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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협상은 끝났지만 계산은 시작됐다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한순간에 움직였다. 한·미 정상의 건배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긴 인내의 결실이었다. 외환시장 불안, 산업계의 긴장,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서 한 줄기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3 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와 함께, 우리는 보호무역의 높은 벽을 넘어 또 한 번의 '경제 안보의 줄타기'를 완성해냈다. 그러나 “극적 타결"이라는 말이 끝을 뜻하지 않는다. 이제 본격 시작이다. 협상의 핵심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은 우리의 외환 안정, 산업 구조, 대미 투자, 나아가 미래의 기술 주권이었다.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안은 3 500억 달러 중 2 000억 달러 현금, 1 500억 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정리됐다. 현금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포함됐다. 여기에 투자 손실 방지를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상업적 합리성 검증, 20년 원리금 회수 조건이 붙었다. '협상'이 아니라 '공학' 수준의 계산이 들어간 타결에 가깝다. 조선업 협력 사업 1 500억 달러는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해양운송·방위 인프라 분야를 한국이 맡아 공동 개발하는 구조다. 현금은 줄이되 산업 동맹을 강화한 것이다. 협상단의 세밀한 전략이 돋보였다. 달러를 지키면서 신산업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지만 최종합의까지 멀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구성, 수익 배분 비율, 원금 보전 방식은 모두 추후 세부 협의로 남았기 때문이다. 완성본이 아니라 '설계도'만 마무리됐다. 추가 협의의 세부 쟁점은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연간 투자 시기 조정 조건이 있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투자 일정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동위원회의 구성 방식. 투자 대상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한·미 어느 쪽에 있느냐는 협상의 핵심 줄기다. 원리금 상환 비율 문제도 상존한다. 20년 안에 회수되지 않을 경우 수익 배분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조항은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또 조선업 협력 사업의 보증 구조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보증을 얼마나 떠안고, 민간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가 시장 신뢰를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환율 급등 시 긴급 중단 메커니즘이 남아있다.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집행을 얼마나 신속히 제어할 수 있느냐는 외환 방어의 결정적 변수다. 이번 협상의 숨은 뇌관이 이 다섯 축이며 타결의 완성도를 결정할 잔여 과제다. 겉으로는 합의의 틀이 갖춰졌지만, 세부 내용은 이제부터다. 외환·산업·통상·금융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럼에도 이번 타결이 던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도 한국은 자유무역의 잔존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상호 관세율을 15%로 맞춘 것은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이며, 이는 우리 수출 경쟁력의 방어선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25%→15%로 하향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주요 수출기업은 숨통을 틔웠다. '15%'는 동시에 새로운 시험대다. 한국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은 여전히 버겁다. 미국 현지 생산이 늘면 국내 투자 여력이 줄고, 일자리의 국내 유지율은 떨어진다. 외교적 성공의 협상일지언정, 산업의 현장은 더 팽팽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과 EU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인프라 중심의 '제로 리스크 투자', 즉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부 보증형 프로젝트만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산업 협력과 시장 개방을 병행했다. 일본은 방어형, 한국은 진출형 모델이다. EU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 상쇄 대신 기술 공동표준 제안을 통해 산업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번에 자금과 기술, 외교를 동시에 걸었다. 그만큼 리스크와 보상이 모두 크다. 결국 문제는 타결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합의가 단기적 안정을 주는 대신 중장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째, 달러 유동성 방어선 구축이다. 미국 투자 집행이 시작되면 환율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보다 장기 스왑라인 확충 등 구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산업 리디자인이다. 대미 투자로 빠져나갈 자본만큼 국내 산업에 신산업 펀드를 유입해야 한다. 조선, 반도체, 배터리, AI, 항공 등 핵심 전략산업의 내수 생태계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셋째, 통상외교의 다변화 속도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일본·EU, 나아가 아세안 시장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시대엔 한발 빠른 다변화가 생존 전략이다. 주목할 것은 반도체 부문의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우리 측은 반도체 관세에서도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 발표는 조금 온도가 달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번 합의에 반도체 관세 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명시적 품목관세 인하는 반도체에 대해 아직 잠정적이며, 품목별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동차 관세 인하는 구체화됐지만 “언제부터 적용하느냐"가 정부 절차에 달려 있다는 보완도 존재한다. 양국 발표 간의 차이는 단순한 어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산업계에 '신뢰의 시계'를 맞추는 문제다. 미국이 세부 문서 서명 전까지는 관세 부과 조정, 프로젝트 선정, 수익구조 변화 가능성 등을 열어두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가 품목관세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 호재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협상 타결은 이제 첫 페이지다. 외환·산업·무역·기술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녹록치 않다. 환율을 지키고, 산업을 재편하며, 통상외교를 재구성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지금, 한국 경제는 이제부터다.극적인 타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냉정한 지속임을 알아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트럼프, ‘펜타닐 관세’ 10%로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30일 오전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을 가진 뒤 종료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공식 회담이 종료된 뒤 회담장 밖으로 나와 두 정상은 나란히 서서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귓속말했고,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국 정상은 회담장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이며,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만난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놀랍고 훌륭했다"며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즉각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재 중국에 대해 부과 중인 징벌적 성격의 '펜타닐 관세' 20%를 10%로 즉각 낮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펜타닐 관세가 10%로 감소함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50%에서 40%로 내려갔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향한 우회 수출길로 삼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한 까닭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곧 서명할 것이라며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이로써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도착으로 시작된 4박 5일 간의 아시아 순방이 마무리됐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의전차량인 훙치(紅旗)에 탑승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북 경주로 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오픈AI 드디어 상장하나…1조달러 초대형 IPO 추진

오픈AI가 1조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픈AI는 내년 하반기 중 증권 당국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픈AI는 초기 내부 논의 과정에서 상장을 통해 최소 6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 성장과 시장 상황에 따라 금액과 시기는 유동적이다. 새러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관계자들에 상장 목표 시기를 2027년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대변인은 상장과 관련해 “우리는 상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장 시기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며 “우리는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모두가 범용인공지능(AGI·인간과 같거나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이르면 2027년 상장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번 IPO는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전 역대 최대 규모의 IPO는 2019년 자국 증시에 상장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256억달러)였다. 오픈AI는 최근 회사구조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오픈AI는 본래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수익 상한이 있는 자회사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초기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합의를 거쳐 기존 자회사를 영리와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익법인(PBC)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오픈AI가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치열해지는 기술 개발 경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AI 생테계를 구축하기 위해 7조달러(약 1경원)를 유치하겠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픈AI 한 관계자는 “IPO로 통해 자본조달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개주식을 활용한 대규모 인수가 가능해진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AI 붐'이 이어지면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올랐다. AI 클라우드 제공업체 코어위브의 경우 올 1분기 상장 이후 주가가 이날 종가까지 250% 가량 급등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2.99%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이날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5조달러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성공적 회담될 것”…트럼프-시진핑 미중 정상회담 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삼회담이 30일 시작됐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미국 측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 등 7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이며,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만난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격화된 미중 관세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50%(펜타닐 관세 20% 포함),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0%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펜타닐 수출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펜타닐 관세가 10%로 감소하면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50%에서 40%로 내려간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향한 우회 수출길로 삼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한 까닭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소셜미디어 틱톡을 둘러싼 합의도 이번 담판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악수한 후 취재진에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가질 것이다. 이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는 매우 강경한 협상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협상타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여러 바람, 역풍, 도전과제가 있다고 해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가 상황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중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비전과도 함께 간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돌아온 ‘매파 파월’…美 연준 12월 금리인하 안갯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00~4.25%에서 3.75~4.00%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9월 FOMC에 이어 2회 연속 금리 인하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번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12월 추가 인하 여부에 집중됐다. 특히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하회하자 이번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인해 연준이 주요 경제지표를 얻지 못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달 FOMC 당시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9월 이후 연내 2회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 이후 경제통계 산출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이에 연준이 참고하는 고용지표는 지난달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마지막이었다. 물가 지표의 경우 BLS가 당초 일정보다 10여일 늦게 9월 CPI를 발표했다. 주요 지표 중 하나라도 부재할 경우 연준이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이중책무'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셧다운은) 일시적인 사안이고 우리는 우리가 맡은 일을 할 뿐"이라면서도 “안개 속에서 운전할 때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FOMC 위원 간 통화정책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린 점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FOMC 의원은 2명이었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직전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주장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또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 입장을 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월 의장은 “오늘 회의에서 12월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에 대한 위원들의 견해차가 컸다"며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전에 적어도 한 사이클을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스티븐 주뉴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10월 FOMC 결과와 관련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라며 “조만간 추가 완화를 추진하지 않는 위원들이 많이 있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의 푸자 스리람 이코노미스트 역시 “(추가 인하에 대한) 반발이 이렇게 강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현재 67%로, 하루 전 91%에서 크게 낮아졌다.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평가가 달라진 점도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준은 10월 FOMC 성명에서 “이용 가능한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들어 고용 증가세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다소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다"고 밝혔다. 이는 9월 성명에서의 “경제활동의 성장이 둔화됐다"는 문구를 “완만한 확장"으로 수정한 것으로, 경기 진단을 보다 긍정적으로 본 셈이다. 한편, 연준은 오는 12월 1일 연준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2022년 6월 양적긴축을 재개했다. 연준이 양적긴축을 끝내면 유동성이 개선돼 미 국채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對中 펜타닐 관세 낮출 예상…시진핑과 회담 낙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중국에 대해 부과 중인 '펜타닐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들(중국)이 펜타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것(관세)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펜타닐 원료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펜타닐 문제가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산 대두 수출 문제와 관련해) 농민 문제도 논의할 것이며, 많은 사항을 다룰 것이지만 펜타닐은 논의할 것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관세 인하 규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펜타닐 수출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펜타닐 관세를 현재 20%에서 10%로 인하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럴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45% 수준으로 줄어들어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블랙웰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뭔가를 잘 해결할 것"이라며 “희토류를 매우 잘 해왔고, 펜타닐에서도 큰 진전을 이룰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시 주석과 회담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가 이번 회담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대만에 대해 이야기할지 모르겠다"며 “그(시 주석)는 물어볼 수 있겠지만 말할 내용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영농업기업 중국식량공사(COFCO)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12월~내년 1월 인도분 미국산 대두 18만톤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거품론’ 불식한 엔비디아…시총 5조달러 초읽기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5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4.98% 오른 201.03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는 203.15달러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가다. 이날 종가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4조8850억달러로 집계돼 머지않아 5조달러 돌파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배경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거품론'을 불식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AI 버블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이 모든 다양한 AI모델과 서비스들이 있고 우리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또 이날 워싱턴DC에서 개발자행사(GTC)를 열고 AI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 계획과 사업 전망 등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블랙웰 프로세서와 새로운 루빈 모델이 내년까지 전례 없는 매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선순환이자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우버, 팔란티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등과 협업을 통해 자사의 기술이 AI 열풍의 중심에 있음을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6G 통신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핀란드의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하기도 했다. 아울러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전에 삼성전자·현대차그룹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신규 계약을 공개할 예정이다. 황 CEO는 이에 대해 “한국 국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정말로 기뻐할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보면 모든 한국 기업 하나하나가 깊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편, 시총 2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배구조 전환 협약에 합의하고 오픈AI의 영리 부문 지분을 27% 보유하게 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1.98% 상승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4조292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총 3위인 애플도 이날 장중 주가가 0.4% 상승하며 시총이 한때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시총 4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엔비디아와 MS에 이어 애플이 세 번째다. 다만 애플은 이후 상승 폭을 일부 줄여 0.07% 오른 269.00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총은 3조992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밖에 아마존(1.00%↑)과 브로드컴(3.02%↑), 테슬라(1.80%↑)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주가도 이날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경주 APEC] 재계 팀코리아, 성공개최 ‘민간외교 총력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라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은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대형 쇼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재계 주요 기업들이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팀 코리아'로 뭉쳤다. 주요 거점에서 행사를 홍보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이동 지원, 불꽃·드론쇼 개최 등에 나서며 행사 운영 전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세계 21개국에서 정상 및 글로벌 CEO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격을 높이는 동시에 자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행사 성공적 개최를 돕기 위해 친환경 미래 교통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수소버스 20대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머무를 부산, 포항, 경주 등 경상권 지역과 경주 예술의 전당을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한다. 각국 정상과 배우자 의전에는 G90(113대), 장관급에게는 G80(74대)를 쓸 계획이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3대와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2대 등도 제공한다. 현대차는 한국의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알리기에도 나섰다. 경주시 일원에서 수소를 비롯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와 로보틱스 사업의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한다. LG그룹은 '행사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월 말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과 '홍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경주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중 절반 가량(70대)을 활용해 APEC을 알리는 래핑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광화문, 시청, 명동, 홍대입구역, 강남 코엑스, 파르나스호텔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지역의 7개 대형 전광판에서 APEC 공식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광장 등 세계적 명소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에서도 같은 영상을 내보냈다. 롯데그룹은 유통·식품·관광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롯데호텔은 APEC 주요 공식 행사에서 케이터링 전반을 담당하고 롯데호텔서울은 세계적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협업해 정상회의 오찬과 만찬을 준비하는 식이다. 이밖에 롯데제이티비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 총 1100개 객실 규모 숙소용 크루즈 2대를 임시 숙소로 운영한다. 롯데웰푸드, 롯데GRS,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들은 홍보 부스를 마련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K-푸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오는 31일 개최되는 갈라 만찬에서 불꽃쇼와 드론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인 갈라 만찬에서 5만발의 불꽃과 2000여대의 드론으로 경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 놓는다는 구상이다. APEC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한화그룹 자체 광고 영상에 APEC 파트너십 로고를 반영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APEC 관문인 서울역, 경주역, 김해공항 디지털 옥외광고, KTX 객실 스크린, CEO 서밋 및 퓨처테크포럼 행사장 액정표시장치(LED) 등을 통해 지속 송출된다. 한국 경제·기업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SK그룹은 오는 28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로 '퓨처테크포럼 인공지능(AI)'을 주관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AI 생태계 육성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특히 APEC CEO 서밋을 주관하는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하다. 해당 부대 행사 의장을 맡으며 APEC 행사 성공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지난 10~12일에는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양국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 APEC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APEC 행사장 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두 번 접히는 신형 폼팩터 스마트폰 '트라이폴드'를 최초로 공개했다.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약한 신모델을 공개하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동시에 현장을 찾는 글로벌 IT 관계자들의 이목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 기술을 소개하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27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하고 산업 현황을 공유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은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혁신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인들이 미국과 관세협상 등 굵직한 외교 현안 관련해서도 '지원 사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등을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기선 회장이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과 전략적 협업'을 강조한 것도 외교적 측면에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날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이날 행사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APEC 관련 세일즈 활동을 전개했다고 전해진다. 대한상의는 이번 APEC 개최의 경제효과가 약 7조4000억원, 고용 창출은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주=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풀 꺾인 국제금값 시세…한국은행, 드디어 금 매입 재개하나

한국은행이 10년 넘게 이어진 긴 공백기를 끝내고 금 매입에 다시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이면서 국제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은이 투자수익 창출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정흥순 한국은행 투자운용부장이 이날 일본 교토에서 열린 런던금시장협회(LBMA)·런던플래티늄&팔라듐시장(LPPM) 공동 주최 행사에서 “한은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이어 “한은은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여 금 매입 시기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결정은 외환보유액의 변화와 금값 및 원화 환율의 추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며 금값 시세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흐름에 한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의 금을 사들인 뒤 12년째 추가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금 보유량을 104.4톤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주요 중앙은행들은 꾸준히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심화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맞물리며 국제금값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2023년 말 온스당 2071.80달러에서 작년 12월 31일 2641달러로 약 27%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전략)'가 주목받으며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20일에는 온스당 4359.40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엔 4019.70달러까지 하락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올해 누적 상승률은 여전히 50%를 웃돈다. 이처럼 금값이 치솟았음에도 한은이 금 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개그맨) 김구라 씨가 5년 전 금을 1억 어치 샀는데 현재 시세가 3억 4000만 이 됐다는 보도를 보셨냐"며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금 시장에 대응했다면 외환보유고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10위인데 금 보유량은 38위"라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달러가 불안정할 때는 금을 더 사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환보유고가 늘어날 때는 새로운 자산을 고민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금값 급등세 속에 일부 중앙은행들은 자산 운용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필리핀 중앙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값 상승으로 외환보유액에 금 비중이 적정 수준(8~12%)을 넘어 13% 수준에 이르자 금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개미들의 ‘韓 엑소더스’ 러시…원화 환율 급등한 이유

미국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6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이 같은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버리고 해외 자산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채권 보유액은 이달 기준 1840억달러(약 264조 39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3500억달러(약 520조 9100억원)를 선불로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약세 심화 우려가 커진 것이 해외 자산 매수세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유출이 원화의 급격한 부진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은 3.4% 가량 상승(원화 약세)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3일엔 장중 1441.5원까지 뛰며 4월 29일(장중 고가 1441.5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을 돌파한 뒤 25일 1410원, 이달 10일 1430원, 23일 1440원을 잇따라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장 대비 0.4원 오른 1432.1원에 개장했다. 32세의 한 개인투자자는 “한국 원화는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며 원화 환율 상승세를 우려해 모든 자금을 미국 주식과 금으로 옮기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김화중 PWM(초고액자산가) 부문 대표는 “요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원화를 들고 있으면 하룻밤 새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고객 상당수가 달러 기반 자산으로 갈아탔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화 탈출 행렬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지만 양국간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한미 무역협상이 29일까지 마무리될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전체적인 틀은 이미 마련됐지만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전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의견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포괄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고 세부 사항을 다듬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당초 주장했던 3500억달러 선불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8년에 걸쳐 매년 25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원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은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1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 사이라고 정부에 말씀드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고려해 10년간 매년 1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시했으나 분납 기간을 놓고 미국 측과 의견 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올 하반기들어 130억달러(약 18조 6800억원)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규모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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