 '데이터와 예방'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감(感)에 의존한 오픈 대신 엄격한 상권 데이터 룰을 적용하고, 문을 연 뒤에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매출 급감이나 원가율 급등 같은 폐업의 시그널을 4~8주 전에 미리 포착해 본사가 즉각 코칭하는 구명줄을 던지는 식이다. 여기에 광고·판촉비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고, 분쟁 발생 시 쉬쉬하기보다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해결해 재발률을 낮춘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의심과 갈등에 낭비되던 에너지는 오롯이 점포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다. 중기부·공정위·산업부, '규제 vs 진흥' 멈추고 '생존율 KPI'로 통합하라 : 정부의 정책 렌즈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프랜차이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위의 '규제', 중기부의 '민생', 산업부의 '수출 진흥'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결코 다른 길이 아니다. 공정한 룰이 현장에 내장되면 민생 지표(폐업률 감소)가 개선되고, 튼튼해진 내수 경쟁력이 곧 강력한 글로벌 K-프랜차이즈 수출 동력(산업 진흥)으로 이어진다. 가맹점 1년 생존율, 조기경보 개입 및 회복률, 본사 수익원 공시율 등 명확한 지표를 기준으로 삼자. 협회가 이를 바탕으로 '신뢰 브랜드'를 인증하고, 중기부와 산업부, 지자체가 합심해 이들에게 정책 자금, 디지털 전환, 해외 진출 지원 등 압도적인 혜택을 몰아주면 된다. 시장의 룰을 바꾸는 자가 국부를 만든다 프랜차이즈 국부 기여의 핵심은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이다. “점포가 망해도 본사는 돈을 버는 구조"를 방치한 채 글로벌 도약을 논할 수는 없다. 폐업률 방어를 본사의 최우선 KPI로 삼고, 정부가 이를 단일화된 정책으로 강력히 지원하는 순간, 나쁜 본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좋은 본사만이 살아남아 국가 경제의 진정한 기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bienn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새 검찰의 시대, 고해성사에서 시작된다

2010년 일본 사회를 뒤흔든 '오사카지검 증거조작 사건'은 검찰 권력이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특수부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플로피디스크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일본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담당 검사는 즉각 체포됐고 상급 검사들까지 사법처리를 받았다. 검찰총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덮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제도개혁회의를 구성해 수사 과정의 영상기록 의무화, 증거 열람 확대,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조직의 체면보다 국민의 신뢰를 우선한 것이다. 한국 사회도 지금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법안,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이 막바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일부 조항을 둘러싼 미세 조정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르면 4월 이전에는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분리하고 기소 중심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반복되어 온 정치검찰, 정권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여야 간 일부 이견이 남아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검찰 권력의 구조를 바꾸는 역사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도 개편만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의 성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남겼고, 김학의 사건 역시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권력 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오랜 논란을 낳았다.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사건들에서도 증거 조작이나 수사 편향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금품 사건 등 역시 정치적 논쟁과 함께 수사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이어져 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런 논란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그동안 이런 논란에 대해 충분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일부 검사들의 일탈"이라는 설명으로 정리됐고 조직 차원의 책임이나 사과는 거의 없었다. 그 사이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냉소적인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정의의 기관이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두려운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검찰이 선택해야 할 길이 있다. 제도 개편이 현실화되기 전에 검찰 스스로 국민 앞에 서는 것이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수사와 권한 행사에 대해 조직 차원의 성찰을 밝히고, 정치적 중립성과 인권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제도가 출범하기 전에 검찰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검찰이 스스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때 검찰개혁 법안은 단순한 검찰 권한 축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법 시스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런 성찰 없이 제도만 바뀐다면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은 거창한 조직이 아니다. 권력 앞에서는 당당하고 약자 앞에서는 겸손하며 법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관이다. 국민이 쥐어준 칼자루를 국민을 향해 겨누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검찰이다.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법안은 그런 변화를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의 변화 의지가 필요하다.일본이 증거조작 사건 이후 국민 앞에 책임을 인정하고 제도를 바꾸며 신뢰를 회복하려 했던 것처럼, 한국 검찰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검찰이 국민 앞에 솔직하게 말할 때다. 과거의 잘못과 논란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는 정치권력과 결합한 검찰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 고백이 있을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 통합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그 순간부터 검찰은 더 이상 '정권의 검찰'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데스크칼럼] 기름값 정상화, ‘도플갱어 정책’ 안돼야

석유는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 비중에서 47%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 30%보다 높다.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도 세계 4위이며, 일일 석유 소비량 순위도 8위로 독일, 캐나다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 따라서 석유 공급망을 뒤흔드는 해외 지정학적 충돌, 원유 감산 등이 발생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정부뿐 아니라 기업, 국민 모두 석유와 관련된 국제 지정학적 충돌, 원유 생산 및 공급 변동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이란 전쟁 따른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 편승해 크게 치솟고 있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 문제를 '집중타격'했다.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로 야기된 경제위기 속에 하룻새 리터(ℓ)당 200원 가까이 급등한 주유소의 행태를 질타하고 시정과 함께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또한, 해결책으로 주유소 기름값의 '최고가격'(가격상한제)을 신속하게 지정할 것도 지시했다. 다음날 6일에는 기름값 급등 문제에 기업 책임론을 거론하며 '더 센' 경고를 내놓았다.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격상한제 지정과 정부의 기름값 시장점검 방침에 대한 기업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을 겨냥해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기업'으로 규정했다.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영역의 비정상화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기름값 문제 인식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수급 상황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주유소 기름값이 과도하게 올라 국민 생활과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비판처럼 기름값 급등이 공급자인 정유사 또는 중간유통상, 최종 판매자인 주유소의 가격담합 같은 불법유통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부의 시장 점검 과정에서 밝혀질 일이다. 아마 일반국민 대부분은 대통령의 기름값 정상화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지 반신반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변 상황과 그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 현상은 이번이 처음 아니고, 과거에도 수없이 비슷한 양상을 연출해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시 정부도 불법유통 및 담합 긴급점검에 나섰고,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도플갱어' 놀이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주유소 기름값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매번 중동 사태가 발생하면 하루 뒤 어김없이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신속하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작 사태가 진정되면 왜 '느리고 완만하게' 내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즉, 오늘 주유소에서 오른 가격으로 넣은 기름이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가격이 상승한 원유가 아닐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에서다. 물론 정유사와 주유소업계는 석유의 가격산정 구조를 이유로 대며 국제 가격을 국내 가격에 실시간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할 것이다. 주유소 기름값 과도한 상승을 잡기 위해 관련 업계의 부당·부정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이참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만큼 석유 유통 및 가격 산정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국내 석유 유통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지역별 가격차와 전국 단일가격 시행의 어려움, 기름값의 45~60% 차지하는 과도한 세금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름값의 정상화는 '땜질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석유 유통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기자의 눈] 웹젠의 ‘이상한 전액환불’ 기준

게임사 웹젠이 최근 신작 '드래곤소드'의 과금액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번 전액 환불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불과 얼마 전, 명백한 소비자 기망 행위가 확인된 다른 게임들에서 웹젠이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웹젠은 '드래곤소드'의 환불 결정에 대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전액 환불을 개발사 '하운드13'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압박 카드'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전액 환불을 단행해 게임 매출을 '0원'으로 만들면, 퍼블리셔인 웹젠이 개발사에 지급해야 할 수익 정산금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금난을 겪는 개발사의 현금 흐름을 차단해 경영권을 헐값에 넘기도록 유도하려는 '고사 작전'의 일환이라는 의혹이다. ​반면, 웹젠의 귀책사유가 명확했던 사례에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뮤 아크엔젤'이 대표적이다. 당시 웹젠은 특정 횟수까지 아이템 획득이 아예 불가능한 일명 '바닥 시스템'을 설정하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 ​그러나 환불에는 '천장'이 있었다. 웹젠은 환불 대상을 특정 기간, 특정 상품으로 한정했고, 패키지 상품의 경우 구성품 비율을 따져 환불액을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이용자가 2000만원가량을 결제했음에도, 아이템 사용 가치 등을 공제당해 약 119만원(5% 수준)만 환불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4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한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도 마찬가지다. 웹젠은 서비스 종료가 내부적으로 확정된 시점에도 이용자 문의에 “검토 중인 사항이 없다"고 거짓 답변을 하며 아이템 판매를 지속해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를 속여 판매한 기만행위가 있었음에도 당시 환불은 '사용하지 않은 유료 재화' 반환에 그쳤다. ​웹젠의 환불 정책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경영 전략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수 있지만 그 전략의 도구가 '소비자 환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환불 기준 앞에서, 소비자는 웹젠의 '고객 보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E칼럼] 작금의 중동사태와 IEA의 원유비축 요구량이 90일분인 이유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잘 알고 있는 아일랜드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에, 그리고 가깝게는 작년 6월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했을 때, 지금과 같은 사태가 있을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전쟁 전문가들 말대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고 언제,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의 문제였다. 당장에 우리 군의 참전 문제나 국민의 직접적인 피해가 있지는 않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러면 그동안 잘 준비하고 있었나? 먼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보자. 2025년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약 69%로 숫자로는 낮은 숫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9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산 셰일가스/석유 및 카자흐스탄 원유 등의 수입을 늘려 온 반면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린 탓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로 다시 중동에서 수입량을 늘려야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2021년에는 60% 아래로 까지 떨어졌었으나 지난 4년 동안 70% 수준으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 미국산 원유 가격이 유럽이나 중동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도입 증가는 중동 의존도도 줄이고 동시에 도입 가격도 낮출 수 있었던 좋은 정책이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이 앞다투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자, 그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유 비축분은 얼마나 있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선진 각국 (또는 수입국) 에 90일분의 원유를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량은“정부 비축량 7천648만 배럴과 민간 업계 비축량 7천383만 배럴을 합치면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약 1억 5천700만 배럴 수준"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 비축량과 민간 비축량이 대략 각각 85일분, 80일분, 합하면 165일분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전체 원유 비축량이 거의 6개월분에 다다르고 있으니 단기적인 전쟁으로 인한 충격은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는 추가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양을 합치면 약 208일분의 원유가 사용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정부 규정으로 국가 원유 비축량이 145일 수준이며, 석유회사들은 9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원유를 비축하여야 한다. 언제나 235일분의 비축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밝힌 일본의 비축량은 254일분이다. 대만은 120일분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2023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정부 비축량은 IEA 기준으로 106일분이었다. 일본은 129일분, 독일은 116일분을 비축하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부 비축분 원유량이 무려 20일분가량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 및 원유 비축량은 분명 세계 최고의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안전한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추세는 더욱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 학술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2차 석유 위기를 불러온 이란-이라크 전쟁과 같은 중동 산유국 간에 벌어지는 장기적인 전쟁이 아니라면, 전쟁으로 인한 국제 석유 시장 가격의 급등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정도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걸프전쟁,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경우 모두 전쟁 발발 2~3개월 안에 국제원유 가격이 기존의 수준으로 회복하였다. 이는 세계에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가 중동 국가들 이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그리고 조금 더 비싸겠지만, 순차적으로 다른 국가로 수입원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다른 양이 아닌 90일분의 원유를 비축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충분한 것 같지만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우리의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잘 나갈 때 더욱 더 잘 준비하여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우리 국민이.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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