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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법 앞에 선 관세의 좌절, 멈추지 않는 보호무역의 파고

2026년 2월 20일, 미연방대법원은 6대3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비상경제권한은 외환통제와 자산동결 등 긴급조치에 한정되는 것이지 광범위한 관세 부과라는 사실상의 조세권 행사까지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로써 관세주권이 의회에 귀속된다는 헌법적 원칙이 재확인된 동시에 “미국은 전 세계와 전쟁 중이 아니다"라는 다수 의견의 문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에 한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에 대한 판결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였다고 보기엔 이르다. 우리경제에 일시적 안도가 될 수는 있지만, 이로써 폭풍이 멎었다기보다, 오히려 미정부의 보호주의무역 정책의 방향이 선회하였다 신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연방대법원은 판결에서 IEEPA가 무제한적 세금부과를 위한 수단은 아니며, 국가안보나 국제수지 위기라는 엄격한 요건과 직접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곧장 '플랜B'로 대응하며 태세전환을 꾀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국제수지 위기 대응)를 근거로 10~15%의 '글로벌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곧바로 서명하며 우회경로로 선회한 것이다. 이로써 통상정책의 폭풍은 '법적 근거'의 정당성 다툼에서 '장기적 법정 공방'과 '입법·행정의 우회 전략'의 제2라운드에 돌입하였을 뿐이다. 다시 말해, 관세와 무역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그 형식적인 모습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산업별 영향은 명암이 교차할 것이다. 반도체·화학·제약은 상호관세가 무효화 된에 따라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15% 수준의 관세가 10% 이하로 낮아질 경우 가격경쟁력 회복과 마진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미수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등 특수화학 소재 기업에는 실적이 개선되는 가시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상호관세'에 한정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은 여전히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안보관세의 틀안에 묶여 있다. 이러한 품목별 관세부과가 지속되는 한, 완성차와 고급 강재를 생산하는 산업에 나타날 실익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변수는 관세환급(refund)의 이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납부된 관세가 약 2,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미정부를 상대로 관세를 소급하여 환급해달라는 소송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계약조건이 이슈가 될 것이다. 즉 DDP(관세지급인도) 방식으로 수출한 기업은 관세를 직접 부담했을 가능성이 크고, FOB 조건 기업은 수입자가 부담했을 여지도 있다. 따라서 환급소송에 승소하였을 경우에도 환급의 청구주체와 회계처리, 세무상 이익귀속 문제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게 되어 실효성을 가능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도 이번 판결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위법한 압박에 의한 합의"라는 명분론을 제기하지만, 국가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협력의 틀을 훼손할 경우 우리가 감당해내야할 후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정부는 기존 약속은 원칙적으로 이행하되, 투자의 이행 속도와 그 방식측면에서 유연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투자는 장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여 세제 등에서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AI 등 기술협력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통해 실리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과 EU 역시 유사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므로 해당 국가의 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다자 압박을 병행하여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결국 통상전략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 관세장벽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명분의 측면에서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이번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레버리지 삼아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되 전략적 인내는 여전히 요구되며,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더욱 정교한 협상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그림자가 멈춘 지점에서 치열한 외교전략이 태동해야 할 시점이다. bienns@ekn.kr

[EE칼럼]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토론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

여러 단체가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생태연대는 '서남권 RE100 산단과 기업 유치'라는 주제로 꾸준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단지 이전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9월 첫 토론회를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3차 토론회는 유튜브로 시청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1차 때보다 발표자의 전문성이나 토론 내용의 객관성이 돋보였다. 이는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진화이며 필자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이 토론회가 더욱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이 필수적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중단하고 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앞당길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큰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향후에 진행될 신규 사업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이렇게 제언할 수 있고 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3차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 곽정수 기자의 발표는 매우 중립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토론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산단 이전 논쟁'에 대해 쟁점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 산단 유치를 '고수'하는 자들에겐 송전망 반대 여론을 고려했을 때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전'을 주장하는 자들에겐 용수, 부지, 정주 여건 등 산단의 적합성과 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른 ESS 등 막대한 투자 부담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 논리를 앞세운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유치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후보지가 갖춰야 할 유치 조건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일관성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주요 포인트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청중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 전문가인 동신대 이순형 교수는 “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지역에서 갖다 쓴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본인 발표 시에는 전력 측면에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발언했기에 이 부분이 의아했다. 필자가 듣기에 타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쓴다는 이 교수의 답변은 산단 이전론 측의 핵심 주장인 'HVDC가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삼프로TV에서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의 올해 1월 14일자 '전기 남는 호남? 삼성·SK 못 가는 이유' 방송에서 김상훈 기자는 “반도체 산단이 호남으로 내려가도 동해안에서 끌어오는 송전망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도 비슷하다"라고 한 발언이 상기되었다. 즉, 용인 반도체 산단 정도의 전기 수요는 어디를 가나 추가적인 송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1차, 3차 토론회 어디에도 토론회의 전제인 'RE100 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2조 용어 정의에서 ““재생에너지자립도시"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연계·순환될 수 있도록 전력의 생산·공급기능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정주 기능을 집적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또한 이렇게 지정된 구역에는 독점적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법안은 적고 있다. 현 시점 (2월) 기준 SMP가 110원대, REC 가격이 70원대(1kWh 기준)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 가격 역시 SMP + REC 가격을 추종하는 흐름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전력 단가는 현재에도 산업용 을 가격 대비 메리트가 적고, 이후 서남권 해상풍력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가정하면 해상풍력의 높은 LCOE 때문에 오히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으로 어떻게 유치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인지 가늠이 어렵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논의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3차 토론회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다음 토론회를 기대하게 했다. 추후 논의에서는 '송전망 증설 필요성,' 'RE100 산단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 단가' 등과 관련된 의문점이 보다 해소되고, 더 계량화된 데이터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정권 바뀌면 재논의…국가 계획 믿을 수 있나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여전히 혼선이다. 기존 계획을 돌연 중단하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초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찬성 응답이 더 많았고, 정부는 결국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기존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결론이 같았다면, 굳이 다시 물어야 했을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수년간의 논쟁과 전문가 검토, 공청회, 정치권 협의를 거쳐 이미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국가 계획이다. 여야 간 큰 틀의 공감대까지 형성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세금은 쓰였고, 사회적 갈등만 다시 소환됐다. 문제는 원전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정부 스스로 다시 흔드는 행정 방식이다. 정책은 토론으로 시작하지만, 결정 이후에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 정책에서는 '결정 → 재검토 → 논쟁 재점화'라는 이상한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LNG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면 기업들은 수천억 원 규모 투자 준비에 들어간다. 설계와 금융 조달, 인력 확보까지 진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방향 재검토, 일정 연기, 제도 수정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을 믿고 움직인 기업만 '리스크 관리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이쯤 되면 시장은 묻게 된다. 정부 계획은 과연 계획인가, 아니면 임시 의견인가. 에너지 산업은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 없는 분야다. 발전소 하나, 인프라 하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 투자는 멈추고 산업은 관망 모드로 들어간다. 정권이 바뀌고 부처가 신설되고 장관이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계획까지 매번 초기화된다면 그것은 정책 수정이 아니라 정책 붕괴에 가깝다. 정책을 바꾸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다시 묻는 데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미 합의된 정책을 반복적으로 여론조사와 토론회에 올리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행정 비용 낭비, 사회적 논쟁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기업은 방향이 보일 때 투자한다. 방향이 흔들리면 기다린다. 정부가 매번 다시 묻는 나라에서 장기 산업 전략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는 매번 재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다. 한 번 결정했다면 일정 기간 책임 있게 밀고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토론이 아니다. 이미 결정한 것을 지키는 신뢰다. 국가 계획이 정치 이벤트가 되는 순간, 정책은 설득력을 잃고 산업은 미래를 잃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안정적 자원안보를 위한 도전적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일명 대왕고래 시추로 알려졌던 동해가스전 탐사사업이 꼬리를 감췄다. 지난 22년 여름에 10년간의 장기 계획 수립된 국내 대륙붕탐사사업의 일환인 광개토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이때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첫 번째 탐사시추의 성공 여부가 아니었다. 과연 한국이 10년 동안 계획한 24개의 시추를 장기적인 탐사 계획대로 추진 할 수 있을까였다. 만약 첫 탐사시추에서 성공했다면 지속적인 탐사시추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려한 대로 첫 탐사시추에 실패하자마자 비난과 실패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장기적 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는 정부의 계획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이유는 불확실성이 크고 성공률이 낮다는 자원개발 특성에 대한 무지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대륙붕에서 탐사시추에 여러 번 실패했어도 이번처럼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정치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다. 국민 생활과 국가 산업의 기본을 지탱하는 에너지자원의 공급과 확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원안보의 근본이며 핵심인 자원개발을 장기적으로 그리고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93%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2024년 기준으로 석유, 가스, 석탄을 수입한 비용만 190조 원이 넘었다. 특히 석유가스 비용만 170조 원에 육박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는 예산은 700억 남짓이다. 핵심광물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평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규모이긴 하다. 물론 동해 심해 시추에 실패한 석유공사는 국내 탐사 예산은 전무하다. 이 예산으로는 동해 심해에서 탐사시추 1공도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이다. 도대체 국가 자원안보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170조의 1%는커녕 0.05%도 투자하지 못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당장 투자하지 않아도 탈이 없고 지금 투자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내가 내 임기에 투자만 해서 실패하면 돌아오는 것은 비난일 뿐이니 이해는 한다. 그래도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자원안보의 길인데 누군가는 봄에 씨를 뿌리고 누군가는 여름에 잘 가꾸고 누군가는 가을에 수확을 해야 모두가 넉넉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껏 한국의 자원개발이 크게 성공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연속성 있는 자원개발 정책을 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에 따라 자원개발 정책이 바뀌니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수십 년이 지나도 소중한 기술의 축적은 불가능하고 대규모 자본의 축적 효과도 보기 어렵다. 결국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 제자리에 있다. 자원개발분야에서 탐사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실패를 당연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10%의 확률이 말해주는 것은 바로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회사 규모가 커서 100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10개 사업에 성공하겠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는 1개의 사업을 1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야 1개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고 얻는 것도 축적되는 것도 없다. 자원개발은 불확실성이 높고 성공률이 낮은 전형적인 고위험 사업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의 다각화, 인력의 전문성, 회사의 대형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안정적 자원안보를 원한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꾸준히 도전하라. bienns@ekn.kr

[기자의 눈] 가성비로 현혹하고 표절로 기만…블루엘리펀트, K-아이웨어에 ‘찬물’

2019년 론칭, 국내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로 급성장, 잇따른 표절 시비, 대표 구속. 7년 간 블루엘리펀트가 화려하게 펼쳐온 막을 내리는 초라한 과정이다. 빠른 속도로 수직상승했다가 곤두박질치는 모양새다. 사실 블루에리펀트의 위기감은 줄곧 존재했다. 2019년 론칭 당시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8년 전 첫발을 내딛은 젠틀몬스터와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루엘리펀트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20~30대 소비자의 눈을 홀린 뒤 그 뒤에서는 베끼기에 급급했다. 같은 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정신을 무시했다.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키지 않았다. 끊임없는 노력과 치열한 연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가로챈 셈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블루엘리펀트의 젠틀몬스터 유사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 물론 디자인 표절은 경계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고, 대형 브랜드들도 과거 카피 제품을 출시하며 성장한 사례가 있어 칼로 무를 베듯이 표절이라고 단정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글라스 파우치와 오프라인 매장 인테리어까지 쏙 빼닮은 것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초반에는 트렌드를 따라가려다 발생한 우연이라고 여겼지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결국 선을 넘어버렸다. 2024년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아이웨어 제품군이 자사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및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스스로 발목에 잡혀 자멸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해 블루엘리펀트가 설립 후 처음으로 진행하던 300억~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잠정 중단됐다.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국내 벤처캐피털(VC) 입장에서 대표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과 사법 리스크를 무리하게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 블루엘리펀트는 투자를 통해 꿈꿔온 글로벌 사업 확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블루엘리펀트의 행보는 브랜드 자체의 성장 기회를 날렸다는 점 외에도 잘 나가는 K-아이웨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관광객이 차지하면서 K-아이웨어 브랜드로 글로벌에 이름을 떨칠 그림을 그렸고, 서울 성수동이란 공간에서 젠틀몬스터와 원투펀치로 국내외 아이웨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지만 결국 물거품되고 말았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이슈&인사이트] “관세 전선 재편…한국, 민간 중심 대미투자로 돌파구 찾아야”

미국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관 9명 가운데 '위법' 6명, '합법' 3명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우세한 연방 대법원의 구도지만,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구두 변론 과정에서 위법 입장을 보인 대법관이 많아 트럼프 패소가 예상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와 그것 위에 국가별 차등세율을 더해서 매긴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붕괴되었다.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정책을 무효화시킨 것으로, 트럼프의 막가파식 행동과 정책에 철퇴를 가한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외교적으로도 세계 각국에 압박을 가하는 가장 강력한 위협 수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곧이어 15%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역법 122조 등 대체 수단을 동원해 고강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IEEPA를 대체하는 트럼프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150일 이후 이 조치를 계속하려면 의회가 연장을 승인해야만 한다. 상원이 공화당 의원 4명의 이탈로 '트럼프 상호관세 중단'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서도 '캐나다 관세 철회 결의안'이 통과되는 등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해 의회 내 반감이 커지고 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조치를 의회가 연장 승인해 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상승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예봉이 꺾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 연방 대법원의 관세 판결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은 여야의 '대미투자법'을 통과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우리로서는 다행스런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고 크게 떠들 필요가 없다. 미국과 새롭게 무역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은 눈치보기를 할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 합의를 했던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미투자법은 서두르지 말고 보류하되, 대미 투자는 철저히 민간 중심의 상업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동시에 품목관세 등 추가 압박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별 리스크 점검과 시장 다변화를 병행하고, 한미 FTA 틀 안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미간에는 핵잠수함 건설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있을뿐더러 미국은 한국이 개척할 여지가 많은 거대시장이다. 대미 투자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 위주로 철저히 상업적 베이스로 추진하면 된다. bienns@ekn.kr

[김성우 시평] 정책과 시장의 조화가 기회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더 이상 온실가스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기반이 된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한 것이다. 위해성 판단이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화합물, 육불화황 등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 및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이다. 미 행정부는 그 동안 이를 통해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등 다양한 기후대응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그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영향이 큰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비싼 청정에너지 대신 풍부한 화석연료가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인식과 화석연료 관련 산업계 후원자들의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사실 위해성 판단의 폐기는 이미 작년 여름에 예고된 바 있다. 2025년 7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온실가스 규제의 전제 조건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고 신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정책 변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시장의 흐름은 위해성 판단 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대비 2027년까지 석탄발전량은 약 10% 감소하는 반면 태양광발전량은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사라져 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과 반대의 전망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설치가 절실한 현재 미국 전력 시장의 니즈가 정책 변경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의 경우, 태양광발전이 MWh당 약 50달러인 반면 석탄발전은 200달러에 육박하므로, 정책의 변동 시그널 보다 시장의 재무 시그널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저탄소 전문 벤처캐피털인 안젤레노 그룹(Angeleno Group)의 대니얼 와이스(Daniel Weiss) 매니징 파트너는 “청정기술의 도입은 정치나 정책보다는 시장과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본 시장이 혼란스럽고 격동적인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청정기술 시장이 점차 정책 보다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은 기업에게 기회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 먄약 우리가 미국과 달리 정책과 시장의 방향을 일치시킨다면 그 기회를 선점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컨대, 올해 1월 발표된 재정경제부의 '2025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좋은 출발점이다. 정부는 경제 대도약 지원을 위한 과제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핵심 수단인 R&D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즉, 국가전략기술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반도체와 환경친화적 첨단 선박의 운송·추진 기술, 그리고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같은 미래 핵심 분야의 세부 기술들을 신설하거나 범위를 넓혔다. 이와 더불어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전환을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내 탄소중립 분야의 세부 기술 또한 폭넓게 신설하고 확대하였다. 유례없는 의무감축을 직면한 기업입장에서 대규모 기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세제혜택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하거나 기존 투자에 대한 경정청구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기술확보와 비용절감의 동시 추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일반 세액공제 대비 월등히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만큼, 기술적 명확성(기술정의 부합여부 및 성과 입증)과 객관적 소명(경과관리 체계화)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추세하에서, 기술 탐색 및 투자 계획 단계부터 기술 요건과 세제 혜택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정교한 전략이 수반된다면, 기술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기회를 선점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핵심기술 육성 정책과 청정기술 투자비 절감이라는 시장 니즈가 같은 방향으로 지속 흘러간다면,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대되는 글로벌 청정기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bienns@ekn.kr

[데스크 칼럼] 부동산 개혁, ‘다주택자 잡기’만으로 해결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개혁 방향이 다주택자와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오는 5월 9일로 확실하게 종료될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주택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집을 팔 수 있는 '데드라인'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니 그 전까지 실거주 외 투기 목적의 주택을 처분하라는 경고였다.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으로 주택 매입 후 실거주가 의무화 된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소유한 집의 처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 거래를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허용할 정도로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문제 해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다주택자의 투기용 주택이 시장에서 매물로 소화되면 주거 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높은 세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의 규제를 버틴다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는 큰 효용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지적하는 다주택자의 비중은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14.9% 정도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에 다주택자 비중은 17%를 웃돌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에 나서면서 점차 하락해 2017년부터 15%대로 떨어졌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다주택자 규제로 결국 최근 들어선 15% 선도 깨졌다. 이는 다주택 규제가 시작된 지난 10년간 이미 세금을 못 버틴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급등 현상도 이 같은 '똘한채' 트렌드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아파트 다주택자 상당수는 고수입 자산가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부가 아무리 높은 세금을 물려도 이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다. 정 세금을 못 버티겠다면 차라리 자녀에게 미리미리 증여를 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정부의 그물망을 피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의 다주택자 규제가 의외로 주택시장에서 큰 효용을 보지 못할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 설 연휴 기간 이 대통령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착한 다주택자 vs 나쁜 다주택자' 논쟁을 벌이면서 다주택자 규제가 불필요한 여야 간 정쟁(政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결국 다주택자의 행보에 따라 달린 일이다. 설사 다주택자가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서울 아파트'에 모든 수요가 몰리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부동산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의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다주택자는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커진다.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는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 아파트다. 당국이 무주택자에게 갭투 거래를 허용하고, 대출까지 일정 부분 풀어준 상황에서 이런 비싼 아파트를 사들이는 무주택자는 평범한 무주택자는 아니다. 아파트를 '못 산' 무주택자가 아닌 '안 산' 무주택자에 가까울 것이다.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급매'를 금수저 무주택자가 소화한다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민 주거 안정을 이룩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망국병을 고치는 길은 '다주택자 소멸'이 아니다. 신속한 주택공급 및 국토 균형발전과 같은 주택시장 불안의 근본을 해소하는 일이 진정한 부동산 개혁의 시작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주주환원이 만든 PBR 1배, 다음은 지배구조

K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어섰다. 오랜 기간 저평가되던 금융지주 주가가 제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또한 PBR이 0.8배 넘어서며 1배를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사들의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자본 정책 변화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 계획 발표 후 자본 재배치에 나섰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며 총주주환원율은 50%를 넘어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감액배당도 추진하며 향후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이익을 내면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믿음을 형성했고, 그 결과가 PBR 1배 달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제 주주환원 정책만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변화는 그동안 낮게 유지되던 평가 수준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시장 프리미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꼽힌다. 국내 금융사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도 지적돼 왔다. 그런 점에서 2024년 JB금융에서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처음 진입한 것은 의미가 컸다. JB금융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에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주주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요구했고 금융지주 최초로 2명을 이사회에 입성시키는데 성공했다.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주주 입장을 대변해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마련하는데 발판이 되며 기업가치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연임 자체보다는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며 셀프 연임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주주 권한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시장은 특정 인물의 거취보다 지배구조 의사 결정 과정이 얼마나 검증 가능한지에 주목한다. PBR 1배까지는 자본 정책이 주도했다면, 1배 이후는 회사의 구조와 거버넌스 개선도 중요하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강압에 의한 변화가 아닌, 금융지주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은 시장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PBR 1배 다음 단계를 바라봐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지주, ‘생산적 금융’ 구슬땀...국회도 역할 다해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설 연휴 직전인 이달 11일부터 12일까지 광주, 전남, 충북, 충남지역을 방문해 '국민성장펀드' 알리기에 나섰다. 국민성장펀드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지역기업 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국민성장펀드의 취지와 내용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도 국민성장펀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연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민관합동 국민성장펀드의 제1호 투자처로 선정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 금융주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약 1조원 규모의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결성해 국가 전력 인프라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주요 그룹사 CEO들과 함께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신한지주는 생산적 금융의 이행 목표, 성과를 그룹사의 전략과제와 성과평가지표(KPI), 자회사의 경영진 평가와 연계해 실행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고자 KPI 항목을 개편하고, 하나금융연구소가 선정한 '코어 첨단산업' 업종에 대해 기업대출을 신규 공급할 경우 실적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가 전액 출자해 2000억원 규모의 '우리 국민성장매칭 펀드'를 조성한다. 이 회사는 올해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 자펀드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그 시작으로 2000억원 규모의 '우리 국민성장매칭 펀드'를 만든 것이다.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국민성장펀드, 생산적 금융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연 안정적인 실적과 우수한 자본비율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총 순이익 17조9588억원으로, 18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환율 상승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총주주환원율도 사상 첫 50% 시대를 열었다. 누군가는 또다시 4대 금융지주의 이러한 성과를 '색안경'을 끼고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정적인 실적이 없다면 금융지주사가 생산적 금융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국회, 정부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금융지주를 향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아가 국민성장펀드·생산적 금융이 우리 경제의 저성장 극복으로 이어지도록 규제 완화와 같은 '생산적인 분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 금융지주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고, 세계 시장에 우리 경제의 저력을 보여주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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